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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황제가 사랑한 여인: Chapter 1811 - Chapter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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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1장

뒷모습을 본 고승겸은 남연풍이 확실하다고 생각했다.그는 우아한 자태에 싸늘한 눈빛으로 아무런 감정 없이 말했다.“남연풍, 당신 왔어?”농담하듯 가볍게 내뱉은 고승겸의 낮은 목소리가 남연풍의 귓가에 들려왔다.남연풍은 주먹을 꽉 쥐며 담담하고 차분하게 대하려고 애썼다.하지만 심장 박동은 여전히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뛰고 있었고 그녀의 얼굴에도 고스란히 그 긴장과 두근거림이 드러났다.남연풍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고승겸은 긴 다리를 내디디며 남연풍 앞에 다가섰다.남연풍은 이내 몸이 아픈 척 고개를 숙이고 기침을 연발했다.남연풍이 왜 마스크를 쓰는지 의아해하던 고승겸은 기침을 심하게 하는 것을 보고 감기 때문에 마스크를 쓴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남연풍은 완벽하게 고승겸을 속인 셈이었다.잠시 기침을 하는 척하다가 감정을 추스른 남연풍은 태연하게 미소를 지으며 고승겸의 의미심장한 눈빛을 마주 보았다.“고 선생이 특별히 청첩장을 보냈는데 내가 어떻게 당신 마음을 저버릴 수 있겠어? 하지만 고 선생 안목은 좀 떨어지는 것 같은데.”남연풍은 안나를 비꼬며 말했다.소리 없이 주먹을 불끈 쥔 남연풍의 머릿속은 안나가 소만리라는 이름을 뒤집어쓰고 자신을 지하실에 가둬놓고 괴롭혔던 장면으로 가득했다.남연풍을 보고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을 짓던 고승겸의 얼굴에 도도한 미소가 짙어졌다.“내가 뽑은 사람이 아무리 형편없어도 내 아내야. 내 곁에서 오랜 세월 입에 혀처럼 굴며 복종하면서도 결국 실속도 하나 없던 누구랑은 다르지.”“허허, 실속?”남연풍은 고승겸의 말을 듣자마자 웃음이 나왔다.“고승겸, 아직도 내가 당신한테서 뭔가 실속을 기대한다고 생각해? 그날 분명 말했지. 우리는 서로를 이용하는 관계라고. 난 단지 당신을 이용해 목적을 달성하려고 일부러 당신에게 복종하면서 당신을 방심시켰을 뿐이야.”남연풍이 이 말을 꺼내자 고승겸의 얼굴빛이 달라졌다.남연풍도 고승겸의 불편한 심기를 느끼며 마음 한 편이 아팠지만 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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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2장

”고 선생, 당신이 왜 화를 내는 거야? 당신한테 난 그저 장기판의 말일 뿐이잖아. 어차피 서로 이용하는 사이인 이상 난 당신 신경 안 쓰는데 당신이 왜 그렇게 신경 써? 설마 겉으로는 날 신경 쓰지 않는 척하면서 당신 마음속에는 내가 있었던 거야?”남연풍은 가벼운 미소를 지으며 고승겸의 눈을 탐색하듯 바라보았다.하지만 곤혹스럽기는 그녀의 마음도 마찬가지였다.그녀는 내심 자신이 기대했던 대답을 고승겸이 해 주길 기대했지만 결국 그녀에게는 비웃음 가득한 고승겸의 대답만이 기다리고 있었다.“내 마음속에는 오직 내 아내밖에 없어.”고승겸이 대답했다. 남연풍은 소매 속에 감춰진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아내.그가 이 두 글자를 말했을 때 정말 입에 착착 붙어 있었다.“남연풍.”고승겸의 차가운 눈망울에 음흉한 기운이 깊숙이 녹아내리고 있었다.“남연풍, 당신이 편하게 살게 내버려 두지 않을 거야.”남연풍은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지만 여전히 만면에는 미소를 띠고 있었다.“두고 볼게. 그리고 고승겸, 당신이 날 어떻게 힘들게 하는지 기다리고 있을게.”“흥.”고승겸은 차갑게 웃으며 남연풍의 목덜미를 잡았던 손을 더욱 조였다.“나를 배신한 사람은 절대 좋은 꼴을 보지 못했어. 경연이 어떻게 죽었는지 잘 알잖아.”남연풍의 가슴이 격렬하게 떨렸다.“그래서 나도 그렇게 죽일 거야?”“죽이진 않을 거야.”고승겸은 웃었다. 그 웃음에 종잡을 수 없는 사악함이 서려 있었다.“...”“남연풍, 나중에 나한테 살려 달라고 매달리지 마. 아무 소용없을 테니까.”고승겸의 눈빛이 갑자기 어두워지며 그녀에게 경고했다.곧이어 그는 남연풍의 목덜미를 잡았던 손을 풀며 싸늘하게 그녀의 몸을 스쳐갔다.남연풍은 소파에 앉아 고승겸의 모습을 미동도 없이 바라보았다.그녀의 눈가에는 순식간에 눈물이 흘러내렸고 타는 듯한 뜨거운 눈물이 그녀의 얼굴에 난 상처를 스치며 떨어졌다.마치 상처에 소금을 뿌린 듯 아팠다. 그녀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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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3장

남연풍은 아파서 점점 의식을 잃어갔고 어렴풋이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았다.“남연풍, 남연풍!”다급하고 걱정스러운 말투였다. 남연풍은 자신이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았다.어릴 때 부모님이 자신을 걱정해 주시던 이후 오랫동안 이런 일은 없었다.그녀는 다른 사람의 관심과 사랑을 받는 일이 어떤 것인지 잊었다.나중에 고승겸을 알게 되어 그의 집에 살게 되었고 그의 가족에게 많은 배려와 관심을 느끼긴 했지만 그녀가 떠나면서 완전히 상황은 바뀌었다.그 이후로 그녀는 스스로를 무자비하고 의리도 없는 도구처럼 인생을 살았다.연구를 위해, 데이터를 위해 고승겸이 삶의 목적을 성취하도록 그녀는 감정 없는 도구처럼 그를 위해 살아왔다.그게 사랑인 줄 알았다.그러나 이제야 깨달았다. 그건 자신의 일방적이고도 값싼 희망일 뿐이었다.“남연풍, 임신했어.”정신이 혼미한 와중에 남연풍은 남사택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울려 퍼지는 것을 들었고 뒤이어 초요가 의아해하는 소리가 뒤따랐다.“네? 임신이요?”“응.”남사택의 긍정적인 대답에 남연풍은 자신이 꿈을 꾸고 있는 게 아니라는 확신이 섰다.그녀는 눈을 떠 보았다. 한 줄기 햇살이 창문 밖으로 비쳐 들어오는 것을 느꼈다.그러나 이 따스한 느낌은 그녀가 느끼는 불편함을 진정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그녀는 여전히 온몸이 나른하고 전신의 뼈가 아팠다.하지만 지금 그런 것들은 하나도 신경 쓰이지 않았고 그녀는 오직 자신의 뱃속에만 관심을 두고 배 위에 손을 살짝 얹었다.임신.내가 임신했다고?남사택은 남연풍이 잠에서 깨어나자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당신 고승겸의 아이를 가진 거야?”남연풍이 이제 막 깨어나긴 했지만 의식은 또렷했다.“내가 지금 묻고 있잖아, 남연풍. 당신 고승겸의 아이를 임신한 거냐구?”남사택이 감정이 격해진 듯 다그쳐 물었다.그러나 남연풍은 그에게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남연풍, 벙어리야? 내가 말하는 거 안 들려? 말해 봐. 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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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4장

”...”남사택의 말을 듣고 남연풍은 눈물을 왈칵 쏟았다.뜨거운 눈물이 손등에 떨어지자 그녀는 남사택의 손을 천천히 놓았다.“당신 마음의 준비 단단히 해. 얼른 수술해야 해. 빠르면 빠를수록 좋아. 그렇지 않으면 당신 몸이 상하게 될 거야.”남사택은 망설임 없이 말한 후 초요에게 시선을 옮겼다.“초요, 우선 누나 좀 돌봐줘.”“내가 지켜볼게요. 사택 선배,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초요는 남연풍을 바라보며 남사택에게 말했다. 남연풍은 초점 없는 눈으로 멍하니 앉아 있었다.두 아이의 엄마인 초요는 남연풍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 것 같았다.지금은 어떤 말로도 남연풍을 위로할 수 없다는 생각에 초요는 아무 말 없이 조용히 그녀의 곁을 지켰다.한참이 지나 남연풍이 겨우 입을 열었다.“어젯밤 내가 아파서 쓰러졌을 때 네가 날 구해줬어?”초요는 고개를 끄덕였다.“이제는 거의 다 진정되었겠지 생각하고 가 보니까 당신이 쓰러져 있는 거예요.”“고마워.”“...”초요는 자신이 잘못 들은 것인 줄 알았다. 남연풍의 입에서 고맙다는 말이 나오다니 너무나 예상 밖이었다.“혼자 좀 있고 싶은데.”“알겠어요. 방해하지 않을게요.”“네가 날 방해한 적 없어. 내가 널 너무 오래 힘들게 했지.”“...”초요는 다시 한번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남연풍의 말투와 표정이 마치 다른 사람 같았다.“엄마가 되니까 좋아?”남연풍은 눈시울을 붉히며 초요를 바라보았다.“...”“허.”남연풍은 울다가 웃다가 등 뒤로 기댄 채 눈물을 흘렸다.그녀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살며시 눈을 감았다.그로부터 이틀 동안 남연풍은 침묵으로 일관했다.그녀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았고 방에서 나가지도 않았다. 기껏해야 베란다에서 햇볕을 쬐는 일뿐이었다.그동안 초요가 식사를 그녀의 방으로 가져다주었다.그때 초요는 소만리의 몸에 이상한 증상이 생겼다고 말했고 해독제 제조법을 알려줄 수 없냐고 간청해 보았지만 남연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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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5장

믿기지 않는 듯 남사택은 제조법이 쓰인 종이를 건네고 있는 남연풍을 가만히 바라보았다.종이에 쓴 글씨가 곱고 정갈했다.“왜? 안 믿겨?”남연풍은 무표정한 얼굴로 되물으며 그대로 탁자 위에 종이를 올려놓았다.남사택은 재빨리 종이를 들고 살펴보았다.그는 자신이 짐작했던 성분과 비율이 거의 모두 정확히 들어맞은 것을 확인했지만 유독 마지막 한 가지 성분만은 여태껏 본 적 없는 것이었다.“이게 뭐야?”남사택은 의문스러워하며 종이 위에 쓰인 성분을 가리켰다.남연풍은 쳐다보지도 않고 말했다.“그게 핵심 성분이야.”“어디서 구할 수 있어?”“산비아. 고승겸의 실험실.”“...”“그래서 처음부터 내가 말했던 거야. 해독제를 만들 수 없다고. 이 성분은 고승겸 손에만 있기 때문이야.”남연풍은 남사택의 시선을 피하지 않고 담담하게 바라보았다.이 일에 있어서 그녀는 추호의 거짓도 없었다.정말로 그녀는 해독제를 가지고 있지 않았고 지금 있는 것도 그저 단계적인 일회성 해독제일 뿐이었다.“그래서 제조법을 가르쳐 줘도 해독제를 만들 수 없다고 말했던 거구나. 그렇지?”남사택의 눈에는 허탈함이 가득 밀려왔다.“만들 수 있어.”남연풍의 말투가 차분해졌다.“난 이 성분을 구할 수 있어.”남사택은 남연풍의 말을 듣고 순간 침묵에 빠져들었다. 그의 마음속이 어디론가 향하고 있었다.“남연풍,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남연풍은 얼굴에 아무런 감정의 동요 없이 자신의 아랫배를 쳐다보았다.“어차피 태어나지 못할 아이라면 적어도 뱃속에 있을 때 그 마지막 가치를 이용하는 거야.”그녀는 말을 마치자마자 휠체어를 돌리며 돌아섰다.남사택은 남연풍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할 말을 잃었다.마침 그때 책상 위에 놓여 있던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기모진에게서 걸려온 전화였다.남사택은 서둘러 그의 전화를 받았다. 전화기 너머 기모진의 목소리에는 절박함이 가득했다.“남사택, 아직 아무 소식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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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6장

”얘기 안 하고 아이를 가지면 안 되는 거야?”그녀는 느긋한 말투로 되물었고 대수롭지 않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남사택은 눈살을 찌푸렸다.“나랑 제대로 좀 얘기할 수 없어?”“허.”남연풍이 헛웃음을 날렸다.“남사택, 나랑 제대로 얘기하고 싶지 않은 건 너인 거 같은데.”“...”남사택은 잠시 할 말을 잃었다. 그도 그럴 것이 한동안 남사택은 남연풍에게 상당히 강경한 태도를 보여 왔었다.하지만 그것은 그동안 그녀가 한 일과 태도에 남사택이 많이 실망했기 때문이었다.그의 마음속에 자리 잡은 그의 누나는 아름답고 용감하고 강한 사람이었다.그러나 지금은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이 되어 사람을 해치는 도구로 전락해 버렸다.그는 그런 자신의 누나를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남사택, 네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아. 이 아이 낳을 수 없어. 그러면 안 돼. 알아. 어쨌든 난 상관없어.”남연풍은 대수롭지 않은 듯 시큰둥한 말투로 말했다.“나와 그 사람은 앞으로도 같이 할 수 없는 사이야. 아이가 멀쩡하게 태어난다고 해도 난 그 사람과 함께 하고 싶지 않아. 그 사람은 오직 내 인생에 방해가 될 뿐이야.”“...”이 말을 듣고 남사택은 너무나 머리가 복잡했다.“남연풍, 그건 당신 진심이 아니잖아.”“이게 내 진심이야.”남연풍은 싸늘한 눈빛으로 담담하게 남사택을 바라보았다.“내가 정말 변할 수 있다고 생각했니? 난 바뀌지 않아. 난 더 이상 그 시절 어린 소녀가 아니야. 영원히 좋은 사람이 될 수 없어. 심지어 난 태어나지도 않은 이 아이를 이용해서 고승겸한테 뭔가 이익을 챙기려 하고 있어.”“...”“나도 너한테 빚지고 싶지 않아. 네가 소만리를 돕고 싶다면 내가 널 도와줄게. 하지만 조건이 있어.”남연풍이 조건을 언급했다. 남사택은 남연풍이 어떤 조건을 내걸지 이미 알 것 같았다.남사택은 남연풍이 정말 돌아올 수 없는 모습으로 변했다는 사실을 차마 믿고 싶지 않았다.“얼굴에 난 상처 낫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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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7장

초요가 걸음을 멈칫했다. 남연풍의 귀가 이렇게 밝을 줄은 몰랐다.남연풍은 지금 자신에게 다가오는 사람이 남사택이 아니라 초요라는 것조차 분명히 구분했다.그러나 남연풍의 말투에서는 지금까지 느꼈던 오만과 경멸의 느낌은 없어지고 간곡한 부탁의 뉘앙스를 풍겼다.초요는 발걸음을 옮겨 남연풍에게 다가갔다.“무얼 도와드릴까요?”남연풍이 천천히 눈을 떴다. 미소를 머금은 아름다운 눈동자는 촉촉하게 붉은빛으로 물들어 있었다.“간단해. 날 어디 좀 데려다주면 돼. 단 남사택 모르게.”남사택 모르게 어딘가를 데려다 달라는 남연풍의 부탁은 초요를 불안하게 만들었다.초요가 머뭇거리자 남연풍이 물었다.“소만리를 구하고 싶지?”“네?”“소만리가 지금 죽은 사람처럼 깨어나지도 못하고 있는데 설마 소만리가 평생 그러고 있기를 바라고 있는 건 아니겠지?”이 말을 듣고 초요는 눈썹을 찌푸렸다. 불안과 걱정이 엄습해 왔다.“당신이 전에 말하길 이 독소는 사람을 죽이지는 않는다고 말했잖아요? 게다가 당신 몸속에도 똑같은 독소가 있고요.”“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하지 않을 거라는 건 확신해. 그렇지만 지금 소만리가 깨어나지 못하는 상황은 내가 예상하지 못했던 거야. 그러니 그 원인을 밝혀야 돼. 이것에 대한 해답은 고승겸에게 있어.”남연풍이 해명했다.초요는 갑자기 남연풍이 이상하리만큼 냉정하고 침착해져 있다는 것을 느꼈다.지금 남연풍의 표정은 누구보다 더 진지해 보였다.“망설이지 마. 소만리를 구하고 싶으면 내 부탁을 들어줘야 해. 더 이상 시간을 끌면 소만리는 정말 영원히 깨어나지 못할 수도 있어.”초요는 소만리가 빨리 낫길 원하는 마음이 컸다. 그것을 부인할 수 없었다.그러나 남연풍의 결심은 어딘가 모르게 초요를 불안하게 만들었다.결국 초요는 남연풍의 부탁을 들어주기로 결심하고 이튿날 남사택이 실험실에 콕 박혀 연구에 열중하고 있는 틈을 타 남연풍과 함께 집을 나섰다.초요는 어디로 가는지 모른 채 택시에 올랐고 택시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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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8장

가식적인 안나의 표정을 보며 남연풍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지금 내 모습이 다 자작부인 덕분이잖아.”“...”안나는 일순 표정이 굳어졌으나 이내 자신과 아무 상관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무슨 말을 하는지 도저히 알아들을 수가 없군. 그나저나 바깥은 너무 차가우니까 안으로 들어가서 얘기하자구.”“흥. 황송하군, 자작부인.”남연풍은 안나를 향해 눈을 희번덕거리다가 옆에 있는 초요를 바라보았다.“초요, 들어가자.”초요는 남연풍이 자신의 이름을 이렇게 부르는 것을 처음 들었다.초요는 의외라는 생각을 하면서 남연풍의 휠체어를 밀어 올려 정원으로 향했다.안나가 이 시간에 감히 남연풍을 집안으로 불러들이는 것을 보니 아마도 고승겸과 여지경은 집에 없는 모양이었다.그렇지 않으면 어떻게든 남연풍이라는 이 위험한 인물을 집안으로 들여보내지 않았을 것이다.안나는 안주인 행세를 제대로 하며 초요와 남연풍에게 대접할 홍차와 과자를 준비해 오라고 시중에게 지시했다.“두 분 천천히 먹어 봐. 우리 집안 파티시에 솜씨 좀 맛보라고. 아마 5성급, 6성급 호텔 못지않을 거야.”안나는 빙그레 웃었다. 그 모습이 자작부인답게 단정하고 자신감이 넘쳐흘렀다.하지만 남연풍은 그녀를 쳐다보지도 않았다.“고 씨 집안 홍차와 과자. 십 년을 넘게 먹었어. 당신보다 더 잘 알아. 당신이 하나하나 말할 필요 없어.”“...”“그렇게 오랫동안 먹어 봤으니 이미 싫증 났겠구나. 당신은 그럼 나중에 천천히 먹어.”“...”안나의 안색이 갑자기 나빠졌다. 억지로 웃음을 지어 보이던 얼굴을 더 이상 유지할 수 없었다.안나는 부인하고 있었지만 안나가 남연풍에게 한 짓을 두 사람은 다 알고 있었다.“남연풍, 그렇게 말하니까 너무 서먹서먹한 사이 같잖아. 어쨌든 우리도 친구 사이라고 할 수 있는데 말이야.”“다른 말 다 필요 없어. 난 차 마시러 여기 온 거 아니야.”남연풍은 냉랭한 표정으로 말했다.“고승겸 나오라고 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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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9장

남연풍의 말이 떨어지자 널찍한 거실은 순식간에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여지경과 안나의 반응에 남연풍은 전혀 놀라지 않았다.“너, 너 지금 뭐라고 했어?”재차 물어보는 여지경의 얼굴에는 희색이 역력했다.“남연풍, 방금 한 말 다시 해 봐.”여지경이 깜짝 놀라 허둥대는 모습을 보며 남연풍은 다시 천천히 입을 열었다.“저, 고승겸의 아이를 임신했어요.”“...”남연풍의 말에 안나의 얼굴이 아까보다 더욱더 어두워졌다.여지경의 얼굴에는 희색이 역력히 드러났다.“남연풍, 그 말이 사실이야? 너 정말 승겸이 아이를 가졌어?!”여지경은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남연풍은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네, 고승겸의 아이를 임신했어요. 한 달 정도 됐어요.”“...”남연풍의 당당한 눈빛을 바라보며 안나는 입가에 경련을 일으켰고 얼굴 표정은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남연풍, 말도 안 되는 소리 집어치워. 당신이 어떻게 내 남편의 아이를 임신할 수 있어? 승겸이랑 너랑 어떻게 그런 관계를 할 수 있었어?”안나는 도저히 이 상황을 믿고 싶지 않아서 따져 물었다.여지경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일찍부터 고승겸이 남연풍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그 당시 고승겸이 남연풍을 집으로 데려온 순간부터 여지경은 고승겸과 남연풍이 감정적인 갈등을 겪게 될 것이라고 예감했었고, 아니나 다를까 고승겸은 남연풍에 대한 미묘한 사랑의 감정이 싹텄고 그녀에게 의지하고픈 마음이 생겼다.안나의 추궁에도 남연풍은 시종일관 담담한 표정을 지었다.아무런 치장도 하지 않은 남연풍의 눈이 오히려 더욱 순수하고 생기 있어 보였다.“나 거짓말하는 거 아니야. 고승겸한테 직접 물어보면 바로 알 수 있어. 여사님, 그렇죠?”남연풍은 여지경을 바라보며 되물었다.“고승겸은 지금 어디 있죠? 용기가 없어 날 만나러 나오지도 못하고 있는 거예요?”“남연풍, 너...”안나는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감히 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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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20장

남연풍은 더 이상 말할 생각도 없고 해서 몸을 구부려 테이블 위의 홍차와 과자를 들고 초요에게 건넸다.“여기 파티시에가 만든 과자 먹어봐. 십 년 동안 먹어봤는데 맛이 괜찮아.”“...배고프지 않아요.”초요는 별로 먹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게다가 이렇게 온화한 남연풍의 모습은 정말로 너무나 낯설었다.그러나 남연풍의 이런 변신도 어떤 면에서는 나쁘지 않았다.이십여 분 정도 기다리고 있으니 고승겸이 집으로 돌아왔다.들어오자마자 그의 시선을 사로잡은 사람은 남연풍이었다.그날 결혼식장에서 만났을 때도 남연풍은 마스크를 쓰고 있었는데 오늘 또 마스크를 쓴 모습을 보자 고승겸은 아직도 감기가 낫지 않은 건가 하고 매우 의아하게 생각했다.고승겸이 가까이 와서 보니 남연풍이 소파가 아닌 휠체어에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고승겸은 자신이 잘못 봤기를 기대하면서 더 가까이 걸음을 옮겼지만 그가 본 것은 결국 사실이었다.남연풍은 차갑게 고승겸과 눈을 마주쳤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맑고 깨끗한 그녀의 눈을 보자 고승겸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그의 마음을 가장 불편하게 만든 것은 휠체어에 앉아 있는 남연풍의 모습이었다.그녀가 왜 휠체어에 앉아 있지?그녀의 다리에 문제가 있어 걸을 수 없게 된 건가?고승겸의 심장 박동이 요동치기 시작했지만 그는 아무런 감정도 얼굴에 나타내지 않았다.안나는 남연풍이 고승겸에게 이를까 봐 먼저 기선을 제압하듯 활짝 웃으며 고승겸에게 다가가 일부러 남연풍의 앞을 가로막으며 말했다.“승겸, 사실 이렇게 급하게 돌아오지 않아도 되는 거였어. 남연풍이 요즘 기분이 좀 별로라서 어머니한테 하소연이나 하려고 온 거야. 승겸, 당신 먼저 가서 일 봐. 여기는 나랑 어머니가 있으면 돼.”고승겸은 사실 처음부터 끝까지 안나의 존재에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안나가 아무리 그의 앞에서 이런 말을 해도 그의 시선은 온통 남연풍에게만 머물러 있었다.“뭐하러 왔어?”고승겸이 대수롭지 않은 척 냉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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