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뜩이나 최하준과 약속 한 번 잡기도 어려운데 차마 거절을 할 수가 없었다.여름이 거절할 수 있을까? 하준의 악랄한 얼굴을 보니 아무래도 어려워 보였다.“별로 반기지 않으시는 것 같은데 우리가 두 분을 방해한 건가요?”최하준이 두 사람을 번갈아 보았다. “아닙니다.앉으시지요.”양유진이 메뉴를 갖다 달라고 직원을 불렀다.네 사람이 끼어 앉아서 먹으려는데 꽃까지 놓여 있으니 좁았다.여름이 자기 쪽으로 꽃을 당기려는데 최하준이 선수 쳐서 꽃을 들고 직원에게 건넸다.“이것 좀 저쪽으로 치워줘요. 내가 꽃가루 알레르기가 있어서.”여름은 잘못 들은 줄 알았다. 평소 여름이 꽃을 사다 집을 꾸밀 때 한 번도 알레르기라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는데, 일부러 그러는 것이 분명했다.“알레르기가 있었군요.”양유진이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네. 특히 분홍색 꽃 종류는 더 그렇습니다.”최하준은 태연하게 메뉴를 펼쳐 유유히 주문을 이어갔다.주문이 끝나자 양유진이 화제를 전환했다.“사실 제가 계속 궁금한 게 있었습니다. 최 변호사, 전에 왜 제 의뢰를 반려하셨는지요?”이지훈은 최하준이 너무 심하게 말을 할까 봐 얼른 나섰다.“그때 스케줄이 겹쳐서 어쩔 수 없었습니다.”고개를 숙이고 가만히 케이크를 먹던 여름은 그제야 최하준의 직업을 확실히 알게 되었다. ‘변호사였구나. 실력은 꽤나 좋은가 보지.’자신이 얼마나 바보짓을 했는지 그제서야 알았다.사람들이 말하는 ‘결혼하면 안 되는 상대 베스트 10’에 들어가는 게 변호사다.변호사와 이혼할 때는 ‘속옷 한 장도 못 건지고 몸만 빠져나와야 한다’고 하지 않던가. 사람들이 도리를 따질 때 변호사는 빠져나갈 법적 허점을 파고든다고.어쩐지 그렇게 자신 있게 10년이 지나도 이혼은 꿈도 꾸지 말라고 큰소리치더니 믿는 구석이 있었던 것이다.‘대체 내가 어떤 인간을 건드린 거야?어머, 잠깐, 이 인간이 무슨 짓이지?’최하준이 테이블 아래서 여름의 다리를 문지르고 있었다.여름은 얼굴이 빨개져서 최하준을 걷어찼
손가락 사이에 담배를 끼워 들고 벌건 눈으로 노려보고 있었다. 최하준이 담배연기를 후 불었다.담배꽁초를 근처 휴지통에 지긋이 눌러 끄고는 긴 다리로 성큼성큼 여름에게 다가왔다.“나 좀 봅시다.”최하준이 여름의 손목을 잡고 레스토랑 한적한 곳으로 끌고 갔다. 여름은 최하준에게 이끌려 술 창고 뒤편으로 갔다. 컴컴한 곳이었다. 남자는 여자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보이지 않는 위험한 기운이 숨도 못 쉴 만큼 둘을 압도했다.“뭐 하는 거예요?”여름이 최하준의 가슴을 밀어냈지만 꿈쩍하지 않았다.“내가 묻고 싶은데요.” 최하준이 밀어내는 여름의 손을 낚아챘다. 손이 뜨거웠다.“양유진과 시시덕거리니 즐겁습니까? 당신, 유부녀라는 거 잊었습니까? 이혼 운운하더니 벌써 새 애인이 생겼나 봅니다?”최하준이 모욕적으로 쏘아붙였다.“최하준 씨, 말씀이 지나치시네요.”가녀린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양유진 대표님과는 밥만 먹으러…”“밥만 먹으러 온 사람이 꽃을 줍니까? 그리고 밥 먹으러 왔으면 밥만 먹을 것이지 저 사람한테 왜 그렇게 활짝 웃는 겁니까?!”최하준은 말을 하면서 점점 더 화가 치밀어 올랐다. 여름의 얼굴을 보면 볼수록 왜 더 화가 나는 것일까.여름은 머리가 복잡해지고 가슴은 답답해졌다.“능력 있고 예쁘게 태어난 걸 어쩌겠어요? 이런 내가 좋다는데 그게 이상해요? 있는 매력을 없앨 수도 없고.”최하준이 피식 코웃음을 치며 입을 열려고 하자 여름이 재빨리 말을 가로챘다.“최하준 씨에게 내가 별볼일 없고 뻔뻔한 여자로 보인다고 해서, 내가 먼저 남자를 유혹해서 그 남자들이 마음을 주는거라 착각하지 마세요. 어쨌든 당신과는 이혼할 거예요. 다른 사람과 상관없이 최하준 당신하고 더 이상 같이 있고 싶지 않아요!”“같이 있고 싶지 않으시다?”최하준의 얼굴이 일그러지며 냉소를 지었다.“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내 침대에 들어오고 싶어 안달이더니, 이제는 같이 있고 싶지 않다? 이 말을 믿으라는 겁니까 지금?”그 날의 일을 떠올리자 여름은 속
급히 전화를 끊고 다시 고개를 들다가 최하준과 눈이 마주쳤다. 얼굴은 온통 발갛게 상기되어 있었다.달아오른 여름을 보니 최하준은 왠지 기분이 좋아졌다. 입꼬리가 섹시하게 올라갔다.“속이 안 좋으셨군요?”둘러 댄 말이 참으로 궁색하다. 그걸 콕 집어주는 최하준이 얄미웠다.“됐어요. 와이프가 다른 남자와 있는 게 싫으면 하루 빨리 이혼 서류에 도장 찍으시죠.”“협박입니까?”싸늘한 말투에는 가시가 돋쳐 있었다.“강여름 씨! 다른 남자와 만나고 다니다간 후회하게 될 겁니다.”여름이 지지 않고 대들었다.“최하준 씨가 변호사라는 거 알고 있어요. 날 사회에서 매장시킬 방법을 백 가지는 알고 있겠죠. 어차피 내 명예는 바닥이라 더는 떨어질 때도 없지, 간통죄도 폐지됐지. 난 위자료 줄 돈도 없어요. 돈도 없고 명예도 없는데 뭐 어쩌시게요?”눈을 똑바로 맞추고 당당하게 맞서는 여름의 모습에 웃음이 났다.“누가 위법이 아니라고 합니까? 혼인이 지속되는 한 아내는 남편에게 충실해야 하고 부당한 수법으로 상대방에게 관계를 강요해서도 안되죠. 강여름 씨는 몰래 약물을 이용해서 남편 신체에 상해를 가하려고 했어요. 이 모든 사실만 하더라도 족히 5년 형은 받을만 한데, 어떻게… 계속 해 보시겠습니까!”착 달라붙는 목소리였지만 나오는 한마디 한마디가 엄중한 경고 사격이었다.“……”여름은 얼음이 되었다.‘이런 식이다? 해보자는 거지?’“아참, 보아하니 당신은 법을 전혀 모르는 것 같군요. 또 다시 강여름 씨가 양유진 씨와 식사를 하면, 회사로 고소장 날아갈 겁니다. 이제 가실까요?”여름의 손을 잡아 끌고 싸늘한 웃음을 지으며 레스토랑을 나갔다. 오늘 최하준은 이지훈의 차를 타고 왔다. 이지훈은 지금 레스토랑에서 양유진을 상대하며 식사 중이다.최하준은 김상혁에게 데리러 오라고 연락할까 말까 고민했다. 여름이 최하준이 잡은 손을 뿌리쳤다. 그러고는 마침 버스 정류장에 서 있던 버스에 올라탔다. “거기 서요!”최하준이 서둘러 쫓아갔다.가까스로 버스에 올
순간 버스 안에 있던 여자들의 시선들이 모두 여름에게 향했다. 전생에 나라를 구했수? 하는 부러움과 질투의 눈빛들이었다. 여름은 어이가 없었다.‘뭐래? 갑자기 어디서 끼를 부려?’기분 나쁜 티를 있는 대로 냈다.“누구더러 여보래요? 소란피우지 마세요! 저는 모르는 사람이에요.”“여보, 화는 집에 가서 내고, 응?”최하준이 어쩔 수 없다는 듯 쓴 웃음을 지으며 주머니를 뒤지는 척을 했다.“진짜 지갑이 없나... 어? 이건가? 아, 이건 결혼 사진이잖아?”버스 안에 앉아있는 사람들에게 광고라도 할 참이었다.“진짜 마누라 맞구먼. 색시, 이제 그만하면 됐어. 깜박 속을 뻔했네 그려.”잠자코 앉아 있던 할아버지 한 분이 입을 열었다.“어여 버스 비 내요! 버스가 당신들 부부 싸움 하는 곳인 줄 알아?!!”버스 기사가 급기야 화를 내면서 말했다.“저런 남편이 있으면 안 먹어도 배가 부르겠네. 복에 겨워서 저러는 거지 원… 이제 됐으니 그만 해요!”아주머니 한 분이 옆에서 거들었다.“……”여름은 할 말을 잃었다.‘아… 이거야, 원.’‘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냐? 결혼 사진을 왜 가지고 다녀?’승객들 성화에 못 이겨 여름은 어쩔 수 없이 버스 비를 냈다.최하준은 여름의 가녀린 허리를 덥석 끌어 안더니 귓가에 대고 섹시한 저음으로 속삭였다.“자기야~, 고마워.”최하준의 뜨거운 입김이 귀를 간질였다. 승객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여름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노려보는 것 밖에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빨리 꺼지세요!’ 라는 눈빛을 쏘면서.최하준은 여름을 따라 버스 맨 뒷자리에 앉았다.여름은 그를 무시한 채 휴대 전화를 꺼내 양유진에게 톡을 보냈다.-정말 죄송합니다. 큰이모를 우연히 만나서요… 급히 나왔습니다. 최하준이 곁눈질로 문자 내용을 보았다. 속이 다시 부글거렸다.‘닉네임도 바꾸고…내가 보고 있는데도 양유진에게 톡을 보내? 나는 안중에도 없는 거야?’“이모가 생겼습니까? 아직도 그쪽 집안 사람들과 연락합니까
자리를 잡고서 여름은 가장 매운 코스를 주문했다. 각종 내장, 양고기, 소고기…음식이 다 나오자 천엽을 국물에 넣어서 후후 불어 입에 넣었다.‘음~ 이 맛이야.’최하준의 표정이 약올라 죽을 지경이다. ‘자기 먹고 싶은 것만 먹겠다? 나는 안중에도 없다 이거지?’예전같으면 최하준이 좋아하는 메뉴로 주문했을 터였다. 그리고 친절하게 ‘이렇게 먹어요, 저렇게 먹어요’ 하면서 먹여주었겠지?이제는 더 이상 최하준을 위해 세심하게 배려하지 않는다.여름의 눈에 최하준은 없으니까.가슴에 시린 통증이 느껴졌다. 시큰둥한 목소리로 여름을 불렀다.“고기 먹고 싶습니다.”“손이 없어요, 입이 없어요? 직접 드세요!”여름이 고개도 돌리지 않고 말했다.머리에 열이 확 뻗쳤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어느새 최하준은 젓가락을 들고 먹기 시작했다.고기 한 점을 입에 넣었다. 잘생긴 얼굴이 순식간에 붉게 달궈진 숯덩이가 되었다. 이를 갈며 말했다. “도대체 얼마나 매운 코스를 시켰길래 이럽니까?”“매운 맛 4단계.”“나를 못 먹게 하려고 아주 필사적이군요!”최하준이 냉소했다.여름이 미간을 찡그리며 얼굴을 들었다. 뜨거운 열기에 작은 얼굴이 발갛게 상기되어 있었다.“아니거든요. 나 원래 이렇게 매운 음식을 좋아해요. 그동안 당신 입맛에 맞추다 보니 집에서 매운 음식을 안 한 것 뿐이죠. 난 지금 매운 음식이 너무 당겨요. 딴 사람 신경 쓰느라 내 입맛을 희생하고 싶지 않다구요. 아시겠어요?”최하준이 심란해졌다. ‘매운 음식을 좋아한다고?’‘나랑 입맛이 같은 거 아니었어?’입맛이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이 사람의 태도였다. 여름의 태도는 최하준을 열 받게 했고 하는 말들은 모두 예전과 달리 얼음장이다.“이건 짚고 넘어가죠. 내가 언제 맞춰 달랬습니까? 강여름 씨가 나서서 그런 거지?”‘어쭈? 다 내 탓이라 이거지? 자업자득이 이럴 때 쓰는 말인가?’최하준을 탓할 게 아니라는 걸 여름도 알고 있었다. 그렇다 미련한 자신을 탓해야 한다. ‘눈이
’어쩔 수가 없었다’니 이 얼마나 츤데레인가! 이지훈은 어이가 없었다. “그래서, 여름 씨는 갔어? 먹고 널 이렇게 두고 혼자 간 거야?”“입 다물어.”최하준이 이지훈을 노려보았다. 차 안에서 눈을 감고 있었다. 최하준은 지금 통증으로 한마디도 하고 싶지 않았다.이지훈은 친구의 창백한 옆모습을 보고 몰래 사진을 찍어 여름에게 톡을 보냈다.-제수씨, 하준이가 제수씨랑 마라탕 먹다가 위장병이 도져서 지금 병원에 데리고 가는 중입니다. 하준이 너무 미워하지 마세요. 얘가 말은 안 해도 속으로 제수씨 엄청 생각합니다.”“너 지금 뭐 찍었냐?”최하준이 눈을 떴다. 이지훈의 휴대 전화를 낚아 챘다. 내용을 보고는 얼굴이 일그러지며 불같이 화를 냈다.“내가 누굴 생각해? 너 제정신이냐?”“이게 다 제수씨가 너한테 돌아가서 잘 챙겨주게 하기 위한 나의 빅 픽쳐라 이거야.”‘어휴… 옆에 있는 내가 더 힘들다. 좋아한다고 인정하는 게 그렇게 어렵냐.’ 이지훈의 농담에 최하준이 코웃음을 치더니 입을 닫아버렸다.그러고는 휴대전화를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그때 휴대전화를 알림이 떴다.여름이 ‘동성제일병원’의 전화번호를 보내왔다. 이어서 톡이 왔다.-동성에서 소화기 내과로는 가장 잘 하는 병원이에요. 접수부터 하고 얼른 데려가세요. 아, 맞다, 마라탕은 최하준 씨 자유 의사로 동석한거니 제 책임 아니에요. 피해 보상 같은 건 꿈도 꾸지 마세요.“……”이지훈이 차마 말을 하지 못하고 마른 침을 삼켰다. 최하준에게 조심스럽게 손을 뻗었다.“내 핸드폰 줄래? 새로 산지 얼마되지…”말이 끝나기도 전에 휴대전화가 창 밖으로 날아갔다.이지훈이 울상이 되어 말도 못하고 입술을 꽉 깨물었다. 화가 나서 눈에 뵈는 게 없는 친구에게 휴대전화를 배상하라고 따질 엄두가 나지 않았다. 적어도 지금은…최하준의 위경련이 멈추질 않았다. 게다가 마음은 더 쓰렸다.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여자 마음이 어떻게 그렇게 쉽게 변한단 말인가. 불과 얼마 전까지만
“전에는 오빠가 이렇게 자존심이 1도 없는 사람인 줄 왜 몰랐을까? 입찰 있던 날 건축위원회 앞에서 나한테 한 말 기억 안 나? 며칠 전 공사 현장을 물바다로 만들고 날 엿 먹이려고 한 것도 잊어버리셨나 봐? 일찍 발견했기 망정이지 조금이라도 늦었으면 피해 보상은 그렇다 치더라도 우리 회사 이미지까지 어쩔 뻔했어?!한선우! 악랄한 짓거리들 하나하나 소름 끼쳐. 추억이니 뭐니 들먹이지 마. 정말 일말의 죄책감도 없어? 어떻게 사과 한 마디 없이 그렇게 뻔뻔한 얼굴로 내 앞에 서 있을 수 있어?”한선우는 여름의 질책에 얼굴이 시뻘게졌다. 한마디 변명도 못한 채 입을 다물어 버렸다.사실 한선우도 화가 치밀어 올랐다. 요 며칠 조금 후회가 되기도 했지만 알량한 자존심 때문에 차마 고개를 숙일 수는 없었다.여름이 한선우를 빤히 보았다. 어쩔 수 없다는 듯 갑자기 한숨을 내쉬었다.“휴… 그만하자. 내가 너무한다고 생각하지 마. 투자금 빠지는 것 때문에 그러지? 그 돈만 틀어 막으면 해결될 문제잖아. 우리 아빠가 3조 정도 유동자산이 있는 거 내가 알아. 예비 사위니까 아마 사정을 얘기하면 도와주실 거야.”한선우가 어리둥절했다.“TH디자인그룹이 돈이 그렇게 많아?”“비밀리에 투자하신 데가 있는데 수익이 괜찮더라고.”여름은 말을 마치고 자리를 떠났다. 자리에 선 채로 생각에 잠긴 한선우를 힐끗 보고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여름이 준 정보는 사실이었다. 다만 TH에서 한선우를 도와 이 난관을 헤쳐나갈지는 자신도 알 수 없었다.한선우는 재빨리 차를 타고 TH디자인그룹으로 향했다.집안은 텅 비어 있었다. 가사 도우미 말로는 어제 세 식구가 해외로 여행을 갔다고 했다.가장 필요한 때에 휴가를 보내러 해외에 나가다니.한선우는 주먹을 꽉 쥐었다. 심호흡을 하고 강여경에게 전화를 걸었다.받지 않았다.이튿날 강여경에게서 전화가 왔다.“어쩌죠? 어제 비행기에 있어서 못 받았어요.”“왜 나간다고 미리 말 안 했어?”강여경은 억울해 하며 말했다.“여름이 일
한선우가 자신을 비아냥거렸던 사람에게 눈을 부릅떴다.“다시 한 번 더 말해보시지?”그 사람은 회사의 여성 CEO였다. 일어나서 직언을 퍼부었다.“제가 틀린 말 했습니까? 요즘 모르는 사람이 없습니다. 한선우 대표가 TH디자인그룹의 상속인이 되기 위해, 사귀던 여자 친구를 가차없이 버리고 다른 사람에게 정성을 쏟는다는 소문이 자자합니다. 이건 정말 우리 한주그룹 이미지에 먹칠을 하고 있는 셈 아닙니까?!”“그러니 회장님, 아드님을 좀 단속하심이 어떠신지요? 자리에 걸맞지 않습니다.”주주들 중 한 명이 한준성 회장에게 말했다.한준성 회장은 이미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 냉엄한 말투로 한선우에게 말했다.“한선우, 대표이사자리를 주원이에게 넘기도록 해라. 오늘 이후로 회사의 어떤 프로젝트에도 참여할 필요가 없다.”힌선우는 이 모든 것을 믿을 수 없었다.“아버지…”“너는 날 실망시켰다.”한준성이 자리를 떠났다.회의가 끝난 후 한주원이 한선우에게 다가와 싱글거리며 말했다.“형님, 마음 푹 놓으세요. 회사는 제가 자~알 운영하겠습니다. 회사 일은 걱정 마시고 편안히 쉬세요.”한주원이 회의실 입구를 나서는데 뒤에서 ‘퍽’ 하고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한주원은 씩 웃으며 더 이상 아무 말 하지 않았다.******한주그룹, 변화의 시작.이 소식은 순식간에 동성 전체에 퍼졌다.멀리 외국에 있던 강여경도 이 소식을 접했다. 화가 나서 컵을 깨부술 뻔했다.가까스로 화를 억누르고 이정희에게 안겨 울먹였다.“엄마, 이제 어떡해요. 선우 오빠가 한주그룹을 승계하지 못하면 어쩌죠? 그럼 한주그룹 대표이사 자리도 없어져 버려요.”이정희가 강여경의 등을 토닥였다. 마음이 찢어질 듯 아팠다. 딸이 이제까지 죽을 고생을 다 했는데 약혼마저 이 모양이니 말이다.“아무래도 여름이가 의심스럽다. 조만간 손 좀 봐줘야겠어.”“약혼자를 바꿔버려야겠어. 이 강태환의 딸인데 동성에서 제일 잘나가는 남자의 배필이 되어야지, 암.”강태환이 두 모녀를 바라보았다.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