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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황제가 사랑한 여인: Chapter 1141 - Chapter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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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1장

예선의 얼굴빛이 많이 어두워 보여서 소만리는 처음으로 예선의 얼굴에서 자신의 처지를 비꼬는 듯한 쓸쓸한 표정을 보았다.소만리도 부모님을 생각했다. 처음에 그녀 역시도 부모님에게 많은 상처를 받았었다.그러나 결국 피는 물보다 진했다. 사화정과 모현은 정말 마음 아파했고 후회했다. 그러나 지금 그들은 이미 그녀를 떠나버렸다.엄마 아빠.소만리는 자신도 모르게 눈시울을 붉히며 돌아가신 두 분을 떠올렸다.눈을 들어 소만리의 눈시울이 붉어진 모습을 본 예선은 이내 사화정과 모현을 떠올렸고 그녀는 얼른 화제를 돌렸다.“소만리, 우리 그런 슬픈 생각하지 말자. 너 경연이 생일선물 사야 한다고 하지 않았어? 그 명품숍에 가서 골라 봐. 나도 소군연 선배한테 선물 하나 사 주려던 참이야.”소만리는 정신을 차리고 예선에게 진지하게 말했다.“예선아, 사실 모든 엄마들은 자기 아이를 많이 사랑해.”“소만리, 네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다 알아. 내 부모가 날 사랑했으면 좋겠지만 그들은 그때 그럴 수가 없었던 거야. 지금 나한테 이렇게 뭘 사주려고 하는 건 단지 그들 마음 편하려고 그러는 거야. 난 이런 거 원하지 않아.”예선의 태도는 매우 강경했다. 아마도 그때 당시 부모님한테 받은 상처가 너무 깊었던 탓일 것이다.소만리도 지금은 그녀에게 충고하기 쉽지 않다는 걸 알고 더 이상 말하지 않았지만 예선의 부모가 그녀에게 무슨 짓을 했길래 그녀가 이렇게 툭 털어놓지 못하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예선은 소만리의 손을 잡고 명품 코너로 들어갔다.“그런데 소만리, 경연한테 선물하면 기모진이 질투하지 않아?”소만리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질투하지 않을 거야. 나 이미 기모진한테 얘기했어.”“모진, 모진. 아주 다정하게 입에 짝짝 붙는구나. 소만리 드디어 너한테도 이런 달달한 시간이 왔어.”예선이 놀리며 웃었다.고진감래.소만리도 정말 고생 끝에 낙이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그러나 그녀는 기모진이 휴지 뭉치를 숨기던 행동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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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2장

영내문은 한가롭게 앉아 직원에게 신발을 신겨달라고 했다.예선은 결코 영내문과 입씨름을 하고 싶지 않아 돌아서려 했지만 영내문이 시비를 걸어왔다.“예선, 가는 거예요? 여기 물건이 너무 비싸서 못 사는 거예요? 괜찮아요. 난 소군연 오빠랑 어릴 적부터 친구니까 혹시 돈이 부족해 못 사는 거면 내가 빌려줄 수 있어요. 자꾸 짝퉁이나 사고 그러지 말아요. 들통나면 창피하잖아요.”영내문의 얼굴에 도도한 우월감이 넘실대고 있었고 일부러 손목의 주얼리를 만지작거리며 말했다.잠자코 자신을 보고 있는 예선을 보고는 영내문은 더 도도한 태도로 말했다.“이 팔찌 예쁘지 않아요? 당연히 예쁘겠죠. 몇천만 원짜린데. MissLady에서 나온 2년 전에 절판된 디자인이에요. 이젠 돈이 있어도 못 사죠.”영내문이 자랑스러운 듯 말하는 표정을 보고 예선은 미소 지으며 주얼리를 칭찬했다.“ML 한정판이구나, 어쩐지 예쁘더라고요.”영내문은 더욱 거드름을 피우며 신발을 신고 일어선 뒤 일부러 예선에게 다가갔다. 예선이 물었다.“영내문, 무슨 할 말이라도 있어요?”영내문은 매장 안의 다른 고객과 점원을 한 번 쓱 보고 일부러 목소리를 약간 높여 말했다.“예선, 군연 오빠 집안 재력에 눈독 들이고 있다는 걸 알아. 당신처럼 허영심 많은 여자는 너무 많아. 사람은 자기 분수를 알아야지.”그녀는 안하무인으로 두 눈을 들어 예선을 한 번 훑어보았다.“당신 좀 봐. 몸에 명품이라고는 하나도 없는데 어떻게 군연 오빠랑 어울릴 수 있겠어? 예전에 군연 오빠 집에선 내가 다 까발리기가 미안했지만 정말 당신한테 일깨워주고 싶었어. 돈이 없으면 굳이 있는 척 포장하지 마. 명품을 살 수 없으면 굳이 짝퉁을 사서 본인의 품위를 떨어뜨리는 짓도 하지 마. 예선, 짝퉁 걸치고 다니다 들통나면 얼마나 부끄러운지 당신 몰라?”영내문은 말을 마치고 거만하게 눈을 번뜩거렸다.소만리는 여기까지 말을 듣고는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어서 영내문을 향해 걸어갔다.“영내문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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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3장

영내문의 얼굴빛이 순간 홀로그램처럼 붉고 푸른빛이 뒤섞이며 어쩔 줄 몰라 했다.영내문은 소만리를 보고도 믿을 수 없었고 왜 그녀가 그렇게 단호하게 분명히 말할 수 있었는지 알게 되었다.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놀라워하며 경의로운 시선이 소만리에게 쏟아졌다.“알고 보니 그녀가 ML 수석 디자이너였구나. 그런데 이렇게 예쁘기까지 하니 디자인한 주얼리가 안 예쁠 수가 없지.”“그동안 이 브랜드의 주얼리 많이 샀는데 디자인이 정말 특이하고 예뻐.”“그때 자주 샀었는데 디자이너가 바뀌면서 잘 안 샀어.”이 말을 들은 예선은 소만리를 매우 자랑스러워했다.소만리는 좀 쑥스러웠다.“예선아, 목소리 좀 낮춰.”예선은 어깨를 으쓱하더니 어쩔 수 없다는 듯 영내문을 바라보았다.“...”영내문은 입꼬리를 일그러뜨리며 자신의 체면이 서지 않는 듯 얼른 입을 열었다.“당신이 ML 수석 디자이너면 어쩌라고? 그러면 내 명예를 비방해도 되는 거야? 우리 아빠는 경도에서 유명한 사업가이고 집에 돈이 넘쳐나는데 내가 가짜를 쓴다고? 당신이 예선을 도와주려고 일부러 날 모함하는 거잖아!”그녀는 애처로운 척하며 보는 사람들을 자극했다.“소만리, 그래요. 좋아. 디자이너니까 이거 잘 봐. 내 팔찌에는 번호가 정해져 있어! 나 유명한 사업가 집안 외동딸이야! 내가 가짜를 왜 해!”소만리는 담담한 태도로 말했다.“당신이 가짜를 하든 말든 내가 알 바 아니고 알고 싶지도 않지만 한 가지 당신한테 말하고 싶은 건 바로 번호가 있기 때문에 이 팔찌가 가짜라는 거야. 소위 번호라는 것은 모두 위조품을 파는 사람이 만든 거야. 정품 팔찌는 번호가 있는 게 하나도 없어. 만약 당신이 믿지 못하겠다면 내가 당신한테 적절한 정보를 제공해 줄 수도 있어.”“뭐...”소만리의 말을 듣자 영내문의 얼굴은 무너져 버릴 것 같았다.그녀는 이를 악물었지만 대답할 말이 없었다.예선도 아무 말없이 영내문을 향해 어깨를 으쓱하며 웃기만 했다.영내문은 답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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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4장

그녀는 모조품을 착용한 것이 들통난 상황에서 지금 수표를 끊지 못하면 체면이 더 말이 아니게 된다.하지만 요즘 지출이 너무 많아서 수표가 이미 한도액 초과라 이 주얼리를 살 여력이 없었다.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두 이 부잣집 외동딸의 수표를 보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것을 보고 영내문의 얼굴은 점점 난처해졌고 그녀는 가방에서 자신의 명함을 꺼내었다.“내일 여기로 날 찾으러 와. 오늘은 수표를 가지고 오지 않았어!”그녀는 말을 마치자마자 얼굴을 붉히며 가방을 들고나가다가 예선과 소만리 앞을 지날 때 매섭게 노려보며 말했다.“두고 봐!”영내문이 떠나자 소만리와 예선은 속이 다 후련했다.지금 영내문의 모습은 소군연 선배 집에서 보았던 모습과는 완전히 딴판이었다.“예선아, 너 소군연 선배 꽉 잡아. 저 영내문이란 여자 보통이 아냐.”소만리는 걱정이 되어서 예선에게 귀띔을 했고 방금 영내문이 한 행동을 보고 완전히 간파할 수 있었다.“보니까 영내문은 팔찌가 가짜라는 걸 분명히 알고 있었어.”“나도 봤어. 영내문의 그 표정.”예선은 회상하며 말했다.“처음 영내문을 만났을 때 그 여자가 입었던 원피스와 소군연 선배 엄마에게 선물한 브로치는 모두 가짜였는데 소군연의 엄마는 영내문이 배려심이 많다며 자랑했었어.”예선은 웃으며 말을 이었다.“자기가 가짜라는 걸 알면서도 다른 사람을 헐뜯는 저런 사람을 정말 난 이해할 수가 없어. 그것도 유명한 사업가 외동딸이라면서.”소만리도 당연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이 세상에는 온갖 이상 해괴한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소만영, 강연 모두 보기 드문 이상 해괴한 인물들이었다.그들의 공통점은 원하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이었다.소만리는 결국 경연에게 줄 선물을 고르지 못했고 예선은 소군연과 함께 입으려고 커플 캐주얼 평상복 두 벌을 샀다.로맨스의 달콤한 미소가 맴도는 예선의 얼굴을 보며 소만리도 커플룩을 사고 싶은 충동을 느꼈지만 달콤한 로맨스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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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5장

소만리는 멍하니 휴지에 묻은 검붉은 핏자국을 보고 있었다.머릿속은 순간적으로 산소가 부족한 듯 어지러웠고 눈앞은 검은 안개로 뒤덮이는 듯 캄캄해졌다.그녀는 아무것도 볼 수 없었고 다만 끝없는 어둠만이 그녀의 호흡과 지각을 삼켜버리는 것 같았다.그의 병은 낫지 않았고 몸속의 독소도 아직 깨끗이 제거되지 않았던 것이다.그는 그녀를 속였다.“소만리.”멀리서 기모진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소만리는 갑자기 정신을 차렸다.차가워진 손발을 가다듬고 휴지를 주머니에 숨긴 채 눈가의 눈물을 빠르게 훔쳐내며 애써 웃음 짓도록 스스로를 다그친 후 아래층으로 내려갔다.그녀는 자신이 고른 흰색 티셔츠를 입고 있는 기모진을 보았다. 맞춘 것처럼 꼭 맞았다.그는 그녀에게 다가가 미소를 지으며 입꼬리에 아치를 그렸다.“어때? 괜찮아?”소만리는 눈앞에 있는 남자를 사랑스럽게 바라보았다.그의 옅은 미소는 마치 오래전 그를 처음 만났던 때로 그녀를 돌려놓는 것 같았다.세월이 흐른 지금도 그의 얼굴에는 풋풋한 소년미가 남아 있다.소만리는 눈가가 떨려오는 걸 참지 못하고 기모진의 품에 안겨 그의 허리를 덥석 껴안았다.기모진은 소만리가 왜 갑자기 자신을 안았는지 몰랐지만 본능적으로 손을 들어 그녀를 꼭 껴안았다.“왜 그래, 응?”“날 떠나지 마.”소만리는 걷잡을 수 없는 감정을 겨우 억누르며 속삭였다.기모진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지만 자신을 향한 소만리의 사랑과 애틋함을 느끼며 다정하게 웃으며 손을 들어 그녀의 머리를 어루만졌다.“다시는 당신을 떠나지 않을 거야.”그는 약속했지만 눈빛은 점점 쓸쓸해졌다.“무슨 일이 있어도 당신과 함께할 거야.”내 목숨이 카운트다운을 시작한다 해도 다시는 당신을 놓지 않을 거야.기모진은 마지막 이 말을 소리 없이 마음속에 간직했다....소만리는 조심스럽게 화학 실험실로 가서 그 휴지 뭉치를 실험사에게 건네주었다.반년 전에도 소만리에게 피 묻은 휴지를 의뢰받은 적이 있었던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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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6장

넓은 강가에 검은 양복을 입은 경연이 강물을 향해 조용히 서 있는 모습은 여전히 깊은 정취가 묻어나고 우아했다.소만리는 기모진을 차에서 기다리게 하고 케이크를 들고 혼자 경연의 뒤로 걸어갔다.“경연, 나 왔어요. 다리 다 나았어요?”경연은 소만리의 목소리를 듣고 천천히 몸을 돌렸다.석양빛이 비말처럼 경연의 등 뒤로 부서졌고 그의 잘생긴 얼굴에는 소만리가 전에 볼 수 없었던 차갑고 서늘한 기운이 서려 있었지만 그는 소만리를 향해 온화한 미소를 지었다.“생일 축하해요.”소만리가 케이크를 건넸다.“내가 어떤 값비싼 선물을 준비하더라도 당신한테는 필요 없을 것 같아서 내가 직접 케이크를 만들었어요.”“고마워요. 잘 먹을게요.”경연은 케이크를 받아들고 고마운 마음으로 케이크를 보았다.“내가 촛불을 붙여 소원을 빌 수 있게 좀 열어 줄 수 있어요?”“그럼요.”소만리는 케이크 상자를 열고 가늘고 긴 초를 꺼내 케이크에 꽂았다.그러나 불을 붙일 만한 것이 없어서 경연의 주머니에서 라이터를 꺼내 촛불을 켰다.석양이 물러간 해 질 무렵 촛불이 옅은 강바람에 흔들렸다.기모진은 멀지 않은 곳에서 차에 앉아 강변에 있는 두 사람의 모습을 바라보았고 그윽한 눈동자는 날카롭게 경연을 노려보았다.점점 더 서늘한 기운이 그의 두 눈을 가득 채웠다.소만리는 기모진이 차에서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 신경 쓰였고 이 남자를 오래 기다리게 하고 싶지 않았다.경연이 소원을 빌고 촛불을 끈 후 서명한 이혼 합의서를 그녀에게 주면 그녀는 곧장 돌아가려고 했다.그녀와 경연의 관계는 이것으로 종지부를 찍어야 했다.경연은 생각에 잠긴 듯한 소만리를 바라보며 입가에 의미심장한 미소를 띠었다.“소만리, 내가 무슨 소원 빌었는지 알아요?”경연이 물었다. 소만리는 당연히 알지 못했고 알고 싶지도 않은 듯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당신이 무슨 소원을 빌었든 꼭 이루어지길 바래요.”경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한층 더 의미심장한 미소를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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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7장

소만리는 경연에게 강제로 안기는 순간 몸부림을 치다가 경연이 자신에게 키스하려 하자 황급히 고개를 숙여 피했다.“경연, 당신 왜 그래요! 놔줘요!”소만리가 있는 힘껏 빠져나갔지만 경연은 갑자기 소만리의 뒷머리를 잡아당겨 그녀를 다시 그와 마주 보게 했다.지금 그의 싸늘한 눈빛은 분명 이전의 온화함과는 정반대였다.“경연?”소만리는 갑자기 눈앞에 있는 이 남자가 낯설다고 느꼈다.경연은 옅은 미소를 띠며 말했다.“소만리, 그거 알아? 당신이 내 최고의 생일선물이라는 거.”“...”소만리는 경연의 말뜻을 듣고 갑자기 눈빛에 날카로운 날을 세웠다.그녀도 더 이상 이런 그와 타협을 할 수가 없었다.힘을 다해 저항하려는데 뒤에서 갑자기 돌풍이 불어오는 듯 낯익은 손바닥이 그녀의 어깨를 꼭 끌어안고 경연의 품에서 끌어냈다.소만리는 기모진의 품에 안기는 동시에 차가운 기운을 가득 담은 남자의 얼굴이 자신의 역린을 건드린 사탄을 만난 듯 경연의 멱살을 움켜쥐고 조금도 망설임 없이 경연의 얼굴을 향해 한 방 세게 날리는 것을 보았다.“경연! 소만리 건드리지 마!”기모진의 말투는 추운 겨울바람처럼 매서웠고 눈빛은 매의 그것보다 더 날카로웠다.지금까지 본 적 없는 독하고 살벌한 것이었다.한 대 제대로 얻어맞은 경연은 얼굴을 찌푸리고 손을 들어 입가에 묻은 핏자국을 가볍게 털어내고는 아무렇지도 않게 여전히 웃으며 얼굴을 들어 올렸다.그는 머리끝까지 화가 치밀어 폭발하려는 기모진을 바라보았다.“기모진, 소만리는 내 아내야.”경연이 가볍게 이 말을 내뱉었다.경연의 말은 마치 기모진의 마음을 폭발시키는 탄약과도 같았고 기모진은 다시 경연의 멱살을 잡았다.피에 굶주린 듯 눈동자는 더욱 살벌한 빛을 깊게 뿜어냈다.“소만리는 내 아내야!”기모진은 입술 사이로 지독하게 한 글자 한 글자 깨물듯 말했고 미간에는 서슬 퍼런 한기가 솟아올랐다.소만리가 경 부인이라는 칭호를 달고 있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럽고 불만스러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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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8장

”소만리, 경연이 이혼 번복했지?”소만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경연이 기모진 앞에서 한 말이 머릿속에서 맴돌았다.“게다가 나와 소만리는 이미 부부관계도 했었어.”그녀는 머리가 몹시 지끈거려서 갑자기 차 문을 열고 쓰레기통 옆으로 가서 손에 들고 있던 케이크를 집어던졌다.돌아서려는 순간 기모진이 이미 그녀에게 다가왔다.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두 팔 벌려 소만리를 끌어안았다.“경연이 무슨 말을 해도 당신에 대한 내 감정엔 아무 변함이 없어.”그는 소만리가 지금 무엇 때문에 마음이 심란한 것인지 다 알고 있었다.“나한테 맡겨. 내가 경연한테 가서 서명 받아 올게.”소만리가 고개를 번쩍 들었고 갈색 눈동자는 더욱 근심으로 가득 찼다.“모진, 절대 과격한 행동은 하면 안 돼. 당신한테 무슨 일 생기는 거 절대 보고 싶지 않아.”기모진은 소만리의 걱정스러운 마음을 이해했다.“바보, 당신과 더 오래 더 멀리 가기 위해서 난 절대 허튼짓 안 해.”“그런데 방금 당신 모습 너무 살벌했다는 거 알아?”“나한테 놀랐어?”기모진이 다정한 목소리로 웃으며 물었다.소만리는 고개를 끄덕였고 가을빛 눈동자는 진지함을 가득 담아 말했다.“당신이 나를 그렇게 미워할 때도 이렇게 사나운 눈빛을 한 적은 없었어.”기모진은 이 말을 듣고 가슴이 아팠지만 다시 한번 웃으며 말했다.“내가 당신을 놀라게 했구나. 미안해. 내가 지금 잘 위로해 줄게.”그는 고개를 숙여 그의 입술을 그녀의 입술에 살며시 가까이 다가갔고 애틋하게 키스했다.“소만리, 우리 이제 집에 가자.”“응, 집에 가자. 우리 집에 가자.”소만리는 기모진을 사랑스럽게 바라보았다. 기분이 한결 좋아졌고 바로 차에 올랐다.시간이 아직 조금 일러서 소만리는 기모진에게 기 씨 집으로 먼저 가보자고 했다.어제부터 오늘까지 꼬박 하루 동안 아이들을 보지 못해서 소만리는 아이들이 너무 보고 싶었다.문을 열고 들어서자 소만리는 기여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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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9장

아빠.이 두 글자는 기모진의 눈물에 흔들리며 그의 눈동자에 깊이 비쳐 가슴속까지 스며들었다.기여온은 미소만 지으며 열심히 그를 바라보면서 작은 손을 높이 들었다.그녀는 방금 직접 쓴 ‘아빠'라는 글자를 기모진이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다.이 여린 소녀가 그린 그림 속에는 그들 다섯 식구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하나뿐인 소녀는 키가 크고 잘생긴 남자의 손을 잡고 그를 올려다보고 아빠라고 외치고 있었다.그녀는 그를 아빠라고 불렀다. 마침내 그가 친아빠라는 것을 깨달은 것이었다.기여온은 말을 할 줄 모르면서도 아빠라고 부르고 싶은 마음을 그림에 절절하게 그려놓고 있었다.기모진은 목젖을 들썩이며 울고 싶은 충동을 억지로 억눌렀다.한껏 기대에 찬 기여온의 눈길을 보며 기모진은 휙 몸을 돌려 가버렸다.돌아서 회피하는 그의 행동을 보고 기여온의 인형 같은 얼굴에 미소가 점차 사라졌다.기대가 가득했던 큰 눈에는 쓸쓸함만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소만리는 기모진의 행동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그녀는 웅크리고 앉아 실망스런 표정을 하고 있는 기여온을 덥석 안았다.“여온아, 엄마의 예쁜 딸, 슬퍼하지 마.”소만리가 위로했지만 수많은 칼로 생채기가 난 것 같은 마음의 상처는 너무나 괴로웠다.어린아이가 정성껏 그린 그림을 보고 소만리는 이 조그만 아이도 이미 다 알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이 작은 아이는 이미 기모진이 그녀의 아빠라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기여온은 그와 마음의 벽을 넘지 못해 아빠라고 외쳐보지도 못하고 그림으로만 표현했다.하지만 이마저도 기모진은 외면해 버렸다.“엄마, 아빠 왜 그래? 여온이가 그림 잘 그렸는데 왜 눈길도 주지 않는 거야?”기란군이 다가와 의아한 듯 물었다.소만리는 황급히 설명했다.“아빠가 너무 기뻐서 약간 쑥스러운 것 같아.”그녀는 기모진을 대신해 변명했고 기여온의 손에서 그림을 받았다.“여온아, 엄마가 대신 아빠한테 줄까?”어둡던 기여온의 눈에 빛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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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0장

소만리의 말에 기모진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고 소만리는 미소만 지으며 그에게 그림을 건넸다.“당신이 이렇게 하는 이유가 있을 거라는 걸 알아. 당신이 이 두 글자를 얼마나 오랫동안 기다렸는지도 알고.”소만리가 건네준 그림을 보고 그림 위에 적힌 아빠라는 두 글자를 보았다.기모진의 감정이 다시 걷잡을 수 없이 요동치기 시작했다.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손을 내밀어 기여온이 정성껏 그린 그림을 받아 들었다.“나 꼬물이 좀 보고 올게. 혼자 좀 진정하고 있어"소만리가 돌아서며 말했다.넓은 뜰에 기모진 혼자 남았다.기모진은 이 그림을 들고 달빛을 빌려 뼈마디가 뚜렷한 손가락을 내밀어 도화지 위의 인물 하나하나를 어루만지다가 아빠를 부르는 어린 소녀에게 멈추었다.저녁 바람이 간간이 불어와 그윽한 꽃향기를 코끝에 실어 왔다.그렇지만 기모진의 마음속에선 마치 쓴맛이 나는 것 같았다.눈앞에는 분명 형형색색의 활기차고 따뜻한 그림이었지만 그의 눈빛에는 어둡게만 보였다.“여온아, 미안해.”그는 아이의 이름을 가볍게 부르며 눈시울을 붉혔다.“아빠는 너무 기뻐. 정말.”그는 묵묵히 속삭이며 그림을 조심스럽게 품에 안고 간직했다.그날 밤 기모진과 소만리는 기 씨 집에 머물렀다.한밤중에 기모진은 조용히 홀로 일어나 기여온의 침실로 갔다.날씨가 여름으로 접어든 탓인지 기온이 다소 높아 기여온의 이불이 한쪽으로 걷어차였고 잠옷도 반쯤 올려져 하얗고 보드러운 아랫배가 드러나 있었다.기여온을 보러 간 김에 기란군의 이불까지 걷어올려준 후 기모진은 곧바로 기여온의 침대로 다시 와서 기여온의 옷을 잘 여며주고 부드럽게 이불을 덮어주었다.“여온아.”작은 목소리로 아이의 이름을 부르는 그의 눈빛이 점점 부드러워졌다.기모진이 잠시 동안 조용히 기여온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아이의 곱슬곱슬한 속눈썹이 살짝 들썩이더니 기여온이 눈을 뜨는 것이었다.침대 옆에 앉아 있는 기모진을 보고 기여온은 눈을 깜빡이며 손을 내밀어 그의 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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