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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이혼하려고 결혼했습니다: Chapter 741 - Chapter 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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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2화

하준은 원래 거의 잔병치레가 없는 편이었는데 이번에는 완전히 감기에 걸리고 말았다.-----다음 날 아침 7시.여울은 아직 잠들어 있었지만 여름은 일찍 일어나 아이들 밥 먹이는 게 습관이 되어 있는 지라 이미 일어나 아침 준비를 시작했다.‘오랜만에 같이 잤는데 아침은 맛있게 먹여야지.’거실을 지날 때 여름은 최대한 소파에 누워있는 형체를 무시하고 지나갔다.“쿨럭쿨럭!”하준이 기침하는 소리가 들렸다.여름은 못 들은 척 하고 냉장고에 가서 호박을 꺼냈다.“나 감기 걸렸어.”하준이 주방 문 앞에서 다 죽어가는 소리를 했다.여름은 들은 척도 안 하고 쳐다도 보지 않았다. 어젯밤 그 민망한 일을 생각하면 저도 모르게 발길질이 나갈 판이었으니 이만하면 잘 참고 있는 셈이었다.“나 감기 걸렸다니까.”하준이 여름에게 다가오더니 가만가만하게 말했다.“당신 감기 걸린 게 나랑 무슨 상관이야.”여름이 획 돌아서며 눈을 쌩그랗게 뜨고 하준을 노려봤다. 얼굴은 살짝 상기되어 있었다.그 발그레한 볼을 보고 있자니 하준의 입에서는 저도 모르게 진심이 튀어나오고 말았다.“어젯밤에 당신 목욕하는 걸 봐서 그러잖아. 그걸 보고 나니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찬물로 샤워를 했다고. 그랬더니 감기 걸렸어.”성인이라면 그 상황에서 찬물로 샤워를 했다는 게 무슨 뜻인지 다 알았다. 그러나 부끄러워하고 앉아 있을 계재가 아니었다.“얼굴도 두꺼워! 누가 밤에 남의 방에 그렇게 멋대로 들어오래?”“이불도 줬으면서…. 추웠다니까. 게다가 누가 그렇게 문을 다 열어놓고 샤워를 하냐?”“애가 밖에 혼자 있는데 어떻게 문을 닫냐?”“……”하준은 갑자기 말이 없어졌다. 한껏 깊어진 눈으로 가만히 여름을 들여다 봤다.함께 지내봤더니 여름이 얼마나 세심한지 알게 된 것이다.‘엄청 세세한 데까지 세심하게 생각을 하네. 애한테 생선을 주면서 가시도 제대로 안 발라서 목에 걸리게 만드는 지안이랑 다르게.강여름이 엄마가 된다면 좋은 엄마가 되겠어.’“왜 사람을 그렇게 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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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3화

“저기요, 그건 그냥 기본 상식이거든요? 속 버려도 상관 없으면 지금 바로 약 가져다 줄게”.여름은 한없이 뻔뻔한 하준의 두꺼운 얼굴에 어이가 없어졌다.“나한테 관심 있다는 걸 인정하기가 그렇게 어렵냐?”하준이 끝까지 질척거렸다.“그래서 내가 관심 있다고 인정을 하면 어떻게 되는데요? 저기요, 그쪽이 곧 결혼한다는 건 온 세상이 다 알거든요. 최하준 회장님께서 나 같은 여자 때문에 수십 년을 마음에 담았던 소꿉친구 약혼녀를 버리겠다는 말씀은 아니시겠죠?”여름은 한껏 비꼬는 말을 늘어놓고는 주방으로 들어갔다.하준은 아무 말 없이 여름이 뒷모습을 바라보았다.자신이 여름에게 어느 정도 흔들리고 있다는 사실은 알았지만 그것이 지안에 대한 마음에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했다.그러나 어젯밤 벌어진 일련의 사건으로 하준은 지안에 대한 생각이 조금 흔들리고 말았다.‘지안이가 내가 생각했던 것처럼 그렇게 착하고 배려심 깊은 사람이 아닐 수도 있어. 반면 강여름은 내 생각처럼 그렇게 못된 인간이 아닌지도 몰라.’곧 심심한 된장국과 함께 상이 차려졌다.하준은 몇 분도 되지 않아서 된장국과 밥 한 그릇을 뚝딱 해치웠다. 그냥 평범하기 짝이 없는 된장국일 뿐이었는데 여름의 손을 거치니 그렇게 맛이 있을 수가 없었다.여름의 집에서는 언제라도 입맛이 도는 것 같았다.밥을 먹고 나니 여름이 따뜻한 물과 감기약을 한 포 내밀었다.“물에 타서 주면 안 돼?”하준이 꼼짝도 하기 싫어하는 어린애처럼 어리광을 부렸다.“백지안 전화번호 뭐야? 내가 전화해서 당장 와서 타주라고 할 게.”여름은 갈수록 한 술 더 뜨는 인간에게 휴대 전화를 내밀었다. “……”하준은 조용히 일어나서 약을 탔다. 핏기 가신 얼굴이 더욱 불쌍하게 보였다.20분쯤 지났을까, 침실에서 여울이 우는 소리가 들려왔다.여름은 후다닥 달려갔다. 곧 여울이 울음을 그쳤는지 웃음소리가 들려왔다.하준이 가서 보니 침대 위에서 여름이 여울의 머리를 땋아주고 있었다. 여울은 공주님처럼 귀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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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4화

“알아요. 하지만 큰아빠는 결혼하잖아요. 큰아빠가 하루종일 나하고만 놀면 지안이 이모가 안 좋아한대요. 지안이 이모가 날 미워하는 건 싫어요.”여울이 천진하게 말했다.하준은 씁쓸한 얼굴로 여름을 쳐다봤다.“내 말이 틀린가?”여름이 귀엽게 눈을 굴렸다.“백지안이 전혀 신경쓰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시는 건 아니겠지?”“……”예전 같았으면 백지안은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나섰겠지만 지금은 확신이 서지 않았다.도리어 여름의 팩폭에 입을 일자로 꾹 다물 수밖에 없었다.“빨리 가요. 괜히 여울이한테 감기 옮기지 말고.”여름이 다시 하준을 쫓았다.할 수 없이 시키는 대로 얌전히 물러났다.차에 타자 하준이 지시했다.“회사로 가. 약 먹었으니까 병원은 안 가도 돼.상혁은 빠르게 분위기를 파악하고 아무 말 없이 회사로 향했다.‘우리 회장님이 정신과 문제가 좀 있어서 그렇지 평소에는 1년 4계절 감기도 안 걸릴 정도로 강철 체력을 가진 분인데 오늘은 좀 이외네.’“아 참, 양하한테 바로 회사로 오라고 연락하고 급한 일 하나 맡겨.”하준이 다시 입을 열었다. 최양하가 강여름과 여울이가 다정하게 붙어있는 꼴은 보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상혁은 하준이 하고 있는 고놈의 속셈이 너무 빤히 보여서 어이가 없었다.“그리고….”하준이 덧붙였다.“가서 서인천 뒤 좀 캐봐.”상혁이 결국 질문을 던졌다.“제가 알기로는 서리그의 자제들은 다들 점잖고 예의바르고 학식도 있고 품행이 단정….”“됐어.”하준이 싸늘한 얼굴로 말을 끊었다.“그런 거 말고 그 녀석의 결점을 찾아오란 말이야. 누구든 결점이 있다고. 바람둥이라던지, 못된 습관이 있다던지 말이야.”상혁은 한숨을 쉬었다.“그런 거 없다던데요. 서인천 님은 구린 것 없이 아주 깨끗한 분입니다. 기본적으로 술집 같은 데는 가지도 않고….”“남들 하는 얘기 들을 것 없어. 그게 다 사실인지 어쩐지도 알 수 없고.”하준이 새삼 상혁을 가르치려고 들었다.“찾아 보라고. 발냄새가 난다던지, 구취가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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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5화

백지안은 깜짝 놀랐지만 열심히 웃음을 지었다.“그럴 리가 있나. 애들이 얼마나 천사처럼 순수하고 귀여운데. 애들 좋아하지.”하준은 얇은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백지안이 하준의 손을 잡아 끌며 눈을 내리깔았다.“준, 어제 내가 실수해서 기분 나쁜 거 알아. 하지만 나도 애를 처음 봐서 뭘 어째야 좋을 지 잘 몰라서 그랬어. 앞으로는 안 그럴 거야. 앞으로 여울이 자주 데리고 와. 나도 애기랑 지내는 연습을 해볼 수 있잖아.”여울이가 어제 일을 말하지 않았다면 백지안은 여울을귀신도 모를 방식으로 여울을 휘어잡았을 것이다.심하게 마하면 여울이가 죽는대도 여울의 죽음에서 자신은 아무 관계도 없어 보이도록 만들 수도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연습이라고?하준이 미간을 찌푸렸다.“여울이는 아직 어린 애라서 조금만 실수하면 크게 다칠 수도 있어. 생선 가시 하나, 씨 하나라도 잘못 삼켰다가는 목숨을 잃을 수도 있어.”백지안은 얼굴에서 핏기가 가시더니 더듬더듬 해명했다.“그, 그런 뜻이 아니고. 다시는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게 아주 아주 조심….”“우리 일단은 아이를 가지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하준이 갑자기 말을 끊었다.“왜? 어재 내가 애를 잘 못 봐서 그래?”백지안은 곧 울음을 터트릴 것만 같았다.“준, 요즘 편애가 너무 심하지 않아? 걔는 네 딸도 아니고 양하 씨 애잖아? 그래? 내가 잘못한 거 인정해.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엄마가 될 권리를 뺏어갈 수는 없어. 내 아이에게는 나도 최선을 다할 거니까.”지안아. 왜 어린애 한테 너와 나 사이에 끼어들지 말라는 소리 같은 걸 했어?”하준은 안 그래도 아픈데 백지안이 울어대니 더욱 짜증이 났다.“나랑 걔 아빠가 사이가 안 좋으니 나중에 내 애가 생기면 내 아이도 아니고 조카인 여울이가 너랑 나 사이에 끼어들면 내가 여울이를 싫어하게 될 거라고 말했다며?”여름은 멍해졌다.어제 위협을 했을 때 여울이 한껏 겁을 집어 먹고 끽 소리도 못하는 것을 보고 충분히 겁을 줬다고 생각했었다.‘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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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6화

그래서 하준은 더욱 자기 아이를 보모의 사랑 속에서 키우고 싶었다.“그럴게. 내 아이는 잘 돌볼 거야.”백지안이 눈물을 뚝뚝 흘렸다.“미안한테 지금은 널 믿을 수가 없어. 우린 아직 젊으니까 아이 문제는 천천히 생각해 보자.”하준은 고개를 돌려 시선을 피했다. “이제 그만 가 봐. 난 처리해야 할 일이 좀 많아. 그리고 도시락 만들어서 오지 마. 난 네가 하루 종일 내 곁에서만 맴돌지 말고 네 일에 집중했으면 좋겠어.”그러더니 하준은 의자에 앉아서 바로 일을 시작했다.백지안은 미쳐버릴 지경이었다.그러나 서운한 얼굴을 한 채로 FTT를 나오는 수밖에 없었다.그동안 어렵사리 만들어온 이미지의 가면을 강여름도 벗기지 못했는데 겨우 꼬맹이에게 홀랑 벗겨질 줄은 생각도 못했다.이때 곽철규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가서 1억만 좀 만들어 와. 이제 쓸 돈이 다 떨어졌다.”백지안은 머리 끝까지 화가 났다.“1억 준지가 언제라고 벌써 이래? 내가 무슨 현금 인출기야? 1억 벌기가 쉬운 줄 알아?”“힘들지~, 하지만 최하준에게 1억쯤은 아무것도 아니잖아?”곽쳘규는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곧 결혼도 할 건데 국내 최고의 부자의 재산 절반이 이제 네 거잖아?”백지안은 속에서 울화가 치밀어 올랐다.“그래! 결혼할 거야. 하지만 내가 그렇게 몇 억씩 턱턱 써버리면 하준이도 눈치 챌 거라고.”“그냥 쇼핑 좀 했다고 둘러대면 그만이잖아?”곽철규가 짜증스럽게 말했다.“빨리! 급하게 쓸 데가 있다니까!”“제발 돈 주면 그걸 제대로 된 데다 쓰면 안 되겠어? 당신이 도박이며 술 마시는데 다 뿌리고 다니는 거 내가 모를 줄 알아? 게다가 아파트에 여자도 종종 데리고 왔지? 나한테 병이라고 옮기기만 해 봐!”“주둥아리 조심해서 놀리라고. 내가 다른 애를 안 델고 놀면? 네가 매일 해결해 줄 거냐? 너랑 노는 게 좋기는 하지만 너랑만 노는 건 질린다고.”백지안은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았다. 곧 고개를 숙이고 말했다.“좋아. 보내줄게.”전화를 끊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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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7화

여름이 떠나고 얼마 되지 않아서 여울은 하늘의 손에 카드를 하나 쥐여주었다.“이거 아빠 카드야. 가져. 쓰고 싶을 때 마음대로 써. 난 증조 할아버지가 준 거 있어.”“필요없어.”하늘이 되돌려 주며 말했다.“강여울, 넌 아빠랑 엄마가 다시 같이 살면 좋겠지?”여울의 눈이 반짝였다.“사실은… 아빠가 사진보다 잘생겼더라?”하늘은 당황스러웠다. 아무래도 얼빠인 동생은 믿을만한 존재가 못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하지만 아빠는 다른 사람이랑 결혼할 거야. 아빠는 나쁜 사람이야. 옛날에 엄마가 우리를 보호해주지 않았으면 우리는 태어나지도 못했을 거야.”여울의 얼굴이 축 쳐졌다.“게다가 양유진 아저씨가 우리한테 진짜 잘해주잖아?”하늘이 영 기분이 안 좋은 듯 일깨웠다.“아저씨가 내내 몰래 우리 엄마를 기다리고 있다니까.”“알겠어. 아빠랑 엄마랑 안 붙여 좋으면 되잖아.”여울은 고개를 푹 숙였다.그날 유치원에서는 ‘만지지 마세요!’를 배웠다.“여러분, 낯선 사람이 여러분의 얼굴이나 엉덩이나 가슴을 만지려고 하면 못 만지게 해야 돼요. 그리고 절대로 낯선 사람 앞에서는 바지나 옷을 벗으면 안 돼요. 여러분의 몸을 함부로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는 거 아니에요.”여울은 그 말을 듣고 까만 눈썹을 치켜 세우더니 결국 손을 들고 물었다.“선생님, 빨개 벗으면 어떻게 돼요?”“모르는 사람이 그러면 경찰 아저씨를 부를 수 있어요.”선생님이 진지하게 답했다.“그러면 모르는 사람이 아니면요?”여울이 고민스러운 듯 물었다.“큰아빠가 이모를 봤는데요…..”“……”쿨럭쿨럭!선생님은 한참 만에야 간신이 정신을 차리고 답했다.“책임을 져야죠. 남자가 여자를 봤으면 책임을 져야 해요. 그러니까 결혼을 하던지 해야지 안 그러면 나쁜 짓이에요.”여울은 알쏭달쏭하기만 했다.‘그래서 엄마가 그렇게 화를 냈나? 아빠가 나쁜 짓을 한 거구나.’수업이 끝나자 여울은 선생님에게 하준에게 전화를 걸어달라고 했다.“큰아빠, 나 유치원 왔어요.”“응, 유치원 재미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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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8화

“끊어.”“아니!”하준이 급히 말을 이었다.“그거 타이레놀은 아니었잖아? 이름이 뭔데?”“아 몰라. 약국에 가면 다 팔아!”그러더니 여름은 그대로 탕!하고 끊어버렸다.하준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다시 전화를 걸었다.“아, 뭐 하는 짓이야?”간신히 짬을 내서 낮잠을 자려던 여름은 울컥 짜증이 올라왔다. 여름의 말투에 가득한 짜증을 하준이 못 알아들었을 리 없다. 가뜩이나 감기로 몸 상태가 별로이던 하준은 열이 확 올랐다.“사람이 좋은 마음에 경고나 좀 해줄까 했더니…. 서인천 그 인간 별로야. 발냄새도 나고 남자 좋아한대. 순전히 벨레스 후계자라는 것만 보고 당신한테 접근한 거야. 정말 당신이 좋아서 만나는 걸로 착각하지 말라고.”“당신이 뭔 상관이야!”여름은 목이 아프도록 소리를 질렀다.“아무리 그래도 당신이 내 전처인데 사기나 당하고 다니면 망신스러우니까 그러지.”“고맙지만 나는 서인천 씨가 발 냄새 나는 사람은 아닌 것 같고, 남자를 좋아하는지 어떤지는 이따가 집에 데려가면 알게 되겠지.”여름은 말을 하더니 전화를 끊었다.화가 나서 하준도 수화기를 쾅 내려 놓았다.막 들어와서 보고를 하려고 문을 들어서던 상혁은 매우 민망한 얼굴이었다.‘아오, 진짜. 서인천 님은 발 냄새 같은 거 안 나거든요. 회장님이 이렇게 연적을 까내리려고 아무 말이나 막 하시는 분이었다니….’하준은 있는 대로 성질을 다 내더니 기침을 쿨럭쿨럭해댔다.“아무래도 병원에 가서 진찰 받고 약을 받으시는 게 좋겠는데요. 강 대표님이 의사는 아니잖아요.”얼굴이 온통 벌그레한 채 별 차도가 없어 보이는 하준을 보며 상혁이 말했다.하준은 상혁을 노려보더니 결국 내키지는 않는다는 투로 한 마디 뱉었다.“주혁이나 불러줘.”상혁은 정말이니 민망해 죽을 지경이었다.‘이주혁 선생님이 무슨 개인 전용 닥터냐고요….’어쨌거나 상혁은 이주혁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주혁도 어이 없어 했지만 그래도 감기약을 들고 와 주었다.“네 가족 주치의 부르면 죽냐?”하준은 약을 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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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9화

비밀스러운 룸.백지안이 10분쯤 기다리니 천천히 문이 열렸다.귀족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남자가 걸어 들어왔다. 미간에는 반쯤은 느른하고 반쯤은 무심한 분위기가 서려있었다.“백지안 씨가 나에게 무슨 일입니까?”“같이 하고 싶은 일이 있어서요.”백지안이 그 얼굴을 보면서 평온하게 빙그레 웃었다.“우리가 같이 할 일이 뭐가 있습니까? 저에 대해서 뭔가 오해하신 것 같은데. 전 바쁜 사람입니다. 별 일 없으시면….”“3년 전에 최하준 옆에 있던 지다빈은 가짜죠.”백지안이 입을 열었다.“나중에 지다빈이 죽을 때에야 진짜 지다빈을 데리고 왔어요. 내 추측이 틀리지 않다면 당시에 당신들은 백소영을 백소영을 바꿔치기 하려고 했을 거예요. 최하준이 백소영을 감옥에 처넣으면 강여름과 사이가 벌어질 테니까. 그리고 그 가짜 지다빈은 최하준의 곁에 있을 때 계속해서 최하준의 약에 손을 댔어요. 결국 최하준은 병세가 심해져서 점점 기억을 잃었죠.”남자의 눈이 점점 깊어지면서 차가워졌다.천천히 백지안의 맞은 편에 와서 앉더니 얼굴에 비열한 웃음이 떠올랐다. “백지안 씨는 아시는 게 많군요.”“당시에 내가 나타나지 않았더라면 최하준은 지금쯤 미쳤겠죠.”백지안이 말했다.“아시니 다행이군요. 당신은 내 계획을 망쳤습니다.”남자가 어금니를 물고 말했다.“그래 놓고 지금 나와 협상을 하자는 겁니까?”백지안이 웃었다.“당신의 가면 속 모습을 드러내고 싶지는 않을 텐데요? 난 증거를 가지고 있거든요. 3년 전에 최하준의 건강을 관리하면서 나는 누군가가 하준이의 약에 손을 댄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아주 교묘한 수법이라 나 같은 의사가 아니면 아마도 들키지 않았겠죠.”남자는 입을 꾹 다물고 아무 말이 없었다.백지안이 그에게 차를 따라 주었다.“3년 전의 일은 대충 그렇게 알고 있어요. 당시 다빈이는 강여경이 성형수술을 한 거였죠. 나중에 강여경이 어디로 갔는지는 당신들 밖에는 모르고요.”“당신들?”남자가 웃었다.“하늘과 땅을 속이고 최하준의 친구들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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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0화

이틀 후.밤에 임윤서가 동성에서 돌아왔다.여름은 직접 윤서를 데리러 공항에 나갔다.“아니, 내가 자리 며칠 비웠다고 여울이가 최양하의 딸이 되어 버리다니!”답답했다.“그러면 이제 애들은 나랑 같이 돌아가지 못하잖아? 거기 혼자 있으면 너무 외롭단 말이야. 그냥 서울에 사무실을 얻을까? 이번에 집에 갔더니 엄마 아빠가 나가지 말라고도 하시고.”“그래도 되겠다.”여름이 물었다.“SE에서 내내 너 데려가고 싶어했잖아? SE랑 손잡고 오슬란에 한 방 먹여줘도 좋고.”“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요즘 오슬란에서 허구한 날 전화 온다. 제발 돌아오라고.”그렇게 말하면서 임윤서는 사뭇 의기양양했다.이때 휴대 전화가 울렸다. 위에 ‘송영식’ 석 자가 선명하게 반짝였다.임윤서가 여름에게 눈썹을 찡긋해 보였다. 그러더니 거만하게 거절 버튼을 눌렀다.“하! 뭐야, 이거! 내가 그렇게 애걸할 때는 들은 척도 안 하더니. 이젠 너는 쳐다도 못 볼 어르신이 되었단 말이야.”여름은 ‘푸흣’ 웃었다.“네가 SE랑 손을 잡으면 송영식은 어지간히 골치가 아프겠다. 쿠베라는 자식들이 많아서 송영식은 누나도 있고 동생도 있잖아. 둘 다 대단한 사람들인데 중간에 끼어서 어중간하지. 게다가 사촌이며 육촌까지 많으니 자기가 세운 회사도 제대로 관리 못하면 쿠베라 쪽에서 위신이 떨어질 거 거든.”“그 자식은 쿠베라를 물려 받으면 안 돼. 쿠베라 끝장난다고.”임윤서가 비웃었다.“얌전히 백지안의 충견 노릇이나 하는 게 낫지.”여름이 뭐라고 말을 하려는데 육민관에게 전화가 걸려 오는 바람에 말이 끊기고 말았다. 사뭇 씁쓸한 목소리였다.“젠장, 곽쳘규가 죽었습니다.”여름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졌다. 육민관의 솜씨는 여름이 잘 알았다. ‘민관이가 나이는 어려도 실전 경험이 풍부해서 그렇게 노련한 녀석인데 그런 민관이의 보호 하에 있는 사람을 죽이다니, 대체 어떤 녀석이야?’“잘 지켜보라고 했었잖아? 어떻게 된 거야?”“저녁에 곽철규를 미행하고 있었는데 누님 말씀처럼 누군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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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1화

751화해변가 별장백지안은 전화를 한 통 받았다.“놈은… 깨끗이 처리되었습니다.”백지안의 눈이 반짝했다.“일을 아주 꽤 빨리 처리하시네요. 시체도 깔끔하게 잘 처리했나요?”“야산에 처리했는데 아주 외진 곳이라 아무도 접근하지 않을 겁니다.”“고맙습니다.”전화기 저쪽의 사람이 작게 웃었다.“흠, 인사는 넣어두시죠. 이번에는 내가 도와드렸으니 다음에는 제 쪽에서 부탁드릴 일이 있을 겁니다.”“좋습니다.”백지안은 웃었다. 양다리를 걸친 채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는데 드디어 곽철규라는 우환을 처리해 버렸으니 이제는 완전히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게 된 것이다.곧 밖에서 차 소리가 들렸다.백지안은 후다닥 뛰어 내려갔다.“준, 마침 잘 왔어. 오늘 웨딩 업체에서 평면도를 보내줬거든. 식장은 이렇게 배치하면 될까?”백지안이 휴대전화를 건넸다. 하준은 그냥 대충 보았다.“좋을 대로 해. 나는 좀 씻을게.”백지안은 하준의 등을 보며 서운함에 발을 굴렀다.“최하준, 솔직하게 말해. 나랑 결혼하고 싶지 않은 거 아냐? 결혼 준비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나 혼자서만 하고 있잖아? 우리 다음 주에 결혼식이라고. 그건 알아?”하준이 돌아보았다. 처량한 백지안의 눈을 보니 가슴이 메었다.‘지안이랑 결혼하면 좋을 줄 알았는데 요즘 가슴이 정말 너무 답답해.’백지안은 결국 눈물을 뚝뚝 흘렸다.“여울이 건은 내가 잘못한 거 나도 알아. 하지만 나도 충분히 되돌이켜 봤고 네가 임신에 동의하지 않아서 난 이제 주사도 안 맞아. 대체 나더러 뭘 더 어쩌라는 거야? 이제 날 사랑하지 않는 거야? 매일 새벽부터 나가서 오밤중에 들어오고. 너 예전에는 안 그랬잖아?강여름이 돌아오고 나서부터는….”“그만하지.”하준이 백지안의 말을 끊었다.“아니, 할 말 아직 남았어.”백지안은 이제 정신줄을 놓은 듯 하준에게 마구 소리를 질렀다.“너는 나한테 손만 대면 혐오감이 드니 나는 널 만족시켜줄 수 없다는 거 알아. 하지만 준, 애초에 내가 너한테 매달린 건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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