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하려고 결혼했습니다의 모든 챕터: 챕터 1001 - 챕터 1010

1699 챕터

1002화

말할수록 화가 나서 하준은 최양하를 와락 잡아당기더니 세게 때렸다.최양하는 어젯밤의 숙취로 몸 상태도 좋지 않은데다 애초에 하준의 상대가 아니었다. 게다가 심리적인 타격까지 더해지면서 완전히 비몽사몽이었다.입에서 피까지 흘러나왔다.최양하는 바닥에 쓰러진 채 큰 소리로 웃기 시작했다.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내렸다.‘내가… 대체 뭘 잘못한 거야?난 아무 짓도 안 했는데 왜 모두가 날 비난해?’“때려요. 할 수 있으면 아주 죽을 때까지 때려 보십시오.”최양하가 핏발선 눈을 하고 울부짖었다.“아니, 죽일 수는 없지. 하지만 평생 제가 추신을 물려받을 수는 없게 만들어 줄 거야. 추동현 같은 피도 눈물도 없는 인간에게 장애인 아들이 생기면 어떨까?”하준은 옆에 있던 파이프를 들고 있는 힘껏 최양하의 다리를 내리쳤다.뼈가 부러지는 콰직 소리까지 선명하게 들렸다. 최양하는 두 눈을 부릅뜨고 바닥을 굴렀다. 다리를 잡고 웅크리고 있자니 압도적인 통증에 거의 기절할 지경이었다.하준은 최양하를 바라보면서 파이프를 잡은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 한참을 그러고 버티다가 마침내 전성을 돌아보았다.“내보내. 평생 다시는 보고 싶지 않으니까.”전성은 하준을 한 번 쳐다보고는 지룡 멤버에게 그대로 최양하를 끌고 가도록 했다.최양하는 하준을 노려보았다. 온통 시뻘겋게 된 두 눈으로 죽어라 노려보았다. 눈동자에 증오가 가득했다.최양하가 떠나자 사당은 쥐 죽은 듯 조용했다.형제의 싸움을 보고 난 지룡 멤버들은 숨도 크게 쉴 수가 없었다.이때 바닥에서 최양하가 흘리고 간 휴대 전화가 울렸다.하준이 허리를 숙여 들어보니 뒤에서 ‘강여름’이라는 글자가 빛나고 있었다.하준의 목젖이 꿀렁하고 움직였다. 열 몇 번이 울리고 나서야 하준은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 양하 씨. 이제 깼어요? 10분쯤이면 호텔에 도착해요.”여름의 맑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마음이 씁쓸했다.‘돌아왔구나. 그런데 돌아와서 내가 아니라 양하와 연락을 하려고 하다니….’“왜 아무 말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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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3화

여름은 바로 육민관 일을 떠올리고 완전히 당황했다.“손가락을 잘랐어?”하준은 어이가 없었다.‘여름이 마음속에 나는 그저 사람 손가락이나 자르는 악마로구나.’하준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여름은 완전히 화가 났다.“양하 씨는 회사 기밀을 유출하고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난 믿어.”“믿어?”하준은 가슴에 왠지 모를 불길이 치솟는 것 같았다.믿음은 하준과 여름 사이에 없는 것이었다. 그런데 여름은 지금 최양하를 믿는다고 말하고 있다.“너무 순진한 거 아닌가? 양하가 전에 당신을 한 번 구해준 적이 있다고 믿다니. 그 녀석은 추동현이 아들이야. 추동현은 우리 집에서 20년을 넘게 몸을 낮추고 살면서 기회를 엿봤어. 두 부자가 얼마나 음침한 것들인지 아나? 지금 내가 어떤 꼴이 됐는지 안 보여? 내가 그자를 믿은 결과 FTT가 이 모양 이 꼴이 된 거야.”“양하 씨는 추동현과는 다르다고 믿어요.”여름은 결연했다. 지금까지 아무도 최양하를 안 믿어 줬는지 몰라도 여름은 절대 최양하가 그런 수단을 쓸 인간이 아니라는 점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해외에서 떠도는 동안 최양하는 물심양면으로 여름을 도와주었다. 물론 일전에 여름을 이용해 먹은 일로 양심의 가책을 느껴 그랬다는 걸 알지만 본성이 나쁜 인간은 아니었다.나중에는 여울이를 딸이라고 말해야 하는 사정이 되었을 때도 여울이에게 진심으로 잘해주었다. 심지어 여울이가 최하준이 딸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성심성의껏 돌보아 왔다.만약 최양하가 FTT를 노렸다면 여울과 하준을 완전히 이용할 수도 있었다.그러나 양하는 그러지 않았다.“당신은 아무것도 몰라.”하준은 여름의 말에 상처받았다.“CCTV를 다 돌려봤어. 양하가 랩에 들어간 시간과 데이터가 사라진 시간이 완전히 일치해. 그런데 양하가 아니면 누가 그런 짓을 한단 말이야?”그 말을 들으니 여름은 어리둥절해졌다.하준이 차갑게 말을 이었다.“다시는 고소는 하지 않아. 그저 다리를 부러트렸을 뿐이지. 이 정도면 나도 할 만큼은 한 거야.”“뭐? 다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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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4화

민정화의 눈이 반짝했다.“정말?”“그래. 이제 FTT는 정말 안 될 것 같아. 다시는 예전의 빛나는 명성을 되찾을 수 없을 거야. 지룡처럼 큰 조직을 운영하려면 돈이 필요한데 회장님도 얼마 못 버티지 싶어.”전성이 말을 이었다.“우리 어디 조용히 숨어 살면서 다른 사람들처럼 살자.”“고마워요. 아, 저 앞에서 코너 돌아서 잠깐 세워줘요. 쇼핑 좀 하러 가게.”“같이 못 가줘서 미안해. 난 다시 돌아가서 대기해야 해서.”전성이 미안한 듯 말했다.“알아요. 얼른 가 봐요. 늦지 않게.”그러면서 민정화가 손 키스를 날렸다.전성의 차가 떠나자 민정화는 바로 다른 검은색 차에 올라탔다.민정화는 바로 방금 그 골목으로 돌아갔다.최양하는 의식이 돌아왔지만 너무 외진 곳이라 다니는 사람이 없어 천천히 기어서 움직여야 했다.얼마나 기었는지 의식을 잃을 지경이 되자 차 한 대가 최양하의 앞에 와서 섰다. 곧 웬 여자가 차에서 내렸다.최양하는 그가 민정화로 지룡의 멤버라는 것을 기억했다.“죄송합니다. 방금 다른 곳으로 모시라는 회장님 전화를 받았습니다.”민정화는 트렁크를 열더니 낑낑대고 최양하를 밀어 넣었다.최양하는 죽어라 트렁크를 두드렸다. 어디로 끌고 가려는 건지는 몰라도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그러나 이대로 정신을 잃을 수는 없었다.도저히 버틸 수 없어질 때마다 최양하는 상처를 꼬집으며 정신을 차리도록 유지했다.1시간이 지나 마침내 차가 섰다. 민정화가 트렁크를 열더니 빙긋 웃었다.“아직 기절 안 하고 있을 줄 몰랐네.”“대체 무슨 짓을 하려는 거야?”최양하가 주변을 둘러보았다. 해변가 절벽이었다. 공포가 몰려왔다.“물론… 집어 던지는 거지.”민정화가 최양하를 차에서 끄집어냈다.최양하는 있는 힘껏 기어서 간신히 움직일 수 있는 한쪽 다리로 도망치려고 했다.그러나 민정화가 최양하를 걷어찼다.예전 같았으면 민정화가 최양하의 적수가 되지 못했겠지만 지금은 하준에게 맞아서 부상을 입은 상태라 다리 하나를 쓰지 못하니 힘을 쓸 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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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5화

“가끔은 너무 똑똑한 게 탈이라니까.”민정화는 눈썹을 치켜세우더니 싸늘하게 웃었다.최양하는 온몸이 차가워졌다. 모두가 민정화에게 속았을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최양하를 이렇게 비참한 꼴로 만든 것도 결국 민정화였지만 지금은 목숨을 구하는 것이 중요했다.급히 말을 돌렸다.“널 탓할 생각은 없어. 아주 잘했네. 나는 하고 싶어도 못 했던 일을 해냈어. 우린 어차피 다 한배를 탄 사람들이야. 너도 우리 아버지를 위해서 최선을 다 하느라고 한 짓이겠지. 어쨌든 이제 날 풀어줘. 난 추동현의 아들이야. 앞으로 너에게 좋은 자리를 달라고 아버지께 말씀드려 볼게.”민정화가 최양하를 보더니 큭큭 웃었다.“정말 순진하네.”간신이 지어냈던 최양하의 웃음이 그대로 굳어버렸다. 어떤 생각이 떠올랐지만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무슨 뜻이야?”“명확하지 않나? 내가 추신의 명을 받고 움직인다면 추신의 명령이 없이 내가 당신을 이런 데로 끌고 올 것 같아?”민정화가 다시 최양하를 끌고 절벽을 올랐다.“잘 보라고. 저 아래가 네 무덤이야.”최양하는 머릿속이 와르르 무너졌다. 이제는 죽는 것도 문제가 아니었다. 도저히 이 현실을 받아들일 수가 없어서 두 눈은 온통 시뻘겋게 변했다.“아버지가 날 죽이라고 했다고? 왜? 어째서? 내가 아들인데?”“나도 모르지. 아마도 너무 쓸모가 없어서가 아닐까?”민정화가 웃었다.“안녕히 가세요. 이제 가셔도 되겠어요.”그러더니 최양하를 파도가 철썩이는 절벽 아래로 밀었다.최양하가 해변으로 밀려 나와 살아나겠다는 가능성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민정화는 차를 끌고 자리를 떴다.******시내. 여름은 회사도 가지 않고 육민관, 양우형과 사방으로 최양하를 찾으러 다녔다. 그러나 아무리 찾아도 최양하의 종적이 보이지 않았다. 병원을 수소문 해도 흔적이 안 보였다.할 수 없이 최하준에게 전화를 걸었다.“젠장, 대체 양하 씨를 어디에 내려놓은 거야? 도저히 찾을 수가 없는데. 실은 지룡에서 억류하면서 거짓말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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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화

하준의 얼굴은 사뭇 어두웠다.******전성은 하루 종일 찾아보았지만 최양하는 증발이라도 한 듯 사라졌다. 어느 병원에서도 그런 환자를 받지 않았다고 한다.“죄송합니다. 못 찾았습니다. 아무래도… 추신에 있는 것 같지도 않습니다. 추신 쪽에서 의사를 부르지도 않았습니다.”하준이 갑자기 앞에 있던 탁자를 발로 찼다.“그날 내려놓으러 가면서 미행당한 거 아니야?”“아닙니다. 그리고 누가 저희를 미행하겠습니까?”전성이 쓴웃음을 지었다.“이제 우리 FTT에 신경 쓰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근처 CCTV는?”하준이 으르렁거리며 물었다.“그쪽은 사는 사람도 없어서 CCTV 같은 것도 없습니다.”전성이 답했다.“내려놓을 때 누군가의 눈에 띄지 않도록 특별히 조심했는데 그 점이 오히려 발목을 잡네요.”하준은 마른 세수를 했다.“그러면 혼자서 가서 지룡에서는 자네 말고는 아무도 최양하가 어디에 내려졌는지 모른다는 말인가?”전성은 심장이 철렁했다. 원래는 혼자서 가려고 했지만 민정화가 갑자기 와서 같이 가게 되었던 것이다.그러나 임무 수행 중에 민정화를 데리고 갔다는 것을 회장님이 알게 되면 괜히 정화가 혼날 것 같았다.“혼자서 갔습니다.”“계속 찾아봐. 혹시…죽었으면 시체라도 찾아와.”하준은 잠시 말을 쉬더니 잠긴 목소리로 힘겹게 말했다.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최양하는 추동현의 아들이니 최야하가 실종되었다면 분명 자신을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생각할수록 초조해서 하준은 이것저것 마구 집어던지기 시작했다.요즘 온갖 일이 줄줄이 튀어나오면서 회사 일은 아무리 해도 끝나지 않았고, 할아버지를 병원에 모시고 가기도 전에 최양하는 실종상태가 되었다.갑자기 깊은 피곤과 무력감이 몰려왔다.하준은 최양하가 실종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어머니는 또 얼마나 충격받으실지 생각하기도 싫었다.*****서경주의 별장. 여름도 정신이 팔려있었다.오늘도 회사에 나가지 않자 이사진이 회의에 참석하라고 난리였지만 지금 회의에 참석할 정신이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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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화

“아니.”여울이 말을 이었다.“요즘 이쪽 집에 맨날 나 혼자 있어. 증조할아버지가 못 걸어서 증조할머니는 병원에 있어. 증조할아버지 보러 간 적 있는데 엄청 불쌍해요. 그리고 윤형이 삼촌은 바보 됐어. 유치원 동생 반 애기 같아….”여울은 말하다가 참지 못하고 울었다.“윤형이 삼촌도 불쌍해. 옛날에는 맨날 날 가지고 놀리고 귀 잡아당기고 그랬거든요? 그래도 뭐 사달라 그러면 다 사주고 그랬는데…”여름은 입이 썼다.딸의 울음소리를 들으니 당장 안아주고 싶었다. 아직 어린 아이가 아닌가….그러나 최양하가 없으니 여울을 만날 방법이 없었다.이제 여울이랑 어쩌면 좋단 말인가.생각할수록 마음이 아팠다. 그러나 어떻게 해야 좋을지 알 수가 없었다. 그저 계속 여울이 이야기를 들어주는 수밖에 없었다. 여울이가 울먹이다 잠이 들 때까지 대화는 지속되었다. 여름은 혼이 쏙 빠졌다.****다음날, 아침이 밝자 여름은 최양하를 찾아 나섰다.그러나 아무리 수소문해도 소식이 없었다. 결국 여름은 FTT로 하준을 찾아갔다.원래는 돌아온 후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최하준을 만나지 않을 생각이었는데 제 발로 먼저 찾아가게 되다니 아이러니했다.FTT는 예전처럼 활기차지 않았다.안내 데스크에는 아무도 없었다. 상자를 안고 나오는 직원들만 몇 명 보였다.여름은 야구모자를 쓰고 있어 직원들이 알아보지 못했다. 다들 어두운 얼굴로 소곤소곤하고 있었다.“추신에서 더 높은 연봉을 제시하면서 오겠냐고 물어보는 거야. 난 아무리 생각해도 이제 추신이 훨씬 전도유망한 것 같아.”“나한테도 전화 왔었어. 빨리 탈출하는 게 답이야. FTT에서는 이제 연말 보너스도 못 받을 거래. 우리 같은 기술직이 여기 남아서 뭐 하겠어?”“……”“거기 서.”팀장이 화가 나서 씩씩거리며 뛰어나왔다.“내가 이직하도록 둘 것 같아? 이직을 하더라도 지금 하던 일은 마치고 인수인계 하고 나가.”“아유, 황 팀장님. 우리가 여기 왜 남아 있어요? 하루라도 빨리 새 직장 잡아서 떠나야죠. F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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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8화

“뭐? 꺼져?”하 대표가 싸늘하게 웃었다.“최하준, 아직 정신을 못 차렸나 보구먼. FTT는 이제 한 물 갔어. FTT는 이제 우리 하남그룹 산하의 일개 자회사보다도 못한 존재라고. 예전에는 나를 그렇게 깔보더니, 이제는 내가 밟아도 찍소리도 못할 거면서.”“그래? 해보시지?”하준이 벌떡 일어 섰다.훤칠한 키와 어깨에서 나오는 카리스마는 순식간에 짜리몽땅한 하 대표의 기세를 눌렀다.“뭐, 좋게 말할 때 안 듣다니, 내가 본때를 보여주겠어. 두고 봐.”하 대표는 앞에 있는 의자를 걷어차고는 씩씩대며 나갔다.입구에서 여름은 고개를 숙이고 있었기 때문에 하 대표는 자세히 보지 못했다.그러나 여름은 뒷모습을 자세히 보았다. 전에 본 적이 있는 사람이었다. 하남그룹의 하영광, 크게 내세울 것 없는 기업을 운영하고 있었다.그런데 지금은 FTT에 와서 큰소리를 치다니 과연 FTT가 풍전등화라는 게 보였다.사무실에서 상혁이 씩씩거렸다.“정말 염치가 없는 인간이군요. 전에는 회장님 앞에서는 침도 못 삼키더니 하정현이 백지안 씨와 손을 잡더니만 결국 회장님을 음해하려고….”“시끄러워.”하준이 상혁에게 경고의 시선을 보냈다. 그러더니 갑자기 긴장한 기색으로 상혁의 어깨 너머를 보았다.“어떻게 왔어?”상혁이 돌아보니 여름이 걸어 들어 오고 있었다.여름은 모자를 벗어 긴 머리를 드러냈다. 화장기 하나 없는 얼굴이지만 이목구비는 또렷했다. 다만 얼굴이 수심에 잠겨있었다.“강… 강 대표님.”상혁이 깜짝 놀랐다.“일단 나가 있어.”하준이 상혁에게 말했다.상혁은 복잡한 얼굴로 걸어 나가면서 문을 닫았다.사무실에 조용히 둘만 남겨졌다.여름은 하준을 바라보았다. 둘이 헤어진 지 겨우 며칠이 지났을 뿐이지만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것만 같았다. 특히 하준의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그날 아침에는 그래도 제대로 옷을 차려입고 근사한 모습이었지만 지금은 양복에 주름이 져 있었고 눈에는 핏발이 섰으며 수염까지 자라있었다. 한눈에 보기에도 섬에서 나온 후로 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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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9화

여름은 원래 양유진의 집으로 들어갈 생각이었다.그러나 하준의 말을 들으니 잠시 망설이게 되었다.“내 조카를 데리고 양유진에게 가서 살겠다는 건 아니겠지. 절대로 그렇게는 못 해.”여름의 눈치를 본 하준은 폭발할 것 같았다.여름은 할 수 없이 대답했다.“알겠어.”여름의 마음은 이미 양유진에게 향한 것을 알고 있으니 그런 말을 들었다고 크게 마음이 놓이지는 않았다.“계속 양유진하고 결혼은 유지하는 거야?”하준은 좀 이해가 안 됐다.“나랑 그렇게 오래 지내고도 양유진이랑 이혼을 안 할 생각이야? 양유진 쪽에서 이혼을 할 생각이 없는 건가?”여름은 직설적인 하준의 말에 얼굴이 화끈거렸다.‘정말 부끄러운 줄을 모른다니까.’“내가 누구와 살지는 당신이랑은 상관없으니 신경 끄셔. 전에는 당신 기세가 대단해서 우리도 어쩔 수가 없었지만 이제 FTT는 화신만도 못한 회사가 되었는데 당신이 나에게 어울린다고 생각해?”여름의 말투는 사뭇 냉랭했다. 여름이 FTT의 덕을 보려고 하준을 꼬셨다고 얼마나 사람을 무시했던가? 이제 그때의 모욕을 되갚아줄 절호의 기회였다.역시나 하준의 얼굴은 순식간에 민망한 얼굴로 변했다.하 대표의 멸시는 신경 쓰이지 않았다. 어떤 누구의 냉소에도 하준은 끄떡하지 않았다. 그러나 여름의 말은 화살처럼 하준의 심장에 날아와 꽂혔다.그렇게 잘난 척을 하고 여름을 깔보았었는데 이제 자신의 처지가 여름보다 못해졌다. 심지어 경쟁 상대인 양유진보다도 못한 처지가 되었다.씁쓸한 기분이 되었다. 이런 날이 올 줄은 상상도 못 했다.“그리고 확실히 해 둘 게 있는데.”여름이 냉랭하게 경고했다.“보석으로 나오긴 했지만 당신이 날 납치한 사건은 아직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경찰에서 계속 증언 해달라고 하네. 직접 경찰에 가서 당신이 날 납치하고 강간했다고 말해 달라는 거야.당신이 지금 여기 앉아서 나랑 대화를 나눌 처지가 된다고 생각하는 거야? 감옥에 들어가면 몇 년은 살아야 할걸. 감옥에서 나오게 되면 당신과 나는 천지 차이가 날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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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0화

물론 지금 자신의 처지가 여름을 바랄 수 있는 처지가 아니라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여름이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 바로 옆 엘리베이터에서 상혁이 내리더니 다급히 따라왔다.“강 대표님, 잠깐 얘기 좀 나눌수 있을까요?”여름은 걸음을 멈추었다.“네, 상혁 씨. 무슨 일인가요?”상혁이 머뭇거리며 답했다.“사실 방금 두 분 나누신 대화가 흘러나와서 좀 듣게 되었습니다. 저… 회장님 고소를 취하해 주실 수 없나요?”여름은 인상을 찌푸렸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거절했겠지만 상혁에게는 목숨 빚이 있었다.“상혁 씨, 최하준은 악마예요. 난 그저 유진 씨와 새로운 삶을 살고 싶었을 뿐인데 그걸 최하준이 다 망쳐버렸어요. 그것도 아주 공개적으로요. 내 평판은 땅에 떨어졌어요. 지금 사람들이 얼마나 나와 유진 씨를 가지고 입방아를 찧는지 알아요? 나 혼자만이 아니라 유진 씨를 위해서라도 꼭 해야 하는 일이에요.”“하지만 정말 고소를 진행하신다면 회장님은 몇 년을 감옥에서 보내시게 될 겁니다. 그리고 회장님이 없는 FTT는 정말 먼지 한 톨 남지 않게 될 겁니다.윤형 님은 지적 장애가 되었고, 양하 님은 실종이고, 최란 이사님은 하루 종일 넋을 놓고 앉아 계시고, 최민, 최진 님은 애초에 회사를 경영할 능력이 안 됩니다.노마님도 연세가 있으셔서 요즘 이런저런 충격으로 각종 질환이 다 튀어나오고 있어요. 얼마나 더 사실 수 있을지 모릅니다. 물론 이제는 다들 강 대표님과는 관계가 없는 분이죠. 하지만 여울이를 생각해서라도….”상혁이 어쩔 수 없다는 듯 언급했다.“저랑 강 대표님은 여울이가 명목상 양하 님의 딸로 되어 있지만 실은 회장님 딸인 걸 알잖습니까? 여울이를 추신에 보낼 수는 없어요. 하지만 회장님 집이 뿔뿔이 흩어지면 여울이는 어떻게 되겠습니까? 정말 부모없는 고아가 되어 버립니다!회장님이 여울이를 조카로 생각하시긴 하지만 그래도 피가 당기는 모양인지 정말 여울이에게 잘 해주십니다. 여울이도 회장님을 꽤 따르고요.”여름은 말이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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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1화

서경주가 말을 이었다.“하남그룹이 저가에 FTT를 사들이려고 하고 추신에서 부추기는 상황이라 지금 재벌가에서는 다들 강 건너 불구경하는 심정을 지켜보고 있더라.”재벌의 비인도적인 태도에 여름은 들을수록 역겨움이 올라왔다.“에휴, 우리 불쌍한 여울이. 애초에 최하준 본가에 보내지 않는 건데 그랬다.서경주가 한탄했다.“그래도 너는 딴생각하지 말고 앞으로 양 서방이랑 잘 지낼 생각이나 해. 또 실망시키지 말고.”“네.”여름이 고개를 숙였다.저녁 시간이 되자 양유진이 차를 몰고 왔다.여울을 보더니 매우 기뻐하며 안아 올렸다.“여울아, 내일 엄마랑 같이 아저씨 네 집에 가자!”“어…네…”여울이 시큰둥하게 답했다. 그다지 기쁘지도 슬픈 것 같지도 않았다. 그냥 양유진의 집이라니 자기 집이라는 생각이 안 들었던 것이다.엄마, 아저씨 네 집으로 이사 가요?”“여울이는 우선 하늘이랑 밥 먹어.”여름이 여울이가 자리를 피하도록 했다. 양유진이 다정하게 여름을 바라보았다.“왜 그래요?”“저기… 아무래도…유진 씨 집에 들어가는 날짜를 좀 늦춰야 할 것 같아요.”여름이 매우 난처한 얼굴로 말했다.“최하준에게 여울이를 데리고 유진 씨네 들어가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여울이를 데려온 거라서요. 정말 미안해요. 여울이를 도저히 그냥 둘 수가 없었네요. 요즘 그 집에 너무 온갖 일이 벌어져서 돌봐주는 사람이 없더라고요.”“난 또 무슨 일이라고.”양유진이 웃으며 여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당신이 못 들어오면 내가 이리로 오면 되죠. 여울이가 그쪽으로 돌아가면 나랑 같이 우리 집으로 가요.”여름은 흠칫했다. 너무 의외의 답이었다.“내가 오는 게 싫은 건 아니죠?”양유진이 갑자기 눈썹을 치켜세웠다.“…아니죠, 아니에요.”여름은 조금 혼란스러웠다.“저기, 밤에 애들을 데리고 자야 하는데 다 같이 자기에는….”“괜찮아요. 난 손님방에서 자면 되죠.”양유진은 여름을 난처하게 하지 않았다.여름은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너무 애들하고만 놀아주면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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