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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가 사랑한 여인의 모든 챕터: 챕터 1171 - 챕터 1180

2479 챕터

1171장

소만리가 단도직입적으로 묻자 전화기 너머의 여자는 가벼운 웃음을 터뜨렸다.“소만리, 내가 누군지 알고 싶어 안달할 필요 없어. 우리는 곧 다시 만날 거야.”“당신처럼 숨어서 웃고 있는 사람과는 만나고 싶지 않으니 다시는 전화하지 마.”소만리는 냉담하게 경고하고 전화를 끊으려는데 그 여자의 목소리가 다시 희미하게 들려왔다.“당신은 나와 만나고 싶지 않겠지만 난 당신을 만나길 고대하고 있어. 아니, 당신 벙어리 딸이 지금 병원에 누워 생사를 오락가락하고 있다는 것이 내가 당신한테 주는 인사 선물이야.”“뭐라고? 그게 무슨 말이야!”소만리는 문득 뭔가 짐작이 갔다.“당신이 내 딸을 납치하라고 시켰어?”“맞아, 나야.”여자는 아주 시원하게 인정했다.“하지만 소만리, 안심해. 난 절대 당신한테는 손 대지 않을 거야. 당신은 건강하고 편안하게 지내면서 당신 가족들이 힘들고 고통스러워하는 걸 지켜봐.”여자의 마지막 음흉한 목소리가 끝나자마자 전화는 뚝 끊겼다.소만리가 다시 전화를 걸었지만 아무도 받지 않았다.소만리는 그 여자의 말 한마디 사이사이에 자신에 대한 깊은 혐오감이 가득 차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그녀는 몇 년 동안 자신과 원한을 맺을 만한 여자를 곰곰이 생각해 보았지만 아무도 떠오르지 않았다.왜냐하면 이 목소리는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방금 그 여자가 여온이 병원에 누워 생사를 오가고 있다고 한 말이 떠오른 소만리는 손발이 차가워지고 심장이 궤도를 벗어나 마구 뜀박질을 하고 있었다.그녀는 기모진에게 전화를 걸면서 급히 차고를 향해 달려갔다.기란군도 따라가고 싶었지만 자기가 따라나섰다가 오히려 소만리에게 걱정을 끼치게 되는 일이 생길까 봐 잠자코 발걸음을 돌려 소만리가 운전하는 것을 바라보았다.기모진은 기여온의 병상 앞을 지키고 있다가 갑자기 소만리에게서 전화가 온 것을 보았다.아직 조용히 잠자고 있는 아이를 보고 살금살금 병실을 나온 후 핸드폰을 보고서야 두 시간 전에 소만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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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2장

”나 같은 사람은 진작에 죽었어야 해. 예전에는 당신을 다치게 하고 고통스럽게 하더니. 지금은 우리 딸을 이렇게 다치게 하고 있어. 난 사람도 아니야!”기모진은 자신을 깊이 원망하고 증오하며 또 한 번 주먹을 벽에 휘둘렀다.“소만리, 나 같은 사람 신경 쓰지 마. 처자를 소중히 여길 줄 모르는 나 같은 냉혈하고 매정한 남자를 다시는 사랑하지 마. 난 자격이 없어. 당신과 아이들은 더 믿음직한 좋은 남자를 만나. 나 같은 남자는 완전히 잊어버려.”그의 말이 무참히 떨어지자 소만리는 갑자기 눈을 번쩍 들었다.그녀는 눈물이 가득 고인 채 손을 들어 그의 뺨을 때렸다.“당신이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아?! 기모진, 이제 와서 또 내 마음을 아프게 하려는 거야? 이번 생에 당신 말고 내가 누굴 사랑하겠어! 내가 어떻게 해야 완전히 당신을 잊을 수 있는지 당신 말해 봐! 말해 봐!”소만리는 마음속의 울분을 토해내듯 가슴 먹먹한 아픔을 이기지 못해 호통치며 절절하게 말했다.기모진은 얼굴을 떨어뜨렸다. 소만리의 절절한 말을 들으니 더욱 눈앞의 그녀를 대할 면목이 없어졌다.소리 없이 흐느껴 우는 남자를 보며 소만리는 말했다.“말해 봐. 기모진, 내가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말해 봐!”그녀의 말이 무겁게 떨어졌고 기모진은 갑자기 그녀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미안해, 소만리. 나는 왜 자꾸 당신을 힘들고 아프게 하는지. 왜...”이렇게 풀이 죽어 의기소침한 그를 보며 소만리는 또 어찌할 바를 몰랐다.그녀는 흐르는 눈물을 참았다. 기모진의 마음을 짓누르는 무거운 책임감을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그녀는 몸을 웅크리고 앉았고 날카로운 기운이 사라진 눈빛에는 사랑과 애틋함이 가득 들어차 있었다.“모진, 나 좀 봐.”소만리는 그의 얼굴을 들어 참을성 있게 아이를 달래듯 이 남자를 위로해 주었다.“당신이 여온이에게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거 잘 알아. 아무도 당신을 탓하지 않아. 그러니 당신도 당신을 탓하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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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3장

소만리는 단번에 이 목소리를 알아차렸다. 바로 전화에서 한껏 도발하던 그 목소리였다.제 입으로 기여온이 소만리의 벙어리 딸이라고 말한 그 여자!여자는 미리 준비한 듯 빨간 입술을 들어 올리며 가볍게 웃었다.“소만리, 우리 곧 만난다고 했지. 깜짝 놀랬어?”목소리만 듣고 있을 때는 도대체 누구인지 떠오르지 않았지만 비열하게 웃고 있는 모습에 소만리의 머릿속에 점점 윤곽을 드러내며 떠오르는 사람이 있었다.“소만리, 듣고 있어요?”전화기 너머에서 실험사가 의아해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소만리는 여자의 선글라스를 벗기려다가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아, 죄송해요. 듣고 있어요.”소만리가 황급히 대답했고 다시 고개를 들었을 때 방금 그 여자는 아주 독특한 향기만 남기고 사라졌다.소만리는 이 여자가 일부러 자신을 찾아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주차장에서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하지 않았다.그녀는 전화기 너머의 실험사의 말에 귀를 기울이며 주의 깊게 듣고 있었다.“소만리, 실험 결과 시약의 성분은 모두 안전하고 무해하지만 그 중 두 가지 성분은 우리 실험실의 모든 실험사들이 본 적 없는 것이었어요.”“그럼 그 두 가지 성분은 사람 몸에 들어가면 위험한 거 아니에요?”“그래서 분석을 더 해 봤는데 다행히 유해 요소는 발견되지 않았어요.”실험사가 긍정적인 대답을 했다. 소만리는 마침내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고 박사님 고맙습니다.”그녀는 고맙다는 인사를 남기고 전화를 끊었고 엘리베이터로 들어갔다.병실 입구에 다다랐을 때 소만리는 기모진이 왔다 갔다 하며 굳은 표정으로 서성이는 모습을 보고 서둘러 발걸음을 재촉했다.“모진.”기모진이 소리를 듣고 근심이 가득 찬 눈을 들어 소만리를 보았다.“모진, 왜 그래? 여온이한테 무슨 일 있어?”소만리가 긴장된 표정으로 물으며 병실 안을 들여다보았다.“여온이는 괜찮을 거야. 걱정하지 마.”기모진은 위로하며 소만리의 손을 잡았지만 그의 손도 긴장하고 두려운 나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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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4장

소만리의 위로에도 기여온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계속 울었다.방울방울 이슬처럼 떨어지는 아이의 눈물을 보면서 기모진의 마음도 함께 부서져 떨어졌다.그의 딸 여온이는 아빠인 그에게 완전히 실망했을 것이다.그는 여온이에게 그런 대접을 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하며 쓴웃음을 지었다.기여온은 소만리의 품에서 한참을 울다가 결국 울다 지쳐 잠이 들었다.의사가 또 와서 기여온을 진찰해 보았지만 큰 문제는 없었다.의사가 떠난 후 소만리는 병상을 지키고 있는 기모진을 위로했다.“모진, 너무 슬퍼하지 마. 여온이는 아직 어리잖아.”“어리니까 여온이는 가장 직관적인 방법으로 감정을 표현했겠지.”기모진이 슬픈 눈으로 잠든 아이를 바라보며 속삭였다.“모진.”“소만리, 더 이상 소극적으로 행동하지 않을 거야.”기모진은 소만리의 손을 잡아끌며 말했다.“나 여온이 잘 돌볼 거야. 아빠가 여온이를 많이 사랑한다는 걸 꼭 느끼게 해 줄 거야.”그의 다짐을 들은 소만리는 마음이 놓였고 미소 지으며 돌아서서 일용품들을 정리했다.이날 소만리와 기모진은 병원에서 계속 머물며 기여온을 돌보고 있었다.기여온의 상태도 많이 안정되어 기모진을 보고도 울지 않았다.그러나 기모진을 대하는 아이의 태도는 여전히 매우 차가웠다.기모진을 아는 척하지도 않았고 쳐다보지도 않았다.그저 소만리에게 계속 안아달라고 했다.기모진은 스스로 자초한 상황임을 잘 알고 잠자코 마음속으로 슬퍼할 수밖에 없었다.저녁을 먹고 기여온을 재운 후 소만리가 그릇들을 치우고 있는데 경연에게서 전화가 왔다.기모진이 괜한 오해를 할까 봐 소만리는 단호하게 전화를 받아 말했다.“그래, 바로 갈게.”전화를 끊은 후 그녀는 심호흡을 하고 기모진에게 거짓말을 했다.“모진, 회사에 일이 있어서 잠깐 갔다 와야 할 것 같아. 당신 여온이 좀 보고 있어.”기모진은 아무런 의심도 하지 않았고 잘 다녀오라며 소만리를 보냈다.소만리가 병원 문을 나서자마자 경연의 차가 길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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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5장

기모진이 반응을 보이려는 찰나 자신의 몸에 주입되고 있는 투명한 액체가 보였다.그는 그것이 무엇인지 몰랐지만 소만리의 상태를 보니 매우 긴장한 것처럼 보였다.또 살을 에는 듯한 차갑고 뻐근한 기운이 팔뚝에서 시작해 점차 온몸 구석구석까지 퍼지는 것을 느꼈다.그 서늘함이 사라지자 뒤이어 촘촘하고 날카로운 통증이 그를 압도했다.불편했다.기모진은 조금도 미동하지 않고 견디다가 소만리가 주사를 다 놓고 일어나려 하자 눈을 감고 여전히 깊은 잠에 빠져 있는 척했다.그의 머릿속이 몹시 혼란스럽고 복잡해졌다.소만리가 자신에게 무슨 주사를 놓았는지 왜 그가 잠든 사이에 이렇게 해야 했는지 기모진은 도대체 알 수 없었다.그러나 그것이 독이라 할지라도 기꺼이 받아들일 것이다. 그는 그녀를 너무나 많이 아프게 했다.설령 그녀의 마음에 원망과 불만이 아직 있다고 해도 그는 다 이해할 수 있었다.소만리는 옆에 서서 그의 반응을 계속 관찰하다가 그가 여전히 눈을 감고 잠든 것을 보고 말없이 안심했다.보아하니 이 해독제는 확실히 안전한 것 같았다. 적어도 그가 나쁜 반응을 보이진 않았기 때문이다.그녀는 기모진에게 다가가 조심스럽게 살피다가 그를 불러보았다.“모진.”남자는 계속 자는 척했다. 소만리는 담요를 가지고 와서 그의 몸에 가볍게 덮어주고 그의 눈썹을 살며시 쓰다듬었다.모진, 몸속의 독소를 제거할 수 있다면 어떤 대가도 기꺼이 치를 거야....기여온은 일주일 동안 입원해서 몸 상태를 관찰한 후 기 씨 집으로 돌아왔다.소만리는 기여온이 다른 사람들과는 잘 지내면서도 기모진과는 접촉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되었다.매번 기모진이 여온의 앞에 오면 고개를 흔드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소만리 뒤로 숨어버렸다.아이는 말을 할 줄 몰랐지만 소만리는 기여온의 마음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이전에 보였던 기모진의 냉담한 행동에 적잖이 상처받았다고 짐작할 수밖에 없었다.기모진도 달리 방법이 없었다. 다른 사람을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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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6장

강자풍이 여온을 처음 보았을 때 그녀는 더욱 천진난만하게 그에게 뽀뽀를 했었다.하지만 이제 기여온은 그를 싫어한다. 강자풍은 이렇게 서운한 적이 없었다.그는 기여온에 대해 아무런 나쁜 감정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단지 순수한 마음으로 그녀에게 더 많은 관심과 사랑을 주고 싶었다.그런데 생각해 보니 자신이 기여온에게 어떤 사람으로 보였을까?사람들은 또 그녀에 대한 그의 관심을 어떻게 보았을까?소만리는 위층에서 전화를 하고 있다가 아래층에서 나는 소리를 듣고 빠른 걸음으로 뛰어내려왔다.위청재는 기여온을 위로하면서 강자풍을 향해 욕설을 퍼부었다.“어디서 들어왔는지 모르겠지만, 이 자식아! 우리 집에까지 들어와 아이를 유괴하려 하다니!”아이를 유괴한다고?소만리는 대문 쪽을 바라보았는데 강자풍이 보였다.그러나 소만리는 기여온에 대한 강자풍의 태도가 무엇인지 알고 있었기 때문에 위청재에게 설명했다.“어머니, 이 사람은 내가 아는 사람이에요. 여온이를 납치하려는 게 아니에요. 여온이도 이 사람이랑 노는 걸 매우 좋아해요.”위청재는 믿지 않는 표정을 하고 말했다.“여온이가 어떻게 이 사람이랑 노는 걸 좋아해? 방금 내 눈으로 여온이가 이 남자 품에서 나오려고 발버둥 치는 걸 봤는데. 이 남자가 여온이를 내려놓자 바로 나한테 달려왔었어.”위청재의 말을 듣자 소만리는 괜히 가슴이 불안하게 뛰기 시작했다.“어머니, 그게 정말이에요? 여온이가 이 사람이랑 노는 걸 싫어했어요?”소만리가 되물었다. 위청재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어떻게 내가 널 속일 수 있겠니?”소만리는 당연히 위청재가 자신을 속이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그녀는 순진무구한 아이 앞에 가서 쪼그리고 앉아 말했다.“여온아.”기여온은 소리를 듣고 고개를 끄덕이며 소만리에게 대답하는 듯했다.소만리는 아이의 작은 얼굴을 어루만지며 말했다.“여온아, 엄마가 꼭 예전처럼 회복시켜줄게.”소만리는 기모진이 밖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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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7장

뜻밖에도 기모진이 깨어있는 것이었다!소만리의 심장이 튀어나올 것 같았다. 그녀는 주사액을 모두 밀어 넣은 뒤 과감하고 신속하게 바늘을 뺐다.소만리는 긴장한 채 주사기를 뒤로 숨기며 기모진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고민했다.기모진이 천천히 일어나 앉는 것을 보니 아직 졸음이 가득한 가늘고 긴 눈에는 잠이 덜 깬 채 당혹스러워하는 빛이 보였다.“소만리, 왜 일어났어?”“...”소만리는 제 발이 저려서 기모진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고 곤혹스러워하고 있었다.설마 기모진이 방금 내가 주사 놓은 것을 눈치채지 못한 걸까?소만리는 확실히 기모진이 알아채지 못한 것이라 생각했다.만약 그가 보았다면 그녀가 뭘 하고 있었는지 물어봐야 했다.“나 화장실 가려고.”소만리가 얼버무렸다.“당신은? 왜 일어났어? 내가 깨웠어?”기모진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졸린 표정으로 침대에서 내려왔다.“나도 화장실 가려고.”그는 돌아서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한 표정을 했다.소만리는 기모진의 뒷모습을 보고 손에 들고 있던 주사기와 다 쓴 시약을 대충 싸서 얼른 쓰레기통에 버렸다.기모진은 소만리의 이런 행동을 곁눈으로 보고 있었고 기분이 침울해졌다.화장실에 들어가서 기모진은 팔뚝의 작은 주삿바늘 자국을 내려다보았지만 이상하리만큼 마음이 고요해졌다.소만리, 당신이 나한테 무슨 주사를 놓았든 난 달갑게 받겠어.설령 당신이 내 목숨을 원한다 하더라도 난 기꺼이 당신한테 줄 수 있어....소만리는 기모진에게 두 번째 해독제를 주사한 후 기모진의 신체 변화를 몰래 관찰했다.그녀의 착각인지 모르지만 기모진의 머리카락 색깔이 그렇게 옅은 것 같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게다가 보름 동안 그가 기침하는 소리도 듣지 못했기 때문에 그녀는 이 해독제가 효과를 발휘하는 것이라 짐작했다.소만리는 매우 안심이 되었다. 기모진이 지금 정원에 있는 틈을 타 그녀는 경연에게 조용히 전화를 걸었다.“경연, 나 세 번째 해독제 필요해.”경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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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8장

소만리의 가슴이 먹먹해졌다.의사는 다시 질문을 던지며 기모진을 가리켰다.“여온아, 이 잘생긴 아저씨 몰라?”기여온은 그제야 기모진에게 시선을 돌렸고 두 눈으로 잠시 기모진의 얼굴을 본 후 멍하니 고개를 저었다.모른다.그녀는 기모진을 모른다고 했다.“여온아, 다시 잘 생각해 봐. 어떻게 이 아저씨를 모를 수 있어? 여온이 아빠잖아. 이 세상에서 널 가장 사랑하는 아빠.”의사가 재차 물었다.그러나 기여온은 고개만 갸웃거릴 뿐만 아니라 작은 눈썹을 찌푸리며 고민하는 표정으로 소만리의 품에 얼굴을 파묻었다.아이의 이런 반응을 보며 소만리는 누구를 마음 아파해야 할지 몰랐다.그녀는 황망한 표정을 지으며 말할 수 없는 회한과 고통을 가득 담은 기모진의 눈빛을 보았다.기모진이 혹시 엉뚱한 생각을 할까 봐 두려워서 소만리는 입을 열어 침묵을 깼다.“선생님, 제 딸 지금 도대체 어떤 상황이에요? 왜 아빠를 몰라보는 거예요?”기여온이 아빠를 멀리하려는 듯한 모습을 본 의사는 말했다.“아이가 전에 심하게 머리를 부딪힌 적이 있었기 때문에 아마 기억상실이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요.”의사는 잠시 멈칫하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아이가 위험에 처했을 때 어떤 자극이 가해져 뇌 자체에 불쾌감을 주는 사람이나 일을 선택적으로 잊어버렸을 수도 있구요.”의사의 말을 들은 기모진은 조용히 주먹을 쥐었다.그는 차가 폭발했을 때 기류에 밀려 기여온이 그의 품에 안겼던 순간 아빠라고 불렀던 것을 잊지 않았다.아이의 마음에 가장 서운하고 실망스러운 기억은 아마도 아빠인 그가 그녀에게 가던 발걸음을 매정하게 멈추었던 그때였을 것이다.집에 돌아온 후 기모진은 계속 방 안에 틀어박혀 있었다.그렇다. 그의 병은 낫지 않았고 오래 살지도 못한다. 그렇지만 왜 그런 방식으로 자신의 혈육을 냉대했을까?자신의 혈육을 말이다!그는 정말 멍청하고 바보 같았다!기모진은 자신이 너무나 싫었다.소만리가 방에 들어서자마자 기모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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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9장

경연은 소만리의 불만을 눈치챘지만 소만리가 거절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그녀가 기모진을 사랑하는 한 그의 조건에 타협할 수밖에 없다.그는 유유히 여유로운 자세로 차의 시동을 걸었고 서둘러 조건을 제시하지도 않았다.다만 그림을 감상하듯 소만리를 바라보며 입바른 칭찬을 늘어놓았다.“당신 오늘 정말 아름다워. 에메랄드빛 보석이 당신의 피부를 더욱 환하게 빛내 주는 것 같아.”소만리는 그가 뭔가를 발견했는지 어떤지 알 수 없었지만 침착하게 얼굴을 돌려 차창 밖을 내다보았다.“당신 칭찬 같은 거 필요 없어. 빨리 조건이나 말해 봐.”경연은 얼음장같이 차가운 눈빛의 소만리를 바라보며 말했다.“이번 주 목요일 밤 파티가 있는데 주최 측은 진 대장님 가족이야. 진 대장님은 당신이 잘 모를 수 있는데. 한때 IBCI 멤버였고 퇴직하시기 전에 대장 칭호를 받으셨어. 경도에서 명망 높은 분이시지. 그날은 대장님의 80번째 생신이야.”그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이어 입을 열었다.“대장님이 경도의 상류층 사람들을 많이 초대했어. 물론 나와 기모진도 빼놓을 수 없지.”경연이 말하는 것을 듣고 있던 소만리는 경연이 무엇을 요구할지 대충 알아차렸다.“그러니까 당신 부인 자격으로 진 대장님 생신잔치에 같이 가 달라는 말이지?”“역시 당신은 똑똑해.”경연이 웃으며 말했다.“한번 나와 같이 부부인 척 연기하기만 하면 기모진이 귀한 약을 얻을 수 있는데, 정말 수지맞는 장사지 않아?”“수지맞아?”소만리는 이 말이 유난히 아이러니하게 들렸다.“경연, 정말 도대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이해할 수가 없어.”“나란 사람을 다 이해할 필요 없어. 당신이 내 조건만 들어준다면 기모진은 더 오래 살 수 있어.”경연이 능수능란하게 말했다.소만리는 이 남자가 분명히 뭔가를 꾸미고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그녀는 경연이 계속 이렇게 거리낌 없이 기모진의 목숨을 가지고 협박하는 상황을 절대 용납하고 싶지 않았다.어쨌든 증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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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0장

소만리는 기모진의 마음을 더 이상 아프게 하고 싶지 않았다.소만리가 자신의 조건을 들어주지 않자 경연은 남사택을 바라보았다.경연의 뜻을 알아챈 남사택은 소만리에게 다가가 물었다.“기모진은 최근 보름 동안 몸 상태가 좀 나아지지 않았어?”소만리는 싸늘한 시선을 남사택의 얼굴에 던졌다.“당신의 해독제가 진짜라면 효과가 어떨지 누구보다 당신이 더 잘 알 텐데.”소만리가 자신을 몹시 증오하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지만 남사택은 개의치 않고 오히려 더 의미심장한 미소로 말했다.“해독제는 물론 진짜야. 정기적으로 주입하기만 한다면 그의 몸속 독소는 서서히 제거될 거야. 하지만...”남사택은 잠시 생각하는 듯 몇 초 동안 말을 멈추었다가 다시 말했다.“하지만 해독제를 투여하는 과정에서 일단 중단되거나 시간이 규칙적이지 않고 흐트러진다면 역효과가 날 수가 있다는 걸 알아둬야 해. 즉 기모진이 제때 세 번째 해독제를 투여받지 못하면 이미 받은 두 번의 해독제가 독소의 성장을 더 촉진하는 역할을 하게 돼.”“당신 지금 뭐라고...”남사택의 말을 들은 소만리는 머릿속이 갑자기 멍해지는 느낌이었다.사방에서 그녀의 심장을 조여와 갈기갈기 찢어버릴 것 같은 고통이 느껴졌다.그녀는 덫에 걸렸다.그녀는 스스로 기모진을 구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알고 보니 모두 그들의 계략이었다!“남사택! 넌 정말 사람이 아니야!”그녀는 갑자기 두 손을 뻗어 남사택의 멱살을 잡아당겼다.“당신의 실험을 위해서 멀쩡히 살아 있는 사람을 당신의 실험용 쥐로 만들었어!”소만리는 화가 나서 몸을 부르르 떨었지만 남사택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왜 이 세상에 당신들 같은 양심 없는 사람이 존재하는 거야!”“누구나 사는 데는 나름의 목표가 있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과정이 어떻든 상관없어.”소만리의 뒤에서 경연의 말이 그녀의 어깨를 타고 넘어왔다.그녀는 돌아서서 말했다.“당신이 이렇게 하는 이유가 당신 목표를 위해서야? 경연, 당신 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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