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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황제가 사랑한 여인: Chapter 1821 - Chapter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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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21장

여지경의 말에 고승겸은 가슴이 떨려 왔다.그는 차가운 눈빛으로 남연풍을 바라보며 말했다.“왜 이제 와서 그 얘기를 하는 거야?”남연풍은 살며시 웃으며 말했다.“이제야 오게 된 건 당연히 목적이 있어서 당신한테 조건을 얘기하려고 온 거야. 그렇지 않으면 내가 당신한테 뭐하러 이 일을 알려주겠어.”“...”이 말을 들은 고승겸은 입술을 일그러뜨리며 한동안 남연풍의 말에 반박할 말을 찾지 못하고 멍해 있었다.여지경은 얼굴색이 확 변하며 끼어들었다.“남연풍, 설마 이 아이를 이용해 뭔가 이익을 얻으려는 건 아니겠지?”“여사님 추측이 하나도 틀리지 않았어요. 이익 좀 보려구요.”남연풍은 담담하고 당당하게 인정했다.고승겸과 여지경은 모두 놀라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안나는 화가 났지만 남연풍의 그런 태도에 오히려 위기감이 덜 느껴졌다.“원하는 게 뭐야?”고승겸이 빙빙 돌리지 않고 물었다.남연풍은 안나를 힐끔 쳐다보더니 덤덤하게 입을 열었다.“당신과 단둘이 얘기하고 싶어. 다른 사람들 앞에서 얘기하긴 좀 아닌 것 같아.”안나는 남연풍이 말한 ‘다른 사람'이라는 단어가 자신을 겨냥한 말임을 느꼈다.그녀는 순간 버럭 하며 화를 냈고 남연풍을 가리키며 불을 뿜듯 화를 뿜어내었다.“남연풍, 이 뻔뻔한 여자야! 이렇게 당당하게 남의 남편을 찾아와서 그런 몰염치한 말을 하다니! 네 낯짝이 왜 이리 두꺼워!”남연풍은 시큰둥한 표정으로 안나에게 말했다.“내 낯짝이 두꺼운지 얇은지 당신이 제일 잘 알 텐데, 그렇지?”“...”안나는 남연풍이 말한 숨을 뜻을 순간적으로 알아들었지만 많은 것들을 고려할 정신이 없어 남연풍에게 퍼부을 생각만 했다.“남연풍, 너...”“입 다물어.”고승겸이 갑자기 냉담하게 안나의 말을 잘랐다.“...”안나는 깜짝 놀라 입을 다물었다.“나랑 단둘이 얘기하고 싶다고? 그래, 그럼 올라와.”고승겸은 남연풍을 향해 말을 내뱉고는 먼저 발길을 돌려 계단 쪽으로 향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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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22장

분명히 안나는 이 집의 안주인이었지만 안주인이라는 명목 외에는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 것 같았다.2층.남연풍은 고승겸의 서재로 들어갔다.대낮인데도 고승겸은 커튼을 치고 남연풍이 들어오자 서재 문을 닫았다.휠체어에 앉아 있는 남연풍을 돌아보았다.잠시 그의 눈에 비친 환각이었으면 하고 그는 눈을 감았다 떠 보았다.그러나 여전히 그의 눈에는 휠체어에 앉아 있는 남연풍의 모습이 보였다.그는 문득 지난번 만남을 떠올렸다. 그때도 그녀는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앉아만 있었다.혹시 그녀의 두 다리가 움직일 수 있는 능력을 잃었나?고승겸은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그의 마음이 초조해지면서 결국 분노로 이어졌다.“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다리, 왜 그렇게 된 거야?”분노를 애써 억누른 고승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고 선생, 지금 내 다리에 대해 물어보는 거야? 이거, 별거 아니야. 나쁜 짓을 많이 했으니 이 정도 응보야 당연하지.”“...”고승겸은 남연풍의 이런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성큼성큼 그녀에게 다가가 목덜미를 힘껏 잡아당기며 그녀를 눈앞으로 바싹 끌어당겼다.“남연풍, 당신 다리 어떻게 된 건지 솔직히 말해 봐.”그가 추궁했다. 보아하니 기분이 매우 좋지 않은 것 같았다.남연풍은 떨리는 마음을 감추며 계속 고집스럽게 똑같은 말을 했다.“내가 말한 그대로야. 밖에 나갔다가 차에 치이는 바람에 이렇게 됐어. 이게 업보가 아니고 뭐겠어?”“거짓말하지 마! 기모진이 당신을 이렇게 만든 거지, 그렇지?”고승겸은 화가 나서 물었다.“그날 일을 처리하러 나갔다가 돌아오지 않았잖아. 그러니 기모진이 당신을 잡은 거잖아!”“맞아. 그날 기모진한테 잡힌 건 맞아. 그렇지만 기모진의 차에 치인 건 아니야.”남연풍은 솔직하게 말했다.“기모진은 나한테 주사를 놓았을 뿐이야. 당신이 소만리의 와인잔에 넣었던 것과 같은 독소 말이야.”이 말을 듣고 고승겸의 얼굴빛이 점점 무거워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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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23장

고승겸은 눈빛이 흐려졌고 남연풍의 목덜미를 잡았던 손에 힘이 풀렸다.그는 남연풍의 태도에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이러지 않았다. 예전에 그녀는 이런 모습이 아니었다.하지만 이제 그녀는 그를 바라보는 눈빛과 말하는 말투조차 원수를 대하듯 차가운 적개심으로 가득 차 있다.“허.”고승겸은 허탈하게 웃으며 남연풍의 목덜미에서 손을 떼었다.“AXT69 해독제 제조법을 원하는 거야? 나 당신한테 안 줄 거야.”고승겸은 차갑게 웃으며 남연풍의 제안을 거절했다.그는 자신이 이런 모습을 보이면 남연풍이 자신을 무서워하고 불안해할 줄 알았는데 그녀는 의외로 평온했다.“당신이 이 거래를 원하지 않는 이상, 오늘 내가 온 일은 없던 걸로 해.”남연풍은 말을 마치자마자 휠체어를 조종해 몸을 돌려 나가 버렸다.그러자 고승겸은 얼른 손을 뻗어 남연풍의 손목을 잡아당겼다.휠체어는 앞으로 가고 있는데 고승겸이 그녀의 손목을 끌어당기는 바람에 남연풍은 휠체어에서 떨어졌다.그녀의 무감각한 두 다리가 그대로 땅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갑작스러운 돌발 상황에 고승겸은 어리둥절했다.그는 남연풍을 휠체어에서 끌어내릴 의도는 전혀 없었다.그러나 일이 이렇게 되어 버렸고 더 놀라운 것은 남연풍의 모습이었다.보아하니 그녀는 서 있을 능력도 상실한 것 같았다.바닥에 주저앉아 간신히 일어나려는 남연풍을 바라보는 그의 명치끝이 날카로운 무기에 찔린 듯 뻑뻑한 아픔이 밀려왔다.남연풍은 넋을 잃은 고승겸을 보고 얼른 그의 손을 떼어내고 힘겹게 책상 모서리를 짚으며 일어서려고 했다.그러나 마음이 혼란스러운 탓인지 그녀는 아무리 해도 일어설 수가 없었다.그렇다. 그녀의 두 다리가 이미 망가졌는데 어떻게 자력으로 일어설 수 있겠는가.남연풍은 이를 악물었지만 여전히 마음같이 되지 않았다.계속 시도를 해 보았지만 그녀는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그녀가 힘이 빠질 대로 빠져 버려 지쳐 있을 때쯤 고승겸이 갑자기 앞으로 나와 그녀를 덥석 껴안았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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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24장

고승겸은 미간이 긴장한 듯 이맛살이 불뚝 솟아올랐다.그는 남연풍의 온기 없는 눈을 바라보며 손을 들어 그녀의 마스크를 잡아당기려고 했다.“남연풍, 당신이 이 말을 할 때 어떤 표정을 짓는지 한번 보고 싶군!”그는 극도로 분노하며 말했다.남연풍은 재빨리 얼굴을 피하며 손을 들어 고승겸의 손을 막았다.“내 마스크 벗기지 않는 게 좋을 거야. 독감에 걸리기 싫으면.”“허.”들을 가치도 없다는 듯한 고승겸의 가벼운 웃음소리가 들렸고 일순 그의 눈빛이 날카롭게 변했다.그는 남연풍의 손을 확 밀쳐내고 폭풍이 몰아치듯 매서운 기세로 그녀의 마스크를 홱 낚아채었다.남연풍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고 황급히 얼굴을 돌려 멀쩡한 한쪽 옆얼굴을 고승겸에게로 향했다.고승겸은 남연풍이 이런 식으로 자신의 시선을 피하자 더욱 화가 치밀었다.그는 손을 뻗어 남연풍의 턱을 움켜쥐고 그녀의 얼굴을 확 꺾어 그를 정면으로 마주 보게 하였다.그녀를 정면으로 마주한 순간 고승겸의 마음속에 들끓었던 분노와 폭발할 듯한 감정이 순식간에 사그라드는 느낌이 들었다.남연풍의 턱을 움켜쥐고 있던 그의 손이 어느새 스르륵 풀렸다.“얼굴, 누가 이랬어?”고승겸은 마음속의 분노를 참아 보려고 애썼지만 결국 참지 못하고 폭발했다.“누가 이랬어!”남연풍은 고승겸이 자신의 추한 얼굴을 보고 혐오스러워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예상을 깨고 그는 화를 버럭 내었다.그가 이렇게 분노하며 화를 낼 줄은 몰랐던 것이다.그녀는 이런 고승겸의 행동이 자신을 향한 관심이 남아 있어서인지 아닌지 잘 분간이 되지 않았다.그러나 설령 그런 감정이 남아 있다고 한들 이제 와서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남연풍은 마스크를 얼른 뺏어서 재빨리 쓰고 천연덕스럽게 입을 열었다.“마스크를 벗기지 않는 게 좋을 거라고 경고했었잖아. 지금 그렇게 놀라게 한 건 내 책임 아니야.”고승겸은 천연덕스럽게 말하는 남연풍의 태도를 보고 불같이 화를 내었다.그는 남연풍의 어깨를 움켜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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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25장

문 앞에서 엿듣고 있던 안나는 고승겸의 폭언에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만약 남연풍이 진실을 말한다면 그때 그녀는 어떻게 변명할 것인가?안나는 소스라치게 놀라서 빠져나갈 궁리를 생각하고 있는데 문득 서재에서 아무 소리가 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안나는 호기심과 불안함을 느끼며 문짝에 귀를 갖다 대려고 더 가까이 다가갔다.바로 그때 서재 문이 벌컥 열렸다.고승겸이 바로 눈앞에 나타나자 안나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잠시 멍하니 정신을 잃고 있다가 겨우 정신을 차리고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승겸, 난 당신이 걱정이 되어서 엿들은 거지 일부러 엿들어 보려고 한 거 아니야. 심지어 난 엿듣고 싶은 생각이 하나도 없었어.”안나는 애써 웃으며 설명했지만 고승겸의 얼굴은 어두웠고 이상하리만큼 담담했다.안나는 서재 안을 좀 들여다보며 남연풍의 상황을 알고 싶었지만 겨울바람보다 더 매서운 고승겸의 눈이 그녀를 주시하고 있었다.“승, 승겸?”“보아하니 당신은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똑똑한 것 같군.”“...”고승겸의 말을 듣고 안나는 얼굴이 굳어져 버렸고 심장도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다.“승겸, 나, 당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어. 난 그저...”“넌 내 이름 부를 자격도 없어. 너에 대한 나의 감정이 변했기 때문에 너랑 결혼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네 가문이 조금도 나에게 도움이 되지 않았더라면 넌 이 집에 발도 들여놓지 못했을 거야.”“...”안나도 자신의 뒷배에 자신의 가문이 없었다면 고승겸의 아내가 되지 못했을 거라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하지만 이 말을 직접 고승겸의 입을 통해 들으니 안나는 너무나 큰 충격을 받았다.“너 정말 대단한 사람이야. 감히 내 사람을 뒤에서 건드리다니.”“...”고승겸의 차가운 말이 안나의 심장을 그대로 강타했다.그녀는 남연풍이 고승겸에게 진실을 말했기 때문에 그가 이런 태도와 언행을 한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그러나 안나는 황급히 고개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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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26장

”내려갈 거야?”안나는 발걸음을 멈추었다. 가슴이 불안하게 뛰고 있었지만 애써 상처받은 척 연기하며 돌아섰다.휠체어를 탄 남연풍은 천천히 문 쪽으로 다가왔다.“남연풍, 당신이 이겼어. 난 더 이상 여기 남아서 모욕을 자초하고 싶지 않아.”“내가 이겼다고?”남연풍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방금 고승겸과 안나의 대화 소리는 크지 않았고 특히나 몇 마디는 고승겸이 일부러 낮은 목소리로 말을 해서 남연풍이 알아듣지 못하게 했다.그래서 남연풍은 자신이 고승겸의 마음속에 특별한 존재로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지금 남연풍은 안나의 말이 너무나 우스울 뿐이었다.“당신이 보기에 내가 이긴 것 같아? 내 두 다리가 이렇게 망가졌고 얼굴도 이렇게 엉망이 되었어. 게다가 남은 인생도 별 볼일 없이 이렇게 폐인처럼 살게 될 거야. 이런 나의 어디가 당신을 이겼다는 거야? 당신이 직접 손을 써서 날 이렇게 만든 것이 진정으로 이긴 거 아니야?”“...”역시나 남연풍이 말을 하고 말았다!안나는 바로 눈을 희번덕거리며 부인했다.“남연풍,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당신이 지금 이렇게 된 게 나 때문이라는 거야? 내가 어떻게 당신한테 이런 일을 할 수가 있어? 승겸, 남연풍이 지금 헛소리하는 거야. 듣지 마. 난 절대 그런 짓을 한 적이 없어. 남연풍이 일부러 나한테 뒤집어씌우려는 거야.”안나가 계속 부인하는 말을 늘어놓자 어디선가 또 다른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남연풍이 당신에게 일부러 죄를 뒤집어씌우려는 게 아니에요. 그날 밤 저도 봤어요.”안나는 말소리를 듣고 고개를 홱 돌렸다.초요가 여지경과 함께 복도 반대편에서 걸어오는 것이었다. 안나는 더 이상 어찌할 바를 몰랐다.초요는 성큼성큼 다가와 안나의 손등에 난 상처를 가리켰다.“그 상처는 당신이 남연풍에게 칼을 들이대었을 때 생긴 거잖아요. 당신은 남연풍의 얼굴을 다치게 했을 뿐만 아니라 그녀의 다리도 망가뜨렸어요. 남연풍이 당신에게서 도망치다가 실수로 차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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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27장

’퍽'하는 소리가 공간을 쟁쟁하게 울렸다.게다가 안나의 엄마는 남연풍의 다친 오른쪽 뺨을 일부러 세게 내리쳤다.너무도 갑작스럽게 일어난 일이라 여지경도 초요도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그러나 안나의 엄마는 자신의 행동에 쾌재를 부르듯 득의양양하게 어깨를 폈고 그런 자신의 엄마를 보며 안나도 은근히 기뻐했다.하지만 안나가 기뻐한 것도 잠시였다.이번에는 누군가가 똑같이 자신의 오른쪽 뺨을 세게 내리친 것이었다.“아!”안나는 아파서 소리를 질렀다. 고승겸의 손아귀 힘은 너무 강해서 뺨을 맞은 안나는 그 자리에 서 있을 수도 없었다.동시에 입가에서 피비린내를 풍기며 한 줄기 피가 흘러내렸다.눈이 휘둥그레진 안나의 엄마와 안나는 한동안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못하고 얼어붙었다.고승겸이 이런 행동을 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그가 남연풍 때문에 안나에게 뺨을 때리다니!남연풍도 생각해 본 적 없는 상황이었다.남연풍은 볼에서 느껴지던 통증이 단숨에 말끔히 치유되는 것 같았다.그녀를 지켜주기 위해 고승겸이 이런 행동을 보인 걸까?“고승겸, 왜 내 딸을 때리는 거야!”안나의 엄마는 분한 듯 발을 동동 굴렀다.고승겸의 무덤덤한 얼굴에 차가운 기운이 흘러내렸고 눈빛은 매섭기 그지없었다.“당신이 내 여자를 때렸으니 나도 당신 딸을 때린 거죠. 그래야 공평하잖아요.”“...뭐, 뭐가 어째? 너 지금 이런 걸 두고 네 여자라고 부르는 거야?”안나의 엄마는 자신이 들은 것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남연풍 역시 차가운 얼굴을 하고 있는 이 남자의 말을 듣는 순간 마치 꿈을 꾸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그러나 고승겸은 지금 그녀의 꿈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녀의 눈앞에 실제하는 존재로 서 있었다.고승겸의 말에 놀라기는 여지경도 마찬가지였다.여지경은 고승겸이 자신의 속마음을 사람들 앞에서 말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밥을 구걸했다구요? 다시 한번 더 말해 보세요? 당장이라도 당신네 가족들을 산바아로 다 쫓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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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28장

”충고 하나 할게요. 더 이상 승겸이를 화나게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예요. 승겸이 상속권을 얻는 데에 당신들의 힘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건 아니거든요. 그저 당신들은 기껏해야 디딤돌 정도에 불과해요. 자신의 입장과 가치를 착각하지 마세요. 그렇지 않으면 당신 집안은 좋은 꼴을 못 볼 테니까.”여지경은 차갑고 도도한 표정을 지으며 초요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초요, 승겸이와 남연풍은 아직 할 얘기가 남았을 테니 우리는 아래층으로 가서 앉아서 기다려요.”초요도 더 이상 그 자리에서 안나 모녀와 함께 있기 싫어서 여지경을 따라 얼른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안나는 고승겸에게 얻어맞은 얼굴을 감싸며 극도의 불만을 품고 이를 갈았다.방으로 돌아온 안나는 부어오른 뺨과 핏자국이 묻은 입가를 보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저 더러운 년 때문에 감히 날 때리다니!”안나는 이를 악물었다.“도저히 그냥 넘어갈 수 없어. 엄마, 나 이제 어떻게 해야 해? 내가 승겸이한테 대들면 정말 고승겸이 내 얼굴 망가뜨리고 다리도 부러뜨리는 거 아니야?”“어떻게 감히 그럴 수가 있어!”안나의 엄마는 거만하게 눈을 부릅떴다.“안나야, 겁먹을 필요 없어. 지금 네 신분이 뭔지 기억해. 그 남연풍, 그 여자는 집안 배경도 하나 내세울 거 없는데 어떻게 너랑 비교가 되겠니?”“하지만 그 여자는 고승겸의 아이를 가졌고 고승겸도 그 아이를 인정했어. 남연풍은 자기 여자라고...”안나는 이 사실이 너무나 불쾌하고 답답했다.결혼 후 지금까지 고승겸은 그녀와 한 방을 쓴 적이 한번도 없었다.그녀가 아이를 갖고 싶어도 고승겸은 그럴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안나는 이런 시시콜콜한 얘기를 감히 자신의 엄마에게 꺼낼 수가 없었다.여자로서 너무나 체면이 서지 않는 얘기였기 때문이다.“안나야. 걱정하지 마. 엄마는 밥 빌어먹던 그 여자가 아이를 낳게 가만 내버려 두지 않을 거야!”안나의 엄마는 이를 갈며 다짐을 했다.안나는 순간 그녀의 엄마가 하는 말이 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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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29장

고승겸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그러나 분명히 남연풍이 눈앞에서 그런 말을 하는 것을 똑똑히 보았다.“당신 아이가 아니라고? 남연풍, 그게 무슨 말이야?”고승겸은 화를 참으며 물었다. 남연풍은 여전히 아랑곳하지 않고 미소를 띤 채 말했다.“고승겸, 당신 건망증이야? 방금 서재에서 분명히 말했잖아. 이 아이는 해독제 제조법을 얻는 데 이용하는 카드일 뿐이라고. 단지 내가 원하는 걸 얻기 위해 이용하는 카드.”“당신...”고승겸은 태어나서 그렇게 화가 나기는 처음이었다. 순식간에 말문이 막혀 버렸다.그가 화가 나 아무 말도 못 하는 틈을 타 남연풍은 그의 손아귀에 있던 상자를 홱 잡아챘다.고승겸은 정신이 번쩍 들었지만 남연풍이 상자를 잡아채려 하자 손에 힘을 주어 가져가지 못하게 했다.예상치도 못한 그녀의 행동에 그는 헛웃음이 나왔다.그가 그녀에게 이 상자를 주고 싶지 않다면 그녀는 이 상자에 절대 손댈 수 없다.“남연풍, 당신이 제 발로 오늘 이 집에 오긴 했지만 나갈 때는 당신 마음대로 못 가. 해독제를 만들고 싶으면 여기서 만들어. 여기가 제일 좋은 작업실이야. 다른 곳은 허락하지 않아. 오직 여기서만 만들어야 해.”고승겸은 강한 어조로 말했다. 남연풍은 눈살을 찌푸렸다.“날 여기 가둬놓겠다는 거야?”고승겸은 몸을 살짝 숙여 남연풍의 눈앞으로 시선을 가까이 가져갔다.그는 눈썹을 한껏 치켜올리며 입꼬리를 잡아당겼다.“당신은 지금 내 아이의 엄마야. 아무리 당신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해도 당신 뱃속의 아이는 함부로 건드리면 안 돼. 고 씨 집안 장손이 될 아이야.”고승겸의 말이 남연풍의 귓가를 돌아 마음에 걸렸다. 매서운 통증이 그녀의 가슴을 치는 것 같았다.아이도 없을 것이고 고로 엄마라는 존재도 없을 것이다.장손은 더더욱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남사택은 분명히 이 아이는 낳을 수 없다고 했다. 설사 낳는다고 해도 온전하다는 보장이 없다고 했다.남사택의 말을 완전히 맹신하고 귀담아들었던 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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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0장

초요는 남연풍이 고승겸에게 아직 미련이 남아서 이곳에 남기로 한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남연풍에게 다른 생각이 있었던 것이다.그렇지만 초요는 여전히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하지만 언니가 돌아오지 않으면 사택 선배가 걱정할 거예요.”남연풍이 이 말을 듣고 눈을 들어 앞을 바라보았다.봄기운이 눈길 닿는 곳마다 고운 자태를 자랑하며 매력을 뽐내고 있었고 꽃내음을 실은 상쾌한 바람이 그녀의 입꼬리를 살며시 잡아당기는 듯했다.그녀는 모처럼 부드럽고 평온한 미소를 지으며 웃었다.“나도 알아. 사택이 사실은 날 많이 걱정한다는 걸. 그 아이는 입이 무겁고 마음이 약하거든. 항상 내 뒤에서 날 신경 쓰고 걱정했었어. 하지만 이건 내가 한 짓이니 내가 마무리해야지. 더 이상 사택이 곤란한 상황을 만들고 싶지 않아.”남연풍의 말투가 몰라보게 부드러워졌다.남사택과 마주했을 때 날이 서 있던 그녀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순간 초요는 남연풍이 사실은 그렇게 냉혹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문득 느꼈다.남연풍에게도 감정을 느끼는 마음이라는 게 있는 것이었다.“남사택한테는 아무 말도 할 필요 없어. 내가 몰래 빠져나온 걸로 해.”“왜 사실대로 말하면 안 돼요?”초요는 당혹스러웠다.오른쪽 뺨에 칼자국이 선명했지만 환하게 웃는 남연풍의 미소는 여전히 깨끗하고 순수해 보였다.“그럴 필요 없어. 내가 그런 사람인 줄로 아는게 정황상 더 나아. 난 할 말 다 했어. 그럼 조심해서 가.”“언니가 이미 생각을 다 하고 결정한 일이니 나도 사택 선배한테 아무 말 하지 않을게요.”초요는 남연풍의 눈을 바라보며 대답했다.“몸조심하셔야 해요. 꼭이요.”초요는 말을 마치자마자 바로 돌아섰다.그러나 두어 걸음도 채 못 가 뒤에서 남연풍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초요.”남연풍이 초요를 불렀다.초요는 걸음을 멈추고 뒤돌아보았다. 남연풍이 싱긋 웃으며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고마워.”남연풍은 진심으로 감사의 말을 전했다.그러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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