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로맨스 / 이혼하려고 결혼했습니다 / Chapter 721 - Chapter 730

All Chapters of 이혼하려고 결혼했습니다: Chapter 721 - Chapter 730

1699 Chapters

722화

‘하지만… 얘는 최양하의 딸이라고. 어려서부터 그렇게나 꼴도 보기 싫던… 최양하의 딸인데.내 아이가 살아있었다면 아마도 이렇게 귀여웠겠지?’하준은 지갑에서 블랙 카드를 꺼내 여울에게 주었다.“자, 큰 아빠 선물이다.”최란은 깜짝 놀라서 눈이 튀어나올 뻔 했다.‘하준이가 양하의 딸에게 이렇게까지 우호적일 줄이야? 하준이는 워낙 쌀쌀맞은 성격인데 여울이에게만 특별하네?’“이게 뭐예요? 증조 할아버지도 하나 줬는데. 하나 있으니까 됐어요.”여울은 블랙카드를 하준에게 돌려주었다.“더는 필요 없어요.”하준은 그런 여울이 마음에 들었다.‘엄마에게서 교육을 잘 받았군.’“괜찮아. 증조 할아버지는 증조할아버지고, 이건 네가 주는 거니까 다른 거야.”“받아두렴. 네 큰아빠는 아주 부자란다. 잃어버리만 말거라.”최란이 말했다.여울은 고개를 갸웃하고 잠깐 생각했다.‘뭐, 이건 받아서 하늘이에게 줄까?하늘이도 있는 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나는 아니까 하나 더 받아서 하늘이에게 줘도 되겠지.그리고 아빠 거니까 내가 안 가져가면 그 나쁜 이모만 좋은 거잖아?’“알겠어요.”한껏 달콤하게 대답하며 여울은 하준의 손을 잡았다.“나옹이 찾으러 같이 가요.”최란은 하준이 안 갈 것이라고 생각하고 막아주려고 했는데 뜻밖에도 하준은 넙죽 대답하더니 여울을 어깨에 태우고 나갔다.최민이 바나나를 하나 까면서 다가왔다.“모르는 사람이 보면 부녀인 줄 알겠네.”“그러게나 말이다.”----밤. 파티가 끝나고 나니 늦은 밤이었다.하준은 본가에 남아서 자기로 했다.3년 동안 하준은 본가에 거의 오지 않았었다. 그 건물에는 여름과 함께했던 추억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었다.밤이 되어 하준은 침대에 누웠다. 아무래도 밤새 잃은 아이들 생각에 잠을 이룰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이때 밖에서 ‘똑똑똑’ 하고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일어나 문을 열어보니 여울이 귀여운 곰돌이 잠옷을 입고 불쌍한 표정을 하고 서 있었다.“큰아빠, 같이 자도 돼요?”“왜 아빠랑 자
Read more

723화

“……”하준은 아무 말이 없었다.‘여울이가 말하는 건 비밀 금고겠지. 3년 전 이 방을 썼을 때 강여름이 비밀 번호를 설정했었지.강여름이 떠나면서 다른 것들은 다 가져갔는데 이 비밀 금고만은 두고 갔지만 아무도 비밀 번호를 몰라서 열지 못했는데.’예전에는 별 신경을 쓰지 않았었기 때문에 열어볼 생각도 하지 않았다.그런데 오늘 이 꼬맹이가 무심코 누른 번호에 열린 것이었따.“이건… 목걸이구나.”하준은 목이 잠겨서 답했다.“큰아빠 거예요?”여울이 궁금한 듯 물었다.“나도 잘 모르겠다.”하준도 잘 생각이 나지 않았다.“하지만 짐작 가는 사람은 있네. 돌려줘야겠다.”“알았어요.”여울은 목걸이를 하준의 손에 떨어트리더니 세수하러 갔다.----아침 먹을 때가 되자 최양하가 후다닥 다가와 여울을 잡더니 속삭였다.“이 녀석아, 네가 이렇게 네 아빠한테 붙어 있는 걸 알았다가는 엄마가 엄청 화낼 걸.”“아빠! 쉿! 말하지 말아요.”최양하는 울고 싶었다.“어이구, 그래도 아직 사람들 앞에서 날 아빠로 부르는 건 안 잊었구나. 어제 만나고부터는 아주 네 눈에는 네 아빠밖에 안 보이는 것 같더니. 밤에도 자다 말고 난 버리고 아빠한테 가고… 이 녀석아 사기를 칠 거면 좀 더 조심해야지.”“삼촌, 그런 게 아니에요. 이것도 작전이라고요.”여울이 입을 비죽거리더니 천진하게 말을 이었다.“이제부터 내가 그 나쁜 이모를 혼내 줄 거예요.”“……”최양하는 골치가 아팠다.“제발 그냥 얌전히 있어. 네 엄마가 이제 곧 너랑 하늘이를 같은 유치원에 보내준대.”“잘 됐네요. 남는 블랙카드 하나 하늘이 줘야 하는데.”여울이 진지하게 말했따.“……”‘이 꼬마 녀석을 상대하는 일은 보통 힘든 일이 아니겠어.’----곧 식구들이 하나 둘 내려와 식사를 시작했다.최정은 하준의 오른손 옆에 빌로드 보석함이 놓인 것을 보았다. 저도 모르게 슥 열어보더니 깜짝 놀랐다.“이거 이잖아?”하준이 눈썹을 치켜 세우고 물었다.
Read more

724화

출근시간이 지나서 다행이었다. 출근시간이었더라면 온 회사 직원들이 다들 서서 구경이 날만한 미모였다.“여긴 또 왜 왔어요?”여름이 힐을 또각거리며 다가갔다. 하얀 손가락으로 하준의 차를 가리켰다.“최하준 회장님, 여기는 주차위치가 아닌데요.”최하준이 여름을 내려다 봤다. 오늘은 메이크업도 하지 않고 왔지만 여름의 미모는 여전했다. 오히려 깨끗한 피부와 청순함이 드러났다.하준은 갑자기 확 더운 느낌이 들어 셔츠 단추를 하나 풀었다. “저기… 이거 당신 건데.”하준이 차에서 빌로드로 싸인 보석함을 내밀었다. 열어보니 Heart of Queen이 붉은 빛을 반짝였다.여름은 깜짝 놀랐다.Heart of Queen은 하준이 동성에서 거금을 들여 여름에게 선물한 두 사람의 사랑의 증표였다.여름은 조심스럽게 가지고 있었지만 3년 전 마음을 접고 떠나면서 잊고 있었던 것이다.“예전에는 내 거였지만 이제는 아니지.”여름은 빙그레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눈에 드러날 복잡한 감정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따.“무슨 뜻이야?”하준이 미간을 찌푸렸다.“그건 전에 당신이 나에게 주었던 선물이에요. 잊어버렸나 보네.”여름이 담담히 말했다.하준의 눈이 어두워졌다.“아마도 예전에 죽어라 생떼를 써서 나에게 사달라고 한 모양이지.”여름이 ‘하!’하고 웃었다.“마음대로 생각하셔. 어쨌든 이혼했으니 백지안에게 주시던지.”그러더니 하준을 피해 엘리베이터를 타러 가려고 했다.하준은 본능적으로 여름의 손목을 잡더니 보석함을 여름에게 쥐여주었다.“당신이 찼던 거라 지안이가 안 받을 거야. 가져가.”여름은 고개를 숙여 그 보석함을 보았다. 자조적인 웃음이 스쳤다.‘아, 백지안이 안 받을 테니 내가 다시 가져가라?’“그러시던지.”여름은 그대로 받아서 걸어갔다.그러더니 쓰레기통에 그대로 던져 넣었다.하준의 눈이 커지더니 차갑게 외쳤다.“귀한 걸 왜 그렇게 던져?”“나더러 가져가라고 했으니까 내 마음대로 처분할 수 있는 거 아닌가?”여름은 그대로 개인 전용
Read more

725화

백지안은 철렁했던 심장이 다시 쿵했따.‘아니, 어딜 봐서 내가 겨우 직원으로 보여?’“아니, 큰아빠랑 결혼할 사람이야.”하준이 설명했다.“안녕하세요?”여울은 바로 달달하게 인사했따.“응.”백지안은 환하게 웃었다.“준, 애를 이렇게 좋아하는지 몰랐네. 우리도 얼른 하나 만들어야겠어.”“그러게.”하준은 담담히 대답했다.“아마 나랑 엄청 닮아서 더 그런 것 같아.”“우리 아이는 너랑 더 닮았을 거야.”백지안이 생글생글 웃으며 입을 가렸다.여울은 실망한 듯 고개를 떨구고 하준의 소매를 만졌다.“큰아빠, 나중에 아가가 생기면 이제 여울이는 안 예뻐해요?”꼬맹이의 실망이 담긴 까만 눈이 하얗게 질린 얼굴과 선연히 비교되었다.하준은 심장이 뜨끔했다. 낮은 소리로 꼬맹이를 달랬다.“그럴 리가 있나? 우리 아기가 생겨도 여울이는 좋아할 거야.”“고마워요.”여울이 하준의 볼에 뽀뽀를 쪽했다.백지안은 얼굴이 굳어졌다. 겨우 서너 살 밖에 안 된 아이인데도 무의식적으로 여울에게 반감이 들었다.게다가 하준이 여울에게 보여주는 다정함은 평소의 모습과는 영 본적이 없었다.“저기, 우리 오늘….”“이거 큰아빠 밥이에요?”갑자기 여울이 물었다.“그래.”하준은 기대에 찬 여울의 눈을 보며 눈썹을 찡긋했다.“배고프구나? 먹을래?”“네, 네!”여울은 숟가락을 들고 먹기 시작했다. 그러나 몇 입 먹더니 곧 인상을 찡그렸다.“힝, 맛이 없다. 우리 엄마는 맛있는 것만 해줬는데.”백지안은 하마터면 유지하던 포커 페이스가 무너질 뻔했다.‘뭐야? 내가 한 밥을 먹으면서 맛 없다니?’하준은 그런 백지안의 표정은 눈치 채지 못했다. 어쨌든 속으로는 여울의 말에 매우 동의했기 때문이다.“엄마가 해준 건 맛이 있었어?”“응. 엄마가 한 보쌈이랑 아보카도 샐러드랑 감자채볶음 그런 거 다 맛있었는데.”하준은 어쩐지 갑자기 여름이 해주었던 아보카도 샐러드가 생각났다. 딱 한번 먹어본 게 다였지만 그 맛은 아직도 기억이 났다.하준은 여울도 여름의 아보
Read more

726화

곧 FTT 식당의 주방장이 불려와서 여울이가 좋아할만한 음식을 했다.그러나 여울은 몇 입 먹다 말았다.“싫어. 엄마가 한 게 좋아. 엄마가 한 건 다 맛있는데. 깨도 많이 뿌려주고. 하지만 여울이도 이제 엄마가 한 밥은 못 먹는 거 다 알아요.”그렇게 말하는 여울의 볼을 타고 눈물이 주루룩 흘러내렸다. 하지만 애써 참는지 우는 소리는 내지 않았다.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애가 슬픔을 꾹 참으며 우는 것을 보니 하준은 더욱 마음이 아팠다.“우리 아빠한테 가보자.”하준은 이제 정말이지 더는 어쩔 방법이 없었다.“알았어요. 아빠한테 여름이 이모한테 가자고 해야지. 여름이 이모가 한 보쌈은 엄마가 한 것처럼 맛있거든요.”“강여름?”하준은 흠칫했다.“강여름을 말하는 거야?”‘이놈의 자식이 애까지 데리고 강여름을 찾아갔었어? 이런 뻔뻔한 자식을 봤나?’“몰라요. 어쨌든 여름이 이모는 이뻐. 내가 본 이모 중에 제일 예뻐요. 그리고 나한테도 엄청 잘 해줘요. 여름이 이모가 우리 새엄마 하면 안 돼요?”여울이 천진한 눈을 들어 물었다..“……”하준의 입술이 일자로 다물어졌다.‘강여름이 최양하의 아내가 되어 여울이 새엄마가 된다고?’생각만으로도 심장 깊은 곳에서 미친 듯한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걔들은 안 돼!”“왜 안 돼요? 난 여름이 이모가 해준 거 먹고 싶은데.”여울이 고개를 숙이고 물었다.하준은 여울을 잠시 쳐다보다가 안아 올렸다.“큰아빠랑 여름이 이모한테 가서 맛있는 거 해달라고 하자.”“좋아요!”여울은 뛸 듯이 기뻐했다.----11시 반.하준은 다시 화신그룹으로 갔다.이번에는 아침에 여름에게 잔소리를 들은 경비가 하준의 차를 들여 보내주지 않았다.할 수 없이 밖에 차를 세워두고 여울을 안고 들어갔다.프론트에서 직원들이 하준이 자신과 똑 닮은 여자애를 안고 들어오는 것을 보고 완전히 깜짝 놀랐다. 다들 모여서 수근거리기 시작했다.“세상에, 최 회장 딸이야?”“보면 몰라? 딸 맞네.”“그런데 어디서 저렇게 큰 애
Read more

727화

“아, 알겠습니다.”하준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위압감에 팀장들은 숨도 못 쉬고 허둥지둥 자리를 빠져나갔다.사무실은 순식간에 고요해졌다.여울은 여름의 목을 끌어안았다.“엄마가 해준 밥이 먹고 싶어서요. 전에 아빠랑 이모네 가서 밥 먹었는데 엄마가 해준 밥이랑 똑같았다고 했더니 큰아빠가 데리고 왔어요.”그러더니 여울은 여름에게 눈을 찡긋해 보였다.“……”‘엄마가 왜 갑자기 이모가 됐어? 최하준만 없었으면 엉덩이 맴매감인데….아니, 그나저나 이게 다 무슨 일이야?어쨌든 일단은 맞춰주는 수밖에 없겠군.’여름이 아무 말이 없자 하준은 어두운 얼굴로 입을 열었다.“애 하는 말 안 들려? 애기가 당신이 해준 밥이 먹고 싶다잖아.”“아니, 근데 왜 둘이 같이 있는데요?”여름은 마른 세수를 하며 진정하고 정신을 차렸다.“얘는 양하 씨 딸 아니야?”“양하한테 애가 있는 걸 알고 있었군.”하준의 말투에는 저도 모르게 원망스러운 감정이 실려있었다. 하준은 여름이 알고 있었다는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는 것보다 최양하가 딸이 있다는 사실을 여름에게 말할 정도로 둘 사이가 가깝다는 사실에 화가 났다.“… 나도 얼마 전에 알았어요.”여름은 하준은 신경도 쓰지 않고 여울에게 다가가 안아 올렸다.“우리 여울이 뭐 먹고 싶어요?”“갈비, 보쌈, 조기구기…”“……”‘정말 누구누굴 닮아서 이놈의 식탐은 정말이지….’“그래, 그러면 우리 마트부터 갈까?”딸이 먹고 싶다니 여름은 열일을 제치고 여울을 데리고 나섰다. 내내 하준에게는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무시당한 하준은 인상을 찌푸리며 따라 나섰다.“어디서 할 건데?”“당연히 집에 가야지. 여긴 주방도 없으니까. 그리고 마트부터 가야 돼.”여름은 포기한 듯 하준을 돌아봤다.“당신은 가 봐요. 저녁에 내가 양하 씨한테 연락해서 애기 데려가라고 할 게.”“됐어. 내가 데리고 나왔으니까 내가 데려가면 되지.”하준은 벨트에 손을 대고 멋드러진 포즈로 여름 옆에 섰다.세 사람이 위풍당당하게 복도를
Read more

728화

하준은 곧 시동을 걸고 백미러로 여름의 품에 안긴 여울을 보았따.순간 하준은 셋이 한 가족이고 자신이 아내와 딸을 데리고 쇼핑을 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그리고 그런 느낌이 전혀 싫지 않았다. 아니, 되려 가슴이 뿌듯해지는 기분이었다.뒷좌석에서는 여름이 여울에게 귓속말을 하고 있었다.“이 녀석! 들키면 어쩌려고?”“안 들켜요. 다들 내가 삼촌 딸인 줄 알아요.”여울이 속삭였다.“아까 그 나쁜 이모가 아빠를 찾아왔어요. 마음에 안 들어서 내가 아빠를 데리고 나왔어요. 내가 엄마 대신 복수했어.”“……”웃픈 일이지만 어쩐지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요요, 똘똘한 녀석!’“됐어. 그 여자랑은 가까이 하지 마. 넌 아직 어려서 사람이 얼마나 무서울 수 있는지 몰라. 엄마는 여울이를 잃을 수 없어.”“괜찮아요. 아빠가 날 얼마나 좋아하는데요. 그 나쁜 이모보다 날 훨씬 더 좋아해요.”여울이 확신에 차서 말했다.여름은 그 말을 듣더니 진지하게 여울을 들여다 보았다.“강여울, 너, 아빠를 엄청 좋아하는 거 아니야?”“뭐, 엄청 잘 생겼잖아요.”여울은 그렇게 말하면서 눈을 반짝였다. 분명 무척 좋아하는 모양이었다.“……”‘아이고, 누가 내 딸 아니랄까 봐 얼빠인 거 봐. 사람은 얼굴만 보면 안 된다고 나중에 단단히 가르쳐 놔야지 안 되겠어.’마트에 도착하자 여름이 여울이를 안아서 카트에 태우려고 했다.그러나 이제 여울이 꽤 묵직해져서 여름은 여울을 제대로 앉히지 못하고 헤맸다. 하준이 곧 손을 뻗어 안정적으로 여울을 카트에 앉혔다.여름의 시선이 하준의 팔뚝에 꽂혔다. 하준은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입꼬리를 올렸다.“내가 힘은 좀 세지.”여름은 웃었다.“힘이 세긴 세지. 안 그랬으면 내가 그렇게 밀려서 쓰러지지도 않았을 텐데.”하준의 입에서 미소가 사라졌다.여름이 3년 전 자신이 밀어 넘어지면서 아이를 잃은 일을 말한다는 사실을 알았다.미간에서 냉기가 흘러넘쳤다.여울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목소리로 물었다.“큰아빠, 이모를
Read more

729화

하준은 곧 복잡한 심경이 되었따.백윤택은 배상을 안 했다 하더라도 백지안은 배상을 했을 것으로 생각했던 것이다.‘내 앞에서는 그렇게 죄책감에 괴로운 척 하더니….’여름은 하준이 그러거나 말거나 신경도 쓰지 않고 식재료를 들고 주방으로 갔다.여울이 소파에 앉아서 교육방송을 보는 동안 주방에서는 구수한 냄새가 풍겨왔다.점심도 못 먹은 하준의 배에서는 내내 꼬르륵 소리가 났다.여름은 곧 음식을 하나씩 내놓기 시작했다.갈비와 보쌈이 어쩐지 매우 익숙했다.여름은 여울에게 밥을 담아주었다. 하준은 여름이 밥을 퍼주지 않을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알아서 밥을 뜨러 갔다. 그런데 밥솥을 열어보니 밥이 한 톨도 남아있지 않았다.“강여름, 내 밥은 안 했어?”하준의 눈이 휘둥그레졌다.“당신도 먹겠다고 하지 않았잖아? 그리고 내가 여울이 밥 해준다고 했지 당신 밥 해준다고 안 했는데? 왜? 오후 3시인데 회장님이 밥도 못 먹은 거야?”여름은 팔짱을 꼈다.하준이 으르렁거렸따.“애 데리고 당신한테 가느라 정신이 없었는데 밥 먹을 시간이 어디 있어?”여름은 여울이에게 보쌈을 싸주더니 곧 조기도 가시를 하나하나 발라 가며 먹였다.여울은 다람쥐처럼 떠끔떠끔 잘 받아 먹었다.잠시 후 입에 문 음식을 삼키지도 못하고 입을 열었다.“이모가 해주는 고기 진짜 맛있다!”“……”‘맛있지… 나도 먹고 싶다고.’여울은 하준의 마음을 읽었는지 보쌈을 하나 싸서 내밀었다.“난 이거 제일 좋아하는데 먹어 봐요.”하준은 얼른 받아 먹었다. 뱃속에서 식충이가 튀어나오는 것 같았다.‘너무 맛있잖아.이건 세 그릇 각이라고.’하지만 여울은 고기를 한 점 주더니 그 다음부터 하준은 안중에 없었다.하준은 결국 젓가락을 들고 식탁에 앉았다.‘밥이 없으면 고기만 먹으면 되지.’여름이 원래 많이 하지도 않은 데다 식성이 같은 부녀가 다투며 먹다 보니 음식은 곧 바닥이 났다.여울은 갈비 그릇을 앞으로 당기더니 한껏 불쌍한 얼굴을 했다.“큰아빠 그만 먹어요. 이건 내 거야
Read more

730화

“응.”여울이 얼른 고개를 끄덕이더니 넘쳐 흐르는 눈물을참으려고 눈을 깜빡였다.“이모가 해주는 밥 먹으면 엄마 생각 나요. 이모가 우리 엄마 같아.”그러더니 여름의 품에 폭 안겼다.“이모, 우리 엄아 하면 안 돼요?”“……”꼬맹이가 어찌나 쇼를 빠르게 끌고 가는지 연기파인 여름조차도 꼬맹이의 속도를 따라가기 벅찼다.‘이 녀석, 당장 스크린 데뷔를 해도 되겠네.’“안 돼!”여름이 뭐라고 대답하기도 전에 하준이 불쑥 무거운 목소리롤 입을 열었다.여울이 하준을 쳐다보더니 놀라서 여름에게 다시 얼굴을 묻고 울었다.“큰아빠 무서워.”“애 겁 먹게 왜 그래요?”여름이 화나서 노려봤다.하준도 여울을 무섭게 할 생각은 없었다. 그저 여름이 양하와 결혼한다는 생각을 하니 저도 모르게 노기가 뿜어져 나온 모양이었다.“여울아 미안.”하준이 얼른 사과했다.“네가 아직 어려서 모르는 일이 있어서 그래. 여름이 이모는 아빠랑 결혼할 수 없어.”“왜 안 돼요?”여울이 아무것도 모르는 척하고 물었다.“아빠랑 이모랑 잘 어울리는데.”“뭐가 어울려?”하준이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여름이 이모가 전에 내 부인이었거든. 이모가 아빠랑 결혼하면 우리 사이가 엉망이 돼. 할머니 할아버지도 동의하지 않으실 거야.”“그렇구나.”여울이 진지하게 생각했다.“그러면 큰아빠랑 결혼하면 되겠다. 그러면 나랑 가족이 되는 거죠?”여울의 말이 떨어지자 거실에 정적이 깔렸다.하준은 무의식적으로 여름을 쳐다봤다. 여름이 고개를 숙이며 흘러내린 머리를 귀 뒤로 넘겨 따스한 옆 모습이 드러났다.“안 되지.”여름이 부드럽게 말했다.“우리는 결혼했었는데 안 맞아서 이혼했거든. 그리고 큰아빠는 곧 사랑하는 다른 사람이랑 결혼할 거야.”“아, 아침에 그 이모구나.”여울이 고소하다는 얼굴로 하준을 쳐다봤다.“불쌍하다. 이제부터 그 이모가 해주는 맛 없는 밥 먹겠구나. 나는 이제부터 계속 이모가 해주는 맛있는 밥 먹을 건데.”하준은 팩트를 딱 얻어 맞고는 마음이
Read more

731화

“만나지 말라는 건 아니야.”하준은 별로 기분이 좋지 않은 듯 실룩거렸다.“이모가 보고 싶으면 내가 데려올게. 아빠는 안 돼.”“왜 안 돼요?”여울이 고개를 갸웃하며 물음표 가득한 얼굴을 했다.“큰아빠가 이모를 좋아해요? 그래서 질투해요?”하준의 검은 눈이 확 커졌다.‘내가 강여름을 좋아한다고? 요런 꼬맹이고 알아볼 정도로 그렇게 티가 났나?’“쓸데 없는 소리 하지 말고.”하준의 표정이 무거워졌다.“좋아하는 게 뭔지나 아냐, 네가….”“알아요. 옛날에 옆집에 잘 생긴 오빠가 있었거든요. 근데 그 오빠가 다른 애들이랑 놀면 기분이 안 좋아요.”여울이 입을 비죽거렸다.“그게 질투잖아.”“……”하준은 골치가 아팠다.“아니, 하여튼 그냥 그런 게 있어. 집에 가자.”하준은 여울과 계속 이러고 대치하고 있다가는 머리만 아파질 것 같았다.“좋아하면 그냥 좋아한다고 말해요.”여울이 으쌰으쌰 하는 포즈를 하며 응원했다.“큰아빠는 결혼할 사람이 있어. 사람이 양다리를 걸치면 안 되는 거야.”하준은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자신에게 하는 경고이기도 했다.----부녀를 보내고 나서, 여름은 차를 몰고 유치원에 하늘을 데리러 갔다. 유치원 원복을 입은 모습을 보니 사뭇 귀여우면서도 의젓했다.“하늘이 오늘 첫날인데 어땠어? 재미있었어?”여름이 다정하게 물었다.“재미없었어요. 애들이 다들 너무 유치해.”하늘이가 부루퉁했다.“난 7세 반에 들어가고 싶어요.”“…음… 안 되는데. 아직 4살 밖에 안 돼서 7세 반에는 못 들어가.”여름은 한숨을 쉬었다.‘애들이 자랄수록 성격이 확연하게 드러나는구나. 하늘이는 점점 최하준을 닮는데 먹고 마시는 취향은 나랑 똑같고, 여울이는 성격이나 머리는 날 닮아서 영리한데 먹고 마시는 취향은 최하준이랑 똑같아.’그 날은 서경주가 퇴원하는 날이었다.여름은 하늘을 데리고 벨레스 별장으로 갔따.여름이 서경주에게 미리 얘기를 해놓기는 했지만 막상 하늘을 만나더니 서경주는 매우 감격했다.“하늘아, 앞으로
Read more
PREV
1
...
7172737475
...
170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