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같이 자는데, 내가 한 번 잠들면 깨질 않아서….”하준은 곤란해졌다.‘아, 처음에 이불을 차낸다고 대충 말을 하고 났더니 이거 자꾸 말이 꼬이네.’“뭐라고?”여름은 화가 나서 하준을 노려보았다.“이래 가지고는 당신은 자격이 없어, 아…”‘아빠가 될 자격이 없어’ 소리가 튀어나오려는 걸 간신이 눌러서 참았다. 지금 여기서 ‘아빠’라는 말이 나와서는 곤란하다.“그래, 난 삼촌 자격이 없어.”하준은 별생각 없이 진지한 얼굴로 사과했다.“나도 여름이를 위해서 좋은 새아빠가 되어 주려고 노력은 하고 있는데….”“새아빠라니?”여름은 심장이 바르르 떨렸다.“양하도 없으니 이제부터는 내가 여울이 아빠가 되어야지. 이제 유치원 등하교도 다 내가 시켜. 밤에도 내가 데리고 자고, 책도 읽어 주고, 놀아주고….”한참 말하다 보니 하준은 자기가 너무 주절주절 혼자서 떠들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얼른 입을 다물었다.“그렇네. 애한테 잘해줘.”여름도 별다른 생각은 하지 않았다. 어쨌든 남들은 다 하는 아빠 노릇 아닌가? 게다가 여울은 하늘이와는 달라서 아빠의 사랑을 필요로 하는 아이였다.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여름이 다시 부탁했다.“하지만 기왕 아빠 역할을 하기로 결심을 했으면 책임지고 제대로 돌봐 주라고. 잠에 그렇게 마음 푹 놓고 자는 부모가 어디 있어? 어린애는 원래 밤새 이불을 차내니까 계속 덮어 줘야 한다고.”하준은 깜짝 놀랐다.“어떻게 그렇게 잘 알아? 애도 안 키워봤으면서….”여름은 움찔했지만 얼른 얼버무렸다.“나도 애를 가진 적은 있거든. 굳이 그렇게까지 말할 건 없잖아?”말실수 한 것을 깨닫고 하준은 얼른 입을 다물었다.“미안해….”“나랑 여울이는 자주 만나서 자주 데리고 잤었다고. 그러니까 알지.”여름은 이제 평온하게 말을 이었다.“돈 몇 푼 들인다고 애 키울 수 있는 게 아니야. 책임을 져야지.”“그래. 알겠어.”하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얌전히 귀 기울이고 수긍하는 모습을 보니 여름은 심정이 복잡했다.하준이 이렇
최신 업데이트 : 2024-10-29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