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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가 사랑한 여인의 모든 챕터: 챕터 1791 - 챕터 1800

2479 챕터

1791장

기모진의 시선이 병실 문 위에 난 작은 창문으로 떨어졌다.그가 안을 들여다보니 소만리의 가냘픈 뒷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아픈 가슴을 부여잡고 기모진은 바로 병실 문을 열었다.“한 가지만 충고해 드리자면...”강자풍의 목소리가 기모진의 등 뒤에서 울렸다.“지금 감정이 격해질 대로 격해져 있어요. 당신이 누군지도 못 알아볼지도 모르니까 마음 단단히 먹는 게 좋을 거예요.”기모진은 강자풍의 충고를 듣고 조용히 문을 닫았다.그는 두 다리를 안고 침대 한구석에 웅크리고 있는 소만리를 보며 한 걸음씩 다가갔다.“나 아니야. 난 정말 그런 짓 한 적 없어. 모진, 왜 날 믿지 않는 거야...”기모진이 가까이 다가가자 갑자기 소만리가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소만리가 한 말은 마치 날카로운 칼날처럼 그의 마음을 사정없이 찔렀다.기모진의 발걸음이 자신도 모르게 멈춰 섰고 그 자리에서 기모진은 소만리가 계속 혼잣말을 하는 것을 들었다.“당신이 말한 대로 난 성인이 되어 당신의 신부가 되려고 하는데 왜 당신은 나랑 결혼하고 싶어 하지도 않고 이렇게 미워하는 거야?”“왜 한 번만이라도 날 믿어 주지 않는 거야?”“기모진, 난 단지 당신을 사랑하는 것뿐인데 왜 이런 대가를 감수해야 하는 거야? 왜 당신은 소만영이 말한 것만 믿는 거야? 기모진, 왜!”소만리의 말을 듣자 기모진의 마음은 이미 산산조각이 났다.순간 그는 소만리에게 다가갈 자격조차 자신에게는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돌이키고 싶지 않은 과거의 일들이 조금씩 머릿속에 떠올랐다.어느 것 하나 그녀에게 상처가 되지 않는 것이 없었다. 잔인한 기억들이 그녀를 계속 괴롭히고 있었다.어떻게 참을 수 있겠어, 기모진.당신 그때 너무나 잔인했어.도대체 얼마나 냉혈한이어야 당신을 사랑하는 날 이렇게 무자비하게 짓밟을 수 있어?“소만리...”기모진은 울먹이며 눈시울을 붉혔다. 자신도 모르게 입술 사이로 소만리의 이름이 새어 나왔다.기모진이 내뱉은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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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92장

”당장 나가요. 돌아가서 소만영에게 전해요. 어떻게 하더라도 그 여자 뜻대로는 안 될 거라고!”소만리는 완강하게 저항했다. 그녀는 손을 뻗어 다시 기모진을 밀치며 쫓았다.하지만 기모진은 당연히 가지 않았다.그는 성큼성큼 소만리에게 다가와 문을 가리키는 그녀의 손을 잡은 다음 그녀를 품에 와락 끌어안았다.“소만리, 난 아무 데도 안 가. 평생 당신 곁에 있을 거야.”갑자기 기모진이 그녀를 부둥켜안자 그녀의 표정이 확 바뀌기 시작했다.그녀는 온 힘을 다해 기모진의 품에서 벗어나려고 애써 보았으나 실패하고 말았다.“계속 기모진 행세를 하려고 하는 거예요! 얼른 날 놔줘요! 놓으라구요!”소만리의 저항에도 기모진은 묵묵히 고통을 참으며 끈질기게 그녀를 부드럽게 달래었다.“소만리, 나 모진이야. 내가 정말 모진이라고. 내가 잘못했어. 내가 잘못한 거 잘 알아.”기모진은 연거푸 사과했지만 소만리의 마음은 여전히 매우 격앙되어 있었다.기모진이 아무리 해도 자신을 놓아주려 하지 않자 소만리는 눈을 붉히며 고개를 숙이고는 입을 벌려 기모진의 어깨를 매섭게 물었다.“앗.”날카로운 통증이 어깨에서 전신으로 퍼지기 시작했다.기모진의 검은 미간에 주름이 지며 일그러졌지만 끝내 그는 아무런 신음 소리도 내지 않았다.이렇게라도 해서 그녀의 마음이 좀 편안해졌다면 자신의 몸이 만신창이가 된다고 해도 그는 기꺼이 자신의 다른 어깨도 내어 놓을 것이다.하지만 소만리가 기모진의 어깨를 깨물은 목적은 기모진을 떼어놓기 위한 것이었다.소만리의 과격한 행동에도 기모진은 필사적으로 그녀를 안고 있었고 이를 본 소만리의 기분은 더욱더 통제 불능 상태로 빠졌다.“놔줘요! 기모진을 만나야 하는데 왜 이렇게 모질게 굴면서 못 만나게 하려는 거예요? 소만영의 터무니없는 거짓말은 잘도 믿으면서 내 말을 왜 이렇게 안 들어주는 거에요!”“왜 그러는 거야, 기모진. 당신은 왜 이렇게 나한테 잔인해! 내가 분명히 말했잖아. 영원히 당신과 함께 할 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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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93장

강자풍의 발걸음이 멈춰 섰다.그러나 그는 돌아서지 않고 기모진이 자신을 향해 걸어오는 발자국 소리를 들으며 그 자리에 침착하게 서 있었다.“강자풍, 정말 해독제 못 찾았어?”“그렇게 말하는 의도가 뭐예요? 설마 내가 일부러 당신 아내를 구하지 않았단 말을 하고 싶은 거예요?”강자풍은 담담하게 웃으며 되물었다.“자세히 찾아봤는지 그냥 궁금했을 뿐이야.”기모진은 강자풍과 논쟁할 의도가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그저 지금 이 순간에도 소만리를 위해 그 해독제를 찾고 싶은 마음뿐이었다.그 해독제는 고승겸한테서 어렵게 손에 넣은 것이었다.지금 이 상황에서 그 해독제 외에는 소만리를 구할 수 있는 방법이 달리 없었다.“그녀의 옷 주머니는 나와 내 친구가 샅샅이 찾아봤어요. 당신이 말한 해독제 같은 건 정말 보이지 않았다구요.”강자풍은 언짢음을 애써 참아 가며 침착하게 말했다.“그럴 리가 없는데.”기모진은 정말 이해할 수 없었다.“소만리가 항상 지니고 다니겠다고 약속했어.”“그게 도대체 무슨 해독제예요? 소만리의 몸에 있는 것이 당신 몸속에 있는 독소와 같은 건가요?”강자풍은 약간 무거운 표정으로 물었다.기모진은 의혹에 가득한 눈초리로 강자풍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사람의 몸을 파괴하는 건 물론이고 마지막 단계에선 정신까지 고통스럽게 괴롭히지만 사람을 죽게 하지는 않는 독소야. 끝없는 고문을 퍼붓는 독소라고 할 수 있지.”“...”강자풍과 함께 있던 이반은 기모진의 설명을 듣고 깜짝 놀랐다.이런 게 세상에 있다니. 어떤 사람이 이런 무서운 독소를 만들었을까.이반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의사의 입장에서나 보통 사람의 입장에서나 이 세상에 사람의 심신에 고문 같은 고통을 퍼붓는 독소가 있다는 사실 자체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여기까지예요. 앞으로 더 끼어들지 않고 여기서 발 뺄게요.”강자풍은 차갑게 말을 내뱉고는 가던 발걸음을 계속 이어갔다.“강자풍,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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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94장

기모진은 어디서 이 남자를 본 적이 있는 것 같았다.그리고 이 남자, 의사라고 했다.기모진은 다시 병실로 돌아왔고 소만리는 지금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초췌한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며 기모진은 말없이 가벼운 탄식을 내뱉었고 한없이 스스로를 자책했다.소만리, 만약 내가 당신한테 그런 악몽 같은 행동을 하지 않았더라면 독소가 발작했더라도 이렇게까지 괴롭진 않았을 텐데.당신이 느끼는 고통의 근원은 나야. 내가 당신한테 씻을 수 없는 고통을 준 거야.기모진은 머리를 숙이고 소만리의 눈썹에 가볍게 입을 맞춘 뒤 소만리의 외투 주머니를 뒤적거려 보았지만 역시 해독제는 찾을 수 없었다.강자풍의 반응을 생각해 보니 거짓말 같지는 않았다.그렇다면 그 해독제는 도대체 어디로 간 걸까?기모진이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가 문득 병실 주위를 둘러보았다.가방.소만리의 가방과 핸드폰이 없었다.그는 즉시 핸드폰을 꺼내 강자풍에게 전화를 걸으면서 강자풍이 떠난 방향으로 쫓아갔다.그러나 강자풍은 기모진의 전화를 받지 않고 끊은 뒤 다시 기모진의 번호를 차단시켜 버렸다.기모진은 자신의 번호를 차단하는 강자풍의 행동이 참 유치하다고 생각했다.강자풍이 어디서 이런 행동을 배운 건지 알 수는 없었지만 참 씁쓸했다.기모진은 하는 수 없이 강자풍이 떠난 쪽으로 계속 쫓아갔다.기모진이 막 병원 입구에 다다랐을 때 강자풍이 차를 몰고 빠르게 눈앞을 스쳐 지나가는 것을 보았다.“강자풍!”강자풍도 기모진이 자신을 부르는 소리를 들었지만 백미러만 덤덤히 쳐다볼 뿐 오히려 액셀을 밝으며 속도를 냈다.기모진은 어쩔 수 없이 강자풍을 쫓는 일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병실에 혼자 남게 된 소만리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봐 두러웠기 때문이었다.그는 급히 병실로 돌아와 소만리가 편안하게 침대에 누워 잠이 든 모습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잠자코 그녀의 곁을 지켰다.기모진이 자신을 부르는 소리를 듣자 강자풍은 자신도 모르게 속도를 내었고 조수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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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95장

시중의 말을 들은 강자풍의 표정이 어두워졌다.그는 긴 다리를 성큼성큼 내디디며 바람처럼 빠르게 기여온의 침실로 향했다.“여온아.”그는 잔뜩 긴장한 목소리로 여온의 이름을 불렀다.그러나 침실에 들어서자 강자풍은 분위기가 이상함을 느꼈다.기여온은 울고 있지 않았고 방 안은 온갖 생일 파티 장식으로 꾸며져 있었다.방 안에 있던 시중은 강자풍이 들어서자 환하게 웃으며 외쳤다.“도련님, 생일 축하합니다.”생일?강자풍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오늘이 내 생일이라고?강어가 죽은 이후로 그는 생일을 따로 특별히 보낸 적이 없었다.생일이 어땠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을 정도였다.이때 눈앞에서 기여온이 크림 케이크를 들고 환한 얼굴로 그에게 다가왔다.그녀는 마치 순진무구한 작은 천사처럼 오랫동안 그에게서 받은 행복들을 환한 미소로 그에게 보답했다.기여온은 비록 말은 하지 못했지만 그녀의 눈으로 모든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며 미소 지었다.강자풍은 몸을 숙여 케이크를 잡으려고 손을 뻗었다.“도련님, 우선 소원부터 비셔야죠.”“도련님, 여온 아가씨가 만든 건 아니지만 옆에서 도와주었어요. 위에 있는 과일들은 모두 여온 아가씨가 장식한 거예요. 그리고 여기 생일 축하한다는 글자도 여온 아가씨가 쓴 거예요.”곁에 있던 시중이 설명해 주었다.강자풍의 시선은 미소 짓는 기여온의 얼굴에 떨어졌고 그녀가 손에 들고 있던 작은 케이크로 시선을 옮겼다.그의 눈앞에서 촛불이 타오르며 흔들거렸다.그는 눈시울을 붉혔고 이내 눈가가 촉촉해졌다.‘생일 축하해'라는 글씨는 비록 삐뚤빼뚤했지만 그의 눈에는 지금까지 본 글자 중 가장 아름답게 보였다.“고마워, 여온아.”강자풍은 울먹이며 고마워했다.그는 어려서부터 생일 축하를 받은 적이 많았지만 이번만큼 그를 울린 적은 없었다.강자풍은 얼른 눈을 감고 소원을 빌었다.그의 소원은 간단했다.강자풍은 눈을 뜨고 여온의 맑고 큰 눈을 바라보았고 그의 마음속 소망이 더욱 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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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96장

그러나 강자풍의 눈에는 더없이 값진 보물처럼 여겨졌다.그리고 위에 쓴 기여온의 글씨는 정말 앙증맞고 예뻤다.: 강자풍 오빠, 생일 축하해.강자풍의 마음속에는 작은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며 꽃을 피우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그는 눈을 들어 기여온을 바라보았다. 여온이의 눈은 별처럼 반짝반짝했다.“여온아, 우리 케이크 같이 먹을까?”강자풍은 웃으며 말했다.“그래도 여온이는 조금만 먹어야 돼. 아직은.”기여온은 입술을 오므리고 말없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고요한 어둠 속에서 강자풍은 접시를 들고 기여온에게 한 입씩 떠먹여 주었다.기여온은 따뜻한 눈망울로 방글방글 웃었다.따뜻한 조명 아래 그녀의 미소는 작은 요정의 미소와도 같았고 웃을 때 패이는 달콤한 보조개는 그야말로 강자풍에게 힐링을 선사했다.“여온아, 오빠가 여온이 다 나을 때까지 잘 돌봐줄게. 여온이가 싫지 않다면 오빠가 계속 여온이 곁에서 잘 돌봐줄 수 있어.”강자풍은 손을 들어 기여온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지금은 기여온의 머리 위에 머리카락이 한 가닥도 남아 있지 않다는 생각에 강자풍은 얼른 손을 거두고 그녀의 작은 얼굴을 어루만졌다.“여온아, 오빠가 여온이 곁에서 돌봐줘도 괜찮겠어? 그렇게 하게 해 줄 거야?”기여온은 눈을 깜빡이며 강자풍에게 긍정의 대답을 했다.그녀는 말을 할 줄 모르지만 눈빛으로 대부분의 의사 표현은 가능했다.기여온은 작은 손을 내밀어 그의 손을 살짝 잡은 후 자신의 작은 손을 강자풍의 손 위에 올렸다.강자풍은 이유 없이 심장이 요동치기 시작했다.이 작은 아이의 손을 잡으려고 하는 순간 기여온은 손을 거두었고 그의 손에는 작은 사탕이 놓여 있었다.그들 사이에 사탕은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이었다.강자풍은 이 사탕을 보고 자기도 모르게 미소가 그려졌다.방금 자기가 무슨 생각을 한 것인가?눈앞에는 다섯 살짜리 여자아이가 있었다. 어떻게 그런 복잡한 생각을 할 수 있겠는가.기여온은 단지 자신이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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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97장

기모진이 눈을 번쩍 들어 보니 이반이 들어오고 있었다.“당신이 강자풍의 친구라고 했죠? 당신 의사예요?”기모진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그럼 강자풍의 연락처 알고 있겠군요. 강자풍 지금 어딨습니까?”이반은 기모진의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고 곧장 기모진 앞으로 다가간 뒤 핸드폰 화면을 들이밀었다.“당신이 말한 해독제가 이겁니까?”이반은 사진을 기모진에게 보여주었다.그의 말을 듣자마자 눈을 내리깔고 사진을 본 기모진의 눈에는 순식간에 빛이 났다.“이거예요. 이 사진 어디서 났어요?”“강자풍이 방금 찍어서 보내줬어요.”“강자풍?”이반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방금 당신 아내의 가방에서 해독제를 발견하고 지금 차를 몰고 오고 있는 중이에요.”이 말을 들은 기모진은 허공에 매달려 있던 심장이 마침내 제자리를 찾은 것 같았다.“강자풍은 언제쯤 도착할까요?”기모진은 강자풍을 기다리기에 조바심이 났다.기모진은 강자풍이 오는 동안 혹여라도 소만리가 깰까 봐 걱정이 되었고 그녀가 깨어날 때 어젯밤처럼 고통스러워할까 봐 너무나 두려웠다.이반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지금 출근시간대라서 차가 좀 막힐 것 같아요. 빨라야 20분은 더 걸릴 것 같군요.”기모진에게 있어 지금 매 순간이 고통이었다.그러나 지금은 참고 기다리는 방법 밖에는 없었다.“고마워요.”기모진은 예의 바르게 이반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별말씀을요.”이반은 이렇게 말하면서 걱정스럽고 초조해하는 기모진을 모습을 바라보았다.사실 기모진에게 하고 싶은 말이 좀 있긴 했지만 이반은 단념하고 돌아섰다.“참.”기모진이 갑자기 이반을 불러 세웠다.“강자풍과 친구 사이니까 혹시 내 딸의 행방도 알게 있겠네요?”기모진이 이렇게 물어볼 거라고 이반도 어느 정도는 짐작하고 있었다.누구라도 할 만한 추측이었다.이반도 강자풍에게 익히 들어서 기모진의 예리함과 명석함은 알고 있었다.게다가 기모진은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 쓰는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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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98장

”...”소만리의 말에 기모진은 목에 가시가 걸린 듯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소만리의 눈빛은 그의 심장을 꿰뚫어보는 듯 전율하게 했다.“소만리, 나...”“소만리?”소만리는 자신을 이름을 반복하며 갑자기 낮은 소리로 비웃기 시작했다.“이게 무슨 일이람. 내가 가장 사랑하지만 날 가장 미워하는 남자가 날 이렇게 사랑스럽게 부르다니.”소만리는 가볍게 웃으며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기모진이 그녀를 부축하려고 했지만 소만리는 그의 손길을 피했다.그는 소만리의 정신 상태가 온전치 못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그녀의 눈언저리가 붉게 물들어 눈동자를 따라 원을 그리고 있었고 그녀의 안색은 말도 못 하게 창백해져 있었다.소만리는 한 손으로 침대 위를 받치고 일어나 앉더니 한 손을 가슴 위에 갖다 대었다.그녀는 눈을 감고 힘겹게 심호흡을 했다. 호흡과 심장 박동이 자기 마음대로 움직이는 것처럼 마구 흐트러졌다.“소만리, 나한테 시간을 좀 줘. 내 말 먼저 들어봐, 제발.”기모진이 간절하게 부탁하듯 말했다.눈앞에 있는 소만리의 차갑고 냉랭한 태도는 기모진으로 하여금 예전에 그에게 돌아와 복수하려던 그녀의 모습을 떠올리게 했다.그는 그때 겪었던 감정들이 너무 두려웠다.그녀의 차가운 눈빛에 질식할 것 같은 느낌을 지금도 그는 기억하고 있었다.이반은 옆에서 이를 지켜보다가 눈치 빠르게 얼른 그 자리를 돌아섰다.병실을 나와 이반은 강자풍에게 바로 전화를 걸었고 그가 앞으로 얼마나 걸리는지 물었다.병실 안.소만리는 천천히 창가로 다가가 기모진과의 거리를 벌렸다.그녀는 자신이 지금 왜 이렇게 괴로운지 이해하지 못했지만 머릿속은 온통 자신을 괴롭히던 소만영의 모습과 소만영의 행실을 그저 방임하며 구경이나 하던 기모진의 모습으로 가득 찼다.그녀가 눈을 감든 뜨든 어디서나 상처로 피를 철철 흘리는 자신의 모습만 보였다.이윽고 떠오른 장면은 기모진이 묘지 앞에서 뼛가루를 날리는 순간이었다.“기모진, 그때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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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99장

소만리는 기모진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깜짝 놀랐다.그녀가 무의식적으로 피하려고 했을 때 기모진은 갑자기 팔을 구부려 그녀를 품에 꼭 안았다.소만리는 놀라서 어리둥절했다.지금 그녀의 의식 속에서 기모진이라는 사람은 자신을 죽도록 증오하고 있었기 때문에 지금처럼 그녀를 안아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던 것이다.그녀는 이런 기모진의 행동 또한 무슨 음모가 아닐까 생각했다.소만리는 기모진의 품에서 벗어나려고 안간힘을 써 보았다.그때 남자의 낮은 목소리가 그녀의 귓가에 미끄러졌다.“소만리, 당신이 지금 좀 아파서 당신이 날 용서했다는 사실도, 당신이 날 아주 많이 사랑한다는 것도 잊고 있어.”내가 아프다고?소만리는 기모진이 거짓말을 하고 있는 거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이곳은 누가 봐도 병원이었다.그 말을 듣고 보니 확실히 몸이 여기저기 좀 불편하게 느껴졌다.호흡은 흐트러지고 심장 박동도 들쭉날쭉 마음대로 요동치고 있었다.그럼에도 소만리는 기모진의 말이 거짓말처럼 느껴졌다. 갑자기 그녀가 웃기 시작했다.“기모진, 당신 소만영 때문에 온 거지? 당신이 그토록 증오하는 여자에게 이렇게 굽신거릴 필요 없잖아. 무슨 목적이 있으면 지금 바로 말해.”의심과 경계로 가득 찬 소만리의 눈빛을 마주하고 있자니 기모진의 마음이 너무나 아팠다.그는 손을 놓지 않고 오히려 더욱 꽉 그녀를 안았다.“소만리, 내가 지금 말하는 한 마디 한 마디가 다 진실이야. 미안해. 내가 당신한테 불쾌하고 괴로운 기억을 떠올리게 해서 정말 미안해.”“미안해...”소만리는 기모진의 말을 반복하며 온기 하나 없는 눈을 들어 차갑게 기모진을 바라보다가 갑자기 눈시울이 붉어지며 소리 없이 눈물을 흘렸다.“내가 들어본 농담 중에 가장 웃긴 농담이었어.”“소만리...”“기모진, 꺼져.”“...”기모진은 정신이 아득해졌다.소만리의 입에서 그렇게 매정하게 자신을 쫓아내는 말이 나올 줄은 몰랐다.그가 정신이 멍해 있는 순간을 틈타 소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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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0장

기모진은 시계를 보았다. 그는 강자풍이 빨리 오기를 기다리며 소만리를 지켜보고 있었다.그때 기모진은 소만리가 천천히 침대에 누워 옆으로 몸을 움츠리고 그를 향해 등을 돌리는 모습을 보았다.기모진은 단번에 소만리가 매우 불편하다는 걸 알 수 있었고 당장이라도 뛰어들어가고 싶었지만 또다시 그녀를 자극할까 봐 두려움이 밀려왔다.방금 이반이 와서 강자풍이 곧 도착할 것이라고 알려주었으니 기모진은 조금만 더 지켜보기로 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강자풍이 도착했다.강자풍은 냉담한 표정으로 기모진의 눈을 마주 보고는 손에 든 해독제를 건넸다.“가져가세요.”해독제를 보자 기모진은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소만리의 몸속 독소를 완전히 제거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그녀의 상태는 안정시킬 수 있었다.기모진이 해독제를 손에 들고 강자풍을 바라보았다.“고마워.”강자풍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대신 옆에 있던 이반이 상냥한 표정으로 말했다.“제가 도와드릴까요?”“주사를 놓는 일은 기 선생님도 이미 능숙해서 당신 도움 필요 없을 거예요.”강자풍이 기모진을 대신해서 대답했다.이 말의 숨은 의미를 이반은 이해하지 못했지만 강자풍과 기모진은 알고 있었다.기모진도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병실 문을 살며시 밀고 들어와 기대에 찬 미소로 침대 곁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소만리, 당신 이제 곧 좋아질 거야...”기모진은 이렇게 말을 하고 눈을 들어 눈앞의 소만리의 모습을 보자마자 순간 아연실색했다.“소만리!”기모진이 순간 긴장하며 소만리의 어깨를 잡고 그녀를 일으켜 세우려고 했다.소만리의 얼굴은 파랗게 질려 있었고 이마에는 송골송골 땀이 맺혀 있었다.게다가 온몸은 사시나무 떨 듯 무섭게 떨고 있었다.그렇지만 소만리는 정신을 놓지 않고 기모진의 접근을 저항하듯 뿌리치려고 했다.“기모진, 내가 말했지. 다시는 보고 싶지 않다고. 꺼져. 멀리 가버려. 다시는 보고 싶지 않아.”힘없는 소만리의 목소리였지만 여전히 완강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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