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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이혼하려고 결혼했습니다: Chapter 1101 - Chapter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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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2화

양유진도 오늘은 블랙 슈트를 입었다.근사하긴 하지만 최하준과 비교해보면 아무래도 2% 부족했다.슈트 입은 모습은 역시 최하준이 보기 좋았다.그렇게 넋을 놓고 보고 있는데 뒤통수에 눈이라도 달렸는지 여름 쪽으로 돌아보았다.여름은 얼른 고개를 돌려 찔리는 얼굴로 양유진을 바라보았다.자신의 이런 모습에 양유진이 기분 나빴겠다고 걱정했는데 양유진은 자신을 보고 있지 않았다. 양유진의 시선이 향한 곳은 유력인사가 모여있는 곳이었다.여름은 흠칫했다. 이때 양유진이 여름을 돌아보았다.“윤서 씨가 저쪽에 있네요. 가서 인사 좀 해볼까요?”“그래요.”여름도 마침 그럴 생각이었다.오늘 밤 윤서가 가장 주목을 받는 사람이었다. 몸의 라인을 따라 흘러내리는 드레스는 우아하면서도 기품 있었다.유력인사의 부인들이 윤서를 둘러싸고 웃고 떠들고 있었다.그러나 윤서는 여름을 보더니 바로 모두를 뒤로하고 여름을 맞으러 왔다.“왔어? 어머니, 제 제일 친한 친구인 강여름이에요. 이쪽은 남편이고요. 이분이 우리 어머니셔. 인사해.”“안녕하십니까?”양유진이 얼른 공손하게 입을 열었다.“진영그룹 대표인 양유진입니다.”“안녕하세요?”송태구의 아내인 임미정이 빙그레 웃으며 인사를 받았다. 시선이 여름에게로 향했다.“윤서에게 얘기 많이 들었어요. 앞으로 우리 집으로 자주 놀러 와요.”“네, 감사합니다.”여름이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임미정은 만족스럽게 바라보았다. 평소에 알랑거리고 비위 맞추는 인간을 하도 많이 보아서 여름의 눈 속에 담긴 순수한 감사의 마음을 알아볼 수 있었다.‘하지만 옆에 있는 남편이라는 사람은…”“둘이 할 얘기가 많을 테니 이야기 나누어요. 난 저쪽에 친구들이 있어서.”임미정은 웃으며 자리를 피해주었다. 말이며 행동이 더할 나위 없이 품위 있고 시원스러웠다.“양어머니께서 정말 잘해주시는구나.”양유진은 의미심장하게 임미정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예비 영부인과 관계를 잘 만들어 놓으면 앞으로 크게 도움이 되겠어.’“그래, 우리 어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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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3화

모두의 시선이 최하준과 여자에게로 향했다.그 여자는 하진 그룹의 딸인 하정혜였다. 하진 그룹의 장녀인 하정현이 추동현과 함께한다는 것은 다들 알고 있었다.머리가 잘 돌아가는 일부는 재빠르게 상황을 파악하고 바로 다가가서 물었다.“무슨 일입니까?”하정혜가 최하준을 가리키며 울먹였다.“최하준 씨가 혼자서 서 있길래 인사라도 해줄까 하고 다가가는데 말을 막 시작하자마자 날 희롱하잖아요. 그래서 자리를 뜨려고 했더니 내 손을 잡고 안 놓잖아요. 그래서 당겨지는 바람에 술이 드레스에 다 쏟아졌어요. 아니, 이래가지고 창피해서 어떡해?”그러더니 가슴을 가리며 훌쩍거렸다.“거참 뻔뻔하네.”한 젊은이가 하준에게 손가락질을 하며 욕했다.“망한 주제에 감히 하진 그룹의 금지옥엽을 건드려? 거울 좀 보고 추접스러운 모습 반성 좀 하시지!”“의원님 댁에서는 무슨 생각으로 저런 녀석을 초대하신 거지? 당장 사과하지 못해?”“……”너도나도 한마디씩 했다. 하준은 조소를 띤 얼굴로 듣고 있었다.하준이 그냥 거기 서서 쉬고 있는데 하정혜가 와서 지분거렸다. 귀찮아서 피하려고 했더니 하정혜가 혼자서 술을 쏟고는 모함을 하려고 든 것이다.“희롱당했다는 주장을 하기 전에 본인이 과연 그럴만한 사람인지 거울이나 한 번 보시죠. 내 안목이 그렇게 낮지는 않습니다.”하준은 씩 웃었다.“사과를 하라고요? 좋습니다. CCTV 한 번 돌려 보죠. 제가 잘못한 게 확실하면 사과하겠습니다.”“무슨 CCTV야? 분명 당신이 잘못해놓고.”어느 재벌 2세가 나섰다.“이제 FTT가 망하게 생겼으니 하진 그룹의 힘을 빌려서 어떻게 해보고 싶었나 보네.”“그러게나 말이야. 정현 씨에게 사과하기 전에는 여기서 못 나갈 줄 알아.”다들 하준을 둘러싸고 지적질을 시작했다. 아무 말 없이 보고만 있는 사람도 있기는 했지만 다들 강 건너 불구경하는 태도였다.하준은 곧 완전히 고립되었다.“무슨 일이야?”추성호와 추동현이 다가왔다. 추성호의 얼굴에 ‘고거 참 쌤통이다’ 표정이 가득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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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4화

윤서가 피식거리며 흘끗 쳐다보았다.“왜? 차마 못 보겠어?”“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여름이 흘겨보았다.“힘 있는 놈들이 갑질하는 게 꼴 보기 싫어서 그러지.”“어머, 네가 언제부터 그렇게 정의의 사도였어? 최하준이 전에 날 괴롭힌 백윤택을 변호했던 인간이라는 걸 난 아직 안 잊었다고.”윤서가 일부러 한마디 했다.“……”“아, 농담이야.”윤서가 갑자기 푸흣하고 웃었다.“나도 있는 놈들이 갑질하는 거 딱 질색이야.”여름은 황당했다.‘사람 들었다 놨다 하기는.’“기다려 봐.”윤서가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더니 위풍당당하게 걸어갔다. 최하준이 어느 재벌 2세의 팔을 꺾는 중이었다.“아야야!”재벌 2세가 허리를 꺾으며 비명을 질렀다.“아아, 사람 살려. 최하준이 사람 잡는다.”“나 같으면 부끄러워서 끽소리도 못할 텐데 거 시끄럽네.”최하준이 그의 손목을 확 꺾으며 서슬 퍼런 기운을 발산했다. 이 연회장에서 가장 괄시 받는 입장이라고 해도 화가 났을 때의 매서운 기운은 주변 사람을 충분히 두려움에 떨게 만들 수 있었다.아무도 최하준에게 손대려는 사람이 없자 추성호가 급히 사뭇 정의로운 척하며 외쳤다.“최하준, 당장 그 손 놓지 못해! 남을 괴롭히면서 뭐 이렇게 당당해?”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송윤구가 달려왔다.추성호가 다급히 소리쳤다.“송 회장님, 마침 잘 오셨습니다. 최하준이 하진그룹의 따님을 희롱하다가 저희가 뭐라고 한마디 했더니 저러고 사람을 괴롭힙니다.”“회장님, 저 좀 살려주세요. 손이 부러질 것 같아요.”손목이 꺾인 재벌 2세가 고통에 외쳤다.“빨리 최하준을 내쫓아 주십시오. 너무 안하무인이에요.”“맞아요. 조금 아까는 나도 밀쳤다니까.”“나도, 난 거의 넘어질 뻔했다고.”“……”다들 최하준이 무슨 천하의 몹쓸 짓이라도 했다는 듯 분노에 차서 손가락질을 했다.무슨 일인지 잘 모르는 사람들은 뒤에서 수군거렸다.“최하준이잖아? 송 의원 댁에서 어쩌자고 저런 사람을 불렀대?”“원래 양가의 사이가 좋았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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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5화

이때 임윤서가 나타났다. 송윤구의 팔을 살짝 잡으며 생긋 웃었다.“이렇게 내보내면 최하준 씨가 인정하지 못할걸요. 공정을 기하기 위해서 먼저 CCTV를 한 번 돌려 봐요. 그러면 시시비비가 정확하게 가려지지 않겠어요?”임윤서가 그렇게 말을 하자 다들 표정이 싹 변했다.최하준은 이상하다는 듯 임윤서를 쳐다보았다. 내내 임윤서는 자기를 싫어하는 줄 알았기 때문이었다.“그게 무슨 말씀이에요? 날 못 믿겠다는 건가요?”하정혜가 펄쩍 뛰며 억울하다는 듯 입을 열었다.“그러게 말입니다. 분명히 최하준이 먼저 손댄 거라니까요. 아우, 손목이 아직도 아프네.”손목이 잡혔던 녀석이 지껄였다.“내가 언제 여러분을 못 믿겠다고 했나요?”임윤서가 사뭇 억울하다는 듯 비죽거렸다.“최하준 씨가 인정을 안 하잖아요? 최하준 씨에게 변명할 기회를 주려는 게 아니에요. 여러분이야 별 상관없겠지만 이 일이 밖으로 알려지면 저를 위한 파티에서 최하준 씨가 쫓겨났으니 자칫 하면 제가 사람들에게 비난을 당할 거예요.”그 말을 들은 송윤구의 안색이 무거워졌다.“그렇구나. 우리 집은 내내 늘 공정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오늘 우리 윤서가 딸로 들어온 것을 알리는 길일에 그런 불명예스러운 누명을 쓰면 안 되지.”하정혜가 다급히 말했다.“임윤서 씨, 뭔가 오해하신 것 같네요. 이건 굉장히 단순한 일이에요. 여기 증인이 잔뜩 있잖아요. 내 말이 거짓말이 아니라니까요. 여기 아무나 잡고 물어봐요. 굳이 CCTV를 뒤져볼 필요 없다니까요.”“맞아요. 최하준이 하정혜 씨에게 술을 뿌렸다니까.”다들 부화뇌동했다.임윤서가 어리둥절한 얼굴을 했다.“CCTV 돌려 보는 게 그렇게 어렵지 않아요. 1분이면 되는걸요. 확실한 증거가 나오면 최하준 씨도 반박할 수 없을 거예요. 그러면 하정혜 씨에게 사과를 할 거예요. 그러면 내쫓기만 해도 감사해야 할 지경일걸요.”“CCTV 열어보는 것에 찬성입니다.”하준이 냉랭하게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하정혜는 완전히 당황했다. 다급한 시선을 추동현에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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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6화

“해결하고 왔어!”윤서가 그쪽으로 간 뒤로 여름은 흘끗흘끗 훔쳐보고 있었다.여름은 막 무슨 말을 하려다가 최하준이 이쪽을 보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멀어서 최하준의 눈빛이 다 보이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어색한 표정이 되었다.“괜히 가서 무슨 소리 한 거 아니지?”“난 아무 말도 안 했어.”윤서가 고개를 저었다.“아마 네가 자기 걱정하는 건 모를 거야.”“누가 최하준을 걱정한다고.”여름은 정곡을 찔린 듯 펄쩍 뛰었다.“아이고, 그래 봐야 난 다 알아!”윤서가 여름의 어깨를 와락 감싸 안았다.“그래도 한때 사랑했던 사람인데 쪼그라든 모습 보는 게 다른 사람하고 똑같은 심정이겠냐? 어쨌든 복잡하겠지. 꼴 보기 싫은 마음도 있겠지만 안쓰럽기도 하고… 그 이루 말할 수 없는….”“시끄러워. 유진 씨한테나 가 봐야겠다. 네가 헛소리나 자꾸 하니까.”여름은 당황한 듯 윤서를 밀어내고 걸어갔다.양유진을 찾으러 간다고 했지만 머릿속에서는 내내 임윤서의 말이 떠돌았다.확실히 예전에는 하준을 미워해서 최하준이 모든 것을 잃게 해달라며 저주했었다.그러나 정말 그렇게 되어 다들 최하준을 괴롭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그렇게 시원한 기분이 아니었다.그래도 자신이 최하준을 걱정한다는 것은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내가 무슨 최하준을 걱정한다고? 다 여울이 때문에 그런 거지.”한참을 돌아보다가 마지막으로 2층 다실로 양유진을 찾으러 갔다. 양유진은 풍채가 좋은 중년 남자 몇과 차를 마시고 있었다.사업하는 사람들 같지는 않았다. 한눈에 정계 거물이라는 사실을 알아볼 수 있었다.양유진은 그들과 어우러져 웃고 떠들며 공손하게 차를 따르고 있었다. 그 비굴할 정도로 공손한 모습에 여름은 흠칫하고 걸음을 멈추었다.뭔가 불편했다.양유진의 그런 모습은 거의 본 적이 없었다. 양유진이 언제나 우아하긴 했다. 지금 그 모습은 분명 다른 사람의 비위를 맞추는 모습이었다.그런 양유진의 모습은 너무 낯설었다. 사업하는 사람이 그렇게 누구 비위 맞추지 않고 사는 사람이 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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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7화

안에는 불이 켜져 있지 않았다. 남자의 몸이 여름의 몸 위를 덮었다. 코끝에 온통 하준의 냄새가 가득했다. 너무나 당황스러웠다. 목소리를 낮추고 위협하듯 말했다.“최하준, 사람을 이런 데로 끌고 오다니, 무슨 수작이지?”“맹 의원이 누군지 궁금하지 않아?”최하준은 여름의 말은 안 들린다는 듯 화제를 바꾸었다.여름은 움찔했다. 하준이 말을 이었다.“맹 의원은 나중에 아마도 국무총리가 될 거야. 양유진이 오늘 연회에 참석한 주요 목적이 맹 의원에게 꼬리치는 일이었을 거야.”여름은 완전히 깜짝 놀랐다.양유진이 그저 일개 권력자에게 잘 보이려고 하는구나 생각했는데 국무총리라니….“그리고 당신은 모르는 모양인데 맹 의원은 송 의원과 한배를 탄 사람이야. 양유진이 맹 의원과 관계를 잘 맺어 두면 송태구라는 큰 배에 올라탈 수 있게 되는 거지.”최하준이 고개를 숙이더니 부드럽게 여름을 바라보았다.“그거 알아? 맹 의원이 왜 양유진을 상대해 주고 있는지?”여름은 온몸에 소름이 돋았지만 아무렇지 않은 듯 뱉었다.“유진 씨가 원래부터 아는 분인지도 모르잖아? 그게 뭐 어쨌다고?”“아니. 양유진은 맹 의원과 전혀 친분이 없었어. 그런 거물과 직접 닿을 정도 깜냥이 아니었다고.”최하준이 담담히 말을 이었다.“오늘 송 의원 집안사람들이 당신 친구 윤서 씨의 체면을 바짝 세워주려고 했단 말이야. 그래서 정재계의 거물급 인사들을 하나도 빼지 않고 다 불렀지. 외부인들에게 자기네 가족이 얼마나 임윤서를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보려주려고. 그리고 그게 앞으로 임윤서의 지위가 되는 거야.”“그래서…”여름은 대체 최하준이 무슨 소리를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양유진은 당신이랑 같이 들어왔는데 바로 임윤서에게 환영을 받았지. 게다가 양어머니인 임미정 님에게 당신들 둘을 소개했어.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얼마나 눈치가 빠른 사람들인데. 바로 양유진과 예비 영부인이 아는 사이라고 생각한 거야. 그리고 오늘 밤의 주인공인 임윤서와도 안다는 거. 그러니 당연히 사람들이 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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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8화

“최하준, 대체 왜 이래, 진짜?”여름은 이제 힘이 다 빠졌다.“지금 당신이 얼마나 악명을 휘날리는지나 알아? 누가 당신하고 나하고 단둘이 따로 밀폐된 공간에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오해 산다고.”하준은 눈을 내리깔았다.밝은 달빛이 창으로 비쳐 들어왔다. 하준의 또렷한 콧날과 진한 속눈썹을 드러내며 조각 같은 이목구비를 선명하게 만들어 주었다.분명 서른이 넘었는데도 아무 말 없이 입을 비죽거리고 있는 모습을 보자니 겨우 스물 남짓한 애로 보였다. 마치… 버림받은 강아지 같은 느낌이었다.여름은 저도 모르게 윤서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한때는 죽도록 미워했지만 초라한 꼴이 되어 남들에게 괴롭힘을 받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어쨌건 한 때 사랑했던 사람이라 그런지 느낌이 남달랐다.지금은 여름의 마음이 조금 달라졌던 것이다.지금은 하준이… 짠한 마음이 들었다. 안쓰러운 마음이 심장이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안 돼! 자꾸 이런 생각 하면 안 되지. 내가 미쳤나 봐.’여름은 허리를 숙여 하준의 겨드랑이 사이로 빠져나가려고 했다.그러나 하준의 팔이 와락 껴안으며 도리어 여름은 하준의 품에 안기는 꼴이 되었다.아까는 그나마 하준이 팔로 만든 공간에 갇혀 있었다면 지금은 완전히 딱 붙어 있게 되었다.“최하준, 적당히 하시지!”여름은 완전히 화가 났다. 그러나 큰 소리를 낼 수가 없어서 아무리 화가 났어도 목소리는 낮았다.“서지도 않는다면서 툭하면 이렇게 나하고 얽혀서 뭘 어쩌겠다는 거야? 이렇게 이기적인 인간인 줄 알았으면 진작에 사람들이 쫓아내게 내버려 두는 건데!”하준은 눈썹을 치켜세웠다. 눈동자가 반짝 빛났다.“그러니까… 정말 당신이 임윤서를 보내서 날 구해줬다는 말이군?”여름은 짜증이 나서 입술을 깨물었다. “내가 워낙 선량한 시민인데, 하필이면 하정혜가 모함하려고 수작 부리는 것을 봐 버렸단 말이야. 당신을 좋아해서가 아니라 그런 저열한 수작을 참을 수가 없었던 거라고.”“그러니까, 계속 날 훔쳐보고 있었다는 말이잖아.”여름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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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9화

“내가 언제….”여름의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하준의 머리가 갑자기 위에서 눌러 내려왔다. 곧 여름의 입술은 하준의 입술에 완전히 덮여버렸다.여전히 젤리처럼 촉촉하고 탄력 있는 입술이었다. 오늘은 무슨 립스틱을 발랐는지 향기도 너무나 좋았다.처음에는 그냥 입을 다물게 할 생각이었지만 입을 맞추고 나니 사탕을 손에 넣은 어린아이처럼 도저히 놓을 수가 없었다.여름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정신을 차리고 힘껏 하준의 가슴을 밀어냈다.그러나 남자의 혀는 교활한 뱀처럼 얽혀서 떨어지지 않았다.점점 더 키스에 빠져들었다.여름은 화가 나서 하준을 꼬집었다.하준은 움찔했지만 지금 이 순간 여름은 완전히 매운맛이었다. 매워서 머리가 얼얼할 지경이지만 그런데도 맛보기를 멈출 수 없는 매운맛.이때 문 너머로 남자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양 대표, 차를 아주 잘 우리는구먼.”“맹 의원님께 차를 우려드릴 수 있어 영광이었습니다.”양유진의 목소리가 입구 쪽에서 울렸다.여름은 깜짝 놀라서 심장이 떨어질 지경이었다.이때 하준은 더욱 거칠게 입을 맞추어 왔다.하준이 손이 여름이 허리를 받치더니 잠긴 목소리로 물었다.“양유진에게 들키고 싶으면 소리쳐 봐.”‘소리쳐?뭐라고?지금 소리를 지를 수 있겠냐고?’양유진이 들어와 하준이 자신에게 입 맞추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되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나았다.하준도 자기가 얼마나 이기적이고 저열하고 지나친 짓을 하는지 다 알았다.그러나 매혹적인 여름을 맛보고 나자 중독이라도 된 것처럼 끊을 수가 없었다.어둠 속에서 남자의 낮은 숨소리가 계속 귓가에서 울렸다. 여름은 긴장한 나머지 숨도 크게 쉴 수가 없었다. 그저 양유진이 저쪽으로 멀어져서 하준을 밀쳐낼 수 있기만 바랐다.그러나 서서히 하준의 숨소리에 정신을 잃어가고 있었다.문 뒤에서 사람들의 목소리가 멀어졌다.한창 정신이 아찔한 가운데 갑자기 여름의 휴대 전화가 울렸다.여름은 깜짝 놀라서 얼른 하준을 밀어냈다.한참 취해서 정신을 놓고 있던 하준은 무방비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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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0화

여름은 멍하니 서 있었다.벼락이라도 맞은 듯한 얼굴이었다.‘왜 이래 정말… 죽도록 때리기라도 해야 정신을 차리려나?’여름은 이제 평온하게 살 생각은 그만둬야 하나 싶었다.“저기… 운명이라는 걸 좀 받아들이도록 해. 어떤 상처는 괜찮다고 해서 정말 괜찮아지는 게 아니라고.”여름은 하준의 그런 생각을 이성적으로 지워내려고 있는 힘껏 노력하고 있었다.“왜? 치료가 안 되면 어쩔 거야? 당신은 아무래도 이제 운명이랑 싸우지 말아야 될 것 같아. 정말….”반짝반짝거리는 여름의 눈이 순진하게 빛나고 있었다.모르는 사람이 보면 여름이 웬 불량 청소년을 계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일 지경이었다.하준은 온 정신을 집중해서 여름을 가만히 들여다보더니, 갑자기 웃었다. 딱 몇 마디를 덧붙였다.“당신을 맛보고 나면 ‘운명 따위 다 엿이나 먹어라’ 하는 기분이 된다고.”여름은 화가 났다.“내 의견은? 물어본 적은 있어? 당신은 괜찮은지 몰라도 나는 당신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용서할 생각도 없고. 예전에 당신이 내게 했던 비인간적인 짓을 생각해 봐.”“그래, 너무 비인간적이었지. 그래서 내가 남은 평생을 두고 갚으려고 해.”하준이 자신이 얼마나 치사한지는 인정하지만 그 동안 여름을 놓아주고, 여름이 원하는 대로 해주려고 해 보았지만 매일 반쯤 정신이 나간 상태였다.회사에서 일을 할 때도 불현듯 투지가 사라지기도 했다.“먹어. 이것만 먹으면 보내줄게.”하준은 다시 새 피임약을 꺼내 여름의 손에 놓아주었다.여름은 황당하기 그지없었다. 양유진과 관계를 가지지도 않는데 굳이 먹을 필요가 있겠는가?그러나 양유진과 관계를 가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굳이 하준에게 알리고 싶지는 않았다.결국 여름은 약을 받아먹더니 웃었다.“먹으면 먹는 거지. 어쨌든 매일 하고 있으니 오늘 안 되면 다음에는 임신하게 될 테니까.”순식간에 하준의 얼굴에 살기가 돌았다.진작부터 그럴 것이라고 예상하고 피임약을 먹인 것이지만 직접 여름의 입으로 그런 말을 들으니 가슴에 커다랗게 구멍이 뚫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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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1화

“화장실에 갔었어요. 맹 의원이랑 이야기 중이길래 방해하지 않으려고요.”여름은 되는 대로 변명했다.“그랬구나….”양유진은 마음이 훅 무거워졌다. 다른 여자 손님에게 혹시 화장실에 여름이 있는지도 물어봤었는데 여름이 없다는 말을 들었던 것이다.여름이 거짓말을 하는 게 분명했다.방금 하준의 모습을 본 듯도 했다.주머니에 넣은 손은 주먹을 꽉 쥐었지만 얼굴은 여전히 온화하게 웃고 있었다.“아, 오늘 맹 의원을 사귀었어요. 당신과 함께 보고 싶다고 하시더군요.”여름은 사실 그런 정계 인사들에게 인사를 하는 것이 그리 달갑지는 않았다.그쪽 사람들은 하나 같이 만만한 사람이 없다.그러나 양유진이 그렇게 말하니 어쩔 수가 없이 같이 인사를 갔다.접대를 하느라 적잖이 술을 마셨다.양유진이 많이 받아주기는 했지만 그래도 여름이 마신 양이 적지 않았다.중간에 양유진이 여름을 구석으로 데리고 가 잠깐 쉴 수 있게 해 주었다. 물을 따라주며 말했다.“미안해요. 너무 많이 마셨죠? 이제부터는 다 나에게 넘겨요. 여름 씨는 여기서 잠깐 쉬고 있어요.”“네.”여름은 고개를 끄덕였다. 술을 더 못 마실 상태는 아니었지만 정치인들과 술 마시는 것이 피곤했다.여름은 이제 돈은 쓸 만큼 충분히 벌었다는 생각이 들었다.남의 비위까지 맞추어 가며 더 위로 올라가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양유진이 부드럽게 여름의 머리칼을 쓸어주었다. 양유진이 돌아서 가려고 할 때 여름이 갑자기 등에 대고 물었다.“오늘 정계 사람들하고 안면을 트려고 온 건가요?”일순 양유진의 등이 뻣뻣하게 굳었다. 그러나 곧 고개를 돌리더니 미안하다는 듯 입을 열었다.“우리 의약품 쪽은 내부 정보를 얻는 게 굉장히 중요하거든요. 지금까지는 그런 정보가 좀 부족해서 수동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었어요. 이번에 튼 인맥으로 기회를 잡을 수 있게 되었어요. 하지만 당신이 걱정돼서 온 게 주된 이유였어요.”“응, 알았어요.”여름이 양유진에게 웃어 보였다.“다음부터는 그런 이야기도 솔직하게 해주세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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