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 사업이야? 다 때려치우고 연기해라! 최하준은 연기가 전공인가 봄.“……”이어서 백지안이 온라인에 하준과 자신의 중학교, 고등학교 시절 커프샷을 올리기 시작하자 네티즌 여론은 두 사람의 러브 스토리에 바로 반응하기 시작했다.뒤에서 여름이 어떻게 되는지는 아무도 관심이 없었다. 여름은 SNS를 탈퇴하고 뉴스도 아예 보지 않았다.곧 임윤서가 미친 듯이 화가 나 전화를 걸어왔다.“야, 미쳤냐? 무슨 너랑 최하준이 지난 달에 이혼을 해? 너희 아직 이혼하지도 않았잖아? 유부남이면서 최하준이 그 더러운 백지안이랑 붙은 거잖아? 사람이 어쩜 그래? 넌 근데 왜 그런 오명을 쓰겠다고 나서? 지금 사람들이 너더러 뭐라고 하는지 모르니? 안 되겠어. 이 언니가 열불이 뻗쳐서 죽겠다. 그것들을 아작을 내야지 도저히 안 되겠어!”“어쩔 수 없었어. 최하준이 우리 아버지를 두고 위협했거든. 내가 성명을 발표하지 않으면 우리 아버지 치료를 중단시킨다잖아.”여름이 무기력하게 말했다.“그러고도 사람이라니? 정말 어떻게 그렇게 못됐냐? 당장 그 인간이랑 이혼해 버려.”윤서가 길길이 날뛰었다.“아마 내가 출산하고 나면 이혼해 줄 것 같아.”“애까지 뺏어간다니?”윤서는 이제 피를 토할 지경이 되었다.“아니, 백지안 있잖아? 자기 애는 걔더러 낳아달라고 하면 되지.”여름이 힘없이 피식 웃었다.“걱정하지 마. 나도 다 생각이 있어.”“너무 화가 난다. 절대 백지안이 네 아이들 못 키우게 해.”“당연하지.”전화를 끊고 여름은 수심에 잠겼다.----한편 백지안은 즉시 해변 별장으로 이사했다.백윤택은 집을 한 바퀴 둘러보더니 신이 났다.“지안아, 여기 정말 고급스럽다. 어쩐지 이상하게 여기 그렇게 들어오고 싶어한다 했더니…. 이 부근이 서울에서 제일 부동산 가격이 높은 곳이라며?”“비싸서 여기 들어오고 싶었던 게 아니야.”백지안이 소파에 앉으며 입꼬리를 올렸다.“여기가 바로 강여름이랑 최하준이 신혼을 보냈던 곳이거든. 흥! 강여름이 알면 피를 뿜을걸?
백윤택이 콧방귀를 뀌었다.“내가 며칠 임윤서에게 사람을 좀 붙여놨거든. 내가 그걸 해치우지 못하면 성을 간다!”백지안이 눈썹을 치켜세웠다. 다른 사람이면 몰라도 임윤서라면 백지안의 눈에도 곱게 보이지 않았다.“아무리 그래도 살살해. 너무 심하게 하지 말라고.”“걱정하지 마. 나도 다 생각이 있으니까.”----밤 9시.여름은 샤워를 하고 나와서 임윤서의 톡을 받았다. 1시간 뒤에 게임을 하자는 내용이었다.혼자 내버려 두면 쓸데없는 생각에 빠지지 않을까 걱정하는 게 느껴져서 여름은 흔쾌히 동의했다.두 사람은 음성채팅을 하면서 몇 판을 놀았다. 임윤서가 건너편에서 외쳤다.“아악! 빨리 나 좀 지원해 줘! 완전히 둘러싸여서 못 나가고 있어.”“기다려 봐….”임윤서의 위치를 확인하기 위해 맵을 켜는데 건너편에서 임윤서가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오밤중에 누가 이렇게 문을 마구 두들겨? 뭐예요? 경찰에 신고….”“콰광!”갑자기 건너편에서 굉음과 함께 고성이 들려왔다.그리고 곧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여름은 급히 임윤서의 번호로 전화를 걸어 보았지만 통화가 되지 않았다.불길한 예감이 덮쳐왔다. 하준의 본가에서 임윤서의 집까지는 차로 최소한 1시간은 걸리는 거리였다. 지금 간대도 도저히 도움이 될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게다가 여름은 서울에 마땅히 도와줄 만한 사람을 알지 못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다가 여름은 급히 양유진에게 전화를 걸었다.“양 대표님, 윤서네 집에 아무래도 누가 침입한 것 같아요. 지금 바로 좀 가서 봐주실 수 있을까요? 아무래도 윤서에게 무슨 일이 벌어진 것 같아서 불안한데 저희 집에서 너무 멀어서요. 윤서네 주소는 문자로 보내드릴게요. 저도 지금 바로 출발해요.”“그래요. 제가 당장 가볼게요.”통화를 끝내고 여름은 차를 끌고 나갔다. 입구의 수위는 여름에게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여름은 급한 마음에 그대로 차로 문을 들이 받아버렸다. 그러나 문이 어찌나 견고한지 한번 들이받은 것으로는 열리지 않았다.
‘이 사람은 벌써 두 번째 나 때문에 칼에 찔리는구나.그리고 이 사람에게는 죄책감 말고는 줄 수 내가 줄 수 있는 것도 없어.’“어허, 이거 대체 임윤서의 서방인가, 아니면 강여름의 내연남인가?”백윤택이 실실거렸다.“이거 이거, 강여름이 내 매제를 속이고 밖에서 남자나 만나고 있잖아?”“백윤택, 이 짐승만도 못한…. 내가 오는 길에 가택 침입으로 신고했어! 이렇게 여럿이서 사람을 폭행까지 했으니 이제 법망을 빠져나가지는 못할 거야.”여름은 누군가를 이렇게까지 혐오한 적이 없었다.“하하하, 경찰? 경찰 좋지. 얼마든지 신고해 보라고. 어쨌든 이제 내 매제가 최하준이란 말이야. 최하준이 분명 날 꺼내줄 거라고.”백윤택은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듯 득의양양한 표정이었다.“어쨌든 이 정도 일은 내가 밥 먹듯 했어도 매번 내 매부가 다 무마하고 날 꺼내 줬거든.”여름은 백윤택이 말끝마다 ‘매부’. ‘매부’거리는 것이 영 마음에 안 들었다. 마치 최하준이 자신의 남편이라는 사실을 전혀 인정하지 않는다는 말투가 아닌가.그 유들유들한 표정에 여름은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다행히 이때 경찰이 들이닥쳤다. 곧 백윤택 일당은 잡혀갔다.양유진과 임윤서는 바로 병원으로 호송되었다.구급차로 병원에 가는 길, 여름의 전화가 끊임없이 울렸다. 모두 하준의 집에서 걸려 오는 전화였다. 그중에는 하준이 걸어온 것도 있었다.여름이 전화를 받자 바로 고함이 들려왔다.“강여름, 이 밤중에 어딜 간 거야? 차로 대문을 들이받다니 무슨 짓이야? 내 아이들에게 무슨 이상이라도 생겼다가는 가만 안 둘 거야.”“당신 애가 내 배 속에 있는 건 아나 보네요.”여름도 참지 못하고 맞받아쳤다.“오밤중에 어딜 갔냐고? 백윤택이 오밤중에 내 친구네 집에 들이닥쳐서 사람을 때리고 찔렀어. 이게 다 당신 때문이야. 당신이 오냐오냐해서 이런 인간이 끝 간 데를 모르고 날뛰는 거잖아? 최하준, 당신이 미워! 당신이 밉다고! 알아?”소리를 지르고 나니 여름의 눈에서는 구슬 같은 눈물이 뚝
왜 그 말이 그렇게 계속 맴도는지, 왜 그렇게 마음에 걸리는지는 하준도 알 수 없었다.“따라와.”하준은 여름을 보며 명령하듯 말했다.여름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하준은 신경도 쓰기 싫었다. 목소리만 들어도 목구멍으로 피가 솟을 듯 분노가 치밀었다.“내 말 안 들려? 임신한 몸으로 이렇게 불편하게 있으면 안 된다고.”하준이 여름을 잡아 일으켰다.여름이 하준을 와락 밀치더니 슬프게 웃었다.“나라고 불편하고 싶어서 이러고 있겠냐고? 내 친구가 둘이나 저러고 정신도 못 차리고 누워있는데 내가 잘 생각이 들겠어요? 뭐, 백지안 말고 다른 사람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 당신 같은 사람은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겠네.”하준은 여름의 창백한 얼굴을 보고 잠시 머뭇거리더니 결국 입고 있던 재켓을 벗어 여름의 어깨를 감싸주었다.놀라서 눈썹이 파르르 떨리는 여름의 귀에 하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내 아이들 춥게 하지 말라고.”반짝하고 눈에 들었던 빛은 곧 사라졌다.여름은 자조적으로 웃었다.‘지금 상황이 이 지경인데 나는 대체 무슨 상상을 한 거야?’그러나 곧 하준의 전화가 울렸다.하준이 휴대 전화를 꺼낼 때 흘끗 보니 액정에 ‘지안’이라는 두 글자가 선명했다.하준은 일어나더니 저쪽으로 가서 전화를 받았다.복도는 워낙 조용했던 터라 심야가 아니었어도 여름은 전화 건너편에서 들려오는 백지안의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었을 것 같았다.이때 수술실 불이 꺼졌다.의사가 양유진의 침대를 밀고 나왔다. 양유진은 깨어 있었다. 여름의 초췌한 모습을 보더니 양유진이 미소를 지었다.“피곤하죠? 가서 좀 쉬어요. 난 괜찮아요….”‘괜찮다고?그게 이제 막 수술을 하고 나온 사람이 할 소린가?’여름은 눈시울이 붉어졌다.통화를 마치고 돌아오던 하준의 눈에 여름과 양유진이 서로 마주 보는 장면이 들어왔다. 저도 모르게 미간에 잔뜩 힘이 들어갔다.“여태껏 양유진의 수술을 지키고 있었던 거야?”“양 대표님이 아니었으면 윤서를 구하지 못했을걸. 내가 도착하기도 전에 이미
“됐어요.”여름은 고개를 저었다.‘따라가서 뭐 해? 십중팔구 경찰서 아니면 백지안에게 갔을 텐데.’여름의 예상이 맞았다.20분 뒤 하준은 경찰서에 나타났다. 백지안은 이미 한참을 기다리고 있었다. 울어서 두 눈은 퉁퉁 부어 있었다.“준….”보자마자 백지안은 하준의 품으로 뛰어들어 울먹였다.“미안해. 우리 오빠가 또 사고를 쳤네. 이렇게 못난 짓을 하고 다닐지는 나도 몰랐어.”“전에 다 내가 뒤를 봐주는 바람에 점점 더 안하무인이 된 거잖아.”하준의 얼굴에 분노가 가득했다.“사람까지 데리고 가택 침입이라니. 게다가 칼까지 들고 난동을 부려? 아주 이렇게 안하무인일 수가 있나? 왜? 아주 총을 들고 들어가서 은행이라도 터시지?”백지안이 급히 해명했다.“오빠가 임윤서를 너무 좋아해서 그랬겠지. 그런데 임윤서는 안 좋아하면 그만이지 툭하면 사람을 모욕하니까, 오빠도 화가 나서 그만….”“그래서? 그러면 백윤택은 하나도 잘못한 게 없다는 말인가?”하준이 열 받아서 물었다.“아니, 그런 게 아니고….”백지안은 하준이 이렇게 진심으로 화낼 줄은 몰랐다. 놀라서 눈물을 뚝뚝 흘리며 한껏 가련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그런 뜻이 아니라…. 물론 오빠가 잘못했지. 나도 너무 실망했어. 이게 다 내 잘못이야….”“됐어. 네가 그런 것도 아닌데. 다 백윤택의 자업자득이지.”하준이 백지안의 어깨를 두드렸다.“준, 경찰에 물어봤는데 벌써 입건됐대. 상대가 합의해 주지 않으면 감옥 간다던데?”백지안이 눈물이 그렁그렁해서 애원했다.“난 이제 이 세상에 우리 오빠 하나 남았어. 엄마 아빠도 다 돌아가시고, 이제 오빠까지 감옥에 가고 나면 난 식구를 다 잃는 것이나 다름없어.”“너한테는 내가 있잖아?”하준이 부드럽게 달래긴 했지만 영 백윤택을 구해줄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그래도 다르지. 오빠는 유일한 내 피붙이잖아.”백지안은 하준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다시 엉엉 울었다.하준은 가만가만 백지안의 등을 쓸어 주었다. 눈에는 막연한 빛이 감돌았다.
임윤서가 중얼거렸다.“거짓말 아니지? 나 정말 이제 무사한 거지?”“그럼. 거짓말이면 내가 성을 갈지.”여름이 맹세하는 시늉을 해 보였다.임윤서가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았다. 끊길 듯 말 듯 뭔가가 기억나는 듯했다. 눈물이 왈칵 솟았다.“여름아, 무서워. 정말 너무 놀라서 죽을 뻔했어. 백윤택 그 미친놈이 쳐들어오고, 난 반항했는데 그놈들이 와서 나 막 때리고…. 그런데 양유진이 들어와서….”“이런 짐승만도 못한 놈들!”임윤서의 말을 듣다 보니 여름은 저도 모르게 울컥하는 마음이 들었다.백윤택이 이렇게까지 무식하고 악랄한 짓을 벌이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여름이 양유진에게 알리지 않았더라면 윤서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닐 수도 있었다.그런 생각을 하니 너무 무서워서 몸이 부르르 떨렸다.“괜찮아. 이제 다 지나간 일이야.”여름은 분노를 꾹 참으며 임윤서를 위로했다.임윤서는 내내 여름의 품에서 울었다. 그러나 진정제의 효과 때문인지 임윤서는 다시 곧 잠들었다.여름이 막 윤서에게 이불을 여며주는 데 백지안이 병실로 들어왔다.털썩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백지안이 무릎을 꿇고 이마를 땅에 대고 울먹였다.“강여름 씨, 임윤서 씨,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우리 오빠를 대신해서 사과 드립니다.”그러더니 백지안은 엉엉 울기 시작했다.“지안아, 그만 일어나.”하준이 따라 들어오다가 그 장면을 보고 바로 백지안을 잡아 일으켰다.그러나 백지안은 한사코 바닥에 붙어서 일어나지 않으려고 했다.“준, 잡아당기지 마. 원래 우리 오빠가 잘못한 거잖아.”“됐어. 지금 너 이마도 다쳤는데 이러고 있다가 큰일 나려고 어서 일어나.”“임윤서 씨는 목숨까지도 위태로웠는데 이까짓 이마가 문제겠어?”하준의 손을 떼어내려고 잡고 있던 백지안이 갑자기 엉엉 울며 하준의 품으로 뛰어들었다.“준, 난 정말 임윤서 씨에게 너무 미안해.”“울지마.”하준이 고개를 숙이며 백지안을 안았다.여름은 처음부터 끝까지 그 장면을 조용히 보고만 있었다.자신의 남편이 자신이 가장
이렇게 심하게 토해본 적이 없었다. 눈물에 콧물에 담즙까지 올라왔다.자기 꼴이 말이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하지만 여름도 어쩔 수가 없었다.“괜찮나?”하준이 놀란 듯 미간에 주름을 잡고 여름을 쳐다봤다.백지안도 얼른 휴지를 뽑아 여름에게 건넸다.여름은 백지안의 손을 밀어내고 허리를 구부린 채 낮게 웃었다.“괜찮지. 당연히 괜찮아. 그냥 더러운 연극에 오심이 올라와서 그만….”하준의 얼굴이 험악하게 변했다.“강여름, 말조심해서 하지.”“내 말이 틀려?”여름이 고개를 들었다. 눈에 핏발이 섰다.“당신들은 대체 사과를 하러 온 거야 아니면 애정극을 벌이러 온 거야? 최하준, 당신이 날 사랑하지 않는 건 아라. 하지만 난 법적으로 당신 아내라고. 눈곱만큼이라도 그 사실을 존중해 주지 않겠어?”그리고 백지안을 쳐다봤다.“그리고, 당신, 들어오자마자 울고불고 용서해 달라니? 내가 당신더러 무릎 꿇으라고 했어? 당신이 무릎 한 번 꿇으면 윤서가 당한 폭행과 느꼈을 공포가 단번에 그냥 다 없는 일이 되는 건가? 백윤택이 벌인 짓은 엄연히 불법이야. 가택 침입, 폭행, 살인 미수, 강간 미수 등등이지. 당신은 머리 몇 번 조아리면 이 모든 것이 다 해결되나? 그러면 나도 백윤택을 죽이고 무릎 한 번 꿇을 테니까 용서해 주겠어?”백지안이 입을 뻐끔거렸다.“난 그런 뜻이 아니라….”“나가.”여름이 문밖을 가리켰다.“이런 일은 사적으로 처리할 수 없어. 법대로 저지른 짓에 대해 처벌 받아야지.”백지안이 입술을 달싹이며 뭔가를 말하려는데 여름이 먼저 다음 말을 이었다.“더는 무릎 꿇고 나에게 사과할 생각 하지 마. 무릎이 다 터져 나간대도 소용없어. 난 최하준이 아니야. 그래 봐야 난 마음 아프지도 않아.”“강여름!”하준이 결국 경고를 날렸다.“내 말이 틀렸나? 피해자는 우리 쪽이라고. 그런데 이게 뭐야? 왜 용서해주지 않는다고 우리가 무슨 죽을죄를 지은 사람 취급을 받는 건데?”여름이 싸늘하게 웃었다.“나가. 다시는 둘 다 보고
“여름아. 아니야.”임윤서가 애원하듯 여름을 쳐다봤다.“난 그냥 일을 크게 만들고 싶지 않아서 그래.”“그런 소리 하지 마. 넌 그렇게 비겁한 인간이 아니라고."여름은 화가 나서 하준을 노려봤다.“당신이 말해. 자신 있으면 어디 말해 보라고.”하준은 짜증스럽게 넥타이를 풀었다.“강여름, 이 일을 자꾸 크게 만들면 당신 아버지는 치료를 못 받게 될 거야.”여름의 머릿속에 콰르릉하고 천둥이 치는 것 같았다.여름은 다시 임윤서를 쳐다봤다.“저렇게 널 협박하디?”임윤서가 씁쓸하게 답했다.“아빠는 한 분뿐이잖아. 난 네가 아빠를 잃게 할 수는 없어.”“그래, 내게는 이제 아빠 한 분뿐이라 얼마나 소중한지는 다들 알겠지. 그래서 이렇게 번번이 우리 아빠를 가지고 날 위협하는 거겠지.”여름은 싸늘하게 하준을 노려봤다.“지난번에는 백지안의 명예를 지켜주겠다고 나에게 이혼했다고 공개적으로 말하라고 했잖아. 아직도 사람들은 날 욕하고 있어. 그런데 이제는 그 인간쓰레기도 놓아달라고?”하준은 일자로 입을 꾹 다물고 침묵했다.여름은 결국 두 손으로 있는 힘껏 하준을 밀쳤다.“최하준, 나한테 대체 왜 이러는 거야? 당신이 사람이야? 백지안을 위해서 이렇게 누누이 나와 내 주변 사람을 다치게 하다니. 내가 전생에 대체 무슨 죽을죄를 지었길래 당신을 만났을까….”여름은 결국 버티지 못하고 쓰려져 엉엉 소리 내어 울었다.하준은 목이 꽉 막혔다. 어쩐 일인지 누군가가 심장을 손으로 꽉 쥐어버린 듯 아프고 숨을 쉴 수 없었다.“여름아, 울지 마.”임윤서가 어렵사리 일어나 여름을 위로하려고 했지만 몸을 일으키자마자 통증에 다시 털썩 쓰러지고 말았다.“아직 아플 텐데 움직이지 마.”여름이 다급히 다가가 임윤서를 부축했다.“내 말 들어. 그렇게 하자. 이제 그만 해. 어쨌든… 난 아직 살아 있잖아.”임윤서가 여름의 손을 잡고 억지로 웃어 보였다.“안 돼.”여름이 고개를 저었다.“이번에도 백윤택이 처벌을 받지 않으면 다음에는 더 날뛸 거라고. 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