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상 추동현은 최란을 그렇게 혐오하지는 않았다.“뭐, 낙찰자 보러 왔나?”추동현이 비웃었다.“아주 영혼이라도 팔 것처럼 급해 보이네. 나이 들어서 주책 아닌가?”그 말을 들은 최란은 경멸스럽다는 듯 콧방귀를 뀌었다.“나보다 빨리 온 당신은 뭐죠? 당신도 낙찰자에게 매달리고 싶었나 본데, 어쩌나? 늙은 남자는 돈이 있어도 별로라고.”하정현이 마땅찮다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돈은 우리 남편도 남들이 달라붙을 정도로 많다고요. 게다가 그 낙찰자는 목소리로 봤을 때 남자던데…”“그래, 1조가 넘는 돈을 쾌척할 정도로 아주 시원스러운 분이시더구먼. 정말이지 누구누구는 부자치고는 쩨쩨하다 못해 남부끄럽던데.”그런 말만 남기고 최란은 돌아섰다.전남편이란 자가 역겨웠다.‘인간이 어떻게 저렇게 쩨쩨할 수가….’추동현은 결국 고함을 질렀다.“난 쩨쩨한 게 아니야! 당신에게 한 푼이라도 주기 아까워서 그렇지!”“그런 걸 쩨쩨하다고 하는 거지. 부부로 수십 년을 애까지 낳고 살았는데, 결혼하기 전부터 내가 당신네 추신에 퍼준 돈만 수조 원이야. 그런데, 이혼하면서 위자료라도 한 푼 준 거 있나?방 한 칸은커녕 돈 한 푼 준 적 없지. 당신이 전략가인지는 모르겠지만 보는 눈이 낮아. 큰일을 하는 사람은 푼돈에 얽매이지 않아야 하는 법이야.”최란이 침착한 눈으로 돌아보았다.“어리숙한 척 꾸미고 있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상대를 물어 뜯어가며 오늘날의 추신을 만들긴 했지만 그렇게 해서 만든 자리는 오래 못 가. 높은 자리에 앉은 사람이 자기 이익만 그렇게 꼬치꼬치 따지고 있다가는 사람이 마음을 잃기 십상이거든.”그런 말을 남기고 가버렸다.추동현은 울컥해서 테이블의 컵을 집어 던졌다.‘내가 보는 눈이 낮아? 쩨쩨하다고?’최란의 말에 철썩 맞기라도 한 듯 뺨이 울그락불그락했다.‘두고 봐! 최란, 언젠가는 오늘 당신이 한 말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해주겠어.’한참 있다가 비서가 돌아왔다.“회장님, 낙찰자의 비서를 보고 왔습니다만 제가 누구인지 밝히자마자
최신 업데이트 : 2024-10-29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