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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가 사랑한 여인의 모든 챕터: 챕터 1721 - 챕터 1730

2479 챕터

1721장

”모진, 당신 주머니에 어떻게 이런 게 있어?”소만리가 귀걸이를 기모진에 앞에 내놓았다. 그녀는 기모진을 의심하는 것도, 추궁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단지 그녀는 좀 이상하다고 여겼을 뿐이었다.기모진은 그 귀걸이를 보고 남연풍을 떠올렸다.아마 남연풍을 차에 태우다가 그의 주머니에 떨어졌을 것이라고 그는 짐작했다.기모진은 어떤 이유를 대며 얼버무려야 할지 몰랐다.여자의 귀걸이가 왜 그의 주머니에 있게 되었는지 소만리가 믿을 만한 이유가 하나도 없었다.소만리는 머뭇거리는 기모진을 보고 자신이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난감했다.“모진, 왜 그래? 도대체 이거 누구 귀걸이야?”기모진은 더 이상 숨길 수 없다고 생각했다. 정말이지 소만리에게는 거짓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아마 남연풍 귀걸이일 거야.”기모진은 더 이상 숨기지 않고 털어놓았다.“남연풍의 귀걸이가 왜 당신 주머니에서 나와? 당신 남연풍 찾아갔었어?”소만리의 마음이 타들어갔고 심장이 불안하게 뛰기 시작했다.“모진, 당신, 그 여자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소만리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묻자 기모진은 약간 양심의 가책이 느껴졌다.그가 소만리의 어깨를 잡고 모든 상황을 설명하려는데 갑자기 병실 문이 활짝 열렸다.잠든 기여온도 소리를 듣고 깜짝 놀라 깨어났다.기모진은 문을 밀고 요란하게 들어오는 남자를 언짢은 표정으로 쳐다보며 말했다.“여긴 뭐하러 왔어? 내 딸이 쉬는 걸 방해하지 말고 어서 나가.”소만리도 불만스러운 눈으로 고승겸을 노려보았고 얼른 기여온에게 달려가 아이의 놀란 마음을 달래주었다.소만리와 기모진의 만류에도 고승겸은 그 자리를 떠나지 않고 오히려 성큼성큼 그들을 향해 걸어왔다.그의 얼굴은 차갑게 식어 있었고 냉랭한 기운이 그의 입에서 뿜어져 나왔다.“기모진, 남연풍 어디로 데려갔어?”고승겸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이 말을 들은 소만리는 갑자기 신경이 곤두섰다.“고승겸, 그게 무슨 뜻이야?”“당신 남편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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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22장

그러나 기모진의 얼굴에는 아무런 미동도 없었다.그는 놀라지도 않고 그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남연풍은 완전한 해독제는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고 했어. 설령 그녀가 여기에 서 있다고 하더라도 아무 소용이 없어.”“그래서 남연풍을 풀어주지 않은 거야?”고승겸은 점차 인내심을 잃어가기 시작했다.“이제 그만 가. 내 딸 휴식 방해하지 말고.”기모진이 차갑게 그를 내몰았다. 고승겸은 분한 듯 입술을 오므렸다.그는 큰 눈을 천진난만하게 깜짝이고 있는 기여온을 보고 시선을 소만리에 옮기며 입을 열었다.“기모진, 스스로 후회하는 짓 하지 마.”“내가 가장 후회하는 것은 그 독하고 악랄한 여자를 이제야 혼내준 거야.”독하고 악랄한 여자.이 말이 고승겸의 고막을 사정없이 때렸다.고승겸은 더 이상 캐묻지 않고 싸늘한 표정으로 그 자리를 떠났다.고승겸이 떠나자 소만리는 우선 놀란 기여온을 달래어 다시 재웠다.기여온이 잠들자 소만리와 기모진은 서로 눈짓을 하며 병실 문밖으로 나왔다.“모진, 정말이야? 남연풍을 잡아둔 거야?”소만리는 망설이지 않고 바로 물었다.그녀는 이렇게 물으면서도 사실은 부정적인 대답을 듣고 싶었지만 기모진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을 보았다.“맞아, 내가 그녀를 끌고 가서 가뒀어.”“모진...”소만리는 마음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그녀는 기모진에게 남연풍을 풀어주라고 권하고 싶었다.이유가 정당했다고 해도 수단이 정당하지 못하면 그건 결국 공명정대한 일이 되지 못하는 것이다.하지만 그녀가 입을 떼기도 전에 기모진이 먼저 그녀의 말을 막아섰다.“소만리,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어.”기모진은 소만리의 손을 잡고 두 손으로 꼭 감쌌다.긴장한 듯 그녀의 손을 꽉 쥔 그의 손에서 소만리는 그가 느끼는 불안과 초조를 느낄 수 있었다.“모진, 내가 걱정되는 거지? 그렇지? 그 독소가 마지막 단계에서 날 고통스럽게 만들까 봐 남연풍을 잡아서 해독제를 손에 넣으려고 한 거야?”소만리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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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23장

소만리는 천천히 차에서 내렸다. 자신이 이곳에 다시 올 줄은 몰랐다.불쾌한 기억이 가득한 이곳.기모진은 소만리의 표정을 조심스럽게 바라보았다.이곳이 그녀에게 얼마나 많은 상처를 줬는지 그도 잘 알고 있었기에 정말로 다시는 그녀를 이곳으로 데려오고 싶지 않았다.“지하실에 있어.”기모진이 침묵을 깨고 앞으로 나와 철문을 열었다.소만리가 그를 뒤따라 들어갔다. 발을 들여놓는 순간 불쾌했던 기억이 밀려왔다.오늘 부쩍 기온이 낮아서인지 지하실에서 뿜어져 나오는 냉기가 유독 그녀의 가슴에 차가운 가시를 돋우고 파고드는 것 같았다.이런 불쾌하고 불편한 감정을 뒤로하고 소만리는 잠자코 기모진의 뒤를 따라 지하실로 내려왔다.지하실 문이 열리고 문을 통해 한 줄기 빛이 지하실 내부를 비추었다.소만리는 축축이 젖은 바닥에 엎드려 있는 사람 그림자를 보았고 빠른 걸음으로 남연풍에게 다가가 그녀의 팔을 잡아당겼다.남연풍의 온몸이 불덩이처럼 뜨거웠고 그녀의 입에서 약하게 새어 나오는 숨결조차 뜨거운 기운이 가득했다.지금 이 순간 남 앞에서 도도하고 화려하던 남연풍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남연풍.”소만리가 그녀를 불렀다. 기모진은 소만리의 곁에서 차갑게 남연풍을 쳐다보았다.“소만리, 안 죽어. 이런 악랄한 사람을 걱정할 필요 없어.”소만리는 기모진이 얼마나 남연풍을 증오하는지 알고 있었지만 만약 남연풍이 이곳에서 잘못되기라도 한다면 앞으로 기모진에게 닥칠 미래가 너무 무서웠다.“모진, 남연풍을 풀어줘. 고승겸한테 데리러 오라고 해.”“말도 안 돼.”기모진은 단호하게 거절했다. “이런 여자는 죽어도 싸. 마땅히 받아야 할 죄야. 소만리, 당신 왜 이런 사람을 걱정하고 그래?”“내가 걱정하는 건 당신이야, 기모진.”소만리의 말투가 무겁게 지하실을 울렸다. 기모진은 갑자기 너무나 혼란스러웠다.그는 자신이 분노에 사로잡혀 정신이 혼미해졌다는 걸 알았다.소만리의 말을 듣고서야 그녀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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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24장

아마 남연풍도 자신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그런 남연풍을 보며 소만리는 잠시 침묵에 잠겼다가 입을 열었다.“모진, 정말 남연풍 놓아주지 않을 거야?”“그녀를 여기에 있게 하는 것이 그녀를 위한 나의 마지막 예우야.”기모진은 소만리의 손을 잡고 방을 나갔고 밖에서 방문을 잠갔다.그는 돌아서서 소만리의 어깨를 잡고 무겁게 입을 열었다.“소만리, 내 걱정은 하지 마. 이 여자한테 어떤 동정심도 갖지 마. 이 여자는 당신한테 독소를 먹였어. 이 여자 때문에 우리 부부가 몹쓸 독소에 시달리게 된 거라고. 완치되지도 않아. 이 여자는 여기서 좀 쉬면 괜찮을 거야.”기모진의 말을 듣고 소만리는 갑자기 마음이 풀렸다.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따뜻한 손바닥을 기모진의 얼굴에 살짝 갖다 대었다.“모진, 당신 말 무슨 뜻인지 잘 알았어. 당신 뜻대로 남연풍을 잠시 여기에 두기로 해. 만약 그녀가 깨닫고 해독제를 우리에게 준다면 참 좋겠지만, 그렇지 못하더라도 난 당신이 최대한 이성적으로 대하길 바래.”자신의 말에 기모진이 침묵하자 소만리는 그의 뺨을 살짝 들어 올려 그녀의 아름다운 눈동자로 그의 시선을 단단히 감쌌다.“모진, 날 봐. 약속해.”기모진은 소만리의 눈동자를 진지한 눈빛으로 바라보다 진심을 다해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 소만리. 절대 이성을 잃지 않을게.”“그래.”소만리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럼 방 열쇠 이리 줘.”기모진은 망설이지 않고 소만리에게 열쇠를 건네주었다.소만리가 방문을 열고 들어서자 남연풍이 침대에서 일어나 있었다.남연풍은 자신의 모습을 보고 뭔가 일이 잘못되어 간다는 걸 느끼고 있었는데 방으로 들어오는 소만리를 보자 더욱 깊은 낭패감이 밀려왔다.남연풍이 발걸음을 떼며 뭐라고 말을 하려고 했으나 뒤따라오는 기모진의 모습을 보고 발걸음이 저절로 뒤로 물러났다.“기모진, 소만리. 이렇게 날 가둬놓으면 해독제를 손에 넣을 수 있을 거란 생각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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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25장

남연풍의 말에 소만리는 대답은 하지 않고 옷장 쪽으로 다가가 깨끗한 옷 한 벌을 꺼냈다.“지금 이런 초췌한 모습 당신 분명히 받아들이기 힘들 텐데, 우선 먼저 샤워부터 해요.”소만리는 옷가지를 침대 끝에 살짝 놓았다.“지금 열이 좀 나던데, 여기 약상자 있어요. 뭘 먹어야 할지는 누구보다 잘 아실 테고.”남연풍은 소만리가 하는 말이 왠지 의심스러워 경계하는 눈빛으로 잠시 소만리를 바라보았다.“소만리, 그게 무슨 뜻이죠? 원수에게 은덕이라도 베풀려는 거예요?”소만리는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난 그렇게 위대하지도 자비롭지도 않아요. 다만 우리는 결국 같은 배를 탄 사람이라는 거죠. 결국 내가 완전히 나으려면 당신한테 의지해야 하지 않겠어요?”남연풍은 소만리의 말을 듣고 옅은 미소를 띠고 있는 소만리를 보며 깊은 상념에 빠졌다.비록 소만리가 지금 하는 말에는 일리가 있다고 생각되었지만 남연풍은 뭔가 께름직한 마음을 지울 수 없었다.그녀는 지금 여기에 갇혀 있어서 해독제를 개발할 방법도 없었다.따라서 소만리를 치료해 줄 수 있는 방법도 없거니와 회복과 완쾌는 더더욱 불가능한 일이었다.“남연풍, 당신이 무슨 생각하는지 알아요. 하지만 안심해도 돼요. 내 남편 말이 맞아요. 난 당신이랑 달라요. 당신은 다른 사람을 해칠 생각을 하고 있지만 난 그럴 수 없어요. 그러니 당신은 지금 샤워를 하고 편하게 자도 돼요.”남연풍은 이 말을 들으며 어딘가 이상하다고 생각은 했지만 자신의 몸을 한번 쓱 훑어보고는 얼굴을 만지작거리다가 결국 소만리의 말대로 샤워를 하기로 했다.“그래, 당신 말대로 지금은 샤워부터 하고 좀 쉬어야겠어요.”남연풍은 몸을 일으켜 침대 끝에 놓인 옷가지를 챙겨 들고 돌아서서 방 안에 있는 욕실로 들어갔다.소만리는 몇 초 동안 욕실 쪽을 바라보다가 방문을 열었다.기모진은 소만리가 나오는 것을 보고 방 안을 둘러보았지만 남연풍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순간 긴장한 빛이 기모진의 얼굴이 스쳤지만 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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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26장

남연풍은 소만리의 행동이 더욱 의아했지만 지금은 배가 너무 고팠다.그녀는 소만리가 음식에 이상한 짓을 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마음 놓고 먹기 시작했다.그녀가 다 먹을 즈음 소만리도 마침 침대 시트와 이불 시트를 다 갈았다.“당분간 여기서 지내요.”소만리는 남연풍에게 다가가 말했다.“당신이 고승겸을 좋아하는 마음은 잘 알지만 누군가를 좋아한다고 해서 맹목적으로 그 사람의 모든 것을 다 들어주어선 안 돼요.”“허, 소만리. 당신 지금 나 가르치려는 거예요?”남연풍은 어이없어하며 되물었다.“당신이 기모진을 위해 얼마나 어리석은 짓을 많이 했는지 생각해 봐요.”소만리는 이 말을 듣고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나도 그 당시에는 나 자신이 없어질 정도로 그에게 맞춰 사랑했지만 그를 위해 양심을 속이고 남을 해치는 일을 한 적은 없어요.”“...”남연풍은 할 말을 잃었다. 소만리의 말을 어떻게 반박해야 할지 도무지 떠오르지 않았다.그러나 잠시 후 남연풍은 입술을 깨물어 소만리의 말에 발끈하며 공격했다.“소만리, 당신 남편이랑 당신 도대체 나한테서 뭘 원하는 거예요?”소만리는 담담하게 입꼬리를 말아올리며 말했다.“당신한테 동생이 있다는 거 다행인 줄 아세요.”“...”“무슨 말인지 잘 생각해 봐요.”소만리는 짧게 말하고 돌아서서 방문 쪽으로 걸어갔다.남연풍은 소만리가 나가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았다.그녀는 샤워를 하고 밥을 먹고 나니 아까보다는 훨씬 기력도 올라왔고 정신도 맑아졌다.얼마나 더 여기에 갇혀 있어야 할까 하는 생각에 남연풍은 갑자기 일어나 방을 나가려는 소만리를 향해 재빠르게 걸음을 옮겼다.“소만리, 당신 호의는 고맙지만 난 애초부터 좋은 사람이 못 돼요. 당신 수작 따위 나한테 먹히지 않는다구요!”남연풍은 두 손을 뻗어 소만리를 잡으려고 다가갔다.순간 소만리가 갑자기 고개를 돌렸다.남연풍은 어리둥절했고 미처 반응을 보이기도 전에 소만리에게 손목을 잡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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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27장

”소만리, 한마디만 물어볼게요. 살면서 가장 두렵고 무섭고 돌이켜보기도 싫은 일이 뭐예요?”소만리는 자신이 가장 돌이켜보기 싫은 과거가 무엇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죽지 못해 살았던 암울한 세월이었다.이런 생각에 빠져 있는데 문득 소만리는 독소의 마지막 단계에서 어떤 상황이 벌어질 수 있는지 깨달았다.아니다.쓸데없는 생각하면 안 된다.소만리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멀어져 가는 마음을 다잡았다.가슴이 두근거리고 숨이 가쁘다는 느낌이 들자 그녀는 도로변에서 차를 불러 병원으로 돌아가려고 했다.하지만 차를 탄 후 소만리는 더 많은 생각에 사로잡혔다.소만리가 독소의 마지막 단계에 벌어질 상황에 대해 처음 들었을 때는 그다지 두렵지 않았다.신체적인 고통은 얼마든지 견딜 수 있다고 자신했다.일찍이 그런 고통은 너무나 많이 겪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정신적인 고통은 훨씬 더 견디기 어렵다.산전수전 다 겪은 그녀였다. 지금 그녀가 두려워할 것이 뭐가 있겠는가?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남연풍이 말한 마지막 단계는 육체적인 고통이 아니라 정신적인 고통이었다.“키익!”마지막 단계에 대해 골똘히 생각하던 소만리는 갑자기 차가 멈춰 서자 몸이 반사적으로 앞으로 기울어서 급히 손잡이를 잡았다.“왜 그러세요? 기사님.”소만리는 의아한 듯 고개를 들어 앞을 바라보았다.운전기사가 대답을 하기도 전에 소만리는 방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깨달았다.고개를 들어보니 고승겸이 차를 막아서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고승겸은 소만리가 탄 차를 자신의 몸을 날려 강제로 세웠던 것이다.“죄송해요, 기사님. 저 사람은 내 친구예요. 여기서 내릴게요.”소만리는 즉시 차비를 기사에게 건네고는 얼른 차에서 내렸다.운전기사는 이 상황을 보고 이상하다고 여기며 바로 차를 후진해 갔다.매서운 바람이 옷깃을 파고드는 겨울날, 어느새 내린 하얀 눈이 눈부시게 반짝거렸다.소만리는 침착한 눈빛으로 고승겸을 바라보았다.그는 검은 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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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28장

고승겸의 말을 들은 소만리는 살짝 웃으며 말했다.“당신이 날 좋게 봐준 건 고맙지만 난 당신 호감 따위 필요 없어. 날 특별하게 생각해 줄 필요도 없고 나에 대한 호감을 가질 필요도 없어. 오히려 당신은 나로 하여금 당신을 배척하게 만들어.”고승겸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입꼬리를 말아올렸다.“그래? 그럼 남연풍이 어디에 있는지 말해줄 수 없는 건가?”“맞아, 말해줄 수 없어.”소만리는 여전히 담담한 표정으로 고승겸의 어두운 눈동자를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만약 이런 상황에서 나를 잡아가 남연풍과 교환할 생각을 했다면 그렇게 해. 어차피 나도 남자의 힘에 필적할 수는 없으니까.”그랬다. 고승겸은 방금 소만리가 말한 대로 그렇게 하려고 생각했었다.만약 소만리가 이렇게 말하지 않았다면 바로 그런 방식으로 소만리를 잡아가 기모진에게 남연풍과 교환하자고 제안했을 것이다.그러나 고승겸은 소만리가 그의 생각과 마음을 한눈에 꿰뚫어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승겸의 눈에는 감탄하는 빛이 스쳐 지나갔다.“소만리, 당신은 역시 특별해. 하지만 난 당신을 잡아가지 않을 거야.”그는 조수석 쪽으로 걸어가며 말했다.“우리 집에 가서 차나 한잔 해.”소만리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것을 알았다.그러나 그녀는 차에 오르는 과정에서 고승겸이 눈치채지 못하게 얼른 기모진에게 메시지를 보냈다.그러나 고승겸은 소만리가 누군가에게 메시지를 보내는 동작을 눈치챘고 그 누군가가 기모진일 것이라고 추측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모른 척했다.고승겸이 소만리를 데리고 가려던 원래 목적이 기모진에게 알리는 것이었는데 지금 소만리가 자진해서 기모진에게 알려 주었기 때문에 시간도 절약된 셈이었다.30분 뒤 소만리는 고승겸의 집에 도착했다.차에서 내리자 비로소 소만리는 눈이 많이 내려 쌓여 있는 것을 발견했다.소만리는 외투를 꽁꽁 싸매고 쌓인 눈을 밟으며 현관을 향해 한 걸음씩 발걸음을 옮겼다.집에 들어오니 따뜻한 훈풍이 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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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29장

소만리의 여유로운 태도에 고승겸은 새삼 감탄했다.처음에도 고승겸은 그녀의 이런 여유롭고 담담한 모습에서 특별함을 느꼈다.그는 찻잔을 천천히 내려놓았다.“사실 난 당신한테 물어보고 싶은 게 없어.”그는 시계를 쳐다보며 말했다.“당신 남편 올 때 다 됐겠지.”고승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소만리는 대문 밖에서 귀에 익은 엔진 소리를 들었다.영락없는 기모진의 차였다. 고승겸은 창가로 가서 슬쩍 대문 쪽을 바라보았다.“정말 빠르군. 기모진은 정말 당신을 많이 아끼고 사랑하나 봐.”“고승겸, 정말 농담도 참. 내가 기모진의 아내인데 날 아끼지 않으면 누굴 아끼겠어?”소만리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그런데 어떤 사람은 참 불쌍해. 한 사람을 아끼면서도 어떤 명목으로 다가서야 할지 모르고 말이야. 내 말이 맞지?”“...”고승겸은 소만리의 말을 듣고 살짝 미소를 지었다.그는 그녀가 뭔가를 비아냥거린다는 건 알았지만 구체적으로 무슨 말을 하려는지는 알지 못했다.“뚜벅뚜벅.”익숙한 발자국 소리가 가까워지자 소만리는 얼른 소파에서 일어났다.“소만리!”“모진, 나 여기 있어.”소만리는 다급하게 들어오는 남자를 바라보았다.초조함에 타들어가는 듯한 기모진의 얼굴을 보니 진심으로 미안함이 느껴졌다.그녀가 기모진을 먼저 내보내고 남연풍과 단둘이 이야기하고 싶다고 하지만 않았어도 지금과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어쨌거나 이제 기모진과 함께 있으니 고승겸 앞이라도 소만리는 마음이 놓였다.“기모진, 정말 빨리 왔군.”고승겸이 먼저 입을 열었다. 기모진의 차가운 시선이 고승겸의 얼굴을 스쳐 지나갔다.기모진은 소만리 곁으로 다가가 그녀의 손을 덥석 잡았다.“가자.”“잠깐 얘기 좀 하고 가지 않겠어?”고승겸은 기모진에게 물으며 새 찻잔을 집어 들고 홍차를 한 잔 더 따랐다.“밖에 눈이 많이 오는데 앉아서 홍차나 한잔하면서 얘기 좀 해.”기모진은 유유자적한 고승겸의 모습을 바라보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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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30장

”당신 몸속에 있는 독소도 완전히 제거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잊은 것 같아서.”고승겸의 경고에는 충분한 확신이 묻어났다.이 말을 들은 기모진은 얼굴빛 하나 변하지 않고 말했다.“그래서? 그렇게 말하면 당신한테 승산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그럼, 백 프로 승산이 있다고 생각해.”고승겸의 얼굴에는 절대적인 자신감이 엿보였다.“기모진, 이왕 당신들이 여기 왔고 우리 얘기도 다 했으니 내가 지금 당신들을 데리고 어딜 좀 가야겠어.”소만리와 기모진은 서로 말없이 쳐다보았다.“왜? 감히 같이 갈 용기가 없어?”고승겸이 도발적인 어조로 말했다.“같이 갈 용기가 없으면 안 따라와도 돼.”고승겸은 이 말을 내던지고 돌아서서 지하실 쪽으로 곧장 걸어갔다.소만리는 이곳을 기억한다. 예전에 고승겸이 여기에서 그녀에게 최면을 걸었었다.그런데 그곳이 고승겸의 지하실 안에 있는 동굴이었다는 걸 소만리는 몰랐다.지하실 안에 동굴이 따로 있었다니.들어가서 옆문을 열어보니 제법 큰 규모의 실험실이 있었다.실험실에 비치된 기구들은 모두 최신식이었다.소만리는 각기 다른 색의 시약이 선반 위에 가지런하게 배열되어 있는 것을 보자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수많은 시약들은 아마 남연풍이 개발해 낸 것이고 각기 다른 효과를 지닌 시약일 것이다.“여기에 당신들이 원하는 시약이 있을지 알아맞혀 봐.”고승겸은 거만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아마 그는 자신이 이런 다양한 시약들을 가지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무척 뿌듯한 것 같았다.“소만리, 다음에 독소가 발작하면 어떻게 되는지 알아?”고승겸이 뜸을 들이며 물었다. 그는 기모진의 반응을 한번 살피고 나서야 다시 입을 열었다.“인생에서 가장 힘들고 고통스러웠던 경험을 떠올리게 될 거야.”고승겸의 도발적인 말에도 소만리는 전혀 놀라지 않았다. 이미 그녀는 예상하고 있던 터였다.그러나 고승겸의 말은 기모진을 순식간에 얼어붙게 만들었다.고승겸은 기모진의 반응을 살피더니 상당히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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