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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황제가 사랑한 여인: Chapter 1831 - Chapter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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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1장

갑작스러운 여자의 목소리에 여지경의 표정이 일순간 어두워졌다.여지경이 언짢은 표정으로 올려다보니 안나의 엄마가 거만한 자세로 남연풍에게 다가왔다.“남연풍, 이 일이 커지길 원하지 않으면 당장 이 집에서 나가. 뱃속에 있는 그 사생아를 들이밀고 이 집에 어떻게든 들어앉아 보겠다는 생각은 아예 꿈도 꾸지 마.”안나의 엄마는 눈을 가늘게 뜨고 독한 눈빛으로 남연풍을 노려보았다.“만약 내 딸에게서 내 사위를 빼앗는다면 지금 그 두 다리뿐만 아니라 그땐 완전히 널 망가뜨려 버릴 테니까!”노골적인 안나 모친의 협박에도 남연풍은 조금도 두렵지 않았다.이미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 그녀가 두려울 것이 뭐가 있겠는가.그러나 남연풍이 뭐라고 반박하기도 전에 여지경이 바로 그녀를 보호하고 나섰다.여지경은 정색을 하고 안나의 모친을 바라보며 유유히 입을 열었다.“함부로 경거망동하지 않는 게 좋을 거예요. 방금 승겸이 태도 보셨잖아요. 만약 남연풍한테 무슨 일이 생긴다면 안나에게도 좋지 않을 거예요.”안나의 모친도 당연히 가만있지 않고 대거리를 했다.“사돈,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예요? 내 딸은 이 집안의 명실상부한 며느리예요. 지금 이 뻔뻔스러운 여자가 승겸의 아이를 가졌다고 버젓이 쳐들어왔는데 내 딸이 무슨 근거로 이런 억울함을 당하고 있어야 해요?”“억울하다고?”여지경은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이 나왔다.“당신도 알다시피 승겸이가 안나와 결혼하게 된 이유는 서로의 지위를 이용해서 각자 원하는 것을 취하기 위한 것이었어요. 형식적인 결혼에 불과하다는 거 당신도 잘 알 텐데요. 무슨 뜻인지 모르지 않죠? 네?”“당신...”여지경의 말에 안나의 모친은 잠시 말을 잇지 못하고 멍하니 서 있었다.안나의 모친은 지지 않고 뭐라도 대꾸하고 싶었지만 여지경의 목소리가 이어 들려왔다.“이 결혼, 내가 동의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당신 딸이 이 집에 들어올 수 있었겠어요? 상황을 좀 잘 파악하는 게 신상에 좋을 겁니다. 승겸이 선택할 수 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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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2장

닥터 육은 고 씨 집안 주치의였고 모든 진료 과목을 다 담당하고 있었다.그는 여지경의 지시대로 남연풍에게 전면적인 검사를 했다.남연풍은 여지경이 임신했다는 자신의 말을 믿지 못해서 일부러 의사를 불러 확인하려고 한다고 생각했지만 뜻밖에도 여지경은 의사에게 남연풍의 다리와 얼굴의 상처를 검사하도록 했다.닥터 육은 훌륭한 전문의였지만 남연풍의 다리와 얼굴 상처를 진단하고 난 뒤 난색을 표했다.하지만 남연풍은 이미 상황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조금도 불편함을 느끼지 않았다.더군다나 두 다리의 상황에 대해선 확신할 수 없었지만 얼굴에 난 상처만큼은 남사택이 해결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닥터 육이 난처한 표정을 짓자 여지경은 남연풍의 감정이 상할까 염려되어 일부러 의사를 자신의 방으로 불러 말을 건넸다.마침 고승겸이 여지경과 닥터 육이 이야기하는 것을 보고 방으로 들어왔다.닥터 육은 고승겸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남연풍의 상황에 대해 사실대로 알렸다.“얼굴에 난 상처가 워낙 깊어서 회복될 확률이 아주 적어 보이고 다리 부상은 완치될 가능성이 아주 희박해 보입니다. 이 분야의 전문가를 찾아 진찰을 받아보면 혹시 다른 방법이 있을 수도 있지만요.”닥터 육의 말을 듣고 고승겸은 생각에 잠긴 듯 눈썹을 찡그렸다.“그럼 뱃속의 아기는 어때요?”여지경이 물었다.고승겸도 여지경이 묻는 말을 듣고 정신을 가다듬고 닥터 육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현재까지의 검사로는 뱃속의 아이 상태가 양호한 편이지만 자세한 검사는 더 해 봐야 알 수 있을 것 같아요.”의사의 말을 듣자 고승겸의 미간에 자신도 모르게 긴장감이 흘렀다.아까 남연풍이 그에게 했던 말이 아직도 귀에 쟁쟁했다.몸속에 있는 독소를 빨리 제거하지 않으면 독소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사람은 뱃속의 아이일 거라고 했다.고승겸은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자신도 모르게 마음이 복잡해졌다.그는 여지경에게 먼저 나가 보겠다고 말을 건넨 뒤 남연풍의 방으로 곧장 들어갔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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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3장

남연풍은 고승겸이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말을 듣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그녀는 고승겸의 최면술이 얼마나 대단한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어떤 도구의 힘도 빌리지 않고 눈빛만으로도 상대방의 감정을 끌어당겨 자신의 영지로 끌어들여 상대방이 자신도 모르게 자신의 모든 것을 털어놓게 만들었다.고승겸은 남연풍의 눈빛이 움츠러드는 모습을 포착했다.그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입꼬리를 잡아당겼고 바다처럼 깊고 그윽한 눈동자를 들어 남연풍의 눈을 지그시 바라보았다.“남연풍, 거짓말이 아니라면 지금 내 눈을 똑바로 쳐다봐.”고승겸의 말투는 순식간에 살랑이는 봄바람으로 바뀌어 부드럽게 그녀의 귓가에 떨어졌다.그 포근한 느낌에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긴장을 풀고 점차 최면 속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었다.남연풍은 고승겸이 자신에게 최면을 걸려고 하는 것을 눈치채고 얼른 얼굴을 돌려 그의 눈을 피하려고 했으나 재빠른 그의 손이 그녀의 턱을 움켜쥐었다.그는 그녀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았다.“남연풍, 날 봐.”고승겸은 온기를 품은 숨결을 몰아쉬며 남연풍의 얼굴을 그의 숨결로 덮었다.그 순간 남연풍의 눈빛이 갑자기 졸린 듯 가물가물해졌고 초점을 잃은 그녀의 눈동자는 공허하게 고승겸의 눈을 바라보았다.고승겸은 남연풍이 이미 얕은 최면에 들어갔다는 걸을 알아보았고 이 정도 최면으로도 충분히 그녀에게 이것저것 물어볼 수 있었다.그러나 고승겸은 망설여졌다.고승겸이 물어보았을 때 만약 ‘그렇다' 라는 답변이 돌아온다면 그는 어떻게 할 것인가.고승겸의 마음속에는 남연풍이 훼손된 외모와 다리의 장애 때문에 자신을 냉담하게 대하는 것일 뿐 사실 그녀는 자신을 사랑하고 있다는 환상이 있었다.하지만 결과가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아니다. 답은 틀림없이 그가 마음속으로 생각한 것과 같을 것이다.그녀는 분명 자신의 외모와 장애 때문에 그를 사랑하지 않는 척하고 있는 것뿐이다.고승겸은 마음속으로 끊임없이 이렇게 말하고 있었지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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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4장

하지만 고승겸은 안나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으며 말했다.“지금부터 남연풍의 일상생활을 당신이 책임지고 보살펴. 남연풍이 조금이라도 불편하거나 아이에게 무슨 문제라도 생기면 그 결과는 당신이 온전히 책임져야 해.”“...뭐, 뭐라고?”안나는 깜짝 놀라 눈을 부릅떴다.“남연풍의 일상생활을 책임지라고? 그럼 내가 그 여자의 하녀라도 되란 말이야?”안나는 그동안 고승겸 앞에서 우아하고 점잖게 행동하고 싶었지만 고승겸이 방금 한 말에 한순간 본성을 드러내고 말았다.고승겸은 차갑게 안나를 흘겨보았다.“하고 싶지 않다면 거절해도 돼. 그럼 당신은 이제 남연풍이 당했던 것과 똑같은 수난을 당할 각오가 되어 있어야 할 거야.”“...”이 말을 듣자 안나는 갑자기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남연풍이 당했던 것과 똑같은 수난?얼굴이 망가지는 거?장애를 입는 거?절대 그럴 수 없었다!그녀는 절대로 감당할 수가 없었다!“승겸, 나, 나 정말, 사람으로서 못할 짓 한 적 없어...”“내가 시간 낭비하고 싶지 않다고 했지, 응?”“...”고승겸은 귀찮다는 듯 변명하는 안나의 말을 뚝 잘랐다.그의 차갑고 매서운 눈빛에 안나는 아무 소리도 못하고 입을 꾹 다물었다.그는 안나의 대답을 기다릴 인내심이 없었다.그렇지만 안나가 승낙하지 않을 수 없을 거라고 확신했고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돌아섰다.안나는 정말이지 그가 이런 방법을 쓸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그는 남연풍을 보호하기 위해 그녀를 해치려는 어떤 시도도 용납하지 않았다.만약 남연풍의 머리카락 한 올이라도 빠지게 된다면 아마 안나는 피부가 벗겨질지도 모를 일이었다.안나는 마음이 답답했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고승겸의 방법이 너무나 절묘해서 안나를 옴짝달싹 못하게 만들었다....F국.기모진이 호텔에 머문 지 7일째 되는 날이다.일주일 동안 소만리는 매일 영양 주사로 몸 상태를 유지했고 기모진은 소만리의 곁을 지키며 한 발자국도 그녀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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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5장

강자풍은 불만스러운 듯 전화기에 대고 불평을 늘어놓으며 전화를 끊으려고 했다.그러나 전화기 너머 남자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그의 귀를 잡았다.“강자풍, 내가 너에게 진실을 말하지 않았다면 넌 지금까지 소만리와 기모진에게 속고 있었을 거라는 걸 잊지 마.”이 말을 듣자 강자풍은 핸드폰을 쥔 손가락에 자신도 모르게 힘이 들어갔다.“당신이 나한테 그런 말을 해 준 건 단지 당신 목적 때문이었잖아요. 내가 그걸 당신의 호의로 여길 것 같아요?”강자풍은 불만스럽게 쏘아붙였다,“원하는 목적이 있으면 지금 바로 말해요. 다시는 이런 전화받고 싶지 않습니다.”강자풍은 자신의 입장을 확실히 밝혔다.잠시 후 남자의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소만리와 기모진이 아직 F국에 있다던데, 내가 알고 싶은 건 지금 소만리의 상황이야.”남자의 목소리가 떨어지자 강자풍을 둘러싼 공기가 잠잠하게 가라앉는 듯했다.강자풍은 생각나는 대로 말했다.“잘 지내고 있어요. 남편과 함께 여전히 딸을 찾고 있죠.”“잘 지낸다고?”남자는 말속에 의문이 가득 담겨 있었다.“어떻게 그녀가 잘 지낼 수가 있지?”“내가 보기엔 잘 지내는 것 같았어요. 못 믿겠으면 직접 눈으로 보시든가요.”강자풍은 짜증 섞인 목소리로 입에서 나오는 대로 말했다.남자는 잠시 침묵을 지켰다가 입을 열었다.“그럼 기모진은? 그들이 조만간 경도로 돌아갈 것 같아?”“당신 생각은요?”강자풍이 되물었다.“그들이 F에 온 이유를 당신도 잘 알 텐데요. 딸을 찾기 전까지 그들이 여길 떠나겠어요?”이 말을 듣고 남자는 적잖이 안심하는 눈치였다.“강자풍, 그럼 이걸 꼭 기억해. 그들이 절대 기여온을 찾지 못하게 해. 네가 너의 형 강어의 원한을 갚을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야.”남자는 강어를 언급했다. 강자풍의 주먹에 더욱 강한 힘이 쏠렸고 정신을 가다듬었을 때는 이미 전화가 끊긴 후였다.그는 잠든 기여온을 쳐다보았다. 그의 눈살이 저절로 찌푸려졌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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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6장

”그리고 여온이는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건강해요.”강자풍이 내뱉은 말을 기모진은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강자풍, 역시 네가 내 딸을 데려갔군. 이전에 넌 소만리에게 그 사실을 부인했었지.”강자풍은 달리 변명도 하지 않았고 오히려 시원하게 인정했다.“그래요. 내가 여온이 데려갔어요. 게다가 당신들에게 여온이를 돌려줄 마음도 여전히 없어요.”이 말을 들은 기모진은 영문을 알 수 없었다.“강자풍, 당신 도대체 어떻게 할 생각이야?”강자풍은 어깨를 으쓱하며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당신 딸을 잘 치료하고 싶어요.”강자풍의 대답을 들은 기모진은 잠시 아무런 반응도 보일 수 없었다.기모진은 그저 뒤이어 들려오는 진지한 강자풍의 말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기모진, 지금 내가 당신한테 여온이를 돌려준다면 당신은 여온이를 치료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을 찾지 못할 수도 있어요. 그렇지만 나에겐 방법이 있어요.”“그러니까 우선은 소만리를 데리고 먼저 경도로 돌아가는 게 좋을 거 같아요. 여온이는 내 곁에서 가장 좋은 치료를 받을 거예요. 소만리가 지금 움직이기 불편할 수도 있다는 거 알아요. 그러니 경도로 돌아가는 비행기는 내가 마련해 줄게요.”강자풍의 말투에서 굳센 의지가 엿보였다.기모진은 강자풍의 눈에서 자신감이 넘치는 것을 보았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걱정스러웠다.“강자풍, 내가 아직 당신을 믿어도 될까?”이 말을 들으며 강자풍은 웃음을 터트렸고 애매한 대답을 던졌다.“아마도.”짧게 대답한 후 강자풍은 말을 이었다.“당신도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잖아요. 당신 딸을 안 볼 수도 없고, 아내가 깨어날 때까지 여기서 마냥 기다릴 수도 없구요. 그러니까 우선 경도로 돌아가는 것이 지금의 당신으로서는 가장 최선의 선택이에요.”이런 말을 하는 강자풍의 눈빛은 어느 때보다 진지해 보였다.기모진은 강자풍의 눈빛에서 뭔가 이상한 점을 어렴풋이 알아챘다.“당신은 지금 나와 내 아내를 돌려보내고 싶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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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7장

고승겸을 보자마자 안나의 얼굴은 하얗게 겁에 질려 버렸다.고승겸의 싸늘한 눈빛이 안나의 얼굴을 스치며 바로 남연풍의 얼굴로 직행했다.“일어났어?”남연풍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고 선생, 잘 보셨네. 맞아. 깼어.”“...”남연풍이 일부러 자신을 비꼬는 것을 알면서도 고승겸은 모른 척했다. 그는 그녀와 쓸데없는 논쟁을 할 마음이 없었다.“깼으면 이제 일어나. 이따가 병원 가서 종합검진 받아야 해.”고승겸은 안나를 곁눈질로 힐끔 쳐다보다가 그대로 나갔다.어서 남연풍을 부축해 일어나도록 도와주라고 고승겸이 안나에게 눈짓으로 언질을 한 것이었다.안나는 시중을 불러 남연풍을 일으켜주고 씻겨준 후 옷을 갈아입히라고 지시한 후 웃으며 남연풍에게 아침 식사를 뭘로 할 것인지 물었다.남연풍은 안나의 행동이 좀 이상하다고 느꼈지만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였다.아침 식사를 마친 남연풍은 고승겸이 준비한 7인승 차량에 몸을 실었다.운전기사는 앞에서 운전했고 남연풍은 뒤 칸에, 그리고 고승겸은 그녀의 옆에 앉았다.긴장하고 조마조마할 줄 알았던 남연풍은 엊그제 고승겸과의 대치를 겪어서 그런지 오히려 담담해졌다.그러나 남연풍이 담담해졌다고 해서 고승겸이 담담해질 리는 없었다.남연풍은 자신도 모르게 그의 빈틈없는 옆얼굴을 힐끗 보다가 고승겸과 눈이 마주치고 말았다.고승겸은 문득 지금의 남연풍의 얼굴이 왠지 낯설게 느껴졌다.이전에 남연풍은 짙은 화장을 했었다.지금은 그때에 비하면 거의 화장을 안 한 수준이지만 볼 때마다 그는 지금의 얼굴이 여성스럽고 예쁘다고 느꼈다.지금의 그녀에게서는 어느 하나 꾸민 흔적을 찾아볼 수 없는데도 말이다.차창으로 따스한 봄볕이 보드랍게 밀려들어 와서 그녀의 얼굴을 금빛으로 물들였다.그녀는 마치 태곳적 세상의 때가 하나도 묻지 않은 소녀의 얼굴처럼 말갛고 고요했다.지금까지 고승겸은 그녀에게서 한 번도 이런 느낌을 느껴본 적이 없었다.병원에 도착한 남연풍은 여전히 담담한 태도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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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8장

남연풍이 이 말을 한 이유는 자신의 상태를 고칠 수 있을 거라는 고승겸의 희망을 꺾어 버리기 위한 것이었는데 오히려 고승겸은 그녀의 말을 귀담아들었다.한편, 남사택은 남연풍이 사라진 것을 발견하고 이틀째 찾아다니고 있었다.초요는 사정을 다 알면서도 차마 말하지 못해 너무나 마음이 괴로웠다.남연풍은 고승겸의 집으로 떠나기 전에 미리 남사택에게 쪽지를 남겼다.다시는 여기 있고 싶지 않고 남사택을 보고 싶지 않아서 스스로 떠난다는 내용이었다.그러나 사실 남연풍은 초요에게 자초지종을 말하고 그녀와 함께 이 문을 나선 것이었다.남사택이 애타게 남연풍을 찾아 헤매는 것을 보고 초요는 마음이 더욱 아파왔다.이틀 동안 사색이 되어 남연풍을 찾아 헤매는 남사택의 모습을 보고 결국 초요는 모든 것을 털어놓기로 결심했다.“사택 선배, 정말 미안해요. 사실은 내가 언니를 데리고 나갔어요.”남사택은 남연풍을 찾으러 나설 준비를 하다가 갑자기 초요가 이런 말을 하는 것을 듣게 되었다.그는 즉시 돌아서서 성큼성큼 초요의 앞으로 걸어갔다.“초요, 지금 그 말이 사실이야? 당신이 남연풍을 데리고 나갔어? 어디로 데리고 나갔어? 남연풍은 지금 어디 있어?”남사택은 연거푸 질문을 퍼부었다.이렇게 많이 초조해하고 걱정하는 남사택을 보며 초요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사택 선배, 역시 언니를 많이 걱정하고 아끼고 있었네요. 언니는 걱정하지 마세요. 언니는 지금 어딘가에서 누군가의 보살핌을 받으며 잘 지내고 있을 테니 괜찮을 거예요.”남사택은 눈썹을 찌푸렸다.이제는 남연풍을 걱정하며 신경 쓰는 자신의 모습을 숨기지 않고 다급한 목소리로 초요에게 물었다.“초요, 남연풍이 도대체 어디에 있는지만 말해 줘.”“그건...”초요는 말하기가 난처했다. “당신한테 말하지 않겠다고 언니한테 약속했어요.”“왜 나한테 말하면 안 되는 거야? 초요, 당신은 남연풍을 잘 몰라. 남연풍은 지금 어디선가 혼자 극단적인 일을 저지를지도 몰라. 남연풍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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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9장

남사택의 말에 고승겸의 얼굴에 순간 의아한 빛이 떠올랐지만 고승겸은 이내 평정심을 되찾고 조롱하는 듯한 뉘앙스를 풍기며 말했다.“알고 보니 닥터 남은 평소에 진료는 하지 않고 남의 사사로운 일만 연구하나 봐.”“당신의 사사로운 일에는 전혀 관심이 없어요. 다만 평소에 볼 수 없는 일이 눈앞에 일어나서 한 번 더 유심히 보았을 뿐이에요.”고승겸은 이 말을 듣고도 여전히 담담하게 웃기만 할 뿐이었지만 그의 눈 밑이 떨리는 건 어쩔 수 없었다.10여 분 후 차는 고 씨 집 문 앞에 도착했다.남사택은 차에서 내려 현관 쪽으로 빠른 걸음으로 걸어갔고 초요는 남사택의 뒤를 바싹 따라갔다.걱정스러워하는 남사택의 심정에 비해 초요는 마음속이 불안함과 죄책감으로 타들어갔다.그날 그녀는 남연풍을 여기에 홀로 남겨두지 말았어야 했다.만약 남연풍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겼다면 그녀는 책임을 면하지 못할 것이다.그러나 초요와 남사택이 급하게 현관으로 뛰어들어와 보니 남연풍이 한가롭게 소파에 앉아 과자를 먹고 있었다.그녀의 옆에는 시중 두 명이 그녀를 돌보고 있다가 의아한 눈빛으로 고개를 들었다.고승겸이 한 말 때문에 그들의 불안한 의식이 만들어 놓은 상상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놀라기는 남연풍도 마찬가지였다.그녀는 남사택과 초요가 허겁지겁 들어오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남연풍이 뭐라고 말을 꺼내려고 했지만 고승겸이 유유히 남사택의 뒤에서 걸어오는 것을 보고 말을 삼켰다.“남매가 이렇게 만나니 어때? 기쁘지 않아?”고승겸이 남의 집 일인 양 느긋하게 말을 뱉었다.“모처럼 만났는데 앉아서 얘기하지.”서늘한 눈빛의 고승겸을 담담하게 흘겨보던 남사택은 곧장 남연풍에게 다가갔다.“나랑 어서 집으로 돌아가.”그는 휠체어를 밀며 남연풍을 데리고 나가려고 했다.“남사택, 당신들 남매지간에 옛이야기나 좀 하라고 데려왔더니 왜 이래? 지금 당신이 그녀를 데리고 여기서 나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해?”고승겸은 의미심장하게 말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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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40장

경호원은 즉시 남사택에게 다가가 완력으로 그를 떼어내었다.거칠 것이 없던 남사택은 주먹을 들고 경호원을 내리쳤다.경호원은 잠시 긴장을 늦춘 사이 남사택에게 일격을 당했고 갑자기 화가 치민 듯 손을 들어 되받아치려고 했다.눈 깜짝할 사이에 일이 커지려고 하자 남연풍은 소리를 지르며 그들을 말렸다.“내 동생 때리기만 해 봐!”남연풍의 말이 울려 퍼진 순간 경호원이 반사적으로 손을 멈추었다.남연풍의 이런 행동이 남사택은 너무나 뜻밖이었지만 깊이 생각할 겨를도 없이 재빨리 다른 경호원을 피해 다시 남연풍의 휠체어를 밀고 나가려고 했다.두 경호원이 이를 보고 뒤쫓아와서 남사택을 가로막으려고 했다.“건들지 마!”남연풍은 다시 한번 경호원들을 말렸다.그녀는 마음이 타들어갔고 고승겸을 노려보며 다급한 어조로 말했다.“고승겸, 경호원들 좀 멀리 떨어지라고 해. 나 안 갈게. 그러니까 어서 떨어지라고 해.”고승겸은 담담한 표정으로 남연풍에게 싸늘한 시선을 보냈다.“아무도 못 나가.”“...”남연풍은 어리둥절했다.“당신 뭘 어쩌려는 거야?”“당신들 남매의 정이 깊은 것 같은데 왜 지금 동생을 쫓아내라는 거야? 내가 그를 데리고 온 건 아침저녁으로 매일 얼굴 보고 지내라고 그런 건데 오히려 이런 나에게 당신은 감사해야 하는 거 아니야?”“...”남연풍은 지금 이 순간 이런 말을 꺼내는 고승겸의 저의를 알 수 없었다.고승겸은 입꼬리를 치켜세우며 묘한 미소를 피워 올렸다.평소 좀처럼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그로서는 굉장히 의외의 모습이었다.고승겸은 머뭇거리지 않고 바로 시중에게 지시했다.“남연풍을 방으로 모시고 가.”“네, 도련님.”시중은 즉시 시키는 대로 움직였다.남사택은 막아 보려고 나섰지만 냉혹한 고승겸의 목소리를 듣고 멈칫했다.“남사택, 너도 후회할 일은 하고 싶지 않겠지?”고승겸은 이 말을 하면서 초요에게 시선을 옮겼다.초요는 고승겸이 자신을 가지고 남사택을 협박하려 한다는 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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