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하려고 결혼했습니다의 모든 챕터: 챕터 131 - 챕터 140

1699 챕터

131화

“잠깐.”최하준이 열쇠 꾸러미와 카드 한 장을 탁자 위에 놓았다.“집을 옮겼습니다. 여기, 현관 열쇠랑 전에 쓰던 카드입니다.”여름은 잠시 멍해 있었다.“갑자기 이사는 왜요?”“지오가 새끼를 낳았잖습니까? 비좁기도 하고 햇볕 쬘 마당도 필요했습니다.”최하준이 무뚝뚝하게 말했다.“…….”너무 지쳤다. 자신이 고양이 한 마리만도 못한 존재였다니.고양이는 밥도 안 하는데 초호화 주택에 살 수 있지 않은가.“부러워할 필요 없습니다. 나한테 잘만 붙어 있으면 이런 삶이 가능하니까 말입니다.”최하준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앞으로 얌전히 곁에 있기만 하면 영원히 여름이 자신의 와이프 자리를 지키도록 할 생각이었다.어쨌든 이혼하면 결국 누군가와 다시 결혼해야 할 텐데 그건 너무 귀찮은 일이었다.“아.”여름은 속으로 입을 삐죽거리고 있었다. ‘난 평생 밥이나 지을 생각은 없거든요? 죽어라 벌어서 480억 갚고 깨끗이 관계 청산할 겁니다.’“그럼 이틀 후에 갈게요.”“안 됩니다. 지금 바로 오십시오. 내가 퇴근하기 전에 집에 가 기다려요.”최하준의 눈썹이 순간 찌푸려졌다.“이번 소송이 얼마나 힘든 건지 압니까? 제대로 챙겨 먹고 잘 자야지, 안 그러면 질지도 모릅니다.”“…아 네. 당장 들어가죠.”여름은 억지로 살짝 웃는 표정을 지었다.******사무실을 나오자 여름은 바로 윤서의 집으로 가 짐을 챙겼다.점심을 먹고 짐 옮길 준비를 하는데 윤서가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여름의 손에 무언가를 쥐여주었다. “몸 잘 챙겨, 피임 잘 하라고.”여름은 불덩이라도 받아든 것처럼 화들짝 놀라 받은 걸 집어던졌다. 얼굴은 온통 빨개져 있었다.“장난해? 이런 걸 왜 줘?”“이그, 원래 내가 쓰려고 샀지. 지난번에 오빠가가 여기서 자고 간다길래 혹시 쓸 일 있으려나 했는데 갑자기 일 생겼다고 가버렸잖아.” 윤서는 아쉽다는 듯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쓰건 안 쓰건 네 맘인데 나중에 일 생기면 내 탓은 마라.”여름은 잠시 생각하더니 두 눈 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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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화

오후 5시, 최하준의 차가 집 주차장으로 들어왔다.임옥희는 최하준이 예정보다 일찍 돌아오자 깜짝 놀랐다.이사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최하준은 매일 일찍 출근하고 늦게 돌아오곤 했다. 세 끼 식사도 집에서 한 적이 없다. 이 집은 그저 잠만 자는 장소인 것 같았다.“어머, 이… 이렇게 일찍 오실 줄은, 아직 식사 준비도 안 됐는데.”“괜찮습니다. 밥 안 하셔도 됩니다.”최하준도 자신이 일찍 퇴근했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여름이 사무실을 떠난 뒤로 내내 일할 마음이 안 생겼기 때문이다.이 모든 게 여름이 한 음식을 오랫동안 못 먹은 탓이라는 결론을 내렸고 그래서 서둘러 집으로 돌아온 것이다.그런데, 집에 돌아온 지 3분이 다 되어가는데도 그 사람은 그림자도 보이지가 않았다.“이 사람은? 없습니까?”최하준은 인상을 쓰고 좌우를 둘러보았다.도우미 아주머니가 잠시 얼어 있다가 말했다.“선생님 방에 계시는데 올라가신 후 내려오지 않고 계세요. 누워 계시지 않나 싶은데요.”최하준의 얼굴에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내 방이라고? 진짜 대단하군. 오자마자 내 방에 들어가 누워있어? 그렇게 급했나?’‘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물론 내 사람으로 삼겠다고 결심은 했지만, 같이 방을 쓴다고 한 적은 없다고.’최하준은 불쾌해 하며 이 층으로 올라갔다. 방문이 잠겨있지 않아 곧바로 열고 들어갔다.들어가다가 옆에 놓인 짐 가방을 보니, 옷 안에 형태가 확실치 않은 무언가가 들어 있었다.최하준은 그것을 집어 들어 확인하고는 실소를 금치 못했다. ‘준비 한 번 완벽하군!’물건을 들고 침대 옆으로 가 침대 위에 누워 있는 여름을 보았다. 검고 긴 머리카락이 최하준의 전용 베개 위에 흐트러져 있고 홍조를 띤 맑은 얼굴이 잠들어 있었다.더운지 이불은 가슴까지만 덮은 채, 목과 쇄골의 눈부시게 하얀 피부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이불 한쪽엔 새하얀 종아리가 나와 있었다. 방 안에 여인 하나 더 있을 뿐인데 이렇게 그윽한 향기로 가득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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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3화

여름도 분을 삭일 수 없었다.“네, 여긴 당신 집이니까 침대도 다 당신 거죠. 하지만 내가 들어와 살기로 한 이상 나한테도 사적인 공간은 줘야 하지 않아요? 이렇게 노크도 없이 바로 내 방으로 들어오는 건 너무 실례 아녜요?”최하준은 여름을 몇 번 보고는 더욱 빈정거렸다.“지금 내 방, 내 침대에서 자고 있었으면서 누구더러 사적인 공간을 운운하는 겁니까? 며칠 나가서 살더니 더 뻔뻔해졌군요.”여름은 혼란스러웠다. 그러다가 뭔가 이상하다는 걸 깨달았다.“잠깐, 여기가 당신이 자는 방이라구요?”“모르는 척하지 말아요.”최하준의 우람한 체구가 여름의 몸을 눌러왔다. 침대 위로 뻗은 여름의 양쪽 귓가를 두 손이 꾹 누르고 있었다.그런 여름을 보며 최하준이 씨익 웃었다.“그렇게 꿍꿍이가 많은 사람인 줄 몰랐습니다. 동거로는 부족해서 같은 침대를 쓸 생각을 하다니.”여름은 놀라 멍해졌다. 그러니까 이 집에 오자마자 이 사람 침대로 들어가 늘어지게 낮잠을 잤다는 것인가?확 혀 깨물어 죽고 싶은 생각마저 들었다.“아니에요, 난 몰랐어요. 이모님이 여기로 안내했다구요.”“됐습니다. 이제 이모님까지 끌어들일 생각입니까?”최하준은 여름의 턱을 잡은 채 눈은 아래쪽을 훑었다. “준비 많이 했군요. 잠옷이 별로 섹시하진 않지만 청순한 감은 있고. 이번 컨셉은 좀 참신합니다.”“…….”‘아니야, 아니라고! 이건 그냥 길거리에서 파는 3만 원짜리 잠옷이라고, 응?’“난….”“나랑 있고 싶은 건 알겠는데 시간은 좀 봐가면서 하지 말입니다. 아직 밤도 안 됐는데.”최하준이 여름의 가느다랗고 하얀 손목을 꽉 잡아 끌어당기면서 숨결도 가까워졌다.여름은 억울해 미칠 것만 같았다.“하늘에 맹세하건대, 정말 이모님이 데려왔다구요!”“그만 둘러대십시오.”최하준이 야유조로 말하며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이런 것까지 준비해 놓고.”그걸 쳐다보는 여름의 얼굴이 곧 폭발할 것처럼 빨개졌다. 맙소사, 아까 떠날 때 윤서가 준 그 물건 아닌가! 이 사람이 어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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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화

최하준이 밥 세 그릇을 비우고 나자, 지오가 새끼 세 마리를 데리고 다가왔다.“이름이 뭐예요?”여름이 한 마리를 안으며 물었다.“아직 안 지었습니다.”최하준은 여름을 한 번 보고 또 고양이를 보더니 이렇게 말했다.“방금 지었습니다. 봄이, 가을이, 겨울이.”여름은 어이가 없었다.“왜 내 이름이랑 세트인데요?”“그냥 생각나는 대로 지어봤는데 부르기도 좋고 기억하기도 쉽군요.”최하준은 말을 마치고 서재로 들어갔다.아주머니가 웃으며 다가와 과장되게 말했다.“아유, 깨가 쏟아져요.”“…….”‘벌써 노안이신가 봐요? 어디로 무슨 깨가 쏟아지는 거죠?’여름은 이모님과 사담을 나눌 여력이 없어 얼른 올라가 다른 빈방으로 짐을 옮겼다.밤 10시가 되어서야 최하준이 서재에서 나오는 것이 보였다. ‘내 사건 때문에 바쁜 거겠지? 엄청 골치 아픈가 봐.’ 여름은 미안한 마음에 주방에서 죽을 해서 들고 가 문을 두드렸다.“들어와요.”여름은 죽을 받쳐 들고 들어갔다.데자뷔 같았다. 최하준은 안경을 쓰고 서류를 보고 있었고 스탠드 불빛이 최하준의 수려한 얼굴을 감싸듯 비추고 있었다.“출출할까 봐…”여름은 죽을 들고 들어갔다.“저녁밥을 세 그릇이나 먹었는데 배가 고프겠습니까?”최하준이 얼굴을 찌푸렸다.'아차, 까먹었다.'“그럼 조금만 더 먹어요.”죽을 내려놓자 최하준은 여름을 끌어당겨 자신의 다리 위에 앉혔다. 심장이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왜 이 사람은 자꾸 이런 식으로 날 안는 걸까? “내가 보고 싶어서 일부러 죽을 만든 건 아닙니까?”최하준이 여름의 귓가에 대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하준이 뿜어내는 숨결에 여름은 온몸에 전류가 뚫고 지나가는 느낌이라 몸을 어떻게 해야 할지, 무어라 답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갈수록 상상력이 풍부해지시는데?’“그냥 고마워서….”“그런 말을 믿을 것 같습니까?”최하준의 눈이 ‘이 사기꾼’이라고 말하고 있었다.“......”‘그래, 임윤서가 날 그런 이미지로 만들었지, 최하준 광팬, 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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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화

돌연 여름의 입술이 주는 느낌이 생각난 최하준은 결국 여름을 안아 올렸다.“방으로 갑시다.”여름은 당황스러웠다.“잠깐, 업무 중 아니었어요?”“그만 하란 뜻 아니었습니까?”최하준이 여름을 쏘아보았다.“내가 언제?”여름은 너무 놀랐다.“당신 눈이 그렇게 말하고 있잖습니까?”최하준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힐끗 보고는 여름을 안고 들어갔다.여름은 정말 울고 싶은 심정이었다. 자신의 눈빛을 오해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최하준은 눈앞에서 옷을 벗기 시작했다. 맙소사, 설마….여름은 벌떡 일어났다.“아니, 저기, 생리 중이에요.”최하준은 당황스러웠다. 드디어 이 한 몸 바쳐 이 소원 좀 들어주려고 했는데 이런 찬물이라니!여름은 오히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마침 좀 아까 샤워할 때 시작했다. 사실대로 말하면, 지난번 사진 유출 사건 이후로 그런 일에 대해 엄청난 거부감이 생겼다.“그럼 난 내 방으로 돌아갈게요.”나가려는데 최하준이 인상을 썼다.“여기서 자고 싶은 거 아니었습니까?”“방해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아서요.”‘당신이랑 한 방 쓸 생각 없다고!’“됐습니다. 여기서 지내요. 또 한밤중에 이불 들고 오면 더 짜증 나니까.”최하준은 여름을 다시 침대로 밀었다. “가서 내 옷이나 좀 가져다주죠. 샤워하게.”여름은 정말 난처했다.‘왜 내가 이런 일까지 해야 하는 거야? 진짜 아내라도 된 줄 아나.’여름이 옷을 찾아오자 최하준은 들고 욕실로 들어갔다. 샤워하며 최하준은 ‘같이 있으니 좋군.’하는 생각을 했다.씻고 나와보니 여름은 벌써 누워 있었다. 하지만 침대 끝 쪽이었다. 최하준은 누워서 여름을 끌어당겼다.“난…….”“그만. 한밤중에 침대에서 굴러 떨어지는 소리 듣고 싶지 않아 그럽니다.”따지자면 오늘은 두 사람이 두 번째로 한 침대에 누워 자는 날이다. 한 번 뿐인 ‘첫날 밤’은 두 사람은 너무 피곤해 그대로 잠들었었다. 하지만 이번엔 피곤하지 않았다.여름을 안은 최하준은 처음으로 여름의 체취가 침대를 가득 채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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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6화

한선우와 사귀었었고 그 사람도 여름에게 잘해주었지만, 둘은 같이 잔 적도 없고 아프다고 이렇게 배를 문질러준 적은 더더욱 없다.그 콧대 높은 최하준이 이런 걸 해주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여름이 미안해서 그만하라고 할 때까지 최하준은 계속 문질러주었다. “이제 됐어요. 이제 별로 안 아프….”“쉿, 자요.”명령조로 말하면서도 최하준의 손은 계속 배를 문지르고 있었다.여름은 더는 아무 말 할 수 없었다. 곧, 통증이 사라지면서 금세 잠이 들었다.다음 날 아침 6시 경, 여름은 아침 식사 준비를 하려 일어나다가 곁에 있는 최하준의 잠을 깨우고 말았다.“뭐 합니까?”“더 자요. 난 아침밥 하러….”“몸도 안 좋은데 됐습니다.”최하준은 다시 한번 여름을 품 안으로 끌어당겼다.손은 자동으로 여름의 배 위에 올려놓았다.“이제 안 아파요.” 여름이 손을 치웠다.“응, 그럼...”최하준이 다시 눈을 감자, 여름은 눈치 못 채게 고개를 들어 자는 얼굴을 바라보았다. 어떤 여자도 거부하기 힘든 얼굴이었다, 자상할 때라면 더욱.무언가가 두드리는 것처럼 심장이 쿵쾅거려 다시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주화그룹과의 재판이 코앞으로 다가왔다.재판 당일, 여름은 최하준, 김상혁과 함께 법원으로 향했다.법원에 도착해 주차하고 세 사람이 내리려는데 갑자기 최하준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먼저 데리고 올라가. 난 전화 좀 받고 갈게.”최하준은 휴대전화를 들고 한쪽으로 갔다.여름과 김상혁은 엘리베이터에 올랐다.엘리베이터에서 막 내리려는데 사람들이 서있는 게 보였다. 강태환 부부, 강여경, 이민수였다. 주화그룹의 주대성과 변호사도 와있었다.주대성은 여름을 보더니 성큼성큼 다가갔다. 얼굴엔 분노가 가득했다.“마지막 자유 잘 누려두시지! 재판 끝나면 당신 인생은 끝이니까.”여름은 의외로 화나지 않았다. 따지고 보면 주대성도 피해자니까.“믿지 못하시겠지만, 이 사고는 저와는 무관합니다.”“무관해?” 주대성이 피식 웃었다.“나더러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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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화

“증거 없으면 입 다물어.”이정희도 여름을 무섭게 노려봤다.”“네가 이 집에서 사고 친 거 말고 뭐 한 게 있니? 이 지경이 된 것도 다 네가 자초한 일이다. 감옥에서 잘 반성하거라!”한기가 뼛속까지 사무쳤다. 호랑이도 제 새끼는 안 잡아먹는다는데, 자신의 부모는 호랑이보다 더 가혹한 것 같았다.“모두 벌 받을 거예요!”여름이 악에 받쳐 소리쳤다.“절 인정하지 않으셔도, 싫어하셔도 할 수 없지만 안 한 일을 했다고 하시면 안 되죠! 내 손으로 TH를 무너뜨려 버릴 거예요!”강여경이 비웃었다. “그런 미래가 너에게 있을까? 주화그룹 쪽 변호사 말로는 최소 20년 형 이상이라던데. 감옥에서 잘 지내렴. 가끔 얼굴은 보러 갈게.”“허, 내 패소가 기정사실인 것처럼 얘기하네?”자신을 빨리 감옥에 못 넣어 안달 난 것 같은 식구들을 보며 여름은 헛웃음이 났다.이민수가 목을 빳빳이 세우고 말했다.“긍정적인 자세는 좋은데 네가 한 가지 모르는 사실이 있어. 주화에서 고용한 변호사는 동성 최고의 변호사, 장기철이라고, 너는….”옆에 있던 김상혁을 보고 이민수가 ‘풉’하고 웃었다.“헐, 이건 또 뭐야? 갓 졸업해 사시 붙은 애송이냐?”이민수가 김상혁에게 다가가 가슴을 쿡쿡 찔렀다.“이봐, 누구랑 붙게 되는지는 알고 있나? 주화그룹이라고! 이 문을 나서는 순간 인생 종치는 거야. 늦기 전에 얼른 도망쳐.”김상혁이 미간을 찌푸렸다. 워낙 동안이긴 했지만 이제 막 졸업한 사회 초년생 취급을 받게 되다니, 우스웠다.강여경도 한껏 선량한 얼굴을 하고 말했다.“우리 여름이 재판 아마 맡으려는 사람이 없었을 거예요, 아마 이쪽에 발 들인지 얼마 안 돼 잘 몰랐겠지만. 정말 진심으로 그쪽 생각해서 하는 말이에요.”“진심으로 누굴 생각합니까?”냉랭한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고개 돌릴 필요도 없이 여름이 잘 아는 목소리였다. 잠시 후 법정에서 이 사람들한테 한 방 먹일 생각을 하니 기대감에 입꼬리가 올라갔다.강태환 가족은 소리 나는 쪽을 보았다.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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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8화

여름도 긴장해서 최하준 쪽을 보았다. 하지만 최하준은 아무런 동요도 없었다. 마치 모욕을 당한 사람은 따로 있기라도 한 것처럼.“시끄럽네.”최하준은 싸늘한 시선을 거두고 고개를 돌려 여름에게 말했다.“들어갑시다.” 최하준이 법정으로 들어가자 여름도 따라 들어갔다. 김상혁이 실웃음을 지으며 이민수에게 말했다.“마지막으로 남길 말은 없습니까?” 악의 없어 보이는 미소였으나 이민수는 알 수 없는 한기를 느꼈다. “저 별일 없겠죠?”“걱정 마라. 네 이모부가 증거 전부 깔끔하게 처리해 놓았잖니. 오늘 넌 증언만 하면 되는 거야.”“쯧쯧, 그만한 배짱도 없는 녀석이, 다음부턴 좀 조심해라.”혀를 끌끌 차는 강태환의 눈엔 한심해 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사실 강태환은 이민수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정희가 감싸고 돌아 그렇지, 이민수는 평소 아첨이 너무 심했다.“걱정 놓으세요. 저 자식 다 허풍이에요. 본 적도 없는 듣보잡이에요.”강여경이 얼굴을 찌푸렸다. “난 본 적 있어. 이지훈 친구야. 지난번에 식당에서 나랑 가은이, 시아를 쫓아낸 게 저 사람이라고. 오빠, 다음부턴 말 좀 조심하는 게 좋겠어.”“뭐? 저 사람이 이지훈 친구야?!”이민수는 깜짝 놀랐지만 금방 침착함을 되찾았다.“괜찮아, 오늘 여름이 재판에서 주화그룹에 아작날 걸 뭐. 이지훈이 빽이면 뭐? 그 집안 사람도 아닌데.”강여경도 생각해 보니 그랬다. 하지만 저 남자는 마치 피라미드 꼭대기에 서 있는 것 마냥 기세가 남달랐다. 동성에서 이런 사람을 본 적이 없다. 엘리베이터가 또 열렸다. 양유진과 한선우가 함께 걸어 나왔다.한선우는 여경을 보자마자 분함에 치를 떨었다.“강여경, 이 쓰레기! 너 같은 것한테 속다니, 내가 눈이 삐었지!”“말 곱게 못해!”강태환이 소리쳤다.“자네가 우리 여경일 꼬셨던 거 아닌가? 지금 형편으로 어디 우리 앨 넘볼 수나 있나?”한선우는 강태환 부부의 얼굴을 보다가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저를 어렸을 때부터 보시고 친아들이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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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9화

들어가자 마자 주화그룹 쪽 사람들 분위기가 이상하다는 게 느껴졌다.주대성의 안색이 매우 좋지 않았고 장 변호사는 연신 물만 마시는 게 무척 당황한 눈치였다.여름은 윤서와 수다 중이었는데 무슨 얘기를 하는지 내내 깔깔거리고 있었다.옆에 앉은 변호사는 더욱더 가관이었다. 핸드폰으로 게임을 하고 있는 것이다!조금 불안해진 강태환은 주대성 쪽으로 갔다.“장 변호사 왜 저러는 거요? 뭔가 불안해 보이는데.”주대성이 무섭게 노려보았다.“따님 능력이 대단하십니다.”강태환이 영문을 몰라 하자 장 변호사가 탄식하듯 말했다.“강여름 씨가 무패 신화를 데려왔어요. 이번 소송은 장담 못 하겠습니다.”아니다. 장담이 아니라 아예 이길 가능성이 없을 것이다.“무, 무패 신화?!”강태환은 순간 멍해졌다.“장 변도 그런 거 아니었소? 승소 문제없다고.”장 변호사가 눈으로 ‘우물 안 개구리시군요’라고 말하고 있었다. “아, 명색이 대기업 회장님께서 법조계 최정상 클래스 변호사 최하준의 이름을 못 들어보셨단 말입니까? 저 사람 젊지만, 아직 어떤 재판에서도 져본 적이 없습니다. 정말 대단한 인물이에요. 아무도 못 이길 겁니다. 제 스승님도 증거 완벽하게 준비된 상태에서조차 저 사람한테 무참히 깨졌다고요.” 강태환은 그 자리에서 얼어붙어 버렸다. 어쩐지 여름이 전혀 당황하지 않더라니, 하지만 어떻게 그 아이가 이런 인물을 알게 된 걸까?“장 변, 이길 확률이 얼마나 될 것 같소?”그저 호기심에 물어봤다.장 변호사는 미간을 찌푸리고 웃는 듯 마는 듯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왜 그러시는 겁니까? 어쨌든, 따님인데 이길 수 있다면 기뻐하셔야 하는 거 아닙니까?”“…….”기뻐할 수 있겠는가? 여름이 수감되지 않으면 불똥이 이민수에게 튈 텐데.하지만 장 변호사가 정말 승소할 수 없다면 다른 대책을 세워야만 했다. 필요하다면 이민수는 버리는 수밖에 없다. 강 씨 핏줄도 아닌데 괜히 엮일 수는 없지 않은가?“그저 순리대로 하려는 거요. 여름이가 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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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화

곧 마태수가 안내되어 들어왔다.깊이를 알 수 없는 최하준의 눈동자가 마태수에게 고정됐다.“증인과 함께 몰래 저질 전선으로 교체한 사람이 누구입니까?”마태수는 이민수 쪽을 쳐다보며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저 사람입니다.”이민수는 당황해 어쩔 줄 몰랐다.“무슨 헛소리야 이게, 강여름이 매수한 건가?”마 회장은 머쓱하게 말했다.“날 매수한 건 당신이지. 호텔이 불탄 뒤 당신이 해외에 있는 내 아들에게 2억을 송금했잖소.”이민수의 얼굴이 하얗게 변했다. 이정희 여사도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주대성은 더욱 노발대발했다.“전선을 바꾼 게 당신이었다니! 강여름 씨를 내세워 날 농락한 건가?”하준이 말했다.“주 선생님, TH에선 친딸을 전면에 내세웠으니 선생님을 농락했다고 볼 순 없습니다. 그저 조카를 보호하려던 거죠.”다시 법정이 술렁거렸다.“강 회장은 알고 있었단 거야?”“아이고, 모를 리가 있겠어요? 그룹 총수가?”“맙소사, 이민수 혹시 강씨 집안 사생아 아냐? 어떻게 조카 보호하겠다고 친딸을 버려?”“강 회장 부부가 이 딸을 미워한다는 소문이 있었는데 정말이었네, 너무 심하잖아.”강태환 부부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강태환은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최 변호사, 말조심하시오. 이 일에 대해 우리 부부는 아는 바가 없소. 마태수가 매수당했다는 것도 몰랐소.”최하준이 고개를 끄덕이며 천천히 명세서 한 장을 내밀었다.“그럴지도요. 두 분께선 몰랐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얼마 전 강 선생님께 이민수가 2억짜리 골동품을 선물했던데요.”“헐, 그러니까 조카한테 뇌물까지 받고도 모른 척하는 거야?”“당연하지, 일개 시공 담당자가 어떻게 저런 짓을 벌여? 분명 TH 대표자가 묵인한 거지.”“TH 정말 역겹다. 그래도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인테리어 회산데.”“됐어. 이딴 형편없는 회사는 불매해야 해.”“망해라, 그지 같은 회사.”순식간에 법정 뿐 아니라 SNS에서까지 일대 소란이 일었다.더욱이 라이브로 중계되던 재판에 순식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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