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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황제가 사랑한 여인: Chapter 1801 - Chapter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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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1장

소만리는 강자풍의 모습이 낯설지 않았다.이곳에 와서 지금까지 가장 많이 본 사람이 강자풍과 이반이었기 때문이었다.강자풍이 입구를 서서 그녀의 길을 막으려 했지만 그녀는 조금도 움츠러들지 않았다.그녀가 강자풍을 밀치고 발걸음을 내디디려 했을 때 뒤에서 쫓아온 기모진에게 손목이 잡혔다.“소만리, 날 믿어. 당신을 속이고 있는 게 아니야. 당신 정말 지금 아파. 주사만 맞으면 내가 당신을 속이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될 거야.”기모진은 자신의 말을 믿어 달라고 소만리에게 간절하게 부탁했다.그러나 소만리는 기모진의 손을 뿌리치려고 했다.“기모진, 난 당신을 믿을 수 없어. 난 이미 내 마음속에서 당신을 지웠어!”“소만리.”“당신들 비켜. 꺼지라구. 내가 죽는 한이 있더라도 당신 손에는 죽지 않을 거야.”소만리는 필사적으로 기모진의 손을 뿌리치고 강자풍을 밀어내고 뛰쳐나가고 싶었다.기모진과는 달리 강자풍은 매우 난폭하게 소만리의 팔을 잡아끌어 기모진에게로 끌고 갔다.“뭘 망설이는 거예요? 지금 그녀가 당신이 하려는 일에 협조하길 바라는 거 아니에요? 그럼 어서 주사를 놔요.”강자풍은 소만리를 꽉 잡고 기모진 앞으로 힘껏 밀었다.강자풍의 말을 듣자 소만리의 안색이 더욱 나빠졌고 눈에는 불안과 공포의 빛이 솟구쳤다.그녀는 눈앞에 서 있는 기모진을 노려보았고 주사기를 들고 있는 그의 손에 시선을 옮겼다.그녀의 눈은 이미 빛을 잃었고 산산이 부서진 희망만이 그 자리에 패잔병처럼 맴돌고 있었다.“기모진, 당신은 정말 양심도 없구나.”실망이 가득한 눈빛으로 기모진을 바라보며 소만리가 말했다.기모진은 원망에 가득한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소만리를 가만히 내버려 두었다.지금 기모진의 머릿속에는 단 한 가지밖에 없었다.그녀가 이 주사를 맞으면 원래의 정신으로 회복될 것이고 그가 사랑하는 그녀의 모습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하지만 눈앞의 소만리의 눈빛이 그를 당황하게 만들었다.“기모진, 뭘 망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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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2장

이반은 기모진의 다급한 뒷모습을 보면서 더욱 궁금해졌다.“강자풍, 방금 기모진이 놓은 주사 뭐예요? 어떻게 마취주사보다 더 세 보이죠? 그리고 어떻게 주사 한 방으로 소만리의 병세가 회복될 수 있어요?”강자풍은 멀어져 가는 기모진의 모습을 힐끔 보고는 눈썹을 살짝 비틀었다.“회복? 만약 정말로 예전에 그거라면 절대 완쾌되기 어려울 거야.”“예전에 그거?”이반의 호기심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하지만 강자풍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강연이 예전에 저지른 불명예스러운 일은 더 이상 언급하고 싶지 않았다.기모진은 경도에서 이곳으로 오느라고 밤을 꼴딱 새웠기 때문에 우선은 어디 가까운 호텔로 가서 좀 쉬고 싶었다.그는 가까운 호텔로 가서 방을 잡으려고 했으나 데스크 아가씨는 의식을 잃은 소만리를 안고 있는 기모진을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보았다.데스크 아가씨는 기모진이 소만리에게 나쁜 짓을 하려는 걸로 의심했고 결국 기모진은 소만리와의 혼인 증명서를 찍은 사진을 보여주고서야 비로소 방을 잡을 수 있었다.기모진은 소만리를 방으로 옮긴 후 줄곧 침대 곁에서 그녀를 지켰다.소만리가 깨어나면 정말 원래대로 돌아와 있을지 어떨지 기모진은 불안한 마음을 지울 수 없었다.이전에는 소만리가 몇 차례 주사를 맞고도 이렇게 정신을 잃은 적은 없었는데 이번에는 완전히 정신을 잃은 채 깨어나질 않았던 것이다.“소만리, 깨어난 뒤에는 제발 날 미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어.”기모진은 소만리의 손을 잡고 애틋하게 키스를 했다.소만리를 바라보는 그의 눈에 불안과 초조함이 가득 서려 있었다.그는 소만리가 차가운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것이 너무나 두려웠다.마치 그의 존재 여부가 그녀에게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느껴져 그의 마음이 지옥으로 떨어지는 것 같았다.기모진은 독소가 이렇게 무서울 줄은 정말 예상하지 못했다.한 사람의 몸과 마음을 송두리째 파멸시키다니....경도.남연풍은 휠체어를 탄 채 화장대를 바라보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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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3장

초요는 넘어지는 소리를 듣고 돌아섰다.남연풍이 바닥에 내동댕이쳐져 있었고 한쪽에는 휠체어가 엎어져 있었다.남연풍은 스스로 몸을 일으키려고 해도 도무지 일으켜지지가 않았다.이 상황을 보고 초요는 황급히 남연풍에게 다가갔다.초요가 몸을 웅크리고 남연풍을 부축하려 했지만 그녀는 초요가 내민 손을 뿌리쳤다.“날 동정하지 마!”남연풍은 입술을 깨물며 자조 섞인 미소를 지었다.“내가 이런 모습으로 망가져서 남사택은 아주 기분이 찢어질 거야? 그렇지? 분명히 내 얼굴을 원래대로 고쳐줄 수 있는 능력이 있으면서도 수술도 안 해주고 이 모양 이 꼴로 놔두는 걸 보면 말야! 너도 똑같아!”남연풍은 초요를 힐끗 쳐다보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넌 날 도우려고 여기 있는 게 아니야. 단지 남사택의 체면을 봐서 폐인이 된 날 억지로 돌보고 있는 것뿐이야!”“당신도 알지? 지금 다른 사람한테 억지 부리고 있다는 거!”남사택이 현관에서 불쑥 들어왔다.남연풍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경멸하듯 냉소를 터트렸다.“허허. 남사택. 이제야 너의 진심을 말하는군. 너 날 진정으로 도와줄 생각이 없었던 거야. 피보다 진한 가족은 무슨! 그거 다 헛소리야!”“그래, 난 당신을 도와줄 마음 없었어. 당신을 여기에 머물게 한 것은 단지 소만리의 회복을 돕기 위한 해독제가 필요했을 뿐이었어. 내가 이렇게 말하는 게 당신한테는 훨씬 합리적으로 들리지? 이제 마음에 들어?”남사택이 얼음처럼 차갑고 침착하게 남연풍에게 되물었다.“...”남연풍은 말문이 막힌 채 가만히 입술을 오므리고 있었다.초요는 분위기가 경직된 것을 보고 두 남매 사이의 대화에는 끼어들지 않고 잠자코 손을 뻗어 남연풍을 부축했다.남연풍은 끝까지 고집을 부리며 또다시 초요의 손을 밀어냈다.“네 동정 따윈 필요 없어!”“남연풍, 그 성질 좀 이제 작작 부려. 여기 당신한테 빚진 사람 아무도 없어.”남사택은 남연풍에게 비난하듯 말했다.“그동안 초요가 당신을 돌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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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4장

”사택 선배, 와서 좀 도와주세요.”남사택은 초요의 말뜻을 알아차렸다. 그도 사실 아까부터 도우려고 했었다.남연풍은 초요와 남사택이 자신을 힘껏 안아 일으켜 세운 것을 알면서도 가만히 생각하는 척하며 그들의 호의를 묵묵히 받아들였다.석양이 아름답게 지는 저녁 무렵 남사택은 차를 몰고 경도에서 가장 아름답고 호화로운 호텔 입구에 도착했다.아직 결혼식이 시작될 시간은 아니었지만 현관 앞에는 이미 많은 손님들로 북적이고 있었다.남연풍은 뒤 칸에 앉아 입구로 들어가는 하객들을 눈여겨보았다.모두가 그녀가 아는 사람들이어서 낯이 익었다.고승겸의 결혼식은 전날부터 온라인상에서 대대적으로 홍보가 될 정도로 성대하게 치러졌다.산비아의 존엄한 자작 공자가 결혼한다는 것은 세간의 이목을 끌기 충분했다.고승겸의 사진들이 인터넷에 공개가 되자마자 단숨에 많은 사생팬들을 양산했다.여기에 심리치료사와 고급 최면술사라는 꼬리표까지 더해지며 그를 흠모하는 이들이 줄을 이었다.눈앞의 시끌벅적한 광경을 바라보던 남연풍은 손거울을 꺼내 자신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한참을 바라보던 남연풍은 무표정한 얼굴로 마스크를 집어 들어 썼다.남사택과 초요가 먼저 차에서 내린 뒤 남사택이 마음을 놓지 못하여 초요에게 당부했다.“만약 고승겸의 눈에 띈다면 일이 좀 귀찮아질 수도 있어.”남사택은 고승겸이라는 사람이 무슨 꿍꿍이속인지 알 수가 없어 자꾸 걱정이 되었다.“걱정 마세요. 내가 잘 대응해 볼게요. 당신 누나도 잘 돌보구요.”“초요, 정말 고마워. 그동안 당신이 없었다면 나와 남연풍의 관계가 어떻게 흘렀을지 정말 상상하기도 싫어.”남사택은 진심으로 고마워하며 남연풍을 힐끔 쳐다보았다.초요는 살며시 미소 지으며 말했다.“알겠어요. 사택 선배도 사실은 누나한테 신경 많이 쓰고 있다는 거 잘 알아요. 선배는 입은 무겁고 마음이 약한 사람이잖아요.”“뭘 꾸물거리고 있는 거야?”남연풍이 재촉하는 소리가 차 안에서 들려왔다.남사택은 트렁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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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5장

초요는 결혼식 청첩장에 적힌 신부 이름을 본 적은 있지만 그 이름에 대한 특별한 기억은 별로 없어서 신부를 잘 모른다고 생각했었다.초요는 고개를 가로저었다.“전 잘 몰라요.”“흥, 넌 당연히 모를 테지.”남연풍은 혼잣말처럼 웃었다.“어릴 적부터 고승겸과 잘 어울리던 친구인데 고승겸은 이 여자를 항상 싫어했어. 심지어 이 여자에게서 벗어나려고 소만리를 방패막이로 이용하기도 했지.”고승겸이 소만리와 약혼한 것에 관한 거라면 초요도 조금은 알고 있었지만 고승겸이 소만리를 이용해 다른 여자에게서 벗어나려고 한 사실은 몰랐다.하지만 오늘 밤 그는 그렇게도 벗어나고 싶어 했던 그 여자와 결혼을 한다.초요는 당황스러움을 금할 수 없었다.하지만 고승겸의 신분을 생각해 보니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거라고 짐작되었다.“이 신부랑 친해요?”초요는 스스럼없이 물었다.“친하지 않아.”남연풍은 별로 깊이 생각해 보지도 않고 대답했다.“나도 좋은 사람은 아니지만 이 여자는 나보다 더 악랄해.”“그게 무슨 말이에요?”남연풍은 결혼식장 구석구석을 싸늘한 시선으로 힐끗 쳐다보다가 초요의 맑은 눈에 시선을 집중시켰다.“아마 지금까지도 소만리는 이 일을 모를 텐데. 예전에 소만리가 양이응이라는 여자한테 밧줄에 묶여 물에 빠져 죽을 뻔한 일이 있었어. 사실 그때 양이응은 이 여자와 내통해서 그 일을 꾸민 거였어.”이 사실을 듣고 초요는 등골이 오싹하도록 깜짝 놀랐다.“사실 소만리가 똑똑해서 무사히 도망쳐 나오긴 했지만, 양이응과 이 여자는 일찌감치 계략을 꾸몄어. 이 여자는 소만리를 기절시킨 후 양이응이 소만리를 바다로 밀어 넣는 걸 싸늘한 눈으로 방관하고 있었지.”이를 들은 초요는 더욱 당혹스럽고 의아했다.“그런데 당신은 어떻게 이 일을 이렇게 자세히 알고 있는 거예요?”남연풍이 거만하게 웃었다.“당연히 잘 알고 있지. 바로 근처에 있었으니까.”초요는 도저히 남연풍의 말을 믿을 수 없어 눈썹을 비틀며 물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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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6장

사실 고승겸 자신도 그가 안나와 이런 식으로 친지들 앞에 설 줄은 몰랐다.그는 이익을 따져본 뒤 여지경의 제안을 받아들인 것이었다.그가 산비아의 차기 후계자가 되려면 안나 가문의 도움이 필요했다.이런 이유로 여지경은 안나를 찾아갔던 것이다.안나는 자신이 자작부인의 자리에 다시는 앉을 기회가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갑자기 여지경이 자신을 찾아올 줄은 몰랐다.안나는 마침내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았다고 생각했고 고승겸와 함께 나란히 결혼식장을 걷는 지금 누구보다 더 당당하고 자신있게 행동했다.그녀는 이제 다른 어떤 여자도 자신의 자작부인 지위를 흔들 수 없다고 굳게 믿었다.안나는 승리의 환한 미소를 지으며 부케를 안고 결혼식장으로 한 걸음씩 걸어 들어왔다.그녀는 곁눈질로 고승겸을 바라보았다. 오늘 밤 특히나 그의 얼굴이 더욱 고귀하고 우아해 보였다.그의 얼굴은 차가우면 차가울수록 고결한 아름다움을 자아내는 것 같았다.이런 고승겸의 모습에 안나는 치명적으로 이끌리고 있었다.마침내 그녀가 고승겸의 여자가 되었다니, 그녀의 오랜 꿈이 현실이 되는 순간이었다.그녀는 남연풍이 최후의 승자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아무도 자신의 지위를 흔들 수 없게 된 것이다.안나는 용솟음치는 기쁨을 숨기지 않고 만면에 드러내었다.그러나 그때 주변 하객들이 수군거리는 소리를 들었다.“승겸이랑 결혼하는 여자가 안나였구나.”“어쩐지 청첩장에 신부 이름이 안 나와 있더라니.”“여지경은 어떻게든 안나를 집에 들이지 않겠다고 하지 않았어?”“보니까 안나한테 뭔가 수가 있었던 거 같아.”“...”안나는 자신을 험담하는 소리를 듣고 강한 불만을 느꼈다.어쩐지 결혼식장 앞에 안내판도 없더라니.알고 보니 고승겸의 집안에서 그녀가 고승겸의 신부라는 사실을 전혀 발표하지 않은 거였다.안나도 바보가 아닌 이상 이런 상황이 무엇을 말해 주는지 잘 알고 있었다.고승겸은 안나를 아내로 맞이한다는 사실을 못내 인정하기 싫었던 것이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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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7장

초요와 남연풍은 남의 눈에 잘 띄지 않는 구석에 앉아 있었는데 고승겸이 자신들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오는 것을 보았다.초요는 남연풍을 바라보았다.남연풍은 마스크를 쓰고 있었지만 그녀의 눈빛에서 새어 나오는 당혹스러움과 불안함은 숨길 수 없었다.지금 남연풍이 느끼는 불안과 당혹스러움은 모두 고승겸을 향한 애정에서 비롯된 것이었다.사랑하지 않으면 가벼운 마음으로 마주할 수 있다.하지만 사실 남연풍조차도 그를 사랑하는 깊은 마음을 내려놓지 못해 오늘 여기까지 온 것이었다.남연풍은 마주 오는 고승겸을 보고 긴장한 나머지 움켜쥔 손에 땀이 맺히기 시작했다.그녀는 고승겸을 볼 용기가 없었지만 그가 다가오자 자신도 모르게 저절로 그에게 시선을 빼앗겨 버렸다.그녀의 시선을 느낀 듯 고승겸의 시선도 남연풍을 향했다.그러나 고승겸이 자신을 발견한 줄 알고 남연풍이 한껏 긴장하고 있을 때 갑자기 고승겸은 몸을 돌려 걸음을 멈추고 나이 지긋하신 어르신에게 공손히 인사를 건넸다.상실감인지 안도감인지 자신도 자신의 마음을 형용할 길 없던 남연풍은 심장이 바닥으로 쿵 떨어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자신의 모습이 들킬까 봐 두렵긴 했지만 막상 그의 눈길이 다른 곳으로 쏠리자 그녀의 마음이 갑자기 텅 비어 버리는 것 같았다.“여기 계속 앉아 있을 거예요?”초요는 작은 목소리로 물었고 지금 가장 괴로운 사람은 남연풍이라고 생각했다.남연풍은 조용히 눈을 내리깔고 초요에게 나직이 말했다.“조금만 더 있고 싶은데 답답하면 넌 밖에서 기다리고 있어.”“사택 선배한테 당신 잘 돌보겠다고 약속했어요. 결혼식 끝나면 우리 같이 집으로 돌아가요.”“그래.”남연풍은 초요에게 대답하고 멍한 표정으로 고승겸을 바라보았다.고승겸은 어르신과 인사를 나눈 뒤 남연풍의 바로 앞을 쌩하니 지나갔다.그의 자태는 멋스럽기 그지없었고 거칠 것이 없어 보였다.남연풍은 멀어져 가는 고승겸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때 그녀의 핸드폰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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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8장

남연풍은 고승겸이 다른 여자와 함께 있던 장면을 떠올릴 수조차 없었다.생각만 해도 그녀는 속이 뒤집어지는 것 같았다.그러나 토하고 싶어도 토할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남연풍은 초요가 자신을 걱정하지 않게 하기 위해 재빨리 자신의 감정을 추스른 뒤 휠체어를 조종하며 나왔다.초요는 남연풍의 얼굴이 여전히 창백한 모습을 보이자 그녀를 설득했다.“그냥 우리 집으로 돌아가는 게 나을 것 같아요.”“아직 일러. 밖에 나가 바람 좀 쐬고 싶어.”남연풍은 복도 끝 베란다를 바라보며 말했다.“나 혼자 가도 돼.”남연풍이 지금 기분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 초요도 더는 그녀에게 강요하지 않았다.남연풍이 베란다 쪽으로 가고 있는 걸 보고 있는데 마침 초요의 핸드폰이 울렸다.남사택의 전화였다. 아마도 이쪽 상황이 걱정되고 궁금해서 걸었을 것이다.초요는 망설이지 않고 바로 받았다.남연풍은 혼자 베란다로 나왔다. 어둠으로 덮인 밤하늘에 별들이 총총히 박혀 있었다.그러나 아무리 밝은 별이라도 그녀의 어두운 마음을 환하게 밝혀줄 수는 없는 것 같았다.“허.”남연풍은 긴 한숨을 내쉬었다. 눈에서는 뜨거운 눈물이 소리 없이 흘러내렸다.“남연풍, 그동안 대체 무슨 어리석은 짓을 한 거야?”그녀는 스스로에게 물었고 그러고 나니 자신의 처지가 더욱 우스웠다.“널 사랑하지 않는 남자를 위해 넌 도대체 무슨 짓을 벌인 거야?”“그래,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 남자를 위해 대체 뭘 하고 있는 거야? 남연풍, 아직도 모르겠어?”뒤에서 갑자기 누군가 비웃는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남연풍은 문득 정신이 번뜩 들었다.휠체어를 돌리자마자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승리의 미소를 지으며 자신을 향해 걸어오는 안나의 모습이 보였다.남연풍의 자신의 이런 모습을 안나에게 들킬 줄은 몰랐기 때문에 너무나 당황스러웠다.“사람 잘못 봤어요.”남연풍은 부인했다.“난 당신이 말한 그 사람이 아닙니다.”남연풍은 그 자리를 떠나려고 했지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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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9장

남연풍은 마스크를 잡아당기는 안나에게 격하게 저항했다.재빠른 동작으로 안나의 오른손을 잡았지만 안나는 곧 다시 왼손으로 남연풍의 마스크를 홱 잡아챘다.순간 남연풍의 뺨에 난 칼자국이 그대로 드러났고 안나의 두 눈은 회심의 미소를 띤 채 자신의 걸작을 감상했다.아직까지도 남연풍은 자신의 얼굴을 망가뜨린 사람이 안나라는 사실을 모른다는 것을 안나는 알고 있었다.“어머! 당신 얼굴이 왜 그래? 칼자국, 언제 생긴 거야? 당신이 지은 죄가 너무 많아서 원한을 산 사람이 많아 이렇게 된 거 아니야, 그렇지?”안나는 다 알면서도 일부러 모른 척하며 물었다.안나의 비꼬는 말투에 남연풍은 오히려 갑자기 평온해졌다.안나의 모습을 보니 흥분했던 그녀의 감정이 사라졌다.안나는 남연풍이 스스로 열등감을 느껴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줄 알았고 그 사실이 안나에게 마음의 평온을 가져다주었다.“남연풍, 당신 같은 여자는 고 씨 집안사람이 될 수 없다는 걸 진작에 알았어야지. 고 씨 집에서 몇 년 지냈다고 그 집 사람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어? 정말 망상을 해도 분수가 있지!”안나는 남연풍을 향해 눈을 희번덕거렸다.“지금 당신 꼴 좀 봐. 얼굴은 망가지고 다리는 절름발이에 버려진 유기견과 다를 바 없잖아. 이런 꼴로 감히 승겸 오빠랑 결혼할 수 있을 줄 알았어? 당신의 일장춘몽은 이제 끝났어!”“남연풍, 충고 하나 할게. 지금 당장 여길 떠나. 그렇지 않으면 승겸 오빠가 이 꼴을 보게 될 거야. 그러면 넌 스스로 모욕을 자초하는 꼴이 될 거고!”안나는 말을 마치고 남연풍의 얼굴에 마스크를 던졌다.그러나 순간 남연풍은 손을 번쩍 들어 안나의 손목을 잡아당겼다.안나는 불쾌한 눈빛으로 남연풍을 노려보며 말했다.“왜? 날 때리기라도 하겠다는 거야? 감히 날 때리겠다고? 난 이미 승겸 오빠의 아내가 되었고 당당히 자작부인의 칭호를 얻었어. 남연풍, 감히 나한테 손을 댄다면 네 멀쩡한 한 쪽 얼굴도 망가지게 될 거야!”안나는 험상궂은 얼굴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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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0장

”왜? 무섭니?”남연풍은 눈썹을 치켜세우며 말했다.“너일 줄은 정말 상상도 못했어.”“...남연풍 헛소리하지 마! 내가 말했지. 네가 절름발이가 된 건 나와 아무 상관 없다고. 다시는 내 눈앞에 나타나지 마!”안나는 남연풍을 향해 고함을 지르고는 드레스 자락을 휘날리며 당황한 듯 허둥거리며 뛰어갔다.남연풍은 도망치는 안나의 뒷모습을 담담하게 바라보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네 말이 맞아. 날 해친 사람은 따로 있었어.”남연풍은 혼잣말처럼 말하고는 허망한 듯 쓴웃음을 지었다.“정말 생각지도 못했어. 안나가 그럴 줄은...”“이제 당신도 소만리를 오해했다는 걸 알게 되었네요. 그럼 해독제 제조하는 방법을 알려주셔도 되지 않아요?”초요가 기회를 틈타 그녀에게 상기시켜 주었다.남연풍은 아무런 표정 변화 없이 계속 쓴웃음을 지은 채 말했다.“보아하니 넌 정말 소만리를 아끼는 것 같군. 그런데 아쉽게도 해독제 제조법을 알아도 다른 사람은 만들 수가 없어.”“그럼 당신이 직접 만들면 되잖아요? 당신이 이렇게 가만히 있는 것도 다른 사람을 해치는 거라구요, 그렇지 않아요?”초요의 말에 두 사람 사이에는 잠시 침묵이 흘렀지만 남연풍이 갑자기 웃음을 터트리며 침묵을 깨고 말했다.“걱정하지 마. 어쨌든 소만리는 죽지 않아.”“당신 정말 구제불능이군요.”초요는 화가 나서 남연풍에게 쏘아붙였다.“보아하니 당신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린 것 같은데, 그럼 여기서 계속 바람이나 쐬고 있어요!”초요는 말을 마치자마자 화가 나서 돌아섰다.남연풍은 화가 나서 돌아선 초요의 뒷모습을 말없이 바라만 보고 있었다.하지만 초요가 그리 멀리 가지 않을 거라는 걸 누구보다 더 남연풍은 잘 알고 있었다.다른 사람들 눈에 그녀는 악랄하기 그지없고 심지어 수단을 가리지 않는 매정한 여자로 보이겠지만 사실 그녀에게도 양심이라는 게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그렇게 생각하는 것에 대해 탓할 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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