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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황제가 사랑한 여인: Chapter 1121 - Chapter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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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1장

물 잔을 들려던 경연의 손이 허공에 그대로 멈추었다.그의 온화하고 맑은 얼굴에 가느다란 미소가 퍼졌다.“모진, 나한테 무슨 오해가 있으신 것 같군요.”“그래?”기모진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고 호박색 짙은 눈동자에는 어두운 기운이 솟아올랐다.“오해받기 싫으면 내 여자를 돌려줘.”경연은 기모진의 뜻을 알아차리고 침착하게 침을 삼켰다.“내 외모는 이렇게 많이 변하긴 했지만 내 분노는 전혀 사그라들지 않았어.”“내 외모가 이렇게 된 것도 당신의 공이 절반이야.”기모진이 비꼬며 어두운 눈빛으로 말했다.경연은 얼굴에 옅은 미소를 띠며 말했다.“보아하니 정말 많이 알아본 모양이군요. 하지만 당신이 지금 알고 있는 것이 전부가 아니에요. 어떤 일은 당신이 영원히 알 수 없을 거예요.”기모진은 눈을 부릅뜨고 말을 하려던 순간 소만리가 돌아왔다.“무슨 얘기하고 있었어요?”소만리는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그녀는 기모진 옆에 있는 자리로 가서 앉으려는데 기모진이 갑자기 일어나 그녀의 손을 잡았다.소만리가 의아하게 기모진을 바라보았다.“모진, 왜 그래?”기모진은 경연의 면전에서 소만리의 입술에 머리를 숙여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갑작스러운 입맞춤으로 소만리가 어리둥절해하고 있는데 기모진이 입을 열었다.“경연과 이미 이야기 다 끝났으니 내일 바로 이혼 수속 밟으러 가면 돼.”얘기 끝났다고?소만리는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했지만 의심은 하지 않았다.그녀는 경연을 바라보았고 경연은 미소를 지으며 몸을 일으켰다.“네, 모진과 저는 이미 얘기 다 끝냈어요. 내일 우리 이혼 수속 마치죠.”경연의 시원스러운 대답에 소만리는 격하게 감동했다.“경연, 정말 고마워요.”“당신과 가족의 안전을 지키는 것이 내 임무였는데 이제 임무를 성공적으로 완수하게 되어서 나도 기뻐요.”경연은 자리를 떠나려다가 말을 이었다.“당신들 오랜만에 만났으니 좋은 시간 많이 보내세요. 나 먼저 가 볼게요.”소만리는 경연과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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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2장

소만리는 손목의 아픔을 참으며 냉정하게 입을 열었다.“모진, 왜 그래? 나 소만리야.”소만리.이 세 글자는 기모진의 귀를 거쳐 그의 마음속으로 들어갔다.그의 눈에 있던 차가운 눈빛이 한순간에 흩어졌고 어둡던 눈동자도 맑아졌다.그는 그제야 자신이 소만리의 손목을 잡고 있는 것을 보고 손을 얼른 떼고 어루만졌다.소만리는 고개를 저었다.“모진, 아프지 않아. 그런데 모진, 당신 방금 왜 그렇게 반응한 거야? 사라진 반년 동안 당신한테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기모진은 잠자코 소만리의 말을 들으며 눈썹을 잔뜩 움츠렸다.그러나 그는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액셀을 밟고 운전을 계속했다.지난 반년 동안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그는 조용히 읊조리며 자문했다.살아남기 위해, 그녀에게 돌아오기 위해 그는 남모를 대가를 무겁게 치렀다.기 씨 집에 돌아왔을 때 시간은 아직 일렀고 기여온과 기란군은 길가 옆 노점에 앉아 열심히 놀고 있었다.소만리는 기여온의 얼굴에 웃음이 이는 것을 보고 안심했다.하지만 그녀는 기모진이 또 기여온을 무시해 아이의 어린 마음에 생채기를 낼까 봐 기모진의 손을 잡아당겨 당부했다.“여온이 안아 줘. 다시는 애 힘들게 하지 말고.”소만리가 막 말을 마치자 기여온이 마침 눈을 들어 그들을 보았다.소만리 옆을 걷고 있는 기모진을 보고 여온의 눈빛이 어두워졌다.마치 사슴처럼 상처 입은 눈빛으로 주눅이 들어 기모진을 보고도 달려가지 못했다.기여온은 마치 기모진이 접근하지 않는 이유를 주려는 듯 회피하는 모습을 보였다.마침 그때 위청재가 어린 막내아들을 안고 나왔고 막내는 말똥말똥한 큰 눈을 깜빡이며 기모진을 향해 걸어갔다.기모진 앞에 거의 다 왔을 때 막내아들은 중심을 잃고 넘어질 듯했다.기모진은 이 모습을 보고 망설임 없이 얼른 손을 뻗어 아이를 안았다.기여온은 이 광경을 보고 무거운 시선을 아래로 떨구었다. 작은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갔고 소만리는 곁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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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장

소만리가 이렇게 말한 것은 기여온에게 기모진이 아빠라는 사실을 심어주기 위해서였다.물론 이로 인해 기여온이 입을 열도록 유도할 수 있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여온아, 엄마 말 알아듣겠어?”소만리가 참을성 있게 물었다.기여온은 알 듯 말 듯 두 번 큰 눈을 깜빡이더니 작은 다리를 딛고 거실로 돌아섰다.맑고 깨끗한 눈동자에 기모진의 모습이 비쳤다.“여온아, 잘생긴 오빠가 진짜 여온이 아빠야.”소만리가 또 한 번 상기시켜주었다.소만리는 기여온이 제대로 이해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적어도 지금 여온이의 눈에 한 줄기 빛이 보였다.어쩌면 기여온이 심리적인 장벽을 뚫고 다시 말을 꺼내도록 하는 것은 간단한 인내로는 성공할 수 없을 지도 모른다.아이들이 각자 방으로 돌아간 뒤 소만리도 기모진과 함께 침실로 돌아왔다.기모진은 욕실로 가서 샤워를 하고 그녀는 내일 이혼 수속을 하기 위한 자료를 정리하러 갔다.마침 이때 경연에게서 전화가 왔다.소만리는 망설임 없이 전화를 받았다.“경연, 무슨 일이에요?”전화기 너머 경연의 온화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방금 부모님께 호적등본을 받으러 갔었는데, 내일 당신과 이혼한다는 얘기를 들으시고 부모님이 화를 내셨어요. 혹시 당신한테 전화를 할지도 모르니 받지 않아도 돼요.”이 말을 들은 소만리는 미안한 마음을 드러냈다.“미안해요. 경연. 당신은 너무도 완벽하고 훌륭한 사람인데 나 때문에 이혼이라는 꼬리표를 달게 되었어요.”경연은 담담하게 그녀에게 대답했다.“사실, 당신과 유명무실한 결혼이었지만 그래도 즐거웠어요.”그의 말속에는 그녀에 대한 애정과 호감이 은근히 배어 있었다.소만리는 몇 초 동안 망설이다가 비로소 입을 열었다.“경연, 정말 고마워요. 나보다 더 좋은 여자를 꼭 만날 수 있을 거예...”소만리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갑자기 물방울이 맺힌 손바닥이 그녀의 턱을 움켜쥐었다.그녀의 고개가 강제로 돌려지는 순간 기모진의 얇은 입술이 그녀의 입술에 닿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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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장

”모진, 당신이 도대체 반년 동안 무슨 일을 겪었는지 모르겠지만 너무 힘들었다는 거 잘 알아. 내 마음속에 당신 말고는 다른 어떤 남자도 없다는 걸 당신이 믿어줬으면 좋겠어.”소만리가 더욱 그를 꼭 끌어안았다.비록 그는 아무 말도 없었지만 다 듣고 있다는 걸 소만리는 알 수 있었다.다음날 소만리는 일찍 일어나 아이에게 아침과 도시락을 싸주고 운전기사에게 두 남매를 유치원에 보내달라고 했다.그녀는 다시 주방으로 들어가 기모진에게 아침을 만들어 주었다.아침을 먹자마자 소만리는 경연의 전화를 받고 30분 후에 변호사 건물에서 만나기로 했다.소만리가 기모진에게 같이 가지 않겠냐고 물었을 때 그는 마침 회사 일로 전화를 받고 있었다.소만리는 혼자 변호사 건물에 갔다. 가는 길에 그녀는 마음속으로 참 묘하다고 생각했다.자신에게 다시는 세 번째 결혼을 하지 않겠다고 단호하게 되뇌었었다.하지만 기모진이 돌아왔고 이미 그를 잃은 아픔을 충분히 겪었기 때문에 그녀는 지금 과거의 어떤 것도 따지고 싶지 않고 그와 그저 함께 있고 싶을 뿐이었다.그래서 경연과 이혼 수속을 마친 후 오랫동안 마음에 두고 사랑했던 이 남자와 결혼할 것이다.소만리는 제시간에 변호사 건물에 도착해 10분 동안 기다렸지만 경연은 오지 않았다.그녀는 결코 경연을 재촉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경연처럼 시간을 잘 지키는 사람이 이렇게 약속 시간이 꽤 지났는데도 나타나지 않아서 소만리는 조금 걱정되기 시작했다.그녀는 경연에게 전화를 걸어보았지만 전화를 받은 사람은 경연의 어머니였다.“경연이가 교통사고를 당해서 지금 병원에 있어. 잠깐 와 봐.”경연의 어머니의 기분이 좋지 않아 보였다.소만리는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지금 상황이 어때요? 심각해요?”“그렇게 묻지 말고 우선 와.”경연의 어머니는 말을 마치자 바로 전화를 끊었다.소만리는 곧장 차를 몰고 병원으로 달려가 병실에 들어섰다.오른발에 깁스를 하고 휠체어에 앉아 있는 경연의 모습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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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장

똑바로 선 소만리는 허리에 얹혀 있는 경연의 손이 불편하고 어색했다.그녀는 지금 헤어 나오지도 못하고 가능한 한 빨리 경연을 침대에 앉히고 싶을 뿐이었다.그러나 침대 곁으로 다가가 소만리가 손을 놓으려 했지만 오히려 경연은 그녀를 품에 안았다.그의 목소리가 어정쩡하게 안겨 있는 소만리의 정수리 위로 떨어졌다.“사실, 당신을 놔주고 싶은 건 아니에요.”소만리가 어리둥절해하다가 경연이 고백하는 말을 들었다.“소만리, 내가 당신을 정말 좋아한다는 걸 알았어요.”“...”경연의 갑작스러운 고백에 소만리는 당황했다.소만리를 포옹한 그의 손에 조금 더 힘이 실리기 시작해 그녀를 조여왔고 소만리의 코끝은 경연의 몸에 밀착되어 그의 침향목 향기가 맴돌았다.그러나 그녀는 그와 이런 야릇한 분위기에 빠질 마음이 전혀 없어서 얼른 손을 떼고 담담하게 말했다.“경연, 우선 먼저 앉아요.”“소만리, 걱정 말아요. 당신을 난처하게 할 생각은 전혀 없어요. 기모진에게 당신을 돌려주겠다고 약속했잖아요. 약속 지킬 거예요.”경연은 침대에 걸터앉은 후에야 비로소 소만리를 꼭 끌어안고 있던 팔을 놓았다.지금 어쩌다 한 포옹이 마음을 흡족하게 만들었는지 경연은 미소 지었다.소만리는 화제를 돌리려 했고 경연의 식사를 탁자 위에 챙기며 그가 먼저 밥을 먹도록 했다.그런데 그에게 젓가락을 건네자마자 그녀의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기모진이 전화한 것을 보고 소만리는 전화를 받으며 문으로 걸어갔다.이때 기모진은 복도 끝에 서 있었고 그의 그윽한 눈동자에 소만리의 모습이 비쳤다.“아직 병원이야?”“곧 들어갈게.”소만리는 식사를 하고 있는 경연을 한번 흘끗 보고는 말했다.“아직 경연이 혼자 움직이기 불편해서 그래.”“그래서 당신이 아내로서 그를 돌봐주려고?”“...”기모진의 되묻는 말에 소만리는 할 말이 없었다.그녀는 지금 반박할 수도 없었다. 왜냐하면 지금 확실히 경연의 결혼 증명서 상의 아내는 소만리이기 때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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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장

기모진은 한 손을 주머니에 꽂은 채 태연하고 여유로운 자세로 경연 앞에 섰다.“내일 변호사를 불러서 당신과 이야기하게 할 테니 당신은 여기서 한 걸음도 움직일 필요가 없어.”기모진은 모든 것을 적절하게 준비해 놓았다.“만약 당신이 이혼을 미루는 이유가 있다면 그것은 당신이 소만리와 결혼하려던 진짜 목적이 다른 속셈이었음을 증명하는 거야.”경연은 침착하게 기모진을 바라보며 말했다.“나의 진짜 목적은 소만리를 보호하는 것이에요. 모진, 너무 깊게 생각하지 말아요.”“내 생각이 너무 짧아서 내가 가장 사랑하는 여자를 기꺼이 너한테 바쳤어.”기모진의 눈에 매서운 기운이 가득했고 깁스를 한 경연의 오른쪽 다리를 바라보며 비꼬는 어조로 말했다.“이번 사고는 참 절묘한 타이밍에 일어났군.”기모진은 병상 쪽으로 다가가 의심 가득한 눈길로 경연의 다친 다리를 흘겨보며 말했다.“난 오히려 당신의 이 다리가 어떻게 하다 다치게 되었는지 알고 싶군.”기모진이 손을 뻗어 떠보는 듯한 모습을 본 경연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했다.“기모진, 함부로 말하지 마세요.”“뭐가 무서워? 나한테 들킬까 봐?”기모진은 매서운 눈초리를 번뜩 치켜올리며 그의 손을 경연의 다리 위에 올려 눌렀다.경연은 이내 미간을 찌푸리며 꾹 참는 표정을 지었다.그러나 기모진은 조금도 인정사정 봐 주지 않고 더욱 손가락에 힘을 주었다.하필 차 열쇠를 찾지 못해 병실로 되돌아온 소만리가 이 광경을 목격하고 말았다.기모진의 냉혹함과 고통을 참는 경연의 모습이 강렬한 대조를 이루었다.“모진, 당신 뭘 하는 거야!”소만리가 뛰어들어 빠른 걸음으로 기모진의 곁으로 달려와 그를 떼어놓았다.경연의 이마에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소만리는 방금 기모진이 한 행동이 너무 지나친 행동이라고 생각했다.“경연, 괜찮아요?”소만리가 경연의 상황을 묻기 위해 그에게 다가갔다.기모진은 손을 뻗어 소만리의 손목을 힘껏 잡아당겨 그녀를 품에 안았다.“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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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장

소만리는 기모진이 이런 행동을 하리라고는 조금도 예상하지 못했고 몇 초 동안 멍하니 있다가 발버둥 치기 시작했다.기모진은 힘이 강했고 일부러 경연의 눈앞에서 그녀의 입술에 더욱 깊게 키스를 퍼부었다.소만리는 얼굴이 화끈거려서 부끄러워 어쩔 줄을 몰라 했다.경연은 입술을 오므리며 시선을 피하려고 했지만 실은 못 본 척할 수가 없었다.“당신들 여기서 뭐하는 거야!”경연의 엄마가 갑자기 병실로 뛰어들어오며 말했다.기모진은 눈꼬리를 치켜올리며 자신을 노려보는 경연의 엄마에게 차가운 시선을 보내고 나서야 무심히 입술을 떼었다.그러나 그는 소만리를 놓지 않고 여전히 그녀를 자신의 품에 안고 있었다.경연의 엄마는 기모진에게 안겨 있는 소만리를 보고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라 소만리에게 달려들었다.“소만리, 너 체면이 있는 거야? 경연이 바로 여기 있는데, 이 남자랑 네 남편 앞에서 이런 염치없는 짓을 하다니! 너...”경연의 엄마는 화가 나서 횡설수설하며 손바닥을 들어 소만리를 치려고 했다.“때리지 마세요!”경연이 즉시 소리를 내며 말렸고 자신의 다리 부상을 돌볼 겨를도 없이 막으려고 했다.그러나 동시에 기모진은 손을 들어 경연의 엄마의 손을 잡았고 차가운 눈빛으로 흘겨보았다.경연의 엄마는 기모진의 매서운 눈초리에 몸서리를 치며 손을 빼려 했지만 기모진의 힘에서 도저히 벗어날 수 없었다.“이거 놔.”소만리가 기모진의 손을 꺾으려 했다.“기모진, 우리 엄마 다치게 하지 마.”경연이 다친 다리를 끌며 힘겹게 다가와 막았다.“모진, 이거 놔!”소만리가 강하게 요구했다.기모진은 소만리를 한번 흘끗 보고는 경연의 엄마에게 경고했다.“잘 들어요. 내가 이 소만리의 남편이야. 당신 아들은 대용품이었다구.”그는 심각하고 단호하게 말하며 경연의 엄마의 손을 가차 없이 뿌리치고 소만리의 어깨를 감싸 안고 돌아섰다.“이, 이게 무슨 말이냐!”경연의 엄마는 불같이 화를 냈다.“경연아, 너, 네가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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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장

”하지만 당신이 영원히 날 떠날 것이라는 걸 알았을 때, 내 세상에서 완전히 당신이 사라지는 그 순간 난 아무것도 따지고 싶지 않았고 아무것도 두렵지 않았어. 단지 다시는 당신과의 사랑을 지킬 수 없을까 봐 두려웠어.”소만리의 한 마디 한 마디를 듣고 있던 기모진의 눈에는 점차 미안함과 안타까움이 깊게 몰려왔다.“나와 경연의 결혼은 단지 형식적인 것이었어. 그는 나에게 어떤 것도 강요한 적 없었고 나도 그와 정상적인 부부라고 스스로에게 설득할 수 없었어. 왜냐하면 내 마음속 깊은 곳에는 줄곧 기모진이라는 남자가 살고 있었기 때문이야.”이 말이 귓가에 떨어지자 기모진은 이미 너무나 감동했고 이어 소만리가 울먹이는 소리를 들었다.“이 남자가 다시 내게 돌아올 거라는 환상을 가져본 적도 없지만 그가 내게 돌아온 후에도 이런 식으로 날 계속 슬프게 할 줄은 더더욱 몰랐어.”“모진, 다른 부부들처럼 그저 사랑하고 평온하게 사는 것이 이렇게 사치스러운 일인 거야? 아니면 우리는 처음부터 인연이 될 수 없는 사이였던 걸까?”그녀는 눈물을 왈칵 쏟으며 이렇게 물었다.기모진은 자신의 마음이 순간 부서져 내리는 것 같았다.그는 그녀를 품에 안았다.“미안해, 소만리. 내가 또 당신을 울게 만들었어.”소만리의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렸다.“당신 알아? 당신 이번에 돌아온 후로 한 번도 다정하게 내 이름을 불러주지 않았어.”그녀의 하소연을 듣고 기모진은 더욱 마음이 아팠다.그는 그녀의 머리를 어루만지며 다정하게 위로했지만 소용이 없었다.그는 손을 떼고 눈물 젖은 소만리의 얼굴을 바라보며 눈물을 닦아주려 했지만 소만리가 그의 손을 뿌리쳤다.그녀는 화가 난 듯 손을 뻗어 차 문을 열었다.기모진은 화가 나서 나가려고 하는 소만리를 품에 안고 고개를 숙여 입술에 키스했다.소만리는 몸부림치며 저항했지만 점차 기모진의 부드러운 키스에 빨려 들고 말았다.저항하던 그녀의 두 손이 자신도 모르게 남자의 몸을 감싸 안으며 주체할 수없이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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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9장

정신이 몽롱한 가운데 소만리는 마치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았다.꿈속에서 누군가가 끊임없이 자신의 이름을 부르고 있었다.“소만리, 소만리. 정신 차려요.”남자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걱정스러운 듯 귓가에 계속 울렸다.소만리는 눈썹을 찡그리며 천천히 눈을 떴다.흐릿한 시선 속에 경연의 얼굴이 점점 눈앞에 또렷해졌다.“소만리, 깨어났어요?”“경연?”“나예요.”경연이 근심 가득한 얼굴로 소만리를 바라보았다.“괜찮아요?”괜찮냐고?소만리의 생각이 그제야 다시 똑똑히 돌아왔고 자신이 쓰러지기 전에 있었던 일을 떠올리며 비로소 자신의 몸이 침대에 누워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그녀는 벌떡 일어나 앉았고 이불이 어깨에서 미끄러져 내려왔는데 자신의 윗옷이 어떻게 벗겨졌는지 속옷만 입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적잖이 당황한 소만리는 얼른 이불을 끌어당겨 자신의 몸을 감쌌다.“어떻게 된 거지?”그녀는 곤혹스러웠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지도 못한 채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옷가지를 보고 재빨리 몸을 구부려 주웠다.경연은 이 모습을 보고 얼른 몸을 돌렸다.“옷부터 입으세요.”소만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절뚝거리며 경연이 가버리자 부랴부랴 옷을 챙겨 입었다.중간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도무지 그녀는 전혀 기억나지 않았다.자신이 경연에게 일용품을 가져다주려고 왔다는 기억이 남아 있었고, 방에 들어와서는 경연이 자고 있는 것을 보고 떠나려 했는데 막상 가려고 돌아서자마자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옷을 다 챙겨 입은 소만리가 가만히 침대를 바라보고 있자니 머리가 무거워졌다.마음속에 이런저런 추측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지만 그녀는 전혀 깊이 생각할 수가 없었다.경연은 소파에 앉아 있다가 소만리가 옷을 입고 나오는 것을 보고 일어서려고 했지만 다리 부상은 그를 꼼짝도 못 하게 만들었다.“앉아 있어요.”소만리가 그를 바라보며 돌리지 않고 바로 물었다.“경연,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에요? 내가 왜 침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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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0장

경연이 갑자기 손을 뻗어 그녀를 끌어당기자 소만리는 반사적으로 튕겨져 나와 손을 뺐다.경연의 당황한 모습을 보고 소만리는 비로소 자신의 반응이 다소 과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괜찮아요. 내가 좀 무례했어요.”경연은 힘겹게 팔을 받치고 일어섰다.“당신이 나와의 일을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것을 알고 있고 당신 마음속에 사랑하는 유일한 남자가 기모진이라는 것도 잘 알아요. 이 일은 당신과 나 사이의 비밀이라고 생각하고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을 거예요.”소만리는 경연의 뜻을 알아들었고 그가 호의로 하는 말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그러나 이미 터진 일 자신을 속여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다른 사람은 몰라도 자신의 양심을 속일 순 없다.소만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고개만 끄덕이고 돌아섰다.소만리는 먼저 기 씨 본가로 돌아왔다. 기모진은 집에 없었다.그녀는 우선 욕실로 들어가 샤워를 했고 이 일이 간단치 않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분명 다른 속셈이 있는 사람이 그와 경연에게 덫을 놓은 것이다.그렇지 않으면 그녀가 어떻게 멀쩡하게 있다가 갑자기 의식을 잃었을 수 있을까?그런데 의식을 잃은 그 시간 동안 정말 그녀와 경연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소만리는 머리를 쥐어짜 보았지만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30분 넘게 샤워를 하고 난 후 소만리는 욕실을 나왔고 기모진이 언제 돌아왔는지 침대 옆에 앉아 무슨 서류 같은 걸 뒤지고 있는 것을 보았다.소만리는 수건으로 머리를 닦으면서도 마음이 찔려서 기모진을 똑바로 쳐다볼 수 없었다.“왜 지금 샤워했어?”기모진은 소만리가 나오는 것을 보고 손에 들고 있던 서류를 내려놓고 헤어드라이어를 가지러 갔다.“땀이 좀 나서 찝찝해서 우선 샤워 좀 했어.”소만리는 핑계를 댔지만 말을 마치자마자 바로 후회했다.그녀는 기모진에게 조금도 거짓말을 하고 싶지 않았지만 실제 상황 그대로를 말할 수는 없었다.기모진은 아무런 의심도 하지 않고 소만리의 손을 잡고 침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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