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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가 사랑한 여인의 모든 챕터: 챕터 1741 - 챕터 1750

2479 챕터

1741장

남연풍은 여자의 손이라는 걸 직감적으로 알았다.그녀는 멍하니 눈을 들어 앞을 보다가 깨끗하고 큰 눈을 마주쳤다.“의사 선생님이 몸조리 잘해야 회복도 잘 된다고 하셨으니 푹 쉬세요.”초요는 부드러운 말투로 남연풍을 조심스럽게 일으켜 주었다.남연풍이 몸을 일으키며 바로 냉소를 날렸다.“어느 돌팔이 의사 말이야? 지금 내 상황이 회복될 수 있을 것 같아? 기본적인 판단도 못하는 의사가 무슨 의사야?”남연풍은 아픔을 꾹 참으며 빈정거렸다.“잘난 척하는 돌팔이들은 그런 말을 하면서 선의의 거짓말이네 어쩌네 하지? 나한테는 그런 가증스러운 선의 따위 필요 없어. 장애가 있으면 그냥 장애인이 되는 거야! 얼굴이 망가지면 그냥 망가진 거야! 완쾌될 가능성은 전혀 없어!”남연풍의 자포자기하는 모습을 보며 초요는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물론 당신 말도 맞을 수 있어요! 이 세상에는 실력없는 돌팔이 의사들도 많지만 명실상부한 좋은 의사들도 많아요. 사택 선배는 좋은 의사예요. 게다가 당신 친동생이구요. 그를 믿어야 해요 그가 반드시 당신을 예전처럼 회복할 있도록 도와줄 거예요.”“입 다물어!”남연풍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초요의 말을 끊었다.“네가 뭔데 나한테 이런 쓸데없는 소리를 지껄이는 거야? 내가 의술을 모른다고 생각하니?”그녀는 시선을 돌려 아직 잠들어 있는 남사택을 힐끗 쳐다보았다.“쟤가 할 수 있는 건 나도 다 할 수 있어! 그렇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걸 쟤는 못 해. 난 지금의 내 상황을 너무도 잘 알고 있어. 허, 나도 속수무책인 일을 그가 무슨 수로 희망을 가져다줄 수 있겠어?”남연풍의 눈에 도도함이 비쳤다.초요도 마침내 남연풍의 마음속에 자리 잡은 응어리를 직접 느낄 수 있었다.부모에게 사랑받고 자랐다고 생각하는 동생을 이기고 싶은 의지가 무엇보다 강해 보였다.솔직히 말해서 그녀는 질투를 하고 있는 것이었다.하지만 그녀의 질투는 잘못된 오해에서 시작된 것이었다.“초요라고 했지?”남연풍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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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42장

남연풍은 힘껏 남사택의 손을 뿌리치며 말했다.“신경 쓰지 마.”“당연히 신경 안 써. 당신같이 남을 해치고 괴롭히는 사람이 독소에 시달린다고 해도 그건 자업자득일 뿐이야.”“...”“사택 선배.”“하지만 난 의사야. 의사의 사명은 사람을 구하는 일이라는 것을 잊지 않았어.”“...”남연풍은 그 말을 듣고 순간 멍해졌다. 그 아픈 고통도 순간 멈추어 버린 것 같았다.“허, 허허...”잠시 후 그녀는 고심하는 표정을 보이다가 끝내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그녀가 정신을 차렸을 때 남사택은 이미 병실에 없었고 초요만 옆에 서 있었다.“사택 선배 곧 올 거예요.”남연풍은 초요의 말을 듣는 둥 마는 둥했다. 이미 말할 힘도 없어 보였다.이 독소들은 그녀가 개발한 것이지만 사람 몸에 들어갔을 때 이렇게까지 큰 고통이 따를지는 그녀조차도 몰랐다.정말 너무 잔인한 고통이었다.“아...”남연풍은 고통을 참지 못하고 신음했다.그녀는 소만리가 이 고통을 어떻게 버텨냈는지 상상할 수조차 없었다. 자신은 더 이상 버티지 못할 것 같았다.하지만 그녀는 이대로 자신이 죽을 수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독소의 처음 세 단계는 사람의 몸을 괴롭힐 뿐이지만 네 번째 단계에 도달하면 사람의 마음을 모질게 괴롭히게 된다.그녀는 그때의 끔찍했던 기억, 그녀를 우울한 어둠 속에 밀어 넣었던 외롭고 차가운 날들을 다시 경험하게 될 것이다.“아...”네 번째 단계는 아직 오지도 않았는데 남연풍은 벌써부터 가슴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이 느껴졌다.그녀는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려고 애써 보았지만 쏟아지는 눈물은 어쩔 수 없었다.초요는 남연풍이 이렇게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고 조금이나마 위로해 보려고 애썼다.“조금만 참아요. 사택 선배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방법을 찾을 거예요.”“방법...”남연풍은 눈물로 얼룩진 두 눈을 붉히며 쓴웃음을 지었다.“이 독소는 내가 만든 거야. 나도 완전한 해독제를 만들지 못했는데, 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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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43장

초요는 이 광경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져서는 급히 소만리에게 다가갔다.“소만리 언니, 조심해요!”갑작스러운 기습에 미처 대비하지는 못했지만 소만리는 타고난 민첩함으로 남연풍의 손목을 잡아 뒤로 꺾으며 제지했다.“소만리 언니, 괜찮아요?”초요는 걱정스러운 듯 소만리에게 다가왔고 고개를 돌려 남연풍을 비난했다.“당신은 왜 자꾸 사람을 괴롭히려고 해요? 지금까지 오만 나쁜 짓은 다 해놓고 그걸로도 모자란 거예요? 네! 소만리 언니가 대체 무슨 잘못을 했길래 이렇게까지 해치려는 거예요!”남연풍은 치밀어 오르는 통증을 참으며 이를 악물고 소만리를 노려보았다.“왜 내가 저 여자를 자꾸 해치려 하냐구? 난 악랄하기 때문이야. 나는 피도 눈물도 없고 인간성이라고는 요만큼도 없는 도구니까! 하하하하”남연풍은 자조 섞인 웃음을 지으며 이를 악물고 소만리를 향해 불만을 터트렸다.“소만리, 당신 어떻게 나 같은 사람을 만났는지 정말 분하고 억울하지? 그냥 당신이 운이 나쁘다고 밖에 할 수 없어. 사람을 시켜 날 이 꼴로 만들다니! 누가 날 먼저 건드리라고 했어? 안 그래, 소만리?”남연풍의 말에 초요는 곤혹스러워하며 눈살을 찌푸렸다.“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예요? 당신이 이렇게 다친 게 소만리 언니랑 무슨 상관이 있어요? 당신이 갑자기 도로로 뛰쳐나와서 택시 기사가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부딪힌 거예요.”“허.”남여풍은 가소롭다는 듯이 웃었다.“소만리, 정말 뻔뻔하게 연기하는 것 좀 봐. 다른 사람들은 모두 당신이 다정하고 착한 여자인 줄 알지만 사실 당신은 나보다 더 악랄하고 음흉해!”소만리는 자신을 향해 퍼붓는 남연풍의 독설이나 눈빛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오히려 담담한 표정을 지으며 남연풍의 말을 이어받았다.“그래, 나도 음흉하고 악랄한 여자야. 그러니 안심해. 나도 당신을 이렇게 쉽게 죽게 내버려 두지는 않을 테니까. 왜냐하면 당신한테는 아직 내가 원하는 것이 있기 때문이야.”남연풍은 창백하고 메마른 입술을 오므리며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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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44장

소만리는 초요에게 당부의 말을 남기고 그 자리를 떠났다.그녀는 원래 남사택을 찾아가서 남연풍의 상황을 물어보고 싶었는데 자신에게 예상치 못한 사고가 일어날 뻔한 데다 지금은 상황이 아닌 것 같아서 그냥 돌아섰다.하지만 그녀와 기모진의 예상대로 남연풍을 납치한 사람의 목적은 남연풍이 소만리를 오해하게 만들려는 것임을 분명히 알았고 거의 달성에 가까워진 듯 보였다.이 사람이 누구인지 소만리의 마음속에 어느 정도 짚이는 인물이 있었다.병실 안.기모진은 지금 기여온에게 동화책을 읽어주고 있었다.어린아이는 아름다운 동화를 들으며 점점 꿈속으로 들어갔고 기모진은 아이의 볼에 가볍게 뽀뽀를 한 후 이불을 덮어준 다음 일어서려고 했다.그때 마침 소만리가 병실로 들어섰다.소만리와 기모진은 서로 눈짓을 주고받은 후 잠든 여온을 병실에 두고 조용히 병실 밖으로 나와 의자에 나란히 앉았다.“소만리, 거기 상황은 어때?”“내가 방금 가봤더니 마침 남연풍이 발작을 일으키고 있었어. 차에 부딪힌 부상까지 겹쳐 컨디션이 많이 안 좋아 보였어.”기모진은 소만리의 손을 잡고 그녀의 손에 깍지를 낀 채 사랑이 가득 담긴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소만리는 입술을 오므린 채 싱긋 웃으며 말했다.“우리 부부를 그렇게 비참하게 만든 사람을 동정하는 건 당연히 아니야. 그렇지만 남연풍이 개발한 독소의 성분을 정확히 알아내지 못한다면 난 아마 평생 고승겸에게 휘둘리며 살게 될지도 몰라.”“절대 그렇게 되지 않을 거야.”기모진이 확신에 가득 찬 표정으로 말하며 소만리의 손에 더욱 힘을 주었다.“소만리, 내가 아직 당신한테 말하지 않은 게 있어.”“무슨 일인데?”“남연풍에게 독소를 주사할 때 소량의 시료를 채취했어. 원래는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남사택에게 전달하려고 했었는데 이런 일이 생겨 버려서 아직 줄 기회가 없었어.”기모진의 말은 소만리를 깜짝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시료를 채취했으니 해독제를 만드는 것은 어렵지 않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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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45장

잡아먹을 듯한 남연풍의 얼굴을 무시한 채 담담하게 주사를 놓은 남사택은 남연풍에게 싸늘한 시선을 옮겼다.그는 남연풍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할 각도 없었고 논쟁하기도 싫었다.그는 침대 곁을 지키고 있는 초요를 바라보며 다정하게 말했다.“초요, 이제 당신은 들어가. 내가 여기 있으면 돼.”초요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그래도 내가 지키고 있을게요. 선배 오늘 너무 피곤했잖아요.”남사택은 담담한 눈빛으로 남연풍을 힐끗 쳐다보았다.“누가 날 이 여자와 혈연관계로 묶었을까.”남사풍은 지긋지긋한 남연풍과의 인연이 원망스러운 듯 말했다.“...”남연풍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초요는 남사택에게 좀 쉬라고 다시 권하고 싶었지만 남사택이 남연풍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을지도 모르니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럼, 내일 아침에 아침밥 가지고 올 테니 사택 선배도 일찍 쉬세요.”초요가 가방을 들며 말했다.남사택은 초요를 문 앞까지 배웅하며 당부의 말을 잊지 않았다.“조심해서 가.”초요가 떠난 후 남사택은 병실로 다시 돌아왔다.남연풍의 얼굴은 조금 전보다는 훨씬 좋아 보였다.그러나 독소는 이제 그녀를 괴롭히지 않았지만 얼굴에 난 상처와 두 다리는 쉽게 낫지 않았다.“당신 얼굴, 어떻게 다쳤냐고? 당신은 다리도 다쳤어.”남사택은 남연풍을 쳐다보지도 않고 냉담하게 물었다.남연풍은 가볍게 웃으며 침대에 몸을 기대며 말했다.“소만리, 그 여자가 날 이렇게 만들었어.”남사택은 잠시 어리둥절해하다가 눈을 들어 물었다.“지금 소만리가 당신을 이렇게 만들었다는 거야?”남사택의 반응을 본 남연풍은 경멸하는 눈빛이 가득한 채 웃으며 말했다.“넌 내가 네 친누나라는 건 기억하니?”남사택은 되물었다.“당신은 여기서 반성이나 잘 하고 있어. 그리고 난 장담할 수 있어. 소만리는 절대 당신한테 그런 일을 할 사람이 아니야.”남사택은 어느 때보다 진중한 말투로 남연풍을 향해 말한 후 뒤돌아서 병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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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46장

고승겸은 그동안 많은 풍파를 겪어와서 자신의 심정이 담담할 줄 알았다.그러나 그는 지금 매우 초조하고 불안했다.날이 밝을 때까지 그는 남연풍의 행방에 대해서 아무것도 듣지 못했다.고승겸은 혼자 찾아보기로 결심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때 갑자기 서재 문이 열렸다.여지경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고승겸은 여지경을 보며 의아하게 쳐다보며 물었다.“아니, 어떻게 경도에 오셨어요?”여지경은 고승겸이 묻는 말에 대답은 하지 않고 되물었다.“남연풍을 찾고 있어?”고승겸은 잠시 말을 잇지 못하다가 정신을 가다듬고 말했다.“네, 남연풍을 찾고 있어요.”“왜 그 여자를 찾아?”여지경의 얼굴이 일그러지며 말했다.“이런 여자는 일찍이 알아봤어야 하는 건데.”이런 여자.여지경이 남연풍을 향해 쏟아내는 언짢은 표현을 들으며 고승겸의 눈썹도 순간 일그러졌다.“승겸아, 아직도 그 여자를 걱정하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하지 마. 그때 그 여자가 한 짓을 생각하면 넌 절대 그 여자한테 감정이 있어선 안 돼.”여지경의 말에는 남연풍에 대한 강한 거부감과 혐오감이 가득했다.고승겸은 미간에 번져 있던 복잡한 감정을 거두었고 그의 잘생긴 얼굴은 순간 차갑게 굳어져 예전과 같이 얼음장처럼 냉담한 표정을 지었다.“난 이미 그 여자한테 아무런 감정이 없어요. 그 여자가 다시 내 앞에 나타나도록 허락한 것은 오직 복수를 위해서 일을 진행시키는데 필요했기 때문이에요. 그 여자는 내 일을 하기 위한 도구에 불과해요.”복수라는 두 글자를 듣고 여지경의 얼굴빛이 변했다.“이런 여자를 데리고 무슨 복수를 해?”여지경은 고승겸이 비이성적으로 행동하는 걸 보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감정의 마지노선을 건드리지는 않았다.“들어 보니까 그 여자가 사람한테 해로운 독소를 연구해서 불순한 의도를 가진 사람들에게 비싼 돈을 받고 팔았다고 그러더라. 승겸아, 다시는 그 여자와 왕래하지 마. 그때 그 여자가 스스로 먼저 떠났으니 너도 이제는 그 여자가 죽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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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47장

남연풍도 당연히 남사택의 뜻을 알아들을 수 있었지만 지금 그런 것까지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여자로서 자신의 얼굴이 망가지는 것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었다.그녀는 지금 두 다리에 감각이 없어 움직일 수 없었고 누군가 그녀를 부축해 거울을 볼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에 남사택이 건네준 손거울을 집어들 수밖에 없었다.거울을 보기 전에 남연풍은 오른쪽 뺨에 난 울퉁불퉁한 상처가 비록 보기 흉할지라도 직접 대면할 각오가 되어 있었다.그녀는 숨을 죽이고 거울을 눈앞에 가져갔다.비록 작은 손거울이었지만 그녀는 자신의 섬세하고 빈틈없는 외모는 온데간데없이 흉악하고 무서운 칼자국이 얼굴에 나 있는 것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남연풍은 눈이 휘둥그레졌고 한참 상처를 보고 있다가 난데없이 거울을 바닥에 내동댕이쳤다.“아니야!”설령 그녀가 이런 순간들을 이미 각오하고 있었다고 해도 도무지 받아들여지지가 않았다.남사택은 옆에서 냉담한 얼굴로 남연풍의 이런 행동을 외면하고 있었다.남연풍의 얼굴빛이 일그러지는 것을 보며 남사택은 침대 시트를 말없이 움켜쥐었다.그는 도저히 그녀의 얼굴을 만져볼 용기조차 나지 않았다.“남연풍, 이게 바로 당신이 저지른 업보야. 소만리가 이렇게 만들었다고 했었지? 그래, 정말 소만리가 그랬다고 해도 당신은 불평할 자격 없어.”“그들 부부를 어떻게 괴롭혔는지 생각해 봤어? 기모진과 소만리의 몸속에는 아직도 완전히 독소가 제거되지 않았어.”남사택은 따끔한 목소리로 꾸짖었다.남연풍은 한참 동안 멍하니 있다가 갑자기 피식하고 웃음을 터뜨렸다.“그래, 네 말이 맞아. 이건 내가 저지른 일에 대한 업보야. 자업자득이지.”남연풍은 눈시울이 붉어진 두 눈을 치켜뜨며 말했다.“남사택, 너도 그 무자비하고 의리 하나 없는 죽은 부부와 똑같아. 자기 가족을 이렇게 냉정하게 대하고 있잖아!”“난 네 친누나야. 그런데 지금 이런 내 모습을 보고도 넌 어떤 동정과 이해심도 관심도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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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48장

아침밥을 준비해 들고 막 병실 입구에 들어선 초요는 눈앞의 광경을 보고 말을 할까 모른 척할까 하다가 말을 하기로 했다.“사택 선배, 내가 한 가지 제안할 게 있는데, 선배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어요.”남연풍과 남사택은 동시에 고개를 들었다.초요는 천천히 걸어 들어오면서 말했다.“사택 선배 집이 넓고 거실도 계속 비어 있는 데다 사택 선배는 남연풍 씨의 주치의니까 같이 살면 선배가 환자의 병세를 살피는 데도 편하지 않을까 해요.”초요는 잠시 말을 멈추고 두 사람의 표정 변화를 살폈다.“그리고 남연풍 씨는 어쨌든 선배의 누나잖아요. 누나가 동생 집에 와서 사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니 사택 선배, 이렇게 해도 괜찮을 것 같은데 어때요?”남사택은 초요의 제안을 듣고 냉담한 표정으로 남연풍을 바라보며 비꼬았다.“이 여자가 아직도 내 누나라고 생각해?”“보아하니 넌 이 누나의 존재를 아주 원하지 않는 것 같은데. 남사택, 절대 네 뜻대로 되지 않을 거야.”남연풍이 남사택을 향해 이를 악물었다가 초요를 바라보았다.“나 좀 도와줘. 이따 퇴원하면 얘네 집에 가서 지낼 거야.”남연풍은 잠자코 서 있는 남사택을 힐끗 쳐다보며 말했다.“아니지, 잘못 말했어. 얘네 집이 아니라 그건 내 집이야!”남연풍의 말에 더 이상 남사택도 뭐라고 논쟁하기 귀찮았다. 그는 초요를 쳐다보다가 그대로 문 쪽으로 돌아섰다.“마음대로 해.”그는 무심하게 말을 던지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나갔다.초요의 옆을 스쳐 지나갈 때 남사택은 초요를 깊이 바라보았다.초요는 남사택과 마주 보며 싱긋 웃었다.남연풍이 남사택의 집에 들어온 사실을 소만리도 알게 되었다.그녀는 남연풍을 보러 가는 일에 서두르지 않았지만 기모진은 초조했다.그는 남연풍에게서 빼앗은 독소 시료를 남사택에게 건넸고 가능한 한 빨리 해독제를 개발하기를 바랐다.남사택도 최대한 빨리 하겠다고 결의를 다졌었다.남사택에게 있어서 이 일은 의사로서 사람을 구하고 싶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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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49장

고승겸은 전에 한 번 와 본 적이 있기 때문에 여기가 남사택의 집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다만 남연풍과 남사택의 사이가 좋지 않았고 그녀가 유독 동생을 싫어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녀가 여기 어떻게 머물게 되었는지 궁금했다.눈보라가 심한 바깥에 있다가 집 안으로 들어가자 따뜻한 기운이 고승겸의 온몸을 감쌌다.그는 어깨에 쌓인 눈을 툭툭 털어내고 안으로 들어갔다.초요는 남연풍에게 죽을 끓여주고 있다가 갑자기 누군가가 들어오는 발자국 소리를 듣고 얼른 눈을 들어 보았다.고승겸이 계단을 향해 걸어가고 있는 것이 보였다. 고승겸을 보자 초요는 경계심이 치솟았다.“고 선생님, 왜 남의 집에 함부로 들어오세요.”고승겸은 초요의 말을 듣고 거들떠보지도 않고 말했다.“그 여자가 위층에 있는 게 맞죠?”“여기 당신이 찾는 사람은 없어요. 나가 주세요.”초요의 태도는 매우 단호했다.그럼에도 고승겸은 초요의 말을 무시하고 계속 계단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거기 서세요!”초요는 급히 다가가 그의 앞을 막아섰다.“고승겸, 여긴 당신 집이 아니라고요. 당신이 오고 싶다고 올 수 있는 게 아니라고요.”그제야 고승겸은 눈꺼풀을 유유히 들어 올렸다.“내가 가고 싶은 곳이 있으면 아무도 날 막을 수 없어요.”“하지만 지금 여기는 개인 주택이에요. 주인의 동의 없이는 들어올 수 없습니다!”초요는 여전히 끝까지 맞섰다. 조금도 고승겸을 두려워하는 기색이 없었다.고승겸은 얼굴에 좀처럼 희로애락을 드러내지 않지만 그로서도 이 상황에선 미간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주인의 동의? 그 여자가 동의하지 않을 것 같아요? 이 집은 그녀 몫도 있잖아요? 아닌가요?”고승겸이 눈을 들어 위층을 바라보며 그녀가 누구인지 가리켰다.“그래도 허락했다는 말을 못 들었어요!”초요는 끝까지 막아섰다. 맑고 아름다운 눈동자에는 부러지지 않는 강인함이 담겨 있었다.방에서 침대에 기대어 쉬고 있던 남연풍은 아래층 대화가 똑똑히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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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50장

고승겸은 얼굴을 내리깔고 매우 불쾌한 표정으로 돌아섰다.이번에는 초요가 아닌 맑고 담대한 두 눈을 마주쳤다.“난 아직까지 누구를 때린 적 없어요. 당신이 그 첫 번째가 아니길 나도 바래요.”남사택은 날카로운 고승겸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고승겸은 남사택이 갑자기 돌아올 줄은 몰랐지만 그렇다고 해서 남연풍을 찾는 일을 그만둘 수는 없었다.물론 남사택도 그런 고승겸의 마음을 눈치채고 고승겸의 팔을 잡아당기며 놓지 않았고 초요에게 눈빛을 보냈다.초요는 순간 남사택의 눈짓을 알아차리고 즉시 위층으로 뛰어갔다.고승겸은 이를 보고 남사택에게서 벗어나려고 손을 뿌리쳐 보았지만 남사택은 더욱 강하게 그를 잡았다.결국 고승겸은 점잖고 우아한 귀공자의 모습을 유지할 수가 없었다.“남사택, 당신 아직 기회가 있어. 난 당신이랑 싸우고 싶지 않아.”고승겸은 깊은 눈동자로 남사택을 응시하며 말했다.고승겸은 엄청난 인내로 금방이라도 터져 나올 듯한 분노를 참고 있는 듯했다.하지만 남사택이 그런 것을 두려워할 사람이던가.“고승겸, 여긴 내 집이에요. 내 집에 당신이 들어오는 걸 난 환영할 수 없어요. 당장 여길 떠나지 않는다면 내가 당신을 때릴 수도 있어요.”“허.”고승겸은 비웃음을 날렸다.“당신도 싸우고 싶은 모양이니 내가 만족시켜주지!”초요가 침실 문 앞에 막 이르렀을 때 ‘펑’하는 소리가 갑자기 울렸다.그러나 그녀는 돌아볼 겨를이 없었고 방문을 열고 얼른 뛰어 들어갔다.방에 들어가 보니 침대 옆에 쓰러진 남연풍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당신이 저 남자를 피하기 위해 이런 바보 같은 짓을 했다는 거 알아요.”초요는 원망하듯 말했지만 다정하게 남연풍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있는 힘을 다해 그녀를 침대 위로 부축했다.그러나 남연풍은 사납게 초요를 밀치며 말했다.“이거 놔! 고승겸이 바로 올라올 거야! 난 여기 있고 싶지 않아. 빨리 날 옷장에 숨겨 줘. 빨리!”남연풍은 당황하여 어쩔 줄을 모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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