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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황제가 사랑한 여인: Chapter 1871 - Chapter 18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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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1장

고승겸은 늘 자신만만하고 당당한 사람이었지만 지금 소만리의 눈을 마주 보고 있으니 어찌할 바를 몰랐다.고승겸의 불편한 심기를 눈치챈 듯 여지경이 소만리 옆으로 다가섰다.“소만리, 묻고 싶은 게 있으면 돌리지 말고 바로 말해 봐.”“여사님은 내가 묻고 싶은 질문에 답을 주지 못할 것 같아요.”소만리는 다시 고승겸에게 시선을 떨구었다.“고승겸, 그때 당신이 바다에서 날 구해준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던 거지, 그렇지?”고승겸은 소만리가 이런 질문을 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그는 소만리가 도대체 무엇을 알아냈는지 몰라서 자신을 바라보는 소만리의 날카롭고 차가운 눈빛이 마치 올가미처럼 느껴져 그를 옴짝달싹하지 못하게 만들었다.“고승겸, 당신 망설이는구나.”불과 몇 초뿐인 짧은 찰나였지만 소만리가 고승겸에게서 답을 찾기에는 충분했다.옆에서 여지경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눈썹을 찌푸렸다.“소만리, 예전에 네가 바다에서 사고를 당한 것은 그야말로 사고였을 뿐이야. 승겸이 너를 구해준 것은 우연이었어. 왜 아니라고 생각해? 혹시 승겸이 너한테 무슨 일이 생길 줄 미리 알고 접근했다는 거야?”“아마도 고 선생은 나에게 사고가 일어날 뿐만 아니라 그 사고가 바다에서 일어날 것도 다 예상한 것 같은데요.”소만리는 의미심장하게 말하며 의아한 미소를 지었다.소만리의 말을 듣자 여지경은 약간 어이가 없다는 듯 정색을 하고 소만리를 똑바로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소만리, 지난번 그 일로 난 진심으로 널 존중했어. 네가 승겸이 때문에 곤란한 경우를 당했을 때도 난 진심으로 널 도와줬어. 그렇다고 해서 이렇게 아무 말이나 막 해서 승겸이의 결백을 더럽혀서는 안 되지.”소만리는 이 말을 듣고 여지경에게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여사님이 예전에 절 도와주신 것에 대해 항상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있어요. 하지만 나의 이 질문에 대해선 고승겸이 스스로 대답하게 하는 것이 좋겠어요.”소만리는 눈을 가볍게 치켜들었다.“어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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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2장

첫 번째는 안나의 죄를 들추어내는 것이었고 두 번째는 남연풍을 만나기 위한 것이었다.소만리는 그들을 뒤따라가서 남연풍의 방 입구까지 갔다.그녀는 들어가지 않았고 방 앞에 서서 고승겸이 초조한 표정으로 남연풍의 침대 곁으로 달려가는 것을 보고 있었다.그는 얼마 전 안나의 잔혹하고 포악한 모습에 놀란 남연풍을 안나의 눈앞에서 끌어안으며 다정하게 위로해 주었었다.“연풍, 불안해하지 마. 나 여기 있어.”고승겸은 불안해하는 그녀를 계속 달래주었다.그가 남연풍을 걱정하는 모습을 보니 소만리는 그의 마음속에 남연풍이 얼마나 많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지 알 것 같았다.“불이야, 불이야! 승겸, 내가 큰불이 나는 걸 봤어. 사택이 불속에 있었어. 불이 나서 죽었어!”남연풍은 겁에 질린 듯 고승겸의 옷깃을 부여잡고 계속 중얼거렸다.“사택이 죽으면 안 돼. 엄마 아빠한테 동생 잘 돌보겠다고 약속했단 말이야. 죽으면 안 돼. 사택이 죽으면 안 돼...”“남사택은 죽지 않았어, 연풍. 남사택은 죽지 않았어.”고승겸이 남연풍의 걷잡을 수 없는 감정을 차분하게 달래주었다.“죽었어. 모두 다 죽었어. 초요라는 여자가 있었어...”남연풍의 눈에 그렁그렁 눈물이 차올랐다.“초요, 초요가 누구야? 왜 기억이 안 나지. 그녀가 항상 내 옆에 있었던 것 같아. 초요는? 초요도 불에 타 죽었어!”“아니야. 죽지 않았어. 연풍, 그들은 죽지 않았어. 쓸데없는 생각하지 마. 불은 안 났어. 당신이 악몽을 꾼 거야.”고승겸은 인내심을 가지고 계속 그녀를 달래주었지만 남연풍의 모습은 여전히 두려움에 사로잡힌 것처럼 보였다.남연풍의 모습을 보니 여지경의 마음도 아파왔다.“승겸아, 쟤 왜 저래? 그 일로 충격을 받은 거야?”고승겸은 여지경의 말을 듣자마자 눈썹을 찡그렸다.그는 남사택과 초요가 불바다에 묻힌 일로 남연풍이 큰 충격을 받았지만 결코 그 충격만으로 지금과 같은 모습이 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녀는 AXT69 독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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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3장

소만리가 남연풍의 방으로 들어서며 문을 살짝 닫았다.방에는 침대에 누워 자고 있는 남연풍 말고는 아무도 없었다.남연풍은 잠든 지 얼마 안 됐는지 아직 얕은 잠을 자고 있어서 소만리가 다가오는 발자국 소리에 눈을 번쩍 떴다.눈앞에 다가온 소만리를 보고 남연풍은 어리둥절한 듯 놀라며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그녀는 다리에 힘이 없어 일어나지도 못하고 침대에 그대로 누워 있었다.그녀의 안색은 매우 나빠 보였는데 분명히 병적으로 초췌한 것 같았다.소만리는 자신에게 네 번째 발작이 일어났을 때도 아마 이런 모습이었을 거라고 생각했다.미친 사람처럼 아무 소리나 막 떠들며 머릿속에는 어둡고 고통스러운 기억들이 서로 얽히고설켰던 나날들.정말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몸서리가 쳐진다.“남연풍, 나 기억해요?”소만리는 침대 곁으로 다가가 남연풍의 고운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나 소만리예요.”“소만리.”남연풍은 소만리의 이름을 따라 말했다.“그래, 나 기억해요? 기억나는 게 뭐가 있어요?”소만리가 계속 물었다.남연풍은 천천히 얼굴을 돌려 위쪽에 있는 전등을 멀끔히 바라보며 중얼거리듯 입을 열었다.“이 세상에 정말 업보라는 게 있나 봐. 허, 허허허...”남연풍은 자조적으로 말하더니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소만리는 눈썹을 잔뜩 찌푸린 채 남연풍의 얼굴에 나타나는 표정 변화를 유심히 살폈다.남연풍의 자조 섞인 웃음소리를 들으며 표정을 살펴보니 왠지 정신이 맑아 보였다.예전에 자신이 독소의 영향을 받고 완전히 정신이 지배당하던 모습과는 달랐다.남연풍과 그녀는 같은 독소가 아니었던 걸까?소만리는 계속 의심이 들어 물어보았다.“남연풍, 왜 유일하게 하나뿐인 해독제를 나한테 줬어요? 당신이 독소를 개발한 이유는 나와 내 남편을 견제하고 상대하기 위해서였어요. 그런데 곧 당신의 목적이 달성될 텐데 왜 이 시점에서 당신은 반대로 행동했어요?”소만리의 말을 들은 남연풍은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천장의 등만 바라보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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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4장

소만리는 남연풍과 잠시 동안 눈이 마주친 뒤 말없이 돌아섰다.고승겸은 계속 남연풍을 달래다가 남연풍이 어느 정도 진정이 되자 주변을 살폈고 그제야 소만리가 이미 방을 나간 것을 알게 되었다.고승겸은 미심쩍어 복도에 있는 CCTV를 살펴보았다.그제야 아까 소만리가 옆에 있는 옷방으로 들어갔다는 걸 알았다.그가 남연풍의 방을 나간 뒤 소만리가 남연풍의 방으로 들어간 것이었다.그러나 소만리가 남연풍의 방에 들어가 있던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그가 아래층에 내려가서 남연풍에게 줄 죽을 끓인 정도의 시간이었다.하지만 방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그는 전혀 알 수 없었고 남연풍의 현재 정신 상태에 대해서도 아무것도 묻지 못했다.고승겸의 집을 나와 소만리는 바로 기 씨 그룹으로 갔다.기모진은 오랫동안 그룹의 일을 처리하지 못했다.그는 근래 2, 3년 동안 많은 일이 끊임없이 일어났다는 것을 새삼스레 깨달았다.그가 막 회의를 마치고 나와 보니 강자풍으로부터 기여온의 건강 보고서가 와 있었다.강자풍이 기모진에게 영상으로 기여온의 모습을 보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영상을 보면서 기모진은 기여온의 안색이 전보다 훨씬 좋아졌다는 것을 분명히 알 수 있었다.기여온의 모습을 보니 기모진은 적잖이 마음이 놓였다.소만리가 사무실로 들어오는 것을 본 기모진은 제일 먼저 기여온의 상황을 소만리에게 보여주었다.영상 속에서 손을 흔들며 미소 짓는 딸의 모습을 본 소만리는 어느새 눈시울이 붉어졌다.슬퍼서 우는 것이 아니라 기뻐서 눈물이 났다.어린이의 느낌과 표현은 매우 직관적이다.기여온의 웃는 얼굴에서 편안함을 보게 되자 소만리는 기여온이 강자풍의 곁에서 잘 지내고 있다는 것을 읽을 수 있었다.“강자풍은 우리 부부에게 앙금이 있긴 하지만 여온이한테는 진심으로 잘해주는 것 같아.”기모진은 확신에 찬 듯 말하며 가만히 소만리의 손을 잡았다.“소만리, 아마도 지금 여온이에게는 강자풍 곁에 있는 것이 가장 최선의 선택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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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5장

소만리는 남연풍의 눈빛을 떠올렸다.그녀는 정신이 이상한 사람같지 않게 아주 맑은 눈빛으로 소만리에게 어서 빨리 고승겸의 집을 떠날 것을 암시해 주었다.지금 생각해 보면 소만리가 무사히 고승겸의 집을 빠져나갈 수 있게 남연풍은 고승겸의 한눈을 팔게 하느라고 일부러 겁먹은 얼굴을 한 것 같았다.“모진, 같은 AXT69 독소인데 내복한 것과 주사한 것이 효과가 다를까?”소만리가 이런 의혹을 털어놓은 이유는 남연풍의 지금 보이는 증상이 예전에 자신이 겪은 증상과는 뭔가 좀 다르다고 느꼈기 때문이었다.기모진은 소만리가 이런 의혹을 털어놓자 어렴풋이 뭔가를 알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소만리, 뭔가 이상한 점 있었어?”소만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마지막 단계에서 내가 발작을 일으킬 때는 가장 고통스러웠던 기억들에 완전히 사로잡혀서 우리가 지금 사랑한다는 사실조차 기억하지 못했는데 지금 남연풍의 증상은 다른 것 같아.”“남연풍은 어떤데?”기모진이 궁금해하며 물었다.그러나 소만리는 자신도 모르게 생각에 잠겨 표정이 점점 굳어졌다.“아마도 내가 너무 생각을 많이 한 건지 모르지만 남연풍에게 있어서 가장 큰 고통은 이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가족을 잃는 걸 거야.”그래서 남연풍은 자꾸 눈앞에서 큰불이 난 것 같은 착각에 빠져서 남사택과 초요가 불바다에 타버렸다고 계속 중얼거리는 것이다.이때를 생각하니 소만리의 명치끝이 칼에 찔린 듯 아파왔다.그때 감옥 안에서 삶의 모든 희망을 잃어버렸을 때 남사택이 아니었더라면 그녀는 아마도 다시 살아갈 희망을 얻지 못했을 것이다.그때 뱃속에 있던 기란군이 그녀의 어두운 인생에서 마지막으로 유일하게 남은 한 줄기 빛이었다.그 한 줄기 빛이 그녀를 끝까지 버틸 수 있게 해 주었다.그 빛이 꺼지지 않은 것은 오로지 남사택 덕분이었다.초요도 그랬다.그녀는 기모진이 도움이 필요할 때마다 몇 번이고 주저하지 않고 나섰다.하지만 지금 그들 모두 불바다에 묻혔다.아무리 생각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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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6장

소만리에게 다가오던 남자는 선글라스를 벗었다.그의 정교한 이목구비가 늠름한 자태와 어우러져 서늘한 아우라를 뿜으며 그녀에게 다가섰다.두 눈이 벌겋게 충혈된 기묵비가 초요의 사진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묵묵히 바라보았다.기묵비가 살아 있었다. 그러나 소만리는 전혀 이 사실에 놀라지 않았다.다만 지금 기묵비가 이곳에 나타난 것을 보고 그녀는 깜짝 놀랐다.그러나 기모진이 아무렇지도 않게 뒤따라 들어오는 것을 보고 소만리는 점점 자초지종을 깨달았다.기모진은 한 시간 전에 처리할 일이 있다며 떠났었다.그 처리할 일이라는 것이 알고 보니 기묵비를 보석시키기 위한 것이었다.몇 달 전 일을 돌이켜 보자면 기묵비는 절망에 빠져 사형을 각오하고 항소할 기회도 포기했었다.하지만 나중에 소만리와 기모진의 설득으로 그는 항소하기로 결심했다.그는 항소했고 더 이상 절망에 빠져 있지 않고 생을 택했다.이후 그 일은 묵묵히 진행되었고 소만리와 기모진 외에는 기묵비의 최종 판결이 20년형으로 확정되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없었다.당시 면회실에서 기묵비가 소만리와 기모진에게 당부한 것은 비밀을 지켜달라는 것이었다.기묵비는 초요의 기억 속에서 죄를 저지른 못난 자신의 모습이 사라지기를 바랐다.그는 더 이상 그녀에게 어떤 고민이나 고통을 주고 싶지 않았고 진심으로 남사택이 초요와 원만한 결과를 얻길 바랐다.그리고 기묵비는 영원히 초요의 기억 속에서 사라지기로 결심했다.20년 후에 형기가 만료되더라도 그는 그녀를 만나러 가지 않을 생각이었다.그러나 그는 옥중에서 갑자기 남사택과 초요가 뜻하지 않게 죽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기모진도 기묵비에게는 이 일을 알릴 생각이 없었으나 기묵비가 TV에서 뉴스를 보고 교도관에게 연락을 부탁한 것이었다.보석으로 풀려난 기묵비에게 주어진 시간은 한 시간 밖에 없었다.경찰들은 지금 밖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소만리, 이리 와.”기모진이 문 앞에 서서 소만리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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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7장

기묵비의 목소리는 떨렸고 향을 든 손가락마저 떨리고 있었다.그는 눈물을 자제하고 싶었지만 비통한 마음이 몰려와 복받치는 감정을 막을 수 없었다.추억의 파편들이 파노라마처럼 눈앞에 펼쳐졌다.그가 그녀에게 조금 더 다정하게 대해줬더라면 이렇게까지 숨이 멎을 정도로 마음 아프지는 않았을지도 모른다.그러나 지난 세월을 되짚어보니 그가 그녀에게 가장 많이 준 것은 눈물과 고통이었다.“초요, 아이들은 내가 직접 키울게.”“당신이 내게 했던 말을 잘 기억할게. 우리 아이는 사회에 떳떳하고 유용한 사람이 되게 키울 거야.”기묵비는 진심에서 우러나온 다짐을 약속했다.눈물로 흐려진 그의 두 눈은 여전히 꽃처럼 웃고 있는 초요의 사진 위에 머물러 있었다.“초요, 우리 다음 생에 다시 만나자. 그때는 내가 당신을 쫓아다니며 사랑할 거야.”기묵비의 차가운 손끝이 초요의 사진 위를 살며시 스쳐 지나갔다.초요, 사실 나 다 알아.바닷가에서 작별을 고하던 그날, 당신이 흐느끼던 눈물의 의미, 그 눈물 속에 내가 있었다는 것.내가 당신을 아무리 아프게 상처 줘도 당신은 날 한 번도 원망한 적이 없어.내 마음속 깊이 오랫동안 담아 둔 말이 있지만 차마 당신에게 말하지 못했어.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기묵비는 침통하게 입술을 들썩이더니 초요의 사진에 미소를 지어 보였다.“초요, 사랑해.”기묵비는 초요의 사진을 바라보며 가슴속에 오랫동안 묻어 둔 사랑 고백을 했다.왜 그가 소만리를 초요로 착각하게 되었는지 때로는 하늘을 원망하기도 했다.그의 착각 때문에 초요와 영원히 함께 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그러나 이제는 초요가 살아 있든 없든 그들은 다시 함께 할 가능성이 없어졌다.물론 다시 되돌릴 수 있다면 그는 그녀가 진심으로 무사하기를 바라고 설령 그녀가 다른 사람의 아내가 되었다고 할지라도 진심으로 축복할 것이다.하지만 지금 그가 상상한 모든 것은 다시는 일어나지 않을 일이었다.기묵비는 한참을 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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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8장

기모진의 할아버지는 이 소식을 듣고 요양하던 곳에서 밤새 차를 타고 올라왔다.이제 두 살도 안 된 쌍둥이를 보며 산전수전 다 겪은 할아버지의 눈에 저절로 눈물이 맺혔다.“이 세상에 많은 사람들이 상류층에 발을 들여놓으려고 안간힘을 쓰지만 막상 상류층에 있는 사람들은 그저 담담하고 평온한 삶을 살기를 원한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 몇이나 있겠어.”할아버지는 울컥 솟아오르는 감회로 마음이 울적하신지 깊은 탄식을 했고 정정하던 얼굴에는 근심과 불안으로 가득 찼다.“돈과 권력은 때때로 정말 사람을 해치는 요물이야. 만약 내가 이 대가족 안에서 태어나지 않았다면 당시 기묵비의 부모가 이 세상을 떴을 때 기묵비는 비뚤어지지 않았을 것이고 자신의 창창한 앞날과 청춘을 허비하지 않았을 텐데.”“할아버지, 그런 생각하지 마세요.”소만리는 할아버지의 손을 살며시 잡고 위로했다.“돈과 권력이 사람을 해치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무서운 것은 사람의 마음이에요. 나쁜 마음을 먹고 야심을 채우려고 지름길로 가려고 하는 사람들이요.”“소만리 말이 맞아요, 할아버지. 자책하지 마세요.”기모진도 소만리를 따라서 할아버지의 기분을 달래주었다.그는 지금 할아버지의 마음이 매우 심란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숙부님의 아이들을 보세요. 얼마나 귀여워요.”소만리는 미소를 지으며 두 아이의 손을 가볍게 잡아당겼다.“서일아, 작은 할아버지야. 할아버지 하고 불러 봐.”초요의 두 아이는 아직 어렸지만 매우 총명하고 영리했다. 두 아이는 입을 모아 할아버지를 향해 말했다.“작은 할아버지.”“그래, 아유, 참 착하기도 하지.”할아버지는 싱글벙글 웃으며 주머니에서 빨간 봉투를 두 개 꺼내 두 아이에게 건넸다.“말 잘 듣고 착하게 자라렴. 너희 아빠가 집에 올 때까지 기다려, 알았지?”서일은 큰 눈을 깜빡이며 귀엽게 입을 움직였다.“엄마는 안 기다려요? 엄마 본 지가 오래되었어요. 엄마 보고 싶어.”어린 녀석이 이렇게 천진난만하게 엄마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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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9장

기모진은 어디를 가는지 묻지도 않고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당신이 가는 곳이면 난 어디든 가.”소만리는 눈썹을 아치형으로 구부리고 입꼬리를 말아올리며 웃었고 다정하게 기모진의 품에 안겼다.오늘 밤 별은 밝지 않았지만 소만리의 마음은 순간 어느 별보다 밝고 따뜻했다.다음날 아침, 소만리는 기모진과 함께 경찰서에 갔다.경찰서에서 일을 마친 후 기모진은 차를 몰고 고승겸의 집으로 갔다.대문 입구에 있던 경호원들이 소만리와 기모진을 막고 들어가지 못하게 했지만 어떻게 그들이 기모진을 막을 수 있겠는가.고승겸과 여지경은 원래 오늘 남연풍을 데리고 산비아로 돌아가려고 했는데 갑자기 안나의 모친이 살기를 띠며 들이닥치는 바람에 지금 그들은 거실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중이었다.소만리와 기모진이 현관 앞에 도착하자마자 안나의 모친이 목청을 돋우며 욕을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자네, 남편 노릇을 어떻게 하는 거야? 자네 아내, 당당한 자작 부인을 개집에 버려? 도대체 내 귀에 무슨 문제가 있어서 잘못 들은 거야? 아니면 자네가 미친 거야? 내 천금 같은 딸은 사람이야! 당장 사람을 보내 내 딸 데려와!”안나의 모친 말에 고승겸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사람? 당신의 천금 같은 딸이 언제 사람의 목숨을 대수롭게 여겼어요? 네?”“...”안나의 모친은 그 말을 듣고 묘한 눈빛을 띠며 그의 시선을 피했다.“당신의 천금 같은 딸이 우리 집에 손님으로 온 두 친구를 단숨에 불태워 죽였어요. 이렇게 악독한 여자를 감옥에 보내지 않은 것만도 큰 은혜를 베푼 거라고요.”고승겸은 눈을 가늘게 뜨고 차갑고 어두운 시선으로 안나의 모친을 바라보았다.“이 여자는 가끔 내 한계를 시험하는 것처럼 나한테 도전하는 짓을 하죠.”“...”안나의 모친은 고승겸의 눈에서 살기가 번뜩이는 것을 보았다.그 눈빛을 보는 것만으로 안나의 모친은 오금이 저리는 것 같았다.이번 화재가 안나의 모친이 안나에게 준 아이디어라는 사실을 여기에 있는 사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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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0장

”내 아내한테 가까이 오지 마세요.”기모진은 아주 차가운 어조로 경고했다.안나의 모친은 갑자기 앞을 가로막혀 한 발자국도 더 소만리에게 다가서지 못했다.기모진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그 아우라는 눈빛만으로 안나의 모친을 덜덜 떨게 만들었다.고승겸의 눈빛도 충분히 무서웠지만 지금 안나의 모친은 기모진의 살기 가득한 눈빛이 더 무서웠다.그러나 이미 이 지경까지 왔으니 안나의 모친도 더는 물러설 수 없었다.여기서 물러선다면 그건 안나를 방화범으로 인정하는 꼴이 되는 것이다.“소만리, 왜 내 딸이 불을 질렀다고 막말을 하고 그래?”“함부로 말하지 마세요.”기모진은 냉담한 목소리로 경고했다.“내가 당신한테 귀띔해 주지 않았다고 원망하지 마세요. 난 내 기분을 상하게 하는 사람보다 내 아내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사람을 더 곤혹스럽게 위기로 몰아넣거든요.”안나의 모친은 이 말을 듣고 가슴이 벌벌 떨렸다.“난, 난 그렇든 말든 지금 이 자리에서 저 소만리란 여자가 왜 내 딸을 방화범으로 몰면서 모욕을 주고 있는지 묻고 싶어!”소만리는 설명하기도 귀찮고 성가셨다.그녀는 안나의 모친의 천연덕스러운 연기를 담담하게 바라보고 있는 고승겸에게 눈길을 돌렸다.“난 당신한테 설명할 게 없어요.”“뭐라고? 아니, 이 여자가! 내 딸을 방화범으로 지목한 건 너잖아. 너...”“말하고 싶은 게 있고 듣고 싶은 게 있다면 경찰에게 직접 물어보세요. 제가 이미 경찰에 신고했으니 경찰이 곧 도착할 거예요.”소만리는 안나 모친의 말을 단호히 차단하고 차가운 눈빛으로 눈을 치켜들었다.“당신 딸이 어떤 인간성을 가지고 있는지 당신은 잘 알고 있죠. 내가 충분한 확신이 없었다면 경찰에 신고하지도 않았을 거예요.”“...”안나의 모친은 소만리의 말투와 눈빛에 겁을 먹었다.안나의 모친은 이전에는 소만리가 이런 기세를 부릴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지금 소만리에게서 그 아우라를 목격하고 말았다“당신의 천금 같은 딸이 내 소중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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