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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화

최하준은 굳이 붙잡지 않았다. 그저 픽 웃을 뿐이었다.

“내 말 한마디면 동성에서 내 이혼 수속 밟아줄 사람은 하나도 없을 겁니다. 못 믿겠으면 한 번 해보시죠. 그렇지만 그때가 되면 3년이 아니라 10년이 지나도 안 놔줄 겁니다.”

여름은 두 눈이 휘둥그레져서 최하준을 돌아봤다. 솔직히 자신이 뭘 그렇게 잘못했는지 알 수가 없었다.

보통 사람이라고 하기에는 이지훈 같은 유력가와 이상하리만치 친하고,

귀족적이라고 하기에는 슈퍼 카를 모는 것도 아니고 초호화 별장에 살지도 않는다.

“내가 그런 협박에 넘어갈 것 같아요? 설사 평생 이혼을 못 한다고 해도 당신 같은 사람이랑은 한시도 같이 못 살아요.”

여름은 냉랭하게 말하고 돌아서서 자리를 떴다.

어쨌든 이제 여름에게는 아무것도 남은 게 없었다. 겁날 게 뭔가!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는 여름을 보니 최하준은 케이크를 집어던지고 싶었다.

‘저 사람이 진짜!

나랑 결혼하고 싶은 여자들이 한둘인 줄 알아? 아무것도 모르면서.

이혼이라고? 꿈 깨시지.’

******

르 파코 호텔.

파티가 끝나고 양가 식구들이 모여 앉았다.

핸드폰으로 영상을 보는 한선우의 얼굴이 창백했다.

겨우 몇 시간이 지났는데 점심에 여름이 연회장에서 소동을 벌인 영상이 벌써 이렇게 퍼져나갔을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게다가 이상하게 빨리 퍼지고 있어 몇 시간 만에 1억 뷰를 기록하고 있었다.

“네 녀석이 뒤처리도 똑바로 못하는 바람에 내 체면까지 다 구겨져 버렸다.”

한준성 회장이 화를 내며 가버렸다.

“내가 니 아버지께 잘 말해 보마.”

양수영이 입술을 깨물며 급히 따라 나갔다.

남겨진 한선우는 주먹을 꽉 쥐었다. 눈에 시뻘겋게 핏발이 섰다.

“자기야….”

강여경이 걱정스럽게 한선우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한선우가 손을 거칠게 뿌리쳤다.

“오늘 네가 영상 바꿔치기한 거 아니야?”

한선우는 이미 호텔 쪽에 문의해 보았다. 그러나 홀 매니저는 영상실 CCTV 화면이 이미 지워졌다고 말할 뿐이었다.

게다가 이미경은 새로 들어온 간병인이었다. 그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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