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만리는 어리둥절해하는 기모진을 보면서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 그저 시간이 좀 흐른 뒤, 복잡한 눈을 한 채로 그녀를 한 번 쳐다보고는 소만영의 앞으로 빠르게 걸어갔다.그는 웅크리고 앉아 의식을 잃은 것 같은 소만영을 자신의 품으로 끌어당겼다.“만영아, 만영아, 일어나 봐.”그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조심스럽게 소만영의 뺨을 두드리며 말했다.소만리는 도시락을 들고서 문 앞에서 그 장면을 가소롭다는 듯이 입꼬리를 올리며 바라보고 있었다.기모진, 역시 날 실망시키지 않는구나.너는 여전히 소만영을 이렇게 의식하고 있었어. 설령 이 여자가 그런 극악무도한 일을 했었더라도 아직 넌 그녀를 사랑하는구나?그때 기모진의 품 안에 안겨 있던 소만영이 천천히 두 눈을 뜨기 시작했고, 눈가엔 눈물을 머금고 처량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모진아, 잘못했어. 내가 정말 잘못했어. 제발 날 안 떠나면 안 돼?”“모진아, 잊었어? 네가 날 평생 보살펴주고, 잘해준다고 했잖아. 내 이번 생에 유일한 소원이 너와 결혼해서 영원히 네 곁에 있는 거였는데……”소만영의 말을 듣고 있던 소만리는 도시락을 들고 있던 손가락을 구부렸다.기모진의 낯빛이 무거워 보였고 무엇을 읊조리는 듯 미간을 찌푸리고 있는 것을 소만리가 보았다.“모진 오빠, 천리 한 번만 용서해주면 안 돼? 이제부터 다 네 말 들을게.”소만영이 자신을 천리라고 칭하고 모진 오빠라고 부르며 기모진을 다정하게 쳐다보았다.그녀의 연기력은 날이 갈수록 늘어나는 듯했다. 소만리 마저도 가슴이 시큰거릴 정도니 말이다.“말 너무 많이 하지 마. 열이 좀 나는 것 같네. 병원에 데려다줄게.”기모진은 담담한 말투로 말하며 소만영을 부축해 일으켰다.그러자 소만영이 느닷없이 그를 껴안으며 말했다.“모진아, 날 용서해 주지 않는 거야? 날 용서 안 해주면 난 그냥 죽는 게 나을 거야……”기모진이 인상을 찌푸리며 대답했다.“그런 말 하지 마.”그가 괴로운 듯 한숨을 내쉬며 소만영을 일으켰다.
물고기가 낚시에 걸린 이상 실을 끊는 것은 시간문제이다.일요일.소만리와 기묵비는 오늘 염염을 데리고 어린이 공원에서 놀기로 했다.비록 염염은 기묵비의 친딸이 아니지만 기묵비는 염염을 매우 예뻐했다.소만리가 임신하고 출산하기까지 그는 항상 그녀 곁에서 그녀를 보살폈고, 염염이 세상에 나오자 그의 배려는 이전보다 더 깊어졌다.기묵비는 쉽게 쟁취할 수 없는 완벽한 남자였다.그러나 소만리는 그녀가 그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또한 기묵비와 남녀 사이의 애정으로 얽히고설키는 것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빠빠, 저 토끼 가지고 싶어요.”염염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소만리를 생각의 굴레에서 빠져나오게 했다.그녀는 염염이 기묵비에게 안겨 애교를 부리며 작고 귀여운 손가락으로 토끼 풍선을 가리키는 것을 보았다.“빠빠, 사줄 거예요?”기묵비는 사랑스럽다는 눈빛으로 염염을 바라보며 대답했다.“우리 여온이가 갖고 싶다는데 당연히 아빠가 사줘야지!”그는 농담 섞인 말투로 말하며 염염을 안아 들고 풍선 가게로 향했다.기묵비는 염염의 별명보다는 본명을 부르는 경우가 더 많았다.“빠빠 최고, 염염이는 빠빠가 제일 좋아!”염염은 애교 섞인 목소리와 함께 기묵비의 볼에 뽀뽀했다.소만리가 웃으며 뒤를 따랐고, 기쁨으로 가득 찬 아이의 웃는 얼굴을 보고 있자니 그녀는 아이에게 지어 준 이름이 매우 잘 맞는다고 생각했다.여온. 아이에게 무한한 따스함을 주고 싶었다.그녀는 아이가 자신처럼, 자신이 사랑했던 남자에게 버림받아 몸과 마음이 다치는 걸 원하지 않았다.그녀는 아이가 한 평생 따스하게만 자라길 바랬다.기묵비는 염염에게 풍선을 쥐어주고 염염이와 놀이기구를 몇 개 더 탔다.시간은 빠르게 흘러가 점심 먹을 때가 되었고, 염염은 기묵비의 손을 끌어당기며 눈앞에 보이는 만화 식당을 가리켰다.“빠빠, 염염이는 저거 먹고 싶어요, 저기 햄버거 엄청 커요!”“이렇게 잘 먹어서 나중에 살찌면 누가 좋아하겠어!”기묵비가 염염을 놀리며 말했다.염염이 순
익숙한 기운이 느껴졌을 때 소만영은 자신을 감싸 안은 사람이 누구인지 깨달았다.기모진이 어떻게 여기 있는 거지?기란군과 같이 놀러 온 건가? 기란군, 그 아이가 있다고?기란군이 신경 쓰인 소만리는 곧장 균형을 잡고 기모진의 품 안에서 빠져나왔다.“아저씨.”염염이 기모진을 향해 소리쳤고, 새하얗고 여린 얼굴에 웃음꽃이 피어나는 모습이 염염은 기모진에게 좋은 감정이 있는 듯했다.기모진의 얼음장 같은 얼굴에도 웃음기가 보이며 염염을 한 번 쳐다보곤 다시 소만리에게 시선이 향했다.“오늘 내가 집을 나온 게 좋았네.”“왜 요 며칠 전화를 받지 않은 거죠?”소만리가 고개를 치켜들고 살짝 웃으며 말했다.“죄송해요, 모진 씨. 요 근래 묵비 씨와 아이랑 같이 있느라 지루한 전화에 대응할 시간이 없었어요.”“지루한 전화?”기모진의 눈썹이 찡그려지며 소만리가 염염의 손을 잡고 돌아서려는 것을 보자 손을 뻗어 그녀의 팔을 잡아당겼다.그러자 소만리가 걸음을 멈추고 말했다.“모진 씨, 놔주실래요? 만영 씨가 또 보고 질투할까 봐 무섭네요. 전 다시 그 사람에게 맞을 생각이 없어요.”기모진은 소만리의 굳은 얼굴을 보았고, 눈부신 햇살이 그녀의 백옥 같은 얼굴을 비추자 그녀의 얼굴이 환하게 빛났다.그날을 떠올리자 기모진의 눈빛이 순간 온화하게 바뀌며 말했다.“그날 아침에 헛걸음하게 했네요. 날 위해 만든 도시락을 낭비하게 해서 미안해요. 그래도 나 몰라라 할 수는 없잖아요.”그러자 소만리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가소롭다는 듯이 웃어 보였다.기모진, 넌 내가 애걸복걸하면서 막다른 골목에 있었을 때 나를 잡아준 적이 있었니?너는 눈을 크게 뜨고 내가 고통받는 걸 보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나한테 칼을 더 댔지.“천미랍 씨, 질투하는 건가요?”순간, 그가 이 말을 하는 것이 들려왔다.소만리는 가슴이 떨려왔고 이내 대수롭지 않은 듯 웃어 보였다.“모진 씨, 못 봤어요?”그녀가 옆에 서 있는 염염을 가리키며 말을 이어갔다.“저와 묵비 씨 사이
“두 살, 알고 지낸 지 3년?”기모진이 눈썹을 찌푸린 채 소만리를 주시하며 말했다.“그럼 두 사람이 막 만났을 때, 사귀었단 거네요?”“저랑 묵비 씨 둘 다 첫눈에 반했다고 볼 수 있죠. 제가 그 사람 곁에 있으면서 아이를 낳는 게 무슨 문제라도 있는 건가요?”소만리의 대답은 어떠한 주저함 없이 매우 명쾌했다.기모진은 가슴이 뛰며 이미 흩어진 의심이 다시 솟구쳤다.“모진아!”순간, 소만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소만리는 눈을 돌려 소만영이 초조한 얼굴을 한 채 달려오는 걸 보았고, 서로 눈길을 주고받았을 때 소만영의 얼굴에는 불쾌함과 분노가 역력했다.비를 흠뻑 맞았던 그날에 비해 소만영의 얼굴은 훨씬 더 좋아 보였다. 그녀는 기모진의 옆으로 뛰어와 기모진이 소만리의 손을 붙잡고 있는 걸 보자 눈살을 찌푸리곤 이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기모진을 보며 말했다.“모진아, 군이가 안 보여!”기란군이 사라졌다고?소만리의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하며 극도로 불안해 하기 시작했지만 표정에서는 드러나지 않았다.하지만 소만리는 알고 있었다. 소만영의 가식적인 걱정스럽다는 얼굴을 제외하고 기모진 역시 매우 담담했다.마치 기란군과 기모진이 부자 사이가 아닌 것 마냥 말이다.“분명 이 부근에 있을 거야. 너무 걱정하지 마.”기모진이 담담하게 말을 하며 그제야 소만리의 손을 놓아주었다.“모진 씨, 그래도 빨리 찾으러 나서는 게 좋겠어요, 여긴 사람이 많아서 인신매매 상인 같은 사람들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요. 기란군은 모진 씨의 유일한 아이니까 정말로 잃어버리면 상심이 클 거예요.”“네가 말 안 해도 알아!”소만영은 퉁명스러운 얼굴을 하고 소만리를 바라보며 말했다.“군이는 내가 모진이를 위해서 낳은 유일한 혈육이야. 모진이는 당연히 지금 엄청 걱정......”“그 아이는 내 유일한 혈육이 아니야.”“......”소만영이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기모진이 그녀의 말을 끊으며 말했고, 그의 이 한마디는 소만리가 방금 한 말에 대답하는 듯했다.소만리와
소만리는 문득 무엇인가 생각이 난 듯, 황급히 몸을 돌려 한 방향으로 빠르게 뛰어가기 시작했다.날은 이미 어두워졌고, 가로등에 불빛이 켜졌다. 텅 빈 공원은 낮에 시끌벅적하고 즐거운 분위기가 다 사라지고 없었다. 그저 나뭇가지가 바람에 스쳐 부스럭거리는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모진아, 이제 어떡하지? 란군이 누군가에게 납치된 게 틀림없어.”이때, 소만영이 겁에 질린 얼굴을 한 채 기모진의 옆에 찰싹 달라붙은 채로 말했다.“모진아, 난 군이를 잃을 수 없어. 내 유일한 아이라고!”그녀는 ‘유일’이란 단어를 강조했고, 이 말을 듣고 냉담해진 기모진의 얼굴을 미처 보지 못했다.그가 막 입을 열어 말하려고 하자, 석양에서 낯익은 모습이 어렴풋이 스쳐 지나갔다.“먼저 돌아가, 난 마저 처리할 일이 있어.”기모진은 말을 돌리며 크게 걸음을 내디뎠다.“모진아, 모진아.”소만영이 기모진을 불렀지만 그는 무시한 채 계속해서 걸었다.소만리는 자신의 직감과 추측을 의지하며 으슥한 곳을 몇 군데 더 찾아본 뒤, 마침내 인공산의 뒤편에서 기란군을 발견했다.가로등의 불빛은 매우 희미하게 인공산의 동굴을 비추고 있었고, 기란군은 여린 팔로 자신의 작은 몸을 감싸 안고 웅크려 앉아 있었다.소만리는 이 장면을 보자 가슴이 시큰거렸다.특히 기란군이 머리를 파묻고 어깨를 떨며 두려워하는 모습은 그녀의 가슴을 내리친 듯 아프게 했다.소만리는 주저하지 않고 재빨리 기란군에게로 뛰어갔다.“군아.”그녀가 기란군을 불렀고, 기란군이 두려워 떨던 어깨가 차분해지는 게 보였다.“군아, 나 미랍 누나야.”소만리는 아이의 곁에 다가가 무릎을 꿇고 앉아서 손을 들어 그의 작은 머리를 조심스럽게 쓰다듬었다.기란군은 창백해진 얼굴을 천천히 들었고, 공포에 질린 큰 눈은 갑자기 나타난 소만리를 보자 눈물이 고여왔다.“미랍 누나...”“응, 나야.”소만리는 안타까운 듯 기란군을 바라보았고, 손을 내밀어 작은 몸을 자신의 품에 안았다.늦여름 밤에 서늘한 바람이 불어왔고, 소만리
소만리가 말을 하며 몸을 돌렸다.“또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건 기란군을 데리고 병원에 가 보세요. 그럼 먼저 가 볼게요.”“기란군은 제 유일한 아이가 아니에요.”?그녀의 뒤에서 기모진은 이상한 해명을 했고, 이 말은 그가 오후에도 했었던 말이었다.소만리는 걸음을 멈추고, 기모진이 가까워지는 걸 느꼈다.“전 딸이 하나 더 있어요.”“......”소만리의 가슴이 빠르게 뛰기 시작하며, 그녀의 아름다운 눈에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오후에 한 말들이 그를 의심하게 만든 건가? 아니면 이 반나절 동안 그가 무엇을 알아낸 것인가? 소만리가 이런 걱정스러운 생각들을 할 때, 기모진의 목소리가 귓가에 스쳤다.“제 전 부인이 낳은 딸이에요.”“......”그의 말을 들은 소만리의 눈이 커지며 가슴이 저려왔다.“그래요?”그녀가 담담하게 웃으며 고개를 돌려 그와 눈을 마주치며 반문했다.“그럼 그 아이는요?”기모진이 소만리의 눈을 바라보며 종잡을 수 없는 웃음을 지어 보이며 대답했다.“죽었어요.”“......”“이 냉혈한 아버지의 손에 죽었죠.”“......”소만리는 주체할 수 없이 주먹을 불끈 쥐고는 담담하게 웃었다. “모진 씨는 농담도 잘하네요. 이 세상에 어떤 아버지가 자신의 친자식을 죽일 수 있겠어요.”그녀는 손목시계를 한 번 쳐다보고는 다시 말했다.“전 묵비 씨가 걱정해서 이젠 정말로 가야겠어요.”소만리는 말을 끝내자마자 몸을 황급히 돌렸고, 그녀의 얼굴에 있던 웃음기가 완전히 사라지며 헤아릴 수 없는 아픔이 그녀의 마음속에 찾아왔다.소만리는 입술을 꽉 깨물고 울지 않으려 노력했다.그러나 기모진에 의해 처참히 당한 아이를 떠올리자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기모진은 2층에 서 있었고, 소만리가 황급히 나가는 것을 보자 휴대폰을 꺼내 육경에게 전화를 걸었다.“천미랍의 자료를 다시 구체적으로 조사해봐. 기묵비의 3년 동안의 행적도 빠지지 말고 조사하고. 새로운 소식이 있으면 바로 보고해.”육경은 지시를 받자마자 즉시 실
육경은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기묵비는 경도에서 쭉 자신의 회사와 사업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3년 전에 돌연 회사를 내놓았고 F국으로 갔습니다.”“이 3년 동안, 기묵비는 F국에 주로 머물렀고 거의 그곳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그와 천미랍은 비행기 안에서 서로 첫눈에 반했다고 들었는데 말이죠.”F국.기모진은 천미랍 또한 F국 국적이라고 알고 있었지만 외형상으로는 절대로 순수한 F국 사람은 아닌 것 같았다.전화를 끊고 기모진은 다시 한번 자세히 자료를 꼼꼼히 살펴보았다.천미랍에 관한 자료는 여전히 의심의 여지가 없어 보이지만 기묵비의 자료를 보자 그는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사건을 발견했다.3년 전 그날, 소만리의 차가운 몸은 그의 품에 안겨 숨이 끊겼고, 영원히 그의 세상에서 떠나 버렸다.그러나 똑같은 날에, 기묵비가 경도를 떠나 F국으로 향한 행적이 그의 출입국 자료에 나타나 있었다.그날 소만리는 죽었고, 기묵비는 아무런 조짐도 없이 경도를 떠났다.우연의 일치인 것일까?그는 궁금증을 안고 기란군을 깨워 씻긴 후 유치원으로 향했다.기모진은 차를 몰면서 백미러를 통해 도통 말을 하지 않는 기란군을 쳐다보며 어젯밤에 소만리가 기란군을 병원에 데리고 가라고 한 말을 떠올렸다.“기란군, 어디 불편한 데 있니?”기모진이 물었다.그러자 고개를 숙이며 책가방을 안고 있던 기란군이 까만 눈동자를 굴리며 천천히 고개를 저어 보였다.기모진이 눈살을 찌푸렸다.그가 알던 기란군은 이렇게 답답한 성격이 아니었다. 기란군은 그 당시에 매일 아빠를 부르며 활발하고 천진난만한 아이였는데 말이다.하지만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아이는 아빠를 부르는 일이 없었고, 아이와 점차 멀어지기 시작했다.기모진은 더 이상 물어보지 않았다. 실은 그는 이에 대한 답변을 이미 알고 있었다.그는 자신이 사실 얼마나 소만리를 좋아하는지 알아차린 그날부터, 많은 사람과 일들이 그에게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기모진은 기란군을 유치원에 내
기여온이 소만리와 판박이인 눈썹을 들썩이며 그에게 인사했다.그러자 기모진이 허리를 구부리고 손을 들어 조심스럽게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염염아 안녕, 나는 기란군의 아빠야.”“염염이는 기억하고 있어요.”아이는 반짝이는 눈동자를 깜빡이며 물었다.“저랑 놀아주려고 오신 거예요?”기모진이 온화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주머니에서 작은 인형을 꺼냈다.“난 란군이를 유치원에 데려다주려고 왔다가 염염이도 보려고 왔어. 자, 이거 가지렴.””와, 귀여운 토끼다.”염염은 완전히 이 작고 귀여운 인형에 정신이 팔렸다.기모진은 이때를 틈타 염염의 머리에서 머리카락 한 올을 뽑아냈다.눈앞에 있는 천진난만한 얼굴을 보고 있자니 그의 마음속은 너무나 큰 기대와 열망으로 가득 찼다.이루 다 말할 수 없는 심정으로 기모진은 어느 검정기관을 찾았고, 그의 관계를 이용해 절차를 빨리 밟을 수 있었다.직원은 그에게 빠르면 8시간 안에 DNA 검사 결과가 나온다고 말해 주었다.DNA 감정 기관을 나선 후, 기모진은 차를 몰고 기묵비의 회사 로비로 향했다.그는 잠시 주저한 뒤, 결국엔 차를 타고 떠났다.만약 기묵비가 정말 소만리를 숨기는 것을 돕고 있다면 그는 기묵비에게 무엇을 물어도 원하는 답변을 받지 못할 것이다.그는 이 8시간이 몹시 견디기 힘들었다.소만리는 회사 이메일을 받자 회사의 2주년 파티 계획을 세우느라 바쁘게 종일을 보낸 뒤, 염염을 데리러 가려고 나오자 기모진의 차가 입구에서 멈춰 서 있는 것을 발견했다.어제 기모진과의 대화를 생각하자, 소만리는 몇 초 동안 재빨리 자신의 감정을 추슬렀다.“모진 씨? 또 시간이 남아서 절 찾아오신 건가요?”소만리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물었고, 기모진이 조금 다른 시선으로 자신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것을 느끼자 그녀는 침착하게 그를 바라보며 다시 물었다.“모진 씨, 왜 그렇게 절 보고 있어요? 제 얼굴에 뭐라도 묻었나요?”그러자 기모진이 그녀의 앞으로 다가와 종잡을 수 없는 기운을 내뿜으며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