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하려고 결혼했습니다의 모든 챕터: 챕터 761 - 챕터 770

1699 챕터

762화

“들러리는 다른 사람 찾아봐라. 난 좀 늦을 것 같아. 아무래도 가서 임윤서랑 한 판 해야겠어. 도망가기 전에.”송영식은 망설이다가 결국 그렇게 말했다.“…알겠다. 하여간 너무 늦지는 마라.”통화를 끝내고 송영식은 바로 사람을 풀어 임윤서의 주소를 알아내고는 즉시 미친 듯이 차를 몰았다.성운빌에 도착했는데 문을 아무리 두드려도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집안에서는 임윤서가 보안경으로 문밖에 있는 사람을 확인하고는 방에 들어가서 다시 자기 시작했다.‘내가 안 열어주는데 무슨 수로 들어올 거야?’임윤서는 남자의 분노를 너무 얕잡아 본 것이었다.----곧 송영식이 침실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들어가서 보니 침대 위의 윤서는 쿨쿨 잠이 들어 있었다. 송영식의 화는 뱃속에서 시작해 정수리 끝을 뚫고 나갈 지경이었다.“임윤서, 잠이 오나?”송영식이 이불을 확 젖혔다. 핑크색 슬립만 입고 자던 윤서는 몸을 뒤척였던 탓에 슬립이 반쯤 걷어 올려져 있었다.하얀 피부가 송영식의 눈에 들어왔다.헉 하는 소리가 나왔다.아침에 그 여자들은 지금 눈앞에 있는 여자와는 비교할 수가 없었다. 가느다란 허리에 긴 다리, 가슴은 또….화려한 이목구비의 송영식의 얼굴이 온통 확 달아올랐다.임윤서는 깜짝 놀라서 비명을 지르며 손에 잡히는 니트로 간신히 상반신을 가렸다.“뭐 이런 게 다 있어!”임윤서는 얼른 베개를 잡아 송영식의 얼굴에 집어 던졌다.졸지에 베개에 맞은 송영식은 머리 끝까지 화가 났다.“나한테 베개를 던져? 내가 모를 줄 알았나? 어젯밤에 당신이 그 사람들 불러들였지? 기자들에게 연락한 것도 당신이고? 이제 내 명예는 땅바닥에 떨어졌어. 내가 널 손봐주지 못하면 성을 간다!”“내가 이럴 줄 알고 증거를 남겨놨지!”임윤서가 얼른 휴대 전화를 꺼냈다.“당신이 하고 싶다고 그랬다고!”그러더니 녹음을 틀었다. 송영식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응, 하고 싶어….”“좋아. 그렇게 좋다니 어쩔 수가 없네. 나중에 후회하지 마.”“… 그럴 리가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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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3화

“좋아. 현금으로 줄 테니까 가져다 실컷 써라!”송영식이 임윤서의 다리를 잡고 확 끌어당기려는데 전화가 울렸다.임윤서는 그 틈에 송영식의 얼굴을 발로 차주고는 후다닥 도망쳤다.“거기 서!”송영식은 쫓아가려고 했지만 전화가 계속 울렸다. 짜증스럽게 전화를 받았다.“뭐야! 지금 좀 바빠!”“아하, 어젯밤에 그 사람들로는 부족해서 더 놀고 계신가 보지? 낮에도?”싸늘한 조롱이 울려퍼졌다.송영식이 전화기를 보니 ‘송근영’이라는 석 자가 보였다. 놀란 나머지 말을 다 더듬었다.“아, 누, 누나인지 몰랐지.”“시끄럽고, 당장 기어들어와. 할아버지께서 찾으셔.”송근영이 싸늘하게 뱉었다.송영식은 울고 싶었다.“아니, 어젯밤 일은….”“할아버지 지금 엄청 화 나셨다.”송근영이 근엄하게 말했다.송영식이 우물쭈물 답했다.“지금 갈게.”“똑바로 해라.”송근영이 전화를 끊었다.울고 싶었다. 이번에는 정말 임윤서 때문에 죽게 생겼다.----1시간 뒤.송영식이 본가에 들어섰다.들어서자마자 거실에 할아버지 송우재, 아버지 송윤구, 누나 근영, 동생 신홍이 앉아 있는 게 보였다.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그래도 큰아버지, 작은아버지는, 숙모, 이모는 안 계셔서 다행이야. 죄다 모였으면 난 그냥 죽고 싶었을 거야.’“다녀왔어, 형?”송신홍이 웃었다.“몸이 허해졌을 텐데… 뭐, 해구신이라도 좀 꺼내야 하나?”송영식이 신홍을 매섭게 노려보고는 얼른 할아버지께 물을 따라드렸다. 일단 제 말씀을 좀 들어보세요. 제가 함정에 빠진 거예요.”“꿇어라.”송우재가 엄숙하게 차를 따르며 말했다.“……”송윤구가 말을 이었다.“할아버지께서 꿇으라면 꿇어.”송영식은 바로 얌전히 무릎을 꿇었다.송우재가 탁하고 찻잔을 내려놓았다.“우리 집안에서 어쩌다가 너 같은 부끄러운 물건이 태어났는지 모르겠구나. 네 삼촌이 내년에 대선에 출마하는데 네 놈이 아침부터 아주 전국에 망신을 뿌리면서 삼촌 다리를 척하고 걸고넘어지는구나.”어머니 전유미도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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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4화

송우재가 버럭했다.“내가 아무것도 모를 거라고 생각하지 말아라. 백지안이가 오늘 결혼하는 것 때문에 그러고 취하도록 마시지 않았느냐? 우리 집안에서 어쩌다가 너 같은 못난이가 태어났는고? 어디 사람이 없어서 죽자 사자 그런 물건을 따라다니면서 어장에 물고기 노릇을 하고 있어? 부끄럽지도 않으냐? 나도, 네 에미 애비도 죄다 망신살이 뻗쳤다.”“아니 왜 말씀을 그렇게 하세요? 어장에 물고기라니요? 저랑 지안이는 친구예요.”송영식이 불쾌한 듯 변명했다.어머니인 전유미도 한숨을 쉬었다“친구라는 게 그냥 시도 때도 없이 전화해서 사람을 아무 데나 불러내고 그런다니? 학교 다닐 때 일기에도 온통 그 물건 이름뿐이더니.”“아 정말 너무 하시네요. 제 일기까지 훔쳐보신 거예요?”부끄러움이 한도를 넘은 송영식은 화를 냈다.“내 아들에 어디 나가서 남들에게 바보 소리는 듣게 하고 싶지 않았다.”전유미가 흥분해서 말했다.“여지껏 내가 보고도 못 본 채 했다만 하준이도 결혼하는 판에 너도 이제 나이가 어리지 않은데 그런 짓을 벌이고 다니다니, 내가 이제 어디 얼굴 들고 다니겠니? 다들 내가 아들 잘못 가르쳤다고 손가락질할 거 아니냐?”송우재가 혀를 찼다.“임윤서라는 아이에 대해서 내가 하나도 모를 거라고 생각하지 말아라. 3년 전에 오슬란 조제사였는데 백지안이랑 원한 관계가 있다고 누명을 씌워서 업계에서 블랙리스트에 올려 버렸잖느냐? 내가 늙었다고 바보는 아니다. 어젯밤에 그 복수를 당한 게지. 자업자득인 게야.”“아니….”송영식은 답답했다. 식구들까지 임윤서의 편을 들 줄은 몰랐던 것이다.“손자한테 너무하신 거 아녜요?”“나 송우재가 평생을 남 부끄럽지 않게 살았는데 어쩌다가 너 같은 손자가 나왔는지 정말 알 수가 없구나.”송우재는 테이블을 탕 치며 벌떡 일어섰다.“네 삼촌들부터 고모, 사촌 형제 자매들까지 누구 하나 너 같은 게 있나 네가 둘러봐라.”“아버지 고정하세요. 몸 상하세요.”송윤구가 송우재의 등을 두드렸다.“망신도, 망신도,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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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5화

해변가 7성급 호텔.성대한 결혼식 준비가 한창이다.여름과 서경주가 같이 나타났을 때는 11시 48분이었다.“어머나, 강여름이랑 서경주잖아? 강여름 부녀가 어쩐 일이지?”“벨레스랑 FTT는 전에도 왕래가 있었으니 서경주가 오는 건 이상하지 않지. 그런데 강여름까지 올 줄은 몰랐네. 최하준 전 처잖아?”“전남편 결혼식에 참석하는 전처라….”“……”하객들이 수군거리는 소리가 점점 커졌다.잔디밭에서 하객을 맞던 하준의 귀에도 그 소리가 들릴 지경이었다. 돌아보니 여름이 우아하게 차려입고 서 있었다.햇살이 여름의 스커트에 비치면서 황금빛으로 빛났다. 여름의 의상은 몸매를 근사하게 드러내면서도 품위를 잃지 않은 디자인이었다.하준은 넋을 놓고 바라보았다. 여름이 아름다운 것은 알았지만 그렇게 입혀 놓으니 아름다움이 배가되는 듯했다.옆에서 신랑 들러리인 주혁이 헛기침을 할 때에야 겨우 정신을 차렸다.“강여름이 왔네?”“나도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겠다.”서경주는 어른이니 신랑으로서 가서 인사를 드리지 않을 수 없었다.“안녕하십니까?”“응.”서경주는 담담히 하준을 바라보았다.“자네 할아버지와 할머니 체면 생각해서 온 걸세.”여름이 손에 든 청첩장을 흔들어 보였다.“나도 그쪽 초대 받고 온 거야. 전처에게까지 청첩장을 보낼 줄이야?”하준이 얼굴이 일순 굳어졌다. 하준은 여름에게 청첩장을 보낸 적이 없었다. 그러면 대체 누가 보냈겠는가?여름과 서경주는 곧 잔디밭 저쪽으로 이동했다. 하준의 식구들이 모여있는 곳이었다. 여울이도 공주처럼 차려입고 최양하의 손을 잡고 서 있었다.“여름이 이모!”여울은 기쁜 듯 오도도 뛰어왔다.여름은 그대로 여울이를 안아 올렸다. 화동 드레스를 입은 여울은 너무나 귀여웠다.여름은 자기가 낳은 딸이 하준과 백지안이 결혼식에서 화동 노릇을 하게 되리라고는 생각도 해본 적이 없었다. 인생이 정말 시트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여름이 오랜만이구나.”장춘자가 침착하게 인사를 건넸다.“할버니, 할아버지 안녕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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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6화

서경주가 웃으며 설명했다.“저랑 인천이 아버지랑 얘기가 되어서 둘이 종종 만납니다.”하준의 식구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서리 그룹의 규모가 FTT보다 훨씬 작다고 하지만 워낙 학자 집안인데 지금은 여름의 신분이 예전과 달라져서 서리 그룹에서 탐낼 만했다.최민은 끽소리도 못 했다. 자기네 집에서는 내쳐진 강여름의 몸값이 이렇게 오른 것을 보니 속이 쓰렸다.----한편 하준은 하객을 맞으면서도 시선은 강여름을 향해 있었다. 서인천이 다가가는 것을 보자 저도 모르게 들고 있던 술잔에 힘이 바짝 들어갔다.“얘들아, 나 왔다.”이때 송영식이 갑자기 나타났다. 어제 입었던 옷에 술냄새를 잔뜩 풍기고 있었다. 셔츠도 꽤 구깃구깃했다.이주혁은 마음에 안 든다는 시선으로 흘겨봤다.“꼴이 이게 뭐야? 옷이라도 좀 갈아입고 올 것이지.”“내가 옷 갈아입을 정신이 어디 있겠냐? 지금 미쳐버리기 일보 직전이라고.”송영식이 기운 없이 말했다.“나….”“예식 준비하러 가셔야 해요. 신부님 모시고 나오세요.”예식 도우미가 와서 말을 끊었다.송영식이 불만 가득한 얼굴을 했지만 이미 자신을 신경쓰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알겠어요.”하준이 고개를 끄덕이고 눈짓으로 주혁과 영식에게 백지안을 불러와 달라고 부탁했다.----11시 18분예식 준비가 시작되었다.백지안은 화려한 웨딩드레스를 입고 풍성한 핑크 계열의 부케를 들고 천천히 걸어 나왔다. 머리에는 무수한 다이아몬드가 반짝이는 왕관을 하고 있어 결혼식에 참석한 수많은 아가씨의 부러움을 샀다.하얀 정자에 도착해 하준과 마주 보고 섰다. 하준은 하얀 맞춤 수트를 입어 태양신처럼 환하게 빛났다.백지안의 심장 속에서는 아기 사슴이 뛰어다니는 것 같았다.‘오늘을 너무 오래 기다려 왔어. 드디어 이런 날이 오는구나!’백지안의 눈이 저도 모르게 잔디밭에 있는 여름을 훑었다.‘훗, 결국 하준이는 나랑 결혼하는 거야.앞으로 아이가 생기면 하준이의 모든 것은 이제 내 것이 된다.’“하준아….”백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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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7화

“이래도 모르시겠습니까?”경찰이 곽철규의 사진을 들이밀었다.“이미 이 남자가 당신 명의의 아파트에서 거주했다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게다가 내내 빈번하게 그 아파트에 출입하셨더군요. 경찰에서는 당신과 곽철규가 부적절한 관계였다는 사실을 의심하고 있습니다.”하준이 얼굴이 확 구겨졌다.예식장에 경찰이 들이닥쳐 신부가 바람이 났다는 사실을 밝히는 것보다 수치스러운 일이 있겠는가?하객들은 각자 떠들기 시작했다. 결혼식에서 이런 드라마틱한 일을 접하게 될 것이라고는 누구도 상상도 못 했다.“정말이야? 그러니까 백지안이 웬 남자랑 얽혔다는 거야?”“그런 뜻이 아니겠어?”“말도 안 돼. 둘이 사랑한 지가 십수 년이 넘었다던데. 게다가 저렇게 잘생기고 조건 좋은 남자를 두고 백지안이 다른 남자를 왜 만나?”“하하, 최하준이 밤에 만족을 못 시켜줬나?”“……”하객이 떠드는 소리는 하준의 귀에도 들어왔다. 하준은 잔뜩 굳은 얼굴로 경찰에게 말했다.“백지안은 내 신부입니다. 언사에 주의해 주시죠.”하준에게서 뿜어 나오는 압도적인 아우라에 오래도록 형사사건을 담당해온 경찰마저 저도 모르게 움츠러들었다.그러나 곧 용기를 내서 다시 입을 열었다.“사망자는 확실히 백지안 씨와 관계가 있습니다. 저희가 이렇게 하는 것도 다 최하준 회장님을 위해서입니다. 이렇게 불확실한 상황에서 결혼을 강행하고 싶으십니까? 지금 옆에 서 있는 이 분을 정말 100% 다 알고 있다고 확신하십니까?”“경찰이시니 오늘 이렇게 많은 하객 앞에서 일을 벌일 때는 책임을 질 각오가 있다는 뜻이겠죠? 말씀하신 남자는 나도 만나본 적이 있습니다. 내 아파트를 렌트했으니까요. 집 문제를 논의하고자 그분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만 그걸로 불륜 관계로 몰아가시다니 너무하시네요.”백지안이 분노에 차서 굳은 얼굴로 질책했다.“그렇습니다. 지안이는 그런 사람이 아니에요.”송영식이 나서서 지적하기 시작했다.“경찰이라고 남의 이름이 먹칠할 일을 이렇게 함부로 해도 되는 겁니까? 그것도 남의 결혼식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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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8화

경찰은 막상 백지안을 보고 나니 경멸스러운 마음이 들었다.모든 사실을 낱낱이 다 까발리지 않은 것만 해도 이미 최하준 회장의 체면을 상당히 배려한 조치였다.“하준아, 경찰이 하는 일에는 협조해야 한다.”최대범이 다시 엄숙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아무 문제도 없다면 예식은 며칠 있다가 고대로 치르면 된다. 우리가 결혼식 한 번 더 올릴 돈이 없는 것도 아니고. 하지만 미래에 FTT의 안주인이 될 사람은 결백한 사람이어야 한다.“하준아, 할아버지 말씀대로 하자꾸나.”장춘자도 권했다.사실 가족들은 하나 같이 백지안을 마음에 안 들어 했는데 하준이 한사코 결혼을 하겠다니 어쩔 수 없이 앉아있던 차에 경찰까지 들이닥치고 보니 만약 정말로 백지안에게 다른 사내라도 있었다면 절대로 이 결혼을 진행할 수는 없었다.결혼을 하려고 해도 이렇게 된 이상 확실하게 조사를 해보고 해야 할 것이다.이번이 하준의 두 번째 결혼인데 나중에 또 이혼을 할 수는 없는 일이 아닌가.백지안은 당황해서 눈시울을 붉혔다.“할아버지께서 내내 저를 마음에 안 들어 하시는 건 알겠지만 오늘은 저와 하준이의 결혼식 날이에요.”“아까 말했지만 우리가 널 싫어하고 좋아하고와는 관계없다. 우리는 그저 경찰 조사에 협조하려는 거야. 아무 문제도 없다면 결혼식은 나중에 다시 치르면 된다.”최대범이 살짝 화가 난 채로 말했다.‘저것이 괘씸하게도 마치 지금 내가 일부러 결혼식을 막고 있다는 듯이 말을 하는구나?’“할아버지 말씀대로 하자.”최란도 입을 열었다.“가시죠.”경찰도 이제 슬슬 인내심이 바닥나기 시작했다. 오른쪽과 왼쪽에서 경찰이 각각 백지안을 잡고 나갔다. 그러더니 하준에게 말했다.“회장님께서 아직 잘 모르시는 것 같은데, 곽철규라는 남자는 살인당했습니다. 이건 형사 사건이에요. 매우 심각한 사건입니다.”뭔가 말하려고 입을 열었던 하준은 바로 입을 다물어 버렸다.변호사로서 형사사건을 잘 알고 있는 하준은 경찰이 심각하다고 말했다는 것은 백지안이 사건에 깊이 연루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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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9화

서경주는 여름이 일어서는 것을 보고 바로 같이 일어섰다.많은 하객들이 백지안이 잡혀가는 것을 보고 서둘러 자리를 떴다.밥이야 아무 데서나 먹을 수 있는 것이고, 나가면서 다들 정말 백지안이 바람을 피웠는지 아닌지를 두고 갑론을박이었다.하객이 하나둘 떠나는 것을 보고 최대범은 기분이 좋지 않았다.“망신이구나, 망신이야. 네가 데려오려는 애 수준이 저 수준이다.”“할아버지, 이번 일에 지안이가 어떻게 연루되었는지는 몰라도 지안이는 무고할 겁니다.”하준이 무거운 얼굴로 해명했다.“저는 정신 병원에 입원했을 때부터 걔를 알았어요. 지안이는 제가 잘 압니다.”“한 사람을 100% 이해하는 사람이란 없는 법이야.”최란이 의미심장하게 추동현을 슬쩍 쳐다보더니 입을 열었다. 전에는 자신도 추동현을 잘 안다고 생각했지만 요 몇 년은 한 베개를 베고 자는 사람도 진정으로 알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하준은 아들이니 자신의 이런 점을 닮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네 엄마 말이 맞지.”장춘자가 고개를 끄덕였다.“우리가 결혼식을 중지시켰다고 너무 원망하지 말거라. 집안 어른으로서 우리는 네가 깨끗한 사람이랑 결혼하길 바란다. 그 많은 하객이 보는 가운데 한사코 잡아간 걸 보니 아무래도 경찰에서 백지안이에 대해서 뭔가를 단단히 쥐고 있는 모양이더라.”사촌인 최윤형이 결국 용기 내어 한마디 보탰다.“형, 나도 자세히 조사해 보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여자는 내가 많이 만나 봐서 아는데 다들 그게….”말하는 와중에 하준의 얼음처럼 싸늘한 시선을 받은 최윤형은 결국 뒷말을 삼켰다.“지안이를 보석으로 빼가지고 와야겠습니다.”그러더니 하준은 일어섰다.“같이 가자.”송영식과 이주혁이 따라 나갔다.가는 길에 송영식이 울분을 토했다.“아니, 너무 하잖아. 조사를 할 거면 좀 일찍 일찍 하던지, 하필 남이 결혼식에 와서 사람을 데려가다니. 너무 지안이에 대한 배려가 없잖아. 앞으로 명문가 자재들 사이에서 지안이를 데리고 별별 소리를 다 할 텐데.”그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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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0화

핏줄에 얼음이 돌아다니며 온몸을 얼려버린 것 같았다.머릿속에는 매일 퇴근할 때마다 집에서 기다리고 있던 지안의 모습이 떠올랐다.‘그렇게 명랑하고 상냥하고 순수한 얼굴을 하고 있었는데….지금 경찰은 백지안이 일주일에 몇 번씩 다른 남자와 몇 시간씩을 보냈다고 말하고 있어.나올 때는 옷을 갈아입었다고….지안이 말로는 그냥 세입자라고 했는데 세입자와 그렇게 오랜 시간을 보낼 이유가 있나?왜 날 속였지? 왜 거짓말을 했을까?’이유는 너무 자명했다.할 수만 있다면 하준은 믿고 싶지 않았다.‘내가 확실히 지안이를 모르는 부분이 있었나 봐.아까 그렇게 지안이를 믿는다고 큰소리를 친 내가 우스워지려고 하네.’백지안이 그런 더러운 녀석과 관계를 가졌을 것을 생각하니 이제는 백지안과 관계가 불가능 했던 것이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하준 뿐 아니라 송영식과 이주혁도 얼이 빠졌다.특히나 송영식은 눈두덩이 시뻘겋게 부었다.“말도 안 됩니다. 지안이는 그런 사람이 아니에요.”양 반장이 말을 이었다.“저희는 팩트에 기반해서 사건을 조사합니다. 현재 마약조사반이 마약 거래선을 따라서 움직이고 있어요. 그리고 곽철규는 총으로 살해되었습니다. 사망 날짜는 1주일이 안 됩니다. 저희는 백지안이 결혼식을 앞두고 곽철규와의 부적절한 관계가 노출될 것을 두려워해서 사람을 시켜 입막음 한 것이 아닌가 하고 있습니다.”송영식의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지안이가 사람을 죽이다뇨! 걔는 평소에 물고기 한 마리도 못 죽이는 애예요.”“아직까지는 가설일 뿐이고 조사 중입니다. 백지안 씨가 살인에 연루되지 않았고 마약 수사 쪽에서 뭔가 단서가 나온다면 백지안 씨는 풀어드릴 겁니다.”양 반장이 설명했다.“… 알겠습니다.”하준은 자신이 경찰서에서 어떻게 나왔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머릿속에는 그 사람은 그냥 세입자일 뿐이라던 백지안의 말만이 맴돌았다.‘하, 세입자라고?’“하준아, 지안이를 믿어야 해.”송영식이 하준의 어깨를 잡으며 흥분해서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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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1화

“내가 말하는 건 팩트야. 아니면 왜 외롭다고 다른 사람을 만나는 사람이 있겠어? 심리적인 문제일 뿐 아니라. 정신적인 문제도 있는 거야.”이주혁이 사뭇 어두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지안이가 그 놈에게 2억을 주었다는 건 놈에게 위협을 당했기 때문일 거야.그나마 지금 이 세 사람 중에 이지훈이 가장 이성적이었다.하준도 곧 깨달았다.백지안이 단순히 그 놈과 잠만 자는 관계라면 돈을 줄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이 일은 지안이가 나오면 다시 얘기해 보자.”잠시 후 하준은 차문을 열고 들어가 앉았다.이날 너무 많은 일이 벌어져 하준은 잠시 좀 쉬면서 자신과 백지안의 미래에 대해 생각을 좀 해보고 싶었다.10분 뒤 하준은 상혁에게 전화를 걸었다.“지안이 사건 자료를 구할 수 있는 대로 가져와 봐.”----백지안은 경찰서에서 이틀을 보냈다. 분초 단위로 경찰 심문에 시달린 그 시간을 보내고 나니 1년은 지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곽철규가 마약을 하는 건 알았습니까?”“곽철규가 당신 돈으로 약을 샀습니까? 왜 2억을 주었습니까?”“매주 2~3회 본인 명의의 아파트에 가셨던데, 한 번 가면 몇 시간씩 보내고 옷을 갈아입고 나오시더군요. 나올 때도 보면 뭔가를 숨기는 듯한 모습이 보이고요. 두 분 무슨 관계입니까?”“왜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습니까?”“다른 여자들과 함께 보낸다는 건 아셨나요?”“곽철구가 죽었다는 사실을 진작부터 알고 있었던 거 아닌가요?”“…….”하나하나 날카롭게 찔러오는 질문에 처음에는 애써 침착하려고 했으나 결국에는 히스테릭하게 부인하게 되었다.“아니에요. 그 자식하고 아무 관계도 아니라고요.”“저희는 백지안 씨 아파트 CCTV를 확보했습니다. 계속 이렇게 아무 말도 안 하고 비협조적으로 나오시니까 백 지안 씨가 사람을 구해서 곽철규를 살해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경찰은 백지안을 겨냥해 한 마디 한 마디 힘주어 했다.“백지안 씨는 곽철규와 밀접한 접촉자입니다. 세상에는 숨겨봐야 소용없는 일도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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