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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가 사랑한 여인의 모든 챕터: 챕터 1711 - 챕터 1720

2479 챕터

1711장

마지막 단계.기모진의 심장이 갑자기 멈추는 것 같았다.기모진은 남연풍이 이 말을 할 때 그녀의 눈에서 이상야릇한 눈빛을 보았다.기모진의 심정을 간파한 듯 남연풍의 웃음이 더욱 짙어졌다.“됐어. 먼저 말하면 당신 미리 걱정하니까 말하지 않는 게 좋겠어.”“남연풍!”기모진의 인내심이 바닥이 났고 그의 깊은 눈동자에서는 날카롭고 차가운 빛이 뿜어져 나왔다.“지금 당신이랑 시간 낭비할 기분 아니야. 해독제를 달라고. 못 알아들었어?”“앗.”남연풍은 기모진이 힘을 주는 바람에 자신의 손목이 끊어질 것 같았다.그녀는 눈을 질끈 감으며 이를 악물었고 이내 가벼운 웃음을 날리며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알아들었어. 그렇지만 해독제가 없다는 말도 알아들어야지. 더 이상 여분의 해독제가 없다니까.”이 말을 듣고 기모진의 눈에서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그는 얇은 입술을 오므리고 사정없이 남연풍의 목을 조르며 그녀를 밖으로 끌어냈다.“어...헉!”남연풍은 기모진이 극도로 흥분한 채 이런 행동을 할 줄은 몰랐다.한순간에 자유롭게 숨 쉴 수 있는 권리를 빼앗겨 버린 남연풍의 모습을 보고 고승겸의 얼굴빛이 일순 폭발해 버릴 듯 변했다.하지만 고승겸이 자신을 구하러 올 거라는 남연풍의 기대와는 달리 고승겸은 꼼짝도 하지 않았고 남사택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쫓아 나왔다.“기모진! 우선 그 여자를 놓아주세요. 그 여자한테는 해독제가 없어요. 나한테 있어요. 요즘 계속 실험실에서 연구하고 있었는데 이제 곧 성공할 것 같아요! 정말이에요!”남사택은 기모진에게 특별히 더 강조하며 말했다.남사택은 기모진이 자신의 말을 믿게 함으로써 잠시 그에게서 남연풍을 놓아주도록 했다.기모진의 발걸음이 멈추었고 그는 눈을 내리깔고 남연풍을 혐오스럽게 힐끗 쳐다보고는 남사택을 바라보았다.“이런 사람을 위해 그럴 가치가 있어? 이 여자는 당신 누나가 될 자격이 전혀 없어.”“가치가 있는지 없는지 그건 상관없어요. 난 그저 의사로서 내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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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2장

”당신 일부러 그랬어? 당신 동생 놓아주려고?”고승겸이 차갑게 물었다. 그의 눈가에 도사리고 있는 서슬퍼런 기운이 남연풍을 옥죄듯 에워쌌다.“내가? 콜록. 콜록콜록. 내가 왜 남사택을 놔주겠어?”남연풍은 연신 기침을 하면서 고승겸의 물음에 대답했다.“부모님은 걔 때문에 나를 무시하고 홀대했어. 내 앞날을 위해 외국으로 보낸다는 건 다 핑계였어. 사실은 그저 소중한 그들의 아들을 더 잘 키우고 싶었던 거지. 흥.”남연풍은 남사택이 떠나는 쪽을 향해 냉소를 흘렸다.“어디 한번 보자구. 그들의 귀하고 소중한 아들이 얼마나 대단한지.”이 말을 하면서 남연풍은 내내 이를 갈았다.그러나 눈물이 그렁그렁한 그녀는 주먹을 불끈 쥐면서도 머릿속에서는 아버지가 직접 쓰신 수첩이 떠오르는 건 어쩔 수 없었다.고승겸은 남연풍이 하는 말을 들으며 그녀의 눈가에 흐르는 눈물을 보았다.고승겸의 마음도 먹먹해졌다.그는 갑자기 몸을 구부려 땅바닥에 쓰러져 일어나지 못하는 남연풍을 번쩍 들어 안았다.그렇게도 바라고 바라던 순간이었지만 고승겸의 품에 안겨 있는 이 순간을 남연풍은 감히 기대도 하지 못했다....병원.기모진이 병실로 돌아온 것은 이미 밤이 깊은 시각이었다.소만리는 진정제를 맞았지만 이불 속으로 스며드는 추위에 온몸이 움츠러들어 벌벌 떨고 있었다.기모진은 너무나 마음이 아팠지만 같이 마음 아파해 주는 것 외에는 그녀를 위해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만약 가능하다면 소만리를 대신해 이 모든 고통을 감내하고 싶었다.고승겸의 집을 떠나오는 길에 남사택은 기모진으로부터 소만리의 현재 증상에 대해 들었다.남사택은 우선 집에 가서 필요한 물건을 좀 챙긴 뒤에 기모진을 따라 병원에 왔다.그는 소만리의 상태를 간단히 확인한 뒤 자신이 가져온 시약을 주사했다.주사를 맞은 후에도 소만리는 여전히 가슴이 아프고 오한이 났으나 10여 분쯤 지나자 소만리의 안색이 서서히 회복되기 시작했다.초요는 독소에 시달리는 소만리를 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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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3장

기모진의 의문에 남사택은 다시 미간을 찌푸렸다.잠시 후 남사택은 입을 열었다.“마지막 단계에서 어떤 증상이 나타날지 확신할 수 없지만 지금 소만리의 상황으로 볼 때 발작하는 시간이 잦아지고 중간에 발작이 끊기는 시간은 매우 짧아질 것 같아요. 예전에 당신이 겪었던 양상과는 조금 다른 듯해요.”기모진의 미간에 수심이 더욱 깊어졌다.“그게 무슨 뜻이야?”“그들이 짧은 시간 안에 어떤 목적을 달성하고 싶어 한다는 것을 의미하죠. 일단 소만리의 몸속에 있는 독소가 마지막 단계에 도달하면 그들은 이것을 이용해 당신을 협박해서 그들이 원하는 어떤 이익과 협상할 수 있으니까요.”이 점에 관해서는 기모진도 아직 파악하지 못했다.하지만 지금 그가 가장 궁금해하는 것은 그 마지막 단계에서 소만리에게 어떤 증상이 나타나는가 하는 것이다.걱정스러운 듯 기모진이 손을 들어 이마를 주물렀다. 갑자기 피곤이 몰려와 가슴을 옥죄었다.“죄송해요.”남사택이 갑자기 사과했다.기모진은 영문을 몰라 수심에 잠긴 눈을 들었다.“왜 당신이 나한테 사과하는 거야?”“어쨌든 남연풍은 내 친누나니까요.”남사택이 이렇게 대답했다. 기모진은 남사택의 말뜻을 이해했지만 남사택은 그에게 한없이 고마운 존재였다.“당신은 당신이고 남연풍은 남연풍이야. 당신 둘을 나란히 놓고 생각하지 않아. 게다가 당신은 줄곧 우리 부부를 도와주었잖아. 당신이 아니었다면 난 이미 죽었을 거야. 소만리와 기란군도 마찬가지야.”“난 의사이고 사람을 살리는 게 내 역할이에요.”남사택은 잠시 말을 끓었다가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정말 이해가 안 돼요. 내가 분명히 아버지의 수첩도 다 보여줬는데 왜 아직도 부모님의 깊은 뜻을 헤아리지 못하고 원망만 가득 차 있는 건지 정말 모르겠어요.”고뇌에 가득 차 있는 남사택의 얼굴을 보고 초요는 그에게 다가가 손을 들어 그의 어깨를 살며시 두드렸다.“사택 선배, 너무 괴로워하지 마세요. 당신 누나에게도 말 못 할 고충이 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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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4장

”내가 있는 곳으로 이사 와서 같이 산다구요?”초요는 의아하게 생각했지만 남사택이 왜 그렇게 말했는지 바로 알아차렸다.“내가 협박을 당해 그렇게 끌려가는 걸 다시는 보고 싶지 않으니까 선배가 날 보호하려는 거예요?”남사택은 부인하지 않고 가만히 초요를 바라보았다.“난 당신이 더 이상 그런 공포에 떠는 걸 볼 수 없어. 그들이 또 당신한테 접근해서 어떻게 한다고 해도 그때는 내가 적어도 당신 곁에서 지켜줄 수 있으니까.”남사택의 말에 초요는 깊은 감동을 받았지만 남사택도 초요도 이런 감동이 사랑의 감정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남사택과 초요가 떠난 후 기모진은 줄곧 병실에 앉아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두 여자를 지키고 있었다.한 사람은 사랑하는 아내이고 다른 한 사람은 평생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딸이었다.이렇게 중요한 두 사람을 그는 제대로 보호해 주지 못 했던 것이다.그는 손을 들어 소만리의 뺨을 어루만졌다.잠든 그녀의 얼굴을 보고 있자니 그는 도무지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마지막 단계에 독소가 어떤 반응을 나타낼지 생각만 해도 기모진의 마음이 타들어갔다.“소만리, 나 어떻게 해야 해. 어떻게 해야 모든 게 다 잘 해결될까.”기모진은 소만리의 손을 잡고 손에 입을 맞추었다.지금까지 이렇게 무기력한 적이 없었다.이번 문제는 그가 통제하고 해결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 것 같았다.그 독소를 다루는 일은 일종의 전문 분야이고 그가 지금 연구를 시작한다고 해도 늦을 것이다.그가 지금 믿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남사택뿐이었고 남사택이 상대할 남연풍은 뼛속까지 미친 여자였다.그녀는 이미 자신의 사상이나 주관 같은 것은 없고 무엇이든 고승겸의 말에 따를 뿐이었다.기모진은 하룻밤을 그렇게 보내었고 소만리는 다음날 새벽에 깨어났다.소만리의 안색이 더없이 초췌한 걸 보고 기모진은 어젯밤 소만리가 얼마나 독소로 괴로웠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그러나 소만리는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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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5장

소만리는 경계하는 눈빛으로 일어나 고개를 돌려 굳어버린 여온의 얼굴을 바라보았다.그녀는 어린 자식 앞에서 이런 불청객과 대면하고 싶지 않았지만 병실을 나오자니 아이 혼자 두는 게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뭐예요? 나를 보는 당신 얼굴이 왠지 겁에 질린 얼굴 같은데요?”여자의 조롱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걱정하지 마세요. 네 귀염둥이 딸이 불치병에 걸렸다는 소식을 듣고 일부러 위로차 온 거니까.”남연풍이 거들먹거리며 들어왔고 핑크빛 안개꽃 한 다발을 기여온에게 건넸다.소만리는 속으로는 남연풍의 손을 막고 싶었지만 자신의 과격한 반응에 아이가 놀랄까 봐 기여온에게 친근하게 대하는 남연풍을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기여온, 너 주려고 이 꽃다발 사 온 거야. 마음에 들어? 핑크색 안개꽃 네가 가장 좋아하는 꽃이라던데 잘 감상해 둬. 어쩌면 나중에는 이런 예쁜 꽃 받을 기회가 없을지도 모르니까.”남연풍이 꽃다발을 건넸지만 기여온은 받지 않았고 아이의 예쁘고 영민한 눈망울은 가만히 남연풍을 바라보기만 했다.소만리는 더 이상 남연풍의 행동을 봐줄 수가 없었다.남연풍이 지금 하는 말은 분명 저주에 가까웠다.“남연풍, 그 정도 양심이 있으면 하던 대로 계속 나와 내 남편한테나 덤벼요. 어린아이를 괴롭히다니 그게 무슨 짓이에요?”남연풍은 꽃다발을 들고 똑바로 서 있다가 소만리가 화를 내자 오히려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당신 딸도 보통이 아니네요. 당신과 기모진의 혼을 쏙 빼놓을 만해.”남연풍은 의미심장하게 웃었고 소만리는 남연풍이 하는 말뜻을 똑똑히 알아들었다.“쯧. 아이를 어떻게 가르친 거야? 내가 좋은 마음으로 꽃을 사 와서 병문안을 왔는데 무슨 애가 고맙다는 말 한마디가 없어.”남연풍은 그렇게 말하고는 다시 피식 비웃더니 문득 무언가 깨달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맞아. 내가 어떻게 잊을 수가 있지? 소중한 당신 딸 벙어리였죠. 강연이라고 하는 여자가 당신 딸을 벙어리로 만들었댔지 아마.”이 말에 소만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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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6장

남연풍은 병상에 누워 말똥말똥 천진난만한 눈을 하고 있는 기여온을 바라보며 말했다.그녀는 손에 들고 있던 꽃다발을 침대 옆에 살며시 놓았다.야비함과 비웃음으로 가득했던 남연풍의 눈빛이 순간 온화한 기여온의 작은 얼굴 위로 스쳐 지나갔고 다시 도도하고 경멸에 찬 시선으로 소만리를 쳐다보았다.“소만리, 난 당신이 아주 특별하고 매우 강인한 여자라는 걸 알고 있지만 당신도 잘 알고 있을 거예요. 내가 매우 악독한 여자라는 걸. 당신 몸속의 그 독소 말이에요. 내가 당신을 위해 특별히 만든 거예요.”“그래서?”소만리가 담담하게 되물었다.남연풍은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3회 연속 발작을 했고 이제 다음에는 독소가 서서히 마지막 단계에 도달하게 돼요.”남연풍은 잠시 동안 말을 멈추었다가 소만리를 향해 두 걸음 다가섰다.눈앞에 보이는 소만리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남연풍은 아쉬운 척하며 말했다.“소만리, 이 마지막 단계는 당신이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거예요.”“그래요?”“네.”남연풍은 단호하게 대답했다.“소만리, 한 가지만 더 물을게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가장 두렵고 무서워서 돌아보기도 싫은 일이 뭐였어요?”가장 두렵고 무서워서 돌아보기도 싫은 일...소만리는 왠지 자신의 감정이 한순간에 남연풍의 말에 이끌린 듯 지난 몇 년간 느꼈던 괴롭고 암담했던 기억들을 한꺼번에 떠올렸다...남연풍도 소만리의 눈에 순간적으로 불안한 빛이 스쳐 지나가는 것을 엿볼 수 있었다.“소만리, 소만리.”갑자기 귓가에 다정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소만리는 번뜩 정신을 차리고 눈을 들어 보았다.언제 갔는지 남연풍은 없었고 눈앞에는 기모진과 기란군이 보였다.소만리는 이내 정신을 가다듬으며 미소를 지었다.“모진, 기란군. 이제 왔네.”“엄마, 방금 무슨 생각 했어? 나랑 아빠랑 계속 불렀는데 엄마는 못 들은 것 같았어.”기란군의 잘생긴 얼굴이 의혹으로 가득 들어차 있었다.기모진도 곤혹스러워하며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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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7장

기모진이 이렇게 묻자 소만리도 달리 부인할 수 없었다.“응, 아마 그런 것 같아.”“아마 그런 것 같다고?”“내, 내가 방금 간호사실에 들렀다 와 보니까 꽃다발이 여온이 침대에 놓여 있었어.”소만리는 기모진의 눈을 피하며 거짓말을 했다. 거짓말이 나쁘다는 건 알지만 어쩔 수 없었다.사실 아무 근거도 없이 터무니없는 사람을 거론할 수도 없었다.남연풍이 왔었다고 하면 기모진은 분명 화를 냈을 것이다.“설마 강자풍인가?”기모진이 추측했다. 소만리도 맞장구를 치며 응했다.“강자풍? 그런가? 그럴 수도 있겠네.”“여온이가 핑크빛 안개꽃을 좋아한다는 걸 아는 사람은 우리뿐인데, 강자풍 말고 다른 사람은 생각나지도 않아.”기모진이 나름의 이유로 분석했다. 소만리도 기모진의 말에 찬성했다.맞다. 부모인 그들을 제외하고 누가 자기 자식의 취향을 잘 알겠는가.남연풍이 이들 부부의 일을 얼마나 잘 파헤쳤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이날 소만리의 머릿속에는 남연풍이 한 말이 하루 종일 불쑥불쑥 튀어나왔다.소만리의 몸속에 있는 독소는 소만리를 위해 특별히 남연풍이 개발한 것이며 마지막 단계에 도달하면 감당할 수 없는 통증이 발생할 수 있다.두려움, 공포, 돌아보기도 싫은 일.소만리는 남연풍이 한 말에 영향을 받고 싶지 않았지만 도저히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었다.시간을 계산해 보니 한 달도 채 되지 않는 시간 동안 세 번의 발작이 일어났다.소만리는 네 번째 발작이 이번 주 내로 일어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소만리는 이 상황을 기모진에게 알리지 않았다.그러나 기모진은 이미 이 상황을 다 알고 있었다. 다만 이 사실을 그녀가 알지 못했을 뿐이었다.기모진은 매일 남사택에게 달려갔고 소만리를 치료할 수 있는 해독제가 하루빨리 개발되기를 바랐다.완전히 치료는 안 되더라도 소만리의 통증을 완화할 수 있다면 그걸로도 족했다.하지만 시간은 하루하루 하릴없이 지나갔고 남사택 쪽에서는 여전히 아무런 진전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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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8장

남연풍이 고승겸의 전화를 받지 않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고승겸은 핸드폰에 있는 위치 추적 앱을 열어 남연풍의 핸드폰 위치를 추적해 빠르게 그녀의 위치를 찾아냈다.남연풍의 핸드폰 위치는 그의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지만 그 자리에 계속 머물러 있었다.고승겸은 망설임 없이 일어나 차고로 직행한 뒤 곧바로 차를 몰아 핸드폰이 가리키는 위치로 달려갔다.목적지에 도착하기도 전에 고승겸은 멀찌감치 남연풍의 차가 서 있는 것을 발견했다.그러나 그녀의 차는 난간에 부딪혀 있었고 보닛에서는 흰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고승겸의 눈이 순간적으로 매섭게 빛났고 그는 재빨리 차에서 내려 남연풍의 차 운전석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이 순간 그는 자신의 마음속에 얼마나 많은 두려움과 불안이 차오르고 있는지 몰랐다.“남연풍!”고승겸이 운전석에 대고 소리쳤다. 그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아무 대답이 없자 고승겸의 몸과 마음이 일순 싸늘해졌다.가까이 다가가 보니 운전석에는 아무도 없었고 남연풍의 핸드폰이 바닥에 떨어진 채 빛을 발하고 있었다.그는 재빨리 주위를 둘러보았다.남연풍의 차 옆면에 부딪쳐 움푹 패인 자국이 있었다.교통사고인가?아니다.만약 사고였다면 가해자가 도망을 갔다고 해도 남연풍은 왜 보이지 않는 걸까?고승겸은 생각할수록 뭔가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일대의 모든 CCTV를 확보해 조사해 보고 싶었으나 행동에 옮기는 데에는 장애가 있었다.여기는 산비아가 아니었다.자신의 신분을 증명할 마땅한 통행증도 없었고 산비아에서처럼 함부로 거리낌 없이 행동할 수도 없었다.고승겸은 마음이 급했지만 교통경찰이 이 일을 처리하도록 경찰에 신고할 수밖에 없었다.집으로 돌아온 고승겸은 오랫동안 식탁에 앉아 있었다.식사 시간은 어느덧 훌쩍 지나 있었고 식탁 위의 음식도 식은 지 오래였지만 경찰로부터는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자신이 지금 마음속으로 무얼 걱정하고 있는지 그도 잘 헤아릴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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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9장

기모진의 말을 듣고 남연풍의 시선이 기모진의 손을 향했다.기모진이 손에 들고 있는 물건의 정체를 보고 그녀의 표정은 확연히 달라졌다.기모진이 몸을 일으키자 우뚝 솟은 검은 그림자가 남연풍의 얼굴에 드리워졌고 점점 온몸으로 퍼지더니 바닥에서 일어나지 못한 남연풍을 에워쌌다.“이게 뭔지 잘 알지?”기모진은 천천히 몸을 웅크리고 앉아 손에 쥔 주사기를 흔들어 보였다.“그 사람이 하던 방법대로 그 사람을 다스리는 거지.”기모진은 남연풍의 팔을 움켜쥐며 저항할 틈을 주지 않고 주사기를 남연풍의 정맥에 바로 찔러 넣었다.남연풍은 아파하며 눈살을 찌푸렸다.기모진이 능숙한 솜씨로 주사기에 든 액체를 정맥에 주입하는 것을 본 남연풍은 순간 온몸의 세포가 얼어붙는 것 같았다.헛.자신이 개발한 신종 독소, AXT69.그녀가 소만리를 겨냥해서 만든 독소였다.하지만 그녀는 자신이 만들었던 독소를 자신의 몸에 주입하게 될 줄은 몰랐다.남연풍의 얼굴에서 감정의 동요를 지켜보던 기모진의 가슴에는 그동안 겪었던 고통의 일부라도 앙갚음할 수 있어서 일말의 기쁨이 느껴졌다.“이제 알겠어? 당신이 개발한 기괴한 독소를 사람의 몸에 주사하면 어떤 느낌이 드는지 알겠냐구?”기모진은 남연풍의 멱살을 가차없이 잡아당겼다.“내가 겪은 고초와 고통은 따질 생각이 없어. 그렇지만 지금 당신은 그 독소를 내 아내에게 쓰고 있어. 남연풍, 넌 정말 악랄해. 남사택처럼 착한 사람에게 어떻게 당신 같은 악랄한 누나가 있을 수 있어?”기모진이 남연풍을 확 밀쳤다.남연풍은 차갑고 딱딱한 바닥에 나동그라졌다.머리가 어지럽고 먹먹했다.몸속에 주입된 독소가 피를 타고 서서히 온몸으로 퍼지는 느낌이 들었고 이윽고 송곳으로 살을 찌르는 듯한 냉기가 엄습해 왔다.이것은 당초 소만리가 느낀 통증과는 완전히 다른 느낌이었다.소만리에게 처음 독소를 주입할 때는 와인에 섞어서 먹게 했다.왜냐하면 소만리에게 무색무취의 독소를 들키지 않기 위해서였다.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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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20장

”남연풍, 참을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계속 참아. 견디지 못하겠다면 해독제를 꺼내 놔. 그렇지 않으면 네 평생 다시는 햇빛 볼 생각하지 마.”기모진이 말을 마치고 나가려고 하는데 마침 핸드폰이 울렸다.그는 한 마디도 하지 못하고 힘없이 고개를 떨구고 있는 남연풍을 힐끗 쳐다보고는 한쪽으로 다가가 전화를 받았다.“소만리.”그가 먼저 입을 열어 다정하게 소만리의 이름을 불렀다.전화기 너머에서 소만리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전해져 왔다.“모진, 오늘 밤엔 병원에 안 올 거야? 회사 일이 아직 안 끝났어?”기모진은 남연풍을 돌아보며 지하실 문으로 향했다.“곧 다 끝날 것 같아. 끝나면 바로 갈게. 피곤하면 먼저 누워서 쉬고 있어. 여온이는?”“아직 피곤하지 않아. 여온이는 이미 잠들었어.”“알았어. 곧 갈게.”“서두를 필요 없으니까 운전 조심해서 와.”소만리가 살뜰하게 남편을 아끼며 당부했다. 기모진은 가슴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꼈다.그러나 소만리가 곧 독소에 시달릴 것을 생각하니 그의 마음이 갑자기 불안해졌다.전화를 끊은 후 그는 남연풍에게로 돌아섰다.“어떻게 할 건지 생각해 봤어?”그가 직설적으로 물었다.남연풍은 여전히 추위를 느끼는지 두 팔로 온몸을 감싼 채 눈꺼풀을 힘겹게 들어 올렸다.“해독제는 없어.”남연풍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그동안 준 것도 완전한 것이 아닌 반 정도 진행된 것일 뿐이어서 잠시나마 증상이 완화될 뿐이야.”“뭐라구?”기모진의 눈빛이 삽시간에 어두워졌다.남연풍이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기모진, 시제품이라도 원한다면 안 될 건 없지만 우선 날 먼저 풀어주는 게 좋을 거야. 그렇지 않으면 당신이 사랑하는 여자가 계속 고통받는 걸 지켜봐야 할 거야.”“허.”기모진은 경멸하듯 차갑게 미소를 날렸다.“완제품의 해독제가 없는데 네가 나한테 무슨 가치가 있어? 겨우 반제품 가지고 내가 당신을 필요로 하겠어? 네 동생 남사택은 당신보다 훨씬 더 재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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