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로맨스 / 황제가 사랑한 여인 / Chapter 1131 - Chapter 1140

All Chapters of 황제가 사랑한 여인: Chapter 1131 - Chapter 1140

2479 Chapters

1131장

의아해하는 소만리의 목소리를 듣고 기모진은 몸을 살짝 움직였다.그가 가늘고 긴 눈을 천천히 들어 올리자 호박색 눈동자에 한 줄기 차가운 빛이 흐르는 것 같았다.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 눈빛이었다.소만리는 궁금해서 그가 무엇을 보고 있는지 보려고 그에게 다가갔다.그러자 기모진은 갑자기 사진을 접고 서류봉투 속에 아무렇게나 넣은 후 소만리에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협력업체에서 보낸 제품 사진이야. 별로 볼 게 없네.”그는 서류봉투를 서랍에 집어던지고 자물쇠를 채워버렸다.“어떻게 갑자기 들렀어? 나 보고 싶었어?”소만리는 따뜻하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아이들 유치원 보내고 마침 지나가던 길이었어.”“지나가던 길에?”“응, 지나가던 길에.”소만리는 잠시 어색한 미소를 지었지만 사실 그녀는 지나가던 길에 그냥 온 것이 아니라 정말 그가 보고 싶었다.시선을 들어보니 기모진의 앞단추가 조금 풀린 것이 보였고 소만리는 손을 뻗어 단추를 채워주려 했지만 그의 옷깃에 채 닿기도 전에 기모진은 애써 외면하는 듯 몸을 돌려 책상 위의 서류를 집어 들었다.소만리의 손이 허공에 머물며 어색함을 감추지 못했다.“모진?”“나 지금 정례 회의 가야 돼.”그는 입에서 나오는 대로 말하면서도 일부러 소만리에게 경연의 얘기를 꺼냈다.“당신 요즘 경연이 보러 안 갔지?”소만리는 기모진이 왜 자신을 피하고 있는지 생각에 빠져 있다가 그가 갑자기 경연을 언급하자 정신이 번뜩 들기 시작했다.“내가 가면 자꾸 걱정만 끼치곤 해서 요즘 아예 안 갔어.”소만리가 이렇게 해명했다.“당신은 그 사람을 참 잘 배려하는 것 같아.”이 말을 들은 소만리는 경연에 대한 기모진의 질투심을 느꼈다.그러나 소만리가 오해할까 봐 기모진은 다시 미소를 지었다.“경연의 몸 상태가 걱정되면 당신 가 봐도 돼. 난 당신 믿어.”소만리는 의외라는 듯 이 남자를 바라보며 말했다.“모진, 정말 내가 경연을 보러 가도 괜찮겠어?”“괜찮아.”
Read more

1132장

경연의 엄마는 이 말을 듣자마자 기모진이 자신을 가리키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그녀는 입을 열려고 했지만 경연이 말렸다.“엄마, 다른 방에 가 계세요.”“경연아, 너야말로 소만리의 남편이라는 것을 잊지 마라!”경연의 엄마는 진지하게 귀띔했다.“아무리 경도 제일 가문 자제라도 우리 경 씨 가문이 무서워할 게 뭐 있어?”기모진이 눈초리가 차가워지며 말했다.“그럼 겁내지 마.”“...”경연의 엄마는 기모진의 눈빛에 놀라 감히 말을 더 걸지 못했다.“어서 다른 방으로 가 계세요.”경연이 다시 경연의 엄마를 재촉했다.경연의 엄마는 이번에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바로 위층으로 발길을 돌렸다.하지만 경연의 엄마는 기모진의 기세등등한 모습을 보니 아무래도 경연을 괴롭힐 것 같아 걱정이 되었다.그녀는 2층 계단 입구로 가서 기모진과 경연의 상황을 바라보았다.경연의 엄마가 위층으로 올라가자마자 기모진은 손에 들고 있던 서류봉투를 경연 앞에 던졌다.수십 장의 사진이 서류봉투에서 떨어져 바닥에 널브러졌다.“경연, 너의 작품들을 감상해 보시지.”기모진의 말투는 이미 극도로 차가워져 있었고 눈썹을 치켜세우며 눈에 날카로운 기운을 가득 담고 있었다.“이게 오해라고 말하지는 않겠지?”경연은 발에 떨어진 사진들을 보았고 그 중 한 장을 집어 들어 바라보았다.사진 속 소만리는 어깨를 드러낸 채 의식이 없이 그와 같은 침대에 누워 있었다.경연이 사진을 보고 난 후 얼굴을 살짝 찌푸렸다.“누군가가 이런 사진을 찍어 당신에게 보낼 거라고 짐작은 했었어. 기모진, 소만리를 탓하지 마. 그녀는 아무것도 몰라.”경연의 말을 듣자 기모진은 갑자기 앞으로 나가 경연의 멱살을 움켜쥐며 불같이 화를 냈다.“경연, 내 앞에서 연기하지 마. 소만리는 모르지만 당신은 알잖아.”그의 눈에는 얼음송곳처럼 차가운 한기가 가득 서려 경연을 찌르듯 노려보고 있었다.“소만리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경연은 유감스럽다는
Read more

1133장

기모진은 경연의 엄마가 하는 말을 무시하고 민첩하고 능숙한 솜씨로 탄환을 장전한 후 가늘고 긴 손가락을 방아쇠에 대었다.“경연, 강어가 죽으면 모든 것이 완벽하다고 생각했겠지?”기모진의 입에서 강어라는 두 글자를 듣고 온화하던 경연의 얼굴에 마침내 동요가 일기 시작했다.기모진의 날카로운 눈빛에 이 미묘한 동요가 포착되었고 경연의 명치에 총을 더욱 들이밀며 말했다.“경연, 숨기려고 해도 그렇게 깊게 숨기진 못했더군.”경연은 기모진이 무슨 말을 하는지 전혀 모르는 듯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경연이 기모진에게 되물었다.“기모진, 당신 지금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 보아하니 당신 몸속의 독소가 당신 외형을 변화시켰을 뿐만 아니라 당신 생각에도 혼란을 일으킨 것 같아.”기모진은 조금 진정된 눈빛으로 말했다.“그래, 당신 말이 맞아. 내 생각이 혼란스러워졌는데 지금 혼란스러운 생각이 나한테 말하는군. 당신을 사라지게 하고 싶다고.”기모진의 말이 끝나자 뼈마디가 뚜렷한 그의 손가락이 방아쇠를 당겼다.경연이 손을 들어 기모진을 막으려 했고 그때 곁눈에 갑자기 소만리가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안 돼! 모진!”소만리는 재빨리 달려와 기모진을 막았고 그의 손을 잡고 경연의 몸에서 총구를 뺐다.기모진은 소만리가 올 줄은 몰랐다.게다가 경연의 앞을 이렇게 막아서서 경연이 다칠까 봐 두려운 듯 행동하는 모습을 하다니 기모진의 가슴이 답답하게 조여왔다.그는 총을 움켜쥐고 방아쇠 언저리에 있던 손가락을 떼었다.소만리는 경연의 엄마의 전화를 받고 달려온 것이었다.그녀가 들어서자마자 이런 광경을 보게 되었고 무슨 일이 이렇게 기모진을 화나게 했는지 알 수 없었다.그러나 소만리가 시선을 흘깃 돌리자 바닥에 널브러진 사진들이 보였다.힐끗 쳐다보았을 뿐인데도 소만리의 심장박동이 초조하게 뛰기 시작했다.그녀는 재빨리 몇 장을 주워 들고 자세히 보았다.갑자기 머리가 어질어질해졌고 기모진이 왜 이렇게 화를 내며 사람을
Read more

1134장

기모진은 소만리가 부르는 소리에 잠시 멈춰 섰다가 곧 다시 계속 앞으로 걸어갔다.소만리는 그가 차를 몰고 바로 떠나는 모습을 보고 그녀도 단호하게 차를 몰고 따라갔다.앞서가던 기모진은 결국 그들이 그 해 처음 만났던 해변에 차를 세웠다.소만리도 차를 세운 후 멀리 기모진이 해변에 서 있는 것을 보았다.뜻밖에도 기모진은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그 담배, 그녀는 잊지 않았다!처음에 강연이 기모진에게 담배를 주었고 이 담배에는 만성 독소가 들어 있었다.이 만성 독소 때문에 기모진이 거의 죽을 뻔했는데 그가 왜 아직도 이 담배를 피우고 있는 걸까?소만리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것 같았고 빠른 걸음으로 기모진 앞으로 달려가 그의 손을 잡았다.“모진, 지금 뭐 하는 거야? 왜 아직도 이 담배를 피우는 거야?”기모진의 그윽한 눈동자가 근심 가득한 소만리의 눈을 오롯이 감쌌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손을 들어 그저 담배만 피웠다.그의 이런 행동을 보고 소만리는 매우 당황스러웠다.“기모진!”그녀는 그가 들고 있는 담배를 빼앗아 불이 붙어 있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담배를 손에 쥐고 구겨 버렸다.기모진의 가슴에 순간 묵직한 통증이 전해진 듯했고 그는 소만리의 손을 잡고 그녀의 손바닥을 폈다.희고 깨끗한 손에 빨갛게 데인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그는 소만리의 손을 닦아주고 싶었지만 그녀가 손을 거둬들였다.그러나 기모진은 난폭하게 다시 소만리의 손을 잡았고 그녀의 손안에 있던 담배 부스러기들을 다 털어내고 갑자기 고개를 숙여 혀끝으로 화상입은 곳을 살짝 핥았다.기모진의 이런 행동에 소만리는 너무나 깜짝 놀랐다.그가 손바닥에 접촉하는 순간 마치 소만리의 심장에 백만 볼트 전류가 흐르는 듯한 찌릿한 느낌이 스쳐갔다.그러나 기모진의 행동은 매우 진지하고 경건해 보이기까지 했다.그는 마치 마음이 몹시 아픈 듯 붉은 자국에 가볍게 키스했다.소만리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당신 아침에 나 만나고 싶지 않아
Read more

1135장

소만리는 마음을 독하게 먹고 자신의 손을 빼내고 길가로 돌아서 갔다.바닷바람이 불어와 그녀의 눈시울을 가득 채웠던 눈물을 떨구며 쓸고 갔다. 마음에 절망이 내려앉았다.그러니까 모진, 당신 돌아왔어. 나의 세계로 돌아왔지만 결국 떠나야 해.당신과 나 사이에 도대체 어디가 잘못되었길래 당신을 사랑하는 것이 왜 이토록 어려운 걸까?소만리는 괴로워하며 울먹였다.그녀는 그들 사이의 거리가 점점 벌어졌다고 생각했지만 몇 걸음 걷기도 전에 뒤에 있던 남자가 갑자기 그녀에게 성큼성큼 다가와 뒤에서 그녀를 꼭 끌어안았다.“소만리, 가지 마.”그는 팔을 들어 그녀의 목덜미를 감싼 채 한 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꼭 껴안았다.그의 진한 애정과 안타까움이 폭발하는 순간이었다.“내가 어떻게 변하든 당신은 날 사랑한다고 말했잖아. 나도 마찬가지야. 소만리, 당신은 나의 소만리야. 난 평생 절대 당신 놓지 않을 거야.”소만리의 눈물이 미끄러지듯 기모진의 손등에 떨어졌다.따뜻한 온기가 그의 피부에 스며들어 그의 마음도 타올랐다.기모진은 잘생긴 얼굴을 소만리의 목으로 끌어당겼다.마치 큰 아이처럼 소만리의 숨결에 빠져들어 상처를 보듬어줄 약을 찾는 것 같았다.그녀는 그의 마음을 보듬어주는 더없이 좋은 약이었다.이것이 바로 그가 계속 살아갈 희망과 빛이다.소만리는 심호흡을 하고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모진, 당신 억지로 그럴 필요 없어. 나와 경연 사이에 일어난 일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거 잘 알아.”“그렇지만 당신을 잃는다는 건 더더욱 받아들일 수가 없어.”기모진은 온 힘을 다해 그녀를 꼭 껴안았다.소만리는 더욱 마음이 아팠다.그녀는 기모진이 여전히 자신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지만 경연과 그녀 사이에 일어난 일에 대해 고통스러워한다는 것도 알았다.“소만리, 당신은 다른 사람이 놓은 덫에 걸렸고 결코 원하지 않았다는 것도 잘 알아. 그래서 당신한테 알리지 않고 바로 경연을 찾아갔던 거야. 난 당신을 믿으니까.”
Read more

1136장

소만리는 집안으로 들어와 계단을 오르려던 참이었는데 갑자기 기모진의 목소리가 화장실에서 들려왔다.“난 이미 한번 죽은 목숨인데 내가 신경 쓸 것 같아? 날 가르치려고 들지 마. 나와 당신들은 이제 기껏해야 비즈니스 관계야.”이 말을 듣고 소만리는 자신도 모르게 가슴이 약간 긴장되어 왔다.그런데 모진이 말한 비즈니스는 또 뭘까.소만리는 돌아서서 화장실 문으로 갔다.기모진의 낮고 허스키한 목소리가 들려왔다.“그녀는 마지막 보루야. 거론할 가치도 없어.”소만리는 의식적으로 방금 기모진이 말한 그녀가 자신을 가리킨다고 생각했다.그녀는 결코 그의 통화를 엿듣고 싶지는 않았지만 그가 말한 내용이 너무나 마음에 걸렸다.바로 그때 화장실 문이 열렸다.소만리는 눈을 들어 기모진의 깊은 눈동자와 부딪혔다.“모진, 누구랑 통화하는 거야? 무슨 일 생긴 거 아냐?”“쓸데없는 생각하지 마. 그냥 일 얘기야.”그는 담담하게 웃으며 한마디 하고 지나쳤다.하지만 방금 나눈 대화는 분명 업무와 무관했다.소만리는 더 따지지 않았고 요 며칠 동안 일어난 일을 생각하며 기모진의 손을 잡았다.“모진 당신이 돌아온 지도 꽤 됐는데 우리 제대로 밥 한 끼도 못 먹었어. 오늘은 내가 당신한테 멋진 저녁 차려 주고 싶어. 우리 잠시 애들은 내버려 두고 우리 둘만의 세상을 살아 볼까?”“그래, 좋아. 우리 둘만의 세상.”기모진은 입술을 오므리고 살며시 웃으며 소만리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소만리는 바로 재료를 주문하고 주방에서 저녁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날이 점점 어두워졌고 소만리는 개방형 부엌에서 밥을 짓고 채소를 볶았다.그녀가 그와 결혼한 후 가장 처음가졌던 소원은 지금처럼 밥을 짓고 채소를 볶는 평화로운 삶을 사는 것이었다.하지만 이렇게 오랜 세월이 흘렀는데도 아직 그날은 오지 않았다.소만리는 아주 간단한 가정식 요리를 만들었고, 세 가지 반찬과 한 가지 국은 모두 기모진이 좋아하는 요리였다.그녀는 그에게 밥을 퍼주
Read more

1137장

소만리는 무방비 상태로 기모진에게 끌러 들어갔고 균형을 잃은 그녀의 몸이 바로 그의 몸에 부딪히자 남자는 재빨리 그녀를 안았다.해바라기 모양의 샤워기에서 흩뿌려진 물방울이 이내 온몸을 적셨고 소만리는 손을 들어 흐려진 시선을 닦으려 했으나 그가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나랑 같이 샤워하려고?"기모진의 낮고 감미로운 목소리가 고혹적인 매력을 뿜어내며 귓가로 미끄러져 들어갔다.소만리는 마음이 뜨끔했다. 그녀가 몰래 하려던 행동을 기모진이 눈치챘는지 알 수 없었다.그녀는 눈을 들어 그의 얼굴을 보려고 했지만 끊임없이 쏟아지는 물방울 때문에 눈을 제대로 뜰 수 없었다.“그냥 들어와서 손 씻으려고.”소만리는 핑계를 대보았지만 너무 빈약했다.“손 씻으러?”기모진이 속삭였고 낮은 허스키 목소리는 더욱더 그녀의 감각을 자극했다.“어차피 씻을 거니까 겸사겸사 같이 샤워해.”“...”소만리는 정신이 멍해졌고 볼이 화끈 달아올랐다.옷을 벗을 겨를도 없이 기모진의 손끝에서 옷이 미끄러져 떨어졌고...비록 부부로 여러 해 동안 함께 샤워했지만 소만리는 여전히 부끄러움을 느꼈다.샤워를 마친 소만리의 뺨은 여전히 뜨거워졌고 침대 옆에 뻣뻣하게 앉아 기모진이 머리를 말려주는 호사를 누리고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기모진이 숨겨둔 휴지 뭉치가 신경이 쓰였다.만약 문제가 없다면 그가 왜 숨기겠는가.잠든 후 소만리는 몇 번이나 기모진의 주머니를 뒤지고 싶은 충동이 일었지만 그가 꼭 껴안고 있어서 빠져나오기 어려웠다.그의 잠을 방해할까 봐 소만리는 가만히 잠을 청했다.하지만 그의 수상쩍은 행동을 생각하니 소만리는 쉽게 잠을 이루지 못했다.그녀는 근심이 가득 서린 눈을 들어 희미한 달빛을 빌려 조용히 잠든 남자의 얼굴을 바라보았다.지금 눈을 감고 있어서 호박색으로 변한 그의 눈동자를 볼 수 없지만 그의 눈동자뿐만 아니라 머리색, 숨결, 그의 목소리까지 모두 변했다.여기까지 생각하니 소만리의 가슴에 가시가 돋아나는
Read more

1138장

그러던 중 경연의 엄마가 갑자기 소만리에게 전화를 걸어왔고 경 씨 집에 잠시 들르라고 했다.조만간 만나 뵐 일도 있고 해서 소만리는 경 씨 집으로 향했다.문을 들어서자마자 소만리는 경연의 부모가 소파에 앉아 있는 모습을 보았다.안색이 매우 어두워 보였다.소만리가 오는 것을 본 경연의 엄마는 옆에 있던 잡지 한 권을 집어 들고 다짜고짜 소만리에게 던졌다.“소만리, 주워서 똑똑히 봐. 뭐라고 쓰였는지!”경연의 엄마는 불같이 화를 내며 말했다.소만리도 경연의 엄마가 보이는 태도를 따지지 않고 발치에 떨어진 잡지를 주워들었다.표지 제목이 눈에 띄었다.[소만리와 전 남편 기모진은 옛정이 되살아나 두 사람은 새 보금자리를 마련했다.]표지 사진은 달빛이 흐릿한 밤에 손을 잡고 함께 산책을 하는 이들의 달달한 모습이었다.“소만리, 경연의 심정을 생각해 본 적 있어? 넌 경연의 아내야!”경연의 엄마는 소리치며 말했다.경연의 아버지도 얼굴이 울그락 푸르락 하며 곱지 않은 말투로 소만리를 향해 불만을 토해 내었다.“경연이랑 너랑 결혼한다고 했을 때부터 내 진작 문제될 것 같았어! 너와 기모진이 몇 번이나 헤어졌다 만났다 한 얘기를 내가 진작 들었는데. 경연이가 무슨 귀신에 홀린 게 아닌가 몰라. 애 셋 딸린 너 같은 이혼녀랑 결혼을 결심하고!”소만리는 경연의 부모님이 꾸짖는 말을 들으며 말했다.“경연과 제가 결혼할 때 진지하게 생각하고 고민했어요. 그런데...”“그런데 뭐? 넌 이혼도 했고 아이도 셋 있고 부모도 모두 돌아가셨는데 경연이가 이런 조건도 개의치 않고 결혼했는데, 넌 뭐?”경연의 엄마는 기세등등하게 소만리에게 다가가 엄중하게 경고했다.“내 말 잘 들어, 소만리. 네가 기모진한테 분명히 말해. 그리고 다시는 그와 교제하지 마. 그 남자는 정말 미친 것 같아. 총을 가지고 다니다니! 너 이 일 잘 처리하지 못하면 우리가 너한테 모질게 굴어도 원망하지 마!”“그만하세요.”경연의 목소리가 계단 위쪽에
Read more

1139장

기모진이 갑자기 이렇게 정중하게 대하는 모습에 소만리도 약간 긴장했다.“모진, 무슨 일이야?”“소만리, 내가 IBCI에 가입한 거 경연이 당신한테 얘기했지?”그가 물었다. 소만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를 향해 안타까운 시선을 보내며 말했다.“강연을 잡기 위해 당신이 스파이가 됐다고 했어.”“그럼 내가 IBCI에 가입하는 조건으로 무엇을 요구했는지 그가 말했어?”기모진의 시선이 소만리의 어리둥절한 얼굴 위에 부드럽게 내려앉았다.이 점에 대해서는 소만리도 확실히 알지 못했다.“나한테 말한 적 없어.”소만리가 털어놓았다.“당연히 경연은 당신한테 말하지 않았을 거야.”기모진의 잘생긴 얼굴에 비웃음이 더해졌다.“모진?”“처음 그들이 날 찾아왔을 때 난 내 몸 상태가 이미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는 걸 알았어. 그래서 내가 더 이상 당신과 아이들을 보호하고 돌볼 수 없을 것 같아서 IBCI 사람들에게 당신과 아이들을 면밀히 잘 보살펴 달라고 요구했어. 강연이라는 여자는 물불 안 가리는 여자니까. 이것이 내가 IBCI에 가입하는 것에 동의하는 조건이었어.”그의 설명을 듣고 있던 소만리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가 그녀를 위해서 IBCI에 요구한 것이었다.하지만 그때 왜 강연과 사랑에 빠지게 되었는지 그 점은 원망스러웠다.그녀는 그에게 반드시 이유가 있다는 건 알았지만 이런 상황일 줄은 몰랐다.소만리가 자책하고 슬퍼하는 모습을 본 기모진은 그녀의 뺨을 다정하게 어루만졌다.“난 내가 내린 결정을 후회하지 않지만 그들이 당신과 아이들을 보호한다고 한 것이 경연과 당신의 결혼으로 이어질 줄은 생각지도 못했어.”그는 웃었지만 비꼬는 느낌이 가득 들어 있었다.“내가 사랑하는 여자가 다른 남자를 위해 웨딩드레스를 입는 것을 두 눈으로 보고도 아무렇지도 않은 척 시치미를 떼고 있어야만 했어.”그는 이미 눈물로 범벅이 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소만리, 수많은 화살이 가슴을 꿰뚫는 게 어떤 느낌인지 알아? 난 그때
Read more

1140장

소만리가 갑자기 찾아온 것을 보고 경연은 약간 놀랐다.“소만리, 무슨 일로 이렇게 갑자기 날 찾아왔어요?”소만리는 이미 정리가 끝난 이혼 서약서를 경연의 앞에 내밀었다.“경연, 서류는 다 정리했으니 이제 서명만 하면 돼요.”소만리는 펜을 건넸다.“IBCI가 나와 내 아이들을 보호해 준 것은 고맙지만 이제 내 보호자는 기모진이어야 해요.”소만리의 말을 들은 경연은 말끔하고 잘생긴 그의 얼굴에 표정이 한순간 굳어지는 듯했다.“기모진이 나에게 말했어요. 그가 애초 당신들의 국제범죄수사국에 가입한 조건은 당신들이 나와 아이를 보호하는 거였다는 걸.”소만리는 경연의 반응을 주의 깊게 살폈다.“당신이 나와 결혼한 것도 어쩔 수 없는 상관의 명령이었을 거예요. 이제 임무를 성공적으로 완수했으니 우리도 이제 이 관계를 끝내야 해요. 경연, 그동안 나와 내 아이들을 보호해 줘서 고마워요.”경연은 담담하게 듣고 있다가 이혼 합의서를 받았다.“한 가지 임무가 진행되는 동안 감정이 개입하게 되면 원만하게 완성이 잘 되지 않는 법이죠.”경연이 합의서를 훑어보고 검은 눈동자를 들어 말했다.“소만리, 부탁 하나만 들어줄래요?”소만리는 잠시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내가 들어줄 수 있는 부탁이면 최선을 다해 볼게요.”“당신은 할 수 있을 거예요.”경연은 미소 지으며 기대에 가득한 눈빛으로 말했다.“이틀 뒤면 내 서른 살 생일인데 이 중요한 순간에 당신이 나와 함께해 줬으면 좋겠어요. 유명무실했던 결혼에 대한 마침표인 셈이죠.”이것은 무리한 부탁도 아니어서 소만리는 딱히 거절할 이유를 찾지 못했다.“그래요. 그럼 그때 이혼 합의서를 받으러 올게요.”“그래요.”경연도 더 미룰 생각은 없었다. 소만리는 오래 머물지 않고 곧바로 경 씨 집을 떠났다.경연은 서재 베란다 창가에 앉아 단호하게 훌쩍 떠나는 소만리의 뒷모습을 보며 아무렇지도 않은 듯 입꼬리를 끌어올렸다....소만리는 집으로 돌아간 후 경연과 합
Read more
PREV
1
...
112113114115116
...
248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