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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화

“오빠네 아버지하고 신아영 아버지하고 군대에서 만난 친구 사이야. 두 분이 전역 후에 창업을 하셔서 둘이 어릴 때부터 친하게 지냈대. 그래서 그런가 지금도 오빠가 아영이를 동생처럼 생각해.”“신아영이 오빠를 단순히 오빠로 생각하는 거 맞아?”여름이 윤서의 눈치를 살폈다.윤서는 말없이 한숨을 쉬었다.“너도 그렇게 느꼈구나? 나도 전에 같은 의심을 했었거든. 근데 증거가 없어.”“심증은 있지만 물증이 없다?”“응.”******일주일 후.강여경 가족은 해외 여행을 마치고 동성에 돌아왔다.TH그룹 별장으로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아 한선우에게서 다시 전화가 결려왔다.강여경은 발신자를 보더니 짜증 섞인 표정이다. 억지로 전화를 받으면서 상냥하게 말했다.“선우 오빠, 무슨 일이에요?”“우리가 일이 있어야만 전화하는 사이던가?”바로 이 시각, 한선우는 TH그룹 별장 입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방금, 강여경과 부모가 돌아온 것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무슨 말을 그렇게 해요? 당연히 아니지.”강여경의 부드러운 목소리 때문에 한선우는 기분이 풀릴 뻔했다. 그러나 바로 이어진 여경의 한 마디로 분위기가 살벌해졌다.“아직 여행 중이에요. 곧 서핑하러 나가려던 참이라 통화 길게 못해요.”“그래?”“그럼 내가 본 건 뭐지? 방금 네가 TH별장으로 돌아오는 걸 똑똑히 봤는데. 나 지금 입구에 있어. 왜 거짓말을 하지?”“……”강여경이 창밖을 내다보았다.“더 이상 한주그룹 대표이사가 아니라서 파혼하고 싶은 거야?”한선우의 목소리가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좋아요. 기왕 이렇게 된 거 단도직입적으로 말할게요.”강여경이 냉담하게 말을 이었다.“한선우 씨, 본인 처지를 잘 알고 있을 거예요. 양유진 쪽에서도 등을 돌렸고 한주그룹 승계인 자격도 박탈당했으니 나랑은 이제 레벨이 맞지 않아요. 나는 TH의 주인인데 오빠랑 너무 차이가 지지 않겠어요? 우리 좋게 헤어져요.”한선우는 믿을 수 없었다.“강여경, 너 이렇게 신의가 없는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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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화

잠시 후, 어머니 양수영에게서 득달같이 전화가 왔다.“선우야, 이게 다 무슨 일이냐! 여경이 SNS에 너랑 파혼한다는 공개글이 올라왔어. 약혼 기간 동안 네가 강여름을 은밀히 만났다면서.”한선우는 사색이 되었다. 강여경이 이렇게 빨리 손을 쓸 줄은 몰랐다. 서둘러 강여경의 SNS에 들어갔다.-순진한 소녀가 백마 탄 왕자님을 만났다고 좋아했는데 알고 보니 그저 상속녀라는 내 신분을 노렸을 뿐이었어.수많은 사람들이 나를 욕한다. 내가 동생의 남자를 빼앗았다고. 나한테 죄가 있다면 내가 그 둘 사이를 전혀 몰랐다는 것이다.그 남자는 나만을 사랑한다, 나를 믿는다는 달콤한 말로 눈을 멀게 했고 늘 아무것도 신경 쓰지 말라고 안심시켰다. 약혼식에서 일어난 일도 해프닝으로 넘기려고 했다.하지만 그 남자는 나 몰래 내 뒤에서 동생과 시시덕거리고 있었다! 모든 것이 나와 약혼하려고 둘러댄 사탕발림이었을 뿐. 내가 아니라 내 위치를 탐 냈던 것인데… 왜 난 몰랐을까…게시글과 함께 한선우와 여름이 W팰리스에서 찍힌 사진이 올라와 있었다.사진을 어찌나 교묘한 각도에서 찍었던지 한선우가 여름의 손을 잡고 밀담을 나누는 모습처럼 보였다.‘몰래 내 사진을 찍었어?’TH쪽에서는 이렇게 온갖 대비를 다 하고 있었나 보다. 더러운 추문을 한선우에게 몽땅 뒤집어 씌워서 강여경을 가엾은 희생자로 만들 계획인 것이다..한선우는 땅을 치며 후회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TH디자인 그룹과 진가은, 채시아까지 좋아요를 누르고 공유하면서 댓글과 좋아요가 엄청났다. 빠른 속도로 강여경의 게시글이 검색어 1위에 올랐다.한선우는 비열한 남자, 쓰레기로 욕을 먹고 있었다.심지어 강여름과 짜고서 시골에서 온 순진한 언니에게 사기 쳤다는 댓글도 있었다.양수영이 전화에 대고 다급하게 말했다.“너 설마 진짜로 강여름과 얽혀 있는 건 아니지? 이 멍청한 녀석아, 지금은 여경이 집안에 납작 엎드려야 해. 그래야 네가 다시 살 수 있….”“엄마, 절대 아니에요.”한선우는 갈라진 목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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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화

“……”수많은 마이크가 여름을 에워쌌다.여름은 무슨 말이라도 하고 싶었다. 하지만 기자들은 질문만 쏟아내고 서로 밀쳤다. 기자의 공세에 하이힐을 신고 있던 여름은 중심을 잃고 바닥에 넘어지고 말았다.기자는 아랑곳하지 않고 넘어진 모습을 카메라에 담느라 정신이 없었다.“당신들 지금 뭐 하는 거야? 비켜!”한선우가 마침 달려와 기자들 틈으로 길을 열어주었다. 여름을 부축하고 속삭였다. “여름아, 괜찮아?”여름은 한선우의 등장에 예감이 좋지 않았다. 기자는 기사 거리가 생기자 더욱 달려들었다.“한선우 씨 오셨네요. 제일 먼저 달려오셨군요.”“두 분 계속 관계를 지속하신 건가요?”“대단들 하십니다.”주변 사람들의 말이 점점 듣기 거북해졌다. 한선우가 노발대발 열을 냈다.“말을 좀 가려서 하시죠. 모든 일은 강여름 씨와는 관련이 없습니다. 무책임 했던 건 바로 접니다. 제가 사과해야 할 사람은 강여경 씨가 아니라, 강여름 씨입니다.”“아~, 강여름 씨를 좋아하시는군요. 그래서 이렇게 싸고 도시는 겁니까?”“강여경 씨가 참으로 안타깝네요.”“그러게요. 이런 동생이 있으니 정말 재수 없는 일이죠.”여름은 한선우 때문에 돌 것 같았다. 하필 이런 타이밍에 나타나서 소란을 피워야 하느냐 말이다.두 사람은 사람들 틈을 빠져나가긴커녕 독 안에 든 쥐 신세였다.이런 북새통에 보디가드 몇 명이 기자 무리를 흩어지게 했다.양유진이 기자들 틈으로 들어와 머리가 흐트러진 채 당하고 있는 여름을 보았다. 기자를 향해 매섭게 엄포를 놓았다.“취재를 하는 겁니까 심문을 하는 겁니까? 아니면 폭력을 사용해서 사람 괴롭히는 중입니까? 기자로서 자격이 있다고 보십니까?!”둘러싼 기자들이 양유진의 카리스마에 흠칫 놀랐다. 옷차림도 옷차림인데다 기세에 눌려 취재를 강행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우리는 단지 여기 두 사람의 관계를 정확히 알고 싶을 뿐입니다!”이대로 물러설 수 없다는 듯 어떤 기자가 외쳤다.“이 두 사람은 아무 관계도 아닙니다”양유진이 여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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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화

여름은 쿡쿡 웃었다. “바보라니? 오빠네 여경이는 똑똑하고 성실하고 우아하지만 나는 못되먹었잖아.”여름이 비꼬는 말에 한선우는 얼굴이 빨개지고 부끄러워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었다.“여름아, 널 다치게 한 거 진심으로 사과할게. 정말 미안해. 내가 평생 동안 너한테 속죄하면서 살면 안 될까? 네가 나한테 다시 온다면… 맹세해. 이런 실수 다시는 안 할 거야.내가 너무 철이 없었어. 네 말이 맞아. 젊은 혈기에 눈에 보이는 게 없었던 거야. 이제 너만 있으면 돼.”한선우는 여름을 애타게 바라보았다.양유진 얼굴이 흐려졌다. 조카가 이렇게 자존심이 없는 놈인 줄 몰랐다.문제는 이게 아니다. 여름의 마음이 움직일까 걱정이 되었다. 강여름과 한선우는 한때 사랑했던 사이가 아니던가.“여름 씨, 잘 판단하셔야 합니다. 한 번 배신했으면 두 번도 가능…”“외삼촌!”한선우가 침을 튀기며 말을 막았다.“삼촌이 여름이 좋아하는 거 아는데요, 감정이란 게 밀어붙인다고 능사가 아니에요. 여름이 마음속에 남자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저 밖에 없다고요.”여름은 두 남자의 언쟁에 머리가 지끈거렸다. “그만들 하세요! 한선우, 입 다물어. 나한테 상처 줄 일이 아직 더 남았어? 이걸로 부족해? 내가 누굴 좋아해? 사람이 염치가 있어야지! 이제는 당신 얼굴만 봐도 욕 나와. 시간을 다시 되돌릴 수만 있다면 차라리 모르는 채로 살고 싶다고!”마지막 남아있는 영혼까지 짜내어 단호하게 쏘아붙였다. 여름은 두 사람이 떠드는 소리가 듣기 싫었다. 벌컥 문을 열고 차에서 내렸다.“가지 마…”한선우가 급히 막아 섰다.“나한테 한 번만 기회를 줘. 다시는 널 배신하지 않을게.”“저리 가. 건드리지 마.”“데려다 줄게요. 선우야, 너는 그만 가봐라. 이번 일은 배후에 주동자가 있을 겁니다. 제가 해결해 보죠.”양유진도 조심스럽게 말했다.“괜찮아요. 제 일은 제가 알아서 할게요.”한선우에게서 힘껏 팔을 빼내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걸어갔다.한선우와 계속 같이 있다가는 속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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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화

“그렇지 않을 걸.”영민하고 잘생긴 얼굴에는 포악한 기운이 내려앉아 있었다.“가능한 한 빨리 그 인간과 이혼 수속을 밟을 거야.”“하지만 본가에는 뭐라고…”이지훈이 펄쩍 뛰며 말했다.“방법을 생각해 봐야지.”최하준이 씩씩거리며 한 모금 들이마셨다.“여기에는 괜찮은 여자가 하나도 없고 모두 나쁜 여자들 뿐이야. 그 여자 얘기는 이제 나한테 안 해도 돼.”사람의 감정이란 게 때로는 애틋하다가도 때로는 변심하기도 한다. 결혼한 부부끼리도 그렇다. 아니, 그렇다고들 한다.최하준은 여름만 생각하면 죽도록 화가 났다.지금 이 시간에도 여름이 양유진과 함께 있을 거란 생각을 하니 숨이 턱턱 막히고 미쳐버릴 것 같다.‘동성이 뭐 어쨌다고, 여자들도 괜찮기만 한데...’이지훈도 덩달아 식은땀이 났다. “마음 굳혔어?”“응, 당장 다른 집을 좀 알아봐 줘. 강여름이 있던 공간에는 한시도 있고 싶지 않아. 지오도 새끼를 세 마리나 낳아서 지금 집이 너무 좁거든. 큰 정원이 있으면 좋겠는데.”“알았어.”이지훈도 이제는 슬슬 짜증이 났다. ‘강여름 씨, 당신은 눈도 없나? 내 친구지만 최하준, 이 녀석 이렇게 멋진데 말이야… 여자들이 어떻게 하질 못 해 안달인데, 강여름! 당신이 잡으면 잡힌다고! 이 답답아!’최하준이 창 밖을 내다 보았다. 무슨 생각인지 도통 알 수가 없다.담배가 다 타서 손가락까지 태울 기세인데도 최하준은 생각에 빠져 알지 못했다. 상혁이 이것을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 ‘이거 정말 감이 안 좋은데.’******그 후로 며칠 간 여름은 집안에 처박혀 나오지 않았다.인터넷에서는 한선우와의 일이 일파만파 퍼져서 여름을 욕하는 댓글들이 쏟아졌다.윤서도 하나씩 읽어 내려가며 화를 냈다. “우리 오빠한테 부탁해서 악플 싹 다 잡으라 할까?”“괜찮아. 나도 생각이 있어. 내 SNS 팔로워가 아직 많이 늘지 않았어.”여름이 머리를 가로 저으며 담담하게 말했다.윤서는 어이가 없었다.“저것들 모두 널 욕하려고 온 안티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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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화

“여름 님, 혹시 일정 되시면 저희 극장 인테리어 좀 해주시면 안될까요?”“……”불과 며칠만에 온라인 상에 각종 공간 디자인 문의가 빗발쳤지만 여름은 그저 회사 주소만 공개했다.순식간에 도하건축디자인은 온라인에서 아주 핫한 회사가 되었다. 도하에 인테리어를 맡기려는 사람들이 줄을 섰다.도재하는 쏟아지는 일거리에 입이 귀에 걸렸다. 여름을 불러 보너스를 듬뿍 쥐어주었다.“네 덕분에 회사가 무지 큰 프로젝트를 벌써 몇 개나 땄는지 몰라. 복덩이였어 넌! 궁지에 몰렸다가 완벽한 반격이라… 진짜 대단해! 순식간에 인플루언서 디자이너가 되었어. 지금 전국적으로 강여름 모르는 사람이 없을 거다! 핫핫하!”“선배가 절 믿어주신 덕분이죠.”여름이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강여경의 집.강여경은 분해서 피를 토할 지경이다.오늘 하루만 해도 자신을 욕하는 댓글이 수천 개나 달렸다. TH디자인그룹의 홈페이지까지 폭탄 맞은 듯이 네티즌들의 공격을 받았다. 전에 강여경과 친하게 지냈던 재벌가 지인들도 모두 몸을 사리고 강여경과 거리를 두었다.일이 이렇게 전개되는데 어떤 명문가 자제가 말이라도 섞겠는가.이정희는 애가 닳았다. 그렇다고 딸을 뭐라 할 순 없고 애꿎은 남편만 잡았다. “당신이 내놓은 그 엉터리 아이디어 때문에 우리 딸만 죽게 생겼다고요!”“공사 중인 별장 정원에 CCTV가 설치되어 있을 줄 누가 알았겠어?”강태환이 분에 못 이겨 노발대발 했다. 강여름! 호락호락한 줄 알았더니 전혀 아니었다. 이제는 제대로 쓴 맛을 보여 줄 참이다.이 때, 이민수가 헐레벌떡 뛰어 들어왔다.“큰 일 났어요! 루브린그랜드호텔에서 불이 났어요!”강태환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루브린그랜드호텔이면 TH디자인그룹이 인테리어를 맡고 있는 5성급 호텔이다. “어떻게 된 거냐? 현재 상황은 어떤데? 화재 진압은?”“화재는 다행히 진압되었지만 세 개 층이 전소되었습니다. 주화그룹 측에서 알고 난리가 난 듯합니다.”이민수가 이리저리 횡설수설했다. 그러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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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화

여름이 동료들과 함께 퇴근준비를 마치고 회식 장소로 옮기려고 할 때 경찰관 몇 명이 갑자기 들이닥쳤다.“어느 분이 강여름 씨입니까?”직원들이 서로 쳐다보자, 여름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전데요…”대답이 끝나기가 무섭게 경찰관 두 명이 양쪽에서 팔을 휘감았다.경찰 한 명이 사무적인 말투로 입을 열었다.“오늘 새벽 루브린그랜드호텔 화재 사건의 주요 용의자로 강여름 씨를 체포합니다. 강여름 씨는 저희와 경찰서로 가주셔야겠습니다. 신고에 의하면 얼마 전까지 TH디자인그룹 공사 책임자였던 분이 강여름씨라고 하는데 맞습니까? 조사에 순순히 응해주시길 바랍니다.”여름의 망치로 머리를 얻어 맞은 것 같았다.“그건 제 책임이 아니에요. 제가 책임자에서 물러난 것이 벌써 두 달이 넘었어요! 회사에서 저를 희생양으로 삼으려는 거라고요!”“여기서 이러실 필요 없습니다. 당신이 리베이트를 받고 무허가 전기설비 업체를 선정했다는 증거를 TH그룹 측에서 이미 제출했습니다. 여기에서 변명하지 마시고 경찰서로 갑시다.”경찰관들이 강제로 여름을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어떻게 알았는지 1층 로비에는 벌써 기자들이 웅성거리고 있었다.“뭐가 스타 디자이너야? 리베이트 준 업체에서 전기설비를 불량으로 했다가 화재가 발생했다더군.”“오 마이 갓! 도하건축디자인에 인테리어 의뢰하고 선금까지 지급했는데 얼른 환불 받아야겠군.”“나도 그래야겠어. 우리 건물에도 불나면 어떡해!”“……”소문은 순식간에 퍼져, 도하에 지불했던 금액을 환불해 달라는 요청이 쇄도했다. 심지어 공사중인 고객들도 불안에 떨며 찾아와서는 이것저것 따져 물었다.도하건축디자인의 기업 이미지가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은 한순간이었다.******경찰서 조사실.좁고 캄캄한 공간에 전등 하나만 어둠을 밝히고 있었다.여름은 눈이 부셔 현기증이 났지만 이를 악물고 억울함을 토로했다.“전 이 일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니까요. 당시 저는 디자이너였고 이민수 씨가 프로젝트 매니저였어요. 모든 자료는 그 사람이 관리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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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장

수사관의 지시로 아무 조치도 취하지 못한 채 여름은 유치장에 갇혔다.좁은 유치장 안에는 이미 7-8명 정도가 앉아 있었다. 하나 같이 굳은 얼굴로 여름을 노려보았다.여름이 자리에 앉자 건장한 체구의 여자가 물통을 들고 다가와 침대에 물을 끼얹었다. “뭐 하는 거예욧?”여름이 쉰소리를 내자 몰골이 흉악한 여자들이 주변을 둘러쌌다.“왜, 뭐! 해보자고?”몸집이 큰 여자가 소매를 걷어 올리며 음흉하게 웃었다.“내가 친절하게 미리 알려주는데 말이야… 저번에 소리 질렀던 것은 이미 내 손에 작살이 났어. 알아?”“죄, 죄송합니다. 실컷 뿌리세요…”‘여기에서 분란을 일으켜선 안 돼. 이 사람들이 여기에 있을만 하니 여기 있는 걸 거야. 참아야 해.”수감자들은 여름을 가만히 두지 않을 작정인지 계속 시비를 걸었다.“어떡하지? 미안해도 소용없어. 나는 너 같이 예쁘장하게 생긴 것들이 제일 구역질 나!”난데없이 달려들어 여름에게 주먹질을 하고 발길질을 해댔다.여름이 살려달라고 소리쳤지만 입이 틀어막혔다.하도 두들겨 맞아서 머리가 어지럽고 눈앞이 희미해졌다. 정신이 혼미해질 때쯤 어떤 사람이 말하는 소리를 들은 것 같다.“더 세게 때려! 죽을만큼 패도 아무도 우리한테 뭐라 하지 못 해.”“그러게… 진작에 아무나 건드리지 말고 두루두루 잘 보였으면 좀 좋아?”“……”‘이번에는 또 누구야?강여경? 강태환?하… 또야?’전에는 마음이라도 아팠지만 지금은 이미 무감각해졌다.‘이제 누가 날 살려줄 수 있을까? 최하준? 그 남자와는 이미 끝났는 걸. 그럼, 윤서? 윤서는 주화 그룹의 상대가 안 돼…’******윤서는 여름이 경찰에게 잡혀가 수감 중이라는 뉴스를 들었다. 헐레벌떡 경찰서로 달려갔다.입구에서 변호사와 함께 나오는 한선우와 마주쳤다.“어떻게 여기에 있어요?”찌질한 놈을 다시 보고 있으려니 열이 머리 끝까지 뻗쳤다.“마침 잘 왔네. 경찰한테 가서 설명 좀 해봐. 여름이는 그럴 사람이 아니라고. 요즘 돈이 없어서 쩔쩔매는데 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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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화

윤서는 허탈했다. 주화 그룹은 서열 1, 2위를 다투는 대기업이 아닌가. 하필 그런 주화 그룹을 건드리다니...“그, 그럼 어떡해 해?”“내가 아까… 외삼촌한테 연락했어.”한선우의 얼굴에 괴로움과 무기력함이 묻어났다. 아무리 연적이라 상대하고 싶지 않다고 해도 강여름을 구하려면 외삼촌이 아니면 안 된다.“인맥이 넓으니까 무슨 방법이 생길 거야.”“그래.”윤서는 여름이 전에 한 말을 기억했다.양유진이 여름에게 관심이 있다고… ‘이렇게 다급한 사안이니 선우 오빠네 외삼촌이 의지가 될 거야.’한선우를 보고 있자니 윤서의 가슴 속에서 화가 부글부글 끓어 올랐다. 이참에 하고 싶었던 말들을 쏟아냈다.“약혼녀한테 차이니까 우리 여름이가 생각나나 봐? 여름이가 그렇게 망신을 줬는데도 이렇게 오는 걸 보면.”“내가 잘못했지. 정신이 나갔었어.”윤서가 코웃음을 쳤다. “우리 여름이… 유치장 안에서 얼마나 힘들까… 걔가 저번에 폐가에 감금된 이후로 트라우마가 생겼단 말이야. 오늘 밤 안에 무슨 일이 있어도 빼내야 해.”한선우가 어리둥절했다.“폐가에 감금이라니 무슨 말이야? 강 회장 집에는 먹을 거 입을 거 좋은 건 다 있잖아.”“왜 인제 와서 뒷북인데? 인터넷에 여름이 병원 진단서 게시된 거 못 봤어? 거기 감금돼서 학대 받아 죽을 뻔했잖아!”윤서는 벌레 보듯이 한선우를 노려보았다."폐가에 감금돼서 사흘 밤낮을 먹지도 입지도 못하고 갇혀있었어. 창문도 모두 못질되어 있고 빛도 한 줄기 들지 않는 곳에서... 상한 음식에 이불도 없고 옷도 없고 전기도 없고 물도 없고 심지어 핸드폰도 없어서 연락도 안되고 죽을 뻔 했어. 다행히… 다행히도 우리가 구해서 병원에 데려갔는데 숨만 간신히 붙어 있더라고!”한선우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강태환은 분명히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강태환과 이정희, 그리고 강여경 세 사람의 얼굴을 떠올리고는 간담이 서늘했다.‘이 사람들이…친 딸인데, 친 동생인데 사지에 몰다니 사람도 아니다. 무섭다.어쩐지 여름이가 나를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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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화

양유진이 말을 이었다.“몇 년 잠잠하더니 얼마전에 동성에 입성했어. 최하준 변호사에게 일을 의뢰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란 소문이 있어. 나도 얼마 전에 비즈니스 관련해서 사건을 의뢰하려고 수백억을 제시했는데도 거절당했어.최 변한테 거절당한 사람들 아주 많아. 잘 나가는 기업 총수, 정계 재계 인사들… 수임료 액수는 안중에도 없어.”“……”윤서는 그저 멍하니 입을 벌리고 있었다.‘양유진 대표가 말하는 최하준이 그 최하준 맞지?우리 여름이의 남편 이름이 최하준이었던 거 같은데… 그 사람도 변호사였지 아마?여름이 말로는 남편 직업 수준이 여름이와 비슷하다고 했는데… 이상하다?남편이 그렇게 거들먹거리는 건 이지훈이라는 잘난 친구를 두어서 그런 거라던데…오 마이 갓! 여름아!!! 우리는 도대체 어떤 인간을 건드린 거냐!어떻게 두 달이 넘게 같이 살면서 전혀 몰랐냔 말이다!’“내가 최 변호사한테 가서 부탁을 해 볼게요.”양유진이 말했다.“아…”윤서가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양 대표님이 말씀하신 최하준 변호사 말이죠… 저랑 친분이 좀 있거든요. 제가 직접 부탁을 드려볼게요. 만약 제가 부탁해도 안되면… 양 대표님이 가셔도 소용없을 거예요.”‘양유진이 간다고 쳐. 갈아마셔도 시원찮을 와이프의 남자친구가 정식 남편인 자신한테 와서 자기랑 이혼소송 중인 와이프를 구해달라고 한다면…?그 사람이 이혼하려는 와이프를 구해주려고 할까?구해주기는커녕 평생 감옥에서 썩게 하진 않을까?’그러니 양유진이 가면 안된다. 절대로!“최 변을 아세요?”윤서를 바라보는 양유진의 눈빛이 달라졌다.한선우도 깜짝 놀랐다.“최하준 변호사는 나도 들어는 봤는데… 윤서, 너, 어떻게 아는 사이야?”윤서가 무안해 하며 말했다.“잘 알지는 못해요. 제 친구가 그 분하고 많이 친해요...”“윤서 씨 친구 분 대단한 분이신가 봐요.”양유진이 탄성을 질렀다.“그럼 우리는 좋은 소식만 기다리면 되겠네요.”“……”‘그래, 내 친구는 경찰서에서 너희들이 구해주기만을 기다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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