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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가 사랑한 여인의 모든 챕터: 챕터 1771 - 챕터 1780

2479 챕터

1771장

기모진과 소만리의 표정이 동시에 변했다.소만리는 고승겸의 얼굴에서 기여온의 행방을 정말 알고 있는 듯한 자신감 넘치는 미소를 유심히 보았다.그녀의 심장 박동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그녀는 한시라도 빨리 기여온의 행방을 알고 싶었고 작은 단서라도 손에 쥐고 싶었다.그런데 고승겸이라는 사람이 어떻게 이 소식을 그들에게 쉽게 알려줄 수 있겠는가.이 점에 대해서 기모진은 고심했다. 그는 고승겸을 바라보며 얇은 입술을 살짝 들썩였다.“고 선생이 내 딸의 상황을 이렇게 잘 알고 있을 줄은 몰랐네. 그럼 내 딸이 어디에 있는지 자세히 말해 봐. 어디에 있어?”고승겸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띠며 말했다.“기 선생은 비즈니스맨이잖아. 그렇다면 이것도 잘 알겠군. 가치 있는 것을 얻으려면 주고받는 것이 있어야 한다는 걸 말이야.”“원하는 게 뭐야?”기모진이 뜸을 들이지 않고 바로 물었다.“기 씨 그룹의 지분 50%.”고승겸은 망설이지도 않고 말했다. 이 말을 들은 기모진의 마음은 여전히 흔들림 없이 평온했다.기모진이 막 입을 열려고 하는데 소만리가 그보다 한발 앞섰다.그녀는 빙그레 웃었다.보기에는 아주 온화하고 달콤해 보였지만 그녀의 아름다운 눈동자에는 예리함이 빛을 뿜고 있었다.“고 선생, 농담도 참 잘해. 50%는 말할 것도 없고 나와 내 남편의 지분을 다 합쳐 100%를 달라고 해도 주저하지 않고 승낙할 거야. 내 딸은 가치를 매길 수 없을 만큼 소중하거든. 고 선생이 내 말 뜻을 이해할 수 있을까?”소만리의 말을 들은 고승겸은 낮은 소리로 웃었다.“당신 말이 맞아. 농담이었어. 당신들의 귀한 딸이 어떻게 물질로 측정이 가능하겠어?”고승겸은 소만리가 터준 퇴로를 타고 한발 물러서기로 했다.“그럼 우리 서로 아는 사이기도 하니 선물 하나 보내주는 셈 치지. 당신들의 귀한 딸은 지금 F국에 있고 스무 살 젊은이가 데리고 있어.”고승겸이 말한 정보는 강자풍과 딱 맞아떨어졌다.소만리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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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72장

”내가 갈게. 당신은 경도에 있어.”“혼자 F국으로 가겠다고?”기모진이 깜짝 놀라며 물었다.“왜?”소만리는 방금 고승겸이 떠난 방향을 바라보았다.“정말 그가 우리에게 청첩장을 주고 여온이의 소식을 전해주려고 일부러 왔다고 생각해?”“물론 고승겸을 믿지는 않지만 우린 어떤 정보도 놓칠 수 없어.”“그러니 당신은 여기 있어야 해.”소만리가 단호하게 말했다.“그가 방금 한 말은 우리를 내보내려고 하는 말 같았어. 아마도 고승겸이 경도에서 무슨 일을 꾸밀 것 같아.”“그래도 여온이보다 더 중요하지 않아.”“알아. 당신이 여온이를 걱정하는 마음은 알아. 그렇지만 이번에는 내 말 들어줘.”소만리는 끝까지 고집을 부렸다.“F국에 가서 여온이를 찾아볼게. 만약 여온이가 강자풍한테 있다면 강자풍을 어떻게 해서든 설득해 볼게.”“강자풍이 아직 그렇게 이성적이라고 생각해?”기모진은 걱정이 되었고 방금 고승겸이 한 말도 생각났다.“고승겸은 우리의 과거사를 철저히 조사한 사람이야. 강어와 강연의 일을 포함해서 다 알고 있는 것 같았어. 그는 마치 강어와 강연의 죽음이 나와 관련이 있는 것처럼 말했어. 그렇다면 강자풍도 분명히 지금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거야. 그래서 당신이 혼자 강자풍을 만나러 가는 것이 난 너무 마음이 놓이질 않아.”“나 혼자 가는 게 아니야.”소만리는 자신의 목에 걸려 있는 목걸이를 만졌다. 그 목걸이에는 자수정 펜던트가 달려 있었다.기여온과 기란군이 함께 만들어 소만리에게 선물한 것이었다.“여온이도 함께 있어.”소만리가 빙그레 웃었다.소만리는 이번에 F국에 가면 반드시 어린 딸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기모진은 소만리의 굳건한 표정을 보고 자신이 무슨 말을 해도 그녀를 움직일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그는 더 이상 설득하지 않고 직접 운전해 공항까지 그녀를 데려다주었다.기모진은 고승겸으로부터 받아낸 소중한 해독제를 소만리에게 건네주었다.4단계가 진작에 발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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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73장

기모진은 청첩장을 들어 천천히 열어 보았다.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결혼식 시간과 장소만 있을 뿐 정작 신랑과 신부의 이름은 없다는 것이었다.기모진은 고승겸이 자신과 결혼하는 여자를 싫어하기 때문에 일부러 청첩장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기모진의 추측은 사실상 고승겸의 생각과 일치했다.한편 초요는 현재 두 다리에 감각이 없는 남연풍을 매일 살뜰히 챙기고 있었다.비록 그녀는 남연풍이 한 짓을 경멸하고 혐오하지만 그녀는 남사택의 누나였다.남사택이 그동안 자신을 돌봐준 것에 대해 초요는 진심으로 그에게 감사하고 있었다.사실 남사택도 마음속으로는 여전히 이 누나를 아끼고 있다는 것을 초요도 알고 있었다.남연풍도 처음에는 초요의 손길을 거세게 저항하다가 이제는 무감각해진 듯 아무렇지도 않게 초요의 보살핌을 받고 있었다.초요가 남연풍의 몸을 씻겨 주고 있는데 갑자기 아래층에서 택배 기사의 고함소리가 들려왔다.초요는 아래층으로 내려가 서명을 하고 서류 봉투를 받아들었다.보낸 사람은 써 있지 않았는데 받는 사람은 남연풍이라고 쓰여 있었다.남연풍에게 온 개인 물건이라 초요는 당연히 손댈 생각이 없었다.그녀는 당연한 듯 남연풍에게 가져다주려고 발걸음을 옮기려는데 남사택이 마침 들어왔다.남연풍에게 우편물이 온 사실을 안 남사택은 유심히 서류 봉투를 보고는 바로 가져가서 찢어 버렸다.“사택 선배, 이러면 안 되잖아요?”초요가 급히 막았다.“남연풍이 여기 있는지 아는 사람이 누가 있어? 소만리와 기모진이 보낸 거 같지 않은데, 그럼 누가 있어. 딱 한 사람밖에 더 있어?”초요는 순간 정신이 번뜩 들었다.남사택이 말한 사람은 바로 고승겸이었다. 고승겸이 남연풍에게 물건을 보낸 것이다.남사택은 곧바로 서류 봉투를 뜯어 안에 뭐가 들었는지 보았다. 덜렁 청첩장 한 장이 들어 있었다.그러나 이 청첩장은 고승겸이 기모진에게 준 것과는 완전히 달렸다. 신랑의 이름과 신부의 이름이 똑똑히 적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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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74장

하지만 지금 이런 상태로 같이 지내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누군가를 사랑한다고 해서 반드시 그녀를 얻을 필요는 없다.서로가 편한 상태라면 그걸로 충분했다.“남사택, 들어왔어?”이때 남연풍의 목소리가 2층에서 흘러나왔다.남사택은 초요와 눈빛을 주고받고는 말했다.“어, 나 지금 올라가.”“그래요, 전 아침 차릴게요.”“그래.”남사택은 부드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초요가 돌아서는 모습을 본 후에야 위층으로 올라갔다.남연풍은 자신의 장애와 외모가 훼손되었다는 사실을 거의 받아들였다.받아들였다기보다는 어쩔 수 없이 직면하게 된 것이었다.남사택이 들어왔을 때 그녀의 태도는 여전히 차갑고 도도했다.“아래층에서 초요랑 둘이 뭐라고 소곤거린 거야? 무슨 할 말이 있거든 내 앞에서 해. 안 되겠어?”남연풍이 싸늘한 얼굴로 물었다.남사택도 역시나 냉담한 태도로 대꾸했다.“당신이 방금 말한 그녀는 매일 당신을 보살피는 데 여념이 없는데 당신 그 태도 좀 바꾸는 게 좋겠어.”“흥. 내가 그 여자한테 날 돌봐 달라고 부탁하기를 했어 뭘 했어? 그냥 자기가 좋아서 내 옆에 달라붙어 있는 거야.”남연풍은 시큰둥한 얼굴로 남사택의 얼굴에 조롱하는 눈빛을 던졌다.“남사택, 너 여전히 능력이 있어. 저런 여자가 성심을 다해 널 도와주고 있는 걸 보면. 그렇지만 저 여자 마음속에는 네 자리가 없다는 걸 잊지 마. 초요가 사랑하는 사람은 이미 총살당한 기묵비라고.”남연풍의 악의적인 비웃음에도 남사택은 조금도 개의치 않았다.“이렇게 화를 낼 거면 뭐 하러 나보고 올라오라고 한 거야? 바빠서 더 이상 헛소리 들어줄 시간 없어.”남사택은 말을 마치고 싸늘한 표정으로 돌아서서 가려고 했다.“거기 서!”남연풍이 급히 남사택을 불렀고 뒷모습을 노려보며 다급한 어조로 말했다.“남사택, 내가 듣기로는 초요도 예전에 얼굴이 심하게 훼손되었다가 나중에 성형해서 원래의 모습으로 회복되었다고 하던데, 맞아?”남연풍의 말을 가만히 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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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75장

얼굴에 난 상처를 회복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남연풍은 얼른 물었다.“뭔데? 나한테서 뭘 받길 원해?”남사택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AXT69 해독제.”남사택의 말이 떨어짐과 동시에 남연풍의 얼굴빛은 확연히 달라졌다.그녀의 눈에 비친 희망의 빛과 기대는 남사택의 말과 함께 사라지는 듯했다.“없어.”남연풍은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없다고? 독소는 당신이 개발한 거잖아. 어떻게 해독제가 없을 수 있어?”남사택이 의아해하며 물었다.“정말 얼굴을 고치고 싶다면 해독제부터 얼른 내놓는 게 좋을 거야.”남연풍은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해독제가 없으면 너 나한테 수술 안 해 줄 거야?”“그래.”“흥.”남연풍이 비웃음을 날리며 등 뒤에 있는 침대에 몸을 기댔다.“회복이 된다손 치더라도 당신 마음이 시커멓게 썩어 있으니 당신은 여전히 추한 얼굴을 하고 있을 거야.”“맞아. 내 마음은 시커멓게 썩어 있어.”남연풍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나 지금 아래층에 가서 햇볕 좀 쬐고 싶어. 착한 동생, 나 좀 안아줘.”남연풍은 자신이 이렇게 말하면 남사택이 거절하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남사택 역시 거절하지 않고 남연풍을 끌어안았다.남연풍은 남사택의 몸에 기대어 그의 얼굴을 살며시 올려다보았다.그녀의 눈가에는 어느새 따스한 기운이 감돌았다.“그때 기억나? 네가 발이 삐어서 울고불고했을 때 내가 너 없고 올라간 거.”“그러니 이번엔 네가 이 앉은뱅이 누나를 안고 내려갈 차례야.”“남사택, 이게 뭔가 업보라는 게 돌고 돌아온 거라고 생각해?”남연풍의 자조 섞인 말이 남사택의 귓가에 미끄러졌다.남사택은 남연풍에게 눈길도 주지 않은 채 아래층으로 내려간 뒤 남연풍을 휠체어에 태웠다.아침을 만들고 있던 초요는 남연풍이 아래층으로 내려오는 것을 보고 다가가 도와주려고 했다.“초요, 당신은 일 봐. 마당에 가서 햇볕 좀 쬐고 싶다고 하니까 내가 휠체어 밀게.”남사택은 초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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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76장

”나 정말 몰라서 물어본 거야.”“...”남연풍은 남사택이 일부러 물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녀는 부모님이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알고 싶었지만 엄마, 아빠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마음이 언짢아지려고 하자 바로 다른 곳으로 화제를 돌렸다.“남사택, 너 기모진 부부와는 좋은 친구 사이야? 왜 그렇게 그 부부를 도와줘? 해독제를 만들어주고 심지어 경연의 곁에서 신분을 숨기고 스파이 노릇까지 하고 말이야.”“그 부부랑 친구 사이가 아니더라도 난 그들을 도왔을 거야. 난 의사니까 그들을 구했을 거야.”남사택은 당당하고 떳떳한 표정으로 대답했고 이어 그녀에게 되물었다.“이제 내가 물어볼 차례야. 경연과는 어떻게 만나게 된 거야? 당신 왜 기모진을 해치려고 독소를 개발한 거야? 이 독소는 처음에 강연의 손에 의해 세상에 나타났어. 그러니까 당신은 강연도 알고 있었단 얘기지, 그렇지? 강연과 강어의 배후에는 경연이 있었고 경연이 그들을 뒤에서 조종하고 있었지. 도대체 당신 그들과 무슨 연관이 있는 거야?”남사택이 구구절절 캐묻자 남연풍은 잠시 멍해졌다.남연풍은 남사택이 그렇게 세세한 부분까지 파헤치고 엮어서 이런 결론을 내릴 줄은 몰랐다.그러나 그녀는 숨겨진 이 모든 진실에 대해 절대로 말할 수 없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그녀는 애써 담담하게 웃었다. 상처가 없는 왼쪽에는 여전히 아름다운 미소가 그려져 있었다.“남사택, 똑똑한 척하지 마. 그들 사이에 무슨 연관이 있는지 감히 말할 수 없지만 이건 말할 수 있어. 강연이 특별한 경로를 통해서 나한테 주문을 했고 난 주문대로 만들었던 것뿐이야. 그래서 난 독소를 개발해 네 이름으로 강연에게 팔아넘겼지.”“그래?”남사택은 남연풍의 말을 믿지 않았다.“그럼 당신은 왜 강연에게 내 이름으로 독소를 팔아넘겨 강연이 독소를 만든 사람이 나인 걸로 생각하게 한 거야? 당신이 그렇게 하지 않았으면 강연이 어떻게 날 찾아왔겠어? 내가 강연이 하는 일을 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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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77장

부엌에서 이를 지켜보고 있던 초요는 급히 요리하던 불을 끄고 거실로 달려갔다.“괜찮으세요?”초요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남연풍의 상태를 살폈다.소리를 듣고 마당에서 한달음에 달려온 남사택은 정신이 나간 듯 멍하니 휠체어에 아무 움직임 없이 앉아 있는 남연풍을 보았다.남연풍이 뭔가에 정신이 나간 듯한 표정을 보니 남사택은 걱정이 되었다.순간 남사택은 발치에 쓰러져 있는 쓰레기통을 보았다.쓰러진 쓰레기통 옆에 청첩장이 나와 있었고 그제야 남연풍이 왜 그런 멍한 표정을 짓고 있는지 깨달았다.그는 아무렇지도 않게 빗자루를 가져와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쓰레기들을 쓰레받기에 쓸어 넣었다.“네가 버린 거야?”남연풍의 말투에 냉랭함이 가득했다. 남사택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되물었다.“이런 쓰레기는 버리지 않으면 눈에 거슬리잖아.”“쓰레기?”남연풍은 주먹을 불끈 쥐며 명령하듯 입을 열었다.“이리 내 놔.”남사택은 남연풍의 말을 들은 척 만 척하며 청첩장을 쓰레기통에 부었다.이를 본 남연풍은 입술을 깨물었고 상체의 힘을 이용해 몸을 있는 힘껏 구부려 쓰레기통을 집어 들었다.하지만 남사택의 움직임이 그녀보다 더 빨랐다.그는 쓰레기통을 발로 걷어차 버렸고 쓰레기는 다시 바닥에 널브러졌다.허공에 뜬 남연풍의 손이 그대로 굳어져 버렸고 그녀는 정신을 가다듬은 뒤 눈을 부릅뜬 채 남사택을 노려보았다.“남사택, 너한테 마지막 기회를 줄게. 청첩장 가져와!”“남연풍, 아직도 그 남자한테 미련을 버리지 못한 거야? 이 남자가 계속 당신을 이용하려고 하는 걸 아직도 모르겠어!”남사택의 말을 듣고 남연풍의 눈빛이 날카롭게 변했고 그녀는 비꼬며 물었다.“내가 미치는 꼴을 다시 보고 싶지 않으면 지금 당장 청첩장 가져와!”그러나 남사택은 여전히 물러서지 않았다.“그래, 좋아. 어디 한번 당신 미치는 꼴 보여 줘 봐! 어디까지 미치는지 한 번 보자구! 기껏해 봐야 죽는 거겠지. 아직도 이 남자가 당신한테 잘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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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78장

남연풍이 애써 슬픔을 억누르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초요와 남사택도 마음이 아파왔다.“이틀 뒤에 나 이 호텔에 좀 데려다줘.”남연풍이 초요에게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나중에 당신한테는 보수를 톡톡히 해 줄 테니까 그날 꼭 내 옆에 붙어 있어줘. 내가 하라고 하는 걸 그냥 하면 돼.”이 말을 듣고 남사택은 가소롭게 느껴졌다.“남연풍, 그게 무슨 뜻이야? 설마 고승겸의 결혼식에 갈 작정이야? 초요를 당신 경호원 삼아서?”남연풍은 눈물을 흘렸고 붉게 물든 눈을 치켜뜨고 의미심장한 미소를 띠고 남사택을 바라보았다.“방금 초요가 말한 거 못 들었어? 나에게 선택할 권리가 있다고. 내가 지금 이 결혼식에 가겠다고 하는데 안 되는 거야?”“...”남사택은 잠시 말이 없었다가 이내 쏘아붙였다.“그래, 당신이 가고 싶다면 그래 가. 그런데 당신 혼자 가. 초요는 당신 몸종이 아니야.”“초요가 가든 안 가든 난 다른 사람 고용하면 돼. 재물을 탐내는 많은 사람들이 나한테 줄을 설 거야!”남사택의 말에 단호하게 대응한 남연풍은 휠체어를 스스로 조종해 계단 입구로 향했다.그런 남연풍의 억지스러운 뒷모습을 보며 초요는 자신의 예전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예전 그녀도 기묵비를 위해서라면 다른 어떤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에게만 집착한 적이 있었다.하지만 결국...모든 것이 연기처럼 사라졌다.“남연풍, 정말 결심한 거야? 이런 모습으로 정말 고승겸 결혼식에 갈 거냐구?”남연풍의 뒷모습을 보며 내뱉은 남사택의 말투가 조금 전처럼 강경하지 않았고 오히려 타이르듯 부드러웠다.“휠체어를 타고 얼굴은 반쯤 망가진 채 아름다운 신부와 멋진 결혼식을 올리는 고승겸을 보러 간다고? 정말 그렇게까지 스스로를 학대해야 하겠어?”전진 버튼을 누르고 남사택에게 등을 돌린 채 가고 있던 남연풍이 멈춰 섰고 잠시 뒤 천천히 입을 열었다.“예전엔 내가 웨딩드레스를 입고 사랑하는 남자의 팔짱을 끼고 결혼식장으로 가는 꿈을 꾸곤 했었어. 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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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79장

소만리는 방울 치우고 잠시 휴식을 취한 뒤 F국에 있는 그녀가 아는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어 강자풍에 대해 물었다.애초에 소만리는 친구들에게 강자풍에 대해 물어봐도 결과를 얻기는 좀 어려울 거라고 생각했었다.F국에서는 강어와 강연의 ‘명성'에 비해 강자풍에 대한 인지도는 확연히 낮았기 때문이었다.그러나 소만리가 강자풍이라는 이름을 언급하자 친구들은 의외로 모두 낯설지 않아 했고 오히려 강자풍이라는 말을 듣고는 말끝에 약간의 감탄을 자아내었다.“강자풍, 아, 그 사람 최근 반년 동안 F국에서 꽤나 활약하고 있어. 보니까 내공이 보통이 아닌 것 같던데.”“아, 강자풍. 나 그 사람 알아. 그 사람 형 강어는 예전에 F에서 ‘큰손'이라고 할 수 있었지. 그렇지만 강자풍은 강어랑은 달라. 난 이 젊은이 참 마음에 들어.”“강 선생 말씀이시군요. 얼마 전에 그분과 프로젝트를 진행한 적이 있었는데 일하는 게 참 단호하고 세련되었어요. 스무 살 소년 같지 않았어요.”소만리는 전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강자풍에 대한 여러 평판을 듣다가 문득 그들이 말하는 강자풍이 처음에 자신이 알았던 그 소년이 전혀 아닌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최근 몇 년 동안 강자풍은 많이 변했다. 심지어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았다.그가 정말 이렇게 변했다면 여온이는 지금 위험에 빠진 게 아닐까?소만리는 갑자기 강자풍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았지만 기억 속에 여전히 남아 있는 다정한 강자풍의 미소를 떠올렸다.그녀는 친구들을 통해서 강자풍에 대한 평판을 어느 정도 들을 수 있었지만 강자풍이 어디에 사는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하지만 소만리는 중요한 단서를 하나 얻었다.그날 밤 일찍 잠자리에 든 소만리는 다음날 아침 주소대로 시내에 있는 한 건물로 향했다.시간이 아직 일러 소만리는 일단 아래층 로비에서 앉아 기다렸다.8시 반쯤부터 출근하는 직원들이 하나둘씩 문을 들어섰고 소만리는 문 쪽을 바라보며 낯익은 모습이 나타나기를 기다렸다.그러나 10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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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80장

”강자풍, 지금 내가 경찰에 신고하길 바라는 거야?”소만리는 돌아서서 그를 바라보았다.“지금 당신이 내 딸을 납치했고 내 딸의 신변을 위협하는 행위를 하고 있다고 경찰에 가서 알리라는 거야?”자신에게 등을 보이고 걸어가는 강자풍의 뒷모습을 보면서 소만리의 눈에는 안타까움으로 가득했다.“강자풍, 설마 너도 네 형과 누나처럼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어보려고 하는 거야?”소만리의 말이 떨어지자 강자풍은 몸을 홱 들렸다.그의 시선이 바로 소만리를 겨누었다. 눈에는 예전에 보였던 다정하고 온화함은 온데간데없었다.순간 소만리는 강자풍의 눈에 증오와 분노, 갈등의 빛이 스쳐가는 것을 보았다.갈등, 그는 갈등하고 있었다.몇 초가 지나자 강자풍의 눈빛이 비로소 차분해졌다.그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가벼운 미소를 지었다.“기모진의 부인께서 멀리서 여기까지 비행기로 날 찾아왔는데 내가 너무 홀대하면 안 되겠지. 근처에 괜찮은 카페가 있는데 차나 한 잔 할까?”강자풍은 소만리가 기여온을 찾을 수 있는 가장 직접적이고 유일한 방법인데 소만리가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출근 시간이라 카페에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강자풍은 소만리에게 홍차 한 잔을 주문해 주었다.“부인, 홍차 좋아하잖아. 내가 틀리지 않았다면 말이야.”강자풍은 낯설고 딱딱한 말투로 소만리에게 말했다.예전에는 격의 없이 소만리에게 누나라고 부르며 살갑게 대했었다.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돌아갈 수 없는 시절의 얘기였다.소만리는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눈앞의 차를 마시지 않고 단도직입적으로 얘기를 시작했다.“강자풍, 너도 알다시피 난 멀리서 내 딸을 찾으러 F국에 왔어. 너랑 차나 마시려고 온 게 아니야. 난 내 딸만 찾으면 돼.”소만리의 작고 또렷한 얼굴에 언짢은 기색이 가득 차 있었다.“만약 정말로 나와 모진에게 불만이 있다면 우리한테 말해. 하지만 여온이는 그저 어린아이야. 여온이는 당신을 순수하고 착한 오빠, 좋은 오빠로 생각한단 말이야.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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