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하려고 결혼했습니다의 모든 챕터: 챕터 1121 - 챕터 1130

1699 챕터

1122화

“하지용에게 처리하라고 해.”추동현이 담담히 말했다.“하지용이 동의할까요?”추명택은 확신하지 못하는 듯했다.“하정혜를 희생시킨다고 해도 하진그룹 쪽에서도 맹 의원과 송 의원을 건드리고 싶지는 않을 텐데요.”“내가 하진 쪽 약점을 잔뜩 쥐고 있으니 그걸로 위협하면 가능할 거다.”추동현은 잠시 말을 멈추더니 싸늘한 눈으로 추성호를 노려보았다.“너희들도 간단하게 생각해서는 안 돼. 죄를 모두 하정혜에게 뒤집어씌우기는 하겠지만 그렇다고 그 두 의원이 바보가 아닌 이상은 분명 우리를 의심할 게다.”“그, 그러면 어떡해요?”추성호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미끼를 던져야지.”추동현이 느긋하게 손가락을 딱딱 꺾었다.“맹 의원 집부터 시작해. 돈이면 귀신도 부린다고 했다.”“알겠어요, 알겠어. 삼촌은 정말 대단하세요!”추성호가 존경스럽다는 듯 감탄했다.추동현은 여전히 싸늘하게 말을 이었다.“다음에는 일을 벌이기 전에 머리를 써라. 네 놈 하나 죽는 거야 알 바 아니지만 우리 집안을 끌고 들어가지 말라고.”추성호는 난감한 얼굴로 고개를 푹 숙였다. 이번에는 정말 자신이 너무 무모한 행동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죄송합니다.”“최하준은 어지간한 특수부대 출신보다 실력 있는 녀석이야. 네놈의 그까짓 계략 따위로 죽일 수 있는 놈인 줄 아느냐? 꿈 깨.”추동현이 추성호를 노려보았다.“나가!”추성호가 후다닥 나갔다. 추동현이 걱정스럽게 말했다.“최하준이 이번 기회에 맹 의원 코인을 타게 되는 건 아닐까? 놈이 재기할 발판을 만들어 줘서는 안 되는데.”“애들 시켜서 최하준 주시하라고 하겠습니다.”******하준은 병원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그대로 회사로 출근했다.최란은 하준이 출근했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달려왔다.“집에 가서 쉬어라. 병원에서 나오자마자 출근이라니? 과로사로 죽고 싶니? 난 내 장례 치러줄 사람은 하나 있어야겠다.”하준이 눈썹을 치켜세웠다. 날카로운 말투지만 자신을 걱정하는 최란의 마음이 분명히 느껴졌다.“어머님 장례
last update최신 업데이트 : 2024-10-29
더 보기

1123화

“추신 쪽 사람들의 잔인함을 얕보지 마세요. 지금 놈들은 따르는 사람은 키워주지만 거슬리는 사람은 모두 망하게 만들고 있다고요”하준이 일깨웠다.“추동현을 찾아가지 마세요. 그런 자는 인간성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으니까요.”“그게… 무슨 뜻이니?”최란이 멍하니 물었다. 아무래도 하준이 뭔가를 아는 것 같았다.“이번 건이 추신 쪽에서 벌인 일이라면 추성호를 보호하기 위해서 하정혜를 희생양으로 내놓을 겁니다. 하정혜는 하정현의 동생이에요. 하정현은 추동현의 아이까지 낳아주었지만 추동성이라면 자기 여자의 친정을 희생시키는 짓도 서슴지 않을 겁니다. 두고 보십시오. 곧 아시게 될 거예요.”최란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추동현이 생각보다 훨씬 더 무서운 인간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오후에는 가디언 그룹 이사장을 만나기로 했습니다.”하준이 한마디 했다.“그래.”최란은 멍하니 입구로 걸어가다가 다시 돌아보더니 복잡한 듯 당부했다.“얘, 조심하렴. 난 이제… 자식이라고는 너 하나뿐이다.”하준은 쓸쓸한 최란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저도 모르게 휴대 전화에서 가족사진을 열어보았다.몇 년 전 최대범의 생일에 찍은 사진이었다. 온 가족이 모여서 찍은 사진이자 최양하와 자신이 함께 찍힌 유일한 사진이었다.조금 전에 하준은 차마 최란에게 최양하의 실종에 추동현이 관련 되어 있는 듯하다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전성이 나갈 때 하준은 지룡 안에 스파이가 있다는 의심을 져버릴 수가 없었다.FTT의 신제품 자료를 내부 스파이가 가져간 거라면 양하는 진짜 무고를 당한 셈이었다. 양하가 FTT를 배신하지 않자 추동현에게 버림을 받은 것이다.예전 같았으면 최양하는 추동현의 친아들이니 아무리 그래도 아들에게 손을 댔으리라고는 생각 안 했을 것이다. 그러나 어제 하준은 추 씨 집안사람들의 악랄함이 자신의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양하가 살아있으면 했다.“회장님, 맹지연 님 오셨습니다.”상혁이 갑자기 들어와 전했다.하준의 눈썹이 치켜올라갔다. 잠시
last update최신 업데이트 : 2024-10-29
더 보기

1124화

하준이 말을 뚝 끊었다.“맹지연 씨, 저는 맹 의원께서 나중에 추궁할 일이 없도록 하려고 당신을 데리고 탈출한 겁니다. 인사를 받을 이유가 없습니다.”맹지연은 이상하다는 듯 하준을 쳐다보았다. 호수처럼 깊고 평온한 하준의 너무 깊어서 그 속을 다 들여다볼 수가 없었다.그러나 하준이 진지하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이 남자, 점점 더 마음에 들어.’“하지만… 제가 감사하고 보답하고 싶다면요?”맹지연이 책상으로 걸어오더니 두 손으로 책상을 짚고 상체를 슬쩍 기울였다.하준은 의자에 앉아 있었지만 정면으로 맹지연이 가슴팍의 경치를 훤히 볼 수 있었다.그러나 하준의 눈은 조금도 동요하지 않았다. 오히려 목구멍으로 반감이 올라왔다.“저와 관련된 내용은 좀 찾아보셨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저는 성적으로 불구입니다. 다들 아는 사실입니다. 괜히 시간 낭비하지 마시죠.”“안 믿어요. 당신처럼 매력적인 남자가 그럴 리가 없지.”맹지연은 테이블을 돌아 다가서더니 그대로 하준의 아랫도리로 손을 뻗었다.하준의 표정이 확 변하더니 맹지연의 손목을 잡다 저지했다. 맹 의원의 딸만 아니었으면 애진작에 이 뻔뻔한 인간을 사무실에서 내쫓았을 것이다.“그냥 사실인지 알아보려는 것뿐이에요. 그렇게 긴장할 거 없어요.”맹지연은 전혀 민망한 기색 없이 입을 비죽 내밀었다.“흐응, 거짓말하는 거 아니에요?”“가서 기사만 찾아봐도 아실 겁니다. 구치소에서 칼을 맞아서 병원으로 이송되었습니다.”하준이 일어서더니 맹지연을 그대로 밀어냈다. “매주 병원에 가서 진찰받은 의료 기록이 있습니다.”맹지연은 진지한 하준의 모습을 보더니 멍해졌다. ‘이렇게 멋진 남자가… 안 된다고?’“괜찮아요. 내가 최고의 의료진을 붙여서 치료해 드릴게요.”맹지연이 하준에게 윙크를 했다.“그리고… 꼭 그게 아니더라도 내게 즐거움은 줄 수 있을 거라고 믿어요.”“……”하준은 이제 얼굴이 완전히 흙빛이 되었다.이렇게 노골적인 꼬맹이는 본 적이 없었다.맹지연은 큭큭 웃더니 우아하게 사무실에서
last update최신 업데이트 : 2024-10-29
더 보기

1125화

하준은 한참을 목이 메어 아무 말도 못 했다. 그러나 곧 마음을 다잡고 입을 열었다.“돈을 갚는 것만으로는 내 감사의 마음을 전할 수가 없지. 내가 괜찮은 레스토랑을 하나 알아뒀는데 점심때 시간이 괜찮은지…”“고맙지만 시간 없어.”여름이 단칼에 거절했다.“그러면 언제 시간이 되는데? 당신이 시간을 정해. 그러면 내가 맞출게.”하준이 즉시 물었다.여름이 짜증을 냈다.“당신한테는 영원히 내줄 시간 없어.”“공교롭게도 난 영원히 당신에게 시간 낼 수 있…”하준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전화는 끊겼다.하준은 휴대 전화를 보며 웃었다. 30초도 지나지 않아서 상혁의 휴대 전화로 계좌번호가 날아왔다.하준은 자기 휴대 전화로 은행 어플을 열더니 17,317,071원을 보냈다.******화신 사무실.여름은 입금 알림을 보았지만 전혀 돈을 돌려보낼 생각이 없었다.‘많이 보내면, 뭐?’그렇게 상처를 받고 이혼할 때 한 푼도 못 받은 것을 생각하면 천만 원이 아니라 1억을 보냈어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을 것이다.오전 11시, 임윤서가 전화를 걸어왔다.“오늘 아침에 본가에 갔었는데 어제 엘리베이터 사고는 인위적인 손상으로 발생했대. 맹 의원님 쪽에서 잡은 증거로는 하정혜를 가리키고 있다더라.”“하정혜라고?”여름은 이상하단 생각이 들었다.“하정혜가 추신의 충동질에 넘어가서 그런 짓을 할 정도로 덜떨어진 애가 그런 짓을 했다고?”“그러게. 양아버지 말씀으로는 아무래도 추신 쪽이란 관련 있는 것 같대. 그런데 아무래도 하정혜를 가리키도록 증거를 조작해 놓은 것 같대. 어제 하정혜랑 최하준이 말싸움한 것을 다들 보았던 지라 경찰에서도 이미 하정혜를 잡아다가 심문을 하고 있다네.”여름은 혀를 찼다.“쯧! 보아하니 추신에서 하정혜를 속죄양으로 삼은 모양이네. 그런데 맹 의원 쪽에서는 그냥 이렇게 넘어갈 거래?”“양아버지 말씀으로는 맹 의원 쪽에서는 더는 파지 않기로 했대.”여름은 깜짝 놀랐다.“추신에서 뭘 많이 먹인 모양이네.”“아마도 그런
last update최신 업데이트 : 2024-10-29
더 보기

1126화

하준은 사람의 정신을 쏙 빼놓을 매혹적인 웃음을 지었다.“손을 뻗어도 자기 손가락도 안 보일 컴컴한 어둠 속에서…”옆에서 보고만 있던 엄 실장은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는 것을 보고 하준이 뭔가 묘한 소리라도 할까 싶어서 얼른 끼어들어 하준을 끌고 구석으로 갔다.“회장님, 저희 대표님하고 이혼하셨잖습니까? 그러면 각자 잘 살아야지요. 여기까지 와서 이러시면 이상한 소문이 나서 우리 대표님 결혼 생활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습니다.”“그러면 좋은 거 아닙니까?”하준이 눈썹을 치켜세웠다. 부부 사이에서 이간질하는 혼외자 역할이라면 이미 배울 만큼 배웠다.엄 실장은 입가에 경련을 일으켰다.“아니, 사람이 그러면 안 되죠.”“그러면 난 사람이길 포기하지.”엄 실장이 말을 더듬었다.“아,아니. 사람이 아니면… 뭡니까?”“충성스러운 댕댕이?”하준이 아무렇지 않게 답했다.엄 실장이 입을 떡 벌리고 그 오만한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보았다.‘대체 무슨 일이 있어서 최 회장님이 이렇게 된 걸까?체면은? 이젠 그런 건 필요 없어진 거야?’“여름이가 들어오지 못하게 하면 여기서 기다리는 수밖에 없겠네.”하준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다른 사람들이 물어보면 난 어쩔 수 없이 어젯밤에 우리 강여름 대표가 내가 죽은 줄 알고 막 울었다고말해줄 수밖에 없지.”“……”엄 실장은 머리가 쭈뼜 섰다. 할 수 없이 돌아서서 가만히 여름에게 상황을 보고 했다.여름은 그 말을 듣더니 얼굴이 잿빛이 되었다. “그 인간이 하는 헛소리에 넘어가지 말아요. 난 운 적 없거든.”“대표님, 지금 제가 듣는 게 문제가 아닙니다. 지금 지나가는 직원들을 붙잡고 아무 말이나 마구 하고 있어요. 대표님의 명예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엄 실장이 더욱 소곤소곤 말했다.“그리고 제 생각인데 최 회장이 완전히 달라지신 것 같습니다. 인간이 할 짓이 아니라고 했더니 그러면 충성스러운 개가 되겠대요.”“……”여름은 이마를 문지르다가 결국 무력하게 말했다.“알겠어요. 그러면 사
last update최신 업데이트 : 2024-10-29
더 보기

1127화

“응, 아주 고급진 버전으로. 전에는 남자가 여자에게 신경 쓰는 방식을 잘 이해하지 못했는데 이제부터 배워보려고.”하준은 갑자기 여름의 앞에서는 자존심을 던져버리고 나니 다시는 집어쓰고 싶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여름은 완전히 어이가 없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하준이 올라오기 전에 대비를 하고 있었다.“좋아. 그렇게 개가 되고 싶다면 이거 먹어.”여름은 서랍에서 생고기를 꺼내더니 던졌다. 식당에 부탁해서 가져온 것이었다.하준은 날고기를 보더니 얼굴이 어두워졌다. 잠시 후 여름의 눈에 날고기를 들고 베어 무는 하준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여름은 눈이 튀어나올 지경이었다. 하준을 놀려서 모욕을 주면 물러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걸 정말로….벌떡 일어섰다.“최하준, 그… 그걸 진짜로 먹으면 어떡해? 난.. 그냥 장난으로….”날고기의 비린내가 코를 찌르고 들어와 토할 뻔했지만 하준은 어찌 어찌 꿀꺽 삼켜버렸다.“날 내보내려고 그러는 거 알아. 하지만 난 물러서지 않을 거야. 그냥 고기인데, 뭘. 이전에 애먹은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야.”그러더니 다시 고기를 씹었다. 하준이 웃었다.“아마도 전에 내가 미워서 날 씹어 먹고, 갈아 먹고 싶었을 거야.”“그만 먹어!”하준이 계속 날고기를 씹는 모습을 여름은 차마 더는 볼 수 없었다. 후다닥 다가가 입에 있던 고기를 빼앗아 쓰레기통으로 던져 버렸다.그 많은 일을 겪고 이제 많이 냉정해졌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요즘 다시 최하준에게 자꾸 당하다 보니 울컥울컥하는 감정을 다스릴 수가 없었다.“그래. 먹지 말라면 안 먹을게.”하준은 한껏 다정한 얼굴을 하고 웃었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한없이 달콤한 얼굴이었다.이런 인간 앞에서 여름은 완전 무방비였다. 머리가 아팠다.“최하준, 대체 몇 번을 말해야…”“내가 도시락 만들어 왔어.”하준은 자신이 만들어온 도시락을 꺼냈다.“어제 도와줘서 고마워.”여름은 저기압이 되었다.“당신을 상대하는 일이 만만치 않을 거라는 걸 진작에 알았어야 하는
last update최신 업데이트 : 2024-10-29
더 보기

1128화

다음 순간 양유진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아직 테이블에 차려진 도시락을 숨기지도 못했다. 그나마 꽃다발은 하준이 들고 간 상황이었다.“식사 중이었군요.”도시락을 보더니 양유진의 눈에 어두운 빛이 스쳤다.“최하준이 들고 왔던가요?”여름은 그렇다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그렇다면 왜 하준이 보낸 도시락을 받아먹었는지 해명할 말도 마땅치 않았다.“아뇨. 식당에서 올려보낸 거예요.”숨 막히는 2초가 흐르고 여름은 바로 화제를 바꾸었다.“최하준이 왔던 건 어떻게 알았어요?”“최하준이 회사에 와서 또 질척거릴까 봐 1층에서 직원들에게 혹시 최하준이 오면 내게 말해달라고 부탁해 놓았었거든요.”웃으며 말하던 양유진이 물었다.“갔나 보죠?”“네. 못 올라오게 했거든요.”그렇게 말하고 여름은 완전히 찔려서 어쩔 줄 몰랐다.“잘됐네요.”양유진의 눈이 반짝하더니 갑자기 웃었다.“사무실 향기가 좋네요.”“방금 향수를 뿌려서 그런가 봐요.”여름은 하준이 들고 왔던 꽃에서 나는 향기일 거라고 생각했다. 일단 거짓말을 하기 시작했으니 계속 꼬리를 물고 해나가는 수밖에 없었다. “저기, 식사했어요? 식당으로 내려갈까요?”안에 숨어 있는 시한폭탄 최하준을 생각하니 더는 사무실에 있을 수 없었다.“…그러죠.”양유진이 고개를 끄덕였다.“도시락 가지고 내려갈까요?”“됐어요. 유진 씨가 올 줄 알았으면 올려보내라고 하지 말 걸 그랬어요.”여름은 어색하게 웃고는 얼른 일어서 같이 내려가려고 했다.“잠깐만요. 화장실 좀 갔다올게요.”양유진이 갑자기 휴게실로 걸어갔다.여름은 너무 놀라서 심장이 목구멍으로 튀어나올 지경이 되었다. 그러나 양유진이 어찌나 빨리 움직이는지 적당한 말을 둘러 대 막기도 전에 문이 열려버렸다.그런데 휴게실에는 아무도 없었다.하준과 꽃도 보이지 않았다.안에 사람이 숨을 만한 공간은 옷장밖에 없었다.‘최하준이 옷장 안으로 숨었나?’여름은 튀어나올 듯 뛰던 심장도 어느 정도 진정이 되었다. 오버한 것인지 모르지만 최하준이 여
last update최신 업데이트 : 2024-10-29
더 보기

1129화

“그건… 좀 생각해 볼게요.”여름은 혼란스러웠다. 사실 양유진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하늘이를 대외적으로 자기 아들이라고 공개하면 양유진도 명실상부한 아버지의 역할을 줄 수 있다. 그냥 두었다가 최하준이 하늘이가 자기 아들인 것을 알게 되면 그 질척거리는 인간을 평생 떼어낼 수 없을 것이다.“생각하고 말고 할 게 뭐 있어요?”양유진은 실망스러운 듯했다.“하늘이도 생각이 빤한 아이에요. 말로 안 해도 다른 아이들처럼 엄마랑 자유롭게 돌아다니지 못하는 게 괴로울 거예요. 하지만 여름 씨에게 스트레스를 주고 싶지 않으니 차마 말을 못 하는 거예요.”여름은 숟가락을 꽉 쥐었다.하늘이가 어떤 아이인지는 자신이 누구보다 잘 알았다. 하늘이는 너무 철이 들어서 마음이 아플 정도다.“혹시…나랑 계속 함께할 생각이 없는 거라면 모를까….”양유진이 돌연 그런 소리를 했다.“……”여름은 심장이 철렁했다.‘아직 결심을 굳히지 못한 건가? 이미 유진 씨 집에 들어가서 살고 있는데도?’양유진과 관계를 가질 준비까지 되어 있는데도 유진은 각방을 고집하고 있고, 그동안 하준은 툭하면 나타나서 마음을 흔들고 있었다.“저도 하늘이가 얼마나 성숙한 아이인지 알아요. 그건 일단 하늘이 의견을 물어볼게요.”여름이 적당히 핑계를 댔다.“그래요.”유진은 더 할 말이 없었다.“오후에는 같이 쇼핑이나 할까요? 뭐 사고 싶은 거 없어요? 결혼한 지 한참 됐는데도 여름 씨에게 뭘 사준 적이 없네요.”“아녜요. 오후에는 중요한 미팅이 있어요.”마침내 거짓말이 아닌 사실을 말할 수 있었다.“그래요. 나도 회사에 가서 밀린 일이나 해야겠군요. 아내가 이렇게 워커홀릭이라니 어쩔 수 없군요.”양유진이 던진 농담에 여름은 더욱 죄책감이 느껴졌다.사무실로 돌아와 자기 휴게실에서 잠든 하준을 보다 죄책감은 극에 달했다.“최하준, 누가 여기서 자래? 나가.”여름은 화가 나서 하준을 잡아당겼지만 그 큰 몸은 무슨 말뚝이라도 박아 놓은 듯 꿈쩍도 하지 않았다.하준이 멍하니 눈을 뜨더
last update최신 업데이트 : 2024-10-29
더 보기

1130화

第1130章하준은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더니 바지도 벗기 시작했다.“샤워하려고.”여름은 턱을 떨어트리고 서 있었다. 하준의 바지가 바닥에 떨어지는 것이 또렷이 눈에 들어왔다.속옷을 입고 있기는 했지만 그 모습을 보고 나가 여름의 얼굴은 더 새빨갛게 달아올랐다.“뭘 그렇게 부끄러워해. 처음 보는 것도 아니면서.”하준은 장난스럽게 눈썹을 찡긋했다.“아니, 안 서는 남자는 처음 봐서 그렇지.”여름이 억지로 한 마디 뱉었다.가장 건드려서는 안 되는 약점이었지만 이미 있는 대로 충격을 받아서 하준은 오히려 무덤덤했다.“안 서면 뭐 어때? 그것 말고도 난 당신을 기쁘게 해줄 방법을 수만 가지는 알고 있어.”“…변태!”여름은 참지 못하겠다는 듯 하준을 노려보고 소리 질렀다.“옷 입고 꺼져! 누가 여기서 샤워해도 된대!”“어제 못 씻었더니 너무 찌뿌둥하다.”마지막 옷을 벗으려고 하준이 허리를 숙이자 여름은 더는 볼 수 없어서 문을 박차고 나가 버렸다.의자에 앉아서 여름은 한참 동안 분통을 터트리고 있었다.오 사장과 홍보 팀의 류 팀장이 와서 서울의 개발 프로젝트에 대한 일을 논의했다.휴게실에 있는 인간에게 신경을 쓰느라 여름은 미팅 내용에 집중할 수 없었다. 대충 얼버무리고 둘을 쫓아 보내려고 했다.그런데 어쩐 일인지 오 사장과 류 팀장은 일을 확실히 마무리 짓지 않으면 나가지 않을 기세였다.10분 뒤 갑자기 휴게실 문이 벌컥 열렸다.“자기야, 나 옷 좀 입혀줘.”하준이 허리에 분홍색 목욕 수건을 걸치고 맨발로 걸어나왔다. 머리는 아직도 축축하게 젖어서 물방울이 대흉근을 타고 흘러내리고 있었다. 진하게 풍기는 하준의 시원한 민트향에 자리에 있던 남자 둘까지도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였다.여름의 머릿속에서는 온갖 욕이 천만 개 뒤섞였다. 얼굴은 홍당무처럼 빨갛게 되었다. 땅이라도 파고 들어가고 싶었다.“오해하지 마세요. 지금….”“이해합니다. 이해해요.”오 사장이 얼른 말했다.“걱정하지 마십시오. 오늘 일은 절대로 한 마디도
last update최신 업데이트 : 2024-10-29
더 보기

1131화

여름은 이마를 짚었다.“손이 있는데 왜 혼자 못 입어? 일부러 이러지?”“아니야. 여기 팔 부은 거 안 보여?”하준이 퉁퉁 부은 오른쪽 팔을 흔들어 보였다.“팔을 굽힐 수가 없다니까.”여름은 그 팔을 보더니 코웃음을 쳤다.“아주 고생하시네. 그렇게 다쳤는데도 여기까지 와서 여우짓 하느라고.”“도와주기 싫다면 그냥 이렇게 하고 나가는 수밖에 없지.”하준이 한숨을 폭 쉬었다.여름은 완전히 노출된 하준의 몸을 보고는 머리가 아팠다. 이러고 나갔다가는 내일이면 여름과 하준에 대한 스캔들이 온 나라를 달굴 판이었다.결국 포기한 듯 휴게실로 들어갔다.“일단 들어와.”하준은 여름을 따라 들어가더니 찰칵하고 문을 잠갔다.여름은 잠긴 문을 한 번 보더니 수건만 한 장 걸친 하준을 노려보며 꽥 소리를 질렀다.“최! 하! 준!”“안 잠갔다가 누가 보고 우릴 오해하면 어떡해?”하준이 느긋하게 설명을 덧붙였다. 그러나 입가에는 미소가 걸린 것이 사뭇 눈꼴 시었다.“아 참, 바지도 좀 입혀 줄래? 고마워.”“…못 입혀줘.”여름은 눈 둘 곳이 없어서 짜증이 올라왔다.“자신 있으면 그러고 나가보시던지.”“그래. 그럼 갈게.”그렇게 말하면서 하준은 손잡이를 돌려 문을 열었다.문이 열리는 광경을 보고 여름은 후다닥 달려가서 문을 확 닫고 잠갔다.하준은 여름을 보며 은근히 웃었다.“미안해. 손 좀 빌려줘.”“아주 뻔뻔하기가 짝이 없어.”여름은 하준의 뇌 구조가 어떻게 된 것인 것 궁금했다.“아니, 나도 염치는 있거든. 하지만 정말 팔이 너무 아프단 말이야.”하준은 순진한 척하며 눈을 깜빡였다.여름은 어쩔 수가 없었다. 결국 옷을 안 입혀줄 수도 없어서 고개를 숙이고 억지로 입혀주었다. 다정한 손길은 아니었지만 하준의 입가에는 내내 흐뭇한 미소가 걸려있었다.특히나 부끄러움에 발그레해진 여름의 얼굴은 한껏 섹시해 보이기까지 했다.‘한때는 내 아내였는데 어쩌다가 이런 사람을 아껴주지 못하고 놓친 걸까.’여름이 셔츠를 입혀주려고 일어나자 하준
last update최신 업데이트 : 2024-10-29
더 보기
이전
1
...
111112113114115
...
170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