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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가 사랑한 여인의 모든 챕터: 챕터 1861 - 챕터 1870

2479 챕터

1861장

기모진은 소만리가 기여온을 걱정하는 마음을 알아채고 그녀의 어깨를 잡아 그녀의 마음을 다정하게 달래주었다.“여온이는 강자풍한테 잠시 머무는 것뿐이야, 소만리. 걱정하지 마. 강자풍이 여온이한테 나쁜 짓을 하진 않을 거야.”그러나 소만리는 여전히 안심할 수가 없었다.“나쁜 짓을 하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야. 여온이는 지금 병을 앓고 있어. 제때 치료해야 한다고.”“알아, 소만리. 당신이 뭘 걱정하는지 알아.”기모진은 인내심을 가지고 소만리를 달래면서 핸드폰을 꺼내 사진을 하나 보여주었다.“소만리, 이거 봐. 어제 날짜로 여온이의 신체검사 보고서야.”기모진이 그렇게 말하자 소만리는 얼른 핸드폰을 들고 눈을 내리깔았다.사진은 분명히 기여온의 신체검사 보고서였다.소만리가 자세히 살펴보니 기여온이 강자풍에게 끌려갔을 때보다 훨씬 나아져 있었다.그러나 소만리는 의문이 들었다.“모진, 이게 정말 여온이의 신체검사 보고서야?”기모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소만리, 강자풍을 믿어. 그는 내심 모순된 면도 있지만 아직은 우리가 아는 강자풍의 모습이 남아 있는 것 같아.”기모진이 확고하게 말하는 것을 보니 긴장되었던 소만리의 마음도 점차 누그러졌다.“여온이 정말 잘 지내는 거 맞지?”소만리가 안심하지 못하고 다시 물었다.기모진은 소만리의 두 손을 잡은 뒤 보드라운 미소를 머금고 사랑스러운 눈길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소만리, 날 믿어.”“믿지. 당연히 당신을 믿지.”소만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히 그를 믿었다. 그리고 그가 말한 것이 사실이기를 더욱 믿고 싶었다.소만리는 마음을 가다듬고 계단을 내려갔다가 오랜만에 막내아들을 보자마자 바로 품에 안았다.“엄마.”막내아들이 소만리를 보고 말하며 소만리의 볼에 가볍게 뽀뽀를 했다.소만리의 마음이 갑자기 뭉클해졌다.막내아들을 보니 갑자기 훌쩍 커 버렸을 큰아들이 보고 싶어진 것이었다.그러나 기란군은 이미 학교에 가고 없었다.소만리가 자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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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62장

바로 그때 핸드폰으로 최신 뉴스 알람이 떴다.어젯밤 어느 교외 단독주택에서 화재가 발생해 남녀가 목숨을 잃었다고 했다.이 소식을 접하자마자 기모진은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이 남녀가 누구인지 기사에서 설명은 되어 있지 않았지만 기모진은 그것이 바로 남사택과 초요라고 느껴졌다.그러나 기모진은 자신의 허튼 생각을 접고 소만리를 바라보았는데 그녀는 기사에 있는 사진 속 집을 단번에 알아봤다.“경도에 있는 고승겸의 집 아니야?”소만리는 사진 속 집을 가리키며 말했다.“고승겸의 집에 어젯밤 불이 났다고? 그 때문에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죽었어?”왠지 소만리의 심장 박동이 요동치기 시작했고 기모진이 지금 차를 몰고 가는 방향이 바로 고승겸의 집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모진, 고승겸한테 가는 거야?”“남연풍을 만나서 초요와 남사택의 행방을 물어봐야겠어.”기모진은 전방을 주시하며 차의 속도를 약간 높였다.소만리는 심장 뛰는 소리가 밖에서 들릴 만큼 쿵쾅거렸다.굳은 표정을 하고 있는 기모진의 옆얼굴을 보고 소만리는 다시 한번 기사에 있는 사진을 보았다.그녀는 뉴스 내용을 찬찬히 보았다. 받아들이기 힘든 추측이 자꾸 머릿속에 떠올라 그녀를 괴롭혔다.“모진, 설마 뉴스에 난 남녀가 혹시 초요와 남사택일까?”소만리는 마음속에 품고 있던 의문을 털어놓았고 그 말이 떨어지자 자신의 손이 차갑게 식어버리는 것 같았다.“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소만리는 부인했지만 기모진의 침묵은 그녀를 더욱 불안하게 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기모진의 차는 고승겸의 집 앞에 멈추었다.차에서 내린 후 소만리는 불에 탄 매캐한 냄새를 맡았다.어젯밤에 폭우가 한바탕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매캐한 냄새가 주변을 감돌고 있었다.마침 경찰과 화재감식 요원들이 안에서 나오고 있었다.그들은 아마도 화재 원인을 조사하기 위해서 왔을 것이다.여지경은 그들 바로 옆에 서서 조사에 응하고 있었다.소만리와 기모진이 다가오자 경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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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63장

고승겸이 갑자기 나타나 이 말을 던지고는 그대로 돌아섰다.소만리와 기모진은 서로를 바라보며 잠시 눈빛을 교환하고는 고승겸을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고승겸은 어젯밤 불이 난 건물 앞으로 걸어갔다.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남사택과 초요에게 이곳에서 머물라고 지시했고 어디에도 가지 말라고 종용했었다.고승겸도 어젯밤에 그런 일이 있으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분명 누군가 고의로 일으킨 사고라는 생각이 그의 머릿속에 강하게 박혔다.소만리는 눈앞의 폐허가 된 집을 보면서 자신도 모르게 큰불이 났던 부모님의 집을 떠올렸다.그때 그녀를 가장 힘들게 한 것은 기모진이 그 불을 질렀다는 생각 때문이었다.그가 지른 화재로 부모님이 불바다에 묻혔다고 생각하니 그녀는 도저히 버틸 수가 없었다.다행히 모든 진실이 드러나긴 했지만 그때는 정말 하루하루가 지옥이었다.남사택과 초요가 어젯밤 이곳에서 불바다에 묻혔다고 생각하니 소만리의 마음이 무언가에 찔린 것처럼 아팠다.그녀는 남사택과 초요의 사고도 뭔가 반전이 일어나 그녀의 부모님처럼 무사하길 바라고 또 바랐다.“고승겸, 여기에 남사택과 초요를 가두어 놓고 못 나오게 한 거야? 그런 거야?”기모진의 말에 생각 저 편에 가 있던 소만리가 정신을 차렸다.소만리는 무덤덤한 표정을 하고 있는 고승겸을 의문에 가득 찬 눈빛으로 바라보았다.그러나 고승겸은 기모진과 소만리의 의심 가득한 눈빛을 마주하고도 여전히 무신경한 듯 말했다.“그들을 이곳에 있게 한 건 그들이 나에게 유용할 가치가 있었기 때문이야. 고로 난 그들을 불에 태워 죽이고 내 집을 더럽힐 아무런 이유가 없다고.”“고승겸, 당신 정말 뻔뻔해. 그렇게 말하면서 아무런 잘못이 없는 양 발뺌하겠다는 거야?”소만리의 표정이 굳어졌다.“멀쩡하게 살아 있던 두 사람이 당신 때문에 목숨을 잃었어. 어떻게 그런 가벼운 말 몇 마디로 책임을 회피하려는 거야?”“책임? 나한테 무슨 책임이 있는데?”고승겸이 되물었다.“그들이 여기서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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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64장

소만리는 눈을 지그시 치켜떴다.“그녀의 뱃속에 있는 아이가 안타까워. 당신네 같은 부모가 있다는 것은 아이에겐 비극이야.”고승겸의 얼굴에 나타난 오만한 웃음이 소만리의 말에 일순 말끔히 사라졌다.“소만리, 남연풍이 유일하게 하나 있는 해독제를 당신에게 주지 않았다면 당신은 지금 이 자리에 서 있을 수 있었을까?”“그래. 난 여기 서 있으면 안 되는 사람이고 나한테 독소를 주입하고 또 해독제도 준 여자한테 고맙다고 해야 할 텐데 말이야, 그렇지?”“...”고승겸의 안색이 점점 나빠지고 있었지만 그는 소만리의 말에 반박할 말을 찾을 수가 없었다.한순간 그의 마음이 너무나 혼란스러웠다.남연풍의 현재 상태는 비록 예상 밖이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위안이 되기도 했다.그러나 몸속의 독소가 제거되지 않으면 뱃속의 아이가 온전히 태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에 그는 심란해졌다.이때 기모진이 입을 열어 심란해하는 고승겸의 마음을 더 헤집어 놓았다.“고승겸, 당신이 경도에서 뭘 하고 싶은지 내가 모를 거라고 생각하지 마. 잘 들어. 난 당신에게 그런 기회를 주지 않을 거야. 일찌감치 단념하고 당신의 나라로 돌아가서 자작 공자로 사는 것이 좋을 거야.”기모진의 말이 떨어지자 고승겸의 미간에는 더 깊은 골이 패었지만 잠시 후 고승겸은 미간을 펴고 웃음이 나서 참지 못하겠다는 듯 오만하게 입꼬리를 잡아당겼다.“내가 원하는 걸 손에 얻는 데에 난 지금까지 한 번도 실패한 적 없어.”고승겸은 말을 마치자마자 홀연히 돌아섰다.기모진은 멀끔한 고승겸의 뒷모습을 탐탁지 않게 보다가 유유히 입을 열었다.“고승겸, 원하는 것을 항상 얻을 수는 없어. 두고 봐.”기모진의 말에 거침없던 고승겸의 발걸음이 잠시 멈칫했다.그러나 그는 뒤돌아보지 않고 계속 앞으로 걸어갔다.한참을 걷던 고승겸은 핸드폰을 꺼내 통화기록에서 강자풍의 전화번호를 찾아 통화 버튼을 눌렀다.그러나 전화는 연결이 되지 않았다.고승겸은 눈살을 찌푸리며 짜증스러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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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65장

그저 스쳐가는 모습이었지만 소만리는 의식적으로 이 뒷모습이 상당히 익숙하다고 느꼈다.그녀는 눈물을 닦아주려는 기모진의 손을 무시한 채 빠른 걸음으로 걸어 나갔다.“소만리.”기모진은 소만리의 행동이 이상하다고 여겨 바로 바싹 뒤따라갔다.밖으로 나가 보니 기모진은 멀지 않은 곳에서 어떤 여자가 급히 걸어가는 모습을 한눈에 포착했다.그 뒷모습이 왠지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듯 낯설지가 않았다.그때 갑자기 기모진의 머릿속에 한 여자의 얼굴이 퍼뜩 떠올랐다.“안나?”“안나야.”소만리는 뒷모습을 확인하며 걸음을 재촉해 힘차게 걸어가는 안나를 뒤쫓았다.“안나!”소만리는 안나에게 얼른 다가가 그녀의 앞을 가로막았다.안나는 걸음을 뚝 멈출 수밖에 없었다.그녀는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앞을 가로막고 있는 소만리를 쳐다보며 눈을 희번덕거렸다.“소만리, 내 앞길 가로막지 마. 내가 지금 어떤 신분인지 알아?”안나가 거들먹거리는 모습을 보며 소만리는 예쁜 눈동자를 차갑게 들어 올렸다.“당신 신분은 익히 잘 알고 있지. 바로 고승겸의 명목상 부인이잖아.”“...”안나의 도도한 얼굴에 불만스러운 빛이 가득했다.자신이 고승겸의 명목상 부인이라는 사실을 소만리조차 알고 있을 줄은 몰랐다.소만리는 안나가 마음속으로 뭔가 생각하고 있는 모습을 담담하게 지켜보았다.“고승겸은 당신과 결혼했지만 지금 다른 여자한테 온 신경을 다 뺏기고 있어. 게다가 다른 여자가 고승겸의 아이까지 가졌다는데 어느 누가 당신을 고승겸의 부인으로 인정할까?”“너...”안나의 분노가 폭발했다.“소만리, 그게 무슨 뜻이야? 너 일부러 날 비웃어서 어쩌겠다는 거야!”“당신을 비웃을 겨를도 없고 그러고 싶지도 않아.”소만리는 안나에게 말하고 뒤쪽에 불에 다 타버린 집을 바라보며 말했다.“난 단지 당신이 방금 왜 몰래 문 앞에서 안을 엿보고 있었는지 알고 싶을 뿐이야.”“...”안나는 어리둥절해했다.배포가 두둑하지 못한 도둑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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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66장

소만리가 자신을 이상하게 쳐다보자 안나는 자신의 손을 소만리의 손아귀에서 힘껏 거둬들였다.“소만리, 당신 다시는 날 귀찮게 하지 마! 자꾸 이러면 보디가드한테 당신 쫓아내라고 할 거야!”안나는 짜증스럽다는 듯 소만리에게 경고한 뒤 얼른 돌아섰다.소만리가 다시 쫓아올까 봐 안나는 일부러 걸음을 재촉했다.소만리는 그 자리에 가만히 서서 멀어지는 안나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눈썹을 살며시 찌푸렸다.“불이 난 일이 안나는 너무 기쁜가 봐. 아주 기뻐하는 것 같아.”기모진은 방금 안나가 한 말을 듣고 이미 단서를 알아차렸다.“소만리, 우리 먼저 남사택과 초요를 만나러 가 보자.”기모진은 소만리의 손을 잡았고 이 화재의 배후에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그 원인이 무엇인지 어렴풋하게 방향을 잡은 것 같았다.기모진은 자신의 인맥을 통해 남사택과 초요가 현재 안치되어 있는 곳을 알아내어 그곳으로 향했다.그곳은 병원에서 가장 추운 곳이자 아무도 가고 싶어 하지 않는 곳이다.문이 열리자 서늘한 기운이 밀려왔고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지금과 같은 계절에는 더욱더 뼛속까지 추위가 스며드는 것 같았다.그러나 기모진과 소만리는 그런 것을 전혀 의식하지 못했다.그들은 흰 천으로 덮인 두 개의 침대 곁으로 갔다.이렇게 보기만 해도 두 사람의 가슴이 무겁게 내려앉으며 먹먹해졌다.소만리는 흰 천을 벗기려고 손을 내밀었지만 기모진은 그녀의 손을 가볍게 잡았다.“소만리, 그냥 보지 않는 게 낫겠어.”기모진은 소만리가 두 사람의 이런 모습을 보기 두려워할까 봐 걱정이 되어 그녀의 손을 막았다.그러나 소만리는 전혀 두렵지 않았고 오히려 담담했다.“초요와 남사택은 우리한테 좋은 친구였어. 그들은 생전에 모두 멋지고 아름다운 사람들이었어. 비록 그들의 모습은 다시 돌아올 수 없겠지만 여전히 내 마음속에 그들은 아름다운 모습으로 남아 있을 거야.”소만리의 대답을 들은 기모진은 문득 자신의 생각이 짧았음을 느꼈다.그는 소만리의 손을 막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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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67장

안나는 원래 그냥 돌아서서 가려고 했는데 소만리가 이렇게 말하며 그녀의 화를 돋우었다.안나는 화가 나서 돌아섰다.소만리가 소파에 혼자 앉아 있는 모습을 보자 안나는 당당한 안주인 행세를 하며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우리 고 씨 집안이 손님들을 어떻게 응대하든 당신이 일깨워 줄 필요는 없어. 오히려 당신이야말로 다른 사람 집에 방문했을 때 보여야 할 예의가 전혀 없는 같은데. 들어오자마자 이렇게 바로 소파에 앉는 거, 안주인 동의라도 얻었어?”“안주인?”소만리는 웃으며 주위를 둘러보았다.“여기는 안주인이 없는 것 같은데. 스스로 안주인이라고 칭하며 잘난 척하는 불쌍한 여자는 보여도.”“...”비웃음을 가득 짓던 안나의 얼굴에 순간 웃음기가 싹 가셨고 그녀는 화가 나서 소만리를 노려보았다.“소만리, 당신 나 짜증 나게 하려고 왔어?”소만리는 이 말을 듣고 웃으며 말했다.“이 집에서 가장 존재감 없는 사람이 당신이야. 그런데 내가 당신한테 시간을 낭비할 가치가 뭐가 있겠어?”“너...”안나는 화가 치밀어 올라 당장이라도 터질 것 같았다.이것은 분명히 소만리가 일부러 그녀에게 도발하는 것이었다!“소만리, 너...”“소만리, 또 왔네?”여지경이 갑자기 안나의 뒤에서 나타났다.여지경은 소만리의 기억 속의 이미지처럼 여전히 고귀한 용모와 당당하고 단아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소만리는 소파에서 일어섰다.예전에 고승겸의 추적을 피해 산비아를 떠나려고 할 때 여지경이 그녀에게 주었던 도움을 잊지 않았다.“여사님, 또 뵙네요.”소만리는 예의 바르게 인사했다.여지경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우리 어제도 만났는데 오늘 또 왔네. 불행하게 불바다에 묻힌 그 두 분 때문이야?”여지경은 소만리에게 앉으라고 말하며 시중에게는 과자와 차를 준비하라고 지시했고 옆에 서 있는 안나는 완전히 무시했다.안나는 더욱더 기분이 언짢았다.이건 정말 소만리의 말이 딱 들어맞는 상황이었다.그녀는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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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68장

”내 말 오해하지 마. 다른 뜻이 있어서가 아니야. 나도 여사님과 같은 생각일 뿐이야. 하지 말아야 할 말을 해서는 안 되지. 그렇게 말하면 당신 남편 고승겸한테 폐만 끼칠 뿐이야.”소만리는 눈살을 찌푸리며 홍차 잔을 들고 우아하게 한 모금 마셨다.“그리고 이 일이 발생하고 난 후 누가 이익을 얻을까 하는 관점에서 보면, 남사택과 초요의 죽음이 고승겸한테는 조금도 득이 되지 않고 오히려 큰 손해야. 그런데 고승겸이 불을 질렀다고? 그건 제 발등 찍는 일 아니야?”“...”안나는 소만리가 그런 관점에서 분석할 줄은 몰랐다.안나는 어제 잠시 자신의 입에서 새어 나온 말을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되뇌이며 소만리가 그때 자신이 한 말 때문에 자신을 의심하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사실이든 아니든 간에 여지경은 소만리의 말에 매우 만족한 것만은 분명했다.“소만리 말이 옳아. 승겸이 아무런 이익이 없는 일에 사람을 해치는 일을 할 필요가 뭐 있어? 그러니 이것은 단순 사고일 뿐이야.”“아니요, 여사님. 그렇지 않아요. 이 일에서 고승겸을 배제할 가능성은 있지만 수상한 사람이 있긴 해요.”소만리는 도둑이 제 발 저린 안나에게 시선을 집중시켰다.안나는 소만리의 눈빛이 분명 자신을 의심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고 여지경도 자신에게 시선을 모으자 먼저 선수를 쳐야겠다고 생각했다.“소만리, 날 왜 쳐다봐? 설마 날 의심하고 싶은 거야? 난 남사택과 초요를 전혀 모르는데 내가 왜 그 사람들을 공격해야 해?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안나는 눈빛을 가다듬고 사나운 면모를 드러내며 소만리에게 경고하듯 말했다.여지경은 소만리를 인간적으로 좋아하긴 하지만 지금은 안나의 말이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했다.“소만리. 난 이 일이 사고라고 생각해. 안나는 남사택과 초요와는 전혀 알지 못하는 사이야. 안나가 그들에게 무슨 짓을 할 동기가 없어.”“아니요. 안나는 충분한 동기가 있어요.”순간 소만리의 눈빛이 날카로워졌고 어안이 벙벙해져 있는 안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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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69장

고승겸은 안나의 말에 갑자기 피식 웃음이 나왔다.그러나 그의 웃는 얼굴에는 섬뜩한 기운이 가득 서려 있었다.“믿지. 당연히 믿지.”“정말?”안나는 기대에 가득 찬 눈으로 자신을 믿는다는 고승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하지만 고승겸의 눈빛이 바로 어두워졌다.“나 자신을 믿지. 그리고 당신 같은 사람은 그런 일을 할 수 있다고 믿고.”“...”깜짝 놀라 눈을 크게 뜬 안나는 자신의 심장박동이 점점 불안하게 뛰는 것을 느꼈고 고승겸의 눈빛에 점점 포악한 살기가 드리워지고 있는 것을 보았다.그는 남연풍을 마음에 두고 있었고 한 번 마음에 두면 오래가는 타입이었기 때문에 이미 소만리의 말을 믿고 있었다.안나는 고승겸이 자신에게 한 발짝 다가서는 것을 보고 초조하고 불안해서 심장이 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았다.만약 그녀가 여기서 인정한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가히 짐작할 수 있었다.하지만 그녀가 끝까지 인정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인정하지 않으려면 또 어떤 핑계를 찾아야 할까.안나가 마음속으로 빠져나갈 궁리를 생각하고 있던 찰나 고승겸은 이미 더는 물러설 수 없는 사각지대로 그녀를 몰아넣었다.“승겸, 승겸. 내 말 좀 들어봐. 정말 소만리가 말한 그런 게 아니야. 난 정말 불을 지르지 않았어. 남사택과 초요의 죽음은 정말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야, 승겸. 난...”안나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고 고승겸은 갑자기 손을 내밀어 안나의 목을 졸랐다.안나는 두 눈을 번쩍 뜨며 고통스럽게 입을 벌려 기침을 하려 했지만 숨소리조차 제대로 낼 수 없었다.“너 정말 대단해.”고승겸은 비꼬며 차가운 눈빛으로 담담하게 말했다.“남연풍의 상태가 더 나아지지 않으면 내가 너 같은 여자한테 관심을 둘 것 같았어? 네가 나랑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 넌 내 이름도 부를 자격이 없어.”“...”안나를 향해 혐오스럽게 내뱉는 고승겸의 한마디 한마디에 안나의 눈시울이 점점 붉어졌다.그러나 고승겸은 안나의 눈물과 고통 따위는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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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0장

안나는 아파서 외마디 비명을 지른 후 땅바닥에 웅크리고 심하게 기침을 하며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고승겸이 다가와 안나의 손가락을 꾹 밟았다.안나는 눈가가 뻑뻑해지고 뼈가 떨릴 정도로 아팠다.하지만 고승겸은 거기서 그치지 않고 몸을 구부려 어두운 기운을 꾹꾹 눌러 가며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안나의 머리카락을 한 움큼 잡아당겼다.“다리가 망가지는 기분이 어떤지 알아? 불에 산 채로 타죽은 기분이 어떤지 알아?”“...콜록, 승겸. 아니야, 난 정말...”안나는 놀라서 고승겸을 바라보았다.“난 정말 불을 지르지 않았어. 남사택과 초요의 죽음은 나와 상관없는 일이야. 소만리, 저 여자가 날 모욕하고 있어. 난 정말 아니라구...”“헛.”고승겸은 차갑게 웃으며 눈빛이 더욱 음침해졌다.“들어와.”고승겸은 경호원들을 불렀고 안나의 머리채를 잡고 있던 손을 혐오스럽게 놓으며 손수건을 꺼내 세상 더러운 오물이라도 묻은 양 손을 닦았다.“이 여자를 뒤뜰에 있는 개집에 버려. 혹시 몸부림치거든 때려 줘.”“...”안나의 상기된 얼굴은 일순 공포로 창백해졌다.고승겸은 조금도 흔들림 없이 단호했다!“아니, 아니 싫어...”경호원들이 손을 쓰려 하자 안나는 목이 쉰 채로 울부짖으며 여지경 앞으로 기어갔다.“어머니, 승겸을 좀 말려 주세요. 전 어쨌든 여기 고 씨 집안에 정식으로 결혼해 들어온 며느리잖아요. 이름뿐이지만 그래도 자작 부인이라고요. 승겸이 저를 이렇게 대하면 고 씨 집안 명성에도 좋지 않잖아요.”“그리고 만약 내 친정 식구들이 알게 된다면 분명 고 씨 집안을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안나는 결국 친정을 들먹거렸다.하지만 안나는 이 말을 하지 않았으면 좋았을 것이다.안나의 말을 듣자마자 여지경의 안색이 순식간에 불같이 변했다.“안나, 소만리의 말이 맞아. 넌 정말 공감 능력도 없고 감성지수도 지능도 좀 낮은 것 같아.”여지경은 싸늘한 눈빛으로 안나를 바라보다가 돌아서며 경호원에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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