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하려고 결혼했습니다의 모든 챕터: 챕터 541 - 챕터 550

1699 챕터

541화

‘아무리 아버지가 미워도 그렇지. 어른이 돌아가셨는데 저게 다 무슨 소리야?’하준의 얼굴이 점점 더 싸늘하게 굳어지더니 무표정한 얼굴로 백지안을 쳐다봤다.‘백윤택이야 워낙 인간 쓰레기니까 그렇다고 치고, 지안이가 자기 오빠 편에서 저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거짓말을 하다니…. 하마터면 오해할 뻔 했잖아.’“준, 내가 오빠 대신 강여름 씨에게 사과할게, 응?”백지안은 당황했지만 곧 냉정을 되찾고 쓴웃음을 지었다.“우리 오빠야 워낙 성질이 저렇다고 그냥 넘어가 줘. 벌써 오빠한테 여러 번 난 하준이랑 안 되는 사이라고 얘기를 했는데도 영 말을 안 들으니 나도 어쩔 수가 없네. 게다가 잘 들어보면 난 처음부터 끝까지 말싸움에 끼어들지 않았어. 날 너무 몰아세우니까 나도 기분이 좋지 않더라고.”“네가 왜 사과를 해? 넌 나쁜 말 한 마디도 안 했는데. 이게 다 형님이 잘못해서 그런 거잖아.”송영식이 얼른 나서서 위로했다.“게다가 임윤서도 지안이한테 말 그렇게 하는 거 아니지.”임윤서가 깔깔 웃었다.“마치 우리 여름이가 트러블메이커인 것처럼 들리도록 아주 애매하게 말하더니, 백지안 씨 사과 잘하네? 여름이 녹음 파일 아니었으면 백윤택은 깔끔하게 빠져나가고 여름이랑 최하준은 또 오해해서 싸웠겠지.”하준의 미간에 주름이 깊어졌다. 백지안은 어쩔 줄 몰라 하며 고개를 들었다. 아주 억울하다는 얼굴이었다.“미안해 아까는 내가 깊이 생각을 못했어. 다음부터는 조심할게.”“네가 뭘 주의해? 임윤서, 적당히 안 해?”송영식은 도저히 두고 볼 수가 없었다.“됐어.”하준이 경고하듯 내뱉더니 백윤택을 쳐다봤다.“내가 몇 번 도와줬더니 여러 가지로 오해한 것 같군요. 어제 우리 쪽에서 누가 영하랑 협업도 제안했나 보군요. 아마도 당신과 내가 사이가 좋은 줄 알고 내게 잘 보이려는 생각이었나 본데, 그 프로젝트는 진행될 일 없을 겁니다.”백윤택이 완전히 깜짝 놀라서 허둥거렸다.“최 회장, 미안해. 내 이 주둥이가 문제야. 내가 잘못했어. 제발 그 프로젝트는 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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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2화

뒤에서 백지안이 눈을 내리깔았다. 두 눈에 어두운 그림자가 스쳐지나갔다.백지안은 사실 연화정을 편안히 보내줄 생각은 전혀 없었다.‘하준이다 영식이에게 특별히 부탁까지 하다니 내가 못 미더운 건가?’백지안은 강여름이 녹은을 하고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오늘 자신의 행실이 제 발등을 찍은 격이었다.‘망할 강여름, 백소영만큼이나 짜증나.’----주차장.임윤서가 소곤소곤 여름에게 불만을 토로했다.“지금 보니까 송영식이 백지안을 좋아하나 봐. 저런 남자랑 연애하는 사람은 무슨 죄냐. 머리는 나빠가지고 청순 가련한 척하는 백여시한테 넘어가서 정신도 못 차리고… 와씨! 설마 백지안이랑 키스하고 막 그런 사이는 아니겠지? 갑자기 토하고 싶네? 아오, 내가 전에 송영식이랑 강제로 키스한 적이 있거든. 그러면 나 백지안이랑 간접 키스한 거 아니냐?”“……”여름은 놀란 얼굴을 했다.“언제 송영식한테 강제로 키스를 했대? 아무리 남자가 없어도 그런 인간한테…. 길가다 아무나 잡고 해도 그것보다는 나을 것 같은데 왜…?”“아오, 그게 다 윤상원이 찾아왔을 때 하필 송영식이 옆에서 지나가고 있었거든. 그래서 내가 윤상원한테 보여주려고 송영식한테 키스를 해버렸지. 나도 아주 후회막심이다. 우웩~”여름이 확 인상을 썼다.“아, 토하는 시늉도 하지 마. 나도 토하고 싶잖아. 백지안 전남친이 내 남편인데 키스를 얼마나 했는 줄 아냐?”“어머, 그럼 너랑 백지안은 간접키스를 얼마나 한 거야? 야, 집에 가서 입 씻어!”내내 앞에서 걷던 하준은 어이가 없었다.‘저 둘은 여기 주차장이 얼마나 소리가 울리는 지 모르나? 당신들 하는 얘기 나한테도 다 들린다고.당신들 눈에 나랑 영식이가 아주 쓰레기로 보이나? 설마 그 정도는 아니겠지?’하준이 걸음을 멈췄다.임윤서는 알겠다는 듯 하준의 눈치를 한번 살피더니 바로 말했다. “내 차는 저쪽에 세워놨거든. 간다. 나중에 봐.”“나도 차 가져왔어.”여름이 차가 있는 방향으로 가려고 했다.이때 하준이 여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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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3화

“미안하지만 난 쇼핑할 생각 없어요. 그냥 백지안은 그만 도와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네. 이전에 당신의 기억 속에 백지안이 얼마나 순수한 여자애였는지는 몰라도, 실종되었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어떻게 알아요? 아직도 예전의 그 순수한 백지안일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여름은 하준의 손을 뿌리치며 돌아서서 가버렸다.하준이 어두운 얼굴로 마른 세수를 했다.솔직히 오늘의 백지안은 하준에게도 너무나 실망스럽고 낯선 모습이었다.여름의 녹음 파일이 아니었다면 하준은 영원히 오해 속에 살았을 것이다.지금 냉정하게 생각을 가다듬어 보니 백지안과 여름이 부딪혔을 때 자신은 무의식적으로 백지안에게로 마음이 기울었던 것 같았다.‘왜 그런 거지?내 아내는 여름이잖아?아내를 믿어주는 게 맞는 거지.앞으로는 정말 지안이를 멀리 쳐내는 게 맞겠다.’----다음날 새벽.아침을 먹고 나서 여름은 옷방에서 검은 원피스를 꺼내 입고 나왔다.검은 양복을 차려 입고 문 앞에 서 있는 하준을 보니 한참을 서 있었던 모양이다.“백현수 어르신 장례식 갈 거지? 내가 데려다 줄게.”여름이 싸늘하게 째려봤다. 하준은 씁쓸한 기분이 들었지만 그래도 미소를 쥐어짰다.“백지안 보러 가는 거 아니야. 누가 우리 와이프 괴롭힐까 봐 그래.”“… 오랜만에 듣기 좋은 소리를 다하네요.”여름이 묘하게 비꼬듯 말했다.“……”‘언제는 내가 안 그랬나?뭐, 아무렴 어때? 여름이 기분만 좋아진다면 한소리 들어도 내가 좀 참으면 되지.’“가요. 어쨌든 당신도 아버님 영정 앞에서 사과는 드려야 할 거 같으니까.”여름은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하준과 말다툼 하고 싶지도 않았고, 하준의 어리석음을 탓할 생각도 없었다. 어쨌든 하준과 백지안은 어려서부터 함께 자란 첫사랑이었다. 하준과 함께 한 지 1년도 안된 자신이 백지안의 교활한 진면목을 까발리려면 천천히 진행하는 수밖에 없었다.“내가? 사과를?”하준이 흠칫했다.“안 해요, 그럼? 당신만 아니었으면 백윤택은 애진작에 감옥에 들어갔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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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4화

여름이 크게 한숨을 쉬었다.‘뭐, 그래도 어머님이랑 아버님을 합장한다니 최소한 두 분이 함께 계실 수 있잖아.’여름이 가서 절을 하자 백지안이 바로 맞절을 했다.두 사람이 함께 고개를 숙여 가까워졌을 때 백지안이 두 사람만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작은 소리로 속삭였다.“저 안에 든 게 진짜 연화정일 것 같니? 훗, 연화정의 뼛가루는 내가 애진작에 변기에 쏟아버렸어. 저기든 건 웬 개 뼛가루야.”여름은 충격에 휩싸였다.번쩍 고개를 들었다. 백지안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여전히 비통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사람이 어떻게 이렇게 가증스럽고 악독할 수가 있지?무슨 일인가는 당할 줄 알았지만…’여름은 도저히 분노를 참을 수가 없었다. 백지안을 두 손으로 있는 힘껏 밀어버렸다.백지안은 비틀거리다가 쓰러지면서 벽에 머리를 부딪혔다. 아픈지 눈물이 핑 돌았다.“사모님, 제가 뭘 또 잘못했다고 이러세요?”“이제 지금 뭐 하는 짓이야?”송영식이 후다닥 달려와서 백지안을 부축했다.“진짜 너무 하시는구먼.”이주혁도 다가와 백지안의 팔을 잡으며 말했다.하준은 완전히 머리가 아팠지만 여름이 분명 뭔가 이유가 있어 그런 짓을 했으리라고 믿었다.“자기 왜 그래?”“뭐가 왜 그래? 정신 나갔나 보지. 하준아, 당장 데리고 나가라. 나 진짜 뭔 일 내고 싶은 거 간신히 참고 있으니까.”송영식이 씩씩거리며 버럭버럭 소리질렀다.“백지안, 난 살면서 너처럼 악독한 인간은 본 적이 없다. 언젠가는 반드시 그 죗값 다 치르게 될 거다.”여름이 주먹을 부르르 떨더니 돌아서서 나갔다.백지안을 편드는 사람이 너무 많으니 여름도 당장 어쩔 수는 없다는 판단이 섰다.‘하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저 악랄한 짓거리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될 거야.’“저게 진짜 제 정신이냐고? 최하준, 앞으로 저 인간 내 눈앞에 안 보이게 해라. 다시는 꼴도 보기 싫으니까.”송영식이 여름에 대해 엄청난 혐오를 드러내며 내뱉었다.“영식아 이러지 마. 저 분도 일부러 그런 건 아닐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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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5화

“나도 백지안이 아닐까 생각해 본 적이 있는데 지난 번에 왔을 때 그 일은 크게 떠벌리지 않더라고. 백지안은 아닌 것 같아.”백소영이 고개를 저었다. 사뭇 복잡한 얼굴이었다.“하지만 최하준을 뺏어가겠다는 말은 하더라. 최하준의 아내 자리를 차지하겠다면서, 너 조심해라.”여름은 자신의 직감이 들어맞았다는 사실에 놀라서 움찔했다.“그렇구나. 그런데 최하준이나 송영식 앞에서는 전혀 그런 티를 안 내더라고.”“그 인간 원래부터 가식적이었어.”백소영이 입을 비죽 내밀었다.“최하준이랑 친구들은 늘 그 인간을 공주님처럼 떠받들었지.”여름이 비참한 듯 피식 웃었다.“그건 나도 알아. 아 참, 백지안이 안 죽었다는 사실을 그 사람들이 전에도 알았을까? 지금은 유명한 정신과 의사 나드쟈로 알려져 있더라고. 지금 최하준의 병을 치료하고 있어.”백소영이 깜짝 놀랐다.“난 정말 죽은 줄 알았어. 몇 년 전에 외국에서 유학할 때 친구랑 공원에 가서 놀다가 납치되어서 친구는 죽었는데 그 놈이 여자는 데려다가 다 강… 뭐 그건 다 지나간 일이고. 어쨌든 살아남았는데도 왜 식구나 최하준에게 연락을 안 했는지 모르겠네. 어쨌든 그렇게 쥐도 새도 모르게 공부를 해서 유명한 정신과 의사가 됐다니 대단하네.”여름의 미간에 주름이 깊어졌다.‘백지안이 그렇게 실종된 거였구나.’백소영이 갑자기 말했다.“여름아, 영 지치면 그냥 포기하자. 넌 지금 고립무원인데 아무리 생각해 봐도 백소영하고 싸워서 이길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아.”여름은 좀 망연자실한 기분이 들었다.포기라니, 생각해 보지 못했다.하준을 남의 손에 넘긴다는 생각을 할 때마다, 아니 하준과 백지안이 친밀하게 지냈을 장면을 생각할 때마다 여름은 심장을 칼로 도려낸 것처럼 아팠다.‘왜냐고? 최하준은 내 남편이니까!내 아이의 아빠니까!’백소영은 여름의 표정을 보고 한숨을 지었다.“아무래도 백지안에게 최하준 씨 치료를 맡기는 건 그만 두는 게 좋겠어. 심리 치료는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리는 일인데 최하준을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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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6화

“그래. 나 여기 있어.”하준이 여름의 등을 도닥도닥거렸다.정말 너무 오랜만에 여름이 ‘쭌’이라고 부르는 소리를 들은 것이었다. 하준은 심장이 녹아 내리는 것 같았다.‘내가 너무 오랫동안 여름이에게 제대로 마음을 써주지 못해서 우울증에 걸렸는지도 몰라.’“그런데 오늘 나 좀 화난 것도 있어. 어떻게 그렇게 차를 몰고 가버릴 수가 있어? 그렇게 빨리 차를 몰다가 당신이랑 우리 아기 어떻게 되면 난 어떡해?”“다음부터는 안 그럴게요.”여름이 고개를 젓더니 머뭇거리다가 고개를 들었다.“실은 아까 괜히 그런 게 아니었어요. 백지안이 그 유골함에 든 것이 어머님 유골이 아니라 개의 뼛가루라고 얘기하더라고요. 어머님 유골은 변기에 버렸대. 그 말을 들으니까 울컥해서….”“……”하준은 완전히 경악했다.여름은 하준의 반응을 예상했다는 듯 말했다.“당신이 안 믿을 줄 알았어요. 내가 못 돼서 백지안을 밀쳤다고 생각해도 상관 없어요.”“그거 정말 믿기는 힘든 말이네.”하준이 여름의 등을 쓰다듬으며 사실대로 자기 마음을 이야기했다.‘지안이가 정말 그런 짓을 했다면 좀 무서운 걸.연화정이 아버지의 내연녀였다고 하더라도 이미 돌아가신 분인데 어떻게 유골에 그런 짓을 할 수가 있지?’“나도 믿고 싶지 않아요. 그냥 내게 거짓말한 거였으면 좋겠어.”여름이 힘없이 말했다.“아이, 괜히 쓸데없는 생각은 하지 말고. 이모님에게 케이크 가져다 달라고 했으니까 같이 달달한 거 먹자. 그러면 기분도 좀 나아질 거야.”하준은 여름을 안고 정원으로 나갔다.정원에는 아직 햇살이 남아 있었다. 여름은 하준의 가슴에 기대어 하준이 먹여주는 대로 케이트를 받아 먹었다. 그렇게 기분이 좋아진 여름은 잠시 후 어쩐 일인지 하준의 품에서 잠이 들어버렸다.여름을 안아서 방에 데려다 놓고 하준은 침실에서 나와 상혁을 불렀다.“가서 연화정의 유골이 사람 유골인지 확인 좀 해봐.”상혁은 깜짝 놀랐다.“사람 유골이 아니면 뭐, 귀신 유골이겠습니까?”‘요즘은 어째 점점 더 엽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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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7화

“치료하러 가지.”하준은 그렇게 말하더니 2층으로 올라갔다.여름은 입술을 깨물고 두 사람의 뒷모습이 나선 계단을 따라 사라지는 모습을 보고 있었다.‘얼마나 교활해? 말을 저렇게 묘하게 해서 졸지에 나를 질투심에 눈 멀어서 하준 씨 병세는 나 몰라라 하는 인간으로 만들어 버리잖아?’치료가 끝날 때까지 여름은 1층에서 한발짝도 움직이지 않고 버티고 있었다.40여 분이 지나자 위층에서 물건 깨지는 소리와 여자 비명소리가 들려왔다.여름은 급히 2층으로 뛰어 올라갔는데 방문이 안에서 잠겨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이모님, 열쇠 가져다 주세요.”여름이 바로 결정을 내렸다.이진숙은 허둥지둥 내려가서 열쇠를 가지고 왔다. 막 문을 열려는데 문이 안에서 벌컥 열리더니 하준이 백지안을 안고 안에서 튀어나왔다. 백지안은 머리에 피를 흘리고 있었고 목에는 상흔이 보였다.여름이 깜짝 놀랐다.“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그러나 하준은 입술을 바들바들 떨 뿐이었다. 품에 있던 백지안이 갑자기 고통스러운 듯 신음했다.“괜찮아. 내가 당장 병원으로 데려다 줄게.”하준이 백지안을 위로하며 부드럽게 말을 건넸다. 여름은 돌아보지도 않고 급히 백지안을 안고 자리를 떴다.휑뎅그런 집 안에서 정신을 차려보니 여름은 온 몸에 오한이 들었다.치료실로 들어가 보니 난장판이었다. 테이블과 의자는 몽땅 다 뒤집어져 있었다. 여름은 하준이 발작하는 모습을 못 본 것이 아니었다. 백지안이 부상을 입었으니 하준은 정신이 들고 나면 분명 죄책감에 시달릴 것이었다.“사모님….”이진숙이 걱정스럽게 여름을 쳐다봤다.“괜찮아요. 백지안을 어느 병원으로 데려갔는지나 좀 알아봐 주세요. 제가 가봐야겠어요.”여름이 부탁했다.20분 뒤 여름은 백지안을 이주혁의 병원으로 옮겼다는 말을 들었다.차윤이 운전해서 여름을 병원으로 데리고 갔다.막 입구에 들어서는데 안에서 하준의 다정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움직이지 마.”“괜찮아. 그냥 작은 상처인데, 뭘.”“뭐가 작은 상처야? 내가 얼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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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8화

여름은 어이가 없어 헛웃음을 웃었다.“그러면 백지안은 죽지도 않았으면서 그동안 왜 돌아오지 않았을까요? 뒤늦게 돌아와 놓고 최하준이 나랑 결혼한 게 내 잘못이라는 말인가요?”“돌아오지 않으려던 게 아니야. 자기가 이제는 하준이에게 맞지 않는다는 생각에…”송영식이 고통스러운 듯 눈시울을 붉혔다.“당신은 지안이의 마음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몰라.”“몰라요. 관심도 없고.”여름이 비웃듯 입을 비죽 내밀었다.송영식은 여름을 노려봤다.“강여름, 어떻게 이렇게 사람이 피도 눈물도 없을 수가 있지?”“……”여름은 어이가 없었다.“송영식 씨. 당신이 백지안을 사랑하거나 말거나 상관 없지만 남에게 상처주면서 그 사랑을 키우진 마시죠. 나에게 백지안을 동정하길 강요하는 건가요? 그러면 내 결혼생활은요? 우리 아이는 어쩌는데요? 나는 대체 누가 불쌍히 여겨주나요?”“하준이랑 지안이가 어떻게 만났는지 아나?”송영식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정신병원에 하준이가 강제 입원되었을 때 지안이를 알게 되었어. 그래. 지안이는 멀쩡한데 그 집안에서 애를 병원에 처넣었던 거야. 거기서 지안이는 특유의 발랄함과 선량함으로 하준이의 병세가 좋아지게 한 거야. 지안이는 하준이의 태양이었어. 나중에 나도 하준이 덕에 지안이를 알게 되었지. 지안이는 정말 착한 애였어. 같은 학교가 아닌데도 지안이는 매일 하준이에게 편지를 써 주었어. 초등학교부터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어른이 되어서 사업을 하기까지 지안이는 20년 동안 하준이와 함께 했다고.”“그래, 당신이 하준이랑 결혼했지. 하지만 그건 하준이가 지안이가 죽은 줄 알았을 때였잖아. 이제는 당신이 애를 가졌으니 하준이가 책임을 지려고 그러나 본데, 하준이랑 지안이 사이에 껴서, 당신은 좋나?”송영식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비수가 되어 여름의 가슴을 파고 들었다.‘하준 씨와 백지안이 정신병원에서부터 알게 된 사이였구나.’“지안이는 하준이를 위해서 의대까지 진학했다고. 걔는 평생을 하준이를 위해서 바쳤어.”송영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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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9화

윤서가 얼굴을 찌푸렸다.“윤상원하고 오래 사귀면서 내가 깨달은 게 있어. 진짜 괜찮은 남자는 다른 여자가 아무리 옆구리를 찔러도 넘어가지 않더라. 혼자서 결혼을 지키기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면 일시적으로는 버틸 수 있을지 몰라도 평생을 이러고 살 수는 없잖아.”핵심을 찔린 여름은 깜짝 놀랐다.임윤서가 여름의 어깨를 토닥토닥 두드렸다.“이 세상에 내연녀는 많고도 많아. 최하준은 금수저인데 덤벼드는 사람이 한 둘이겠냐? 그런 문제는 최하준이 스스로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안 돼. 그냥 순리에 따르자. 어쨌든 빼앗아 갈 수 있는 남자라면 그렇게 아끼고 귀하게 생각할 가치도 없지.”“어, 그런 것 같네.”“원래 그런 거야. 저녁에 내가 맛있는 거 사줄게.”“그래.”저녁을 먹고 나서 여름은 집으로 돌아갔지만 하준은 돌아오지 않았다.텅 빈 건물을 여름 혼자서 지키고 있었다.밤에 혼자서 그 큰 침대에 누워 있으려니 머릿속에 오늘 하준이 백지안을 안고 나가던 모습이 자꾸 떠올랐다.그리고 병실에서 둘이 나누던 대화도 기억났다.백지안이 하준과 여름의 삶 속에서 얼마나 버틸지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임신을 한 몸으로 24시간 어디서든 백지안과 결전을 벌일 생각을 하며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하준만 쳐다보고 있다니.정말 너무 지친다.윤서 말이 맞는지도 몰라. 남이 빼앗아 갈 수 있는 사람을 그렇게까지 죽자사자 아끼며 지킬 필요가 있을까?됐다. 이제 그만 하자. 이젠 나도 모르겠다.’여름은 배 속의 아가를 가만히 만져봤다.‘앞으로는 아기를 사랑하는데 시간을 보내서 아가들이 건강하게 태어나기만 바라자.’다음 날 깨어나서 보니 침대 한 쪽은 여전히 비어 있었다.세수를 하고 내려가 보니 이진숙이 아침을 차리고 있었다. 하준은 테이블 앞에 앉아서 여름을 기다리고 있었다. 얼굴에는 미안한 기색이 가득했다.“정말 너무 미안해. 어제… 너무 늦게 돌아왔어.”“괜찮아요.”여름은 미역국을 받아 고개를 숙이고 맛을 보았다.하준은 여름의 담담한 모습을 보며 움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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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0화

반면 여름에게서 전화도 톡도 받지 못하는 하준은 견디기 힘들었다.전에는 백지안 때문에 여름이 시시각각으로 하준이 어디에 있는지 파악하려고 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뭘 하는지, 어디에 있는지 관심조차 없었다. 하준이 전화를 걸지 않으면 여름이 먼저 전화를 걸어오는 일은 없었다.하준이 톡을 보내면 여름은 간단하게 한두 자로 간결하게 답하곤 했다.심지어 백지안이 세션을 하러 와도 들여다 볼 생각도 하지 않았다.밤에 송영식, 이주혁과 놀아도 따라오지 않았다. 아니 애초에 물어보지도 않았다.이제 하준은 여름이 했던 ‘신경 쓰고 싶지 않다’는 말이 무슨 소린지 철저하게 이해됐다.지금 느끼는 기분은 너무 불편했다.일하다가도 종종 넋을 놓고 상혁을 쳐다보고는 했다.하준의 시선을 받은 상혁은 어리둥절해져서 물었다.“무슨 일 있으십니까?”하준은 커피를 마시며 툭 던지듯 물었다.“어제 내가 접대하느라고 늦게까지 집에 못 들어갔잖아? 사모님이 자네한테 전화 하던가?”전에는 조금만 늦으면 상혁의 전화에 불이 나고는 했다.어젯밤에는 일부러 여름에게 말을 안 했다. 지금쯤이면 혼자서 온갖 망상을 펼치고 있을 시간이었다.상혁이 움찔했다.“아니요.”“……”하준이 짜증스럽게 넥타이를 훅훅 당겨 풀었다.“할머니는? 차 실장은? 이모님은?”‘자기는 직접 전화를 안 했어도 주변 사람을 시켜서 탐문을 했을 수도 있지.’“받은 전화 없습니다만.”상혁이 눈을 꿈뻑거렸다.“혹시 사모님 전화를 기다리고 계십니까?”“그럴 리가 있나?”하준이 상혁을 확 노려봤다.“강여름이 혼자서 끙끙 앓느라고 아기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까 봐 그러지.”상혁은 속으로 비아냥거렸다.‘거 참, 그냥 솔직하게 말씀하실 것이지.’“걱정하지 마십시오. 사모님은 오늘 아침에 노마님을 모시고 노 회장 댁에 마실 가셨습니다.”“마실을 가?”하준의 입꼬리가 씰룩거렸다.“몸도 무거운데 뭘 노인네를 모시고 마실을 다녀?”“왜 안 됩니까?”상혁이 어리둥절해서 물었다.“노마님께서는 사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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