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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황제가 사랑한 여인: Chapter 2421 - Chapter 2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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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21장

기모진은 소만리의 말뜻을 알아듣고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그녀를 껴안았다.“소만리, 고생했어. 이제 우리 집에 가자.”“일단 병원에 가서 예선이부터 보고 가자.”소만리는 예선이 걱정되어 마음을 놓을 수가 없었다.기모진은 소만리의 의견에 따르며 바로 발걸음을 옮겼다.그때 경찰이 현장에 막 도착했다.건물 안의 상황을 알게 된 경찰은 즉시 들어가 두 건달과 영내문의 모친을 체포하려고 했다.건물 안에서 증오가 가득 서린 임남희의 고함소리가 들렸다.“소군연! 이 쓰레기 같은 놈아! 내 딸은 예선이라는 여자 때문에 평생 감옥에서 썩게 생겼는데 넌 기억을 잃었으면서도 어떻게 그 여자만 싸고도는 거야! 내가 진작에 널 어떻게 했어야 하는 건데!”임남희의 붉은 눈에는 노여움이 가득했다.소만리는 임남희가 끝까지 저렇게 발악할 줄은 몰랐다.소군연은 걸음을 멈추고 건물 안에서 나는 소리를 들었다.마치 성난 들개처럼 울부짖어대는 임남희의 목소리엔 악마의 기운이 가득했다.눈에 보이는 모든 것에 원망 섞인 저주를 퍼부으며 임남희의 눈은 광란의 빛으로 발광했다.“소군연, 네가 그 예선이랑 잘 먹고 잘 살게 내가 내버려둘 줄 알아! 천만에!”임남희가 저승사자 같은 서늘한 눈빛으로 저주의 말을 퍼부었다.“소군연 선배, 어서 병원으로 가세요. 저 여자가 무슨 말을 하든 상관하지 마시구요. 지금 저 여자는 영내문 때문에 미쳐가고 있어요.”소군연도 더 이상 시간을 허비하고 싶지 않아 예선을 안은 채 차로 돌아갔다.임남희는 소만리 일행이 자신을 무시하자 뒤쫓아 내려가려고 발걸음을 디뎠으나 밑에서 겹겹이 올라오는 발자국 소리를 듣고는 멈칫했다.경찰이 위로 올라오는 것 같았다.임남희는 화가 치밀어 올라 바닥에 있는 돌을 주워 있는 힘껏 아래로 던졌다.그녀는 소군연의 어깨에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는 예선을 겨냥했다.영내문이 가장 미워하는 사람이 예선이라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임남희였다.원수 같은 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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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22장

”소군연 선배!”소만리가 소리쳤고 기모진은 얼른 달려가 소군연을 붙잡았다.응급실 안에 있던 간호사와 의사가 바로 달라와 그들을 도와주었다.예선과 소군연은 각각 응급실로 들어갔고 기모진과 소만리는 문 앞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소만리는 사영인과 예기욱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소만리에게서 소식을 전해 들은 사영인과 예기욱은 얼굴이 벌겋게 상기된 채 한달음에 응급실로 달려왔다.영내문의 모친이 또 일을 저질렀다는 것을 알게 된 두 사람의 눈에는 분노가 가득 들끓었다.그러나 지금은 영내문의 모친을 향한 분노보다 예선과 소군연을 향한 걱정이 더 앞섰다.지금 이 순간 예선과 소군연이 무사한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었다.예기욱은 원래 자신도 사영인과 함께 응급실 밖에서 예선과 소군연의 소식을 기다릴 생각이었으나 응급실에서 도움을 청해 와서 응할 수밖에 없었다.의사로서 사람을 구하는 일은 당연한 책무였다.예기욱은 지체하지 않고 바로 응급실로 들어갔다.들어가 보니 그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은 바로 소군연이었다.예기욱은 자신의 심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예선과 소군연은 왜 이렇게 많은 시련을 겪어야만 하는 걸까, 하늘이 원망스러울 따름이었다.밤은 속절없이 깊어갔고 응급실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사영인은 굳게 닫힌 응급실 문을 바라보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소만리는 그녀에게 티슈를 건네며 말했다.“저도 어머니와 마찬가지 심정이에요. 우리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예선이 분명 아무 일 없을 거예요. 우리 너무 깊이 생각하지 말고 기다려요.”사영인은 티슈를 받아들고 말없이 눈물을 훔쳤다.소만리는 이렇게 말하며 사영인을 위로했지만 실상은 자신에게 하는 위로이기도 했다.의식을 잃어가던 예선을 떠올리자 소만리는 예선이 지금 어떤 상태일지 감히 상상하는 것조차도 무섭고 두려웠다.“난 오랜 세월 동안 엄마로서 아무런 책임도 다하지 못했어요. 긴 세월이 흐른 후 명예와 부를 얻었고 이제야 겨우 딸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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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23장

소만리의 말이 끝나자 사영인은 깊은 침묵 속으로 빠져들었다.예선의 가장 친한 친구가 건넨 사려 깊은 조언은 사영인의 뇌리에 깊이 박혔고 엉켜 있던 마음속 근심의 실타래가 순간 확 풀리는 것 같았다.바로 그때 응급실 문이 열렸다.소만리와 사영인은 일어서서 한달음에 달려갔다.“의사 선생님, 제 딸 어때요? 상태가 지금 어떤가요?”“보호자분 진정하세요.”의사는 차분하게 사영인을 진정시켰다.“환자를 위해 할 수 있는 검사는 다 해 봤어요. 자세히 검사해 보니 겉으로 보이는 외상 외에 별다른 특이점은 없는 것 같아요. 생명에는 지장이 없을 것 같고 다만 지금 환자의 체력이 너무 떨어져 있어요. 아마도 꽤 오랜 시간 음식을 먹지 못해서 그런 것 같은데 점점 나아질 거예요. 일단 환자가 깨어나면 조심스럽게 식사를 진행하게 될 거구요.”생명에 아무런 지장이 없다는 의사의 말을 듣고 사영인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두 사람은 의사에게 감사를 표한 후 예선을 VIP 병동으로 옮겼다.예선이 더 나은 치료를 받아 빨리 회복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다.사영인은 혼자 예선의 곁에 남아 딸을 돌보았고 소만리는 예선의 병실을 나와 기모진에게로 갔다.아직 소군연의 수술은 끝나지 않았다.소만리가 도착했을 때 마침 급하게 병원으로 온 소군연의 부모를 만났다.“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군연이 아까 멀쩡하게 나갔는데 왜 갑자기 병원에 있는 거야?”소군연의 모친은 당황스러운 얼굴로 헐레벌떡 달려왔고 오자마자 바로 이 모든 책임을 예선에게 떠넘겼다.“또 그 예선 때문에 우리 군연이가 이렇게 된 거야? 그 여자는 도대체 왜 그래? 정말 지긋지긋해. 왜 굳이 우리 군연이한테 매달려서 이런 일을 만들어! 내가 분명히 말했잖아. 군연이 할아버지는 절대 예선이 그 여자를 집안사람으로 허락하지 않을 거라고. 결국 그 여자가 단념하도록 만들 거야.”소군연의 모친이 소만리에게 화를 내고 있는 모습을 본 기모진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소만리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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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24장

소군연의 부모는 기모진과 소만리가 하는 말이 믿기지가 않았다.그래서 소군연의 모친은 임남희에게 바로 전화를 걸어 보았다.아무리 걸어도 받지 않았다.소군연의 부모는 갑자기 긴장한 표정을 지으며 그쪽 방면의 소식통에게 바로 전화를 걸어 상황을 물어보기 시작했다.영내문의 모친은 정말 경찰서에 있었고 수사에 협조하는 참고인 신분이 아니라 용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고 있었다.이 소식을 접한 소군연의 부모는 얼굴이 새하얘졌다.“어떻게 그럴 수가!”아직도 이 상황이 믿기지가 않는지 소군연의 모친은 아는 사람을 총동원해서 물어보았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소군연의 부모는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소만리와 기모진을 바라보았고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지금 자신들이 무슨 말을 해 봐야 스스로를 난처하게 만들 뿐이었기 때문이었다.두 사람은 한쪽에 가만히 앉아 수술이 끝나기만을 기다렸다.한 시간여가 지나자 마침내 수술이 끝났다.첫 번째 수술실에서 나온 예기욱의 표정은 꽤 심각해 보였다.소군연의 부모는 예기욱의 정체를 알지 못했고 그냥 평범한 의사라고만 여겼다.그들은 절박한 표정으로 예기욱에게 달려와 소군연의 상황을 물었다.예기욱은 소군연의 부모가 달려와 하는 말을 듣고 그들이 소군연의 부모임을 알아차렸다.그리고 소군연의 부모가 자신의 딸을 매우 싫어한다는 것도 알았다.사적인 감정으로 보자면 언짢은 감정이 없을 수 없겠지만 예기욱은 의사로서의 본분을 다하며 매우 객관적이고 프로페셔널한 자세로 소군연의 현재 상황을 알렸다.“환자는 이전에도 뇌를 다친 적이 있고 아직 회복되지 않았어요. 그 상태에다가 오늘 외상을 입었고 출혈도 꽤 많았어요. 그러나 안심할 수 있는 점은 생명에 큰 지장은 없다는 거예요. 앞으로 어떻게 치료할지는 환자가 깨어나 상황을 본 다음에 구체적으로 말씀드릴 수 있겠어요.”이 말을 듣고 소군연의 부모는 안도의 한숨을 쉬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잠시 후 정적을 깨고 소군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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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25장

소군연의 부모는 이런 자리에서 예선의 친부를 만나게 될지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소만리와 기모진은 집으로 돌아와 각자 샤워를 했다.온갖 먼지와 피로를 씻겨낸 두 사람은 그제야 편안히 소파에 몸을 기댔다.기모진은 드라이기를 들고 와 조심스럽게 소만리의 머리를 말려 주었고 다정하게 그녀를 품에 안았다.그녀의 체온을 느끼고 그녀의 향기를 맡으니 기모진은 비로소 마음이 안정되는 것 같았다.“소만리, 당신과 함께 전 세계를 누비며 여행이나 하고 싶어. 짜증 나고 성가신 모든 일들에서 완전히 벗어나 홀가분하게 말이야.”소만리는 손을 들어 기모진의 옆얼굴을 툭툭 쳤다.“이제 은퇴하고 싶구나. 막내 분유값은 충분히 벌어 뒀어? 그리고 기란군과 여온이는 아직 학교 끝마치려면 한참 남았어. 아이가 셋씩이나 있다구요, 기 사장님. 은퇴는 아직 일러요.”“아이들이 다 크면 그땐 우리가 늙어서 세계일주를 하고 싶어도 못 할 수도 있어.”기모진이 갑자기 진지해져서 소만리의 얼굴을 내려다보았다.“소만리, 최근 몇 년 동안 우리에겐 너무나 많은 일이 있었어. 난 몇 번이나 당신을 잃을 뻔한 적도 있었어. 그때 내가 느꼈던 초조함과 불안은 말도 못 해. 난 다시는 그런 기분 느끼고 싶지 않아. 평화롭고 평온한 나라에서 아무 걱정 없이 살고 싶어. 더 이상 다른 사람들 때문에 위험에 빠지는 일 없이 말이야. 어? 소만리, 내 말 들었어?”기모진의 깊은 뜻을 소만리는 헤아릴 수 있었다.소만리도 마음속으로 잘 알고 있었다.지난 몇 년 동안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다.생사를 넘나들긴 제 집 문지방 드나들 듯했다.이런 일들을 겪으면서 그녀는 지금 현재 자신이 가진 것에 감사함을 느꼈고 더욱 소중하고 애틋하게 여겼다.소만리는 부드러운 눈빛으로 기모진을 가만히 바라보며 진중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모진, 당신과 함께 여기까지 오기 정말 쉽지 않았어, 그지? 그렇지만 이젠 걱정하지 마. 당신을 위해서뿐만 아니라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당신 곁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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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26장

소만리는 위청재가 이렇게 말하자 그제야 뭔가 떠올랐다.최근에 하도 일이 많이 일어나서 그녀는 그 여자의 존재를 거의 잊고 있다시피했다.다만 좀 의심스러운 점은 그 여자가 뜻밖에도 자기 발로 집을 떠났다는 것이었다.“왜 떠나는지 말 안 했어요?”소만리는 보온통에 닭고기 수프를 넣으면서 궁금한 표정으로 물었다.“그 여자는 처음부터 우리 모진이랑 뭔가 일이 벌어지기를 바라면서 우리 집에 접근했는데 어떻게 그런 꿍꿍이를 가진 여자를 집안에서 일하게 놔둘 수가 있겠어? 불쌍한 척한 거 그거 다 연기였어. 거짓말이었다구. 너한테 동정을 얻어서 일단 우리 집에 남은 뒤 기회를 틈타 모진한테 접근하려고 했던 거지.”위청재는 호정의 행동을 나름대로 분석해 보았다.사실 소만리도 호정이 무슨 일을 꾸미고 있는지 짐작하고 있었다.기억을 상실한 것처럼 행동한 것도 모두 자신이 목적한 바를 이루기 위한 연기였던 것이다.그녀의 마음속에는 오로지 복수하려는 생각뿐이었다.소만리는 헛웃음이 나왔다.더 이상 이런 쓸데없는 일에 매달릴 필요도 그럴 생각도 없었다.그녀는 보온병을 들고 부엌을 나왔다.“어머니, 저 지금 예선이 보러 병원에 좀 다녀올게요.”“그래, 걱정 말고 다녀와. 조심해서 다니고. 또 이상한 사람 만나서 무슨 일 일어나지 않도록 각별히 조심해야 해.”위청재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당부했다.“알겠어요. 조심할게요.”소만리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하고 곧장 집을 나섰다.그런데 병원으로 오는 길에 소만리는 수상한 사람들이 자신을 미행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그녀는 주위를 계속 경계하며 병원에 와서 예선이 입원해 있는 병실을 찾았다.병실에 들어가 보니 예선은 이미 깨어나 있었고 옆에서 사영인이 예선을 돌보고 있었다.사영인은 소만리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서둘러 손을 들어 눈가의 눈물을 닦은 뒤 미소를 지으며 소만리를 맞았다.“왔어요? 마침 내가 일이 좀 있어서 나가 봐야 하는데 예선이 좀 돌봐줘요.”말을 마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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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27장

”소만리, 네가 알다시피 난 어렸을 때부터 엄마가 없었어. 날 낳아준 사람은 나에게 몸을 주었을 뿐 다른 아무것도 주지 않았어.”예선은 불편한 심기를 내비치며 소만리가 끓여 온 수프를 말없이 먹었다.소만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한쪽에 앉아 예선을 진지한 얼굴로 바라보았다.“그렇지만 예선아, 객관적인 시선에서 봤을 때 네 엄마 아빠 어떤 사람인 거 같아?”예선은 수프를 먹다 말고 꺼림직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진지한 말투로 소만리의 물음에 대답했다.“객관적인 시선으로 봤을 땐 지적이고 우아하지. 선하고 맺힌 구석이 없는 시원시원한 사업가이고. 그리고 한쪽은 의술과 덕을 겸비한 권위 있는 교수. 두 사람 다 모두 자기 방면에서 최고라고 볼 수 있겠지.”“단지 그것뿐이야?”소만리가 다시 물었다.“그럼 이번에는 개인적으로 봤을 때 두 분이 널 어떻게 대하는 거 같아?”“나한테? 잘 대해주시지.”예선이 웃었지만 그 미소는 이상하게도 아이러니하게 보였다.“그들은 각자 성공한 후 그들이 쓰레기처럼 버린 딸을 찾아와 지난날의 잘못을 메우려 하고 있지.”소만리는 예선이 이런 식으로 생각할 줄은 예상하고 있었다.예선의 심정도 이해가 갔다.그들의 마음을 받아들이기엔 지난날 자신의 상처가 너무 쓰라린 것이다.온 가족이 함께 모여 따뜻한 정을 느끼는 순간을 누구보다 더 갈망해 왔던 예선이었다.소만리는 한참을 고민하다가 사영인이 용기가 없어 하지 못했던 말을 직접 예선에게 알리기로 결심했다.“예선아, 사실 당시 네 엄마가 널 떠날 수밖에 없었던 건 어쩔 수 없는 고충이 있었기 때문이야.”“고충? 무슨 고충이길래 엄마가 되어서 자신이 낳은 딸을 매정하게 버릴 수가 있는 거야? 넌 아무리 고충이 있었어도 그때 기란군을 지켰어. 그 어떤 힘든 고충이 있었다고 해도 자식을 버리는 고통보다 더 할까?”예선의 말을 듣고 소만리는 안타까운 마음에 한숨을 내쉬었다.“아마도 육체적인 고통은 내가 네 엄마보다 더 켰을 수도 있어. 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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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28장

예선의 말을 듣고 소만리는 미소를 지었다.소만리는 예선이 일부러 더 고집을 부리고 있다는 걸 안다.예선은 이것이 사실이라는 걸 누구보다 믿고 싶어 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예선아, 우리 앞날이 마냥 길지만은 않아. 요즘 너무나 많은 일이 있었잖아. 앞으로 우리 앞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아무도 몰라. 그러니 지금 눈앞에 놓여진 순간순간을 소중히 여겨야 해. 특히 널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을 말이야.”소만리가 무슨 뜻으로 이런 말을 하는지 예선도 잘 알고 있었지만 왠지 지금 그녀는 이 순간으로부터 도망치고 싶었다.“소만리, 군연은? 군연은 어떻게 됐어? 방금 내가 듣기론... 군연이 날 구하려다 피를 많이 흘렸다던데 괜찮아? 심각한 거 아니야?”“안 그래도 조금 있다 소군연 선배 보러 갈 거야. 걱정하지 마. 소군연 선배한테 무슨 일이 있었다면 네가 방금 말한 그 사람이 너한테 알렸을 테니까.”“...”예선은 소만리가 일부러 사영인을 그렇게 지칭했다는 걸 알고 있었다.어찌 되었든 소군연에게 아무 문제가 없다면 그것으로 족했다.“그럼 소만리, 너 군연한테 좀 가 봐. 난 혼자 생각 좀 해야겠어.”예선은 혼자 있고 싶은 눈치였다.소만리는 당연히 예선의 그런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그래, 그럼 난 소군연 선배한테 가 볼게. 너무 깊이 생각하지 마. 복잡하게 생각할 거 없어. 지금 가장 중요한 건 네 몸이 다 낫는 거야.”예선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 치료 잘 받을게. 날 걱정하는 사람들에게 더 이상 폐를 끼칠 순 없어.”예선이 이렇게 말하자 소만리는 더없이 안심이 되었다.보온병을 치운 후 소만리는 예선의 병실을 나와 소군연을 보러 갔다.소만리가 소군연의 병실 문밖에 도착했을 때 병실에서 나오는 소군연의 모친과 맞닥뜨렸다.소군연의 모친은 무거운 얼굴로 소만리를 쳐다보며 그녀가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앞을 가로막았다.“당신들이 아니었다면 우리 군연이가 이 지경이 되지도 않았어. 다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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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29장

”...”조곤조곤 콕콕 집어 말하는 소만리의 말에는 논리적인 구멍이 전혀 없었다.예선은 수긍할 수밖에 없었고 아무 말 없이 잠자코 생각에 잠겼다가 누군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정신을 차렸다.소만리와 예선은 동시에 눈을 들어 문쪽을 쳐다보았다.흰 가운을 입은 예기욱이 머뭇머뭇거리며 문 앞에 서 있는 것을 본 예선은 순간 얼굴이 굳어졌다.예기욱은 예선이 자신을 순순히 들여보내 줄까 짐짓 기대하는 눈빛으로 서 있었다.소만리는 아무 말 없이 서로를 마주 보고 있는 두 사람의 모습에 미소 지으며 입을 열었다.“예 선생님, 안녕하세요. 마침 예선이랑 선생님 얘기하던 중이었어요.”예기욱은 소만리의 말을 듣자 긴장이 다소 풀린 듯 자연스럽게 미소를 지었다.“그래요? 무슨 얘기하고 있었어요?”예기욱은 이렇게 물으며 은근슬쩍 병실에 발을 들여놓았지만 가까이 다가오지 못하고 왠지 빙빙 겉도는 눈치였다.예선의 얼굴에 상처가 난 것을 본 예기욱은 아버지로서 마음이 아팠지만 입을 열어 따스한 위로조차 건넬 수 없었다.마치 자신은 딸에게 그런 말을 하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소군연 선배 몸 상태는 어떤지 걱정되어서 좀 알아보려던 참이었어요.”소만리는 예선에게 슬쩍 시선을 던지며 말했다.예선은 소만리의 시선을 받고도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입술을 오므렸다.예기욱은 예선이 소군연의 상황이 어떤지 몹시 걱정하고 있다는 걸 잘 알고 망설이지 않고 바로 말했다.“걱정하지 마. 소군연도 외상만 입었을 뿐이지 다른 문제는 없어. 출혈이 좀 많아서 걱정하긴 했는데 잘 먹고 치료하면 아무 문제없으니까 걱정하지 마.”긍정적인 예기욱의 말에 예선은 그제야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하지만 소군연이 피를 많이 흘렸다는 말은 그녀의 마음을 괴롭게 했다.“예선아, 왜? 왜 그래? 어디 불편해? 만약 불편한 데가 있다면 아빠한테 바로 말해... 아, 아니 의사 선생님한테 말해.”예기욱은 자신도 모르게 아빠라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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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30장

소만리는 어떤 두려움이나 주저함 없이 당당하게 그녀를 마주했다.“내가 듣기론 이미 떠났다던데 왜 갑자기 다시 내 앞에 모습을 드러낸 거지? 그것도 미행을 하면서까지. 또 무슨 달갑지 않은 말을 하려고 이래?”소만리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호정은 소만리의 얼굴에 여유로운 미소가 번지는 것을 보고 눈빛이 가라앉았다가 이내 자신도 소만리를 따라 옅은 미소를 지었다.“네, 그래요. 당신만큼 나도 이런 상황이 달갑지 않아요. 그렇지만 갈 때 가더라도 친한 ‘언니'한테 인사는 하고 가야겠기에 찾아온 거예요.”호정의 말속에는 뼈가 있었다.소만리는 ‘언니'라는 말이 이렇게 복잡한 뉘앙스를 풍기는 단어일 줄은 몰랐다.보아하니 호정의 눈빛에는 강한 불만과 언짢은 기색이 역력했다.아마도 호정은 가기 전에 소만리에게 앙갚음을 하려고 찾아온 것 같았다.하지만 소만리는 지금 이 순간 오히려 마음이 그 어느 때보다 편안했고 어떤 감정의 기복도 없었다.“그럼 근처 카페에 가서 작별 인사나 나눌까?”“아니요. 그럴 필요 없어요. 당신이랑 그럴 시간도 없구요.”호정의 말투는 굉장히 호전적이었고 여전히 거만하고 도도했다.“흥흥, 그럼 어쩔 수 없지 뭐. 하고 싶은 말 있으면 해 봐.”소만리도 전혀 움츠러들 생각이 없었다.호정은 소만리의 담담한 모습이 매우 언짢고 거슬리는 듯 미간을 찌푸렸다가 갑자기 미소를 띠며 입을 열었다.“정말 부럽네요.”호정의 눈에 선망의 빛이 비쳤다.“가족들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살고 있으니까요. 특히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그렇게 당신을 사랑하니 정말 부러워요.”호정의 말을 듣고 보니 소만리의 마음속에 다시 한번 가족들에 대한 감사함이 밀려들었다.“소만리, 사실 당신 눈에는 내가 우습게 보이죠? 기 사장님과 무슨 일이라도 있었던 양 당당하게 잘난 척하더니 결국은 그것이 다른 사람이 꾸며낸 자작극이었을 뿐이란 걸 알았을 땐 더 우스웠을 거예요. 그보다 더 우스운 것은 내가 오랫동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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