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하려고 결혼했습니다의 모든 챕터: 챕터 981 - 챕터 990

1699 챕터

982화

최민이 벌컥 했다.“지금 우리 아버지를 물고 늘어지는 거예요? 아버지가 지금 저 연세에도 이번 사태를 해결하려고 노심초사하는 거 안 보여요? 게다가 당신들만 다급하고 우리는 뭐 한가해 보이나요?”“이러고 입씨름할 시간 없어요.”최란이 싸늘하게 목청을 높였다.“지금은 대체 누가 내부 스파이인가, 누가 자료를 빼돌렸는가를 찾는 일입니다.”“스파이를 찾으면 뭐 어쩔 거요? 놈을 잡아낸데도 FTT의 무너진 지위는 되돌릴 수 없어요.”어느 이사가 침통하게 입을 열었다.“내일 아침이면 계약했던 회사 대표가 계약설 들고 찾아올 텐데 배상 안 하고 배길 수 있겠습니까? 배상하지 않으면 바로 고소 들어갈 텐데. 고소 진행하다 보면 회사 명예는 바닥에 떨어질 테고 다시는 어느 회사도 우리와 손을 잡으려고 하지 않겠지요. 그렇다고 다 배상하다가는 우리 회사는 어쩝니까? 그냥 이렇게 파산하고 맙니까?”“말씀 끝나셨습니까?”하준이 긴 다리를 뻗어 앞자리로 걸어갔다. 눈부시게 흰 조명이 늘씬한 몸을 비췄다. 서늘한 기운이 오래도록 높은 지위에 있었던 사람 특유의 카리스마를 느끼게 했다.“FTT가 파산하는 일은 없습니다. 자료 유출 건은 반드시 끝까지 조사할 겁니다. 회사의 어느 중역이라도 내부 스파이일 수 있습니다. 누군지 찾아내기만 하면 살아있는 것을 후회하도록 만들어 줄 겁니다.”이때 황보 이사가 냉랭하게 콧방귀를 뀌었다.“보나 마나 최양하 부회장이지.”최란과 최양하의 안색이 확 변했다. 최란이 분노에 목소리를 높였다.“말이면 다인 줄 아세요? 최양하 부회장은 제 아들입니다. 최 씨라고요. 절대로 우리 FTT에 부끄러울 만한 짓을 하지 않습니다.”“흥, 최씨 성을 쓰고야 있지만 아버지가 추 씨잖습니까?”황보 이사가 씩씩거렸다.“2주 전쯤 우리 와이프가 찻집에 갔다가 우연히 최양하 부회장과 추동현 작가, 추명택, 추성호 대표가 함께 있는 걸 봤다던데요.”최양하는 심장이 뜨끔했다. 갑자기 불길한 예감이 몰려왔다. 그때 누군가 아는 사람을 마주쳤으리라는
last update최신 업데이트 : 2024-10-29
더 보기

983화

“전 아닙니다.”최양하가 고개를 저었다. 어쩔 줄 모르는 얼굴로 둘러보았지만 회의실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분노와 원망에 찬 시선으로 그를 바라볼 뿐이었다.“저는 FTT를 배반하는 짓을 한 적이 없습니다.”최양하가 재차 강조했다.“아니라고요. 아버지가 찾아온 적은 있지만 거절했습니다.”최란이 부르르 몸을 떨었다.“네 아버지가 자료를 넘겨달라고 했다는 말이니?”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최란의 시선을 마주하며 할 수 없이 최양하는 고개를 끄덕였다.“네. 아버지가 추신의 최대 주주라면서 추신이 제 것이 될 거라며 미끼를 던졌지만 저는 물지 않았습니다.”최란이 휘청했다.추동현이 자신에게 점점 냉담해지고 집에 붙어있지를 않는다는 생각은 했지만 한 베개를 베는 사람이 이렇게나 무시무시한 사람일 줄은 생각지 못했다.3년 전 추신에 엄청난 자금을 유통해주고 속았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최란은 추동현을 상당히 원망했었다. 수십 년 간 추신을 물심양면으로 도와주면서도 자기 남편이 그 정도로 야심가라는 사실도 몰랐다. 물론 야심이야 있을 수도 있지만 사람이 양심과 넘지 말아야 할 선이라는 건 있기 마련이다.‘대체 내가 어떤 인간을 사랑했던 거지?예전의 그 품위 있고 재주 있는 추동현이 가짜였나? 대체 뭘 얼마나 숨기고 있는 거야?’“형부가 그런 사람이었어?”최민이 울컥해서 소리쳤다.“그런 사람을 위해서 한병우랑 이혼까지 했는데, 이제 보니 여우를 피해서 아주 호랑이 굴에 들어갔네. 언니 손으로 추신을 일으켜 주더니 아주 형부 아들이 우리 회사에서 정보까지 빼내 갔잖아.”최란은 이제 얼굴이 창백해져서 한 마디도 하지 못했다.한때는 FTT에서 가장 내로라하는 인물이었는데 이제는 자기 손으로 FTT를 망치게 된 것이다. ‘그래, 내가 어리석었지. 너무 어리석었어. 이렇게 못된 인간에게 마음을 온통 내주다니.내가 눈이 멀었어.’“고모,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전 아니라고요.”최양하가 어금니를 꽉 물었다.“네가 아니라고?”최민이 최양하를 노려보았다.
last update최신 업데이트 : 2024-10-29
더 보기

984화

최양하는 화가 나서 소리치면서 회의실을 돌아보았다. 다들 믿지 못하겠다는 눈으로 쳐다보았다. 최대범, 최민, 최하준, 최란까지도 의심의 눈초리를 했다.“어머니, 어머니도 안 믿어 주시는 거예요?”최양하의 얼굴에 절망이 떠올랐다.“저도 최 씨 핏줄이에요. 제가 어떻게 가족에게 그런 인면수심의 짓을 하겠어요?”“양하야….”최란이 슬픈 눈으로 바라보았다. ‘내가 완전히 사람을 잘못 봤어. 동현 씨는 무고하다고 그렇게 말을 했었는데 제대로 뒤통수를 맞아 버렸네.’“경찰에 넘기도록 하지.”하준이 갑자기 낮은 소리로 뒤에 있던 전성에게 명령을 하달했다.“최양하, 이번 사건은 끝까지 추적하겠다. 네가 한 짓이라는 게 밝혀지면 아주 크게 후회하게 될 거다.”최양하는 찬물을 뒤집어쓴 기분이었다. 미처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전성과 지룡 멤버들이 양쪽에서 양하를 잡고 나가면서 이번 사태에 마침표를 찍었다.다들 얼굴이 어두웠다.최하준이 좌중을 돌아보며 가라앉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시간이 늦었으니 다들 돌아가 좀 쉬시죠.”황보 이사가 쓴웃음을 지었다.“이렇게 큰일이 벌어졌는데 잠이나 오겠나?”하준이 입술을 축였다.“FTT는 지금까지 온갖 풍파를 겪어왔습니다. 그런 와중에도 언제나 신용을 지켰습니다. FTT에서 계약을 어기게 되었으니 파트너에게 한 푼도 빠짐없이 보상하겠습니다. 부족한 부분은 나 최하준이 메우겠습니다. FTT가 정말 버티지 못하게 될 사정이 되면 제가 책임을 지고 사임하겠습니다.”말을 마치고 하준은 역광을 받으며 자리를 떴다.그러나 회사를 떠난 것이 아니었다. 그 길로 사무실로 올라갔다.그러나 자리에 앉자마자 상혁이 다급히 들어왔다.“회장님, 어르신께서 회의실에서 쓰러지셨습니다.”하준의 눈이 무거워졌다. 벌떡 일어나 병원으로 향했다.병원에 도착하니 의사가 응급처치를 마치고 돌아서는 참이었다. 최대범이 충격으로 뇌경색이 와 앞으로 마비가 올 수 있다고 했다.그야말로 설상가상이었다.최민은 화가 난 나머지 최란에게 따지고 들었
last update최신 업데이트 : 2024-10-29
더 보기

985화

최진은 너무나 깜짝 놀랐다.“윤형이가 왜?”고연경이 울며불며 상황을 설명했다.“어젯밤에 술집에 가서 놀다가 추성의 와이프를 만난 모양이야. 그런데 애가 취해서 집적거리려다가 추성의 일행에게 끌려갔대.최진이 비틀거렸다. 최윤형은 유일한 아들이다.최민이 날카롭게 비난의 말을 던졌다.“대체 애를 어떻게 가르친 거야? 어쩌다가 우리 집안에서 이런 애가 나와? 대체 머리에 뭐가 들었길래 술집에서 남의 마누라를 집접거릴 생각을 해?”최진은 멍한 채로 말을 이었다.“그럴 리가 없어. 예전에는 윤형이가 어리석은 짓을 좀 저질렀는지 몰라도 3년 전 동성에서 돌아오고 나서는 얼마나 달라졌다고. 요즘은 제대로 여자친구도 사귀고 있었는데.”“추신 놈들….”고연경이 울먹였다.“십중팔구 그 집 식구들이 덫을 놓은 거야. 아니면 어떻게 그렇게 딱 맞게 추성의의 와이프를 술집에서 만나?”그 말에 다들 정신이 번쩍 들었다. 추성의는 추성호의 사촌 동생이었다.“추신 놈들이 대체 나랑 무슨 원수를 져서 이래?”최진은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우리 FTT의 신제품 데이터를 훔쳐 간 것은 그렇다고 치더라도 내 아들까지 건드리다니. 이런 배은망덕한 짐승 같은 놈들.”“지금 그러고 욕해봐야 소용없어. 윤형이부터 구해야지”고연경은 이제 꺽꺽거리느라 목소리도 못 알아들을 지경이었다.“애가 너무 맞아서 출혈이 크다는데, 오래는 못 버틸 거야. 하준아, 제발 지룡을 불러서 윤형이가 어디로 끌려갔는지 좀 알아봐 줘.”“걱정하지 마십시오. 지금 바로 보낼게요.”너무 골치가 아팠다. 회사 일도 해결이 안 되는데 이제 할아버지가 쓰러지시더니 이제 막 응급실에서 나오는 참인데 윤형이까지 일이 생겨 버렸다.보이지 않는 거대한 힘이 온 FTT를 덮쳐오는 것만 같았다.하준은 너무 피곤했지만 지금 이런 때 FTT와 집안을 지탱할 것은 자기 한 사람뿐이라는 것을 알았다.지룡은 곧 최윤형이 추성의의 별장으로 끌려갔다는 사실을 알아냈다.하준은 직접 지룡을 끌고 갔다. 별장에 도착해 보니
last update최신 업데이트 : 2024-10-29
더 보기

986화

하준이 다가서자 추성호는 반사적으로 주춤주춤 물러서면서 보디가드를 자기 앞에 서게 했다.“무, 무슨 짓을 하려는 거야? 경고하는데, FTT 운은 이제 기울었어. 앞으로는 추신이 우리나라 최고의 기업이 될 거야. FTT는 2위? 3위? 아니, 아주 하잘것없는 기업이 될 수도 있지. 당신이 아직도 무소불위의 1위 대기업 회장인 줄 알아?”추성호가 당당하게 비웃었다.“게다가 사람을 막 잡아가는 건 범죄라고. 범죄자 주제에 어디서 이렇게 당당한 거야?”하준의 눈썹이 꿈틀했다.이때 문이 열리면서 경찰이 우르르 몰려들었다.그중 한 명이 실내 상황을 둘러보더니 바로 하준에게로 다가왔다.“양유진 씨와 서경주 씨가 강여름 납치 혐의로 최하준씨를 신고했습니다. 같이 서로 가주시죠.“봤지? 내가 뭐랬어?”추성호가 고소하다는 듯 말했다.“뭐가 국내 최고의 재벌이야? 이제 그 자리는 내놓아야지.”하준은 무표정한 얼굴로 추성호를 쳐다보더니 바로 상황을 파악했다.“양유진하고 무슨 관계야?”“별 관계는 없는데. 뭐, 공통의 적이 있었달까?”추성호가 눈썹을 치켜세웠다.“그리고 지금 이런 때 와이프를 되찾지 않는다면 바보지.”하준의 날카로운 입술이 굳게 닫혔다. 추성호가 하는 소리가 말이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이 모든 일의 배후가 그리 간단해 보이지 않았다. 아무래도 자신이 큰 소용돌이에 휘말리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최하준 씨, 갑시다.”경찰이 수갑을 채웠다.“그 많은 사람들이 뻔히 보는 가운데 사람을 끌고 가다니, 증인과 물증이 모두 충분합니다. 당장 경찰서로 가서 강여름 씨가 어디 있는지 사실대로 부는 게 좋을 겁니다.”“회장님….”전성이 걱정스러운 눈으로 하준을 바라보았다. “일단 윤형이나 바로 병원으로 데려가지.”하준은 피로 얼룩진 윤형을 쳐다보았다. 너무 출혈이 커서 의식을 찾는대도 멀쩡할지 걱정이었다.추성호 옆을 지나면서 하준은 냉랭한 시선으로 노려보았다.“추동현이 네 배후지? 둘 다 절대로 가만히 두지 않겠어.”시선에
last update최신 업데이트 : 2024-10-29
더 보기

987화

최진의 눈은 온통 핏발이 섰다. FTT의 신제품 자료가 모두 빠져나갔다는 말을 들었을 때도 이렇게 분노하고 슬프지는 않았다.“우리 윤형이가 추신이랑 무슨 원수를 졌다고 애를 장애로 만들어? 아들이라고는 이거 하나인데.”그러면서 실성한 듯 통곡했다.“잘한다, 잘해. 윤형이는 지적 장애고, 아버지는 중풍에 하준이는 경찰에 잡혀갔어. 우리 집안은 이제 끝이야. 이게 다 너 때문이라고.”최진을 바라보는 최란의 눈시울이 고통으로 붉어졌다.‘그래. 내가 너무 어리석어서 온 집안을 다 망쳤어.추동현, 어떻게 사람이 이렇게 매정하고 독할 수가 있지!대체 전생에 무슨 원수를 졌다고 나한테 이러는 거야?’최란은 비틀거리며 밖으로 걸어 나갔다. 추동현을 찾아야 했다. 대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거짓말인지 들어봐야 했다.******멀지 않은 곳에서 전성이 초조한 얼굴로 이 장면을 바라보고 있었다.단 며칠 만에 FTT가 이 지경이 될 줄은 몰랐다.병원에서 나오자 정화가 바로 달려와 전성의 팔을 잡았다.“이제 어떡하죠?”“회장님이 나오시면 뭔가 말씀이 있으시겠지.”전성이 한숨을 쉬었다.“아니, 내 말은… 이제 FTT가 망하는 건 시간 문제라고요.”민정화가 뭔가를 상당히 망설이며 말했다“그런 능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계속해서 회장님에게 굽신거리며 살 거예요?”“지금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는 아는 거지?”전성의 안색아 확 변하면서 경고했다.“난 팩트를 말하는 것뿐이에요. 사람이 위를 바라보고 살아야죠.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게 아니라 지룡의 많은 고수들이 그렇게 생각해요.뭐, 한때 FTT의 최씨 집안에서 우리 윗대의 어르신들에게는 은혜를 베풀어 주었으니 우리도 그 집의 후손을 돌보는 것도 말이 안 되는 건 아닌데요. 이제 그 집안은 망해가는데 계속해서 그 사람들에게 굽신거린다는 건 좀 말이 안 되지 않나요?”민정화가 슬슬 구슬렸다.“두고 보세요. 이제 지룡에서 사람들이 계속 탈출할 거라고요. 이제 FTT는 여러 적에게 공격을 받을 텐데 그러면
last update최신 업데이트 : 2024-10-29
더 보기

988화

경찰서.끌려들어 가던 하준은 마침 안에서 최양하를 데리고 나오는 추동현을 보게 되었다.세 사람의 대면, 최양하는 최하준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는 깜짝 놀랐다.“벌써 보석으로 풀려날 줄은 몰랐구나.”하준은 너무나 멀쩡한 최양하를 흘끗 쳐다보더니 그럴싸하게 차려입은 추동현을 보고는 웃었다.“이제는 아주 숨길 생각도 없으시군요?”“그럴 필요가 없으니까.”추동현이 담담히 말했다. “양하는 내가 데려가마. 이제 그 집안으로 돌아갈 일은 없을 거다. 증거가 있으면 와서 고소해. 하지만 안타깝게도 양하가 자료를 유출했다는 것은 너희 추측일 뿐이지 증거가 없어서 말이야.”“둘이 아주 부자답군요.”하준이 싸늘하게 양하를 노려보았다.“최양하, 네가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우리 가족에게 정이 있는 줄 알았는데 내가 착각을 했나 보군. 네 아버지랑 아주 똑같구나.”최양하가 억울한 얼굴로 막 입을 열려는데 추동현이 큭큭 웃었다.“당연히 나와 한 편이지. 앞으로 성도 추양하로 바꾸게 될 거다. 아들이라고 이 녀석 하나인데 그간 너에게 너무 억울한 취급을 받았어. 그간 그꼴 보고 참느라고 힘들었다.이젠 완전히 달라졌다. 앞으로 우리 양하를 보면 예의를 차려서 대해주었으면 좋겠구나. 앞으로 너희 최씨가 우리 양하에게 함부로 했다가는 험한 꼴 보게 될 거야. 최윤형을 본보기로 삼으면 되겠구나.”하준의 이마에서 시퍼런 심줄이 돋았다.최양하는 이제 무슨 말을 해도 소용이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추동현이 다정하게 양하를 바라보았다.“우린 이제 우리 집으로 가자꾸나.”“최양하, 내가 그냥 이렇게는 넘어가지 않을 거야.”하준이 싸늘한 시선을 최양하의 등에 꽂았다.최양하는 소름이 끼쳐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가 아는 하준은 그야말로 무슨 짓이든 할 인물이었다.추동현이 덧붙인 말이 아니었다면 형님이 자신을 그렇게까지 증오하지는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최양하는 체념한 채 추동현을 따라 주차장으로 갔다.추동현은 최양하에게 차 키를 던지며 싸늘하게 뱉
last update최신 업데이트 : 2024-10-29
더 보기

989화

최양하가 이어서 외쳤다.“아버지는 우리 어머니를 전혀 사랑하지 않죠. 수십 년 간, 어머니는 그저 도구였어요. 그러니 아들인 내가 기꺼울 리도 없겠죠.”“계속해보거라.”추동현이 담담한 말투로 천천히 뱉었다.그 담담한 모습을 보니 최양하는 더욱 소름이 돋았다.“FTT 안에 스파이가 있는 거겠죠. 그 사람이 신제품 자료를 빼돌렸을 테고요. 그 사람을 보호하기 위해서 형님의 주의력을 돌리고 내가 FTT의 배신자라고 믿게 만든 겁니다. 아니면 저를 최씨 가문에서 철저히 갈라내기 위해서 일 수도 있고요.”“역시 내 아들이구나. 추리가 훌륭해.”추동현이 팔짱을 꼈다.“이번 일로 네게 아주 실망했다. 그러나 내 아들이니 다시 한번 더 기회를 주지. 앞으로 우리 추신을 위해서 힘써준다면 네 몫이 섭섭하지는 않을 게다.”“됐습니다. 아버지 말씀이라면 믿을 수 있는 말이 거의 없으니까요. 제 아버지지만 저는 평생 아버지처럼 비열한 냉혈한은 본 적이 없습니다.어머니께서 아버지를 위해서 그 많은 자금을 출자했는데 어떻게 그렇게 심하게 상처 주실 수가 있습니까? 전 영원히 아버지를 용서할 수 없습니다.”최양하가 원망스러운 시선으로 추동현을 노려보았다.추동현은 그 말을 듣더니 웃었다. 얼굴에 비웃음이 가득했다.“너 따위의 용서가 필요할 거라고 생각하나? 너무 자아가 비대한 거 아닌가? 내 곁에 서지 않겠다면 마음대로 해라. 어쨌든 내가 아들이 너 하나만 있는 것도 아니니까.”그러더나 추동현은 차에 올라탔다.시동이 걸리더니 창문이 천천히 내려갔다. 추동현이 얇은 입술을 벌려 싸늘하게 최양하를 쳐다봤다.“안타깝지만 내게서 떨어져 나간다고 최씨 집안에서 널 아껴주지도 않을 거다.”매연 냄새만 남기고 차는 떠났다.최양하는 그저 망연자실해서 서 있었다.하루 사이에 최양하는 FTT의 배신자가 되었다. 가족 중 어느 누구도 믿어주지 않고 아버지는 아끼는 혼외자식을 두었다. 이제 아무것도 남지 않은 듯했다.‘하아아….’처량하게 화단에 쭈그리고 앉았다. 어쩌다 인
last update최신 업데이트 : 2024-10-29
더 보기

990화

이때 애교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여보….”추동현이 즉시 다정한 얼굴을 하고 돌아보았다.최란도 고개가 돌아갔다. 젊은 여자가 일고여덟 살 된 사내아이를 데리고 왔다. 남자아이가 추동현에게 와락 안겼다.“아빠!”최란은 머릿속에서 콰르릉하고 번개가 치는 것 같았다. 눈이 휘둥그레져서 여자와 아이를 쳐다보았다. 숨을 쉴 수가 없었다.잘못 본 게 아니라면 그 사람은 하진 그룹의 딸 하정현이었다. 백지안과도 매우 친했던 하정현은 예전에 파티장에서 몇 번 만난 적이 있었다.“안녕하세요?”하정현이 최란을 흘끗 보더니 말했다.“죄송해요. 동현 씨랑은 오래됐네요. 얘가 우리 아들이에요.”최란은 피를 토할 지경이었다. 하정현의 말이 망치처럼 머리를 내려치는 것 같았다.“추동현, 이 나쁜 자식!”최란이 손을 들어 추동현의 낯짝에 분노의 따귀를 올려붙였다.그러나 손이 닿기도 전에 추동현의 손에 밀려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최란, 나도 참을 만큼 참았어.”추동현이 전혀 온기가 느껴지지 않는 눈으로 최란을 노려보았다.“당신의 그 큰언니 기세, ‘무조건 내 말 들어’의 태도, 내가 FTT의 힘을 빌릴 생각이 아니었다면 수십 년을 그렇게 참았을 것 같아?”“처음부터 날 이용할 생각으로 접근했군. 날 사랑한다는 말도 다 거짓말이었어!”최란의 두 눈에서 절망의 눈물이 흘러내렸다.“당연하지! 다른 놈의 애까지 딸렸었는데!”추동현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칼날처럼 예리했다.“이제 FTT는 망했어. 그러니 당신은 나에게 어울리지 않아. 이혼 협의서는 사람 시켜서 보내도록 하지. 즉시 사인해서 돌려보내는 게 좋을 거야.”“이 쓰레기 같은 놈.”최란은 울분이 치솟았다. 눈에서 남편의 일탈에 대한 분노가 이글이글 타올랐다.“우리 집안과 FTT를 다 빨아먹고 나니 나는 이제 차내버리겠다, 이건가? 꿈 깨시지. 당신의 그 악랄한 진면모를 다 공개해 버리겠어.”“할 테면 해봐. 우리 추신에서 랜들의 반도체 사용권을 가지고 있는 이상은 누구라도 우리와 협력하려고 할
last update최신 업데이트 : 2024-10-29
더 보기

991화

경찰서, 새벽 6시.이주혁이 변호사를 대동하고 왔다가 로비에서 서경주와 양유진을 만났다.이주혁을 보더니 서경주는 무거운 얼굴로 입을 열었다.“최하준을 보석하러 왔겠지. 하지만 그렇게 쉽게 데리고 나갈 수는 없을 걸세. 여름이가 어디에 있는지 한시라도 빨리 부는 게 좋을 거라고 전해주게.”“최선을 다하겠습니다.”이주혁이 미간을 문지르며 곁눈질로 양유진을 흘끗 보았다.두 사람은 평소 안면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잡지에서 본 적이 있었다.최근 몇 년간 진영그룹은 맹렬한 속도로 성장해 의약 업계의 선두 주자 역을 하고 있으며 그게 모두 양유진의 노력 덕분이라는 내용이었다.인터뷰에서는 부드럽고 우아한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이번에 검은 정장을 입은 모습을 보니 품격있는 모습에 차가운 시선이 더해지면서 카리스마까지 더해진 듯했다.양유진이 절대 만만한 상대가 아니라는 느낌이 들었다.이주혁은 곧 시선을 거두고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5분 뒤 하준이 심문실로 나와 이주혁과 대면했다.하준의 상기된 뺨을 보고 이주혁은 한숨을 쉬었다.“하준아, 내가 네 얼굴 한 번 보려고 얼마나 힘들었는지 아냐?”“추신 쪽에서 압력을 넣었던가?”하준이 무거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그래. 이제는 추신의 위세가 대단해서 나도 함부로 덤비지 못하겠더라. 이번에는 영식이네 부탁해서 이리저리 줄 대서 간신히 보러 온 거야.”이주혁이 사뭇 진지한 말투로 말을 이었다.“나한테 맞춰주지 않으면 나도 널 보석으로 꺼낼 방법이 없어.”“여름이가 어디 있는지 대라는 거지?”하준이 힘없이 큭큭 웃었다.“다들 보는 데서 대놓고 사람을 데려갔잖아. 지금 양유진, 아버님, 화신 중역들도 여름 씨랑 연락이 안 된다고 난리야.”이주혁이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네가 한 짓은 완전히 납치라고. 전에는 네가 두려워서 신고를 안 했는지 몰라도 요즘 FTT에 내유외환이닥치니 양유진이 아버님과 손을 잡았어. 더 이상은 널 겁내지도 않는다고.”하준은 입술을 핥을 뿐 아무 말이 없었다. 섬에 들어갈 때
last update최신 업데이트 : 2024-10-29
더 보기
이전
1
...
979899100101
...
170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