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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황제가 사랑한 여인: Chapter 231 - Chapter 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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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1장

“모진아, 뭐라고?”소만영은 냉엄한 얼굴로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말했다.“나가라고.”그는 소만영에게 조금이지만 정이 남아있는지 누그러진 말투로 대답했다.소만영은 기모진의 등 뒤에서 씩 웃고 있는 소만리를 발견하자 화가 치밀어 올라 이를 갈았다.그러나 금방이라도 화를 낼 것 같았던 소만영은 꽉 쥐고 있던 주먹을 풀고 기모진의 앞에 서서 천천히 입을 열어 말했다.“모진아.”소만영의 두 눈은 빨갛게 변해 있었고 서글픈 표정으로 냉담해진 기모진을 바라보았다.“내가 잘못한 거 알아. 너한테 실망을 안겨줬어. 그런데 난 모두 란군이와 너를 위해 벌인 짓이었어. 난 단 한 번도 무고한 사람을 해친 적이 없어.”그녀가 눈물을 흘리며 말하는 모습은 몹시도 처량해 보였다.“모진아, 이제 와서 이러는 거 아무 소용없다는 거 알아. 하지만 난 결백해. 네가 날 믿을 때까지 난 계속 기다릴 거야.”기모진의 대답을 듣기도 전에 소만영은 몸을 돌려 쓸쓸히 집을 나섰다.소만리가 창문 밖을 내다보자 비를 맞아 온몸이 흠뻑 젖어 있는 소만영을 보았고, 그녀의 얼굴엔 집념이 가득했다. 상황은 늘 이렇게 놀랍도록 비슷했다.소만리는 소만영에 의해 억울한 누명을 쓰고 감옥에서 나온 뒤, 기모진에게 버림받아 임신한 채로 비를 맞으며 무릎을 꿇고 그의 신뢰를 애타게 구걸했지만 돌아온 것은 그녀의 가슴 아픈 결말뿐이었던 기억을 되짚었다.소만리는 싸늘한 눈초리로 소만영을 흘긋 보고는 곁눈질로 기모진이 창밖의 소만영을 바라보는 무거운 표정을 보았다.기모진, 그래도 가슴이 아프구나? 네가 몇 년 동안 목숨 걸고 애지중지 한 사람이니까.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기모진은 시선을 소만리에게로 돌렸고, 그녀의 유리 조각이 박힌 손을 잡고는 그것을 알코올 솜으로 닦아낸 뒤 반창고를 세심하게 붙여 주었다.“마저 밥 먹죠.”그는 입꼬리를 올려 보였지만 진짜 웃는 얼굴이 아니라 근육만 움직이고 있을 뿐이었다.그는 소만영을 걱정하는 것이 분명했다.“그냥 관둬요.”소만리가 웃으며 거절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2-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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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2장

기모진은 소만리의 짙은 눈동자를 바라보며 같이 술잔을 들었다.“이 한 잔으로 아까 그 사람이 당신을 때린 거에 용서를 구하죠.”기모진은 이 말을 하며 술잔에 든 와인을 마시고 다시 한 잔을 따르며 말을 이어갔다.“이 잔은 이렇게 아름다운 미랍 씨를 친구로 사귄 걸 축하하며.”그는 말을 하며 몇 잔을 계속해서 들이켰다.밤이 점점 깊어져 가자 비도 서서히 줄어들고 있었다.기모진도 와인 한 병을 다 마신 뒤였다.백옥 같던 그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고, 날카롭던 눈도 술이 들어가니 풀려있었다.“미래의 숙모님, 제가 데려다 드리죠.”기모진은 일어나려 했지만 이미 그는 만취 상태였다.“모진 씨는 아무래도 쉬는 게 좋겠네요, 저는 묵비 씨한테 데려다 달라고 하면 돼요.”“그 사람이요?”기모진의 낮은 목소리로 웃는 소리는 사람을 미혹되게 만들었다.그가 웃으며 소만리를 바라보았고, 등불의 빛이 그의 시선을 흐리게 만들자 그의 눈앞에는 그가 오매불망 기다리던 얼굴이 있었다.“그래도 내가 바래다줄게요.”기모진이 고집을 부리며 몸을 일으켜 소만리 쪽으로 향했다.그러나 그는 술에 취해 몸을 휘청거리며 그녀에게 채 다가가기도 전에 쓰러질 위기였다.소만리는 받아 줄 마음이 없었지만 창밖에 있는 소만영을 의식하자 손을 뻗어 기모진을 부축했다.그는 몸을 완전히 그녀에게 맡겼고 그녀는 그가 완전히 취했다고 확신했다.“모진 씨, 여기 잠시 앉아 있어요.”소만리가 힘겹게 그를 소파로 부축해왔다.그녀는 방 안의 불빛이 더 환하면 소만영이 밖에서 더 자세히 볼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소만영이 화가 나 폭발해 버릴 것만 같은 표정이 눈에 선했다.“모진 씨, 너무 취했어요. 레몬 차를 좀 끓여줄 테니까 술 좀 깨요.”소만리가 손을 빼서 몸을 돌리려는 순간 기모진이 그녀의 손목을 낚아챘다.“가지 마요.”그가 속삭이며 그녀를 불러 세웠다.소만리는 고개를 돌려 소파에 반쯤 누워있는 그를 바라보았고, 그는 술에 취해 빨개진 몽롱한 얼굴로 주절거렸다.“리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2-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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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3장

소만리는 한평생 많은 것들을 잊어버렸다. 가장 행복했던 순간과, 기모진을 매우 사랑했던 그 느낌들을 말이다. 하지만 눈앞의 그 물건을 그녀는 절대로 잊어버릴 수 없었다.그녀는 넋이 나간 채로 손을 뻗어 바닥에 놓인 물건을 집어 들었다.이 물건을 보고 있자니, 그녀는 파도 소리가 들리는 듯했고, 바닷바람의 짠 내음이 풍겨져 옴과 동시에 남자아이의 온화한 목소리가 귓가에 울려 퍼졌다.“리야, 내가 크면 널 내 신부로 만들 거야...”하지만 이 약속은 결국 바람과 함께 사라졌고, 바다 저 깊은 곳까지 침몰했다. 이번 생에는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것이었다...“리야...”소만리는 회상을 멈추고, 잠꼬대하는 기모진을 바라보았다.그는 아직도 이름을 부르고 있었다.하지만 그가 부르는 리는 그녀가 아닌 소만영이었다.그는 줄곧 원칙도, 제한도 없이 그 악독한 여자를 사랑했다.소만리는 손에 든 조개껍질을 쳐다보며 냉담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 상황에서 기모진의 몸에서 어릴 적 그녀가 그에게 준 조개껍질이 나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기모진, 네 마음속엔 소만영밖에 없는데, 아직도 이걸 가지고 있다고? 널 십몇 년 동안이나 기다려온 리는 이미 죽었어.”그녀는 증오에 찬 눈빛으로 술에 취해 몽롱한 얼굴을 한 그를 흘긋 보고는 조개껍질을 들고 휴지통에 던지려는 순간 기모진이 그녀의 손목을 잡으며 중얼거렸다.“리야, 가지 마. 제발 떠나지 마...”소만리는 잠꼬대를 하는 그를 바라보며 가소로운 듯 그의 손을 뿌리치며 말했다.“기모진, 네가 사랑하는 천리는 밖에서 연기하고 있잖아. 그렇게 그 사람이 보고 싶으면 밖에 나가서 찾아!”소만리는 차갑게 말을 한 뒤, 기모진을 소파에 밀치고 가방을 챙겨 집을 나섰다.그녀가 문을 열자, 비를 맞고 서 있는 소만영의 얼굴에 환희의 웃음이 가득 차 있는 것을 보았다. 하지만 문을 연 사람이 소만리인 것을 발견하자 그녀는 순간 정색하며 소만리를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소만리는 그녀를 한 번 흘겨보고는 우산을 쓰고 우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2-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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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4화

“......”소만영은 중심을 잡고 선 뒤 소만리의 멀어지는 뒷모습을 보며 분개했다.그녀는 화가 난 채 소만리의 뒷모습을 가리키며 소리쳤다.“천미랍 너 이 쌍년아! 내가 내 위력을 보여줄 테니까 기다리고 있어!”소만영이 전력을 다해 소리치며 그녀에게 경고하자 창문으로 보았던 그 장면이 생각나서 더욱 화가 치밀어 올랐다.아니, 그녀는 화를 다스려야 한다며 자신에게 경고했다.소만리는 자신의 상대가 아니었고, 소만리와 똑같이 생긴 그 여자가 어떻게 또 자신을 이길 수 있단 말인가?“천미랍, 넌 곧 내가 얼마나 위험한 존재인지 알게 될 거야!”소만영은 독극물을 바른 듯한 매서운 눈빛을 하며 말했다.......소만리는 길 입구에서 기묵비를 기다리고 있었고, 그가 소만리를 집으로 데려다주었다.밤이 깊어지자 소만리는 창가에 서서 창밖의 야경을 바라보며 자신도 모르게 그 조개껍질을 떠올렸다.왜 기모진은 그 조개껍질을 몸에 지니고 있던 거지?그는 일찍이 그날 해변에서 한 약속을 부인하지 않았나?소만리는 순간 이 점이 이상하다고 생각하며 몸을 돌려 침대에 곤히 자고 있는 염염의 얼굴을 쓰다듬었다.“빠빠.....”염염이 잠꼬대를 하며 ‘빠빠’라고 말했다, 아빠를 부르는 것이었다.그녀의 마음속에 가장 좋은 아빠는 기묵비였다.이것은 아마도 괜찮은 오해일 수도 있고 한평생 이어질 수 있는 오해였다...하늘이 뿌연 다음 날, 기모진은 긴 꿈에서 깨어났다.그는 일어나 앉자 머리가 무거운 느낌을 받으며 간밤에 있었던 일을 드문드문 떠올리며 눈가를 비볐다. 그는 어젯밤에 또 추태를 부린 것이 또렷이 생각났다. 그는 천미랍을 천리라고 부르면서 그녀의 볼에 뽀뽀를 한 것까지 모두 기억했다.기모진은 생각을 마치고 귀찮은 듯 몸을 일으켜 휴대폰을 찾아 곧바로 소만리에게 전화를 걸었다.전화가 걸리고, 휴대폰 너머로 소만리의 달콤하고 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모진 씨, 일어났어요? 어젯 밤에 술에 취하셔서 제가 해장할 거리를 좀 만들었어요. 이제 곧 모진 씨 집
last updateLast Updated : 2022-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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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5장

소만리는 어리둥절해하는 기모진을 보면서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 그저 시간이 좀 흐른 뒤, 복잡한 눈을 한 채로 그녀를 한 번 쳐다보고는 소만영의 앞으로 빠르게 걸어갔다.그는 웅크리고 앉아 의식을 잃은 것 같은 소만영을 자신의 품으로 끌어당겼다.“만영아, 만영아, 일어나 봐.”그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조심스럽게 소만영의 뺨을 두드리며 말했다.소만리는 도시락을 들고서 문 앞에서 그 장면을 가소롭다는 듯이 입꼬리를 올리며 바라보고 있었다.기모진, 역시 날 실망시키지 않는구나.너는 여전히 소만영을 이렇게 의식하고 있었어. 설령 이 여자가 그런 극악무도한 일을 했었더라도 아직 넌 그녀를 사랑하는구나?그때 기모진의 품 안에 안겨 있던 소만영이 천천히 두 눈을 뜨기 시작했고, 눈가엔 눈물을 머금고 처량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모진아, 잘못했어. 내가 정말 잘못했어. 제발 날 안 떠나면 안 돼?”“모진아, 잊었어? 네가 날 평생 보살펴주고, 잘해준다고 했잖아. 내 이번 생에 유일한 소원이 너와 결혼해서 영원히 네 곁에 있는 거였는데……”소만영의 말을 듣고 있던 소만리는 도시락을 들고 있던 손가락을 구부렸다.기모진의 낯빛이 무거워 보였고 무엇을 읊조리는 듯 미간을 찌푸리고 있는 것을 소만리가 보았다.“모진 오빠, 천리 한 번만 용서해주면 안 돼? 이제부터 다 네 말 들을게.”소만영이 자신을 천리라고 칭하고 모진 오빠라고 부르며 기모진을 다정하게 쳐다보았다.그녀의 연기력은 날이 갈수록 늘어나는 듯했다. 소만리 마저도 가슴이 시큰거릴 정도니 말이다.“말 너무 많이 하지 마. 열이 좀 나는 것 같네. 병원에 데려다줄게.”기모진은 담담한 말투로 말하며 소만영을 부축해 일으켰다.그러자 소만영이 느닷없이 그를 껴안으며 말했다.“모진아, 날 용서해 주지 않는 거야? 날 용서 안 해주면 난 그냥 죽는 게 나을 거야……”기모진이 인상을 찌푸리며 대답했다.“그런 말 하지 마.”그가 괴로운 듯 한숨을 내쉬며 소만영을 일으켰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2-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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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6장

물고기가 낚시에 걸린 이상 실을 끊는 것은 시간문제이다.일요일.소만리와 기묵비는 오늘 염염을 데리고 어린이 공원에서 놀기로 했다.비록 염염은 기묵비의 친딸이 아니지만 기묵비는 염염을 매우 예뻐했다.소만리가 임신하고 출산하기까지 그는 항상 그녀 곁에서 그녀를 보살폈고, 염염이 세상에 나오자 그의 배려는 이전보다 더 깊어졌다.기묵비는 쉽게 쟁취할 수 없는 완벽한 남자였다.그러나 소만리는 그녀가 그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또한 기묵비와 남녀 사이의 애정으로 얽히고설키는 것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빠빠, 저 토끼 가지고 싶어요.”염염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소만리를 생각의 굴레에서 빠져나오게 했다.그녀는 염염이 기묵비에게 안겨 애교를 부리며 작고 귀여운 손가락으로 토끼 풍선을 가리키는 것을 보았다.“빠빠, 사줄 거예요?”기묵비는 사랑스럽다는 눈빛으로 염염을 바라보며 대답했다.“우리 여온이가 갖고 싶다는데 당연히 아빠가 사줘야지!”그는 농담 섞인 말투로 말하며 염염을 안아 들고 풍선 가게로 향했다.기묵비는 염염의 별명보다는 본명을 부르는 경우가 더 많았다.“빠빠 최고, 염염이는 빠빠가 제일 좋아!”염염은 애교 섞인 목소리와 함께 기묵비의 볼에 뽀뽀했다.소만리가 웃으며 뒤를 따랐고, 기쁨으로 가득 찬 아이의 웃는 얼굴을 보고 있자니 그녀는 아이에게 지어 준 이름이 매우 잘 맞는다고 생각했다.여온. 아이에게 무한한 따스함을 주고 싶었다.그녀는 아이가 자신처럼, 자신이 사랑했던 남자에게 버림받아 몸과 마음이 다치는 걸 원하지 않았다.그녀는 아이가 한 평생 따스하게만 자라길 바랬다.기묵비는 염염에게 풍선을 쥐어주고 염염이와 놀이기구를 몇 개 더 탔다.시간은 빠르게 흘러가 점심 먹을 때가 되었고, 염염은 기묵비의 손을 끌어당기며 눈앞에 보이는 만화 식당을 가리켰다.“빠빠, 염염이는 저거 먹고 싶어요, 저기 햄버거 엄청 커요!”“이렇게 잘 먹어서 나중에 살찌면 누가 좋아하겠어!”기묵비가 염염을 놀리며 말했다.염염이 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2-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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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7장

익숙한 기운이 느껴졌을 때 소만영은 자신을 감싸 안은 사람이 누구인지 깨달았다.기모진이 어떻게 여기 있는 거지?기란군과 같이 놀러 온 건가? 기란군, 그 아이가 있다고?기란군이 신경 쓰인 소만리는 곧장 균형을 잡고 기모진의 품 안에서 빠져나왔다.“아저씨.”염염이 기모진을 향해 소리쳤고, 새하얗고 여린 얼굴에 웃음꽃이 피어나는 모습이 염염은 기모진에게 좋은 감정이 있는 듯했다.기모진의 얼음장 같은 얼굴에도 웃음기가 보이며 염염을 한 번 쳐다보곤 다시 소만리에게 시선이 향했다.“오늘 내가 집을 나온 게 좋았네.”“왜 요 며칠 전화를 받지 않은 거죠?”소만리가 고개를 치켜들고 살짝 웃으며 말했다.“죄송해요, 모진 씨. 요 근래 묵비 씨와 아이랑 같이 있느라 지루한 전화에 대응할 시간이 없었어요.”“지루한 전화?”기모진의 눈썹이 찡그려지며 소만리가 염염의 손을 잡고 돌아서려는 것을 보자 손을 뻗어 그녀의 팔을 잡아당겼다.그러자 소만리가 걸음을 멈추고 말했다.“모진 씨, 놔주실래요? 만영 씨가 또 보고 질투할까 봐 무섭네요. 전 다시 그 사람에게 맞을 생각이 없어요.”기모진은 소만리의 굳은 얼굴을 보았고, 눈부신 햇살이 그녀의 백옥 같은 얼굴을 비추자 그녀의 얼굴이 환하게 빛났다.그날을 떠올리자 기모진의 눈빛이 순간 온화하게 바뀌며 말했다.“그날 아침에 헛걸음하게 했네요. 날 위해 만든 도시락을 낭비하게 해서 미안해요. 그래도 나 몰라라 할 수는 없잖아요.”그러자 소만리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가소롭다는 듯이 웃어 보였다.기모진, 넌 내가 애걸복걸하면서 막다른 골목에 있었을 때 나를 잡아준 적이 있었니?너는 눈을 크게 뜨고 내가 고통받는 걸 보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나한테 칼을 더 댔지.“천미랍 씨, 질투하는 건가요?”순간, 그가 이 말을 하는 것이 들려왔다.소만리는 가슴이 떨려왔고 이내 대수롭지 않은 듯 웃어 보였다.“모진 씨, 못 봤어요?”그녀가 옆에 서 있는 염염을 가리키며 말을 이어갔다.“저와 묵비 씨 사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2-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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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8장

“두 살, 알고 지낸 지 3년?”기모진이 눈썹을 찌푸린 채 소만리를 주시하며 말했다.“그럼 두 사람이 막 만났을 때, 사귀었단 거네요?”“저랑 묵비 씨 둘 다 첫눈에 반했다고 볼 수 있죠. 제가 그 사람 곁에 있으면서 아이를 낳는 게 무슨 문제라도 있는 건가요?”소만리의 대답은 어떠한 주저함 없이 매우 명쾌했다.기모진은 가슴이 뛰며 이미 흩어진 의심이 다시 솟구쳤다.“모진아!”순간, 소만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소만리는 눈을 돌려 소만영이 초조한 얼굴을 한 채 달려오는 걸 보았고, 서로 눈길을 주고받았을 때 소만영의 얼굴에는 불쾌함과 분노가 역력했다.비를 흠뻑 맞았던 그날에 비해 소만영의 얼굴은 훨씬 더 좋아 보였다. 그녀는 기모진의 옆으로 뛰어와 기모진이 소만리의 손을 붙잡고 있는 걸 보자 눈살을 찌푸리곤 이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기모진을 보며 말했다.“모진아, 군이가 안 보여!”기란군이 사라졌다고?소만리의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하며 극도로 불안해 하기 시작했지만 표정에서는 드러나지 않았다.하지만 소만리는 알고 있었다. 소만영의 가식적인 걱정스럽다는 얼굴을 제외하고 기모진 역시 매우 담담했다.마치 기란군과 기모진이 부자 사이가 아닌 것 마냥 말이다.“분명 이 부근에 있을 거야. 너무 걱정하지 마.”기모진이 담담하게 말을 하며 그제야 소만리의 손을 놓아주었다.“모진 씨, 그래도 빨리 찾으러 나서는 게 좋겠어요, 여긴 사람이 많아서 인신매매 상인 같은 사람들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요. 기란군은 모진 씨의 유일한 아이니까 정말로 잃어버리면 상심이 클 거예요.”“네가 말 안 해도 알아!”소만영은 퉁명스러운 얼굴을 하고 소만리를 바라보며 말했다.“군이는 내가 모진이를 위해서 낳은 유일한 혈육이야. 모진이는 당연히 지금 엄청 걱정......”“그 아이는 내 유일한 혈육이 아니야.”“......”소만영이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기모진이 그녀의 말을 끊으며 말했고, 그의 이 한마디는 소만리가 방금 한 말에 대답하는 듯했다.소만리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2-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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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9장

소만리는 문득 무엇인가 생각이 난 듯, 황급히 몸을 돌려 한 방향으로 빠르게 뛰어가기 시작했다.날은 이미 어두워졌고, 가로등에 불빛이 켜졌다. 텅 빈 공원은 낮에 시끌벅적하고 즐거운 분위기가 다 사라지고 없었다. 그저 나뭇가지가 바람에 스쳐 부스럭거리는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모진아, 이제 어떡하지? 란군이 누군가에게 납치된 게 틀림없어.”이때, 소만영이 겁에 질린 얼굴을 한 채 기모진의 옆에 찰싹 달라붙은 채로 말했다.“모진아, 난 군이를 잃을 수 없어. 내 유일한 아이라고!”그녀는 ‘유일’이란 단어를 강조했고, 이 말을 듣고 냉담해진 기모진의 얼굴을 미처 보지 못했다.그가 막 입을 열어 말하려고 하자, 석양에서 낯익은 모습이 어렴풋이 스쳐 지나갔다.“먼저 돌아가, 난 마저 처리할 일이 있어.”기모진은 말을 돌리며 크게 걸음을 내디뎠다.“모진아, 모진아.”소만영이 기모진을 불렀지만 그는 무시한 채 계속해서 걸었다.소만리는 자신의 직감과 추측을 의지하며 으슥한 곳을 몇 군데 더 찾아본 뒤, 마침내 인공산의 뒤편에서 기란군을 발견했다.가로등의 불빛은 매우 희미하게 인공산의 동굴을 비추고 있었고, 기란군은 여린 팔로 자신의 작은 몸을 감싸 안고 웅크려 앉아 있었다.소만리는 이 장면을 보자 가슴이 시큰거렸다.특히 기란군이 머리를 파묻고 어깨를 떨며 두려워하는 모습은 그녀의 가슴을 내리친 듯 아프게 했다.소만리는 주저하지 않고 재빨리 기란군에게로 뛰어갔다.“군아.”그녀가 기란군을 불렀고, 기란군이 두려워 떨던 어깨가 차분해지는 게 보였다.“군아, 나 미랍 누나야.”소만리는 아이의 곁에 다가가 무릎을 꿇고 앉아서 손을 들어 그의 작은 머리를 조심스럽게 쓰다듬었다.기란군은 창백해진 얼굴을 천천히 들었고, 공포에 질린 큰 눈은 갑자기 나타난 소만리를 보자 눈물이 고여왔다.“미랍 누나...”“응, 나야.”소만리는 안타까운 듯 기란군을 바라보았고, 손을 내밀어 작은 몸을 자신의 품에 안았다.늦여름 밤에 서늘한 바람이 불어왔고, 소만리
last updateLast Updated : 2022-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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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0장

소만리가 말을 하며 몸을 돌렸다.“또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건 기란군을 데리고 병원에 가 보세요. 그럼 먼저 가 볼게요.”“기란군은 제 유일한 아이가 아니에요.”?그녀의 뒤에서 기모진은 이상한 해명을 했고, 이 말은 그가 오후에도 했었던 말이었다.소만리는 걸음을 멈추고, 기모진이 가까워지는 걸 느꼈다.“전 딸이 하나 더 있어요.”“......”소만리의 가슴이 빠르게 뛰기 시작하며, 그녀의 아름다운 눈에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오후에 한 말들이 그를 의심하게 만든 건가? 아니면 이 반나절 동안 그가 무엇을 알아낸 것인가? 소만리가 이런 걱정스러운 생각들을 할 때, 기모진의 목소리가 귓가에 스쳤다.“제 전 부인이 낳은 딸이에요.”“......”그의 말을 들은 소만리의 눈이 커지며 가슴이 저려왔다.“그래요?”그녀가 담담하게 웃으며 고개를 돌려 그와 눈을 마주치며 반문했다.“그럼 그 아이는요?”기모진이 소만리의 눈을 바라보며 종잡을 수 없는 웃음을 지어 보이며 대답했다.“죽었어요.”“......”“이 냉혈한 아버지의 손에 죽었죠.”“......”소만리는 주체할 수 없이 주먹을 불끈 쥐고는 담담하게 웃었다. “모진 씨는 농담도 잘하네요. 이 세상에 어떤 아버지가 자신의 친자식을 죽일 수 있겠어요.”그녀는 손목시계를 한 번 쳐다보고는 다시 말했다.“전 묵비 씨가 걱정해서 이젠 정말로 가야겠어요.”소만리는 말을 끝내자마자 몸을 황급히 돌렸고, 그녀의 얼굴에 있던 웃음기가 완전히 사라지며 헤아릴 수 없는 아픔이 그녀의 마음속에 찾아왔다.소만리는 입술을 꽉 깨물고 울지 않으려 노력했다.그러나 기모진에 의해 처참히 당한 아이를 떠올리자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기모진은 2층에 서 있었고, 소만리가 황급히 나가는 것을 보자 휴대폰을 꺼내 육경에게 전화를 걸었다.“천미랍의 자료를 다시 구체적으로 조사해봐. 기묵비의 3년 동안의 행적도 빠지지 말고 조사하고. 새로운 소식이 있으면 바로 보고해.”육경은 지시를 받자마자 즉시 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2-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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