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하려고 결혼했습니다의 모든 챕터: 챕터 1071 - 챕터 1080

1699 챕터

1072화

하준이 여울이를 데리고 막 차에 타려는데 운전자가 물었다.“따님입니까?”“…네.”하준은 대충 답했다. 최양하가 실종되어 앞으로 자신이 여울을 친딸처럼 키우기로 했으니 딸이라고 해도 될 것 같았다.“정말 똑 닮았네요.”운전자가 웃었다.“네. 정말 많이 닮았죠.”하준은 마음이 복잡했다.“새로 이사 오셨나 봅니다? 이 근처에서 뵌 기억이 없어서….”“네.”그렇게 답하고 운전자가 차에 올랐다.두 차가 서로 교차해서 지나갔다. 하준은 그 차가 지나간 방향을 흘끗 보았다.‘저 위쪽은 예전에 우리 집인데.우리 별장을 산 사람인가?’그러나 하준은 지금 산장을 산 사람에게 관심을 가질 여력이 없었다. 여름이 양유진의 집으로 들어가 살게 되었다는 점이 신경 쓰였다. 양유진이 여름을 그저 바라만 보고 있을 리가 없었다.양유진의 품에 안겨있을 여름을 생각하자 누군가가 심장을 쥐어짜는 듯 아팠다.여름이 양유진의 아이라도 가지게 되면 정말 큰 일이다. 양유진은 위험한 인물이니 하준은 자신이 여름과 함께할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여름이 최란의 전철을 밟는 꼴을 두고 볼 수는 없었다.“여울아….”하준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내일 이모한테 전화해서 사고가 났는데 이모가 좀 와줬으면 좋겠다고 말해줄래?”여울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방금 울고 난 뒤라 촉촉한 눈을 그렇게 크게 뜨니 너무나 귀여웠다.“그러면… 안 되죠. 여름이 이모는 거짓말하는 사람 싫어해요.”“하지만 방금 사고가 났으니까 거짓말은 아니지. 여울이 깜짝 놀라서 막 울었잖아, 안 그래?”하준이 살살 순진한 여울을 꼬드겼다.“음, 큰아빠는 나쁜 사람이 되었구나. 여름이 이모는 이제 결혼했으니까 그만 포기하는 게 어때요?”하준은 힘없이 웃었다.“여름이가 좋은 사람이랑 결혼했으면 내가 축복해주지. 하지만 유진이 아저씨는 위선자야. 여름이 이모가 상처를 받을까 봐 너무 걱정된다고.”여울은 어리둥절했다.“아닌데? 유진이 아저씨 되게 착하던데.”“당연히 너에게는 잘해줬겠지. 너한테 잘해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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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3화

최란은 입을 꾹 다물었다.자기가 자기 발등을 찍은 기분이었다.“아 참, 우리 별장을 산 사람이 혹시 누군지 아십니까?”하준이 갑자기 물었다.“잘 모르겠어. 완전히 신분이 미스터리야.”최란이 미간을 찌푸렸다.“그건 왜 묻니?”“아무것도 아닙니다.”하준은 고개를 저으며 여울이의 손을 잡고 올라가는 최란을 바라보았다.테이블에 놓아두었던 휴대 전화가 울렸다. 모르는 번호였다.받아 보니 백지안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날 차단 목록에 넣어 두었나 봐?”“위자료 반환 연락했나?”하준이 싸늘하게 물었다.“아니, 쭌. 네가 뭔가 오해하는 것 같은데, 난 한 번도 널 해치겠다는…”백지안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하준은 전화를 끊어 버렸다.화가 난 백지안은 광분해서 마구 소리를 질렀다.송영식은 들어서다가 그 모습을 보고 완전히 깜짝 놀랐다. 그런 모습은 너무 낯설었다.“어, 영식아. 무슨 일로 왔어?”백지안도 나름 깜짝 놀랐다. ‘이놈의 수위가 아무 말도 없이 사람을 들여보냈잖아?’황급히 눈물을 몇 방울 짜내면서 멘붕이 온 척했다.“방금 쭌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마구 화를 내는 거야. 얘 이런 모습 너무 낯설고 무섭다. 헤어졌으면 친구로는 못 지내는 건가? 꼭 이렇게 원수처럼 지내야 해?”“하준이는 변했어.”백지안이 날뛴 이유를 이해하고 송영식이 고개를 끄덕였다.“내가 하준이를 보려고 찾아갔었는데 나도 안 만나주더라.”백지안은 가슴에서 치밀어 오르는 울분을 꾹 참았다.“그러면 주혁이를 만나보면 어때?”“…주혁이는 이번 일에 안 끼고 싶어 하더라.”송영식이 백지안을 보면서 우물쭈물 말했다.“주혁이는 네가 80% 정도는 하준이에게 돌려주면 어떤가 하더라. 사실 20% 정도만 받아도 평생 먹고사는 데 지장 없을 정도 금액이긴 하잖아?”사실 이주혁이 그런 말을 한 적은 없지만 차마 자기 입으로 대놓고 말하기는 힘들어서 친구 이름을 빌려 한 번 해본 소리였다.“지금 당장 그 큰돈을 뺄 수가 없다니까. 아 기금에 묶여 있어서. 아니면 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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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4화

결국 송영식은 차를 몰고 그 길로 오슬란으로 갔다. 회사를 한 바퀴 돌아보다가 직원 하나가 포장된 매운 닭발을 주렁주렁 들고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자, 자네는 임윤서를 서포트하는 친구 아닌가?왔다 갔다 회의할 때만 몇 번 봤던 사이인지라 갑자기 떠올리려니 이름이 도무지 떠오르질 않았다.“네, 추지현입니다.”직원이 답했다.“우리 총감님이 매운 닭발을 주문했다고 가져다 달라고 하셔서요.”“지금 이게…?”송영식이 추지현이 주렁주렁 들고 있는 봉투를 가리키며 말을 잇지 못했다.“어…네. 혹시 사무실에서 뭘 먹으면 안 된다는 규정이 있었나요?”추지현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당연히 사내에 그런 규정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임산부가 아닌가? 이렇게… 매운 걸 먹어도 되나?아니, 잠깐!!!’갑자기 어떤 생가기 머리를 스쳤다.“오늘 임 총감 출근했나?”“당연하죠. 휴가 기간도 아니고….”송영식의 얼굴이 더욱 굳어지는 것을 보고 추지현은 대체 뭐가 잘못된 것인지 혼란스러웠다.“그건 내가 가져다줄게요. 지금 어디 있지?”송영식이 닭발을 채갔다.“실험실에 계십니다.”송영식은 쿵쿵거리며 그 건물에 있는 실험실로 갔다.실험실에 들어서서 보니 하얀 가운을 입고 안경을 쓴 윤서는 고개를 숙이고 한창 재료를 배합 중이었다.윤서가 일하는 모습은 처음이었다.한 회사에서 일하긴 하지만 송영식이 실험실을 들리는 일은 거의 없었고, 윤서가 자신을 보러 왔을 때는 일하지 않는 상황일 때가 많았다.지금 임윤서는 안에 옅은 노란색 셔츠를 입었지만 흰 가운에 가려져서 완벽한 굴곡이 보이지 않았다. 가운을 입고 일하는 사람은 ‘최신 유행’이라는 단어와는 상당히 거리감이 있는 것이었다.그러나 그 진지한 모습은 연구원의 신성함이 느껴져서 전혀 가볍게 보이지 않았다.일하는 사람의 매력이란….발걸음 소리를 들었는지 윤서는 추 실장이 왔다고 생각하고 실험 결과를 들여다보면서 걸음 소리가 나는 쪽으로 손바닥을 내밀었다.송영식은 하얀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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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5화

“뭐라고?”윤서가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송영식을 노려보았다.“당신이 뭔데 남이 주문한 음식을 버려?”“뭐냐니?”송영식은 어이없다는 듯 윤서의 배를 내려다보았다.“당신 뱃속에 든 아기 아빠다! 아기를 위해서 너무 자극적인 음식을 먹지 않도록 당신이 먹는 건 좀 관리해야겠어.”임윤서는 두 손으로 태양혈을 짚었다. 지금 입이 너무 심심해서 뭔가 자극적인 것을 먹어 미뢰를 자극하고 싶었는데 송영식 때문에 다 망해버린 것이다.“그리고…”송영식이 말을 이었다.“임신한 사람이 뭐 한다고 실험실에 와서 일을 해? 가서 잠이나 자.”“잠은 개뿔!”임윤서는 어이가 없었다.“이제 겨우 5주인데 일도 못 하게 하면, 심심해서 죽으라는 거야? 우울증 걸리라고?”“다 당신을 위해서 하는 소리인데 그것도 모르고, 거참.”송영식도 씩씩거렸다. “보통 임신하면 다들 집에서 태교하잖아? 우리 아기는 앞으로 먹고살 걱정도 없을 거고, 우리 집에서 당신에게 섭섭하게 대하지도 않을 거라고. 평생 열심히 일 안 해도 이제 먹고 살 걱정 안 해도 돼.”‘우리 아기라…’‘우리’ 아기라는 말이 송영식의 입에서 나오자 윤서는 기분이 너무나 묘했다. 송영식과 이런 식으로 엮이게 될 거라는 생각은 해본 적도 없었다.복잡한 심경이 되었다.“왜 갑자기 말을 안 하고 그래?”윤서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자신을 쳐다보기만 하자 송영식이 이상하다는 듯 물었다.임윤서가 한숨을 쉬었다.“당신 집안에 빌붙을 생각 같은 거 없거든요. 우리 집만 있어도 내가 평생 먹고사는 데는 아무 문제 없는데 무슨…. 사람이 먹고사는 게 문제가 아니라 자아가 실현이 되어야지. 사람을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화장품을 개발하거나 노화를 막아주는 피부보호 제품을 만드는 것이야말로 나에게는 일종의 성공이라고. 쇼핑몰 같은 데를 돌아다니다가 내가 개발한 상품이 진열된 것을 보았을 때 느껴지는 자부심 같은 건 누가 나한테 줄 수 있는 게 아니란 말이에요.”“그래서…”송영식은 어리둥절 해졌다.“그러니까 난 임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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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6화

“크흠, 확실히 메이크업은 안 했구먼. 난 할 일이 많아서 이만 가볼 테니, 당신도 할 일 해. 아기가 피곤하지 않을 정도만.”송영식은 입에 주먹을 대고 가볍게 헛기침을 하면서 난처한 얼굴을 숨기고 나갔다.임윤서는 송영식의 뒷모습을 보면서 울컥했다.‘뭐야? 완전히 나랑 싸우자고 왔던 거잖아?’******사무실.송영식은 이달 영업 실적을 보고 받았다. 테이블 건너편에서 류 실장이 주요 도시에서 구체적인 실적을 보고하는 중이었다.류 실장은 서른 살로 정장을 입고 있었다.송영식이 고개를 들더니 손짓했다.“이리 좀 와 봐요.”류 실장이 전혀 경계심 없이 다가왔다. 송영식은 백지안만 좋아해서 다른 여자들은 돌덩이 보듯 하고 있어 여직원을 건드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서 여직원들은 송영식을 딱히 경계하지 않았다.“눈에… 메이크업했죠?”갑자기 송영식이 인상을 팍 찡그렸다.류 실장은 갑자기 민망했다.“코스메틱 회사니까 직원들에게 메이크업을 장려하고 있습니다만….”“이게 사람마다 다르구나. 어떤 사람은 속눈썹이 워낙 풍성해서 아이라인을 바른 것 같던데.”송영식은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임 총감님 말씀이세요?”류 실장이 웃었다.“총감님은 워낙 이목구비도 또렷해서 완전 외국인 같죠. 메이크업이 필요가 없는 미모잖아요.”“나름 유명한가 보군요?”송영식이 눈썹을 치켜세웠다.“그럼요. 완전 여신급이죠. 남자 직원들이 얼마나 따라다니고 싶어 하는데요.”류 실장이 생글거리며 답했다.송영식은 넥타이를 휙휙 당겨 풀었다. 위험하리만큼 눈썹을 치켜세웠다.“그렇구먼. 우리 회사는 사내 연애 금지 아닙니까?”류 실장이 흠칫했다.“그런 규정이 있었던가요?”“있죠. 내가 깜빡하고 말을 안 한 거지. 사내 연애는 업무 효율에 영향을 미치니까, 연애하는 사람들은 다 해고하도록 해요.”송영식이 싸늘하게 말했다.‘흥 내 아이를 가지고서 다른 남자랑 연애를? 그건 안 되지.’******오후 6시.임윤서가 겨우겨우 라벤터 성분을 추출해 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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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7화

사실 송영식은 적잖이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내가 가진 돈이 그렇게 적나? 고생고생해 가면서 신제품을 개발해 봐야 겨우 20~30억 버는데.”윤서는 황당했다.“오슬란 중역이라고 해도 연봉이 2억 정도인데, 대체 몇 년을 안 먹고 안 써야 모을 수 있는 돈을 그러게 우습게 생각하는 거지? 복에 겨워 요강에 똥 싸는 소리 하고 있네.”송영식은 깜짝 놀라서 커다래진 눈으로 윤서를 바라보았다. 어쩐지 마음이 치유되는 느낌이었다.‘가끔 울화통이 터지는 소리를 해서 그렇지 가끔 이렇게 가려운 데를 시원하게 긁어주기도 한단 말이야.’“어쨌든 돈은 많으면 많을수록 사람들이 다 좋아하잖아.”백지안 때문에 송영식이 마음 아파하는 것 같아 윤서는 심장 한 켠이 아팠다“너무 많아 봤자 그냥 통장에 들어있는 숫자일 뿐이잖아요? 우리 같은 사람이야 얼마든지 사치스럽게 살 수 있는데. 수백만 원짜리 가방에, 수천만 원짜리 구두, 호화 저택에 살면서 별장도 두고, 개인 전용기까지 다 가능하잖아?”하지만 이런 것들이 가능한 사람은 전 세계를 두고 봐도 10%도 안 된다고요. 나머지 90% 이상의 사람들은 여전히 삶을 영위하기 위해 고군분투해야 하거든.”들으면 들을수록 일리가 있었다.‘하지만 지안이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걸. 지안이가 임윤서 같은 생각을 하면 얼마나 좋을까…?’그런 생각을 하다가 송영식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아니,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잠시 정신을 파는 사이 임윤서는 가운을 벗고 가방을 챙겼다.“먼저 갈게요.”“…이봐, 잠깐만! 당신 집에 일해주시는 아주머니 어떤지 봐야겠어.”송영식이 갑자기 따라나섰다.윤서는 움찔했다. 이상한 표정이 스치고 지나갔다.“오늘 저녁은 이모님께 밥하지 말라고 했는데, 지현 씨랑 훠궈 먹으러 가기로 했단 말이에요.”송영식은 당황했다. 임윤서는 무슨 말이 나올지 알아채고 선수를 쳤다.“사 먹는 음식 위생적이지 못해서 아기한테 안 좋다고? 하지만 오늘은 훠궈가 너무 먹고 싶단 말이에요. 전에는 이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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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8화

송영식이 난리를 쳤다. 사실 꼬맹이가 윤서에게 부딪힐 뻔한 순간 심장이 떨어지는 줄 알았다. 그래서 거의 무의식적으로 윤서를 잡아 당겼던 것이다.아무래도 송영식은 생각보다 아이의 존재를 싫지 않은 듯했다.‘임윤서, 어떻게 이렇게 아이 가진 사람이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없는 거야?’“아야, 아파….”윤서가 갑자기 인상을 쓰며 중얼거렸다.송영식은 깜짝 놀라 긴장했다.“왜? 어, 어디가 아파? 배?”긴장된 나머지 윤서의 배에 손을 대고 물었다.“하혈이라도 있는 거 아니야?”“아니, 당신이 잡고 있는 팔이 아프다고.”당황해서 허리를 숙이고 자기 배를 여기저기 만지고 있는 송영식을 보며 윤서는 얼굴이 완전히 홍당무가 되었다.“…아….”송영식은 그제야 자기가 윤서의 팔을 잡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화들짝 손을 뗐다.“똑바로 말을 해야지, 사람 놀라게….”윤서는 복잡한 시선으로 송영식을 흘끗 바라보았다.“놀라기는? 애가 없으면 백지안이랑 만나는데 방해도 안 되고 더 좋은 거 아닌가?”“그래도 살아 있는 생명인데. 그렇게 가볍게 말하지 말라고. 무슨 냉혈동물도 아니고.”송영식이 중얼거렸다.윤서는 코웃음을 쳤다. “그쪽이 냉혈동물 모멘트였던 적이 어디 한두 번인가? 그저 백지안이랑 백지안 주변 인물만 좋다면 물불 안 가리고 별짓 다 하면서.”“…거 지나간 옛날얘기는 그만하지?”송영식이 부루퉁해서 답했다.“그렇게는 못 하겠네요.”윤서는 싸늘하게 송영식을 밀치며 그대로 걸어갔다.이후로 송영식은 장 보랴 윤서가 누구와 부딪힐까 봐 살피느라 정신이 없었다.차에 나서 송영식은 조그마한 불닭발 팩을 하나 내밀었다.“자!”윤서가 흘겨보았다.“이런 거 먹지 말라더니?”“딱 이거 하나만 먹어.”송영식이 달래는 말투로 말을 이었다.“전에는 미안해. 사과의 뜻을 받아줘.”안 그래도 아이돌 같은 얼굴인데 말투까지 다정하니 사랑스럽기 그지없었다.윤서는 잠시 멍하니 있었다. 갑자기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아이돌을 연호하고 덕질을 하는지 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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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9화

‘어디 그런 복이 나한테 있으려고. 송영식은 백지안 거라고요.어쨌거나 저런 남자한테 사랑받는 사람은 좋겠다.누군가에게 빠지면 절대 곁눈질도 없이 그냥 무조건 직진이잖아.자기 애한테도 무척 잘 주겠지. 배 속에 있는 요만한 녀석이 혹시라도 나쁜 거 먹을까 봐 전전긍긍이잖아.내 팔자는 왜 이 모양이람? 윤상원은 신아영이 홀랑 채가고.이제는 첫 경험을 어쩌다 보니 저 인간이랑 가졌는데, 문제는 송영식은 내 미모고 뭐고 다 필요 없는 인간이라는 거지.아무리 예뻐 봐야 소용이 하나도 없어.’윤서는 저도 모르게 배를 어루만졌다.‘아가, 네 덕분에 그래도 엄마가 저런 맛난 걸 먹을 수 있겠네.’******저녁 7시가 되자 윤서와 송영식은 함께 뜨끈뜨끈한 훠궈를 먹을 수 있게 되었다.자고로 훠궈는 같이 먹는 사람이랑 먼저 먹겠다며 다투며 먹는 게 제맛이다. 둘은 그야말로 투닥거리며 먹었다.둘 다 먹는 거라면 지지 않는 타입인지라 결국 둘은 사 온 것을 다 먹어 치웠다.“희한하네. 그렇게 먹는데 왜 살이 안 쪘지?”송영식이 윤서를 보면서 말했다. 백지안은 물만 먹어도 살이 찐다며 매우 가려 먹는 편이었다. 그래서 사실 백지안과 밥을 먹는 시간은 먹는 것 자체게 집중하며 즐기기는 힘들었다.“원래 이 언니는 아무리 먹어도 안 찐단다.”윤서가 장난스럽게 눈썹을 치켜세우며 답했다.실컷 먹어 만족스러운 얼굴에 매운 국물에 빨갛게 부은 윤서의 입술은 마치 방금 키스한 입술처럼 부어 있어서 자꾸 시선이 갔다.갑자기 아랫배 쪽으로 후끈한 열기가 몰리는 것이 느껴졌다.지난번에 윤서와 관계를 가졌던 날 밤이 어렴풋이 떠올랐다.‘그 가느다란 허리하며 적극적이던 그 모습이… 흠흠….젠장, 아니!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영식은 시선을 돌렸다. 짜증이 났다. ‘고기를 먹어서 그런가? 왜 이렇게 불건전한 생각을 하는 거야?’훠궈를 먹고 나니 9시가 넘은 시간이었다.윤서는 샤워를 하러 올라가려고 했다. 송영식은 아래층에서 조현미와 이야기를 나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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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0화

“꼬드기다니 무슨 말이지? 남의 약혼자를 두고? 그 말은 내가 그쪽에 해야 할 말 아닌가? 오밤중에 남이 약혼자에게 전화를 해서 보고 싶다니, 무슨 뜻이지?”임윤서가 눈썹을 치켜세웠다.“세컨드가 되고 싶은 거야?”“누구더러 세컨드래? 영식이가 사랑하는 건 난데!”백지안은 분이 치밀었다.“영식이는 지금 그냥 겉으로만 너랑 약혼한 척하는 것뿐이라고!”“겉으로 그런 척하다니? 무려 양가 부모님을 다 모시고 정한 명실상부한 약혼이라고. 게다가….”윤서는 갑자기 입을 막고 ‘읍! 읍’하는 소리를 냈다.“아우, 진짜. 입덧 때문에 죽겠네. 미안.”“이…임신을 했어?”백지안은 멘탈이 나갔다. 이게 무슨 청천벽력 같은 소리란 말인가!“영식이 애라고?”“아니면 누구 애겠어? 네 오빠 덕분에 애가 생겨버렸지 뭐야?”“말도 안 돼!”백지안은 전혀 진정할 수가 없었다.“영식이는 널 사랑하지도 않는데!”“그래도 애는 사랑하더라? 방금도 밥 해주고 갔는걸.”윤서가 트림을 했다.“음식 솜씨 좋던데. 음식 하는 모습을 보니까… 어쩐지 좀 반해버렸지 뭐야. 저렇게 괜찮은 남자를 너한테 그냥 주기는 좀 아깝더라.”“두고 봐. 임신했어도 다 소용없을걸.”백지안은 소리를 꽥 지르고 전화를 끊었다.분노에 날뛰는 소리를 듣고는 임윤서는 속이 다 시원에서 얼굴에 미소가 지어졌다.3년 전에 백지안이 윤서와 강여름을 얼마나 괴롭혔던가.‘이제 마침내 원수를 갚아보네. 아오! 속 시원해!헤헷, 여름이한테 자랑해야지~’그런데 여름은 윤서의 말을 듣더니 한동안 잠자코 있다가 야단을 시작했다.“너무 경솔했어. 백지안이 그렇게 만만한 상대가 아니라고. 녹음이라도 해서 송영식에게 들려주면서 네가 속으로 딴생각 품고 있다는 식으로 나쁜 이미지 심어주면 어쩔 거야?”윤서는 가슴이 철렁했다. 한참 만에야 겨우 대꾸를 할 수 있었다.“어떤 의미로 내가 꿍꿍이가 있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내가 송영식이랑 진짜 어떻게 해보겠다는 생각은 없는데?”“그러면 됐어. 네 생각만 정확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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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1화

송영식은 혼란스러웠다. 백지안의 통곡 소리에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보니 짜증이 올라왔다.‘임윤서, 속으로는 그런 꿍꿍이를 가지고 오늘 밤에 일부러 나에게 좋은 이미지를 심어 주었구나.’“너 나한테 왜 이래? 하준이한테 버림받은 것도 서러운데 너까지 날 배신하다니? 난 이제 어떻게 살아? 평생 절대 버리지 않고 나만 사랑해 주겠다며?”백지안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맞은 듯 뺨이 화끈화끈 달아올랐다.“미안해…. 나도 며칠 전에야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았어.”송영식이 고개를 떨구고 변명을 했다.“걔를 딱히 좋아하는 건 아니야. 하지만…우리 식구들이 수술을 못 하게 했어.”백지안의 동공이 확장되었다. 두 줄기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그러니까 그 아이를 낳겠다는 말이네? 나는 어쩌라는 거야? 여기서 물러 나야 해?”송영식은 당황했다.“아이는 낳아서 우리 어머니 아버지가 키우시게 할 거야. 임윤서하고도 얘기 다 했어. 결혼은 안 한다고….”“너 왜 이렇게 순진하니? 걔는 네가 자기를 사랑하지 않는 걸 알아서 애를 앞세워서 결혼하려고 하면 네가 반감을 가질 것을 알고 그걸 역 이용하는 거야. 네 가드가 내려가면 너랑 접점을 늘려서 널 유혹해가지고 우리 사이를 갈라놓으려는 거라고.”백지안이 구구절절 생각을 늘어놓았다.송영식은 완전 얼이 빠졌다. 임윤서가 그런 인간이라고는 생각지 않았기 때문이었다.“왜? 안 믿어져?”백지안이 서글프게 웃었다.“날 안 믿어줄 줄 알았어. 그래서 내가 방금 통화한 내용을 녹음해 놨었지. 들어봐.”백지안이 녹음 파일을 열자 의기양양한 임윤서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저렇게 괜찮은 남자를 너한테 그냥 주기는 좀 아깝더라.’는 부분이 되자 송영식의 얼굴이 완전히 일그러졌다.“억지로 시키고 싶지는 않지만, 그래도 나랑 사귀고 싶다면 그 아이는 남기면 안 돼.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다른 여자와 아이를 가지지 않았으면 해. 난 우리 사이에 태어난 아이만 있으면 좋겠어. 난 널 사랑하니까 널 독차지 하고 싶어.”백지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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