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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1화

‘말도 안 돼.’하준의 표정이 무거웠다.“강여름, 내가 사랑한 사람은 언제나 백지안 하나뿐이었어. 그 사실은 한 번도 변한 적이 없다고.”여름이 휘청했다.‘이렇게 말 한마디로 우리가 지나온 모든 날을 부정해 버리다니, 내가 뭐가 돼?’“전에 해변 별장에서 나에게 했던 말은 뭐예요? 다 거짓말이었어? 평생토록 나 하나만 사랑하겠다면서?”여름은 목놓아 울었다.“어떻게 이렇게 사람이 갑자기 변할 수가 있어? 당신은 이상하지도 않아?”“그만 해. 내 마음은 내가 잘 알아.”여름의 시선을 피하면서 하준은 짜증스러웠다.“애만 아니었으면 진작에 당신이랑 헤어졌어?”여름은 숨도 쉬기 힘들었다.짜작짜작하면서 심장이 얼어붙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그렇구나. 그래서 그동안 내가 하는 짓을 다 참아주고 있었나?이젠 더 이상 참지 못하겠다는 건가?’그러나 하준은 여름을 신경도 쓰지 않고 계속 잔인한 말을 내뱉었다.“출산하고 나면 바로 이혼하자고. 걱정하지 마. 평생 쓰고 남도록 위자료는 넉넉히 준비할 테니까. 오늘부터 지안이 찾아가서 괴롭히는 짓은 하지 마. 후회하게 될 거야.”송곳처럼 날카로운 시선에 마디마디 말이 심장을 찔러왔다.여름은 온몸에 피가 다 얼어붙어 버렸다.“최하준, 나쁜 놈. 정말이지 나쁜 놈이야.”여름은 결국 울음을 터트리며 테이블의 컵을 집어 던졌다.하준은 얼른 컵을 피하면서 이성을 잃고 미쳐 날뛰는 여름을 쳐다봤다. 서서히 분노가 치밀었다. 전화기를 들고 내선 번호를 눌렀다.“경비 들어오라고 해. 끌어내.”“회장님….”이진숙이 당황했다.“이러시면 안 됩니다.”“누가 고용주인지 잘 생각하시죠.”하준이 싸늘하게 경고했다.“됐어요. 이혼하고 싶다면 마음대로 해요. 하지만 내 아이는 누구에게도 못 줘. 백지안이 내 아이들의 새엄마가 되는 꼴은 더 못 봐.”여름은 미친 듯이 소리 지르더니 처참한 모습으로 나갔다.하준은 여름과 싸우고 나자 머리가 아팠다.얼마 지나지 않아 상혁이 노크하고 들어왔다.“지난번에 회장님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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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2화

“그렇지만….”“김 실장, 요즘 강여이랑 부쩍 자주 만나더니 은근히 편을 들던데, 잘 들어. 나보다 지안이를 잘 아는 사람은 없어. 백지안은 내가 사랑하는 여자야. 지안이에게는 눈곱만큼의 의심도 품지 마.”하준이 차갑게 내뱉었다.“그 사건은 여기서 끝내.”상혁은 조금 놀랐다.“저는 그런게….”“나가.”하준은 노트북을 열면서 상혁을 내쫓았다.상혁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했다.‘이렇게 명백한 증거가 나왔는데도 회장님은 전혀 개의치 않으시네. 영 회장님 스타일이 아닌데, 완전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아.’그러나 상혁은 하준이 예전에는 백지안을 사랑했던 적이 있는지 몰라도 지금은 마음속에 강여름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아무리 생각해도 하준의 지금 이런 모습은 이해할 수가 없었다.그날 퇴근 후 하준은 하준의 본가를 찾아갔다.오전에 하준의 사무실에서 돌아온 이후로 여름은 내내 테라스에서 아무 말 없이 창밖만 바라봤다.상혁이 들어서자 여름은 슬픈 눈으로 쳐다봤다.“최하준이 나한테 가서 뭐라고 하라던가요? 아니면 이제 도저히 하루도 참지 못하겠다고 이혼합의서라도 들고 오라고 하던가요?”“오해십니다. 회장님이 보내서 온 게 아닙니다.”상혁이 더듬거리며 말을 이었다.“요 며칠 회장님이 좀 지나치신 건 알고 있습니다만 제 생각에 그건 회장님 본의가 아닌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요즘 좀 이상합니다.”“백지안이 치료 세션을 진행하면서 하준 씨에게 무슨 짓을 했다는 뜻인가요?”여름이 나지막이 물었다.상혁은 입이 떡 벌어졌다. 한참 만에야 표정을 수습하고 간신히 말을 이었다.“저도 잘은 모르겠습니다. 아무래도 회장님이 무슨 세뇌라도 당한 듯한 느낌입니다. 며칠 전에 회장님이 저에게 연화정님 유골을 검사해 보라고 시키셨습니다. 분명 백지안 씨가 의심스러워서 하신 분부겠죠. 그런데 오늘 결과를 말씀드렸더니 전혀 개의치 않으시더라고요. 이건 회장님 스타일이 아닙니다. 예전에 백지안 씨를 좋아했다고는 해도 이렇게 옳고 그름을 가리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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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3화

“알겠습니다.”상혁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래도 다행이야. 사모님께서 희망을 놓지 않으셔서.’최고 금수저의 비서로서 상혁의 인맥도 나쁘지 않았다. 곧 정재구를 찾아냈다. 닥터 정은 은퇴한 지 조금 되었지만 정신의학 분야에서 경험이 풍부한 의사였다.그날 오후 상혁이 여름과 함께 닥터 정을 찾았다.정재구가 하준의 변화를 듣더니 안경을 밀어 올렸다.“예전에 해외 닥터들과 교류하면서 최면술에 관해 들은 적이 있습니다. 사람의 감정과 기억을 조정할 수 있다고 합니다. 친구분 증상이 그때 들었던 증상과 매우 유사하군요.”여름은 흠칫하더니 다급히 물었다.“그게 치료는 가능한가요?”정재구가 쓴웃음을 지었다.“그게 아주 오래된 주술 같은 거라서요. 당시 그 외국 의사도 말로만 들어봤다고 하더군요. 기본적으로 쓸 수 있는 사람도 없고, 더구나 의료계에서는 그런 사술 같은 방법은 사용이 금지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할 줄 아는 사람이라고 해도 함부로 쓰지 못한다고 하더군요. 인간의 감정은 사실 인위적으로 조정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그 술법을 쓰더라도 열에 여덟은 인지능력까지 상실하고 점차로 사람들에게 잊혀 갔다고 하더군요.”여름과 상혁은 기함하고 말았다.‘백지안이 그렇게나 위험할 줄이야! 어떻게 하준에게 그런 위험한 최면술을 쓸 수가 있지? 그게 사랑하는 사람에게 할 짓인가?’그나마 다행인 것은 하준이 그 ‘열의 여덟’으로 인지능력을 상실하지는 않았다는 점이었다.“어떤 가능성도 없을까요?”여름이 다시 물었다.“네, 좀 잘 생각해 봐주십시오.”상혁이 간절히 말했다.“지금은 은퇴하셨지만 국내에 아는 현직 의사들도 많으시잖아요?”정재구가 한숨을 쉬었다.“나는 어쨌든 치료할 수 없습니다. 아마도 전 세계를 뒤져도 치료할 수 있는 의사는 몇 안 되지 싶네요. 그런 의사를 찾는다고 해도 치료는 진행하지 않기를 권장합니다. 최면을 걸기보다 치료를 하는 과정이 훨씬 위험합니다. 내가 봤을 때는 10%의 확률도 안 되요. 되려 치료를 받다가 인지능력을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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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4화

“나요?”여름은 고개를 숙이고 배를 어루만졌다.“정말 하준 씨를 아낀다면 날 좀 도와주세요. 백지안이 하준 씨에게도 저렇게 악랄한 수를 쓸 수 있다면 내 아이들에게는 더한 짓도 할 수 있을 거예요.”“걱정하지 마십시오. 아이를 위해서라면 사모님께서 시키시는 일은 제가 무엇이든 하겠습니다.”상혁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하준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어디야? 오늘 지안이 생일이니까 자네가 가서 현장을 좀 지휘해 줘야겠어. 내가 서프라이즈 파티를 준비 중이거든.”“……”“내 말 듣고 있는 거야?”하준의 목소리가 높아졌다.“…아, 알겠습니다. 지금 바로 가겠습니다.”상혁이 안쓰러운 눈으로 여름을 쳐다보았다.“저, 사모님…”“가보세요. 하준 씨가 시키는 대로 하고 아무 말도 하지 마세요.”여름이 당부했다.“나중에 기회를 봐서 하준 씨와 식구들이 내가 유산했다고 생각하게 해주세요. 그래야 내가 이 집에서 나갈 수 있어요.”“떠나시게요?”상혁이 경악했다.“네. 그래야 내 아이들을 살릴 수 있어요.”여름의 눈에 피곤한 기색이 가득했다.상혁은 머뭇거리다가 겨우 고개를 끄덕였다.‘내게는 회장님의 은혜가 태산 같으니 회장님의 아이들을 살릴 수만 있다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어.’----상혁이 떠났다.곧 집에서 보낸 차가 와서 여름을 데리고 돌아갔다.밤, 여름은 텅 빈 침대에 누워있다가 양유진의 전화를 받았다.“여름씨, 최 회장과 대체 무슨 일입니까? 어떻게 임신한 아내를 두고 이럴 수가 있습니까?”여름은 입을 꾹 다물고 이불을 꼭 쥐었다. 그리고 아무렇지 않은 듯 웃었다.“무슨 얘기를 들었길래 그러세요?”“들은 게 아니고 내가 직접 봤습니다.”양유진의 목소리에 분노가 충만했다.“지금 최하준이 백지안을 위해 생일 파티를 열어 준다고 클럽 하나를 통째로 빌렸습니다. 해외에서 꽃도 공수하고 쉐프도 초빙했습니다. 게다가 강변에서는 지금 불꽃놀이 중이에요. 집도 하나 선물한다더군요. 온 나라 사람들이 다 알아요.”“…그렇군요.”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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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5화

사진마다 둘은 딱 달라붙어서 더없이 친밀해 보였다.네티즌은 심지어 백지안의 SNS까지 다 털었다. 어젯밤 백지안이 올린 사진에는 3층 케이크가 있었다. 맨 위에는 한 쌍의 남녀가 있었고 케이크 옆에는 하준의 메시지도 있었다.-살면서 다시 네 생일을 함께 할 수 있을지 몰랐어. 내 사랑은 너에게서 시작해서 너에게서 끝난다.--와, 난 전에 최하준이 사랑꾼인 줄 알았는데 결혼한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바람이야? 정말 더럽!-진짜, 최하준하고 와이프 러브 스토리 좋아했는데-와이프가 안 됐네.-딱 봐도 불륜녀처럼 생김. 개 뻔뻔해.-아 더러워.-남의 남편이나 꼬시고 부끄럽지도 않나봐?“……”여름은 휴대 전화를 꺼버렸다. 멍하니 일어나서 양치하러 갔다.절대 울지 않겠다고 각오했지만 양치하던 중간에 세면대에 놓인 하준이 칫솔이 눈에 들어오자 눈물이 터졌다. 소리 내어 엉엉 울고 말았다.8시 반, 방에서 나오는데 지나가던 일꾼들이 불쌍하다는 눈으로 여름을 쳐다봤다.‘이 사람들도 그 뉴스를 다 봤겠지.’막 식당으로 들어서는데 작은외숙모 고연경의 목소리가 들렸다.“난 하준이가 얼마나 좋아할까 싶었다니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며칠이나 됐다고 애가 그렇게 홀랑 돌아서요? 외국에서 비행기로 꽃까지 공수했다며? 내가 봤을 때는 이제 하준는 이제 마음에 아주 걔가 없다니까요.”최진이 말했다.“어쩔 수 없지, 뭐. 준이가 전에 백지안을 얼마나 좋아했는지 우리도 다 봤잖아. 그런데 여름이는… 이제 얼굴도 그 지경이고 진짜 그냥 보기도 좀 그렇지.”“그러니까 말이에요. 내가 남편이래도 바람이 날 것 같아.”장춘자가 한숨을 쉬었다.“애들만 안 됐지.”고연경이 말을 이었다.“하준이는 애만 남기고 애 엄마는 나가라고 하겠지. 하지만 나도 애 키워 봤지만 걔도 애 둘 놓고 집에서 나가고 싶지는 않을 텐데.”최대범이 무거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어쨌든 우리 핏줄은 반드시 우리 집에서 키워야지 아무도 데리고 나가지 못한다.”“……”여름은 무의식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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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6화

백지안은 아픈 듯 ‘쓰읍’하더니 억지로 웃음을 지어 보였다.“괜찮아. 그냥 작은 상처인 걸, 뭐.”곁에 있던 백윤택이 끼어들었다.“아니, 어딜 봐서 작은 상처야? 아까 피가 얼마나 철철 흘렀는데. 최 회장, 우리 지안이랑 이렇게 지내는 거 우리 지안이에게 너무 불공평하다고. 어젯밤에 우리 지안이 생일 파티 해준 사진을 어떤 놈이 다 퍼트려서 지금 인터넷에서 사람들이 죄다 내 동생 욕을 하고 있어. 우리 지안이가 불륜녀라고 더럽대. 얼마나 더럽게 욕을 하는지 알아? 그러더니 이러오 애 사는 데까지 찾아와서 행패를 부리고, 너무 위험하다고.”하준이 신음하더니 입을 열었다.“그렇다면 우선 내 명의로 된 집으로 들어가지.”“그거 괜찮네.”백윤택이 눈을 반짝였다.“몇 년 전에 해변가에 사둔 별장이 있다던데, 우리 지안이가 바다를 좋아하잖아. 거기 어떨까?”하준이 움찔했다.‘바닷가에 별장이 있기는 하지만… 거기는 전에 강여름이랑 살던 곳인데.’하준은 어쩐지 내키지 않았다.“오빠….”백지안이 백윤택을 흘겨봤다. 그러더니 달콤한 눈으로 하준을 돌아봤다.“전에 내가 바닷가를 좋아한다고 말했던 걸 기억하고 바닷가에 집을 사두었구나?”백지안의 반짝이는 눈을 보다가 하준은 고개를 돌리며 ‘응’하고 답했다.“그러면… 그러면 나 거기로 들어갈래.”백지안이 달콤하게 웃으며 말했다.하준은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백윤택이 말을 이었다.“그런데 계속 이렇게 지내는 것도 방법은 아니지. 너도 언제까지나 최 회장 별장에만 틀어박혀서 살 수도 없잖아. 이제 일도 못 하고 사람들 손가락질이나 받고, 평생 불륜녀라는 누명을 쓰고 살다니, 우리 지안이에게 너무 불공평하다고. 어쨌거나 더 먼저 사랑했던 건 너희 둘이잖아? 왜 우리 지안이가 그런 욕을 먹으며 살아야 해?”“그만해. 난 준이랑 함께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해.”백지안이 눈시울을 붉혔다.“하준이를 위해서라면 평생 숨어 살아도 난 괜찮아.”하준이 백지안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죄책감이 몰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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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7화

여름을 보는 하준의 시선이 사뭇 불편했다. 하준은 주머니에 한 손을 꽂더니 한숨을 쉬며 마음을 다잡았다.“들었어? 애초에 내가 당신이랑 결혼한 이유는 집에서 하도 결혼을 재촉해서라도 당신도 날 한선우의 삼촌으로 착각해서 내게 접근했던 거잖아?”여름은 이제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그래, 처음에는 우리 서로 계약으로 시작한 결혼이었지. 하지만 나중에는 우리 서로가 서로를 사랑하게 되었잖아요? 난 당신에게 억지로 같이 살자고 한 적 없어.”“시끄러워.”하준은 듣고 싶지 않았다.“당신이 계속 날 유혹한 거잖아? 아니면 내가 당신 같은 사람이랑 결혼했을 것 같아?”이미 너덜너덜해진 마음이었지만 여름은 역시 눈시울을 붉히고 말았다.“최하준, 당신 정말 너무 하네. 백지안이 사람들에게 욕을 먹지 않게 해주겠다고 우리가 이혼했다는 거짓말을 내게 시키다니. 난 무슨 소리를 듣겠냐고? 다들 내가 FTT에 돈을 노리고 들어왔다고 말할 거 아냐? 그래, 백지안의 명예는 지켜주겠지만, 나는? 나는 엄청나게 욕을 먹을 텐데. 내 기분이 어떨지는 생각해 봤냐고?”“내가 왜 당신 기분을 생각해야 하지?하준은 아무렇지 않게 툭 뱉었다. 하는 말마다 비수처럼 가슴을 찔러왔다.여름은 결국 웃고 말았다.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백지안의 최면술이 얼마나 대단한지 몰라도 어쨌거나 애초에 하준은 백지안을 잊은 적이 없는 것이다.여름이 웃자 하준은 마음이 되레 불편해졌다.“내가 하는 말을 들은 건가?”“혼인 중에 불륜을 벌이는 것도 모자라서 당신들 명예를 지키자고 날 억울하게 만들 셈이라니, 꿈 깨시지. 사람들 하는 말 틀린 거 하나 없지 뭐야. 백지안은 불륜녀일 뿐이라고.”여름은 결국 크게 소리 지르고 말았다.“그런 소리 하지 마!”매정하게도 하준은 되려 이런 여름에게 윽박질렀다.여름은 움찔해서 배를 감싼 채 눈물만 뚝뚝 흘릴 뿐이었다.“강여름, 경고하는데, 한 번만 더 지안이를 모욕하는 소리했다가는 그냥 두지 않겠어.”하준이 눈을 가늘게 뜨고 또박또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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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8화

-뭔 사업이야? 다 때려치우고 연기해라! 최하준은 연기가 전공인가 봄.“……”이어서 백지안이 온라인에 하준과 자신의 중학교, 고등학교 시절 커프샷을 올리기 시작하자 네티즌 여론은 두 사람의 러브 스토리에 바로 반응하기 시작했다.뒤에서 여름이 어떻게 되는지는 아무도 관심이 없었다. 여름은 SNS를 탈퇴하고 뉴스도 아예 보지 않았다.곧 임윤서가 미친 듯이 화가 나 전화를 걸어왔다.“야, 미쳤냐? 무슨 너랑 최하준이 지난 달에 이혼을 해? 너희 아직 이혼하지도 않았잖아? 유부남이면서 최하준이 그 더러운 백지안이랑 붙은 거잖아? 사람이 어쩜 그래? 넌 근데 왜 그런 오명을 쓰겠다고 나서? 지금 사람들이 너더러 뭐라고 하는지 모르니? 안 되겠어. 이 언니가 열불이 뻗쳐서 죽겠다. 그것들을 아작을 내야지 도저히 안 되겠어!”“어쩔 수 없었어. 최하준이 우리 아버지를 두고 위협했거든. 내가 성명을 발표하지 않으면 우리 아버지 치료를 중단시킨다잖아.”여름이 무기력하게 말했다.“그러고도 사람이라니? 정말 어떻게 그렇게 못됐냐? 당장 그 인간이랑 이혼해 버려.”윤서가 길길이 날뛰었다.“아마 내가 출산하고 나면 이혼해 줄 것 같아.”“애까지 뺏어간다니?”윤서는 이제 피를 토할 지경이 되었다.“아니, 백지안 있잖아? 자기 애는 걔더러 낳아달라고 하면 되지.”여름이 힘없이 피식 웃었다.“걱정하지 마. 나도 다 생각이 있어.”“너무 화가 난다. 절대 백지안이 네 아이들 못 키우게 해.”“당연하지.”전화를 끊고 여름은 수심에 잠겼다.----한편 백지안은 즉시 해변 별장으로 이사했다.백윤택은 집을 한 바퀴 둘러보더니 신이 났다.“지안아, 여기 정말 고급스럽다. 어쩐지 이상하게 여기 그렇게 들어오고 싶어한다 했더니…. 이 부근이 서울에서 제일 부동산 가격이 높은 곳이라며?”“비싸서 여기 들어오고 싶었던 게 아니야.”백지안이 소파에 앉으며 입꼬리를 올렸다.“여기가 바로 강여름이랑 최하준이 신혼을 보냈던 곳이거든. 흥! 강여름이 알면 피를 뿜을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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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9화

백윤택이 콧방귀를 뀌었다.“내가 며칠 임윤서에게 사람을 좀 붙여놨거든. 내가 그걸 해치우지 못하면 성을 간다!”백지안이 눈썹을 치켜세웠다. 다른 사람이면 몰라도 임윤서라면 백지안의 눈에도 곱게 보이지 않았다.“아무리 그래도 살살해. 너무 심하게 하지 말라고.”“걱정하지 마. 나도 다 생각이 있으니까.”----밤 9시.여름은 샤워를 하고 나와서 임윤서의 톡을 받았다. 1시간 뒤에 게임을 하자는 내용이었다.혼자 내버려 두면 쓸데없는 생각에 빠지지 않을까 걱정하는 게 느껴져서 여름은 흔쾌히 동의했다.두 사람은 음성채팅을 하면서 몇 판을 놀았다. 임윤서가 건너편에서 외쳤다.“아악! 빨리 나 좀 지원해 줘! 완전히 둘러싸여서 못 나가고 있어.”“기다려 봐….”임윤서의 위치를 확인하기 위해 맵을 켜는데 건너편에서 임윤서가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오밤중에 누가 이렇게 문을 마구 두들겨? 뭐예요? 경찰에 신고….”“콰광!”갑자기 건너편에서 굉음과 함께 고성이 들려왔다.그리고 곧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여름은 급히 임윤서의 번호로 전화를 걸어 보았지만 통화가 되지 않았다.불길한 예감이 덮쳐왔다. 하준의 본가에서 임윤서의 집까지는 차로 최소한 1시간은 걸리는 거리였다. 지금 간대도 도저히 도움이 될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게다가 여름은 서울에 마땅히 도와줄 만한 사람을 알지 못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다가 여름은 급히 양유진에게 전화를 걸었다.“양 대표님, 윤서네 집에 아무래도 누가 침입한 것 같아요. 지금 바로 좀 가서 봐주실 수 있을까요? 아무래도 윤서에게 무슨 일이 벌어진 것 같아서 불안한데 저희 집에서 너무 멀어서요. 윤서네 주소는 문자로 보내드릴게요. 저도 지금 바로 출발해요.”“그래요. 제가 당장 가볼게요.”통화를 끝내고 여름은 차를 끌고 나갔다. 입구의 수위는 여름에게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여름은 급한 마음에 그대로 차로 문을 들이 받아버렸다. 그러나 문이 어찌나 견고한지 한번 들이받은 것으로는 열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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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0화

‘이 사람은 벌써 두 번째 나 때문에 칼에 찔리는구나.그리고 이 사람에게는 죄책감 말고는 줄 수 내가 줄 수 있는 것도 없어.’“어허, 이거 대체 임윤서의 서방인가, 아니면 강여름의 내연남인가?”백윤택이 실실거렸다.“이거 이거, 강여름이 내 매제를 속이고 밖에서 남자나 만나고 있잖아?”“백윤택, 이 짐승만도 못한…. 내가 오는 길에 가택 침입으로 신고했어! 이렇게 여럿이서 사람을 폭행까지 했으니 이제 법망을 빠져나가지는 못할 거야.”여름은 누군가를 이렇게까지 혐오한 적이 없었다.“하하하, 경찰? 경찰 좋지. 얼마든지 신고해 보라고. 어쨌든 이제 내 매제가 최하준이란 말이야. 최하준이 분명 날 꺼내줄 거라고.”백윤택은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듯 득의양양한 표정이었다.“어쨌든 이 정도 일은 내가 밥 먹듯 했어도 매번 내 매부가 다 무마하고 날 꺼내 줬거든.”여름은 백윤택이 말끝마다 ‘매부’. ‘매부’거리는 것이 영 마음에 안 들었다. 마치 최하준이 자신의 남편이라는 사실을 전혀 인정하지 않는다는 말투가 아닌가.그 유들유들한 표정에 여름은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다행히 이때 경찰이 들이닥쳤다. 곧 백윤택 일당은 잡혀갔다.양유진과 임윤서는 바로 병원으로 호송되었다.구급차로 병원에 가는 길, 여름의 전화가 끊임없이 울렸다. 모두 하준의 집에서 걸려 오는 전화였다. 그중에는 하준이 걸어온 것도 있었다.여름이 전화를 받자 바로 고함이 들려왔다.“강여름, 이 밤중에 어딜 간 거야? 차로 대문을 들이받다니 무슨 짓이야? 내 아이들에게 무슨 이상이라도 생겼다가는 가만 안 둘 거야.”“당신 애가 내 배 속에 있는 건 아나 보네요.”여름도 참지 못하고 맞받아쳤다.“오밤중에 어딜 갔냐고? 백윤택이 오밤중에 내 친구네 집에 들이닥쳐서 사람을 때리고 찔렀어. 이게 다 당신 때문이야. 당신이 오냐오냐해서 이런 인간이 끝 간 데를 모르고 날뛰는 거잖아? 최하준, 당신이 미워! 당신이 밉다고! 알아?”소리를 지르고 나니 여름의 눈에서는 구슬 같은 눈물이 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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