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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가 사랑한 여인의 모든 챕터: 챕터 1781 - 챕터 1790

2479 챕터

1781장

강자풍의 대답을 듣고 소만리는 안색이 확 변했다.“무슨 말이야? 모진이 무슨 이득을 봤다는 거야?”소만리는 점점 더 강자풍의 말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강자풍은 찻잔을 기울이며 가볍게 웃었다.“정확히 말하면 최종적으로 이익을 본 사람은 기모진의 숙부인 기묵비지.”“뭐라고?”소만리는 어리둥절했다.“강자풍, 이해할 수 있게 말해 봐.”강자풍은 담담하게 입을 열어 비아냥거리는 말투로 말했다.“기모진은 IBCI의 고위 멤버로 당시 강연의 곁에서 잠복하면서 스파이 역할했었지, 그렇지?”“네 말이 반은 맞고 반은 틀려.”소만리는 굳은 표정으로 강자풍의 말을 고쳤다.“모진이 IBCI 멤버인 것은 맞지만 모진은 강연의 옆에 잠복하면서 스파이 역할을 맡은 게 아니야. 모진이 강연의 옆에 있게 된 건 요트 사고 때문이었어. 강연이 나를 죽이려다가 요트가 폭발하는 바람에 모진이 기억상실에 걸렸지. 강연은 그걸 이용해 불법행위를 하려고 했고 모진은 강연의 계략을 역이용한 것뿐이야”“계략을 역이용한 것뿐이다...흥.”강자풍이 피식하고 웃음을 날렸다.“뭐 확실히 구분하자면 계략을 역이용한 거라고 할 수 있지. 강연의 죽음은 자업자득이라고 쳐. 그런데 내 형 강어는?”“강어도 법률이 정한 범위를 넘어 결국은 해서는 안 되는 범법 행위를 저질렀고 그 때문에 법률이 정한 벌을 받은 거야. 스스로 한 일에 대한 죄값을 치른 건데 왜 넌 네 형과 누나의 죽음을 모진 탓으로 돌리는 거야?”“형의 죽음도 자업자득이라고 치자고. 그럼 기묵비는? 그도 내 형과 똑같이 F국에서 비슷한 죄를 지었어. 심지어 그는 살인교사 혐의까지 있어. 그런데 무슨 근거로 그는 법의 제재를 피할 수 있었던 거야?”강자풍의 목소리가 점점 흥분되고 있었고 감정도 격해지고 있었다.“기모진은 IBCI 멤버야. 그와 그의 동료는 내 형을 잡았어. 기묵비도 같은 죄를 저질렀다는 걸 설마 기모진이 모른다는 거야? 당연히 기모진은 알고 있어.”“난 줄곧 내 형이 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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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82장

그가 눈을 들어 올려다보니 소만리는 보이지 않고 바로 앞에 이반이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언제 여기 왔어요?”강자풍은 의아한 표정으로 말했다.이반은 금테로 둘러진 빈티지 안경을 손으로 살짝 집어 올리며 느긋한 표정으로 소파에 몸을 기댔다.“당신이 아까 그 여자가 떠나는 걸 안타까운 눈으로 쳐다보고 있을 때 여기 왔죠. 뭐예요? 당신 연상 좋아하는 타입이었어요?”이반의 말을 들은 강자풍은 손으로 눈썹을 비비며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여온이 엄마예요.”이반은 이 말을 듣고 눈빛이 살짝 바뀌더니 소만리가 떠난 쪽을 바라보았다.“저 여자가 그 소만리예요?”강자풍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반은 뭔가 생각에 잠긴 듯하다가 입을 열었다.“역시 남다르군요. 방금 저 여자랑 부딪힐 뻔했거든요. 조금 거리가 있었지만 그 여자에게서 나는 독특한 냄새를 맡을 수 있었어요. 조향사라서 그런지 정말 독특하고 특별했어요.”이 말을 들은 강자풍은 눈썹을 가운데로 조여 살덩어리가 불뚝 솟아오른 채 얼굴빛이 냉랭하게 변했다.미모의 종업원이 미소를 지으며 이반이 주문한 커피를 가져다주었고 이반은 우아한 자태로 입을 오므린 다음 슬슬 입을 열었다.“아까 소만리가 나가기 전에 하던 말을 잠깐 들었는데 딸의 건강 상태를 많이 걱정하던 눈치더군요. 당신 기여온의 현재 상태를 알려주지 않았어요?”강자풍은 미동도 하지 않은 채 김이 모락모락 나는 홍차를 마시며 낮은 목소리로 웃었다.“그녀에게 알릴 필요 없어요.”“헉, 그럴 필요 없다구요?”이반은 웃으며 강자풍의 말을 반복했다.“딸의 목숨을 구해줬는데 말해 줄 필요가 없다니. 강자풍 도련님이 언제 그렇게 아량이 넓고 위대해지셨죠?”이반은 그를 조롱했지만 표정은 진지했다.“사실 난 너무 궁금했어요. 그때 당신이 나에게 그 여자아이의 일에 더 이상 관여하지 말라고 했잖아요. 그건 그 아이가 죽는 말든 내버려 두라는 거였잖아요. 그리고 더 이상 그 아이에게 적합한 골수를 찾지 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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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83장

이반의 얼굴에 의미심장한 강자풍의 시선이 꽂혔다.새콤달콤한 맛이 나는 사탕이었지만 그는 사탕의 맛을 전혀 느끼지 못한 듯 알 수 없는 씁쓸한 맛이 목구멍을 타고 내려가는 것 같았다.“난 정말 알고 싶죠. 강자풍 도련님이 나한테 이야기를 해주고 싶은지 어떤지는 잘 모르겠지만요.”이반의 눈빛은 호기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와 강자풍은 오랫동안 아는 사이였다.나이는 이반이 강자풍보다 3살 더 많았고 그들은 어렸을 때부터 알고 지냈다.당시 강자풍은 10대 소년이었고 재력이랄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그야말로 강자풍은 가난한 학생에 불과했고 이반의 집안은 F국에서는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쟁쟁한 집안이었다.하지만 그 차이가 그들이 좋은 친구가 되는 것에 방해가 되지는 않았다.성격상 두 사람은 아주 비슷했고 겉보기로는 세상 물정 모르는 잘생긴 도련님들 같았다.이반에 대해 놀기 좋아한다는 소문이 돌았지만 실상 그는 그와는 정반대였다.그는 뛰어난 소아 전문의가 되었다.강자풍은 이제 F국에서 이름난 사업가로 탈바꿈했다.이 명성의 대부분은 그의 형인 강어 덕분이라는 것을 강자풍 자신도 잘 안다.강자풍은 술을 거의 마시지 않았지만 지금은 가끔 마시기도 한다.강자풍은 와인 한 병을 가져와 이반에게 한 잔 따라주고 자신의 잔도 채운 뒤 한 모금 마셨다.레드와인의 떫은맛이 입속을 자극하자 방금 먹었던 사탕의 달콤한 맛과 어우러져 오묘한 맛을 자아내었다.강자풍은 기여온과의 첫 만남을 떠올렸다.그렇게 작고 그렇게 순수하고 귀여운 아이가 자신의 볼에 뽀뽀해 주었다.달빛이 순수한 그 아이의 웃는 얼굴을 비추었고 자신도 모르게 얼굴이 붉어졌던 그때를 기억했다.자신의 얼굴이 붉어졌던 이유는 뒤에서 그를 놀리는 사람들 때문이었다.“강자풍, 왜 웃어요? 나한테 무슨 얘기를 해주려던 거 아니었어요? 말도 안 하고 왜 혼자 실없이 웃고 그래요?”이반이 더욱 궁금해하며 물었다.강자풍도 그때 문득 정신을 차렸다.자신이 기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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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84장

시중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고는 즉시 몸을 돌려 기여온의 방으로 갔다.강자풍은 그 자리에 잠시 서 있다가 계단을 내려갔다.이반도 강자풍의 뒤를 이어 아래층 거실로 향했다.소만리는 거실에 서 있다가 유유히 내려오는 강자풍을 보고 그를 향해 걸어왔다.“여온이가 여기 있는 거 맞지?”강자풍은 소만리의 말을 듣고 눈살을 찌푸리며 불쾌한 감정을 숨김없이 드러내었다.“당신이 아마 모르는 모양인데 여기는 개인 주택이야. 내가 초대한 친한 친구만 들어올 수 있다고. 다른 사람은 일체 들어올 수 없는 개인 주택, 알겠어?”소만리는 강자풍이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알아들을 수 있었다.소만리는 강자풍의 뒤에 서 있는 이반을 보고 조금 전 카페에서 부딪힐 뻔했던 남자임을 단번에 알아보았다.자신을 바라보는 소만리의 시선을 느낀 이반은 다소 거만해 보이는 미소를 지으며 한발 앞으로 나와 소만리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안녕하세요, 부인. 존함은 오래전부터 들었습니다. 저는 자풍의 친구 이반이라고 합니다. 성은 노 씨입니다.”이반의 미소는 다소 경박하게 보였지만 소만리에게 친근함을 보이고자 애쓰는 것이 엿보였다.“안녕하세요, 노 선생님.”소만리는 이반과 예의 바르게 악수를 나눈 뒤 강자풍을 바라보았다.“강자풍, 정말 내 딸 못 보게 할 거야?”“여온이는 여기 없어.”강자풍은 여온이가 위층에서 버젓이 자고 있음에도 단호하게 부인했다.눈을 들어 주위를 둘러본 소만리는 소파 위 구석에서 인형을 보았고 티 테이블 위의 꽃병에 분홍색 안개꽃이 꽂혀 있는 것을 보았다.이것들은 모두 여온이가 좋아하는 것들이었다.“여온이가 여기 있는 거 다 알아, 강자풍. 빨리 내 딸 데려와. 여온이는 내 딸이야. 난 내 딸을 볼 권리가 있고 내 딸을 집으로 데리고 갈 권리가 있어.”소만리의 태도가 갑자기 강경해졌다.그러나 강자풍은 시선을 움직이며 냉담하게 소만리를 돌아보았다.“소만리, 다시 한번 말하지만 여기에는 당신이 찾는 사람이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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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85장

이반은 일어서서 물었다. 확실히 소만리의 얼굴이 좋지 않아 보였다.강자풍은 이반의 말을 듣고 나서야 소만리의 얼굴이 식은땀으로 범벅이 되어 있는 것을 알아차렸다.소만리는 이것이 몸속의 독소가 발작하는 것임을 점차 깨달았다.남연풍이 말한 그 네 번째 단계가 온 것이었다.소만리는 한순간이라도 연약함을 허용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상황에서도 자제력을 잃지 않으려고 애썼다.이미 난동을 부리기 시작한 독소를 이겨낼 수는 없었지만 그녀는 끝까지 쓰러지지 않았다.그녀는 두 주먹을 불끈 쥔 채 여전히 강자풍을 향해 따가운 시선을 쏘아붙였다.“강자풍, 난 이번에 반드시 여온이를 데리고 가야겠어. 만약 네가 여온이를 돌려주기 싫다면 난 마지막 방법을 쓸 수밖에 없어.”강자풍은 점점 창백해져 가는 소만리를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며 물었다.“당신 지금 이런 모습으로 당신 딸을 데리고 갈 수 있다고 생각해?”소만리는 가볍게 입꼬리를 말아올렸다. 아름다운 그녀의 눈동자에는 강인한 빛이 꿈틀대고 있었다.“엄마라는 사람은 말이야. 내 몸이 갈기갈기 찢겨져도 자식을 위해선 아까울 게 없는 사람이야.”소만리의 말을 듣고 강자풍은 잠시 넋을 잃은 듯 멍해졌다.그때 소만리가 고통스러운 신음 소리를 내자 넋을 놓았던 강자풍이 정신을 차리고 소만리를 보았다.그녀는 입술을 꽉 깨물고 있었고 얼굴은 하얀 도화지보다 더 하얗게 핏기를 잃어가고 있었다.호흡도 매우 가빠졌다.소만리의 모습을 보니 강자풍의 머릿속에 뭔가 데자뷔처럼 어떤 장면이 떠올랐다.“소만리, 당신 무슨 병에 걸린 거 아니야?”강자풍이 물으며 소만리를 향해 다가갔다.소만리는 갑자기 경계하며 뒤로 물러났다.강자풍은 처음에는 소만리가 그의 접근에 저항하는 줄 알았다.그러나 곧이어 소만리는 혼자서 중얼중얼 혼잣말을 하기 시작했다.“모진, 정말 내가 한 짓이 아니야. 날 믿어줘...”“...”강자풍은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소만리를 보고 깜짝 놀랐다.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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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86장

그러나 강자풍은 갑자기 눈앞에 있던 소만리가 차 앞에서 쓰러지는 모습을 보았다.“소만리!”강자풍은 재빨리 소만리의 곁으로 달려갔고 소만리의 어깨를 부축해 일으켜 세워 보니 이미 소만리는 의식을 잃고 기절해 있었다.이반은 소만리의 손목에 손가락을 갖다 대며 빠르게 움직였고 소만리의 맥박이 뛰는 빈도와 변화하는 맥을 느끼며 미간을 찌푸렸다.“강자풍, 아무래도 소만리의 상황이 심상치 않아 보여요. 방으로 어서 데려가는 게 좋겠어요!”강자풍도 소만리의 상황이 급박하다는 것을 깨닫고 지체 없이 소만리를 방으로 데리고 갔다.벽 하나를 사이에 둔 공간에서 소만리와 기여온 두 모녀가 나란히 누워 있었다.강자풍은 소만리를 침대에 누인 후 이반에게 소만리를 체크하게 했다.이반은 소아과 의사였지만 이런 기초적인 검사는 이미 닥치는 대로 해 온 터라 얼른 소만리의 몸 상태를 살폈다.하지만 아무리 살펴보아도 소만리의 몸에 무엇이 문제인지 알 수가 없었다.가슴이 두근거리고 식은땀이 나고 호흡이 흐트러지는 환자를 못 본 건 아니지만 증상이 일반적인 환자와는 많이 달라 보였다.한참 고민하고 있는 이반의 귀에 소만리의 잠꼬대 소리가 어렴풋이 들려왔다.“모진, 날 믿어줘. 한 번만이라도 제발...”소만리의 목소리는 가냘팠지만 강자풍과 이반은 그녀가 무슨 말을 하는지 똑똑히 알아들을 수 있었다.“모진이 누구예요?”이반이 궁금해서 강자풍에게 물었다.“경도 제일가는 집안 태자, 소만리의 남편이에요.”강자풍이 설명했다. 이반은 강자풍의 말을 듣고 나니 더더욱 이해가 가지 않았다.어떤 상황이길래 소만리가 남편에게 이렇게 비굴하게 믿어달라고 부탁하는 걸까?이반은 생각 끝에 결단을 내렸다.“강자풍, 소만리의 이런 상황은 내 인지 범위를 넘어선 것 같아요. 물론 나의 실력이 부족한 탓도 있겠지만 소만리의 지금 몸 상태는 확실히 일반적이지 않아요. 일단 소만리가 깨어나길 기다렸다가 병원에 데리고 갈지 말지 결정하자구요.”“지금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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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87장

이반의 전화를 받은 강자풍은 망설임 없이 핸들을 꺾어 병원으로 달려갔다.이반은 소만리에게 가장 좋은 VIP 병실에 입원시켰다.그는 지금 병실 입구에 서 있었다.고통에 시달리는 소만리에게 방해가 될까 봐 염려되어 감히 들어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이반은 강자풍이 복도 반대편에서 빠른 걸음으로 걸어오자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병실을 가리켰다.“당신 두 눈으로 확인해 봐요. 소만리의 상태가 정말 이상해요.”이반의 말을 듣던 강자풍은 문 위에 난 작은 창문을 통해 병실 안에 있는 소만리를 보았다.소만리는 자신의 다리를 동그랗게 배꼽까지 말아올린 채 침대 모서리에 웅크린 채 입술을 깨물고 고통과 싸우고 있었다.강자풍은 얼굴을 찡그리며 방문을 열고 들어갔다.누가 들어오는 소리를 듣고 소만리는 눈을 번쩍 들어 쳐다보았다.그녀의 등 뒤로 흩어진 햇살이 창문을 통해 들어와 소만리의 옆얼굴에 옅은 빛을 뿌렸다.그녀의 창백하고 초췌한 얼굴에는 환한 빛이 뿌려졌지만 고통에 찌든 그녀의 무기력한 얼굴은 여전히 애처롭고 가련하게 보였다.강자풍이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것을 본 소만리의 눈빛은 순식간에 복잡해졌다.기대와 당황스러운 시선이 엇갈려 강자풍을 보는 것도 그녀는 당혹스러웠다.“소만리, 당신 왜 그래? 무슨 병이라도 걸린 거 아냐?”강자풍이 침대 곁으로 다가와 빙빙 돌리지 않고 물었다.강자풍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소만리의 눈시울이 붉어지기 시작했다.강자풍은 당황스러움을 금치 못했다.더욱 믿을 수 없었던 것은 소만리가 갑자기 자신에게 다가와 그의 옷자락을 꽉 잡아당겼다는 것이었다.“모진에게 전해줘. 난 정말 기란군을 해치지 않았어. 그런 짓을 하지 않았다구. 내가 와서 보니 이미 소만영이 과일 칼로 기란군 얼굴을 베었어. 정말 내가 한 짓이 아니야. 모진... 왜 날 믿지 않는 거야?”“...”강자풍은 이 말을 듣고 정신이 멍해졌다.소만리와 기모진 사이에 있었던 일에 대해 아직 모르는 일이 너무 많다는 걸 느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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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88장

강자풍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그제야 돌아섰다.두 남자가 병실 입구에 서서 이따금씩 안을 들여다보았다.침대에 웅크린 채 두 눈을 꼭 감고 눈썹을 찡그린 소만리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강자풍은 너무나 걱정스러웠다.“강자풍, 소만리가 남편이랑 원래 사이가 안 좋아요? 왜 자꾸 저런 말을 하죠?”이반이 마음속에 품고 있던 의혹을 말하면서 동시에 스스로 의혹의 그물을 파헤치듯 상황을 분석하기 시작했다.“그녀가 보인 증상은 정말 이상해요. 누구보다 기세등등한 강인한 여왕의 모습을 보이다가 갑자기 겁에 질린 여자로 변해 버렸어요. 혹시 정신분열은 아니겠죠?”이반은 지금껏 볼 수 없었던 소만리의 상황을 두고 결국 불가사의한 결론을 내렸다.이 말을 듣고 강자풍의 눈썹이 깊이 잠겼다.“정신분열?”강자풍은 생각에 잠겼다. 이반이 한 말이 가능성이 없는 말 같지는 않았다.지금 소만리가 보였던 두 가지 양상은 정말로 정신분열 증상에 부합했기 때문이다.그러나 그는 이상하게 여겨졌다.“정신분열이 사람의 호흡을 흩트리고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들고 식은땀을 흘리게 만드는 거예요?”이반이 고개를 가로저었다.“그건 아니에요. 하지만 어떤 과격성 인격으로 전환되면 감정적으로 흥분해서 이런 합병증이 생길 수도 있죠.”“그럼 정말 정신분열 증세와 비슷한 건가요?”이반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솔직하게 말했다.“이건 내 전문 분야가 아니에요. 하지만 우리 병원 최고의 정신과 전문의를 소개해 줄 수 있어요.”강자풍은 소만리를 바라보았다.“최고의 전문의로 소개해 주세요.”의사가 병실에 도착한 후 소만리에게 진정제를 투여하자 강자풍은 차를 몰고 걱정스러운 마음을 안고 집으로 돌아왔다.시중이 강자풍에게 기여온이 방금 깼다고 말했다.그는 곧장 위층으로 올라가 기여온의 침실에 갔다.아이가 침대에서 내려와 베란다에 서서 이른 봄의 햇살을 받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그 작은 모습을 바라보는 강자풍의 눈빛은 자신도 모르게 솜털처럼 보드랍게 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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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89장

경도.기모진은 어린 아들을 데리고 산책을 하고 있던 중 갑자기 강자풍의 전화를 받게 되었다.처음에 그는 뭔가 잘못 본 것이 아닌가 했지만 화면에 나타난 이름을 유심히 보아도 바로 강자풍 그 이름이었다.강자풍은 예전에 그의 전화번호를 차단했었다.그런데 그가 갑자기 전화가 온 것이었다. 기모진은 왠지 나쁜 예감이 들었다.사실 불길한 예감은 아까부터 느끼고 있었다.그가 소만리에게 전화를 계속 걸었는데 아무도 받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강자풍한테서 먼저 전화가 오다니 소만리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이 분명했다.기모진은 아무렇지도 않은 척하며 전화를 받았고 곧이어 강자풍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당신 아내가 무슨 병에 걸렸어요?”이 말을 들은 기모진은 즉시 소만리의 몸속에 있는 독소를 떠올렸다.틀림없이 네 번째 단계의 발작이 시작된 것이다!“강자풍, 소만리가 왜? 빨리 말해!”기모진은 다급하게 추궁했고 자신도 모르게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기모진의 손을 잡고 있던 어린 아들은 큰 눈을 껌뻑이며 그를 바라보았다.작은 얼굴에 당황해하는 기색이 떠오르며 아이는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을 했다.“아빠...”어린 아들은 아주 또렷한 목소리로 기모진을 불렀지만 지금 기모진의 모든 관심은 온통 전화기 너머에 있었고 자신이 아들의 손을 잡고 있다는 사실조차 기억하지 못했다.전화기 너머에서 강자풍의 목소리가 들렸다.“2시간 전에 소만리가 쓰러졌는데 깨어나자마자 자꾸 혼잣말을 하고 횡설수설한 모습을 보여요.”“자꾸 자기가 뭘 하지 않았다고 당신더러 믿어달라고 하는 말을 해요.”“...”강자풍의 말을 듣고 기모진은 자신의 심장이 순식간에 날카로운 칼날에 찢겨지는 듯한 아픔을 느꼈다.소만리의 몸속에 있는 독소가 발작한 것이 분명했다.독소가 네 번째 발작하면 소만리에게 정신적인 고통을 줄 수 있다고 했다.그녀에게 가장 불쾌하고 아픈 기억을 떠올리게 할 것이다.그리고 소만리가 가장 괴로웠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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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90장

강자풍은 전화를 끊고 곧바로 이반에게 전화를 걸었다.“소만리가 혹시 시약 같은 거 가지고 있는지 좀 찾아보세요. 만약 있다면 바로 소만리한테 주사 좀 놓아주세요. 당신은 의사니까 주사 놓는 것쯤 일도 아니잖아요. 어서 좀 해 주세요.”이반에게 거절할 기회는커녕 말할 기회도 주지 않고 강자풍은 전화를 끊었다.의사인 이반도 당연히 강자풍의 요청을 거절할 의향이 없었다.하지만 이반은 진정제를 맞고 잠에 빠진 소만리를 바라보며 잠시 머뭇거렸다.진정제를 맞았는데 다른 걸 또 맞아도 될까?하지만 의사의 사명은 사람을 살리는 것이다. 소아과 의사든 어떤 의사든 책임은 같다.그는 이불을 들추고 소만리의 옷가지를 뒤져 보았지만 강자풍이 말한 시약 같은 건 발견되지 않았다.그는 병원으로 오는 길에 있는 강자풍에게 바로 전화를 걸어 상황을 설명했다.병원에 도착한 후 강자풍도 소만리의 주머니를 샅샅이 뒤져 보았지만 기모진이 말한 시약은 없었다.“강자풍, 해독제를 찾고 있다고 했어요? 그럼 소만리가 무슨 독소에 중독이라도 되었단 얘기예요?”강자풍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의 마음속에 이미 짚이는 데가 있었다.이건 분명 강연이 예전에 기모진에게 먹인 것과 비슷한 독소일 것이다.그런데 소만리가 어떻게 독소에 중독이 된 것인지 강자풍은 도무지 짐작조차 되지 않았다.“아니면 소만리가 깨어나길 기다렸다가 해독제가 어디 있는지 물어보면 어떨까요?”“깨어난 뒤에 소만리의 상태가 더 나빠져 있을까 봐 그게 걱정스러워요.”강자풍이 추측했다.그가 추측한 대로 상황이 흘러간다면 진정제의 효과가 사라진 후의 소만리는 정말 장담할 수 없는 상태가 될 것이다.잠에서 깬 소만리는 역시나 강자풍이 예상했던 대로 상태가 더 나빠 보였다.전보다 더 고통스러워 보이는 그녀는 초점 없는 눈빛으로 계속 기모진의 이름을 중얼거렸고 믿어 달라는 애원의 말을 계속 반복했다.소만리의 모습을 보니 강자풍의 마음이 너무나 아파왔다.“아직도 이 부부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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