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이혼하려고 결혼했습니다: Bab 551 - Bab 560

1699 Bab

551화

“맞아. 걔 말이야.”조하정이 카드를 하나 내놓으며 말했다.“남편이라는 건 딱 잡아서 단속을 해야지, 안 그러면 다른 사람을 따라 가버린다니까.”“일리 있는 말씀이네요.”여름이 카드를 내려 놓으며 말했다.“풀 하우스.”“……”앞에 있는 칩 무더기를 싹 쓸어가는 여름을 보며 조하정 입가의 마리오네트 주름이 깊어졌다.“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못 알아 듣나 보네?”“알아 들었습니다.”여름은 태연자약하게 답했다.“하지만 제가 들으니 추대호 회장님도 전에 비서랑….”그말을 들은 조하정은 얼굴을 들 수가 없었다.“그건 다 헛소문이야. 난 지금 자네 얘길 하고 있잖나?”“요즘 세상에 도덕군자가 어디 그렇게 많으려고요? 하준 씨가 우리나라 최고의 거부인데 최하준 침대에 뛰어들고 싶은 사람이야 많고도 많겠죠. 제가 그 많은 케이스를 어떻게 일일이 단속하겠어요? 그래서 전 자기관리나 잘 하기로 했습니다. 어쨌든 나중에 우리 쌍둥이들 태어나면 평생 먹고 살 걱정은 안 할 거잖아요.”여름은 가볍게 말하면서 카드 패를 섞었다.다 섞고 나서 보니 테이블에 앉은 부인들이 얼굴이 굳은 채로 자신의 뒤쪽을 보고 있었다.돌아보니 새파랗게 질린 하준이 뒤에 서 있었다. 얼마나 들었는지 모를 일이었다.조하정이 ‘푸흣’하고 웃었다.“최 회장, 들었나? 자네 와이프는 자네에게 전혀 관심이 없다네?”“조 여사님은 본인 가정부터 챙기시는 게 어떻습니까? 추신이 잘 나가면서 여사님은 간통 현장 잡으러 꽤 다니셨죠?”하준의 냉랭한 시선이 조하정에게 꽂혔다. 빙긋 웃던 조하정의 얼굴이 굳어졌다. “카드 그만 놀고 나랑 집에 가지.”하준이 여름을 의자에서 잡아 일으켰다.“아니 준아, 무슨 짓이냐?”다른 테이블에 있던 장춘자가 불만스러운 얼굴을 하고 일어섰다.“이제 겨우 1시간 놀았는데.”“할머니 1시간이면 실컷 놀았겠네요. 우리 아기한테 태교로 포커를 시킬 셈입니까?”하준은 별로 기분이 좋지 않다는 투로 말하더니 여름을 데리고 가 차에 태웠다.두 사람이 뒷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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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2화

“어쩌라고?”여름이 빙긋 웃었다.“육체적인 탈선은 탈선도 아니라던데.”“……”‘무슨 뜻이야? 내가 백지안이랑 자도 신경 안 쓴다는 말이야?아니지. 그건 아닐 거야. 전에 내가 실수로 지안이를 안았을 때도 엄청나게 질투했는데.’“여보, 오늘 지훈이가 서울에 왔다고 해서 다들 환영식해 주러 가는 거야.”하준이 달래듯 말을 이었다.“자기도 같이 가자.”여름은 흠칫했다.이주혁이라면 나름 고향친구였다. 게다가 여름과 지훈은 내내 상당히 좋은 관계를 유지했었다.“좋아요. 지훈 씨 본 지도 오래됐네.”하준의 얼굴이 확 굳어졌다.‘어렵사리 밖으로 한번 불러내는데 성공했다 싶었더니 그 이유가 지훈이를 보고 싶어서라고?지훈이 자식, 나 몰래 여름이랑 연락하고 지냈던 거 아니야?’한편 바다 건너에 있던 지훈은 재채기를 했다.“에잇치! 아, 누가 내 생각을 이렇게 하나? 설마 서머는 아니겠지.”이지훈은 휴대 전화를 꺼내 여름에게 톡을 보냈다.-서머, 오랜만! 오늘 저녁에 얼굴이나 보죠.마침 여름의 휴대 전화를 가지고 있던 하준은 화면 알림에 뜨는 톡을 보고 울컥했다.‘역시나 이 자식이 나 몰래 내 와이프랑 연락을 하고 있었잖아!’----저녁 8시.어느 호숫가 프라이베이트 바.하준이 여름의 허리에 팔을 두르고 들어왔다.이지훈과 송영식, 백지안은 가죽 소파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던 중이었다.두 사람이 들어오자 이지훈이 제일 먼저 일어나 빙긋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와, 서머! 오랜만이네. 나 보고 싶었어요?”하준의 싸늘한 시선이 지훈을 한 번 쏘아보았다. 지훈은 갑자기 남극의 싸늘함이 온몸을 파고드는 듯한 기분이 되었다.여름이 빙그레 웃었다.“어쩐 일로 서울을 다 왔어요?”“일이 좀 있어서요.”이지훈은 자기 옆자리를 톡톡 두드렸다.“우리 서머는 여기 앉아요.”말이 끝나기 무섭게 하준이 그 자리에 털썩 앉으면서 여름을 지훈 반대쪽에 앉혔다.졸지에 중간에 덩치 큰 남자가 끼어들자 이지훈은 입을 삐죽거렸다.“뭐? 내가 네 옆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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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3화

백지안은 은연 중에 컵을 든 손에 힘이 꽉 들어갔다. 그러더니 갑자기 기침을 쿨럭쿨럭했다.“괜찮아? 아직 목이 불편한 거 아니야?”손영식이 얼른 다정하게 물었다.여름도 얼름 물었다.“어머나, 아직 상처가 다 안 나은 거 아닌가요? 아직 불편하면 집에서 쉬시는 게 좋았을 걸.”“말 다 했습니까?”송영식이 도저히 못 참겠다는 듯 위협했다.“하준이 치료하다가 다친 건데 하준이 와이프로서 지안이에게 고맙지도 않습니까? 뭐 그렇게 밑도 끝도 없이 사람이 속이 꼬였어요?”여름은 억울하다는 듯 입을 비죽 내밀었다.“송 대표, 말을 왜 그렇게 하죠? 그날 저에게 하준 씨랑 백지안 씨는 아직 감정이 남아 있다면서 저더러 아내 자리 내놓으라느니 그랬잖아요? 그런데 내가 뭘 고마워 하죠? 다 자기가 스스로 너무 원해서 하는 일인데.”여름의 말이 떨어지자 송영식이 눈에 띄게 당황했다. 여름을 잡아먹기라도 할 것처럼 노려보았다.이지훈과 최하준은 동시에 안색이 확 바뀌었다. 특히나 하준은 얼굴에 분노의 기색이 역력했다.“송영식, 언제 우리 여름이에게 그 따위 소릴 했어?”“영식아, 왜 그런 소릴 했어?”백지안은 바로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내가 진작에 얘기했잖아. 나랑 하준이는 이미 지나간 관계라고.”“됐다, 됐어. 다 내 잘못이다. 난 화장실 좀 다녀올게.”송영식은 의자를 박차고 일어서서 나가버렸다.“내가 가서 얘기 좀 해볼게.”백지안이 급히 따라나갔다.하준은 얼굴에 짜증이 가득했다. 굳이 여름에게 같이 가자고 끌고 나온 것이 후회스러웠다.“여보, 영식이가 그 따위 소릴 했다고 왜 나한테 말 안 했어? 내가 알았으면 진작에 가만 안 뒀을 텐데.”“그러게. 서머, 영식이가 뭘 잘 몰라서 그러니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말아요.”이지훈이 화제를 바꿔보려고 했다.“우리 당구나 한 판 할래요?”여름이 끄덕였다.“좋아요.”여름과 이지훈이 당구대로 걸어가자 하준이 걱정했다.“임신했는데 당구 같은 거 쳐도 될까? 그냥 내가 대신 칠 테니까 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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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4화

이지훈의 눈에 걱정이 스쳐 지나갔다.“여보, 내가 과일 가져왔어.”하준이 과일 접시를 들고 들어왔다.이때 룸 문이 열리더니 이주혁이 웬 늘씬한 여자 허리에 팔을 얹고 들어왔다. 기다란 생머리를 늘어뜨리고 어깨가 드러난 하늘하늘한 블라우스에 하얀 반바지를 입고 있었다.그러나 여름이 그 사람의 얼굴을 알아본 순간 머릿속에 욕설이 수억 개 스쳐 지나갔다.‘와….뭐 이런 거지 같은 날이 있지?’오래도록 얼굴도 못보고 지냈던 시아였다.TH가 망하고 나서 시아는 거의 만난 적이 없었다. 가끔 연예계 뉴스에 등장하는 시아를 보기는 했는데 최근 인기가 점점 오르는 듯했다. 그러나 여름은 시아와 따로 연락도 주고 받지 않고 별 신경도 쓰지 않았는데 시아가 이주혁과 함께 나타날 줄은 생각도 못했던 것이다.‘최하준 친구들은 죄다 머리에 뭐가 들었길래 고르는 짝마다 저 모양이야?소영이 같은 괜찮은 사람은 두고 어디 가서 하필 시아 같은 애를 데려왔담?’하준은 요즘 기억력이 형편없어져 시아를 기억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지훈의 반응을 보고 대충 눈치 챘다.“여름아, 오랜만이다. 보고 싶었어.”시아가 여름을 보더니 눈을 반짝이며 바로 다정한 척 반갑게 다가왔다.“미안, 우리가 그렇게 친한 사이였던가?”여름이 손바닥을 들어 다가오지 말라는 표시를 했다.이주혁의 얼굴이 구겨졌다.“아는 사이야?”“알다 뿐이게 나랑 여름이는 중학교, 고등학교도 같이 나왔어. 내내 얼마나 친했다고. 그런데 서울 가더니 연락이 끊기더라고.”시아가 난감한 듯 웃었다.이주혁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뭔가를 생각하는 듯했다.‘강여름은 서경주가 알아보고 나서야 서울로 데려왔지?지금 시아의 말투를 보니 강여름은 여기 와서 팔자가 피면서 시아와는 연락을 끊은 모양이군.’여름은 이주혁이 어찌 생각하는지는 상관없이 대놓고 입을 열었다.“내가 왜 연락 끊었는지는 네가 더 잘 알거야.”“흥! 그러게 말입니다.”이지훈이 맞장구 쳤다.“기억나네. 전에 동성에 있을 때 항상 진가은 같은 격 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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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5화

백지안이 분위기가 싸한 여름을 한번 훑어보더니 눈이 반짝 빛났다. 곧 다정한 언니 모드에 돌입했다.“우리 노래 부를까요?”여름은 어이가 없어 두 사람을 흘끗 봤다.‘불여시랑 백여시인가?아주 쿵짝이 잘 맞겠네.이럴 줄 알았으면 안 오는 건데….’룸에서 곧 음악소리가 울렸다. 여름은 곧 흥얼거릴 수 있었다.예전에 여름과 임윤서, 시아가 어울릴 때 즐겨 부르던 노래였다.이때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시아가 마이크를 들고 와 여름에게 건넸다.“여름아, 우리 같이 부르자. 이거 우리 둘이 제일 잘 부르는 노래잖아. 내가 너한테 정말 잘못한 일이 있다는 거 알아. 백만 번 미안하다, 잘못했다, 하는 거 말고는 너한테 어떻게 빌어야 좋을 지 모르겠다. 어쨌든 나는 널아 친하게 지냈던 그 시절이 그리워. 애초에 네가 날 그렇게 응원해 주지 않았다면 내가 연예계에 발을 들여 오늘 같은 날이 오지도 않았을 거야. 난 네가 보고 싶었어, 정말.”마지막 말을 하면서 시아는 목이 메인 듯했다.여름도 살짝 아련한 기분이 들었지만 곧 이 상황 자체가 너무 가소롭게 느껴졌다.‘과연 시아가 정말 후회할까?형편이 어려워졌던 내게 그렇게 돌을 던졌던 애가?’“쇼를 하고 싶은가 본데, 난 네가 벌이는 쇼에 참가할 생각이 없어.”여름이 사뭇 단호하게 말했다.이주혁이 술잔을 탁 내려놓았다. 눈에 불쾌한 기색이 역력했다.송영식은 더욱 참을 수가 없었다.“사람이 저렇게 진심으로 사과를 하는데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 최하준 와이프가 되니까 눈에 뵈는 게 없어?”백지안이 한숨을 쉬었다.“친구에게 오해 받는 기분은 알겠어요. 하지만 그렇게 오랜 세월의 우정이고, 이렇게 다시 만난 것도 인연이잖아요. 학창시절 우정이라니 난 너무 부러워요. 그 순수한 시절의 우정, 잃어버린 다음에 후회하지 말아요.”여름은 완전히 어이가 없었다.다들 천하의 속좁은 나쁜 인간 보듯 자신을 혐오의 시선으로 보고 있었다.잠시 후 여름이 웃었다.“누군가에게 심하게 상처 받고도 피해자는 가해자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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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6화

여름은 배를 쓰다듬었다.“미안하다, 아가들아. 화 안 낸다고 약속했는데 결국 엄마가 컨트롤을 하지 못했네.”“자기야, 내 차로 가자.”하준이 여름의 손을 잡았다.“차 가져오라고 내가 전화할게. 조금만 기다려.”여름은 입을 꾹 다물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돌아가는 길에도 여름은 내내 아무 말이 없었다.하준은 여름의 눈치를 몇 번 살피더니 좀 피곤한 기색이 들었다.“미안해. 오늘 괜히 같이 가자고 졸라서. 영식이가 말을 너무 심하게 했어.”“송 대표 말이 맞지, 뭐. 다음부터는 같이 가자고 하지 말아요.”여름이 덤덤하게 답했다.사실 여름은 내심 크게 실망했다. 그 따위 인간들을 맞아서 늘 혼사서 고군분투하는 동안 하준은 한 번도 적극적으로 자기 편에 서준 적이 없었다.‘이게 대체 몇 번째인지 셀 수도 없네.’집에 도착하더니 여름은 그대로 내려버렸다.“여보, 우리 아기….”하준이 뒤에서 불렀지만 여름은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 하준도 이제는 슬슬 짜증이 올라왔다.“대체 뭘 어쩌고 싶은 거야? 언제까지 내게 이렇게 짜증을 부리려고 그래?”여름이 우뚝 멈춰서더니 고개를 돌렸다.“당신이 앞으로 송영식 같은 친구들이랑 어울리지 않으면 좀 나아질 지도 모르지.”하준의 얼굴이 어두워졌다.오늘 송영식과 친구들이 한 언행에 불만이 있는 것은 사실이었지만 다들 자신의 20년 지기였다. 그 두 사람은 하준의 가장 어려운 시기에 생사고락을 함께 해준 친구였다. 쉽게 포기하기는 힘들었다.“그렇게 못할 줄 알았지.”여름이 자조적으로 웃더니 돌아서서 갔다.‘유유상종이라고 송영식이나 이주혁처럼 저런 불여시 같은 것들에게 목메는 녀석들과 어울리니 최하준도 조만간 그런 인간이 되겠지.’여름은 어쨌거나 자신은 백지안이나 시아 같은 인간이 되고 싶지는 않았다.----그 이후로 한동안 여름은 다시는 하준을 찾지 않았다. 심지어 집이 얼마나 넓은지 두 사람은 일주일이 지나도록 한 번도 마주치지 못하는 일도 흔했다.하준은 솟아오르는 분노를 꾹 참고 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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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7화

‘언제부터인지 여름이는 나하고 말도 안 하려고 한단 말이지.’하준에게 불현듯 불안과 공포가 몰려왔다.“어쩐지 요즘 애들이 불러도 안 나오더라니. 미안해. 그날 내가 가지 말았어야 하나 봐. 너랑 애들 사이가 예전처럼 좋지가 않아졌잖아.”백지안이 죄책감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너랑은 상관 없어. 다 그 시아 때문이지.”하준이 뱉었다.“어디 사람이 없어서 그런 애를 데려와? 주혁이는 왜 그렇게 연예계에 있는 사람이랑 엮여서 놀려고 하나?”“주혁이는 연애 문제에 있어서는 늘 그렇게 쉽게 변심하곤 했잖아. 그러고 놀다가 얼마 있으면 또 헤어지겠지.”그러더니 백지안이 시계를 봤다.“일단 치료를 시작해 볼까?”“그래.”하준이 일어났다.치료실.백지안이 휴대 전화를 열어 고전적인 음악을 틀었다.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였지만 하준은 들어본 적도 없는 매우 오래된 음악인 듯했다.“오늘은 웬 음악을 다 틀어?”“응, 치료방식을 좀 바꿔보게. 이건 산스트리트어 노래야.”백지안이 오래된 동전을 꺼냈다.“잠시 후부터 집중해서 이걸 보도록 해.”3분 뒤.하준의 귓가에서 ‘띵’하는 소리가 들리자 완전 의식을 잃은 듯 검은 눈동자에서 초점이 사라졌다.백지안이 몇 가지 질문을 던지면서 정말 하준이 의식을 잃었는지 확인하더니 허리를 굽혀 하준의 귀에 주문을 속삭였다.“최하준, 네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은 백지안이다. 네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은 백지안이다. 넌 강여름을 가장 싫어한다….”----오후 4시뒷산.여름이 조심스럽게 꽃을 꺾었다.이진숙이 다가오더니 애써 타일렀다.“사모님, 집으로 내려가 보시는 게 좋겠어요. 회장님이 아까 사모님 안 계시다고 내내 화내셨어요.”“왜요? 저더러 가서 최하준 욕받이나 하라고요?”여름은 고개를 숙여 꽃향기를 맡았다.“안 가요. 백지안하고 마주치기만 하면 싸움이 난다고요. 괜히 만나서 내 기분 망치고 싶지 않아요.”“하지만 이러시다가 정말 백지안 씨가 회장님을 채가면 어쩌시려고 그래요?”이진숙이 한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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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8화

분명 곧 여름이라 날이 더울지경이었는데 여름은 온몸에 한기가 들었다.‘내가 두 눈으로 똑똑히 봤는데 설명도 안 할 뿐 아니라 날 저렇게 혐오스럽다는 눈으로 쳐다보다니, 어떻게 나에게 이럴 수가 있지?’“준, 이러지 마.”백지안이 다급히 끼어들었다.“아무리 그래도 네 와이프잖아.”하준이 콧방귀를 뀌었다.“네가 살아있는지 알았더라면 네 와이프가 되지도 못했을 걸. 지안아, 내가 데려다 줄게.”그러더니 하준은 백지안을 데리고 가버렸다.여름은 온몸에 피가 얼어붙는 것 같았다.여름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최하준, 가기만 해. 지금 가면 다시는 용서 안 할 거야.”하준이 고개를 돌렸다. 베이지색 임부복을 입은 여름이 눈에 들어왔다.‘임신 8주인데 어째서 사람이 저렇게 바람 불면 날아갈 듯이 말랐을까?’갑자기 마음이 아팠다. 다시 여름에게로 돌아가고 싶었다. 그러나 머릿속에서 다른 목소리가 들려왔다.-최하준, 네가 좋아하는 사람은 백지안이다….‘어라, 저쪽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잖아.’“당신 용서 따위 필요 없습니다. 잘 됐군요. 당신 사는 곳에는 돌아오고 싶지도 않았습니다.”말을 마치더니 하준은 고개도 돌리지 않고 백지안과 떠나버렸다.그래서 하준은 백짓장처럼 하얗게 질린 여름의 얼굴을 보지 못했다.‘어떻게, 어떻게 저렇게 매정할 수가 있지?평생토록 날 아껴주고 사랑해주겠다던 최하준은 어디로 간 거야?백지안을 사랑하는 게 아니라던 최하준은 어디에 있어?’갑자기 여름의 눈 앞이 캄캄해졌다.이진숙이 급히 여름을 부축했다. 차윤은 얼른 의사에게 전화를 걸었다.곧 장춘자와 최대범도 소식을 듣고 달려왔다. 하준이 백지안의 손을 잡고 떠났다는 말을 듣자 최대범은 머리끝까지 화가 났다.“이런, 아내가 임신을 했는데 밖에서 다른 사람이랑 어울려? 당장 전화해서 그 망할 놈을 들어오라고 해.”“걸어봤는데 제 전화는 안 받으세요.”이진숙이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이런 놈을 봤나. 내 전화기 줘 봐.”최대범이 휴대 전화를 들고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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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9화

하준은 이미 예전의 하준이 아니었다. 이제는 집안 최고의 결정권자였다. 혼자서라도 뭔가 하겠다고 결심을 해도 두 노인네의 말을 들을 이유가 없었다.장춘자는 매우 난처한 얼굴이 되었다.“너희들 대체 무슨 일이니? 예전에는 우리도 너희 가 냉전을 벌여도 뭐 젊은 애들이 조금 싸울 수도 있지 생각했다만.”얼음물을 부은 듯 여름의 가슴이 차가워졌다.‘나도 모르겠네. 요즘 말 좀 안 했다고 내가 싫어져서 백지안이랑 함께 하고 싶어졌을까?’어쨌거나 하준이 이렇게 무정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너무 걱정하지 마라. 우리가 하준이에게 잘 말해 보마. 넌 그저 태교만 잘 하고 있으렴.”최대범이 어렵사리 따뜻한 말로 위로했다.여름은 두 눈을 감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방이 다시 조용해 지고 나니 이진숙이 전복죽을 들고 와서 먹였다.“그래도 뭘 좀 드셔야죠. 사모님은 배가 안 고파도 배 속의 아가들은 뭘 먹어야 해요.”“절대로 백지안이 아이들이 새엄마가 되는 꼴은 두고 볼 수 없어. 마음이 놓이지 않아.”여름이 중얼중얼거렸다.“울지 마세요. 사실 저는 그래도 회장님 마음속에는 사모님이 있다고 생각해요. 오늘 오후에만 해도 백지안 씨가 오기 전까지 회장님은 여기저기 사모님을 찾으러 다니셨다고요. 말은 화를 냈지만 그래도 전 알아요. 회장님은 사모님하고 잘 지내고 싶은 거예요. 요즘은 밤에 늘 집에 계셨잖아요. 어젯밤만 해도 사모님 방 문 앞에서 얼마나 서성거리셨다고요.”이진숙이 곰곰이 생각했다.“요즘 사모님이 너무 오래 냉담하셨다고 회장님이 일부러 자극하려는 건 아닐까요?”“정말 마음이 변하지 않고서야 그렇게 잔인한 방식으로 날 자극할 리가 없어요.”여름이 씁쓸하게 고개를 저었다.“아니, 변한 게 아니지. 최하준은 언제나 백지안을 사랑했던 거지.”“그렇지 않아요. 회장님은 정말 사모님을 사랑하세요.”이지숙도 아무리 해도 이해가 안 돼서 답답했다.“회장님이 왜 갑자기 이렇게 변하셨을까, 그건 정말 이상해요.”여름은 흠칫했다.“정말 백지안이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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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0화

여름은 직원의 눈에 스쳐 가는 기색을 날카롭게 포착하고는 고집스럽게 말했다.“나도 일이 있어서 좀 봐야겠군요.”여름은 그대로 사무실로 올라갔다.사무실 문을 벌컥 열고 들어가니 불쾌함이 느껴지는 하준의 목소리가 들렸다.“누가 노크도 없이 함부로 문을 그렇게….”말을 마치기도 전에 여름을 발견하고는 목소리가 뚝 끊겼다.여름의 눈에도 사무실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백지안이 하준의 무릎에 올라타고 있었다. 그 장면을 보니 아침에 속을 다 게워 냈는데도 오심이 올라왔다.“어머나, 사모님….”백지안이 어쩔 줄 몰라 하며 후다닥 하준의 무릎에서 내려왔다.“죄송해요.”“백지안, 이제 쇼는 그만하시지. 유부남을 그러게 꼬드기다니 부끄럽지도 않나?”여름이 결국 참지 못하고 후다닥 다가가 백지안의 뺨을 갈기려고 했다.그러나 도중에 하준의 손에 팔목이 잡히고 말았다. 하준이 싸늘하게 여름을 노려봤다.“강여름 씨, 당신이 뭔데 지안이에게 손을 대려고 합니까? 당장 나가십시오.”하준이 홱 뿌리쳤다. 차윤이 부축하지 않았다면 여름은 바닥에 내팽개쳐질 뻔했다.“회장님, 이러시면 안 됩니다. 사모님은 임신하셨잖아요?”차윤이 한마디 했다.“가만히 집에나 앉아 있지 누가 나와 돌아다니라고 했나?”하준이 짜증스럽게 말했다.여름이 서글프게 웃었다.“그럴 수 있겠어요? 남편이 다른 여자와, 다른 여자를 끼고 있는데 잠이 오겠냐고? 어젯밤에 밤새 같이 있었던 거야?”하준은 얼굴을 돌리며 답하지 않았다. 그러나 침묵이란 암묵적인 인정이 아니겠는가?순간 여름의 얼굴이 완벽하게 슬픔에 휩싸여 종이처럼 하얗게 되었다.하준의 입술이 살짝 떨렸다. 왜인지 마음이 살짝 아파왔다.이때 백지안이 말했다.“미안해요. 어제 내가 너무 아파서….”“몸이 아프면 남의 남편을 밤새 붙들고 있어도 돼? 백지안 정말 뻔뻔하기 짝이 없네. 일이 이 지경이 되었는데도 청순가련한 척이야?”여름은 더는 아무 말도 듣고 싶지 않았다. 이성을 유지하기 위해 심호흡을 해야 했다.“나랑 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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