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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가 사랑한 여인의 모든 챕터: 챕터 1161 - 챕터 1170

2479 챕터

1161장

”여온아!”강자풍은 그 차를 향해 쏜살같이 달려갔지만 차는 바로 시동을 걸고 그의 앞에서 훌쩍 떠나버렸다.강자풍은 주위를 둘러보다가 과감하게 오토바이를 몰고 있는 남자의 앞을 가로막았다.그는 헬멧을 기란군의 머리에 씌운 뒤 그를 안아 오토바이에 태웠다.“꽉 잡아!”기란군은 굳은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강자풍의 허리를 꼭 껴안았다.강자풍은 눈에서 멀어지는 차를 날카롭게 바라보며 쏜살같이 뒤쫓아갔다.그러나 상대는 이미 준비가 되어 있었고 차 뒤를 쫓던 강자풍을 멀리 따돌렸다.강자풍은 어쩔 수 없이 오토바이를 세우고 차들이 줄지어 다니는 갈림길 앞을 바라보다가 시트에 주먹을 날렸다.“제길!”소만리는 오늘 일이 일찍 끝나서 기모진이 자신을 데리러 오지 않는 틈을 타서 유치원으로 직접 두 아이를 데리러 갔다.하지만 유치원에 도착한 후 기란군과 기여온은 이미 다른 사람이 데려갔다는 말을 들었다.소만리는 혹시 누군가가 나쁜 의도로 남매를 데려간 게 아닐까 걱정했는데 마침 이때 기란군의 전화를 받았다.“기란군, 너 지금 어디야? 너희들 누구랑 같이 있는 거야?”“누나, 나야.”소만리가 묻자 강자풍의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에서 들려왔다.“강자풍?”“누나, 미안해. 내가 여온이를 잃어버렸어.”“...”소만리는 잠시 정신을 잃었고 심장박동이 긴장한 듯 가속하기 시작했다.“여온이를 잃어버렸다는 게 무슨 뜻이야? 너 지금 기란군이랑 같이 있어? 어디야?”소만리는 한편으로는 물으면서 한편으론 차로 돌아갔다.강자풍과 기란군의 위치를 알게 된 그녀는 전화를 끊고 바로 달려갔다....어느 허름한 아파트.덩치 큰 남자가 양손이 묶인 기여온을 안고 사정없이 침대 위로 내동댕이쳤다.기여온은 침대에 내던져진 채 힘겹게 몸을 일으켜 옆에 떨어져 있는 도화지를 집는 것을 잊지 않았다.비록 그림은 이미 찢어졌지만 기여온은 보물을 쥐듯이 꼭 쥐고 있었다.또 다른 깡마른 남자가 불평하듯 말했다.“살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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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2장

하지만 경연 말고 또 누가 있겠는가?“여온이를 잘 돌봐주지 못해서 미안해.”강자풍이 정중히 사과했다. 소만리는 그를 비난하지 않았다.강자풍이 여온이에게 다정하게 대해주었던 걸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이때 소만리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걸려온 전화는 낯선 번호였고 그녀는 망설이지 않고 단호하게 받았다.상대방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소만리 맞지? 당신 딸이 지금 내 손안에 있어. 만약 당신 딸이 무사하길 바란다면 40억을 준비해서 내가 지정한 계좌로 넣어. 구체적인 시간은 나중에 알려 줄게.”납치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소만리는 더욱 냉정함을 유지했다.“소만리, 듣고 있어?”상대방은 소만리가 못 들은 줄 알고 다시 재촉하듯 말했다.“당신 딸이 내 손에 있다는 걸 못 믿는 거야? 그럼 내가 지금 엄마인 당신하고 얘기 좀 할 수 있게 해 주지.”납치범의 이 말이 떨어지자 소만리의 가슴이 타들어가는 듯 아파왔다.그녀의 딸 여온은 말을 할 줄 모른다.“꼬마야, 빨리 엄마라고 불러! 어서!”남자는 흉악스럽게 명령했다. 그러나 기여온은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고 남자는 더 화를 내며 폭력적으로 기여온에게 말을 걸려고 했다.소만리도 이를 예감하고 급히 입을 열었다.“내 딸이 당신한테 있다는 거 믿을게! 내 딸 건드리지 마. 큰소리도 치지 마. 내가 돈 준비할게.”납치범들은 소만리가 이렇게 시원시원하게 나오자 오히려 의심을 했다.“목소리도 안 들어보고 내 말을 믿는 거야?”“그래. 믿어.”소만리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가슴 가시덤불 속에 갇힌 것처럼 사방에서 아픔이 밀려왔다.“내 딸한테 말하라고 강요하지 마. 내 딸은 말을 할 줄 몰라.”“뭐? 그럼 벙어리야?”납치범은 놀라움에 피식 웃었다.소만리는 눈빛이 굳어지며 날카로운 말투로 거칠게 말했다.“내가 방금 한 말 기억해. 만약 내 딸 머리카락 한 올이라도 건드린다면 반드시 너희들에게 두 배로 갚아줄 거니까. 그때가 되면 돈은 물론 너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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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3장

소만리는 납치범에게 걸려온 전화인 줄 알았는데 낯선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소만리, 당신 벙어리 딸 못 찾아서 걱정이지?”앞서 걸어가던 소만리의 발걸음이 잠시 멈칫하며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당신 누구야?”“내가 누군지 알 필요는 없고, 당신 벙어리 딸이 곧 당신 부모님 곁으로 갈 거라는 것만 알면 돼.”여자는 비꼬는 말투로 이 말만 하고 더 이상 아무 말도 남기지 않은 채 전화를 끊었다.기모진은 차에 올라타 소만리가 멀찌감치 서 있는 것을 보고 다시 차에서 내려 그녀 앞으로 다가갔다.“소만리, 당신 기란군 데리고 집에 있어. 난 여온이 찾아올게.”소만리는 정신을 번쩍 차리고 기모진의 손을 덥석 잡았다.“모진.”“걱정하지 마.”기모진은 소만리의 눈에 어린 걱정을 읽고 그녀를 달래며 가늘고 긴 눈에 깊은 애정과 애틋함을 가득 담아 말했다.“날 믿어. 내가 꼭 우리 귀한 딸 무사히 집으로 데려올게.”우리 귀한 딸.소만리의 눈가가 뜨거워졌다. 기여온을 아끼는 기모진의 마음이 절절하게 느껴졌다.“그래, 당신이 우리 딸 집에 데려올 때까지 기다릴게.”그녀는 더 이상 말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응.”기모진은 소만리의 머리를 애처롭게 만지작거리다가 차를 몰고 떠났다.소만리는 집으로 돌아와 여온의 안위를 걱정하고 있었는데 방금 걸려온 전화가 너무 마음에 걸렸다.이 여자의 목소리는 매우 낯설었다. 소만리가 여태까지 들어본 적 없는 목소리였다.말투로 보아 소만리를 아주 싫어하는 분위기였다.소만리는 서둘러 이 전화번호를 조사해 보았더니 해외에서 온 전화였다.그녀는 힘없이 소파에 앉아 있었는데 끝없는 번뇌와 알 수 없는 어둠이 그녀를 옥죄어 오는 것 같았다.“엄마.”소만리는 기란군이 갑자기 자신을 부르는 것을 들었다.그녀가 눈을 들어보니 아이가 따뜻한 물 한 잔을 들고 그녀에게 건네는 것이었다.“엄마, 물 좀 마셔요. 걱정하지 마세요. 기란군이 같이 있어 줄게요.”소만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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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4장

경연은 소만리가 다가오는 것을 보고 차에서 내려 소만리에게 조수석 문을 열어 주었다.“차에 타.”소만리는 지금 기여온에게 온 마음이 쏠려 있어 경연과 옥신각신할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무슨 일로 날 찾아왔어?”“기모진의 몸속 독소를 제거하는 시약 갖고 싶지 않아?”소만리는 눈을 들어 의심 가득한 눈빛으로 차분한 표정을 하고 남자를 바라보았다.“타라니까.”“당신 차 타지 않을 거야.”소만리는 단호하게 거절했다.“정말 시약이 있어도 나한테 쉽게 주지 않을 거잖아. 경연, 다시는 당신을 믿지 않을 거야.”소만리는 차갑게 돌아섰다.“만약 당신이 포기한다면 기모진이 당신 눈앞에서 죽는 것을 직접 보고 싶다는 것을 의미해. 독소에 중독된 사람이 죽기 전에 어떤 모습인지 알아?”“신경이 경색되고 피부가 썩어 가지. 마지막 죽기 전까지 아무도 모른 채 사는 게 죽느니만 못한 삶을 살게 되지.”경연의 이런 표현에 소만리의 두 손이 떨리기 시작했다.그녀는 주먹을 홱 쥐고 돌아서서 곧장 경연의 앞으로 달려가 그의 멱살을 잡았다.“그 사람에게 정말 그런 날이 온다고 해도 난 그 사람을 떠나지 않을 거야. 지금 나와 기모진 사이를 이간질시키려고 하는 거잖아? 경연, 당신 뜻대로 안 돼!”경연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소만리가 자신의 멱살을 잡도록 내버려 두었다.“소만리, 생각해 봐. 정말 그런 날이 와도 당신 지금 그 결정 후회하지 않을 자신 있어?”그의 말이 떨어지자 멱살을 잡고 있던 소만리의 두 손에 힘이 점점 빠지기 시작했다.그녀는 기모진이 언젠가 죽기보다 더 힘든 고통과 괴로움을 겪을 것이라고 감히 상상조차 하기 싫었다.경연을 증오하는 소만리의 눈빛이 점차 진정되었다.“이혼 합의서 처리하려던 그날 사고가 났고 퇴원 후 언론에 폭로되었고 그로 인해 당신은 어쩔 수 없이 호텔에 묵게 되었고 일용품을 가져다 달라고 나를 속인 것, 이 모든 것이 사실은 당신 계획이었지?”경연은 소만리의 묻는 말에 담담한 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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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5장

기모진의 말이 울리자마자 기모진은 칼집에서 튀어나온 칼날처럼 남자를 향해 쏜살같이 돌진했다.남자는 비록 몸집이 우람했지만 엄청난 기세로 달려오는 기모진을 보고 손에 들고 있던 도시락 봉지를 버리고 돌아서서 뒤로 달려가면서 동시에 전화를 걸었다.“들켰어! 빨리 꼬맹이 데리고 도망가! 정 안 되겠으면 죽여 버려!”죽여 버려!이 말이 기모진의 귀에 들어왔다. 그는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그는 바로 달려가 한 발을 들어 그 남자의 등 뒤를 매섭게 걷어찼다.남자가 꽥꽥 소리를 지르며 땅바닥에 심하게 넘어졌다.그러나 그는 다시 재빨리 일어나 계속 앞으로 뛰려고 했을 때 바로 앞에 갑자기 한 사람이 나타났고 미처 피하지 못한 순간 앞에 있던 사람에게 발길질을 당했고 육중한 몸은 기모진 앞에 널브러졌다.그는 다시 일어나려다 가슴 갈비뼈가 부러진 듯 얼굴이 창백해졌고 몸을 펴지 못하고 괴로워했다.기모진은 갑자기 눈앞에 나타난 강자풍을 의아해하며 바라보았다.그러자 강자풍은 아빠인 기모진보다 더 흉악하게 달려들어 땀투성이가 된 남자를 잡아당겼다.“말해! 여자아이 어디로 데려갔어! 지금 어딨냐고!”“당신이 이놈을 때려서 말을 못 하게 되버렸군.”기모진은 성큼성큼 걸어가며 미간을 찌푸렸다. 그때 갑자기 타이어 마찰음이 날카롭게 들렸다.기모진과 강자풍이 동시에 눈을 들어보니 검은색 승용차 한 대가 빠르게 후진했고 뒤따라 핸들을 꺾고 곧장 도로로 돌진했다.기모진과 강자풍은 동시에 뭔가 일이 잘못되어 간다는 걸 느꼈다.그 차가 그들의 눈앞을 지나가는 순간 그들은 동시에 뒷좌석 차창을 보았다.기여온은 그 순수하고 천진난만한 얼굴을 내밀었다.꼬마는 입을 열지 못하고 묶인 두 손으로 끊임없이 차창을 두드렸다.기모진과 강자풍이 이 모습을 보고 두 사람은 약속이나 한 듯 초조함과 안타까움이 가득 담긴 목소리로 외쳤다.“여온아!”차체가 심하게 한 번 흔들렸지만 그들은 모두 기여온의 눈에 무력하고 갈망하는 눈빛을 잊을 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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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6장

꿰뚫어보는 듯한 기모진의 눈동자가 강자풍의 얼굴을 훑고 지나갔다.“강자풍, 내가 왜 이런 모습으로 변했는지 알아?”강자풍은 기모진이 이 말을 할 때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회색 머리카락, 호박색 눈동자의 기모진을 보니 이전 그의 모습과 달라져도 너무나 많이 달라진 모습이었다.기모진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 채 강자풍이 멍하니 있으니 곧이어 기모진은 불만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너의 누나 강연이 만성 독소를 이용해서 날 이 꼴로 만들었어.”“뭐?”강자풍은 너무 놀라 되물었다.“강연은 당신을 좋아하지 않았어? 어떻게 당신한테 이런 짓을 할 수가 있어?”“허.”기모진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그런 여자가 나를 진심으로 좋아할 수 있을 것 같아? 이 세상에서 오직 소만리만이 나를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해.”“...”강자풍은 잠시 할 말을 잃었다. 자신에게 왜 강연 같은 누나가 있는지 더욱 혐오스러웠다.차 안의 분위기는 잠시 침묵에 빠졌고 잠시 후 강자풍은 어색한 분위기를 참지 못하고 말했다.“기모진, 당신 방향 잘못 잡은 거 아니야? 왜 아직도 그 차가 발견되지 않는 거야?”기모진은 당황하지 않고 담담하게 말했다.“그 골목을 나오면 두 개의 갈림길이 나오지. 하나는 시내로 하나는 교외로. 난 그 납치범이 이런 퇴근 시간에 차가 막히는 길을 택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강자풍이 듣기에 꽤나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지만 이렇게 오랫동안 달려왔는데도 그 차가 발견되지 않자 여전히 기모진의 판단이 잘못된 것은 아닐까 의심이 들었다.바로 그 순간, 바로 앞쪽에서 ‘펑'하는 소리가 들렸다.“큰일 났어! 설마 그놈들 차가 사고 난 건 아니겠지!”강자풍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기모진은 액셀을 세차게 밟아 앞으로 달려갔다.1킬로미터쯤 전진한 후에 그는 검은 차가 길가 나무에 부딪혀 차 앞 범퍼 전체가 움푹 들어간 것을 보았다.그런데 그 깡마른 남자는 발을 다친 듯 절뚝절뚝 걸어 나오며 뒷좌석으로 가서 기여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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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7장

미친 듯한 남자의 행동은 기모진과 강자풍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것이었다.차는 순식간에 불길에 휩싸였고 기모진과 강자풍은 동시에 여온을 향해 성큼성큼 달려갔다.기모진의 마음은 마치 만 미터 상공에 매달려 자신 때문에 차디찬 바닥으로 떨어진 아이를 바라보는 것 같았다.그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불과 십여 미터 떨어진 산과 물을 사이에 둔 것 같은 느낌이었다.기모진이 빠른 걸음으로 달려가는데 차가 갑자기 격렬한 폭발음을 내었다.“여온아!”강자풍이 절규하듯 외쳤다. 기여온의 작은 몸은 폭발하는 기류에 의해 튕겨졌고 기모진의 두 눈은 찢어질 듯 부릅떴다.그는 날아오르듯 달려가 땅에 떨어지려는 기여온을 가까스로 받았다.“여온아!”기모진은 아이를 품에 겨우 안았다.“여온아! 여온아!”어린 녀석은 힘없이 동그랗고 큰 눈을 깜빡거리더니 눈앞의 남자를 바라보며 작은 입을 움직이고 뭐라고 말하려는 듯했다.아빠.비록 작은 입에서는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지만 기모진은 기여온이 아빠라고 부르는 것을 볼 수 있었다.“여온아! 여온아!”기모진은 가슴이 뛰며 황급히 아이를 안았지만 아이의 등 뒤에 손이 닿자마자 끈적거리는 느낌이 들어 손을 들어보니 선홍색 핏빛이 그의 눈을 붉게 물들였다.“여온아!”기모진의 눈에서 눈물이 봇물 터지듯 흘러나왔다.강자풍도 급히 달려와 이 광경은 보고 눈시울을 붉혔다.“여온아! 아무 일 없을 거야! 오빠랑 약속했잖아. 커서 오빠 여자친구 되겠다고. 여온아!”기모진은 강자풍이 지금 한 말을 따질 여유가 없었고 그저 낮은 목소리로 명령했다.“넌 가서 차를 가져와. 빨리!”그는 초조하고 불안하게 고함을 지르며 품에 안겨 얼굴이 점차 창백해지는 어린 공주를 보며 가슴이 타들어가는 듯했다.여온아, 아빠의 작은 공주님. 아빠가 잘못했어.아무 일 없을 거야. 아빠한테 잘못을 뉘우칠 기회를 줘....날이 점점 어두워졌고 소만리는 경연의 차에 앉아 핸드폰을 들고 기모진의 소식을 기다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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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8장

소만리는 천천히 눈을 떴고 깨어나 보니 주위는 칠흑같이 어두웠다. 유일한 빛은 자동차 불빛뿐이었다.차 문을 열자 경연이 문밖에 서 있었다.“도착했어. 내려.”소만리는 주위를 둘러보며 경계한 후 차에서 내렸다.경연이 앞장서서 길을 안내하였고 소만리가 그 뒤를 따랐다. 그녀가 주위를 살펴보니 온통 검은색뿐이었고 마치 거대한 천으로 세상을 뒤덮어 놓은 것 같았다.두 사람의 엇갈리는 발걸음 소리 외에는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몇십 미터를 걸었더니 앞쪽에 점차 희미한 빛이 새어 나오는 것이 보였다.문 앞에서 걸음을 멈춘 경연은 눈동자로 잠금을 해제한 뒤 문을 열어 뒤따라오는 소만리에게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먼저 옛 친구를 만나 보기로 하지.”경연의 말이 떨어지면서 소만리의 눈에 한 줄기 그림자가 나타났다.그녀의 시선에 포착된 것은 그녀가 생명의 은인으로 여겼던 그 남자였다.“남사택?!”소만리는 너무도 뜻밖이었지만 눈앞에 있는 것이 바로 남사택이라고 확신했다!그녀가 빠른 걸음으로 남사택을 향해 걸어가려고 할 때 그녀 앞에 뭔가 투명한 벽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소만리는 주먹을 들어 벽을 힘껏 두드렸다.실험을 하고 있던 그는 소리를 듣고 뒤를 돌아보았다.소만리를 본 남사택은 의외로 별로 놀라지도 않고 검은 뿔테안경을 살짝 들어올리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소만리, 오랜만이야.”소만리는 맹렬하게 투명한 벽을 쾅쾅 내리치며 날카로운 눈빛으로 쏘아보았다.“남사택, 당신이 뭘 하고 있는지 알아! 당신은 의사야! 의사의 사명은 사람을 구하는 것이지 해치는 게 아니야!”소만리의 감정이 격해진 것은 다시 돌아가지 못할 씻을 수 없는 고통을 겪고 있는 기모진이 생각났기 때문이었다.그러나 남사택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입을 열었다.“당신이 틀렸어. 난 의사로서 한 게 아니야.”“남사택!”“그때 난 당신을 구한 것이 아니라 당신 몸으로 내가 하고 싶은 실험을 했을 뿐이야.”남사택은 소만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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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9장

눈앞에 해독제를 본 소만리는 기모진을 생각했다.그녀는 기모진이 경연의 비열한 요구에 타협하는 걸 원치 않으리라는 것을 잘 안다.그러나 그가 극심한 고통에 치를 떨며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다는 것은 더 잘 안다.소만리는 주먹을 불끈 쥐었고 승리를 거머쥐었다는 확신에 가득 찬 경연의 얼굴을 굳은 표정으로 바라보았다.“경연, 당신이 요구할 수는 있어. 그렇지만 얼토당토않는 요구라면 난 당신과 타협하지 않을 거야.”경연은 소만리에게 다가가 손에 든 해독제를 들어 보이며 말했다.“아마도 당신은 거절할 이유가 없을 거야. 기모진이 괴로워하는 걸 원하지 않을 테니까. 당신은 승낙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지가 없어.”...병원.기모진은 초조하게 복도를 왔다 갔다 하였고 특유의 침착함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그의 손에는 아직 씻지 못한 여온의 피가 남아 있었다.기모진은 눈을 감고 심호흡을 했다. 그동안 기여온은 자신에게 다가오려고 노력했고 자신을 아빠라고 부르고 싶어 했지만 그가 외면했다.이런 그의 행동이 얼마나 아이의 마음을 아프게 했을까.여온은 정신을 잃기 직전까지도 아빠라고 부르려고 했었다.비록 그는 아직도 아이의 목소리를 듣지 못했지만 그 입모양은 분명히 아빠라고 부르고 있었다.아빠.그의 어린 공주가 그를 아빠라고 불렀다.기모진의 마음속에 수많은 유리 파편이 흩어져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아파왔다.강자풍도 지금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그는 당시 기여온과 기란군을 데리고 유치원을 떠난 것을 너무나 후회하고 있었다.자신을 자책하고 있을 때 기모진이 갑자기 그에게 달려들어 멱살을 잡았다.기모진은 노발대발하며 이마에 핏줄이 솟아올라 얼음처럼 차가운 눈빛을 하고 강자풍을 꾸짖었다.“강자풍, 당신 뭐하러 우리 딸한테 찾아온 거야! 왜 유치원에서 데리고 나왔어! 데리고 나왔으면 잘 돌봤어야지!”강자풍은 조금도 피하지 않고 똑바로 서서 기모진이 하는 원망을 다 듣고 있었다.“여온이 잘 돌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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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0장

하지만 지금 기모진의 감정이 너무나 혼란스러웠다.기여온의 안위가 불분명하였고 아빠로서 이런 방식으로 마음속의 불만과 불안을 떨쳐낼 수밖에 없었다.이때 수술실 불이 꺼졌다.기모진은 급히 일어나 의료진에게 성큼성큼 다가갔다.“선생님, 내 딸 어떻습니까? 피를 많이 흘렸는데 어디를 다친 겁니까? 내 딸 생명에 지장은 없는 거지요?”그는 횡설수설하며 물었고 눈에는 온통 초조하고 혼란스러운 빛이 가득했다.“아이는 등 뒤에서 쇳조각이 피부를 베고 들어와서 피를 많이 흘려 응급 상황이었지만 다행히 제때 병원으로 이송되어 생명에는 지장이 없습니다.”의사는 눈썹을 찡그리며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그러나 아이의 뇌에 심한 충격이 가해졌었기 때문에 구체적인 상태는 깨어나야 추가 관찰을 통해 알 수 있어요.”이 말을 듣고 기모진은 자신을 한 대 세게 때리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만약 그가 그때 다가가던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면 아이가 멍하니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지 않았을 것이다.그가 빨리 달려가 자신에게 달려오는 작은 아이를 얼른 안아주었다면 그녀는 폭발하는 기류에 다치지 않을 수 있었을 것이다.모두 그의 잘못이다.이 빌어먹을 아빠.아이에게 아빠로서 사랑을 준 적도 없으면서 오히려 아이를 이런 위험에 빠뜨리고 있는 것이다.기모진은 VIP 병동에 가서 잠에서 깨지 않는 작은 인형 같은 얼굴을 보고 자기 자신이 한없이 원망스러웠다.그는 자신이 오래 살지도 못하니 이 아이를 만나지 않는 편이 아이에게 고통을 덜어주는 일이라고 줄곧 생각했다.그러나 그 어린 마음은 아빠의 사랑과 따뜻함이 절실하게 필요했음을 기모진은 간과했다.“여온아, 아빠가 잘못했어. 일어나면 아빠가 꼭 사과할게.”기모진은 기여온의 차갑고 작은 손을 잡고 입술에 갖다 대었다.얼굴이 창백한 아이를 보니 기모진은 도저히 소만리에게 전화를 걸 용기가 나지 않았다.그는 아이를 무사히 집으로 데려오겠다고 약속했지만 그들의 어린 공주는 의식을 잃은 채 병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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