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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가 사랑한 여인의 모든 챕터: 챕터 1841 - 챕터 1850

2479 챕터

1841장

남사택은 고승겸의 말을 듣고 어이가 없어 헛웃음을 참지 못했다.“어떻게 내가 당신 같은 사람과 같은 목표를 가질 수 있겠어요?”“아닌가?”고승겸은 살짝 웃으며 되물었다.“설마 당신 누나의 얼굴에 난 상처가 회복되길 바라지 않는 거야? 네 누나가 평생 일어서지도 못하고 앉아만 있었으면 좋겠어?”고승겸의 말에 남사택은 잠시 정신이 멍했다.솔직히 말해 남사택은 고승겸이 말한 것이 자신을 여기로 데려오게 한 목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초요는 고승겸의 말이 좀 의외긴 했지만 일리 있는 말이라고 느껴졌다.초요는 고승겸이 사실 남연풍에 대한 감정이 있다고 느꼈다.다만 그 감정이 고승겸의 마음 깊숙이 숨겨져 있다고 생각했다.하지만 남연풍은 고승겸이 남사택과 초요를 집으로 데려온 목적을 잘 알지 못해서 방에서 가만히 기다리면서 상황을 지켜볼 생각을 하고 있었다.그때 안나가 불쑥 남연풍의 방으로 왔다.근심에 가득 찬 남연풍의 얼굴을 보자마자 안나는 미소를 숨기지 못하고 시중들을 내보냈다.남연풍은 안나를 정말 보고 싶지 않았지만 지금 자신의 처지로는 안나를 억지로 쫓아낼 능력도 없었다.“아래층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고 싶지?”안나는 슬슬 약을 올리듯 말했다.남연풍은 안나를 상대하지 않았다.자신이 대꾸를 하지 않아도 안나는 스스로 거침없이 말할 거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역시나 자신에게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는 남연풍의 차가운 모습에 안나는 빨간 입술을 들썩이며 가볍게 웃었다.“당신 동생은 정말 사람을 싫어하게 만드는군. 어떻게 고승겸한테 덤벼들 수 있어? 승겸이 제대로 본때를 보여주면 어쩌려고 그래? 두렵지도 않나? 아니면 절름발이 누나가 승겸의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다고 생각한 나머지 자신이 사실은 별 볼일 없는 의사라는 걸 잊은 건가?”경멸하듯 눈을 희번덕거리던 안나는 남연풍이 여전히 시큰둥한 모습을 보이자 다급해졌다.“남연풍, 나랑 거래 하나 할래? 어때?”“나랑 거래하자고?”남연풍은 의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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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42장

”쓸데없는 소리 작작 좀 해.”남연풍이 안나의 말을 잘랐다.“너 나한테서 떨어져. 내 뱃속의 아이에 대해 이러쿵저러쿵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그렇지 않으면 당신 팔, 다리도 모자라 얼굴이 망가지는 걸 똑똑히 보여줄 테니까.”“네가 감히 나한테 협박을 해?”안나는 화가 치밀어올라 얼굴이 울그락불그락했다.“승겸의 아이를 임신하면 내 자리를 차지할 줄 알았겠지? 흥. 남연풍, 잘 들어. 내가 네 뱃속의 아이를 죽여버리면 돼. 내가 직접 손쓸 필요도 없어! 두고보라구!”안나는 불같이 화를 내며 남연풍에게 경고하고 돌아서려는데 뒤돌아보니 여지경이 방문 앞에 서 있었다.“...”안나는 갑자기 얼굴이 하얗게 질려 쩔쩔매며 천천히 걸어 들어오는 여지경을 쳐다보았다.“어머니.”여지경은 안나를 힐끗 쳐다보며 말했다.“어떻게? 직접 손쓸 필요도 없다면 그럼 누구 손이라도 빌려서 내 손자를 죽이겠다는 거야? 네 엄마의 손?”“...”이 말을 들은 안나는 입술을 깨물었고 가슴은 불안하게 두근거리기 시작했다.그러나 여지경이 남연풍의 뱃속에 있는 아이를 손자라고 부르는 것에 안나는 화가 났다.손자.손자는 무슨 손자?손자라면 당연히 안나 자신이 낳은 아이가 손자여야 한다!“어째서 말이 없니? 응?”“어머니, 전 그냥 질투가 나서 막말을 했어요. 사실 내가 무슨 수로 감히 그런 일을 하겠어요?”안나는 황급히 변명을 늘어놓았다.“감히 못한다고?”여지경은 매섭게 노려보았다.“남연풍의 얼굴은 네가 직접 칼을 들고 망가뜨린 거 아니었어? 이런 일도 서슴지 않고 하면서 무슨 감히 못한다고 발뺌을 하고 그래?”“제가 안 그랬어요!”안나는 강하게 항변했다.“내가 그런 짓을 했다는 아무런 증거도 없잖아요!”“내가 증명해 보이란 말이야?”고승겸의 서릿발 같은 싸늘한 목소리가 방문 앞에서 들려왔다.안나는 순간 몸서리가 쳐졌다. 고승겸은 짜증 섞인 목소리로 안나를 노려보았다.“내가 남연풍을 잘 돌봐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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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43장

아기 엄마.남연풍은 이 네 글자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그녀는 지금 이 말을 하고 있는 고승겸을 깜짝 놀란 눈으로 쳐다보았다.“남사택을 끌어들이지 마.”남연풍은 자신의 확고한 의지를 고승겸에게 상기시켰다.“남사택은 우리와 같은 부류가 아니니까 건드리지 마.”이 말을 듣고 고승겸은 입꼬리를 찡그리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우리? 당신은 여전히 나와 당신을 하나로 생각하는군.”“...”남연풍은 말문이 막혔다. 고승겸이 이런 꼬투리를 잡을 줄 몰랐다.잠시 후 고승겸이 다시 입을 열었다.“예전에는 당신이 항상 내 앞에서 남사택을 질투하고 미워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지금 당신은 동생을 이렇게 신경 쓰고 걱정하고 있으니 당신 마음은 정말 알다가도 모를 일이야.”고승겸의 비아냥거리는 말에 남연풍은 일부러 차갑게 그의 시선을 마주했다.“내가 이미 말했지만, 이전에는 당신을 이용해 당신한테 덕을 좀 보려고 일부러 그렇게 행동했을 뿐인데....”“어, 그랬구나. 맞아. 남연풍의 연기력은 최고였어. 배우 뺨치게 멋졌어.”고승겸은 남연풍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말을 끊고 경박스러운 말투로 시선을 거두며 말했다.“그래서, 지금도 당신 연기하고 있는 거 맞지?”그의 말투는 냉담했고 눈빛은 일순간 깊어졌다.“당신은 나를 사랑하지만 사랑하지 않는 척하고 있잖아.”고승겸은 마음속에 품었던 의문을 털어놓으며 잠시 멍해 있던 남연풍을 향해 시선을 던졌다.남연풍은 정신이 멍해졌다. 고승겸이 자신의 마음을 꿰뚫어볼 줄은 몰랐다.그는 더 이상 머물지 않고 떠나려고 돌아섰다.그가 문으로 걸어갔을 때 남연풍의 목소리가 그의 등 뒤에서 울렸다.“그를 건드리지 마. 이용하지도 말고.”고승겸은 남연풍이 말하는 ‘그' 가 누구인지 잘 알고 있었다.그는 얼굴을 옆으로 돌려 남연풍과 눈을 마주쳤다.“당신이 한다면 나도 할 거야.”그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고 홀연히 그 자리를 떠났다.남연풍은 두 손을 천천히 움켜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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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44장

남연풍은 눈을 들어 안나를 바라보며 물었다.“고승겸이 당신한테 말해 줬어?”안나는 웃으며 말했다.“그가 알려주지 않는다고 내가 모를 것 같아? 내 말 못 믿겠으면 날 따라와 봐.”말을 마친 안나는 먼저 뒤돌아 마당으로 향했고 슬쩍 뒤돌아보며 남연풍이 따라오는 것을 보았다.안나는 자신의 수법이 통했음에 적잖이 만족스러워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남연풍도 안나의 얼굴에 미소가 번지는 것을 눈치채지 못한 건 아니었지만 따지기도 귀찮았다.여기는 고승겸의 집이라 안나가 아무리 대담하다고 해도 감히 그녀를 어떻게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남연풍은 생각했다.오히려 남연풍은 집의 규모에 놀랐다.집이 얼마나 큰지 2, 3분 정도 걸어 내려왔는데도 아직 마당에 머물러 있었다.그녀는 고승겸이 경도를 손아귀에 넣기 위해 미리 많은 준비를 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그녀가 기모진에게 접근하도록 계획이 짜여 있었을 때 고승겸은 이미 준비를 다 했던 것이었다.그는 자신의 일생에서 성공만을 허락하고 실패는 용납하지 않는 사람이었다.이번에도 예외는 없었다.그래서 남연풍은 남사택도 자신처럼 고승겸이 이용하려는 장기판의 말이 되어 버릴까 봐 걱정되었던 것이다.남연풍이 이런 고민들을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던 중 갑자기 안나의 발걸음이 뚝 멈췄다.“바로 여기야. 당신 동생과 초요라는 여자가 이 안에 있어.”남연풍은 휠체어의 전진 스위치를 누르며 눈을 들어 앞을 바라보았다.네모난 현대풍 작은 집이 단독으로 있었다.평수는 그리 넓지 않았고 고승겸이 평소 차를 마시며 휴식을 즐기던 곳처럼 보였다.남연풍이 별생각 없이 들어가려는데 갑자기 등 뒤에서 낯익은 발자국 소리가 다가오는 것이 느껴졌다.남연풍이 뒤따라오는 사람이 누구인지 보기도 전에 안나의 안색이 갑자기 급변하는 것이 곁눈으로 보였다.물어볼 필요도 없이 남연풍은 누가 왔는지 알 것 같았다.“그녀를 데리고 여기 온 거야?”고승겸은 아무런 감정의 동요 없는 얼굴로 안나를 꾸짖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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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45장

고승겸의 짜증 섞인 물음에 남연풍은 시약을 내려놓고 휠체어를 조종해 세면대 앞으로 다가갔다.그녀는 손을 씻은 뒤 마스크와 고무장갑을 끼고 실험대로 돌아와 담담한 어조로 그에게 말했다.“고 선생, 나 지금 작업 시작할 거니까 좀 나가 줘.”자신을 본체만체하는 남연풍의 태도에 고승겸은 불쾌했지만 해독제 개발을 미룰 수 없다는 생각에 남연풍에게 순순히 따를 수밖에 없었다.물론 그가 남연풍을 혼자 실험실에 있게 내버려 둔 것은 아니었다.문을 나서자마자 그는 핸드폰의 앱을 열어 실험실에 설치해 둔 감시 카메라를 통해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했다.남연풍은 별다른 수상한 움직임 없이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열심히 하고 있었다.고승겸은 자신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리며 핸드폰 화면에 머물던 시선을 접었다.그가 막 고개를 들었을 때 마침 여지경이 자신을 향해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승겸아, 너랑 상의할 게 있어.”여지경의 표정이 굉장히 엄숙했다.고승겸은 여지경이 자신과 무엇을 상의하려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그는 담담한 표정으로 여지경과 함께 소파에 앉았다.“남연풍 얘기 하시려고요?”고승겸이 먼저 물었다.고승겸의 행동을 뚫어져라 지켜보던 안나는 이 말을 듣고 조심스럽게 벽 뒤로 숨어서 귀를 쫑긋 세우고 엿듣고 있던 중 여지경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승겸아, 앞으로 어떻게 할 생각이야? 남연풍을 어떻게 할 거냐고? 아직 출산 예정일이 한참 남았지만 세월 금방 간다. 장차 아이가 태어나면 절대 혼외자라는 꼬리표를 달게 해선 안 돼.”“나 고승겸의 아이가 절대 혼외자가 되어선 안 되죠. 그럴 리도 없고. 적당한 기회를 봐서 명분을 줄 거예요.”이 말을 들은 안나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긴 손톱이 손바닥을 뚫을 기세였다.그가 남연풍에게 명분을 주려 한다고?하지만 고 씨 집안 며느리, 자작 부인 자리는 하나뿐이었다.고승겸이 남연풍에게 제대로 된 명분을 준다는 건 안나의 입지가 위태로워진다는 얘기다.안나는 불안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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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46장

”그 남사택이라는 젊은이 말이야?”“네. 남사택은 남연풍을 영원히 저 상태로 두지 않을 거예요. 아마 빠른 시일 내에 남연풍을 이전 상태로 되돌릴 거예요.”고승겸은 매우 긍정적으로 확신했다.여지경은 비로소 마음이 놓였다.“그럼 난 안심하고 손자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면 되겠구나.”그녀는 웃음을 터트렸다가 잠시 후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사실 그때 남연풍이 집을 떠나지 않았더라면 너희들은 벌써 결혼했을 거고 지금쯤 아이가 두세 명이나 되었을지도 몰라. 그때 왜 남연풍이 떠났는지 모르겠어.”고승겸은 여지경의 원망 섞인 말을 들으며 자신도 같은 의혹과 불만이 마음속에서 꿈틀대고 있음을 느꼈다.그러나 그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지금이라도 이렇게 붙잡아둘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히 위안이 될 것 같았다.여지경의 말을 듣고 안나는 화가 나서 자신의 방으로 들어왔고 곧바로 자신의 엄마에게 연락했다.안나의 모친은 안나에게 자초지종을 다 듣고 난 뒤 잠시 생각하다가 안나에게 좋은 생각이 났다며 말해 주었다.안나는 자신의 엄마가 하는 말을 다 듣고 난 후 꽤 승산이 있겠다고 생각했지만 고승겸이 나중에 알게 되면 혼자 죄를 뒤집어쓰게 될까 봐 직접 자신의 손으로는 하고 싶지 않았다.그러나 다시 자신의 엄마가 한 말을 곰곰이 곱씹어 보니 역시 자신의 엄마 말이 옳았다.이런 일은 아는 사람이 적을수록 좋기 때문에 그녀가 반드시 직접 해야 했다....며칠 동안 남연풍은 매일 해독제 연구에 몰두했다.다만 남연풍이 남사택과 초요의 상황을 알아볼 때마다 고승겸은 알고도 모른 척 그냥 넘어가 주었다.남연풍은 마음속으로 비록 걱정은 되었지만 그렇다고 해독제 개발을 미룰 수도 없는 처지였다.남사택의 집에 머무는 동안 이미 남사택은 심각하게 남연풍을 나무랐다.남사택은 그녀에게 소만리가 네 번째 단계 발작 후 아직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렸다.소만리가 깨어나지 않으면 몸에 더 나쁜 일이 생길 수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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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47장

남연풍은 안나의 행동에서 이상한 점을 눈치채지 못하고 해독제 개발에만 온 신경을 쏟았다.혼자서 테스트에 몰두하며 최종적으로 안전하고 효과적인 해독제를 만들려고 안간힘을 썼다.남사택과 초요는 며칠 동안 고 씨 집에서 머물렀다.행동 범위는 계속 이 작은 공간에 국한되어 있었다.하루하루 의식주는 잘 마련되어 있었지만 이들은 마음이 별로 편치 않았다.남사택은 어서 남연풍을 이 집에서 데리고 나가고 싶었다.그는 남연풍의 안위가 걱정이 되었다.그가 고 씨 집에서 머무는 동안 고승겸이 위험한 사람이라는 걸 확실히 느끼게 되었기 때문이었다.이때 시중이 아침을 가져다주었고 남사택은 시중의 입을 통해서 고승겸이 오늘은 늦게 외출할 것이라는 소식을 접했다.남사택은 이것이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지만 초요는 조금 망설였다.“사택 선배, 처음부터 남연풍 언니는 해독제를 개발하기 위해 이곳에 머무르려고 했어요. 선배가 데려가고 싶어도 가려고 하지 않았을 거예요.”남사택은 침울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남연풍이 계속 여기에 있다가는 조만간 무슨 사고라도 날 것 같아.”“왜 그런 말을 해요?”초요는 남사택의 말이 잘 이해되지 않았다.“고승겸은 언니를 정말 많이 아끼는 것 같아요. 안나라는 여자가 걱정인 거예요?”“응.”남사택은 짧게 대답했다. 대답하고 보니 마음속에 불안한 감정들이 더욱 솟구치는 것 같았다.“그 여자가 남연풍을 지금 이 꼴로 만들어 놨는데 고승겸은 아무런 응징도 하지 않고 있어. 그 여자가 남연풍을 해치려는 걸 알면서도 묵인한 거 아니겠어? 고승겸을 못 믿겠어. 그런 시한폭탄을 남연풍 옆에 두어서는 안 돼.”남사택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눈앞에 투명한 유리문이 열렸다.들어온 사람은 다름 아닌 바로 안나였다.남사택은 안나를 보자마자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초요는 남사택이 혹시라도 충동적인 행동을 할까 봐 먼저 선수를 쳤다.“당신 여기서 뭐하는 거예요? 여긴 아무도 당신을 환영하지 않아요. 우린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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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48장

고승겸은 남연풍을 너무나 아끼고 있었고 남연풍이 자신을 위협할 것 같아서 안나는 돈을 주고 사람을 사서 당시 기모진의 집에 갇혀 있던 남연풍을 납치한 것이었다.안나는 남연풍의 얼굴을 망가뜨리고도 뻔뻔스럽게 소만리의 이름을 팔았고 발을 다쳐 절뚝이며 도망치던 남연풍이 차에 치여 다리를 다치는 사고를 당하게 만들었다.이 모든 것은 그녀의 질투심에서 비롯된 것이었다!“남사택, 두고 봐. 너도 네 누나처럼 사람을 질리게 하는군!”안나는 노발대발하며 협박성 경고를 날렸다.“오래 걸리지 않을 거야. 나랑 맞선 대가가 얼마나 큰지 반드시 알려줄 테니까!”“존재감을 찾을 거면 여기서 해. 우린 당신과 맞서 싸울 시간 없어. 괜한 일을 만들어 스스로 무덤에 빠지는 짓 하지 마.”남사택은 여지를 남기지 않고 싸늘하게 쏘아붙였다.안나는 대놓고 남연풍을 겨냥하지 못하게 되자 직접 남동생인 남사택에게 화풀이를 하려다 오히려 된통 당하고 말았다.남사택과 초요가 콧방귀도 뀌지 않자 안나는 이를 악물고 몇 번이고 눈을 부라렸다.“두고 보자구!”그녀는 울분을 참지 못하고 돌아섰다.초요는 밖을 내다보면서 짐짓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남사택에게 말했다.“사택 선배, 뭔가 이상해요. 저 여자가 도대체 우리한테 뭘 원했던 거죠?”남사택은 떠나는 안나의 뒷모습을 싸늘하게 흘겨보다가 몸을 돌려 초요를 향했다.“당신 말이 맞아. 나도 뭔가 좀 이상한 느낌이 들어. 그렇지만 걱정 마. 무슨 일이 있어도 내가 당신을 보호할 테니까.”남사택은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약속했다.초요의 마음에도 따뜻한 미소가 번졌다.설령 남사택이 자신에게 그런 약속을 하지 않아도 초요는 그가 반드시 자신을 보호할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다시 곰곰이 생각해 보니 고승겸이 그렇게 남연풍을 아끼는데 그들에게 무슨 짓을 할 것 같지는 않았다.그리고 안나가 이 집에서 수상한 짓을 하도록 고승겸이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초요와 남사택의 추측이 완전히 맞긴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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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49장

안나는 안 그래도 핑계를 대고 남연풍을 남사택과 초요가 있는 곳으로 데려가려고 했는데 남연풍이 먼저 입을 열어주니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안나는 속으로는 기뻐하면서도 일부러 난처한 척했다.“남연풍, 지난번에 당신도 봤잖아. 당신을 데리고 동생을 찾아 나섰다가 고승겸한테 들켰던 거. 다시는 승겸의 뜻에 어긋나는 일은 하고 싶지 않아.”“그렇지만 고승겸이 나한테 당신을 잘 돌보라고 했는데 당신의 부탁을 거절하기도 그렇잖아. 동생을 만난다는 데 어떻게 거절할 수 있겠어?”안나는 남연풍의 말에 난처해하면서도 어쩔 수 없다는 듯한 모순된 모습을 가증스럽게 연기했다.“남연풍, 그럼 양심 있게 행동해. 나중에 승겸이 돌아와서 내가 당신을 동생이 있는 곳으로 데려간 걸 알면 당신이 강제로 날 데리고 갔다고 말해야 해.”안나가 자신의 계략을 위해서 밑밥을 깔아놓는다는 걸 알 리 없었던 남연풍은 시원스레 대답했다.“그래, 내가 혼자 책임질게.”“당신이 한 말 꼭 기억해.”안나는 남연풍에게 되새겨 주고는 속으로 웃으며 휠체어를 밀었다.마당을 가로질러 남사택과 초요가 있는 곳까지는 그리 멀지 않았지만 그래도 일이 분 정도는 걸어가야 했다.가는 길에 남연풍은 어디선가 타는 것 같은 매캐한 냄새가 났다.무엇이 타고 있는지 궁금해서 뒤돌아보니 안나가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저 앞에 왜 불빛이 보이지?”남연풍은 안나의 말을 듣자마자 안나가 말한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그곳에서는 불꽃이 보였고 가로등에 비친 짙은 연기가 끊임없이 위로 날아올랐다.남연풍은 문득 뭔가를 깨달았다.“남사택과 초요가 있는 곳 아니야?”그녀는 얼른 휠체어를 조종하며 불꽃이 일렁이는 곳으로 가 보았지만 건물 앞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주위에서 불길이 치솟고 있었다.남연풍은 눈앞의 광경이 믿기지 않았다.“사택아! 초요!”그녀는 집안을 향해 큰 소리로 외쳐 보았지만 아무런 대답도 들리지 않았다.남연풍은 위험을 무릅쓰고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지만 휠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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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50장

안나는 안타까운 듯 한숨을 내쉬었다.“내가 평소에 제멋대로 굴고 이런저런 소란을 피운 건 알지만 나도 정말 그렇게 무자비하고 냉혈한 사람은 아니야. 승겸, 가서 남연풍 위로해 줘. 아마 지금 심정이 말이 아닐 거야.”안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고승겸은 이미 안나를 제쳐두고 남연풍에게 향하고 있었다.고승겸은 거의 뼈대만 남은 집을 곁눈질로 힐끔 보다가 코를 찌르는 지독한 냄새에 짙은 눈썹을 찡그렸다.그는 남연풍에게 다가가 몸을 숙인 채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데 갑자기 남연풍이 손을 들어 그의 뺨을 때렸다.고승겸은 멍하니 옆얼굴을 찡그린 채 꼼짝도 하지 않았다.그 모습을 보고 옆에 있던 안나와 시중들 모두 깜짝 놀랐다.고승겸이 누구인가.산비아의 순수 황실 혈통을 지닌 존귀한 자작 공자가 아니던가.지금까지 누가 감히 그의 머리카락 한 올 건드릴 수 있었는가?휠체어를 탄 이 여자가 감히 고승겸의 얼굴에 손찌검을 하다니.고승겸의 얼굴은 때리기는커녕 건드리기만 해도 큰일이었다.하지만 지금 남연풍은 그런 것들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그녀가 마음을 먹고 생각이 선 순간 더 이상 고승겸 앞에서 우물쭈물하며 조심스럽고 자존심 없는 장기판의 말이 되고 싶지 않았다.남연풍은 눈시울을 붉히며 고승겸의 얼굴을 싸늘하게 노려보았다.“당신이 내 동생과 초요를 죽였어. 고승겸, 이 원한 내가 제대로 갚아주겠어!”남연풍은 이를 악물고 통탄해하며 자신의 결심을 말했다.고승겸은 얼굴을 돌려 증오와 분노로 가득 찬 남연풍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았다.“그들의 죽음이 나와 무슨 상관이야? 남연풍, 너무 슬퍼서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야?”“당신과 상관이 없다고? 고승겸, 낯짝이 이렇게 두꺼운 사람이었어? 당신이 남사택과 초요를 이곳으로 데려왔기 때문에 그들한테 이런 일이 생긴 거잖아? 당신이 그들을 이 작은 곳에 가둬 놓았기 때문에 그들이 이 불바다에 묻힌 거잖아?”“...”남연풍의 울분 섞인 질문에 고승겸은 순간 아무 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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