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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이혼하려고 결혼했습니다: Chapter 1041 - Chapter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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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2화

사람이 살면서 몇 가지 기억이 모호해질 수는 있다지만 그렇게 사랑했던 사람과 관련된 기억이 모두 사라진다는 것은 너무나 기이한 일이다.여름을 구하기 위해서 자신이 그렇게 몇 번이나 목숨을 걸었다니 너무나 뜻밖이었다.게다가 속이 다 뒤집어졌을 텐데 매운 음식을 먹으러 다니다니 믿을 수가 없었다.자극적으로 매운 음식은 절대로 입에도 대지 않는데….대체 예전에는 강여름이 어떤 의미였던 걸까?어서 자세히 여름과의 과거를 파헤쳐보고 싶었다. 그러나 불현듯 두려운 마음도 들었다.그렇게나 사랑하는 사람을 두고 기억이 다 편집되어서라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매몰차게 버리고, 아이들까지 잃게 만들었다.생각했던 것보다 여름에게 너무나 깊은 상처를 남긴 것이 아닌가!30분을 차에 가만히 앉아서 망설이다가 결국 임옥희를 찾아가기로 했다.임옥희는 전화를 받고는 곧 낡은 공책을 하나 들고나왔다. 하준을 보더니 반신반의하며 불렀다.“최 변호사님…?”“절 기억 하시나요?”임옥희의 얼굴을 보니 하준은 확실히 기억이 났다.“아유, 당연하죠. 제가 그 오랜 세월 남의 집 일을 했어도 두 분 같은 분들은 잊을 수가 없…”말을 하다 말고 임옥희가 갑자기 뭔가 잘못한 사람처럼 입을 막더니 다시 물었다.“죄송해요. 제가 주책맞게 그만 전 사모님 얘기를 꺼내 가지고….”“괜찮습니다.”하준은 심장에 욱신거리는 아픔을 애써 참았다.임옥희가 안절부절했다.“그런데 저는 왜 갑자기 찾아오셨어요?”“제가 전에 병을 앓으면서 동성에서 있었던 일을 거의 기억 못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좀 여쭤보려고요.”적당히 핑계를 댔다.“저와 강여름 사이에 있었던 일들을 좀 이야기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하준의 말을 듣더니 임옥희는 깜짝 놀라며 동정의 시선을 보냈다.“그러셨구나. 두 분 사이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야 저도 자세히는 잘 모르죠. 집안일 하는 사람이니까요. 그냥 제가 봤던 것만 말씀드릴게요. 어쨌든 두 분은 애증의 관계였달까요? 좋을 때는 그냥 뭐 죽도록 좋아하고 안 좋을 때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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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3화

“그러면 저랑 여름이랑… 부부관계도 좋았을까요?”하준이 낮은 소리로 물었다. 지금 자기 기억 속에는 여름이 너무 미워서 다가오거나 손대는 것조차 징그러웠다. 심지어 여름이 자신이 술에 취했을 때를 틈타서 임신을 했다고 생각했다.임옥희의 볼이 화끈 달아올랐다.“아이고, 그럼요. 뜨거웠죠. 사모님이랑 입 맞출 때마다 얼마나 좋아하셨다고요. 한 번은 변호사님이 다치셨었는데 사모님에게 뽀뽀를 해줘야 안 아프다고 거짓말까지 하셨다니까요. 사모님은 안 믿었지만…. 보는 제가 다 부끄러웠어요.”“고맙습니다….”하준은 한창 감상적인 기분이 된 채로 임옥희와 인사를 나누고 헤어졌다.임옥희가 해준 말은 전혀 기억이 없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지훈이 했던 얘기처럼 모두 사실이라는 것을 알았다.그저 자기가 강여름이라는 사람을 너무나 사랑했었다는 사실을 잊어버렸을 뿐.머릿속에는 그저 강여름과 관련된 나쁜 기억만 남아있었다.‘어쩐지 여름이가 다시 돌아왔을 때 먹어본 여름이 밥이 그렇게 맛있더라니. 이미 내가 뭘 좋아하는지 다 알고 있었던 거야.잠자리에서도 내가 좋아하는 건 기가 막히게 안다 싶었어.사랑했으니까.그런데 그렇게나 사랑하다가 잊었어. 잊어버릴 수도 있겠지. 하지만 지안이랑 사귀면서 여름이에게 이혼협의서에 사인하라고 압박하고 대외적으로 협의 이혼했다고 발표하라고까지 했어.백지안은 그렇게 죽어라고 감싸고 보호하면서 여름이는 가둬놓고, 아이까지 잃게 만들고.제일 친한 친구는 다치게 만들고, 아버님 병 치료를 걸고 여름이를 협박했었잖아.그 모든 걸 딛고 여름이가 돌아왔었는데.또 백지안 말만 듣고는 여름이의 보디가드를 해치고 또 가두어버릴 뻔했었네.확실한 증거를 갖고 오지 않았더라면 난 아직까지도 여름이를 최고의 못된 인간으로 생각했을 거야.난 여름이를 사랑할 자격이 없네.그렇게 여러 번 심하게 상처를 준 걸로도 모자라서지난번에는 섬으로 끌고 갔잖아.’두 눈에서 줄줄 쏟아지는 눈물을 컨트롤할 수가 없었다.태어나서 처음으로 비 오듯 눈물을 쏟았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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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4화

“사람이 살다 보면 실패할 때도 있고 그런 거지. 네 실력이면 법률 방면이든, 금융 방면이든, 뭘 해도 동성에서 금방 자리 잡고 내로라하는 인사가 될 거야.”“그런 게 아니야.”하준은 맥주를 따더니 벌컥벌컥 들이켰다. 눈시울은 붉어진 채였다.지훈이 깜짝 놀랐다.“야, 왜 이래?”하준을 알고 지낸 지 십수 년이지만 이렇게 낙담한 모습은 처음이었다.“네가 뭘 알아? 난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을 잃어버렸다고.”하준이 고개를 들더니 씁쓸하게 말했다.“지훈아, 나랑 여름이가 만나고, 사귀고, 서로 사랑했던 이야기 좀 해 주라. 듣고 싶다.”“그러자. 네가 막 동성에 왔을 땐데….”하준이 왜 갑자기 여름의 이야기를 해달라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지훈은 하나도 빼지 않고 자기가 아는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결국 이야기를 듣던 하준은 잠이 들었다.지훈은 결국 송영식에게 전화를 걸었다.“너희들이 그러고도 친구냐? 하준이한테 그런 큰일이 생겼으면 너희들이 좀 더 바짝 붙어 있어야 하는 거 아니냐? 애가 얼마나 답답하면 동성까지 와서 술을 푸냐고?”“하준이 거기 갔어?”송영식은 속상했다. 아침에야 백윤택이 하석윤을 시켜 하준을 때렸다는 얘기를 듣고 백윤택의 행방을 쫓던 중이었다.“그래.”지훈이 답했다.“너랑 하준이가 백지안을 사이에 두고 좀 삐걱거린 건 알겠지만 너희도 어릴 때부터 친구잖냐? 우리가 언제 우리 중에 한 명에게 무슨 일 생겼을 때 서로 등 돌린 적 있었냐?”“넌 무슨 말을 그렇게 섭섭하게 하냐? 그래, 전에는 하준이가 피도 눈물도 없는 놈이라고 생각했던 건 맞는데 지금은 하준이에게 큰일이 생겼잖아. 나도 이게 얼마나 심각한 건지는 안다고. 내가 무슨 기분 내키면 술이나 마시는 술친구 같은 건 줄 아냐?”“그래. 네가 그렇게 생각하면 됐다.”******서울.통화를 하고 나니 송영식은 화가 나서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백윤택 때문이었다. 지난번에 윤서에게 흥분제를 먹인 일도 아직 벼르는 중인데 이번에는 감히 하준이를 건드리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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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5화

“네가 왜 사과를 해? 너한테 화난 게 아니야. 그냥 난 네 오빠가 이해가 안 돼서 그러지.”송영식이 이를 갈았다.“연락은 돼? 아, 미안하지만 이번에는 그냥 못 넘어가. 설마 날 안 도와주지는 않겠지?”“그런 소리 하지도 마. 이젠 진짜 한번 정신 차릴 때가 됐지, 그 인간이. 내가 전화 걸어서 상황 좀 볼게. 그런데 내 전화를 받으려나 모르겠네.”백지안이 백윤택에게 전화를 걸어보았지만 연결이 되지 않았다. 백지안이 입술을 깨물었다.“이제 내 전화도 안 받네. 아, 쭌은… 지금 어쩌고 있어? 그래도 그간 친구로 지낸 정이 있어서, 나도 걱정이 된다.”“나 참, 지금 동성에 가 있어.”송영식이 한숨을 쉬었다.“갑자기 거긴 왜 갔는지 몰겠다. 지훈이랑 술 마시고 있다더라.”‘동성을 갔다고?’동성이라는 말에 백지안은 적잖이 놀랐다.하준과 여름의 관계가 시작된 곳이 동성이었다.‘뭔가 눈치챈 건 아니겠지?’“지안아….”송영식의 목소리에 백지안은 다시 정신을 차렸다.“아까 들어오면서 보니까 새 스포츠카가 있던데, 차 바꿨어?”“으응….”백지안은 자신의 과시욕이 들킬까 싶어 서둘러 핑계를 댔다.“전에 타던 차는 빨리 처분하고 싶더라고. 과거의 모든 것을 그냥 다 잊고 싶었어.”“아, 그래. 저기… 헤어질 때 하준이한테 위자료를 꽤 받았었잖아? 지금 하준이 상황이 너무 안 좋아. 당장 자금 조달이 시급하거든. 그래서 말인데…그걸 좀 하준이에게 돌려줄 수 있을까?”송영식이 과감하게 입을 열었다.다른 사람이면 그렇게 말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송영식은 백지안이 의리 있고 돈 밝히는 소인배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흔쾌히 동의하리라고 믿었다.결혼도 안 했는데 그런 위자료는 가히 천문학적이라 할 수 있었다.“아, 물론 다 달라는 건 아니고 그중에 한 60~70%만 해도 괜찮을 것 같아. 넌 이제 곧 나랑 결혼할 거잖아. 오슬란은 지금 점점 상황이 좋아지고 있으니까 앞으로 우리가 돈이 부족한 일은 없을 거야. 너는 내가 충분히 책임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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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6화

“아… 그렇구나.”송영식은 멍해졌다. 백지안이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동의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너무 예상 밖이었다.놀 때는 늘 같이 놀던 친구가 돈을 빌리려고 하는 순간 온갖 이유를 주워섬기며 빌려주지 않으려고 하는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그럼 됐어. 늦었다. 난 이만 가볼게. 쉬어.”송영식이 손을 흔들었다. 더는 여기 있을 기분이 아니었다.“도움이 하나도 못 돼서 정말 너무 미안하다.”백지안은 미안해 죽겠다는 얼굴을 했다.“괜찮아. 하준이에게 필요한 자금은 나랑 주혁이가 어떻게든 해볼 수 있을 거야. 그냥 해본 소리니까 너무 신경 쓰지 마.”송영식은 그렇게 억지로 위로를 남기고 별장을 떠났다.차 문을 열려다가 별장을 다시 한번 돌아보았다. 이곳은 모래사장의 모래가 가늘고 파도가 넘실거려 풍경이 좋으면서 도심에서 접근성이 좋아 가장 비싼 부지에 속하는 곳이었다. 처음에 하준이 구입할 때 들인 비용도 상당했지만 지금은 몇 배로 값이 뛰어 있을 것이다.백지안과 헤어지면서 하준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이 집을 내주었다. 그런데 지금 하준이네 어르신들은 교외의 허름한 집에서 지내고 계셨다.한숨이 나왔다.‘뭐, 지안이 잘못은 아니지. 하준이가 주었으면 처분할 권리도 쟤한테 있는 거잖아. 그리고 몇천, 몇억도 아닌데 요즘처럼 돈이 무엇보다 중요한 세상에 아무리 지안이처럼 착한 애라도 선뜻 내놓기는 쉽지 않겠지.’******이때 이주혁에게서 전화가 왔다.“백윤택 잡았어.”“어디야? 당장 갈게.”송영식은 즉시 차에 타 주민그룹 소유의 어느 공장 부지로 향했다.도착해 보니 백윤택은 이미 묶인 채로 바닥에 널브러져 있고 고급 양복을 입은 이주혁은 그 옆의 의자에 앉아 있었다. 고개를 숙이고 꼼꼼하게 안경을 닦고 있었다.송영식이 온 것을 보더니 크게 티 나지 않는 쌍꺼풀 진 눈으로 쓱 쳐다보았다. 평온한 시선이었지만 어쩐지 어둠이 넘실대고 있었다.“나 좀 살려줘.”백윤택이 송영식을 보더니 소리쳤다.“난 하석윤에게 최하준을 해치라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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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7화

“그동안 동생하고 우리 백만 믿고 온갖 못된 짓을 하고 다닌 걸 우리가 모를 거라고 생각한 건가?”입으로는 느긋하게 말하면서 손을 밟고 있는 발에는 더 무게를 지긋하게 실었다.“하준이가 그렇게 뒤를 봐줬으면 고마워해도 부족할 판인데 지금 하준이 상황이 그렇다고 뒤통수를 쳐?”백윤택은 너무 아파서 말도 할 수 없었다.“혼자서 생각해낸 거야, 아니면 누구의 지시로 벌인 짓인가?”이주혁이 갑자기 물었다.백윤택은 창백한 얼굴로 다급히 고개를 흔들었다. 입을 열 정신도 없었다.백지안을 입 밖으로 내뱉었다가는 당장 본인뿐 아니라 지안이가 송영식과 결혼한 후 이번 일을 복수하려고 들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제대고 손 좀 봐줘.”이주혁이 옆에 있던 수하에게 손짓했다.공포에 질려 백윤택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미처 한 마디 내뱉기도 전에 기절하고 말았다.송영식은 깜짝 놀랐다. 아무리 그래도 백지안의 오빠인데 한 대 후려치는 정도로 끝낼 생각이었던 것이다. “주, 주혁아. 하준이 구치소 사건은… 백윤택이 벌인 짓도 아니잖아….”“백윤택이 했다고 안 그랬는데.”이주혁이 소매를 털며 느긋하게 답했다.“경고 같은 거야. 하준이네와 FTT가 조금 위기에 처하진 했지만 감히 내 친구를 건드리면 어떻게 되는지 보여줘야지.”“하지만… 그렇다고 꼭 이렇게 피를 볼 필요가….”송영식이 혀를 내둘렀다.“그래도… 지안이 오빠잖아….”“지안이 오빠라….”이주혁이 한 마디 뱉었다.“저 자식이 지안이 오빠만 아니었으면 늙어 죽을 때까지 감옥에서 썩어야 했을걸. 요 몇 년 동안 저 자식이 저지른 짓을 생각해 봐. 대학생 자살했지, 여자 직원만 보면 건드렸지, 임윤서가 자기 마음대로 안 된다고 건달 끌고 가서 폭행했지, 흥분제 먹였지, 그런데도 우리 백만 믿고 이제는 남을 시켜서 사람까지 패고 말이야. 저 자식은, 인간 되기는 글렀어. 이렇게라도 해 놔야 더는 다른 사람 해치러 다니지 않는다니까.”송영식은 할 말이 없었다.가만히 생각해 보니 백윤택이 저지른 천인공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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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8화

“추신은 이미 랜들을 잡았으면서도 만족을 모르는군.”하준이 싸늘하게 입을 열었다.“한도 끝도 몰라.”“국내 선두 기업이 되었으므로 이제는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하려는 모양입니다.”상혁이 덧붙였다.하준은 갑자기 입을 다물고 마땅찮은 눈으로 상혁을 바라보았다.“제, 제가 뭐 잘못 말씀드렸나요?”하준의 시선에 상혁이 불안한 듯 말했다.“자네는 내 곁에서 가장 밀접하게 붙어 있었던 친구 아닌가? 내가 어딜 가든 따라다녔지. 그러니 누구보다도 날 잘 알지.”하준의 눈동자 깊은 곳에서 숨 막힐 듯 싸늘한 한기가 뿜어져 나왔다.“3년 전에 내가 갑자기 변한 걸 몰랐어?”순간 상혁의 동공이 흔들렸다.하준은 그 미세한 떨림을 놓치지 않고 담아주었다.“무…무슨 변화 말씀입니까? 내내 이러셨잖아요?”상혁은 곧 침착하게 대답했다.“김 실장, 내가 자네를 믿어도 되겠어?”하준이 일어섰다.“우리가 고용관계로 얽힌 사이라고 하지만 요즘 우리 회사에서는 중역들도 하나둘씩 사표를 던지고 나갔지. 비서실에서도 그만둔 직원들이 있잖나? 그런데 자네는 그만둘 생각을 안 해봤어?”상혁은 흠칫 놀라더니 고개를 저었다.“저는 열네 살에 처음 회장님을 만났습니다. 아시다시피 그때 저는 어머니께서 돌아가셨고 아버지는 재혼을 한 뒤로는 절 돌보지 않으셨죠. 학비도 안 대주고 매일 맞기만 했습니다. 앞날이 캄캄하던 절 회장님이 나타나서 구해주셨습니다.학비도 대주시고 책값도 대 주셨어요. 이후로 저는 생 회장님을 따르기로 결심했습니다. 게다가 졸업하고 나서 경영 쪽에 그렇게 재능이 있지도 않았던 저를 일일이 가르쳐주면서 일을 시키셨습니다. 그 은혜는 평생 잊지 못합니다. 평생 회장님과 함께할 겁니다.”“평생을 함께한다고?”하준이 자조적으로 웃었다.“내가 이렇게 망해가고 있는데도 말인가?”“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은 회장님을 몰라도 저는 회장님이 얼마나 능력 있는 분인지 잘 압니다.”상혁이 낮은 소리로 말했다.“앞으로 FTT의 회장님이 아니시더라도 변호사가 되셔도 좋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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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9화

“하지만 회장님 마음속에는 강 대표님과 아이들이 있었죠. 그런데 어느 날 백지안 님에게 치료를 받고 나서 갑자기 강 대표님에게 너무나 싸늘해지셨습니다. 아이를 가진 강 대표님에게 이혼을 요구하셨어요. 그러면서 백지안 님하고만 지내셨죠. 그리고… 밤에도 백지안 님 집에서 주무셨잖아요.”주먹을 꽉 쥔 하준의 손등에 푸른 힘줄이 드러났다.‘그래. 그때 내가 여름이에게 엄청나게 잔인했었지. 여름이가 임신을 했는데도 늘 지안이랑 커플처럼 다녔어.’상혁이 한숨을 쉬었다. “이주혁 선생님과 송 대표님은 실제 회장님이 강 대표님을 얼마나 사랑하는지도 모르고 백지안님에게 아직 감정이 남았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백지안님이 돌아왔으니 백지안님을 더 좋아한다고 생각하셨겠죠. 하지만 제가 아는 회장님은 백지안님을 신경 쓰긴 하셨지만 강 대표님을 사랑했습니다. 아마도 백지안님과 재결합하더라도 강 대표님을 절벽으로 모는 것이 아니라 물러날 자리는 만들어 주셨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그렇지.”‘그런데 나는 왜 여름이를 가둬두고 그랬을까?’하준은 돌아섰다. 남에게 붉어진 눈시울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그다음에는…? 진상을 알고도 여름이는 왜 나에게 일언반구 없었을까?”“믿으셨겠습니까?”상혁이 반문했다. “당시 회장님은 백지안님에 대한 믿음이 절대적이었습니다. 말씀드렸다면 강 대표님을 나쁘게 생각하셨겠죠.”하준은 입을 다물었다.‘그래. 그때는 말해도 안 믿었을 거야.’상혁이 말을 이었다.“저희는 이 분야의 최고 정신과 의사를 찾아가 회장님의 상태에 대해 상담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선생님께서는 회장님이 고대 최면술에 걸린 것 같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그 최면술은 치료할 수 있는 가능성이 희박하고 실패했다가는 영구적인 뇌 손상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하셨습니다.그 말을 들은 강 대표님은 크게 낙담하셨습니다. 그리고 회장님께는 말씀드리지 말고 그대로 두라고 하셨어요. 그냥 이 관계에서 이혼을 하고 뒤로 물러나서 백지안님과 회장님이 함께할 수 있게 하자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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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0화

“나무라다니? 상황을 말 해줬더라도 아마 자네가 강여름에게 매수당했다고 생각했겠지. 자네의 선택이 옳았어.”하준이 중얼거렸다.“백지안이 그렇게 무서운 사람인지 몰랐어. 난 완전 백지안의 손에서 놀아났었군. 그간 백지안에게 순종하는 척 따르는 일도 자네에겐 쉽지 않은 일이었겠어.”“그 정도야, 뭐….”상혁이 고개를 숙였다. 잠시 생각해봤지만 역시 여울이 일은 하준에게 말하지 않기로 결심했다.이제 하준이 진실을 알았다고는 하지만 그간의 상처는 보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두 사람이 재결합을 한다고 해도 여름이 직접 해야 할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어쨌거나 그간 고생한 것은 여름이니 그 아이들이 하준의 자식이라는 사실을 밝히고 싶다면 여름이 직접 말하는 것이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차 대기 시켜. 해변 별장에 다녀와야겠어. 이제 내가 백지안에게 주었던 것을 모두 되찾아 올 때가 되었어.”하준이 차가운 얼굴로 상혁에게 말했다.“네.”상혁의 눈이 반짝하고 빛났다. 하준이 백지안에게 그 거금을 위자료로 주었을 때 사실 부적절하다고 생각했지만 차마 말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하준이 자조적으로 웃었다.“난 정말 얼마나 바보였던 거야? 백지안이 날 완전히 가지고 놀면서 내 결혼 생활을 망치고 내 아이를 잃게 만들었는데 헤어지면서 그 많은 재산을 아무 생각 없이 넘겼다니. 이제 다시 빚을 돌려받을 때가 되었어.“하지만 그 사실이 알려지면 사람들이 회장님을 비난할 텐데요. 그리고 송 대표님은….”상혁이 팩트를 짚었다.“백지안 님은 위자료를 돌려주려고 하지 않을 겁니다. 평소에는 돈을 돌보듯 하는 척하지만 실은 누구보다도 배금주의자입니다. 회장님과 친구분들이 자신의 허영심을 눈치챌까 봐 늘 조심했을 뿐입니다.”“영식이는 예전의 나와 비슷한 상태야. 당장 정신 차리지 않으면 후회할 텐데.”하준이 냉소를 지었다.“어쨌든 난 이제 평판 따위는 신경 안 써. 지금 나에게 지킬 평판 따위가 남아있기나 한가?”******1시간 뒤, 상혁이 모는 차가 해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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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1화

하준은 주변을 휘 둘려보았다. 방금 들어올 때 상혁에게 이곳에서 하준과 여름이 함께 지냈으며 하준이 아팠을 때 여름이 성심껏 하준을 돌보았던 곳이라고 말해주었다.“내 집이지.”백지안이 이상하다는 듯 답했다.“뻐꾸기가 남의 새끼를 밀어 죽이고 둥치를 차지하는 것처럼 이제는 네가 차지했다는 말이군.”하준이 계단을 밟고 올라갔다. 눈이 어둠이 내린 밤하늘처럼 어두웠다.“여긴 나와 여름이가 살았던 곳이야. 그러니까 네가 여기 들어온 건 남의 집을 빼앗은 셈이지. 넌 그런 데서 성취감을 느꼈나 보군.”백지안은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았다.‘두려워하던 그 순간이 왔어. 하준이가 알아챈 거야.대체 어떻게 알았지?’“쭌, 대체 무슨 소릴 하는지 모르겠네?”백지안은 최대한 냉정한 척하며 말했다.“우린 이미 헤어진 사이인데 그런 소리를 해서 날 모욕하는 이유가 뭐야?”“아주 그럴싸한 척도 잘 하네. 그러니 나랑 주혁이랑 영식이가 모두 네 손 안에서 놀아났겠지만 말이야.”하준이 픽 웃으며 마치 처음 본다는 듯 백지안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네가 날 사랑한 적은 있니? 날 사랑한다고 말했지만 실상은 내 돈과 지위를 사랑한 거잖아?”“우린 이미 끝났어. 난 너무 상처를 많이 받아서 이제는 앞만 보고…”백지안은 말을 끝맺기도 전에 하준에게 팔을 잡혔다.하준은 백지안을 와락 눈앞으로 잡아당겼다. 눈빛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다면 백지안은 이미 백만 번은 죽었을 것이다.“그때 난 널 믿었는데 넌 병을 치료한다면서 나에게 최면을 걸었잖아?그것도 실패하면 내 뇌를 다 날려버릴 그런 악랄한 최면술을 말이야. 네가 바라는 것을 얻기 위해서 그런 위험을 안고서 나에게 최면을 걸었어. 네가 가지지 못하면 아무도 가지지 못하겠다는 마음가짐이었겠지.”“최면술이라니 무슨 소리야?”백지안이 소리쳤다.“내가 널 치료해 주지 않았으면 넌 아직도 정신병원에 입원해 있었을 거야.”“차라리 입원하는 게 낫지. 최소한 내 아내와 아이를 잃지 않았을 거야.”하준의 눈은 분노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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