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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가 사랑한 여인의 모든 챕터: 챕터 1761 - 챕터 1770

2479 챕터

1761장

”어떻게 해야 좋은 엄마가 되는 거예요?”소만리의 이 질문에 사화정은 말문이 막혀 버렸다.눈물이 그렁그렁한 소만리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던 사화정은 문득 고개를 가로젓기 시작했고 얼굴빛도 변해갔다.“난 좋은 엄마가 아니야. 난 나쁜 엄마야. 나쁜 사람을 내 딸인 줄 알고 내 딸 소만리한테 온갖 욕설을 퍼붓고 괴롭혔어. 난 좋은 엄마가 아니야. 난 엄마가 될 자격도 없어. 난 자격도 없어. 자격도 없어. 자격도 없어…”사화정은 필사적으로 자신을 부정하며 탓했다.소만리는 그제야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내뱉은 자신의 말이 사화정을 자극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그녀는 황급히 사화정의 두 어깨를 잡고 위로했다.“엄마, 흥분하지 마. 엄마는 좋은 엄마야. 소만리의 마음속에는 충분히 좋은 엄마야.”“아니야. 난 좋은 엄마가 아니야. 그러니까 소만리가 날 그렇게 미워하는 거야. 날 미워하고 나 같은 엄마를 원하지도 않아. 우리 남편 같은 아빠도 원하지 않아. 우리 부부는 소만리의 부모가 될 자격이 없어, 앗.”사화정은 감정이 무너진 듯 소리쳤고 갑자기 소만리를 밀치고 대문 쪽으로 달려갔다.“엄마!”소만리가 황급히 그 뒤를 쫓기 시작했다.그러나 소만리는 두어 걸음 가다가 뒤를 돌아보았고 마침 지나가던 도우미에게 아이를 가리키며 말했다.“막내 좀 봐 주세요. 금방 돌아올 거예요. 잘 부탁해요!”도우미는 소만리가 이렇게 서두르는 모습을 보고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잘 보고 있을게요. 사모님, 걱정 마세요.”“꼬물아, 누나 말 잘 들어. 엄마 금방 돌아올게!”소만리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하고 있는 아들에게 말을 하자마자 성큼성큼 사화정이 달려가는 쪽을 향해 외쳤다.“엄마!”하지만 사화정은 소만리가 부르는 소리를 못 들은 것 같았다.아마도 소리는 들었을 테지만 자신을 부르는 소리라는 걸 모를 수도 있었다.사화정은 곧장 앞으로 달려가 몇 개의 큰 길을 건넜다.감정이 통제가 되지 않은 그녀는 신호등을 지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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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62장

사화정은 소만리의 표정을 주의 깊게 관찰했다.그 정교하고 완만한 곡선의 작은 얼굴에 짙은 눈썹이 잔뜩 찌푸려져 있었다.사화정은 왠지 모르게 심장이 쿵 내려앉는 것 같았다.“소만리.”그녀는 소만리를 보며 딸의 이름을 불렀다.소만리는 마침내 멈추어 선 사화정의 모습을 보고 너무나 기뻤다.“엄마, 그만 뛰어요. 내가 못 쫓아가.”소만리는 발목의 아픔을 참으며 사화정을 향해 따뜻한 미소를 지었다.그녀는 팔을 땅에 짚고 일어서 보려고 했다.그때 기모진이 다른 쪽에서 급히 달려오다가 마침 소만리가 도로 한복판에 주저앉아 일어서려는 모습을 보았다.“소만리.”그는 다른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바로 소만리를 향해 달려갔다.마침 큰 화물차 한 대가 길모퉁이에서 빠르게 달려왔다.큰 화물차는 누군가 도로 한복판에 앉아 있을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이미 그의 차 속도는 매우 빨랐고 소만리가 움직이지 않자 운전사는 미친 듯이 경적을 울려 대었다.일어서려고 애쓰던 소만리는 경적 소리가 들리자 그제야 큰 화물차가 그녀를 향해 빠르게 전진하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만약 그녀가 일어서서 피하지 않으면 몇 초도 지나지 않아 그녀와 부딪힐 것 같았다.이 절체절명의 순간 소만리는 사화정이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것을 보았고 동시에 사화정의 애타는 목소리가 들렸다.“소만리...”사화정은 평소에도 이렇게 부르긴 했지만 왠지 이번에는 좀 다르게 느껴졌다.소만리는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엄마, 오지 마!”소만리가 사화정을 향해 소리쳤다.그러나 사화정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고 더욱 빠른 속도로 소만리를 향해 돌진했다.소만리는 화물차가 무서운 속도로 자신을 향해 가까워지자 죽을힘을 다해 팔을 땅에 받치고 일어서려고 했다.순간 그녀의 등 뒤에서 낯익은 따스함이 전해지며 단단한 팔이 그녀를 감싸 안아 올렸다.소만리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돌아보았고 걱정 가득한 기모진의 얼굴이 보였다.“모진.”“소만리,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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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63장

화물차 기사를 노려보고 있던 사화정은 뒤에서 자신을 부르는 소만리의 목소리를 들었다.그녀는 어리둥절해하다가 순간 눈빛이 누그러졌다.사화정은 깜짝 놀라 돌아섰고 소만리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사화정은 여전히 감정이 격해져서 손을 뻗어 소만리의 뺨을 어루만졌다.“소만리, 너 어때? 괜찮아? 네 발목은 어때? 엄마한테 얼른 보여줘 봐.”사화정은 말을 하면서 몸을 웅크려 손으로 소만리의 발목을 살짝 건드렸다.발목이 눈에 띄게 빨갛게 부어오른 것을 볼 수 있었다.“당신 가족들은 다 머리가 아픈 거야? 여기서 얘기할 거면 집에 가서 해. 운전하는 데 방해되잖아!”화물차 기사가 머리를 내밀어 퍼부었다.기모지은 차가운 빛이 가득한 눈을 들어 기사에게 말했다.“여기서 이렇게 과속해도 되는 겁니까? 도로에 넘어진 사람을 보고도 멈추지도 않고 계속 오는 걸 보니 면허정지라도 당하고 싶은 거냐구요?”“...”화물차 기사는 차갑게 굳은 기모진의 얼굴을 보고 자신이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게다가 자신이 과속했다는 것을 확실히 알고 있었기 때문에 기모진이 계속 추궁하기 시작한다면 자신에게 불리할 것이라고 생각해서 핸들을 돌려 화를 내며 차를 몰고 가 버렸다.소만리는 기모진을 보고 그가 제때에 와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그 순간 사화정이 자신의 부상을 확인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소만리는 몸을 구부려 사화정의 팔을 잡았다.“엄마, 나 괜찮아. 얼른 일어나. 우리 우선 집에 가자.”“괜찮을 리가 있어? 여기 봐. 다 부었잖아!”사화정의 눈에 걱정하며 긴장하는 빛이 역력했다.“모진아, 얼른 병원에 데려가 봐. 뼈라도 다치면 큰일이니까.”기모진은 사화정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네. 바로 소만리 데리고 병원부터 가 볼게요.”그가 말하면서 소만리의 허리 밑에 손을 넣어 소만리를 들어 올렸다.사화정은 그들 뒤에서 바싹 따라다녔다.그러나 두어 걸음도 채 못 가서 소만리는 기모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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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64장

긍정적인 의사의 대답을 듣고 사화정은 드디어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소만리는 이 광경을 보고 기모진에게 자신을 내려달라고 했다.사화정도 그런 소만리의 모습을 보고 소만리에게 다가갔다.사화정의 눈빛은 따뜻했고 만면에 자애로운 미소가 흘러내렸다.“별일 없어서 정말 다행이야. 아까 엄마가 얼마나 놀랬다고. 이제 우리 얼른 집에 가자.”소만리는 진지한 표정으로 사화정을 바라보며 빙그레 웃었다.“엄마.”사화정은 소만리가 자신을 부르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래, 소만리. 우리 이제 집에 가자.”“엄마.”소만리가 감격에 겨워 큰 소리로 외쳤다.사화정이 대답하려고 하던 순간 소만리가 이렇게 외치자 사화정은 어딘가 잘못된 건가 하고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사화정의 얼굴에는 점점 웃음기가 사라지고 표정이 굳어졌다. 사화정은 어안이 벙벙한 것 같았다.그러나 잠시 후 사화정이 뭔가를 깨달은 듯 가만히 소만리를 쳐다보다가 어느새 눈가에 눈물이 차오르기 시작했다.몇 초의 정적이 흐른 후 사화정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소만리.”소만리의 눈가에도 이슬방울이 촘촘히 맺혀 있었다.사화정을 바라보는 소만리의 눈빛에 기쁨이 가득 들어찼고 소만리는 살며시 고개를 끄덕였다.“엄마, 나야. 소만리. 엄마가 밤낮으로 오매불망 걱정하던 딸, 소만리.”소만리의 말이 떨어지자 사화정의 눈물이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뚝 떨어졌다.한번 터진 눈물샘은 도무지 진정이 되지 않았다. 사화정은 흐느끼며 소만리를 덥석 껴안았다.소만리도 사화정을 껴안고 그동안의 고생을 위로하듯 사화정의 등을 쓸어 주었다.“소만리. 우리 딸, 엄마가 정말 미안해.”사화정은 진심으로 사과했다. 말투나 표정, 모든 것에서 얼마 전까지 보였던 아이 같은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드디어 사화정이 예전의 정상 모습으로 돌아온 것이었다.방금 큰 화물차가 소만리를 향해 들이받으려는 순간 그녀는 본능적으로 화물차 앞으로 나가 저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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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65장

어두컴컴한 어둠 속에서 위청재는 차 안에 앉아 있는 사람들을 가로등 불빛으로 똑똑히 보았고 그제야 마음을 놓았다.차가 멈춘 후 기모진이 먼저 차에서 내렸고 그는 뒤 칸으로 가서 문을 열고 소만리를 차에서 끌어안았다.위청재는 이를 보고 저도 모르게 걱정이 되었다.그녀는 급히 기모진에게 안겨 있는 소만리에게 다가갔다.소만리의 눈이 벌겋게 충혈되어 부어오른 모습을 보니 더욱 걱정이 되었다.“어떻게 된 거야? 소만리, 어디 아파?”소만리는 위청재의 말에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아니에요. 발을 좀 삐었을 뿐이에요. 괜찮아요. 며칠 쉬면 괜찮아질 거예요.”위청제는 이 말을 듣고 오히려 더욱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어떻게 하다가 발을 삔 거야? 어쩌다 다친 거야? 정말 며칠 쉬면 괜찮아지는 거야?”“네. 정말이에요.”소만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못 믿으시겠으면 모진에게 물어보세요.”그러자 이 말을 듣고 기모진은 바로 소만리의 말에 맞장구를 치며 말했다.“잘 쉬면 나을 거니까 너무 걱정 마세요.”“그래, 그럼 다행이야.”위청재는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 하지만 문득 뭔가 떠오른 듯 다시 입을 열었다.“사돈은? 도우미가 그러는데 아까 사돈 찾으러 나갔다던데, 사돈은? 왜 갑자기 혼자 뛰쳐나가신 거야.”“사돈, 저 여기 있어요.”사화정의 목소리가 차 안에서 들려왔다.위청재는 고개를 들어 반대쪽을 보았다.사화정이 만면에 미소를 띠우고 자신을 향해 걸어오는 것을 보고 그녀도 얼른 사화정에게 다가갔다.“사돈, 왜 갑자기 뛰쳐나가셨어요? 화장실 다녀와 보니까 안 계셔서 걱정했어요. 혼자 그렇게 나가시면 위험해요. 혹시 옆에 아무도 없다가 위험해지면 큰일 나요. 다음부터는 그러시면 안 돼요.”위청재는 아이에게 훈계를 하듯 사화정에게 당부했다.위청재는 조금 전 사화정이 제정신을 차렸다는 사실을 알 리 없었다.그러나 사화정은 자신을 염려하는 위청재의 따뜻한 마음을 알고 있어서 가만히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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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66장

위청재는 자신을 향해 미소를 짓고 있는 사화정을 놀란 눈으로 바라보다가 이윽고 깜짝 놀라 다시 사화정의 손을 잡아당겼다.“그게 사실이에요? 사돈, 정말 돌아오신 거예요? 옛날 일 다 기억나세요? 소만리 알아보셨어요?”사화정은 한때는 자신과 앙숙지간이었던 사람이 이렇게까지 자신을 걱정해 주는 날이 올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여러 우여곡절을 겪는 동안 사화정과 위청재 사이에는 끈끈한 정이 생긴 것 같았다.위청재가 자신의 손을 잡고 마음을 쓸어내리는 모습을 보자 사화정의 눈에서 눈물이 반짝거렸다.“네, 소만리 알아봤어요. 옛날 일도 다 생각났구요. 제가 제정신이 아닌 채로 미쳐 날뛰었을 때 사돈께서 지난날의 원한따위 제쳐두고 절 극진히 보살펴 주셨던 거 다 생각났어요.”“그동안 사돈이 절 이렇게 세심하게 보살펴 주지 않으셨다면 아마 회복하기 어려웠을 거예요.”“사돈, 정말 감사드려요. 그리고 죄송하다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어요.”사화정은 위청재에게 진심으로 감사하고 있었고 마음을 다해 사과했다.위청재는 사화정의 말을 듣고 자신도 모르게 눈시울이 시큰시큰해졌다.울고 싶었지만 그녀는 손을 내저으며 속으로 울음을 참았다.“아유, 나도 예전엔 제멋대로였어요. 경도 제일 부잣집 부인이라고 어딜 가나 행세했었죠, 뭐.”“말하자면 그건 우리 둘 잘못이 아니에요. 다 그 못된 소만영 잘못이에요. 그리고 사악한 소만영의 부모가 우리를 농락해서 힘들게 만들었기 때문이에요.”“그들이 아니었다면 우리는 진작에 사돈이 되었고 소만리와 기모진도 더 일찍 함께 할 수 있었을 거예요.”사화정은 소만영의 집안이 모든 악행의 근원이라는 것을 부인하지 않았지만 자신에게도 잘못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덮어 놓고 소만영이 말한 대로 곧이곧대로 믿었던 잘못이었다.진실이 눈앞에 있어도 소만영의 말만 믿고 싶었던 그때의 자신에게 잘못이 있었던 것이다.어찌 생각해 보면 그때 사화정이 그렇게 소만영을 신뢰했던 이유도 마음속으로 오랫동안 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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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67장

연고를 바르던 기모진의 손이 멈췄다.사실 꽤 시간이 흘렀는데도 그는 강자풍이 왜 이런 짓을 하는 건지 도무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그가 확실히 알 수 있는 것은 강자풍이 갑자기 그들과의 관계를 멀리하려고 했다는 것이다.분명 어딘가에서 무슨 말을 들은 것이 틀림없다.아니면 누군가가 강자풍에게 그들 부부에 대한 부정적인 허위사실을 심어 주었을 수도 있다.하지만 비록 강자풍이 어리긴 하지만 기모진은 그가 남이 부추기는 말에 쉽게 흔들리는 남자라고 생각하지 않았다.“소만리.”기모진이 부드럽게 소만리의 손을 잡고 일어나 그녀 옆에 앉으며 그녀를 다정하게 품에 안았다.“소만리, 난 아이들 다 키운 후에 당신이랑 같이 산과 물을 끼고 있는 교외에 가서 살고 싶어. 우리 둘만의 삶을 말이야.”기모진은 마음속에 담아두었던 아름다운 소망을 이야기했다.그는 행복하고 아름다운 꿈을 꾸었다. 그는 이 꿈을 진심으로 실현하고 싶었다.그래서 더 이상 소만리가 이런 번뇌에 시달리지 않고 벗어나길 바랐다.소만리는 기모진의 어깨에 머리를 살짝 기대었고 눈을 감으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꼭 그런 날이 왔으면 좋겠다.”그녀 또한 기모진의 소망대로 아이들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자라서 부모로서 성공하고 은퇴할 수 있기를 기대했다.그러나...소만리는 천천히 눈을 뜨고 눈시울을 붉혔다.그런데 여온이는 지금 어디 있을까?엄마가 어딜 가야 널 찾을 수 있을까? 여온아, 너 지금 괜찮니?...F국.교외에 은밀히 자리 잡고 있는 집.흰 가운을 입은 젊고 잘생긴 의사는 방금 기여온의 건강 검진을 마쳤다.그는 검사를 마친 뒤 줄곧 옆에 서 있던 강자풍을 따라 현관으로 나왔다.강자풍은 나오기 전에 침대 곁으로 다가가 여온에게 말했다.“여온아, 오빠 잠깐 나갔다고 금방 돌아올게.”그는 기여온의 작은 얼굴을 살짝 어루만졌다.강자풍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하며 작은 인형을 기여온의 손에 쥐여 주었다.기여온은 인형을 살짝 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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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68장

”왜 어렵다는 거예요? 당신이 치료한 아이 중에 낫지 않은 아이는 한 사람도 없어요!”“그렇죠. 그렇지만 그 아이들은 운이 좋았다고 할 수 있어요. 이 아이도 다른 아이들처럼 운이 좋을지 어떨지는 모르는 일이니까요.”이반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잘생긴 얼굴에 난색을 표했다.“강자풍, 내가 검사한 바로는 이전에 이 아이를 검사한 의사가 뭔가 잘못 판단할 걸로 보이는데요.”“잘못 판단했다고요?”강자풍의 가슴이 두근거리면서 갑자기 기대의 빛이 차올랐다.“당신 말은 혹시 여온이가 백혈병이 아닐 수도 있다는 건가요?”“아니, 그 말이 아니라.”이반의 얼굴이 조금 전보다 훨씬 심각해졌다.“아이는 병에 걸린 게 맞아요. 게다가 전에 의사가 판단한 것보다 훨씬 심각해요. 아이의 병세가 호전되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고요.”“...”강자풍은 말문이 막혔다.심방이 순식간에 멈춰버린 것 같았고 보이지 않는 찬바람이 그의 사지를 사정없이 파고드는 것 같았다.그는 눈앞이 아찔했지만 정신을 가다듬고 뭘 물어봐야 하는지 생각했다.이반에게 물어보는 그의 목소리에 힘이 하나도 없었다.“그럼 이제 어떻게 하죠? 어떻게 해야 고칠 수 있는 거예요?”“고칠 수 있어요.”이반은 천금 같은 긍정의 대답을 주었지만 이내 방향을 틀었다.“아이의 몸에 적합한 골수만 이식할 수 있다면요.”골수 이식!의료계 종사자가 아니더라도 적합한 골수를 찾아 이식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는 강자풍도 잘 알고 있다.희망은 있지만 희박할 뿐이다.“참, 아이가 말을 못 하는 것 같던데요?”이반은 호기심에 어린 눈빛으로 강자풍에게 물었다.“몇 번 검사를 해 봤는데 살짝 미소 짓는 것 말고는 말하는 건 한 마디도 못 들어본 것 같아서요.”이 점에 대해서 말하자면 강자풍은 여온에 대한 죄책감과 불안감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었다.비록 기여온이 직접적으로 강자풍 때문에 이렇게 된 것은 아니지만 강연은 그의 친누나였다.그에게도 책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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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69장

전화가 연결되자마자 저쪽에서 차갑고 나직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그 사람 딸을 잡은 지 한참 된 것 같은데 왜 아직도 아무런 움직임이 없는 거야? 설마 네 형과 누나의 복수를 하고 싶지 않은 거야?”강자풍이 긴 눈썹을 살짝 비틀자 아직 미소년다운 수려한 얼굴에 노한 빛이 떠올랐다.“내가 뭘 했는지 당신한테 설명할 필요 없잖아.”강자풍은 불만스럽게 말했다.“하지만 네가 네 형과 누나의 죽음의 진실을 알게 된 건 모두 내 덕분이란 걸 잊지 않았으면 좋겠군.”“강자풍, 비록 네 누나가 동정할 만한 사람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네 친누나였잖아. 강어도 마찬가지고. 그가 너한테 어떻게 대했는지 네가 잘 알고 있을 거야. 설마 네 형과 누나를 죽인 사람들이 유유자적하게 잘 살아가는 것을 두고 볼 생각은 아니지?”“지금 아이가 네 손에 있으니 복수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야. 망설이지 마. 망설임은 그저 기모진에게 기회를 줄 뿐이야.”남자가 하는 말에 깊은 암시가 담겨 있었다.그의 말투는 강자풍을 유혹하고 꾀어 내기에 충분했고 강자풍의 감정을 요리조리 이끌고 있었다.말을 마친 후 남자는 단호하게 전화를 끊었다.강자풍은 책상 위로 핸드폰을 던지며 다시 컴퓨터 화면에 시선을 돌렸다.강어가 남겨 놓은 글을 보고 강자풍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표정도 점점 굳어졌다.몇 분 뒤 그는 핸드폰을 들고 이반에게 전화를 걸었다.“골수를 찾을 필요 없어요.”“네?”이반은 어리둥절했다. 그러나 전화기 너머의 강자풍은 아무 말이 없었다.“강자풍, 듣고 있어요? 지금 골수를 찾을 필요가 없다니 그게 무슨 뜻이에요? 이 아이를 더 이상 신경 안 쓰겠다는 거예요?”이반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수십 초가 지난 뒤 이반은 아무런 감정 없는 강자풍의 대답을 들었다.“그 아이 죽든 말든 그냥 내버려 두세요. 당신도 더 이상 이 일에 관여하지 말고요.”매정하고 차가운 말을 내뱉은 강자풍은 이반이 뭐라고 추궁할까 봐 황급히 전화를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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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70장

갑자기 소만리의 심장이 뛰기 시작했고 눈가가 뜨거워졌다.아이의 목소리를 얼마만에 듣게 되는 것인가.드디어 그녀는 맑고 영롱한 아침 이슬 같은 아이의 목소리를 듣게 된 것이었다.그녀는 앞에 있는 작은 그림자를 보았다. 영락없는 기여온의 모습 같았다.소만리는 손을 내밀어 마침내 한 손을 잡았다.그러나 그녀는 갑자기 깜짝 놀라서 깨어났고 눈앞에는 근심에 가득한 기모진의 얼굴이 선명하게 보였다.“소만리, 여온이 꿈꿨어?”기모진이 다정하게 다가와 물었다.소만리는 잡은 손을 보더니 비로소 정신이 드는 듯 눈을 깜빡거렸다.온몸을 전율하게 만들던 기쁨이 한순간에 상실감으로 변했다.“응. 꿈속에서 여온이가 나한테 말하는 소리를 들었어.”“소만리...”“똑똑똑.”기모진이 소만리를 달래주려고 몇 마디 말을 꺼내려는데 갑자기 작업실 문이 노크 소리로 울렸다.비서가 문을 열고 들어와 알렸다.“사장님, 고승겸이라는 분이 뵙고 싶다고 찾아오셨습니다.”고승겸이 왔다고?기모진과 소만리는 이름만 들어도 신경이 바짝 곤두섰다.이 사람이 온 것이 왠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소만리는 자신의 감정을 추스르고 기모진과 함께 손님 접대실로 향했다.고승겸은 한정판 정장 차림으로 말쑥하게 차려입은 채 온화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그러나 그가 한 짓을 생각하니 이 단어와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소만리와 기모진이 안으로 들어오자 고승겸은 웃는 듯 마는 듯한 미소를 짓고는 손에 든 청첩장을 건넸다.“당신들에게 청첩장을 주려고 특별히 찾아왔어. 이번 주 토요일에 기 씨 그룹이 소유한 가장 호화로운 호텔에서 내 결혼식이 거행될 예정이야.”고승겸이 얼굴에 미소를 머금고 말했다.“우리가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두 분이 내 결혼식에 참석해서 꼭 축하해 줬으면 좋겠어. 기 선생도 호텔 서비스가 완벽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잘 부탁해.”기 씨 그룹에는 각계각층의 회사를 거느리고 있었다.기모진은 자신의 회사가 소유한 호텔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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