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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이혼하려고 결혼했습니다: Chapter 1061 - Chapter 10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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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2화

송근영은 아무것도 안 들린다는 듯 계속해서 평온하면서도 카리스마 느껴지는 말투로 이야기했다.“아이만 낳아준다면 저희 부모님은 평생 아무 걱정 없이 먹고 사실 수 있을 거고 리마도 승승장구 발전할 수 있을 거야.”“그리고 넌 우리 쿠베라의 주식을 보유하게 되고. 물론 우리 영식이랑 결혼하지 않아도 되고 결혼 후에 이혼을 해도 좋아.”“그러니까 결국에는 애만 달라는 말씀이잖아요?”임윤서는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왜 하필 저한테 이러시는 건데요? 세상에 여자가 저 하나뿐이에요?”전유미가 한숨을 쉬었다.“그 아이가 우리 집안의 첫 손주인데 난 정말이지 그 아이가 세상에 태어났으면 좋겠구나. 얘, 윤서야. 그 아이는 이미 생명이란다.”임윤서는 힘없이 웃었다.“하지만 저에게는 그냥 분열 중인 세포일 뿐이에요. 아직 아기로 보이지 않는다고요.”“내가 영식이에게 꼭 너와 아이를 책임지라고 하겠다.”송윤구가 진지하게 말했다.송근영은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내 말을 잊지 마. 아이가 없어지면 엄청난 결과가 기다리고 있을 거야.”임윤서는 미치기 일보 직전이었다.‘난 낳기 싫다고, 싫어! 대체 내가 무슨 죄를 지어서 이 집안이랑 얽힌 거야?’“얘, 우리 같이 집으로 가자.”전유미가 윤서의 손을 잡았다.윤서는 얼른 전유미의 손을 피하면서 고개를 돌렸다. 얼른 여름의 손을 잡아끌며 반대편으로 걸어갔다.찬바람이 부는 윤서의 뒷모습에 전유미는 마음이 아팠다.“내가 평생 살면서 누구한테 억지로 뭘 시켜본 적이 없지만 이번에는 꼭 쟤를 우리 영식이랑 결혼시켜서 영식이를 백지안의 손에서 꺼내야겠어요.”최하준이 백지안에게 수백억 대의 위자료 반환 청구 소송을 냈다는 소식이 전국을 뒤흔들고 있었다.최하준은 백지안과 관계를 가져본 적도 없고 심지어 영하를 몇 년이나 지원해주었는데 그 와중에 백지안은 다른 남자와 바람이 났었고 헤어지면서 최하준에게서 수백억을 받아 나왔다며 백지안이 얼마나 무서운 인간인지에 대해 사람들이 수군댔다.그런데도 어리석은 아들 녀석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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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3화

2시간 뒤.송영식은 긴급 호출을 받고 본가로 들어갔다.“할아버지, 급한 일이라니 뭡니까? 얼른 말씀하세요. 회사에 지금 일이 좀 많아서요.”송영식은 마음이 조급했다. 잠시 후에 FTT로 하준을 찾아갈 참이었다.‘젠장, 갑자기 지안이에게 고소장이라니 이제 돈이 없어서 미쳤나…?’“며칠씩이나 출근도 안 하고 백지안만 싸고도는 거 모를 줄 아느냐? 그래 놓고 회사 핑계를 대?”송우재는 송영식의 얼굴을 보니 그냥 등짝이라도 후려치고 싶은 심정이었다.‘어쩌자고 우리 집안에 이런 멍청한 녀석이 태어났어, 그래.’ “어떻게 하셨어요? 임윤서가 와서 나불댔군요?”송영식은 화가 났다.“입 다물어라, 이 녀석아! 윤서는 네 말은 일언반구 한 적도 없어.”송윤구가 책상을 탕 내리치더니 한숨을 푹 쉬었다.“어제 윤서가 병원에서 검사를 했는데 지인이 우연히 발견하고 걔가 임신 5주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네 아이야. 당장 윤서랑 결혼 서둘러라.”“말도 안 돼요.”송영식은 갑자기 화가 나서 얼굴이 일그러졌다.“임윤서, 이게 일부러 이러는구먼. 나한테는 피임약을 먹었다더니 날 속였어! 자기는 나와 결혼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그렇게 큰소리를 치더니 날 방심하게 만들어 놓고 기회를 노린 겁니다. 산전 검사도 일부러 지인에게 발견되게 조작해 놓은 거예요.”전유미는 도저히 들어줄 수가 없어서 가서 송영식의 등짝을 찰싹 때렸다.“아, 왜 때려요?”송영식은 믿을 수가 없었다. 어려서부터 전유미는 금이야 옥이야 하며 송영식을 키웠다. 한 번도 어머니에게 맞아본 적이 없었다. “임윤서에게 홀리신 거예요? 어떻게 그런 애 때문에 아들을 때릴 수가 있어요?”전유미는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대체 네 머리에 뭐가 든 거니? 어떻게 애가 이렇게 멍청이가 되었어?”화가 난 나머지 송우재가 씩씩거렸다.“어제 네 친구 주혁이가 보고 말해준 거다. 과동병원에 임상 지도하러 갔다가 발견하고는 나에게 말해주더구나. 그런데 윤서가 어떻게 일부러 주혁이에게 발견이 되겠느냐?”“게다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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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4화

‘아버지라….’그 말에 송영식은 움찔했다.전유미가 무거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그래. 지금 윤서 뱃속에서 요만하게 자라고 있는 중이란다. 유산을 쉽게 생각하면 안 된다. 그게 얼마나 크게 몸을 상하는 일인데.”“수술로 아플 사람은 네가 아니니 너한테는 쉬운 일로 느껴질지 몰라도 그 수술은 하고 나면 온몸이 다 상하고 말아. 어떤 사람은 수술하고 나서 다시는 임신을 못 하게 되는 경우도 있어.”“게다가 윤서가 나중에 누군가를 만났을 때 다른 사람의 아이를 낙태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그 사람 심정은 어떻겠니?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해 봐라. 다른 사람의 아이를 가졌던 사람이라면 어떤 마음이 들까….”그 말을 듣고 송영식은 할 말을 잃었다.본성이 나쁜 인간은 아닌지라 전유미가 조곤조곤 말을 이어가자 송영식은 살살 설득이 되기 시작했다.예전에 백지안이 하준이와 결혼하게 되면 아무나 잡아서 결혼을 해서 부모님에게 상처를 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한 적도 있었다.그러다가 백지안이 최하준과 헤어지게 되자 지안이를 행복하게 해주어야겠다고 맹세를 했었다.그러나 지금 다른 사람이 자신의 아이를 가져버렸다.‘대체 이를 어쩌면 좋지?’송우재가 평온하게 말했다.“난 너희가 어렸을 때부터 책임감을 느끼도록 가르쳤다. 네가 기본적인 책임감도 가지지 못한다면 사업을 하면서 어떻게 다른 사람에게서 신뢰와 존중을 얻겠니? 연애는 우리말을 안 듣고 네 마음대로 했을지 몰라도 우리 집안에 책임감 없는 자식은 필요 없다.”송영식은 깜짝 놀랐다.송우재는 계속 백지안과 사귀면 가족에서 추방하겠다는 말을 수도 없이 했었다.그러나 그때는 홧김에 한 말씀이었다면 지금은 단호하고 냉정했다.송영식도 잘 아는 바이지만 소우재는 책임감이 없고 사람 마음을 가지고 노는 사람을 제일 싫어했다.“네 자식인지, 백지안인지 하나를 골라라. 백지안을 고르겠다면 다시는 우리 집안에 남아있을 생각은 하지도 말아라. 설이고 추석이고 집에 올 생각도 말고, 문자도 톡도 하지 말아라. 족보에서도 그냥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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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5화

이주혁이 콧방귀를 뀌었다.“됐다. 어쨌든 지금 네 눈에는 백지안 밖에 안 보이겠지. 어쨌더거나 내가 경고하는데 네 등 뒤에 쿠베라가 없어지는 순간 백지안은 널 떠날 거야.”“웃기지 마!”송영식은 결국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너도 하준이랑 똑같아. 너희들 왜 사람이 이렇게 됐냐? 우리는 다섯 명이 다 같이 자랐는데 왜 이렇게 지안이를 미워하는 거야?”“그래. 온 세상 사람이 다 백지안에게서 등을 돌리는데 너 혼자서 걔를 지키고 있어. 그러면서 우리는 정신이 나갔고 너 혼자서 멀쩡한 것 같지? 그래, 지안이를 위해서 온 세상과 맞서 봐라. 아주 피와 뼈가 다 갈려 나갈 거다.”이주혁은 짜증이 났다.“난 수술 들어가야 해. 너랑 노닥거릴 시간 없다.”그러더니 무표정하게 나가버렸다.‘말을 하면 할수록 화만 나네.’사실 임윤서가 안쓰러운 기분이 들었다.송영식은 이주혁의 방에서 나왔다.터덜터덜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아래층은 소아청소년과였다.30세 남짓한 아빠가 예쁘장한 여자아이를 데리고 지나갔다. 여자아이의 눈이 까맣고 커다랬다. 그러나 어디가 아픈지 힘이 하나도 없었다. 그러나 여전히 너무나 귀여운 아이였다.아빠가 딸을 달랬다.“걱정하지 마, 딸. 의사 선생님이 우리 딸 목 봐주실 거야. 주사는 안 놓고….”갑자기 심장이 욱신거렸다. ‘그러니까 내가 지금 저렇게 귀여운 애를 없애 버리는 건가?아이씨!’송영식은 짜증스럽게 차를 몰았다. 어쩐 일인지 차는 임윤서의 집 앞으로 향했다.초인종을 누르자 문이 안에서 벌컥 열렸다.윤서는 청바지 위에 분홍색 잠옷을 입은 채 분노에 차서 송영식을 노려보았다.“사람을 왜 그렇게 노려봅니까?”송영식은 마음이 답답했다. ‘나도 노려볼 수 있거든. 나도 피해자라고!’“당신 때문에 엉망진창이야! 당신 식구들이 나한테 무조건 아이를 낳으래. 그런데 내가 당신을 노려보지 않으면 누굴 노려봐?”임윤서는 송영식을 보자마자 부아가 치밀었다.송영식은 코를 문질렀다. ‘어라? 진짜로 누나가 약을 바꿔치기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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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6화

윤서가 미간을 찌푸렸다. 전에는 윤서도 칼국수를 딱히 좋아하지 않았었다. 그렇게 비린내가 나는 음식을 왜 먹는지 이해를 못 하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요즘은 어쩐 일인지 바지락 칼국수가 너무나 땡기는 것이었다.이제서야 임신 때문이라는 것을 알았다.“웃기시네. 나도 안 좋아하던 건데 임신하고 나서부터 갑자기 좋아하게 된 거거든요. 우리 아기가 먹고 싶어 하는 거라고.”윤서가 당연하다는 듯 대답했다.“아니 내 아이가 이런 걸 좋아할 리 없어.”송영식은 두 말 않고 대접을 들고 화장실로 가더니 변기에 쏟아버렸다.윤서는 화가 났다.“칼국수 한 그릇이 얼마인지나 알고 이러는 거야!”“……”송영식은 당황했다.“비싸면 뭐 얼마나 비싸다고 난리야? 수십억짜리 복층 아파트에 살면서, 매달 월급은 수백만 원이지, 지난달에는 회사에서 보너스도 어마어마하게 받았잖아? 그런데 칼국수가 비싸다니 무슨 소리야?”“그럼 안 비싸다고? 라면은 한 봉지에 몇백 원밖에 안 하지만 칼국수를 시키면 몇천 원이라고!”“시끄러!”송영식이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경고하는데, 앞으로 내 아이한테 이런 냄새 나는 음식 먹이지 마!”“아이라고?”임윤서의 눈에 핏발이 잔뜩 섰다.“이 아이는 애초에 생기지 말았어야 했어. 당신 식구들이 막은 것만 아니었어도 벌써 이 세상에 없었을 거라고!”송영식은 마음이 괴로웠다. 어머니 말씀이 떠올랐다.“아이가 지금 당신 뱃속에서 요만하게 자라고 있는 중이라고. 그런 아이도 생명이니까 당신이 그런 소리 하는 걸 들으면 기분이 안 좋을 거야.”윤서는 움찔했다.‘요만한 게 기분이 안 좋다고?누굴 바보로 아나?’하지만 송영식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오니까 이상했다.“뭐야? 아이를 그냥 이대로 키우고 싶은 건 아니겠지? 당신 분위기가 아닌데?”임윤서가 이상하다는 듯 말을 이었다.“당신은 백지안이라면 식구들하고도 등지고 온 세상과 맞설 준비가 된 사람 아닌가? 백지안을 위해서라면 아이는커녕 부모님도 안중에 없으면서.”“……”‘아, 짜증 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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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7화

“아, 몰라! 내가 먹던 칼국수를 쏟아버렸으니까 벌로 밥 해줘요. 배고파.”송영식은 윤서의 배를 흘끗 보았다. 음식 같은 걸 해줄 생각은 없었지만 혹시 안 해줬다가 아기를 데리고 나가서 길에서 불결한 음식이라도 사 먹을까 봐 얌전히 가서 밥을 하기로 했다.그런데 냉장고를 열어보니 식재료가 거의 없었다. 그저 국수뿐이었다.한숨이 나왔다.“아니 어떻게 집에 계란도 하나 없나? 나중에 어떤 사람이 같이 살지 진짜 불쌍하네.”“만날 당신 회사에 가서 개처럼 일하느라고 바빠서 밥은 다 회사에서 먹거든요. 야근하고 돌아와서는 무슨 밥할 기력이 있겠어?”윤서가 당연하다는 듯 받아쳤다.“쳐다보지 말아요. 백지안도 뭐 나랑 별 차이 없을걸. 거긴 일하는 아주머니가 있잖아.”“쓸데없는 소리. 걔는 가끔 혼자서 해 먹는다고.”“뭐? 일주일에 한두 번 해 먹는 거? 그 정도는 나도 하거든요.”“……”송영식은 입을 다물었다.말로는 윤서를 이길 수가 없었다.결국 송영식은 국수를 끓였다. 한참 끓는데 윤서가 한마디 했다.“청양고추 듬뿍 넣어줘요.”송영식은 움찔했다.시큼한 걸 좋아하면 아들이고 매운 걸 좋아하면 딸이라고 옛날 어르신들이 했던 말이 생각났다.‘임윤서 배 속에 아기는 딸인가?’송영식은 반드시 아들을 낳아서 대를 이어야 한다 그런 고루한 생각은 없었다. 오히려 귀여운 여자아이가 좋았다.‘임윤서처럼 예쁜 아이를 데리고 다니면 엄청 귀엽겠지? 하지만 성격도 임윤서를 닮았다면….아니, 아니! 망상 멈춰!대체 무슨 상상을 하는 거야?아이를 낳을 생각을 하다니, 그러면 지안이는 어쩌란 말이야?’******오후 1시.송영식은 청양고추를 넣지 않은 비빔국수를 만들어 냈다.윤서는 흘끗 보더니 주방으로 가서 냉장고에서 청양고추가 들어간 시판 다대기를 꺼냈다.그러나 미처 다대기 통을 꺼내기도 전에 뒤에서 커다란 그림자가 다가오더니 송영식이 윤서의 손을 치우고 냉장고 문을 닫아버렸다.“임신했는데 이렇게 방부제가 들어간 걸 먹으면 안 돼.”윤서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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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8화

“됐거든요.”윤서가 고개를 흔들었다.“난 당신의 책임 같은 거 필요 없다고. 당신 집안에서 아이가 필요하다면서 날 협박하니, 낳으면 되지. 하지만 결혼은 안 할 거야.”송영식은 완전히 깜짝 놀랐다. 결혼도 안 하고 아이를 낳겠다는 생각이며 심지어 자신과 결혼도 안 하겠다는 데는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기뻐해야 맞겠지만 어쩐지 전혀 기쁘지가 않았다.“아니, 내가 그 정도로 싫다고?”“……”‘어, 당신 정말 별로거든.’윤서는 속으로 욕을 하고 나서 진지하게 말을 이었다.“전에 연애를 한 적이 있는데. 대학생 때부터 사귄 사람이었거든. 한 4~5년 사귀어서 양가 부모님과 서로 결혼 이야기가 오가던 사람이었지. 그런데 어느 날 자기 소꿉친구인 여자애 때문에 날 바람 맞힌 거야. 그게 한두 번이 아니었어. 보니까 그 인간 마음속에 1순위는 영원히 걔더라고.데이트를 할 때도 데리고 나오고,아프면 무조건 달려가서 간호해 주고….말로는 사랑하는 게 아니라 동생처럼 생각한다고 했지만 결국 참을 수가 없어서 헤어졌어. 그런데 헤어지고 나서 얼마 안 돼서 걔랑 사귀더라고.”“아, 헤어지고 나서 나는 너무 무서운 사람이라며 자기 소꿉친구가 진정한 사랑이라면서 나는 자기를 충분히 사랑해주지 않았다고 하더라고.”듣는 동안 송영식은 가슴이 저릿저릿했다.갑자기 윤서가 너무 안쓰러웠다.내내 자신만 힘든 사랑을 해 온 줄 알았는데 윤서도 똑같이 그렇게 아픈 사랑을 했던 것이다.“그래서 그 남자를 잊지 못했어?”“그건 아니지.”윤서가 고개를 저었다.“헤어지자는 말을 내가 꺼내긴 했지만 사실상 난 버려진 쪽이거든. 난 그런 기분을 또 느끼고 싶지는 않아. 아이 때문에 우리가 억지로 함께한다고 쳐도 당신 마음속에는 백지안뿐일 거잖아. 결국 또 버려지는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다고.”송영식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헀다.그저 윤서가 고개를 숙이고 국수를 먹는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자니 마음이 쓰린 것이 너무 복잡한 기분이 들었다.“그, 그러면 무슨 일 있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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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9화

여름은 전화를 끊었다.벨레스 별장으로 돌아가니 8시가 넘었다. 양유진은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었다. 온화한 얼굴에 낮은 목소리가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아버지 같았다.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죄책감이 들었다. ‘저런 사람을 의심하다니 내가 너무 했네.’이야기가 끝나고 나서야 양유진은 여름을 발견했다.“왔어요?”서경주아 여름을 흘겨보았다.“넌 엄마가 돼서 늘 이렇게 늦게 들어오고. 양 서방이 애들한테 너보다 더 잘하는구나.”“미안해요. 앞으로 더 주의할게요.”여름은 진지하게 사과했다.“괜찮아요. 여름 씨가 바쁘면 아이들은 내가 돌보면 되죠.”양유진이 담담히 웃었다.여름은 그런 양유진을 보면서 마음 속에 결심을 했다.******밤에 여름이 여울이와 하늘이를 데리고 침대에 누웠다. 여울이가 갑자기 말했다.“엄마, 할머니가 아까 전화했는데, 나 보고 싶대요. 증조할머니랑 증조할아버지도 내가 보고 싶대. 나는… 잠깐 다녀오고 싶어요.”“거기 뭐 좋은 게 있다고?”하늘이가 짜증스럽게 물었다.여울은 입을 비죽거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여름이 여울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그래.”하준의 집에서 여울이에게 잘해주기만 한다면 여울이가 친하게 지내도 상관없을 것 같았다.하늘이는 마땅찮다는 듯 콧방귀를 뀌더니 돌아누웠다.“아빠한테 내일 데리러 오라고 해줘요.”여름은 흠칫했지만 곧 고개를 끄덕였다.********다음 날 아침 7시 반.수위가 별장 입구에 하준이 나타났다고 연락했다.여름은 여울이에게 가방을 메어주고 손을 잡고 나갔다.하준은 입구 옆 나무 아래 서 있었다. 회색 양복을 입고 한 손을 주머니에 찌르고 있었다.여름이 나오는 것을 보고 하준은 마냥 바라보고 있었다.그렇게 가만히 바라보고 있자니 눈시울이 붉어졌다.여름은 하준의 눈가에 그림자가 드리워졌나 생각할 지경이었다.하준이 꽉 눌린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여울아, 큰아빠가 데리러 왔어.”여울은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말했다.“큰아빠 짝다리 짚으면 몸이 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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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0화

여름은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그러나 하준은 달랐다.며칠 동안 하준은 여름이 너무 보고 싶으면서 한편으로는 만날 것이 두려웠다. 그 이후에 너무 죽도록 여름이 보고 싶을 것 같아 두려웠다.“여름아, 미안해. 난 정말 아무것도 몰랐어….”하준은 어린애처럼 어쩔 줄 몰라 하며 변명했다.“나에게 그렇게 황당한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건 생각도 못 해봤어. 그 최면술은 정말 대단해. 내 모든 기억을 다 조작했거든. 심지어 내가 당신을 싫어한다고 기억하게 만들었어. 그래서 난 내내 몰랐던 거야….”“그래서 내가 당신을 용서해야 한다는 뜻인가?”여름이 갑자기 돌아섰다. 호수처럼 평온한 시선이 하준에게 떨어졌다.“난….”하준은 목이 메였다. 너무 마음이 아팠다. 눈시울을 붉혔다.“널 사랑해. 그 마음은 한 번도 변한 적이 없었어….”“푸흣!”여름이 웃었다. “최하준, 최면이 아니었더라도 우리는 진작에 헤어졌을 거야.”하준은 움찔했다.“그럴 리 없어.”“너무 우습네. 자기 기억 속에만 있는 사랑이라니. 실은 그전에 이미 우리 사이에는 균열이 일어나고 있었어. 당신 정신이 멀쩡할 때도 내 기분 따위 아랑곳 없이 백지안이랑 종일 붙어있고, 모임이 있어도 난 거의 데려가지 않았어. 당신의 세상에서 난 가장 하찮은 존재였다고.”여름이 지난 이야기를 털어놓기 시작했다.“당신은 당신 친구들이 멋대로 날 깔보고 공격하도록 내버려 뒀어. 나와 백지안 사이에서 당신은 늘 백지안 편이었어. 무슨 일이 생기기만 하면 내가 이유도 없이 난동을 부린다고 생각했고, 내가 임신을 한 뒤에는 말도 거의 안 하게 되었어. 심지어 집에도 안 들어오고 내게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았지.”하준의 눈썹이 바르르 떨렸다.하준은 자신들이 서로 사랑했는데 백지안이 최면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생각하고 있었다.그런데 그 이전부터 이미 여름에게 그렇게 지독하게 대하고 있었다니….여름이 말을 이었다.“백지안이 얼마나 무서운 인간인지 진작에 눈치를 채고 당신에게 너무 가까이하지 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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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1화

“당신은 진작부터 가만히 있지는 않았지. 다만 너무 잘 감추고 있을 뿐. 그 꼬리를 어디까지 숨길 수 있는지 한 번 두고 보자고.”그렇게 말하고 하준은 여름을 쳐다보았다. 끄떡도 하지 않는 여름을 보니 마음이 은근히 아팠다.뒷좌석 창문이 열리더니 여울이 머리를 내밀고는 짜증 난다는 듯 말했다.“큰아빠, 유치원 가야죠!”“그래, 가자.”하준이 차에 올랐다.떠나면서 백미러로 보니 양유진이 고개를 숙여 여름의 입술에 입 맞추는 모습이 들어왔다.힘껏 핸들을 잡았다. 손등의 힘줄이 시퍼렇게 올라왔다. 저도 모르게 엑셀레이터를 확 밟았다.여울이 깜짝 놀라서 비명을 질렀다.“꺄악! 너무 빨라! 무서워!”하준은 퍼뜩 정신을 차리고 급히 브레이크를 밟고는 사과했다.“미안하다.”“어른이면 점잖아야죠.”여울이 허리에 손을 얹고는 한마디 했다.“…네 말이 맞다.”하준은 저도 모르게 고개가 수그러졌다.여울은 그 모습을 보고 한숨을 쉬었다. 엄마가 이미 양유진 아저씨와 결혼했으니 앞으로 엄마를 따라 유진 아저씨와 살 생각을 아니 어쩐지 떠돌이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조그만 녀석이 무슨 한숨을 그렇게 쉬니?”꼬마가 어른처럼 한숨을 푹 내쉬는 모습을 보고 하준이 물었다.“아침에 들으니까 이제 이모가 유진이 아저씨네로 들어간대요.”여울이 갑자기 슬픈 듯 말했다.“이제는 마음대로 못 가게 되었어.”이때 급커브길이 나왔다.잠시 정신을 파는 와중에 검은 고급 승용차가 튀어나오는 것이 보였다. 무의식중에 브레이크를 밟았지만 너무 늦었다. 두 차량은 쾅 하고 부딪히고 말았다. 뒷좌석의 여울은 놀라서 엉엉 울기 시작했다.하준은 급히 돌아보았다. 다행히도 시트에 얌전히 안전벨트를 채워 앉혀놓았던 지라 다친 곳은 없어 보였다. 그러나 놀랐는지 얼굴이 하얗게 질려서 계속 울기만 했다.하준은 얼른 차에서 내려 뒷좌석으로 가 여울을 안고 나왔다.여울은 하준을 꼭 안고 대성통곡을 했다.고급 승용차 운전석에서 중년 남자가 걸어 나오더니 친절한 말투로 물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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