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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황제가 사랑한 여인: Chapter 1731 - Chapter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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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31장

기모진이 갑자기 고승겸과 타협하려고 했다.소만리는 고개를 돌려 딱딱하게 굳어 있는 남자를 바라보았다.그녀는 기모진의 이런 결단이 갑작스럽다고 생각하지 않았다.항상 그의 마음속에는 그녀를 아끼는 마음이 다른 무엇보다 우위에 있었기 때문이다.기모진의 말을 들은 고승겸은 입꼬리를 치켜세웠다. 고승겸이 듣고 싶은 대답이었다.“고승겸, 원하는 조건을 말해 봐.”기모진은 더 이상 참지 않고 고승겸에게 물었다.고승겸도 빙빙 돌리지 않고 원하는 것을 바로 말했다.“남연풍을 풀어줘.”소만리는 고승겸이 어렵고 무리한 요구를 할 줄 알았는데 그냥 남연풍을 풀어달라는 데 그칠 줄은 몰랐다.기모진도 고승겸의 요구가 잘 믿기지 않았지만 이런 조건이라면 기모진이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그가 남연풍을 잡아둔 궁극적인 목적은 해독제를 손에 넣는 것이었다.“그녀를 놓아줄 수는 있지만 해독제를 먼저 봐야겠어. 남연풍이 나한테는 완전한 해독제는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고 했거든. 당신이 정말로 진실을 말하고 있는 것인지 우선 내 눈으로 해독제를 확인해야겠어.”기모진은 매우 신중하게 접근했다.소만리의 건강과 관련된 일에 어떤 실수도 용납될 수 없었다.고승겸도 기모진이 이런 의심을 하는 이유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천천히 몸을 돌려 작은 냉장고 앞으로 가서 설정해 놓은 비밀번호를 눌렀다.소만리와 기모진은 서로를 쳐다보았고 고승겸은 냉장고에서 투명한 시약을 꺼냈다.이는 앞서 남연풍이 그들에게 준 시약과 똑같아 보였다.“남연풍은 당신들을 속이지 않았어. 완전한 해독제는 아직 없어. 이것은 반제품이야. 다음에 독소가 발작할 때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어.”완제품이 아닌 반제품이었다.기모진의 눈에는 실망의 빛이 스쳐 지나갔지만 반제품이라도 없는 것보다는 낫다.어쨌든 소만리가 발작을 일으켜 다시는 돌이켜 보기도 싫은 과거에 시달리는 것을 기모진은 두 눈 뜨고 지켜볼 수가 없었다.그는 고승겸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고승겸은 살짝 고개를 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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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32장

소만리의 말을 듣고 기모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그녀의 얼굴을 깊이 바라보기만 했다.하얀 눈이 점점 더 많이 내려 도로 위에 푹신한 이불을 덮어 놓았다.30분 후 기모진의 차는 남연풍을 잡아둔 곳에 도착했다.차에서 내린 소만리는 눈 위에 선명하게 그어진 두 줄기 자동차 바퀴에 시선을 빼앗겼다.이 집은 다른 집들과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단독주택이었기 때문에 웬만해선 아무도 지나다니지 않는다.누군가 일부러 차를 몰고 오지 않는 한 이런 자동차 바퀴 자국이 남기 쉽지 않다.“남연풍이 여기 갇혀 있군.”고승겸이 차에서 내리며 기모진에게 다가왔다.“앞장서.”서두르는 기색이 엿보였지만 고승겸의 얼굴은 여전히 담담하고 평온해 보였다.그러나 소만리를 걱정하는 마음으로 가득 찬 기모진은 눈 위에 그려진 선명한 바퀴 자국을 알아차리지 못했다.그가 대문을 열고 길을 안내했고 소만리도 따라가기 시작했다.“모진, 뭔가 좀 이상해.”소만리가 마음속에 품고 있던 의구심을 토로했다.“이상하다고? 뭐가?”기모진은 이해가 되지 않아 되물었지만 대문을 열자 분명 이상한 낌새가 느껴졌다.소만리의 의구심은 더욱 깊어졌다.그녀는 주위에서 풍기는 냄새를 조심스레 맡았고 금세 안색이 변했다.“분명 무슨 일이 생긴 것 같아!”소만리는 자신의 의구심에 힘주어 말하며 즉시 위층으로 뛰어가기 시작했다.기모진도 성큼성큼 그녀를 따라갔다.뒤따라오던 고승겸은 이 광경은 보고 더욱 의아해하며 덩달아 위층으로 달려갔다.“당신들 갑자기 왜 이래? 무슨 문제라도 있어?”고승겸이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물었고 곧이어 그의 시선이 눈앞의 방문 앞에 쏠렸다.그는 자물쇠가 부서진 채 누군가 발로 문을 세게 찬 흔적을 보았다.고승겸의 얼굴이 일순 일그러졌다.“남연풍이 여기 있어?”기모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소만리는 눈썹을 살짝 찡그렸다.“피비린내가 나.”소만리의 말에 기모진과 고승겸은 동시에 눈을 번쩍 떴고 고승겸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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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33장

기모진이 소리를 지르며 막았지만 고승겸은 굳게 결심했다.고승겸은 있는 힘을 다해 시약을 베란다 밖으로 던졌다.양쪽 다 원하던 결과를 얻지 못한 꼴이 되었다.그러나 기모진은 시약이 던져지는 것을 그냥 보고만 있지 않았다.그는 날아가는 시약의 방향을 향해 동시에 몸을 날렸다.이를 지켜보던 소만리의 심장이 순간적으로 얼어버리는 것 같았다.“안 돼, 모진!”소만리도 놀라 소리치며 달려갔다.그러나 그녀는 기모진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했고 기모진이 시약을 잡기 위해 베란다에서 뛰어내리는 것을 지켜보아야만 했다.“모진!”소만리는 급히 베란다 쪽으로 쫓아갔다.그녀는 아래를 내려다보다가 몸을 돌려 기모진을 찾으러 얼른 내려갔다.그런데 고승겸의 옆을 스쳐 지나가는 순간 갑자기 그가 손을 뻗어 소만리의 팔을 움켜쥐었다.“놔!”소만리는 화가 나서 몸부림쳤다. 고승겸은 불만에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당신들 남연풍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 도대체 어디에 숨겼어?”소만리는 의심에 가득 찬 고승겸의 눈을 당당히 마주 보았다.“고승겸, 잘 들어. 남연풍은 분명 여기 있었어. 여길 떠나기 전에 난 그녀에게 샤워를 하고 밥을 먹고 편하고 누워서 쉬라고 했어. 지금 남연풍한테 뭔가 일이 생긴 건 확실해. 그렇지만 그건 분명 다른 사람 짓이야! 내가 왜 당신 앞에서 연기를 해야 해! 설마 내 남편과 거래할 거라는 걸 미리 예상하고 손을 쓴 후에 여기 온 거 아니야?”소만리가 되묻는 말에 고승겸은 눈살을 찌푸렸다.그는 여전히 의심에 찬 눈빛으로 소만리를 쳐다보았지만 소만리의 팔을 잡은 그의 손은 눈에 띄게 느슨해졌다.소만리도 그 틈을 타 고승겸의 손을 뿌리치고 얼른 계단을 내려갔다.그녀는 곧장 베란다 바로 아래쪽 평지로 달려갔고 기모진이 그 자리에 쭈그리고 앉아 있는 모습을 보고 쏜살같이 그에게 달려갔다.“모진, 당신 괜찮아? 발 다친 거 아냐? 산비아에서도 베란다에서 뛰어내렸잖아. 아직 여기 상처도 남아 있는데 또 이렇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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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34장

기모진이 다급하게 재촉했고 소만리도 더 이상 캐묻지 않고 주머니 속에 있던 시약을 얼른 꺼내 그에게 건네주었다.기모진이 받자 마침 고승겸이 현관에서 나왔다.고승겸은 기모진과 소만리를 보자마자 곧장 다가왔다.그는 눈을 내리깔고 기모진 주변을 살펴보다가 부서진 시약통을 보고 쾌감을 느꼈고 동시에 그의 눈빛 속에 어둠은 더욱 짙어졌다.“기모진, 이게 현재 남아 있는 유일한 해독제인데 부서졌군. 앞으로 당신은 가장 사랑하는 여자가 괴로워하는 모습을 지켜봐야 할 거야. 남연풍을 풀어줘야만 해독제를 개발할 수 있어. 시간이 얼마 없어.”고승겸의 말을 들은 기모진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소만리도 따라 일어섰고 기모진의 외투에 묻은 눈을 가볍게 털어내며 굳은 표정으로 기모진의 발치에 부서져 있는 시약통을 보았다.“고승겸, 잘난 척하기는. 나와 소만리에 대해서 이미 조사해 봐서 알겠지만 난 내 아내의 안위를 가지고 모험을 하지 않아.”기모진은 고승겸에게 다가가 겨울바람보다 더 매서운 눈으로 고승겸을 쏘아보았다.기모진의 눈은 이글이글 불타올랐다.“솔직히 말하자면 난 처음부터 남연풍을 풀어줄 생각 없었어. 그녀를 풀어주지 않을 뿐만 아니라 지하실에 가둬두었어. 밤새 마시지도 먹지도 못했겠지.”고승겸은 갑자기 눈살을 찌푸리며 소리쳤다.“기모진!”“남연풍 그 여자는 그런 변태적인 걸 만들어서 우리 부부를 괴롭혔어. 내가 어떻게 그녀를 곱게 내버려 둘 수 있었겠어? 내가 그녀를 악랄하게 괴롭힌다고 해도 그녀는 마땅히 받아야 할 죄를 받는 것뿐이야.”“너!”고승겸이 입술을 오므리며 악에 받힌 듯 이를 갈았다.“내 말 아직 안 끝났어.”기모진은 냉담한 목소리로 고승겸의 말을 잘랐다.타오를 듯 그의 눈동자에 솟은 기세는 고승겸을 제압하고도 남았다.“내 아내가 옆에서 충고하지 않았더라면 난 그 여자를 절대 편한 침실에서 편하게 자게 놔두지 않았을 거야. 다른 사람의 생명을 한낱 실험 대상으로 여기는 악랄하고 비겁한 여자는 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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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35장

고승겸은 말을 마치고 홀연히 돌아섰다.소만리는 그런 고승겸의 단호한 뒷모습을 보며 마음이 불안해지기 시작했다.그녀는 눈밭에 쪼개진 시약통을 바라보며 가슴을 졸였다.기모진은 소만리가 불안해하는 모습을 보고 그녀의 손을 잡았다.그는 편안한 얼굴로 그녀를 위로했다.“소만리, 당신이 날 걱정하는 건 알지만 지금 당신 상황이 더 급해. 남사택만 있으면 난 독소가 발작해도 큰 문제는 없을 거야. 그렇지만 당신은 달라. 고승겸이 순순히 해독제를 내놓을 리 없어.”소만리는 기모진이 한 말에 확실히 일리가 있다는 것을 부인하지는 않았지만 부서진 시약통을 보니 불안한 마음을 지울 수가 없었다.고승겸이 떠난 후 소만리와 기모진은 다시 남연풍이 머물렀던 방으로 돌아왔다.바닥에 떨어진 것은 확실히 사람의 피였고 또 마른 정도로 보아 얼마 전에 일이 일어난 것 같았다.“모진, 누가 남연풍을 잡아갔을까? 남연풍을 잡아가는 게 그 사람에게 무슨 이득이 될까?”소만리가 의문스럽게 묻었으나 기모진은 바로 대답하지 않고 무슨 생각에 잠겼다가 되물었다.“소만리, 고승겸이 남연풍에 대해서 품은 감정이 도대체 뭐라고 생각해?”소만리는 잠시 생각하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사실 내가 보기엔 고승겸도 남연풍에게 남녀의 정이 좀 있는 것 같아.”“고승겸이 남연풍에게 애정이 있다는 뜻이야?”“응.”소만리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렇다고 생각해.”“내가 생각하기에도 그래. 고승겸이 남연풍을 장기판의 말로만 여기지는 않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기모진도 소만리의 말에 수긍하며 영민한 눈썹을 살짝 비틀었다.“누가 그랬는지 대충 알 것 같아. 이런 일로 일석이조의 효과를 볼 수 있는 사람은 딱 한 사람뿐이야.”기모진의 깊은 눈매가 예리한 눈빛으로 반짝이고 있었다.소만리는 기모진의 눈을 바라보면서 순간 그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알 것 같았다.이 일로 덕을 볼 수 있는 사람은 한 사람밖에 없어 보였다.그런데 정말 그 사람이 이런 일을 저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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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36장

지하실 안의 불빛은 너무 어두워서 남연풍은 지금 이 여자의 생김새를 정확히 볼 수 없었지만 여자의 표정이 얼마나 흉악할지는 충분히 상상할 수 있었다.“뭘 하려는 거야?”남연풍은 두 손을 번쩍 들어 뒤로 물러나려고 애썼다.남연풍은 이 여자가 자신을 괴롭히려고 하는 것은 두렵지 않았지만 자신의 얼굴에 상처가 생기는 것은 용납할 수 없었다.이것은 어떤 여자도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다.여자는 과도를 흔들며 거들먹거렸고 도도한 자태로 고개를 숙여 남연풍을 노려보았다.“남연풍, 내가 영원히 널 따라잡을 수 없고 널 대신할 수 없는 부분이 너한테 있다는 걸 알아. 그러니 내가 지금 바꿀 수 있는 건 오직 외적인 것뿐이야.”이 말을 들은 남연풍은 이 여자가 자신의 얼굴을 망가뜨릴 것이라는 확신이 강하게 들었다.남연풍은 자신이 지금 사력을 다해 저항하지 않으면 분명 얼굴에 되돌릴 수 없는 상처가 생길 것 같았다.그녀는 가만히 앉아서 죽음을 기다릴 수 없었다.여자가 칼을 들고 자신의 얼굴을 향해 덤비자 남연풍은 온 힘을 다해 여자를 밀어냈다.여자는 원래 남연풍이 저항할 힘이 하나도 없을 줄 알았다.그러나 예상과는 다르게 자신이 밀리며 바닥에 넘어졌고 손에 들고 있던 과도가 땅에 떨어지고 말았다.여자는 남연풍에게 욕설을 퍼부으며 급히 과도를 주우려고 손을 뻗었지만 남연풍은 재빨리 과도를 움켜쥐었다.형세가 역전될까 두려웠던 여자는 남연풍의 손을 덥석 누르며 두 사람이 맞붙었다.점점 남연풍은 체력이 떨어져 여자에게 밀리기 시작했다.두 사람은 과도를 사이에 두고 서로 엎치락뒤치락하다가 결국 날카로운 칼날이 여자의 손바닥을 스치고 지나갔다.“아!”날카로운 여자의 비명소리와 함께 화가 머리끝까지 오른 여자의 표독스러운 눈이 남연풍을 쏘아보았다.여자는 남연풍이 움켜쥐고 있던 과도를 홱 낚아채었고 눈빛이 들개처럼 변했다.“죽어!”여자는 칼자루를 힘껏 쥐고 날카로운 칼끝으로 남연충의 오른쪽 뺨을 휙 내리쳤다.“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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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37장

남연풍은 얼굴을 가리고 살을 에는 듯한 눈보라를 뚫고 허둥지둥 달려갔다.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린 붉은 피가 새하얀 눈밭에 뚝뚝 떨어졌다.마치 붉은 꽃송이가 눈 위에서 피어나는 것 같았다.자신이 얼마나 뛰었는지 어디로 뛰었는지 알지 못했던 남연풍은 점점 의식을 잃어가다가 완전히 의식을 잃을 무렵 도로로 뛰어들었다.그때 지나가던 택시 한 대가 뛰어들어오는 남연풍을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그대로 부딪히고 말았다.급브레이크를 밟은 운전자는 생각지도 못한 돌발 상황에 놀라 핸들을 잡고 그 자리에 얼어붙어 버렸다.“나와는 상관없는 일이야. 저 여자가 와서 부딪힌 거야. 난 아무 잘못 없어.”운전자는 끊임없이 되뇌었다.뒷좌석에 앉아 있던 남사택과 초요는 뜻밖의 상황을 보고 동시에 문을 열고 차에서 내렸다.의사로서 남사택은 부상자를 절대 그냥 죽게 내버려 둘 수가 없었다.단지 처음 차에서 내렸을 때는 단순한 실수로 길을 잘못 난입한 낯선 사람인 줄 알았는데 피투성이에 얼룩투성이인 얼굴을 똑똑히 마주하고 난 남사택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남연풍? 남연풍!”그는 연신 남연풍의 이름을 불렀지만 남연풍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남사택은 남연풍의 코끝에 손가락을 갖다 대었다.마치 실오라기 같은 약한 숨결을 확인한 남사택은 마음을 진정시켰다.그는 피투성이가 된 남연풍을 번쩍 안아 차에 태웠다.남사택을 뒤따라 초요도 차에 올라탔고 자리에 앉자마자 그녀는 남사택이 운전자를 향해 황급히 소리치는 것을 보았다.“당장 가까운 병원으로 가요. 빨리!”운전기사가 몇 초간 제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다가 남사택이 다그치는 소리에 바로 액셀을 밟고 가장 가까운 병원으로 향했다...이 시각 소만리와 기모진도 병원으로 돌아왔다.위청재는 링거를 꽂고 있는 기여온을 돌보고 있었다.기모진과 소만리가 들어오는 것을 본 위청재는 탁자 위의 분홍색 안개꽃을 가리키며 말했다.“아까 마스크를 쓴 남자가 여온이를 보러 왔는데, 아 글쎄 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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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38장

소만리는 남사택이 준 시약을 몸에 지니고 있지 않으니 왠지 안심이 되지 않았다.만약 기모진의 독소가 언제 또 발작이라도 한다면 그때는 어떻게 해야 할지 눈앞이 캄캄했다.그녀는 초조한 마음으로 남사택에게 전화를 걸어 보았지만 아무도 받지 않았다.아마도 남사택이 바쁜 게 아닐까 싶어 소만리는 잠시 후에 다시 전화를 시도해 보려고 했는데 바로 남사택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소만리가 전화를 받아보니 초요의 목소리가 저편에서 들려왔다.“소만리 언니, 저예요.”“초요, 지금 남사택과 같이 있어? 혹시 지금 전화 좀 바꿔줄 수 없어?”“소만리 언니, 지금 사택 선배는 전화받기가 좀 불편해요. 왜냐하면...”소만리는 전화기 너머로 초요가 하는 말을 듣고 있다가 갑자기 눈을 번쩍 떴다.기모진은 누군가와의 통화를 마치고 병실로 들어오다가 소만리의 안색이 이상한 것을 보고 성큼성큼 그녀에게 다가왔다.“소만리, 무슨 일이야?”“남연풍한테 사고가 났어.”소만리는 말을 하고 난 후 기모진의 손을 잡았다.“어머니, 저 이 사람이랑 잠깐 나갔다 올게요. 죄송하지만 여온이 좀 봐주세요.”위청재에게 인사를 건넨 후 소만리는 기모진의 손을 끌었다.“걱정하지 말고 가서 일 봐. 여기는 내가 알아서 할게.”위청재는 손사래를 치며 흔쾌히 답했다.위청재의 대답을 들은 소만리는 기모진의 손을 잡고 얼른 병실을 나왔다.“소만리, 어디 가는데?”“수술실 쪽으로 가야 해.”“수술실?”기모진이 의아한 듯 물었다. 머릿속에선 온갖 추측들이 난무했다.“남연풍이 거기 있어?”“그런 것 같아.”소만리는 고개를 끄덕였고 자신도 모르게 발걸음이 빨라졌다.잠시 후 그들은 수술실로 통하는 복도로 나왔다.소만리는 저 멀리 굳은 표정으로 의자에 앉아 있는 남사택을 보았다. 초요도 함께 있었다.소만리와 기모진이 다가오는 것을 보고 초요도 그들에게 다가왔다.“소만리 언니, 모진 오빠. 남연풍은 아직 수술실 안에 있어요. 아직 상황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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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39장

의사의 말을 들은 남사택은 마치 자신이 얼음 물에 잠긴 듯 심장이 얼어붙는 것 같았다.가슴은 순식간에 식어서 숨을 쉴 수조차 없었다.옆에서 듣고 있던 소만리는 남연풍이 이렇게 죽어가는 게 믿기지가 않아 물었다.“의사 선생님, 지금 도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소만리와 남사택이 함께 있는 것을 보고 의사는 자세히 설명했다.“현재로서는 자주적 행동 능력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여요. 남은 생애를 휠체어에서 보내야 할 것 같고 얼굴의 상처도 유난히 깊어 회복되기 힘들 것 같아요.”얼굴의 상처는 회복되기 힘들다.소만리는 어렴풋이 예전 자신의 모습이 떠올랐다.눈도 멀어 봤고 얼굴도 망가진 적이 있었다. 지금의 남연풍과 거의 같은 처지라 할 수 있었다.“이것이 지금 부상자의 현재 상황이에요. 재활을 잘 하면 좀 나아질 수는 있겠지만 아마도 오래 걸릴 것 같아요. 심지어 평생 그럴 수도 있어요.”“닥터 류, 고마워.”남사택은 의사의 말을 듣고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다.그가 말을 마치고 천천히 몸을 돌렸다. 그의 어깨가 유난히 축 쳐져 보였다.“소만리 언니, 모진 오빠. 저 사택 선배한테 가 볼게요.”초요는 소만리와 기모진에게 인사를 하고 난 후 바로 남사택의 뒤를 쫓았다.소만리는 눈을 들어 기모진을 바라보았다. 두 사람의 시선에 복잡한 심경이 가득 담겨 있었다.소만리도 남연풍의 현재 이런 처지와 최후가 업보인지 아닌지 알 수 없었지만 업보라고 한다면 그녀가 예전에 겪었던 것들은 뭐라고 말할 수 있을까?초요는 남사택을 따라 병원 아래층 정원으로 나왔다.눈은 하염없이 내리고 있었고 이미 바닥에는 눈이 곱게 쌓이고 있었다.남사택은 거친 눈보라 속에서도 조각상처럼 미동 없이 서 있었다.감정도 말도 아무것도 없었다.초요가 그에게 다가서려고 시도해 보았다.“사택 선배.”그녀가 큰소리로 그를 불렀고 남사택이 아랑곳하지 않을 줄 알았는데 그가 돌아섰다.“초요, 여기 추워. 먼저 들어가 있어. 나 혼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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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40장

”그녀의 다리가 치유될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지만 그녀의 얼굴은 아마 사택 선배한테 방법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이 말을 들었을 때 초요의 눈에서 빛이 났다.그녀는 남사택이 충분히 그럴 능력이 있다고 확신했다.그러나 초요의 말을 듣고 남사택은 잠시 침묵에 잠겼다.뭔가 골똘히 생각하던 남사택이 한참 지나 고개를 들었고 어디 흠결 하나 없이 잘생긴 그의 얼굴에 잔잔한 미소를 번지며 초요를 마주 보았다.“초요, 고마워.”“고맙다는 말은 우리 둘 사이에 너무 멋쩍어요. 사택선배는 나에게 있어 가족이나 마찬가지인 걸요. 가족끼리는 그런 말 안 하는 거예요.”가족.이 두 글자가 남사택의 귓가에 흘러들어오자 그는 기쁘면서도 한편으론 서운함을 느꼈다.그래도 역시 기쁜 마음이 훨씬 컸다.어쨌든 가족이라는 말도 보통 친구 사이가 아니라 남다른 존재라는 의미이기 때문이다.남연풍은 개인 병실로 옮겨졌다.그녀는 하루 종일 혼수상태에 빠져 있다가 한밤중이 되어서야 깨어났다.깨어났을 때 그녀의 첫 반응은 자신의 얼굴을 만지며 확인하는 것이었다.그녀는 힘겹게 손을 들어 조심스레 얼굴을 만졌다.볼에 두툼하게 감긴 붕대가 만져지자 그동안의 일이 꿈이 아니라 현실이었음을 직감할 수 있었다.그녀의 얼굴은 정말 망가져 있었다.남연풍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 몸을 일으켜 보려고 했으나 두 다리가 전혀 말을 듣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되었다.아무리 그녀가 움직여 보려고 애를 써도 움직이기는커녕 아무런 감각도 느껴지지 않았다.어떻게 이럴 수가.이마에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힌 것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남연풍은 다시 움직여 보려고 시도해 보았지만 여전히 다리는 움직이지 않았다.하늘에서 청천벽력이 떨어져 내려와 그녀의 몸과 마음을 두 동강 내버렸다.그녀는 온몸의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고 이내 소름이 온몸을 덮쳤다.창밖의 어둠이 사정없이 그녀를 향해 달려드는 것만 같았다.그녀의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어둡고 차갑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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