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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황제가 사랑한 여인: Chapter 1851 - Chapter 18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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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51장

”승겸, 큰일 났어!”안나는 당황한 표정으로 고승겸에게 달려왔다.고승겸은 안나의 말에 무의식적으로 남연풍을 떠올렸다.“남연풍 어디 갔는지 알아?”고승겸이 바로 물었다. 안나는 고개를 끄덕였다.“처음엔 정신이 없어서 생각이 안 났는데 당신이 남연풍을 못 찾는 걸 보니 생각이 났어.”“요점만 말해.”“화재 현장에서 돌아서서 들어오는데 남연풍이 길가에서 택시를 잡아타고 어디론가 가는 모습을 어렴풋이 본 것 같아.”이 말을 들은 고승겸은 곧장 밖으로 나갔다.고승겸의 얼굴에는 보기 드물게 초조함과 걱정이 드리워졌다.안나는 그 모습을 보고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그녀는 결단력 있게 행동한 것을 다행으로 여겼다. 그렇지 않았으면 그녀는 지금 더 괴롭기만 했을 것이다.사실 안나는 남연풍이 길가에서 택시를 타고 가는 모습을 아까 보았지만 일부러 시간을 좀 지체한 뒤에야 고승겸에게 알렸다.왜냐하면 남연풍이 좀 더 멀리 가게 시간을 벌어야 고승겸이 그녀를 찾기 어려워지기 때문이었다.고승겸은 차를 몰고 남연풍이 갈 만한 곳들을 가 보았지만 결국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밤이 깊어지자 짙푸른 달빛 아래 가랑비가 촘촘히 흩날렸고 서늘한 기운이 봄비 내리는 밤을 감쌌다.기 씨 본가 대문 앞.휠체어를 탄 남연풍은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데도 30분 넘게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위청재와 사화정은 거실에 있었고 두 사람은 품에 안긴 손자와 놀아 주며 때때로 창밖을 내다보았다.“사돈, 저 여자가 사돈이 말하던 그 여자예요?”사화정이 확신 없는 말투로 물었다.밖에는 비가 점점 거세지고 있었고 사화정의 마음속엔 점점 동정심이 일기 시작했다.“30분이나 밖에서 비를 맞고 있어요.”“저 여자가 하루 종일 비를 맞고 있다고 해도 동정할 가치가 하나도 없어요.”위청재의 태도는 매우 차갑고 강경했다.“사돈, 그동안 사돈이 몸이 안 좋으셔서 잘 모르시겠지만 많은 일이 있었어요. 소만리와 모진이 저 남연풍한테 당한 일은 말로 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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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52장

절망스러운 마음을 애써 진정시킨 후 남연풍은 떨리는 손으로 해독제를 움켜쥐었다.그녀는 소만리와 기모진이 경도에 없다는 사실을 몰랐고 지금 소만리의 몸속에 있는 독소를 해독시켜 줄 이 시약을 그들에게 주고 싶을 뿐이었다.하지만 그녀도 소만리와 기모진이 자신의 마음을 믿어주기는 쉽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그들은 남사택과 초요를 믿었는데, 그들은 지금...사택아, 누나가 잘못했어.누나는 이미 잘못을 알고 있었어.하지만 너에게 잘못을 인정할 용기가 없었어.그렇다고 넌 이 못난 누나에게 사과할 기회도 주지 않고 그렇게...사택아.초요.지금 너희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내가 해독제를 소만리에게 주는 거라는 걸 알고 있어.걱정하지 마. 다시는 실망시키지 않을게.남연풍은 해독제를 움켜쥐고 소매 속에 숨긴 채 비가 쏟아지는데도 꼼짝도 하지 않았다.기모진은 소만리를 데리고 방금 비행기에서 내렸다.차에 막 올라타서 집으로 가려고 핸드폰을 켜보니 부재중 전화가 많이 와 있었다.모두 위청재에게서 온 전화였다.평소 위청재는 기모진에게 전화를 많이 걸지 않았다.그런데 지금 그렇게 많이 전화를 한 걸 보고 기모진은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그는 즉시 위청재에게 전화를 걸었고 위청재는 헐레벌떡 전화를 받았다.기모진이 비행기에서 내린 것을 알고 위청재는 전화를 받자마자 물었다.“여온이 찾았어? 여온이랑 같이 오는 거야?”돌아오기 전 강자풍이 한 말을 떠올리며 기모진은 잠시 생각한 끝에 위청재에게 대답했다.“여온이는 지금 우리랑 함께 돌아오지 않았어요. 그렇지만 안심하세요. 여온이 건강 상태는 아주 좋아요. 친구한테 잠시 맡겼어요. 더 나은 의료 장비와 기술을 가진 의사가 있어서요.”위청재는 기모진의 말을 듣자 마음이 한결 놓였다.기모진은 눈을 가느다랗게 뜨고 자신의 어깨에 기대어 있는 소만리를 보며 가슴을 졸였다.그는 아직 가족들에게 소만리의 상황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라서 우선은 소만리를 데리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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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53장

남연풍은 차가 들어서는 것을 보자 다가가 입을 열려고 했는데 뒤에서 누군가가 다가오는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그녀가 곁눈질로 보니 기모진의 훤칠한 모습이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남연풍의 절망적인 눈에 가냘픈 빛이 번졌다.그녀는 휠체어의 각도를 조절하여 천천히 기모진을 향했다.기모진은 우산을 쓰고 굳은 얼굴에 차가운 빛을 가득 뿜어내며 곧장 남연풍에게 다가왔다.그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물었다.“정말 AXT69 해독제를 주려고 온 거야?”남연풍은 기모진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지만 비를 너무 맞은 탓인지 남사택과 초요의 죽음 탓인지 온몸이 으스러질 것 같았다.그래도 그녀는 안간힘을 쓰며 손에 쥐고 있던 해독제를 기모진에게 건넸다.“그동안 완전한 해독제를 만들 수 없었던 것은 고승겸만이 가지고 있던 그 성분 하나 때문이었어.”해독제를 든 남연풍의 손이 떨리기 시작했다.떨리는 자신의 손을 보자 남연풍의 머릿속에 불길한 예감이 점점 떠올랐고 이윽고 그녀는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자신의 몸에도 AXT69 독소가 들어 있었다. 지금 이 느낌은 분명 네 번째 단계의 발작 증상인 것이다.기모진은 남연풍의 떨리는 손에 쥐어진 해독제를 보며 한 가닥 의문이 생겼다.“내가 무슨 근거로 당신을 믿을 수 있겠어?”그는 점점 안색이 나빠지는 남연풍을 차가운 눈으로 바라보았다.남연풍은 기모진이 자신을 의심하는 것에는 개의치 않았다.지금까지 자신이 저지른 악행을 생각하면 기모진의 그런 태도는 어쩌면 당연한 반응이었다.그녀는 주먹을 불끈 쥐고 차가운 공기를 한 모금 들이마시며 심호흡을 했다.지금 그녀는 밀려오는 통증을 억지로 참아내고 있었다.“날 믿지 않아도 돼. 당신은 남사택만 믿으면 돼.”남연풍은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소만리는 아직 깨어나지 않았어? 그럼 빨리 이거 가지고 가서 주사를 놓아줘. 늦어도 8시간이면 깨어날 거야. 어서 받아.”남연풍은 해독제를 어서 받으라고 기모진에게 재촉했지만 기모진은 여전히 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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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54장

위청재가 자초지종을 더 캐물어 보려는 순간 기모진이 남연풍의 손에 쥐어져 있던 해독제를 홱 집어 들고는 얼른 몸을 돌려 집안으로 달려갔다.위청재는 소만리가 걱정이 되어 더 이상 물어볼 마음도 나지 않았다.결국 위청재는 심기가 불편한 듯 남연풍을 노려보며 기모진의 뒤를 따랐다.황급히 돌아서는 기모진의 뒷모습을 보며 남연풍은 그제야 애써 유지하던 긴장을 떨쳐버렸다.그녀는 사실 아까부터 통증이 너무 극심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앞으로 심신이 더 고통스러울 날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하지만 그것들은 더 이상 하나도 중요하지 않았다.그녀가 지금 눈앞에 보이는 것은 모든 것을 집어삼킨 불길이었다.기모진은 해독제를 들고 곧장 집안으로 들어왔다.기란군은 기모진을 보자마자 그에게 달려갔다.기모진은 활짝 웃으며 아들에게 달려가 미소를 지었지만 이내 무거운 얼굴로 소파에 누워 있는 소만리에게 다가갔다.기란군은 철이 들었기 때문에 기모진의 그런 모습을 전혀 서운해하지 않고 그를 순순히 뒤따랐다.기모진은 해독제를 열었다. 얼음처럼 차가워 보이는 푸른 액체를 바라보며 잠시 정신이 멍해졌다.“모진아, 소만리가 왜 이러는 거야? 아픈 거야?”사화정이 걱정스러운 듯 소파 옆에 쪼그리고 앉았다.그녀는 소만리의 손을 잡고 있었는데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도저히 정상인의 체온이라고 보기 어려웠다.기모진은 며칠 동안 눈도 한번 뜨지 않고 잠들어 있는 소만리를 바라보았다.그녀의 온화한 눈매와 차분하게 가라앉은 얼굴이 정말 아름다웠다.하지만 그는 절대로 그녀를 평생 잠자는 미녀로 만들 수 없었다.“장모님, 걱정하지 마세요. 소만리는 곧 깨어날 거예요.”기모진은 사화정을 안심시키고 바로 해독제를 주사기에 넣으려고 했다.그때 위청재가 기모진의 팔을 붙잡았다.“모진아, 정말 저 여자 믿어도 돼? 도대체 이건 뭐야? 색깔도 너무 이상해 보여.”기모진은 위청재에게 단호한 눈빛으로 말했다.“저 여자를 믿지는 않아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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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55장

기모진은 남연풍에게 다가가 바로 물었지만 그녀는 대답도 하지 못하고 얼굴이 점점 창백해지며 몸이 움츠러들 대로 움츠러들어 있었다.지금까지의 남연풍의 행동은 기모진에게 공감과 동정을 주기 어려웠지만 지금은 남연풍으로부터 남사택과 초요의 상황을 듣고 싶어서 기모진은 그녀의 모습을 살피듯 물어보았다.“남연풍, 당신 지금 아파?”기모진이 차갑게 물었다.남연풍은 비에 젖은 얼굴을 억지로 들어 올리며 고개를 가로저었다.“난 아프지 않아.”“그럼 남사택과 초요는 어디 있어?”기모진이 물었다. 남연풍은 소매 속에 감춰진 두 손을 천천히 움켜쥐었다.쏟아지는 빗물에 그녀의 눈물이 섞여 그녀의 볼을 타고 내렸다.“사택아, 초요...”사택아.기모진은 의아한 듯 남연풍의 입에서 나온 사택이라는 이름을 듣고 있었다.남연풍은 남사택에게 남은 깊은 앙금 때문에 그를 죽도록 증오하고 있었다.그러나 지금 남연풍이 남사택의 이름을 나지막이 부르는 것을 보니 그들이 관계가 한결 부드러워진 것 같았다.기모진이 자세히 보니 남연풍의 눈에 눈물이 고여 흘러내렸고 뭔가 더욱 심상치 않은 일이 생겼음을 느꼈다.“남사택과 초요가 무슨 사고라도 당한 거야? 남연풍, 어서 말해.”기모진도 감정이 격해졌다. 그의 마음속에는 남사택과 초요에 대해 아끼는 마음이 컸다.남사택과 초요는 친구일 뿐만 아니라 그들 가족 모두에겐 생명의 은인이나 다름없는 사람들이었다.기모진의 추궁에도 불구하고 남연풍은 점점 시야가 흐려지고 정신도 점점 혼미해졌다.그녀는 기모진에게 대답하고 싶었으나 말하려고 하면 뭔가 목구멍에 걸린 것 같아 도저히 소리를 낼 수 없었다.남연풍의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눈치챈 기모진은 손을 들어 남연풍의 어깨를 잡으려는데 갑자기 멀리서 하이빔을 켜며 신경질적인 경적 소리가 울렸다.기모진은 얼른 얼굴을 돌려 따갑도록 눈부신 불빛을 피했다.잠시 후 그의 앞에 차가 한 대 멈춰 섰고 발자국 소리가 바쁘게 들려왔다.“기모진? 언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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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56장

”남연풍, 당신 왜 그래? 어디 아픈 거야?”“허, 허허...”남연풍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인과응보.”그녀는 힘겹게 이 말을 내뱉었다.“그게 무슨 헛소리야?”“네 번째 단계의 독소가 발작을 시작한 거야.”남연풍이 거친 숨을 몰아쉬며 힘겹게 입을 열었다.고승겸은 순간 어리둥절해하다가 남연풍의 표정을 자세히 살피고는 당황하기 시작했다.“해독제는? 내가 아까 실험실에 가서 이미 완성된 해독제를 봤어. 당신 주사 안 놨어?”고승겸은 당황스러워하며 횡설수설했다.지친 두 눈을 치켜들고 남연풍은 흐릿해진 시선으로 타들어가는 듯한 고승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완성했어. 주사도 놓았어. 나한테 놓은 건 아니지만.”남연풍은 해맑은 미소를 지었다.“난 남에게 손해를 끼치고 그들을 괴롭히고 고통스럽게 했어. 좋은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이 꽤 괜찮다는 걸 처음 알았어. 아니, 그렇다고 좋은 사람이 된 건 아니야. 난 단지 이전에 내가 저지른 잘못에 대해 가능한 한 만회하고 싶었을 뿐이야.”남연풍은 자조 섞인 미소를 지으며 힘겹게 손가락을 움직여 휠체어를 조종했다.기모진은 남연풍의 말을 듣고 순간 무언가를 알아차렸다.알고 보니 남연풍이 방금 자신에게 준 해독제가 유일한 것이었다.그녀가 방금 그렇게 다급하게 소만리에게 주사를 놓아주라고 한 것도 다름 아닌 고승겸이 와서 방해할까 봐 서두르고 걱정한 것이었다.고승겸도 뭔가 어렴풋이 깨달은 것 같았다.“남연풍, 무슨 소리야? AXT69 해독제를 기모진에게 줬다는 말이야?”“소만리가 무슨 잘못이 있어?”남연풍은 냉랭한 목소리로 되물었다.“소만리는 원래 그런 고통을 겪지 말았어야 했어. 난 이제야 정신을 차렸어. 고승겸, 그러니 당신도 더 늦기 전에 정신 차려.”“뭐라고...”고승겸의 눈빛이 어두워졌다. 그러나 남연풍은 똑같은 태도로 일관했다.“고승겸, 어떤 사람이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쟁취할 때는 정당한 수단을 써야 한다는 걸 깨달았어. 당신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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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57장

이 말을 듣고 기모진은 디시 한 번 깜짝 놀랐다.고승겸은 더욱 멍한 눈을 하였고 남연풍의 어깨를 움켜쥐었던 손에 힘이 풀렸다.“남연풍, 그게 무슨 소리야? 무슨 뜻이냐구?”남연풍은 붉어진 두 눈을 가볍게 치켜들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난 처음부터 이 아이를 낳을 생각이 없었어.”“...”“독소가 태아에 영향을 미친다는 말은 거짓말이었어. 당신한테서 해독제에 쓰이는 성분을 얻기 위해서 거짓말을 했어.”“당신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고승겸은 지금 남연풍이 하는 말을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이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다 끝냈으니 난 아무 미련 없어.”남연풍의 눈길이 점점 아득하게 어두워졌다.“사택이와 초요는 나 때문에 지금 그렇게 됐어. 이 세상에는 나를 정말 아끼고 배려해 줄 사람이 없는 거야. 해독제도 필요 없어. 난 그냥 조용히 나의 마지막 길을 가고 싶을 뿐이야.”남연풍은 한 마디 한 마디 힘겹게 말하고는 휠체어의 전진 스위치를 눌렀다.빗줄기는 잦아들지 않았고 휠체어를 탄 남연풍의 모습이 쓸쓸하기 그지없었다.고승겸은 바로 그녀를 쫓아갔고 기모진도 그들을 바짝 뒤쫓았다.“남연풍, 방금 뭐라고 했어? 남사택과 초요한테 무슨 일이 생긴 거야? 어떻게 된 거냐구! 얼른 말해!”기모진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고승겸이 남연풍의 앞을 가로막았다.거센 빗줄기가 고승겸의 얼굴과 온몸을 적시며 그의 모습을 더욱더 차갑고 어둡게 만들었다.“기모진, 더 이상 가까이 오지 마!”기모진은 지금 고승겸의 존재 따위 대수롭지 않게 느껴졌고 오로지 남사택과 초요의 상황만 알고 싶을 뿐이었다.기모진이 계속 물어보려고 따라오자 고승겸이 손을 뻗어 그를 저지했다.기모진이 능력이나 힘이 없는 사람도 아니고 누군가가 그를 막는다고 해서 막을 수 있는 사람도 아니었다.그때 갑자기 남연풍이 괴로운 듯 신음 소리를 내었다.고승겸이 고개를 숙여 바라보니 남연풍이 괴로운 얼굴로 가슴을 힘껏 움켜쥐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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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58장

한편 고승겸은 차를 몰고 자신의 경도 집으로 돌아왔다.그는 비를 맞으며 휘청거리는 발걸음으로 이미 잠든 남연풍을 안고 거실로 들어왔다.거실에 있던 여지경과 안나는 고승겸이 비에 흠뻑 젖은 채 의식을 잃고 축 늘어진 남연풍을 안고 들어오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연풍이가 왜 이래?”여지경은 걱정이 가득한 눈으로 즉시 시중에게 지시했다.“어서 닥터 육을 불러.”시중은 황급히 대답하고는 돌아섰다.안나는 옆에 서서 고승겸이 남연풍을 안고 황급히 올라가는 것을 보았다.고승겸의 뒤를 따라 여지경이 바싹 그들을 따라붙었다.남연풍을 걱정하는 그들의 모습에 안나는 가슴에 분노가 치밀었지만 이내 얼굴에 미소가 은은하게 번졌다.그녀는 아까 남연풍이 비를 맞으며 달려가는 것을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온몸이 흠뻑 젖은 걸 보니 아마 오랫동안 빗속에 있었던 것 같았다.지금 남사택과 초요의 죽음까지 더해져 남연풍은 뱃속의 아이를 지킬 여력이 없을 거라고 안나는 생각했다.고승겸은 남연풍을 방으로 데리고 오자마자 깨끗한 옷을 꺼내 직접 갈아입혔다.여지경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옆에서 발을 동동 굴렸다.“연풍이가 비를 맞았다고? 얼마나? 자기가 임산부라는 걸 잊은 거야?”임산부.고승겸은 이 말이 귀에 아프게 박혔다. 아까 남연풍이 한 말이 그의 머릿속에 떠올라 마음을 어지럽혔다.“고승겸, 처음부터 뱃속의 이 아이는 세상에 나올 운명이 아니었어.”이 말이 고승겸의 귓가에 쟁쟁거렸고 그의 등골을 점점 서늘하게 만들었다.이윽고 닥터 육이 도착했다.그는 남연풍에게 가장 기초적인 검사를 했고 제일 먼저 확인한 것은 뱃속의 아이였다.그러자 고승겸은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남연풍의 몸이 왜 이런지 다 알아야겠어요!”닥터 육은 고승겸의 뜻을 헤아리고 남연풍을 다시 검사해 보았지만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사실 고승겸은 닥터 육이 아무리 남연풍을 검사해 보아도 원인을 알아낼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남연풍의 몸에 독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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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59장

고승겸은 시중의 말을 듣고 발길을 돌려 남연풍의 침실로 서둘러 올라갔다.침실과의 거리가 짧아질수록 고승겸의 심장박동도 빠르게 뛰고 있었다.애초에 AXT69를 만든 이유는 특별히 소만리를 겨냥하기 위해서였다.이 독소 안에는 아주 무서운 성분이 들어있는데 이 성분이 사람 몸에 들어와서 일단 작용하기 시작하면 천천히 분열을 일으키게 된다.결국 그것은 사람의 정신적인 부분에 심각한 손상을 초래하고 환각을 일으켜 사람을 있는 대로 괴롭히고 끔찍한 기억 속에서 살아가게 만든다.이런 생각을 하자 고승겸의 발걸음이 점점 무거워졌다.그의 마음이 너무나 초조했고 전에 느끼지 못했던 불안감도 느껴졌다.아마도 그는 곧 이런 남연풍의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그렇다면 그 끔찍한 그녀의 기억속에 그의 모습은 어떻게 비칠까.아마도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에 그녀를 조금도 귀하게 여기지 않았던 자신의 모습이 있을 것이다.남연풍의 방 앞에 다다르자 머릿속에 복잡하게 얽혀 있던 고승겸의 생각이 뚝 멈췄다.그는 왠지 모르게 무형의 압박이 몰려와 그의 온몸을 무기력하게 만드는 것 같았다.그가 머뭇거리는 사이 방 안에서는 괴로워하는 남연풍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내 다리가 어쩌다 이렇게 됐지? 왜 기운이 하나도 없는 거야? 왜!”고승겸은 이 말을 듣고 눈썹을 찡그렸다.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그는 더 이상 망설이지 않고 그녀의 방으로 들어갔다.그가 들어서자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 쏠렸다.여지경은 눈썹을 찌푸리며 근심 가득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연풍이가 좀 이상해. 최근에 발생한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거 같아.”이 말을 듣고 고승겸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역시 기억을 잃었다.그녀는 독소의 마지막 단계에 들어와 죽도록 고통스러운 시간을 마주하기 시작한 것이었다.고승겸은 미간을 깊이 찌푸렸다.그는 방 안의 모든 사람을 내보내고 남연풍과 단둘이 얘기하고 싶었다.그러나 그가 남연풍의 시선을 마주치자 그녀의 눈빛은 일순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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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60장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이 이해되지는 않았지만 지금 그녀와 이렇게 앉아 있으니 예상했던 것보다는 훨씬 좋았다.비를 맞은 탓인지 남연풍은 감기몸살 증세를 보였다.그녀는 임신 중이라 감기약도 함부로 쓸 수 없었다.그는 의사를 불러들여 갖은 치료 방법을 써 보았다.밤이 늦어서야 겨우 남연풍의 증세가 안정되기 시작했다.한밤중에 남연풍은 잠꼬대를 하며 고승겸의 이름을 불렀다.고승겸은 줄곧 그녀의 침대 곁을 지키며 한 발자국도 떨어지려 하지 않았다.남연풍의 휴식을 방해할까 봐 고승겸은 조그마한 스탠드를 켰다.남연풍의 잠든 얼굴에 부드러운 온기가 돌자 고승겸은 자신도 모르게 손을 들어 상처 난 그녀의 뺨을 살며시 어루만졌다.“그때 당신이 날 떠나지 않고 혼자 내버려 두지 않았더라면 이런 일은 없었을 거야.”“왜 내가 당신을 미워하게 만든 거야?”“남연풍, 왜 당신과 나 사이를 이렇게 힘들게 했어?”고승겸은 남연풍이 지금 자신이 하는 말을 들을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혼자 중얼거렸다....마찬가지로 기모진도 밤새 소만리의 침대 곁을 지키고 있었다.그는 남연풍이 늦어도 8시간 안에는 소만리가 깨어날 것이라고 말한 것을 떠올렸다.기모진은 그 시간 동안 해독제가 혹시라도 소만리에게 다른 부작용을 일으킬까 봐 옆에서 깨어 있었다.날이 어슴푸레하게 밝아오는 새벽녘이 되어서야 소만리는 슬슬 깨어날 기미를 보였다.기모진은 순간 마음이 뜨거워졌다.“소만리.”그는 소만리의 손을 잡고 다정하게 소만리의 이름을 불렀다.“소만리, 당신 깨어났어? 내 말 들려? 소만리?”소만리는 눈꺼풀을 움직이다가 한참 만에 천천히 눈을 겨우 떴다.창가에서 새어 나온 새벽녘 희미한 빛이 눈을 부시게 한 탓인지 그녀는 눈을 찡그렸다.“소만리?”기모진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다가갔다.“소만리, 일어났어?”기모진은 지친 듯한 소만리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면서 그녀가 입을 열 때까지 잠자코 기다렸다.“모진.”소만리가 힘없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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