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하려고 결혼했습니다의 모든 챕터: 챕터 91 - 챕터 100

1699 챕터

91화

“당연히 안 하겠지. 온갖 못된 수작은 나한테 다 부렸거든.”최하준이 냉소적으로 내뱉었다.이지훈은 할 말을 잃었다.‘이건 그냥 대놓고 꽁냥자랑인가?그게 자랑이냐? 막상 여름 씨는 그렇게 너를 신경 쓰지도 않는데?’이지훈은 속으로만 욕을 한 뒤에 말했다.“전에 그 집 사람들이 한 짓을 봤을 때 오늘 그렇게 망신을 당했으면 그냥 넘어갈 리가 없어. 지난번에는 감금해서 거의 목숨을 잃을 뻔했는데 이번에도 제수씨 위험에 빠지진 않는지 살펴봐.”최하준은 계속 자료만 들여다봤다.“됐어. 와서 무릎 꿇고 싹싹 빌기 전까지 꼼짝도 안 할 거야.”그러더니 잠시 후에는 이렇게 말했다.“누울 자리를 보고 다리를 뻗으랬다고, 그 집에서 날 대체 뭘로 보는 거야? 그냥 두면 안 되겠어. 이번 영상 싹 풀어줘. 빠르면 빠를수록 좋아. 절대 삭제 못 하게 조치하고.”“그, 그래.”이지훈이 무기력하게 뱉었다. ‘무릎 꿇고 빌지 않으면 안 도와주겠다더니 바로 말 바꾸는 거 봐라.’“빨리!.”최하준이 언짢은 듯 이맛살을 찌푸렸다.이때 휴대 전화가 울렸다. 화면을 보니 발신자가 여름이다.오랫동안 기다려 온 전화를 보자 답답했던 마음이 갑자기 환하게 밝아졌다.“사정이 이쯤 되면 도와 달라고 전화할 줄 알았지.”최하준이 휴대 전화를 가리키며 비웃음을 흘렸다.이지훈은 지난 번에도 그렇게 말했다가 당하지 않았냐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다.그러나 최하준이 신이 난 모습을 보고는 차마 말이 나오지 않았다.“안 받아.”최하준은 내키지 않는다는 듯 휴대 전화를 그냥 테이블에 던졌다. 그러나 눈은 계속 곁눈질로 화면을 보고 있었다.20초쯤 울리고 곧 전화가 끊어지려고 할 즈음 잡아 들었다.“뭐, 이번에는 그 집에서 정말 목숨을 노릴지도 모르지. 살려달라는 전화를 안 받았다가 정말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큰일이잖아?”이지훈은 눈이 튀어나올 지경이었다. ‘저 꼴을 친구들 단톡방에 올려서 다 보여줘야 하는데 말이야….’“뭘 봐? 빨리 가!”최하준이 언짢다는 듯 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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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화

최하준은 갑자기 가슴이 답답해졌다.‘젠장, 구청 가는 게 이렇게 기쁠 일이냐?아, 드디어 날 보게 돼서 기쁜 건가?그거군.그날 그러고 나갔는데 이제 돌아오려니 면목이 없겠지.그러니 일단 핑곗거리를 찾아낸 거야. 이따가 말투를 좀 부드럽게 해야겠다.’어쨌든 요즘 밥을 해주는 사람이 없어서 최하준은 제대로 밥도 먹은 적이 없었다.‘뭐, 가는 길에 케이크나 하나 사가지고 가자.’최하준은 치즈케이크를 사들고 갔다.여름은 지난번에 최하준이 사준 하얀 롱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겉에는 베이지색 모직코트를 입었다. 오후의 찬란한 햇살을 받으니 깨끗한 피부가 더욱 찬란하게 빛났다.최하준의 입술이 섹시하게 슬쩍 올라갔다.‘이렇게 예쁘게 차려 입고 구청에 오다니, 정말 이혼을 하려는 건지 내 마음을 돌리려는 건지 너무 뻔한 스토리 아냐?’최하준이 케이크를 들고 성큼성큼 다가갔다. 최하준을 본 여름의 눈이 반짝 빛났다.“가요!”하더니 여름은 앞장서서 구청으로 들어갔다.최하준은 할 말을 잃었다. 상상했던 것과 상황이 좀 달랐다.“잠깐.”‘너무 상황 파악 못 하는 거 아닌가? 케이크까지 들고 왔으면 체면은 살려준 거잖아?’“왜요?”여름이 의아하다는 듯 돌아봤다.“왜 그러겠습니까? 강여름 씨, 나는 기회를 줬습니다.”여름은 최하준이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몰라서 멍하니 있었다.“이혼하기로 했잖아요? 빨리 들어와요. 오후에는 회사 들어가 봐야 하거든요.”최하준은 눈을 가늘게 뜨고 서두르는 기색이 역력한 여름을 가만히 보았다. 심장이 쿵 떨어졌다. ‘진심인가?진짜 이혼하고 싶은 거야? 대체 왜?’그런 생각이 들자 알 수 없는 분노가 끓어올랐다.“내가 언제 이혼하겠다고 했습니까?”여름은 기가 막혔다.“아까 전화로….”“내가 여기 와서 이혼하겠다는 말을 한 건 아닐 텐데요?”최하준이 얼음처럼 차갑게 웃었다.“강여름 씨, 날 뭘로 보는 겁니까? 결혼이라는 게 당신 하고 싶으면 하고, 말고 싶으면 마는 겁니까? 날 건드리지 말라고 했는데도 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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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화

최하준은 굳이 붙잡지 않았다. 그저 픽 웃을 뿐이었다.“내 말 한마디면 동성에서 내 이혼 수속 밟아줄 사람은 하나도 없을 겁니다. 못 믿겠으면 한 번 해보시죠. 그렇지만 그때가 되면 3년이 아니라 10년이 지나도 안 놔줄 겁니다.”여름은 두 눈이 휘둥그레져서 최하준을 돌아봤다. 솔직히 자신이 뭘 그렇게 잘못했는지 알 수가 없었다.보통 사람이라고 하기에는 이지훈 같은 유력가와 이상하리만치 친하고,귀족적이라고 하기에는 슈퍼 카를 모는 것도 아니고 초호화 별장에 살지도 않는다. “내가 그런 협박에 넘어갈 것 같아요? 설사 평생 이혼을 못 한다고 해도 당신 같은 사람이랑은 한시도 같이 못 살아요.”여름은 냉랭하게 말하고 돌아서서 자리를 떴다.어쨌든 이제 여름에게는 아무것도 남은 게 없었다. 겁날 게 뭔가!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는 여름을 보니 최하준은 케이크를 집어던지고 싶었다.‘저 사람이 진짜!나랑 결혼하고 싶은 여자들이 한둘인 줄 알아? 아무것도 모르면서.이혼이라고? 꿈 깨시지.’******르 파코 호텔.파티가 끝나고 양가 식구들이 모여 앉았다.핸드폰으로 영상을 보는 한선우의 얼굴이 창백했다.겨우 몇 시간이 지났는데 점심에 여름이 연회장에서 소동을 벌인 영상이 벌써 이렇게 퍼져나갔을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게다가 이상하게 빨리 퍼지고 있어 몇 시간 만에 1억 뷰를 기록하고 있었다.“네 녀석이 뒤처리도 똑바로 못하는 바람에 내 체면까지 다 구겨져 버렸다.”한준성 회장이 화를 내며 가버렸다.“내가 니 아버지께 잘 말해 보마.”양수영이 입술을 깨물며 급히 따라 나갔다.남겨진 한선우는 주먹을 꽉 쥐었다. 눈에 시뻘겋게 핏발이 섰다.“자기야….”강여경이 걱정스럽게 한선우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한선우가 손을 거칠게 뿌리쳤다.“오늘 네가 영상 바꿔치기한 거 아니야?”한선우는 이미 호텔 쪽에 문의해 보았다. 그러나 홀 매니저는 영상실 CCTV 화면이 이미 지워졌다고 말할 뿐이었다.게다가 이미경은 새로 들어온 간병인이었다. 그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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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화

강태환은 인상을 쓰고 뭔가 말하려는 듯 입술을 달싹이다가 결국 그만두고 말았다.******20분 뒤.화장실. 이미경이 조심스럽게 강여경의 옆에 나타났다. 불안해 보였다.“오늘 일로 회장님이나 사모님이 저를 의심하지 않을까요? 저는 억울합니다. 그냥 시키는 대로 한 것뿐이잖아요.”강여경이 지갑에서 카드를 꺼내주며 말했다.“됐어요. 이미 의심은 내가 다 해결해 놨어요. 이거 가져다 쓰시고 입만 꾹 다물어요. 오늘 일은 아무도 알아선 안 돼요.”이미경의 눈이 반짝 빛나더니 연신 고개를 주억거렸다.“앞으로 분부하실 일이 있으면 말씀만 하세요.”강여경의 입꼬리가 표독스럽게 쓱 올라갔다.“하나 있기는 한데…. 할머니 잘 봐주세요. 좋아지지 않아야 해.”이미경이 나이 어린 아가씨의 잔인함에 몸을 떨었다.그러나 받을 돈을 생각하고 주저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문제없습니다. 아 참, 약혼 축하도 못 드렸네요.”“그저 약혼한 거 가지고, 뭘.”강여경의 얼굴은 사뭇 싸늘했다. 강여경은 한선우가 한주그룹 상속자 자리를 놓쳤는데도 결혼할 정도로 바보가 아니었다.******다음 날 아침, 7시 반.여름은 침대에서 늦잠을 자고 있었다.최하준의 집에서 나와 아침을 차리지 않아도 되니 다시 살아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갑자기 휴대 전화가 울렸다.통화버튼을 누르니 장 반장의 초조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큰일입니다. 지금 막 현장에 도착했는데 별장에 수도관을 안 잠가서 밤새 물이 샜어요. 지금 집이 다 잠겼습니다.”여름이 벌떡 일어났다.“기다리세요. 제가 바로 갈게요.”급히 현장으로 가보니 별장 안의 물이 넘쳐서 계단으로 줄줄 흘러나오고 있었다. 이제 막 수도와 전기 배관을 했는데 물이 잠겨버린 것이다.여름이 온 것을 봤을 때 장 반장은 손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끝장이에요, 망했어요. 방금 배관을 살펴봤는데 죄다 침수돼서 다 망가졌습니다.“어떡합니까. 양 대표님이 책임을 물을 거예요. 저는 보상할 능력도 안 됩니다. 어젯밤에 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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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화

“나중에 가끔 와서 지내실 수도 있는데 한 번 봐야지.”하더니 양 회장이 갑자기 지팡이로 앞을 가리킨다.“아니, 안에서 물이 새잖아?”양유진의 안색이 갑자기 바뀌었다. 양수영도 ‘어머나’하는 소리를 냈다.“집이 온통 물바다가 된 것 같습니다.”양유진도 보고 심각한 얼굴로 여름을 쳐다보았다.“집에 왜 물이 찼죠?”이때 장 반장이 끼어들어 더듬거렸다.“저, 저도 모르겠습니다. 어젯밤에 분명 제가 수도 밸브를 잠갔는데 밤새 물이 새서….”양수영이 입을 손으로 가리며 소리쳤다.“모르다니 무슨 소리예요? 별장 공사를 그쪽에 일임했는데. 이제서 일이 벌어지니까 책임을 미루는 건가요? 세상에, 집 이거 괜찮을까? 벽에 물들어갔으면 어떡해?”양 회장은 화가 나서 지팡이를 휘둘렀다.“너는 뭔 이따위 너절한 인테리어 회사를 불렀냐? 어서 경찰 불러.”장 반장은 얼굴이 하얗게 질려서 곧 무릎이라고 꿇을 참이었다. 여름이 그걸 보고 바로 장 반장을 잡아 올렸다. 눈이 날카롭게 빛나고 있었다.“신고, 좋습니다. 마침 누가 우리 도하건축을 모함하는지 조사해달라고 할 참이었습니다.”양수영이 불쾌하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얘, 지금 책임 전가 하는 거니? 공사 책임자로서 일이 잘못되었으면 책임을 져야지. 별장 열쇠도 너희가 가지고 있고, 비밀번호도 너희밖에 모르잖니?유진아, 얘가 마음에 든다고 별장 공사를 맡긴 것까지는 내가 이해하겠다만, 책임 소재는 확실히 해야지.”“뭐? 유진이가 쟤를 좋아해?!”양 회장은 화가 나서 쓰러질 뻔했다. “쟤는 선우의 전 여자친구가 아니냐? 외삼촌이 되어 가지고 조카 녀석의 전 여자친구랑 어울리다니, 이런 망신이 있나?”양수영이 양 회장의 등을 두드리며 말했다.“진정하세요. 애가 젊고 예쁘니 남자들이 보면 혹하는 것도 정상이죠.”양유진의 안색이 매우 좋지 않았다.“여름 씨가 저를 어쩌려고 한 적은 없어요. 좋은 여자예요. 함부로 말씀하지 마세요.”“아주 홀랑 넘어갔구먼. 쟤가 집 꼬라지를 어떻게 해놨는지 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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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화

양유진은 바보가 아니었다. 어젯밤 누나의 행동이 수상쩍었다. 갑자기 집에 오더니 어쩐 일인지 바로 다음 날 아침 별장의 인테리어 상황을 보러 가자고 아버지에게 말했던 것이다.“이번 일은 제 쪽 사람의 문제입니다. 강 감독하고는 무관하니 일단 가서 쉬세요. 별장은 다시 안전 검사를 받고 공사를 지속할 수 있을지 연락드리겠습니다.”양유진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네, 대표님 믿고 가보겠습니다. 이런 일이 생겨서 속상하시겠어요. 유감입니다.”여름은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장 반장을 데리고 자리를 떴다.별장에 남은 양 회장은 멍하니 서 있었다. 양유진이 와서 말했다.“일단 집으로 모셔다 드릴게요.”차에 타면서 양유진이 양수영을 돌아보며 말했다.“누나, 선우 더러 우리 회사로 좀 오라고 해주세요.”동생이 이미 다 눈치챈 것을 알고 양수영이 당황했다.******1시간 반 뒤.진영그룹 회장실.한선우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런 빈집에 CCTV까지 설치했을 줄은 몰랐네. 미쳤냐고?’“삼촌….”통유리 밖을 바라보고 서 있던 양유진이 돌아서더니 ‘철썩’하고 한선우의 뺨을 내리쳤다.귀가 다 웅웅 울릴 지경이었다.삼촌에게 따귀를 맞을 줄은 생각도 못 했다.“왜 이러세요?”한선우가 믿을 수 없다는 듯 물었다.삼촌은 언제나 자신을 제일 사랑해 주는 사람이었다. 어떤 일이든 도와주고 감싸주고 보호해 주던 사람이었다.“왜 그런 것 같니?”양유진이 잔뜩 실망한 눈빛을 보냈다.“여자한테 복수하겠다고 내 별장을 물바다로 만들어? 네가 날 얼마나 우습게 봤으면 그런 짓을 해?”한선우는 반감이 확 올라왔다. 눈에 핏발을 세우고 소리쳤다.“강여름 때문이에요? 걔 때문에 절 때린 거예요?”“입 다물어. 일이 이 지경이 되었는데도 정신을 못 차렸구나. 좋아. 우리 그룹에서 너희 한주와 내년부터 진행하기로 했던 MOU는 전면 중단하겠다. 일전에 투자했던 자금은 전부 회수할 거야. 이제부터는 알아서 해라.”“그러시면 안 되죠.”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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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화

얼마 지나지 않아서 한준성이 노기 띤 목소리로 전화를 걸어왔다.“이 망할 놈의 자식! 대체 또 무슨 짓을 저질렀길래 외삼촌한테도 밉보였냐? 이제 진영그룹에서 자금을 철수한단다! 당장 기어들어 와!”******다음 날 아침, 여름은 양유진의 전화를 받았다.“같이 식사하고 싶은데 시간 있으신가요? 별장 문제로 상의 좀 하고 싶은데요.”“알겠습니다.”“식당 위치를 모를 테니 제가 모시러 가겠습니다.”양유진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여름은 양유진의 말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12시 정각에 양유진의 차가 1층에 나타났다.여름이 앉자 양유진이 밀크티를 건넸다.“미안해요. 어제 그런 일을 당하게 해서.”밀크티는 딱히 비싼 것도 아니었으므로 여름은 거절하지 않고 받아 들었다.“측근에게 뒤통수를 맞아서 마음이 안 좋으시겠어요.”“여름 씨 일 처리 정말 현명했습니다. 선우에게 너무 실망했어요. 전에는 그런 애가 아니었는데….”눈에는 한선우에 대한 괴로움도 담겨있었지만, 한편으로 여름을 향한 칭찬도 참을 수 없었다.여름은 가슴이 뻥 뚫리는 것 같았다. 한때는 자신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던가?따스한 햇살 같기만 했던 어린 시절의 소꿉친구가 언제부터 이렇게 되었을까?양유진이 차를 몰았다.“우리 진영과 한주의 업무협업도 모두 취소했습니다.“선우 오빠에게 적잖이 타격이 되겠는데요?”여름은 한숨을 쉬었다. 한선우가 그렇게나 원하던 한주그룹의 후계자 자리도 불안해졌을 터였다.갑자기 서글퍼졌다.돌고 돌았지만 결국 뜻밖에도 여름의 쓰레기 같은 전 남친을 손봐 준 것은 진짜로 외삼촌이 되고 말았다. 최하준이 아니라.한선우가 한주그룹을 계승하지 못하게 되어도 강여경이 그와 함께할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강여경이 한선우를 차버리고 다른 상대를 잡아버린다면 얼마나 흥미로울까.“기분이 좋지 않아요?”내내 여름이 한숨을 쉬다가 곧 울 것 같은 표정이 되다가 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너무나 귀여웠다.“좋기는 한데 아마도 어머님께서 또 찾아와서 부탁하시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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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화

‘우어어, 신이시여. 어떻게 제게 이런 시련을 주시나요?한선우의 외삼촌이 날 사랑한다는데, 저는 이미 다른 사람하고 결혼했다고요!’게다가 지금 여름은 온 마음이 상처투성이라 한동안은 도저히 사랑을 할 수 없는 상태였다. “저, 죄송해요. 저, 저는 대표님을 그냥 편안한 친구로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래도 다행이네요. 친구로는 곁에 있을 수 있어서.”양유진은 침울해졌지만 그래도 웃으며 말을 이었다.“괜찮습니다. 받아 달라고 고백한 건 아니니까요. 좋아하는 마음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여름은 마음이 아팠다.“그렇지만 저는 지금 연애를 하고 싶은 생각이 없어요. 일에 집중하고 싶습니다.”“저는 기다릴 수 있습니다. 뭐, 왔으니 일단 식사하시죠.”여름은 어쩔 수 없이 고개를 숙이고 메뉴판을 들여다보았다.******레스토랑 밖 교차로에 스포츠카 한 대가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다.보조석에 있던 최하준이 주의 깊게 창밖을 바라보다가 갑자기 동공이 지진이라도 난 듯 떨렸다.“좌회전해, 길가에 있는 저 레스토랑에서 먹자.”“안 돼. 기 팀장이랑 약속 있잖아.”이지훈은 최하준이 뭘 보는지 시선을 따라가 보고 바로 상황을 파악했다. 어쩐지 차 안 공기가 싸늘해진다 싶었더니 최하준의 질투심이 발동했던 것이다.“취소해 줘.”최하준이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이지훈은 하는 수 없이 시키는 대로 차를 돌렸다.두 사람이 레스토랑 입구에 나타나자 안내하던 직원이 흠칫했다.젊은 남자 둘이 레스토랑에 와서 밥 먹는 일은 드문 일이었다. ‘저 두 사람 혹시, 그런 관계인가?’안타깝다는 표정을 얼른 숨기며 직원이 공손하게 물었다.“커플석으로 안내해 드릴까요?”“됐습니다.”최하준은 아무 표정도 없이 여름이 앉아 있는 곳으로 그대로 걸어갔다.다가가다 보니 여름이 다른 남자와 식사를 하는 게 확실했다.‘나에게는 한 번도 저렇게 환하게 웃어준 적이 없는데, 젠장!’“어라? 저 사람 진영그룹 양유진 대표 아니야? 전에 너한테 회사 일로 의논하고 싶다고 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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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화

‘미모야 더할나위 없지만, 성질은… 차마 빈말로라도 좋다고 말할 수는 없지.’ 그러나 최하준이 왜 이런 곳에 있는지, 여름은 순간적으로 가방을 들고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앗, 두 분….”양유진은 놀라서 일어나 두 사람과 악수했다.최하준에게 손을 뻗었을 때 최하준은 거만하게 눈썹을 위로 한번 쓱 올렸다.그대로 몇 초가 흐르면서 양유진은 민망해졌다. 아마도 자신과는 악수를 하지 않으려나 보다 생각할 즈음 최하준이 손을 뻗어 악수했다.“죄송합니다. 제가 오늘 기분이 별로라서요.”양유진은 최 변호사와 몇 번 만난 적이 있었다. 특히 지난 번에는 진영그룹이 얽힌 소송을 한 건 맡아줬으면 한 적이 있었다. 처음에는 이야기가 잘 풀리는 것 같았으나 나중에 법률사무소 쪽에서 없던 일로 하자고 했었다.그래서 양유진은 최하준에게 그리 호감을 가지고 있진 않았다.최하준은 법조계에서 명성이 자자한 인물이니 체면을 세워줄 필요가 있고 혹시나 나중에라도 있을지 모를 협력의 가능성 때문에 함부로 할 수 없었다.그래서 양유진은 웃으며 물었다.“누가 이렇게 언짢게 했을까요?”최하준은 힘줄이 선명한 손가락으로 장미를 잡아 돌렸다.“여자들은 이런 유치한 걸 좋아하나 보죠?”여름은 아주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양유진의 점잖은 얼굴이 잠시 굳었다. 이 꽃은 방금 자신이 여름에게 준 꽃이었다. 그런데 ‘유치한 것’이라니. 자존심에 스크래치가 났지만 드러낼 수는 없었다.“누군가에게는 유치할 수 있어도 누군가에게는 영원히 마음에 새길만한 것일 수도 있지요.”“아~ 어쩐지. 내가 이런 걸 잘 몰라서 우리 와이프가 나를 두고 바람을 피우는구나.” 최하준의 눈 위로 기다란 눈썹이 짙은 그림자를 드리웠다.“푸헙!”여름이 마시던 주스를 뿜었다.양유진이 급히 냅킨을 건넸다. 여름은 인사를 하며 받아 들었다.“고맙습니다.”최하준은 가식적인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갸웃하고 여름을 바라보았다.“왜 그렇게 놀라시는 겁니까?”여름은 올라오는 화를 억누르며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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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화

가뜩이나 최하준과 약속 한 번 잡기도 어려운데 차마 거절을 할 수가 없었다.여름이 거절할 수 있을까? 하준의 악랄한 얼굴을 보니 아무래도 어려워 보였다.“별로 반기지 않으시는 것 같은데 우리가 두 분을 방해한 건가요?”최하준이 두 사람을 번갈아 보았다. “아닙니다.앉으시지요.”양유진이 메뉴를 갖다 달라고 직원을 불렀다.네 사람이 끼어 앉아서 먹으려는데 꽃까지 놓여 있으니 좁았다.여름이 자기 쪽으로 꽃을 당기려는데 최하준이 선수 쳐서 꽃을 들고 직원에게 건넸다.“이것 좀 저쪽으로 치워줘요. 내가 꽃가루 알레르기가 있어서.”여름은 잘못 들은 줄 알았다. 평소 여름이 꽃을 사다 집을 꾸밀 때 한 번도 알레르기라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는데, 일부러 그러는 것이 분명했다.“알레르기가 있었군요.”양유진이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네. 특히 분홍색 꽃 종류는 더 그렇습니다.”최하준은 태연하게 메뉴를 펼쳐 유유히 주문을 이어갔다.주문이 끝나자 양유진이 화제를 전환했다.“사실 제가 계속 궁금한 게 있었습니다. 최 변호사, 전에 왜 제 의뢰를 반려하셨는지요?”이지훈은 최하준이 너무 심하게 말을 할까 봐 얼른 나섰다.“그때 스케줄이 겹쳐서 어쩔 수 없었습니다.”고개를 숙이고 가만히 케이크를 먹던 여름은 그제야 최하준의 직업을 확실히 알게 되었다. ‘변호사였구나. 실력은 꽤나 좋은가 보지.’자신이 얼마나 바보짓을 했는지 그제서야 알았다.사람들이 말하는 ‘결혼하면 안 되는 상대 베스트 10’에 들어가는 게 변호사다.변호사와 이혼할 때는 ‘속옷 한 장도 못 건지고 몸만 빠져나와야 한다’고 하지 않던가. 사람들이 도리를 따질 때 변호사는 빠져나갈 법적 허점을 파고든다고.어쩐지 그렇게 자신 있게 10년이 지나도 이혼은 꿈도 꾸지 말라고 큰소리치더니 믿는 구석이 있었던 것이다.‘대체 내가 어떤 인간을 건드린 거야?어머, 잠깐, 이 인간이 무슨 짓이지?’최하준이 테이블 아래서 여름의 다리를 문지르고 있었다.여름은 얼굴이 빨개져서 최하준을 걷어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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