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됐거든요.”윤서가 고개를 흔들었다.“난 당신의 책임 같은 거 필요 없다고. 당신 집안에서 아이가 필요하다면서 날 협박하니, 낳으면 되지. 하지만 결혼은 안 할 거야.”송영식은 완전히 깜짝 놀랐다. 결혼도 안 하고 아이를 낳겠다는 생각이며 심지어 자신과 결혼도 안 하겠다는 데는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기뻐해야 맞겠지만 어쩐지 전혀 기쁘지가 않았다.“아니, 내가 그 정도로 싫다고?”“……”‘어, 당신 정말 별로거든.’윤서는 속으로 욕을 하고 나서 진지하게 말을 이었다.“전에 연애를 한 적이 있는데. 대학생 때부터 사귄 사람이었거든. 한 4~5년 사귀어서 양가 부모님과 서로 결혼 이야기가 오가던 사람이었지. 그런데 어느 날 자기 소꿉친구인 여자애 때문에 날 바람 맞힌 거야. 그게 한두 번이 아니었어. 보니까 그 인간 마음속에 1순위는 영원히 걔더라고.데이트를 할 때도 데리고 나오고,아프면 무조건 달려가서 간호해 주고….말로는 사랑하는 게 아니라 동생처럼 생각한다고 했지만 결국 참을 수가 없어서 헤어졌어. 그런데 헤어지고 나서 얼마 안 돼서 걔랑 사귀더라고.”“아, 헤어지고 나서 나는 너무 무서운 사람이라며 자기 소꿉친구가 진정한 사랑이라면서 나는 자기를 충분히 사랑해주지 않았다고 하더라고.”듣는 동안 송영식은 가슴이 저릿저릿했다.갑자기 윤서가 너무 안쓰러웠다.내내 자신만 힘든 사랑을 해 온 줄 알았는데 윤서도 똑같이 그렇게 아픈 사랑을 했던 것이다.“그래서 그 남자를 잊지 못했어?”“그건 아니지.”윤서가 고개를 저었다.“헤어지자는 말을 내가 꺼내긴 했지만 사실상 난 버려진 쪽이거든. 난 그런 기분을 또 느끼고 싶지는 않아. 아이 때문에 우리가 억지로 함께한다고 쳐도 당신 마음속에는 백지안뿐일 거잖아. 결국 또 버려지는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다고.”송영식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헀다.그저 윤서가 고개를 숙이고 국수를 먹는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자니 마음이 쓰린 것이 너무 복잡한 기분이 들었다.“그, 그러면 무슨 일 있으
Last Updated : 2024-10-29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