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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화

여름은 쿡쿡 웃었다.

“바보라니? 오빠네 여경이는 똑똑하고 성실하고 우아하지만 나는 못되먹었잖아.”

여름이 비꼬는 말에 한선우는 얼굴이 빨개지고 부끄러워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었다.

“여름아, 널 다치게 한 거 진심으로 사과할게. 정말 미안해. 내가 평생 동안 너한테 속죄하면서 살면 안 될까? 네가 나한테 다시 온다면… 맹세해. 이런 실수 다시는 안 할 거야.

내가 너무 철이 없었어. 네 말이 맞아. 젊은 혈기에 눈에 보이는 게 없었던 거야. 이제 너만 있으면 돼.”

한선우는 여름을 애타게 바라보았다.

양유진 얼굴이 흐려졌다. 조카가 이렇게 자존심이 없는 놈인 줄 몰랐다.

문제는 이게 아니다. 여름의 마음이 움직일까 걱정이 되었다. 강여름과 한선우는 한때 사랑했던 사이가 아니던가.

“여름 씨, 잘 판단하셔야 합니다. 한 번 배신했으면 두 번도 가능…”

“외삼촌!”

한선우가 침을 튀기며 말을 막았다.

“삼촌이 여름이 좋아하는 거 아는데요, 감정이란 게 밀어붙인다고 능사가 아니에요. 여름이 마음속에 남자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저 밖에 없다고요.”

여름은 두 남자의 언쟁에 머리가 지끈거렸다.

“그만들 하세요! 한선우, 입 다물어. 나한테 상처 줄 일이 아직 더 남았어? 이걸로 부족해? 내가 누굴 좋아해? 사람이 염치가 있어야지! 이제는 당신 얼굴만 봐도 욕 나와. 시간을 다시 되돌릴 수만 있다면 차라리 모르는 채로 살고 싶다고!”

마지막 남아있는 영혼까지 짜내어 단호하게 쏘아붙였다.

여름은 두 사람이 떠드는 소리가 듣기 싫었다. 벌컥 문을 열고 차에서 내렸다.

“가지 마…”

한선우가 급히 막아 섰다.

“나한테 한 번만 기회를 줘. 다시는 널 배신하지 않을게.”

“저리 가. 건드리지 마.”

“데려다 줄게요. 선우야, 너는 그만 가봐라. 이번 일은 배후에 주동자가 있을 겁니다. 제가 해결해 보죠.”

양유진도 조심스럽게 말했다.

“괜찮아요. 제 일은 제가 알아서 할게요.”

한선우에게서 힘껏 팔을 빼내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걸어갔다.

한선우와 계속 같이 있다가는 속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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