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하려고 결혼했습니다의 모든 챕터: 챕터 1011 - 챕터 1020

1699 챕터

1012화

양유진은 주춤주춤 뒷걸음질 쳤다. 슬픈 듯 웃음을 짓더니 나가버렸다.하늘과 여울이가 다가왔다.“엄마, 아저씨가 왜 갔어요? 싸웠어요?”“가자, 가서 밥 먹자.”여름은 허리를 숙여 아이들에게 뽀뽀해 주었다.눈에는 깊은 피곤이 쌓여있었다.******이후 이틀간 하준은 모든 지룡 멤버를 동원해 최양하의 행방을 찾았다. 그러나 증발이라도 해버린 듯 최양하를 찾을 수는 없었다.“회장님. 기차역, 공항, 고속도로 나들목을 모두 찾아보았지만 부회장님의 행방을 찾을 수가 없습니다. 인근 지역의 병원에서도 진료기록을 찾을 수가 없습니다.”전성이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상황을 보고했다.“이제 가능성은 두 가지뿐이야. 양하가 어디에 갇혔거나, 아니면…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거나.”가죽 의자에 앉은 하준의 거구에서 차가운 기운이 흘러나왔다.“돌아가셨다고요?”‘아니야. 양하는 강한 녀석이야. 이렇게 쉽게 죽었을 리가 없어.’하준은 떨리는 손으로 의자 손잡이를 꽉 잡았다.“전 당주가 마지막으로 양하를 본 사람이니까 자세히 기억을 되살려 보지. 그때 양하를 놓고 떠날 때 다른 사람은 본 적이 없나?”갑자기 하준이 소리를 질렀다.전성은 움찔했다. 당시 현장에 다른 사람이라면 민정화뿐인데 정화가 부회장을 해칠 이유가 없질 않은가.‘정화가 부회장님과 딱히 무슨 원한이 있는 것도 아닌데.’“없었습니다.”전성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최란이 사무실로 뛰어 들어왔다.“하준아, 동현 씨에게서 전화를 받았는데 양하가 연락이 안 된대. 네가 지룡에 끌고 가고 나서부터라는데, 혹시 네가 데리고 있니?”최하준의 몸이 확 굳어졌다. 가장 걱정하던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어머니. 사흘 전에 제가 한 대 때리고 내쫓았어요.”최란은 깜짝 놀랐다.“애가 우리를 배신했으니 손은 봐줄 수 있지만 연락도 못 하게 할 필요가 있니?”하준은 얇은 입술을 꾹 다물고 오래도록 아무 말이 없었다.최란은 점점 더 불안해져서 결국 전성을 바라보는 수밖에 없었다.전성이 고개를 숙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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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3화

“네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양하의 실종에 책임을 면할 수는 없다.”최란은 너무나 후회가 되었다.추동현의 바람과 배신으로 정신을 못 차리느라 두 아들을 전혀 신경 쓰지 못했던 것이다.정신을 차려보니 양하가 사라져 버렸다.“양하를 찾아오지 못하면 너 같은 아들 없는 셈 칠 거야.”최란은 미친 듯 소리를 지르다가 그만 기절하고 말았다.“아이고!”전성이 후다닥 달려가 부축했다.하준은 벌떡 일어나 얼른 최란을 안았다. 그 길로 병원으로 내달렸다.채혈을 하고 여러 가지 검사를 진행하더니 의사가 말했다.“사모님께서는 며칠이나 못 주무신 것 같습니다. 피로와 스트레스가 너무 누적되어서 기절하신 거예요. 스트레스 없이 좀 마음 편하게 해주세요.”하준은 씁쓸했다. 지금 이런 상황에서 최란이 어떻게 마음 편하게 지내겠는가?의사가 막 병실에서 나가는데 경찰 몇 명이 들어섰다.“추동현 씨께서 최하준 씨가 그 댁 아들을 납치해서 지금까지 행방불명이라고 신고했습니다. 같이 서로 좀 가 주셔야겠습니다.”하준의 눈이 어두워졌다. 추동현이 최양하의 일로 들고 일어날 것은 알았지만 예상보다 너무 빨랐다.“좋습니다. 어머니께 인사만 드리고 바로 같이 가겠습니다.”하준은 침대 가로 다가갔다. 최란은 수액을 맞고 상태가 조금 좋아졌지만 안색은 여전히 좋지 않았다.“제가 원망스러운 건 알겠습니다. 하지만 양하는 추동현의 아들이에요. 지금 추동현의 기세가 하늘을 찌르는데 제가 양하에게 화풀이 정도는 할 수 있을지 몰라도 걔 목숨을 어쩌기는 힘듭니다. 보세요, 벌써 절 경찰에 신고했네요.”“……”최란은 완전히 경악했다.더는 자세히 설명할 시간이 없었다.“이제 사람들이 우리 FTT를 삼키려고 호시탐탐 노리고 있어요. 특히나 추신에서는 하남그룹을 뒤에서 조종하고 있어요. 제가 경찰서에 들어가고 나면 하남그룹에서 여러 기업과 연합해서 우리 FTT를 조여올 겁니다. 최대한 빨리 FTT에서 내내 적자를 기록하고 있었던 보험, 호텔, 전자상거래 쪽 자회사를 빨리 매각하십시오.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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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4화

-이게 다 무슨 일이야? 최하준이 최양하를 납치했다고 잡혀갔다고? 강여름도 납치하더니, 아주 습관성 납치병 환자인가 봐?- 아주 법 위에 군림을 하시는구먼. 자기 동생까지 납치해? 닥치고 감옥에 집어처넣자.- 최하준이 아주 성질이 더럽대. 전에도 최양하에게 함부로 화풀이하고 막 그랬잖아.-이번에는 좀 심하게 한 것 같은데? 최양하 지금 실종된 지 며칠 됐는데 호텔 목격자 말로는 최하준의 부하에게 끌려갔대. 최양하 아버지인 추동현이 경찰에 신고했다는데?-지금은 추신의 기세가 등등하니 곧 최하준을 감옥에 보낼 수 있겠지. 저런 놈은 절대로 놔주면 안 돼.네티즌이 워낙 갑론을박하다 보니 여름에게도 소식이 들려왔다.엄 실장이 자기가 들은 소식을 풀어놓았다.“FTT에서 보험, 호텔 같은 자회사를 매각하기로 했나 봅니다.”“지금 자금줄이 막혔으니 매각도 현명한 결정이지.”여름은 갑자기 궁금해졌다.“그런 결정은 누가 내렸는데?”“지금 최란 이사가 FTT 경영을 맡았답니다. 지금 달리 사람도 없고요.”그러면서 엄 실장이 초대장을 하나 내밀었다.“아 참, 모레 저녁에 큰 경매가 열립니다. 최하준 회장 본가인 별장이 매물로 나온다고 합니다.”여름은 완전히 깜짝 놀랐다. 탄식이 나왔다.“흥, 갈 데까지 갔나보 군.”“그렇습니다.”엄 실장이 말했다.“경매도 최란 이사가 결정했습니다. 그 별장은 국내 최대 규모입니다. 풍수지리적으로도 아주 훌륭한 곳이라고 하더군요. 그런데 추신에서 재계에 은밀히 압박을 넣어놨더군요.여름이 미간을 찌푸렸다.“추신도 정말….”‘저렇게 비열하고 변칙적인 방법으로만 어떻게 지금의 추신을 만들었는지 모르겠네.’“그렇습니다. 어쨌든 지금 다들 눈치를 보느라 함부로 움직이지 않을 것 같습니다.”엄 실장이 말을 이었다.“한번 가보시겠습니까? 내로라하는 재벌들은 모두 참석하는 모양입니다.”여름은 미간을 문질렀다.“가서 뭐 하겠어요? 사지도 못할 텐데. 그냥 둬요.”*****구치소 안.담당자가 식사와 물을 배식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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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5화

‘누구야? 대체 어떤 놈이 이렇게 악랄한 수를?추동현인가? 나와는 그렇게 직접적으로 원한을 가질 일이 없었는데?그렇다면 누구지?’“우씨, 감히 날 쳐?”상대가 입에서 흐르는 피를 쓱 닦더니 막 다가서는데 갑자기 문이 열리고 경찰이 들어왔다.“이것들이 뭐 하는 짓이야? 잡혀 들어왔으면 얌전히 있을 것이지!”******강변에 위치한 어느 별장.양유진이 전화를 한 통 받더니 표정이 일그러졌다.“하다 말았다고?”“잘 처리됐습니다. 안에 있던 녀석 말로는 최하준에게서 피가 많이 났다고 하더라고요. 아마도 앞으로는 남자구실 못할 겁니다.”“아마도”양유진의 눈이 가늘어졌다.“난 100% 확실한 걸 원하는데.”‘사사건건 최하준이 내게 모욕을 줬으니 이제 철저히 밟아줘야겠어.그렇게 여자를 밝히는데 앞으로 어떻게 밝히는지 한번 보자고.남자구실도 못 하니 이제 강여름에게 덤빌 수 없을 거다.’“이런 일에는 100%라는 게 없죠.”상대가 낮은 소리로 말을 이었다.“그때 바로 한 번 더 그으려는 참에 이주혁이 면회를 신청하는 바람에 경찰이 들어와서 현장이 발각되고 말았습니다.”“젠장!”양유진이 욕지거리를 내뱉었다.“그 녀석이 아귀힘은 좋은 놈이니 십중팔구는 불구가 되었을 겁니다.”부하가 달래듯 말했다.“알겠다.”기품 있던 양유진의 얼굴이 음험하게 일그러졌다.******병원.소식을 들은 송영식이 황급히 와서 보니 이주혁이 수술실 앞에서 멍하니 있었다.“어떻게 됐어? 아니, 젠장. 그 빌어먹을 자식이 대체 하준이에게 무슨 짓을 한 거야?”송영식이 한껏 심각한 얼굴로 물었다.“이거 뭐 완전히 하준이를 불구로 만들려고 한 거 아니냐고? 이게 인간이 할 짓이냐? 추동현은 아니겠지? 이건 너무 악랄하잖아? 걔네 집을 그렇게 쑥대밭을 만들었으면 충분하지 않나? 하준이네랑 무슨 원수를 그렇게 졌다고. 이렇게까지 할 이리냐고?”“내 생각에는… 추동현이 아닌 것 같아.”이주혁이 팔짱을 끼더니 갑자기 가만히 말했다.“추동현은 하준이 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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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6화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 사람 굉장히 무서운 인간이지 않냐?”이주혁이 영식을 흘끗 쳐다보았다.“너도 이 바닥에 있으니 잘 알겠지만, 성공하는 사람 중에 간계에 능하지 않고 심지 굳지 않은 사람이 있냐? 양유진은 서울 올라와서 겨우 몇 년 만에 진영 그룹을 국내 의약 업계 최고의 기업으로 만들었어. 몇 년 전 처음 진출할 때만 해도 다들 우습게 생각했는데 양유진은 조용히 기초를 다지더니 이제는 이 바닥에서 내로라하는 모임에는 양유진의 그림자가 드리우지 않은 곳이 없어.”“… 확실히 그러네.”이주혁의 말에 송영식은 완전히 깜짝 놀랐다.“게다가 3년 전에 동성에서 올라 올 당시 강여름은 양유진의 약혼녀였잖아? 그런데 하준이가 양유진의 손에서 강여름을 빼앗아 왔었고, 이번에는 결혼식 당일에 또 데려가 버렸지. 다들 뻔히 보는 가운데 양유진은 완전히 뺨 맞은 거야. 그런 걸 참고 넘길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그렇구나.”송영식도 생각해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네 말 듣고 보니 양유진이 정말 무서운 인간인 것 같다. 경찰서 구치소 안까지 손을 뻗을 수 있다니 만만한 녀석이 아니야. 계속 이런 식으로 하준이랑 맞서겠다면 이거 정말 큰 일인데.”“더 심각한 건 놈이 드러내 놓고 덤비는 게 아니라 뒤에서 은밀히 움직인다는 점이야.”이후로 두 사람은 갑자기 말이 없어졌다. 한참 뒤 하준이 나왔다. 혼수상태는 아니었지만 얼굴이 아주 창백했다.병실에 들어가서 의사가 어쩔 수 없다는 듯 입을 열었다.“재건 수술을 하기는 했습니다만, 음경 부위 손상이 너무 심각합니다. 앞으로 정상적인 성생활이 가능할지는 장담을 못 하겠습니다.”“무슨 뜻입니까? 앞으로… 성생활을 못 한다는 말입니까?”하준은 크게 충격을 받은 듯했다.“그렇다기보다는…뭐 100% 보장은 할 수 없다… 그런 뜻입니다.의사가 동정하듯 하준을 흘끗 쳐다보았다.“긍정적으로 생각하세요. 목숨에는 지장이 없지 않습니까?”“……”너무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왔다.의사가 지금 하는 말이 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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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7화

“아니, 무슨 말이라도 좀 해 봐.”송영식은 하준이 너무 입을 다물고 있으니 살짝 불안했다.“지금 이러고 우울에 잠겨있을 때가 아니야. 추신에서 널 고소하고 일을 크게 만들려고 해서 지금 다들 이 일에 주목하고 있어. 구치소에서 일이 벌어지지 않았으면 넌 거기서 나올 방법도 없었을 거야.”“경찰에서 너 거주지역 벗어나지 마라고 하더라.”이주혁이 한숨을 쉬었다.“양하는 대체 어떻게 된 거야? 멀쩡한 애가 갑자기 실종이라니.”송영식이 말을 받았다.“양하랑 추동현이 일부러 널 모함하려고 그러는 거 아니냐? 최양하 어디에 숨어 있는 거 아냐?”하준은 눈을 감았다. 검은 속눈썹 아래 눈꺼풀에는 피곤이 드리워 있었다.“나도 잘 모르겠다. 그런데 이번 일에 추동현이 관련되어 있다는 의심은 들어. 추동성은 어때 보였어?”이주혁이 기억을 떠올려보았다.“경찰서에서 대치했을 때 보니까 엄청 분노하는 것 같던데. 그런데… 별로 슬퍼 보이지는 않더라.”“숨어있는 게 맞다니까.”송영식이 울컥했다.“그건 몰라.”하준이 고개를 저었다.“양하는 꽤 중상을 입고 있었어. 어디 은신시키려고 했다면 추동현이 의사를 불렀을 거야. 그런데 내가 알아봤지만 그쪽에서 추동현 주변인이 의사를 부른 기록이 없어. 난… 양하가 살해당한 게 아닌가 의심하고 있어.”‘살해’라는 말을 하는 하준의 목소리는 매우 고통스러웠다. 심장이 욱씬거렸다.송영식이 깜짝 놀랐다.“누구한테?”이주혁이 분석했다. “양하는 하준이랑 좀 티격태격하는 거 말고는 딱히 원한 관계도 없어. 그러니 해칠 사람이라면 양하의 죽음으로 최하준을 감옥에 보내고 싶어 할 사람밖에 없지.호텔 쪽 사람들이 하준의 부하가 양하를 끌고 가는 것을 목격했으니 걔가 실종되면 제1용의자는 하준이가 되는 거지. 하준이와 원한 관계가 있는 사람이라면 누굴까?”“양유진?”송영식이 혀를 내둘렀다.“아니면 추동현일까? 추동현은 아니겠지. 양하는 자기 자식인데.”“양유진일 가능성이 제일 높아.”이주혁이 하준을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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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8화

******쇼핑몰 남성 브랜드 매장.여름이 남성 정장을 보는데 누군가가 어깨를 두드렸다.윤서가 씩 웃으며 곁에 서 있었다.“한 달이나 못 봤더니 한 3년은 못 본 것 같다. 내가 얼마나 목을 빼고 기다렸는데 이제야 부르냐?”“장난 그만하고, 같이 정장이나 한 벌 골라주라.”여름이 푸른 셔츠를 꺼내며 물었다.“이거 어때?”“이렇게 젊은 디자인을 고르는 걸 보니 아버지께 선물하려는 건 아니고, 그러면 양유진이나 최하준인데?”임윤서가 흘끗 보더니 물었다.여름이 정색했다.“내가 최하준에게 옷을 왜 사주냐? 유진 씨 거 고르는 거야. 내가 좀 짜증 나는 일을 해서 사과의 의미로 옷이라도 한 벌 들고 가려고. 그런데 사이즈를 모르겠네. 나 참….”“야, 무슨 옷이냐? 남자는 시계지! 가자, 시계 좋은 거 골라줄게.”윤서가 여름을 끌고 나갔다.생각해보니 남자들이 멋을 드러낼 수 있는 수단으로 시계가 괜찮은 듯도 했다. “지금 업무시간 아니야? 내가 막 불러내도 괜찮은가?”“나 오슬란의 개발 총괄이야. 게다가 송영식 약혼녀라고. 내가 가고 싶으면 가는 거지 누가 날 막냐? 그리고 송영식은 지금 최하준 때문에 경찰서 들라거리느라고 나한테 쓸 신경이 없거든.”여름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대화에 최하준이 너무 자주 등장하는 것 같았다.막 화제를 바꾸려는데 윤서가 갑자기 귀에 속삭였다.“구치소에서 일이 생겨서 최하준이 응급실에 실려 갔대.”여름은 흠칫했다.“4대 1도 문제없을 사람한테 일이 생기기는 무슨 일이 생겨?”“몰라. 어쨌든 너무 심한 중상이래.”윤서가 말을 이었다.“송영식 본가로 밥 먹으러 갔었는데 어머님이 말씀해주시더라고. 과보를 받은 거지.”여름은 멍하니 있다가 애써서 그 일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최하준 애기 그만 해. 관심 없어. 가자. 시계 보러”“에헤이, 난 속 시원하라고 해준 얘긴데.”“그 인간이 내 앞에 보이지만 않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통쾌하거든.”둘은 결국 최고급 브랜드의 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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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9화

“요즘 스트레스받으시나 봐요? 아주 팍삭 늙으셨네?”하정현이 입은 가렸지만 고소하다는 표정이 여실히 드러났다.“뭐, 이해는 돼요. 집이며 회사가 그 지경이면 난 머리가 다 셌을 거야.”“내가 나이는 들었는지 몰라도 아버지뻘 되는 늙은이랑 사는 자네 보다야 낫지.”최란은 이미 상당히 냉정을 되찾았다. 혹은 지금 감정에 휘둘릴 때가 아니라서 그런지도 모른다.“뭐라고…?”하정현의 안색이 변하더니 추동현의 팔을 잡고 흔들었다.“여보, 저 여자 하는 소리 좀 들어봐. 자기더러 늙은이래. 난 그렇게 생각 안 해. 이제 겨우 서른 넘은 사람처럼 보이는구먼.”“요, 요 귀염둥이!”추동현이 사랑스러운 눈으로 하정현의 볼을 꼬집었다.둘을 보고 있자니 최란은 눈꼴이 시었다.추동현이 관리를 잘하고 있어 쉰이 넘었지만 마흔 남짓으로 보이긴 했다. 그래도 하정현과 같이 있으면 부녀처럼 보이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젊었을 때 추동현은 그렇게나 다정하고 재주가 많은 사람이었는데 이제는 역겨운 대상일 따름이었다.이제 와서 돌아보니 어쩌다가 추동현 같은 사람에게 빠졌는지 이해가 안 됐다.“아잉, 이러지 마요. 자기 전처 얼굴 굳는 거 봐. 기분 나쁜가 봐. 어쨌든 자기 전처잖아.”“뭐라는 거야? 그냥 이 장면 자체가 역겨워. 둘 나이 차이가 너무 나서.”최란이 비꼬았다.추동현의 표정이 살짝 변하더니 눈동자에 음산한 기운이 돌았다.“별장을 팔아서 FTT에 자금 회전하려는 거 내가 모를 줄 알아? 하지만 당신 계획은 물거품이 될 거야.”“무슨 뜻이에요?”최란이 미간을 찌푸렸다.하정현이 입을 갈고는 풋하고 웃었다.“이미 동현 씨가 재벌가에 이야기를 다 해났어요. 오늘 참석한 재벌도 많고 다들 그 별장을 하고 싶어도 경매 시작가인 4000억에서 1억도 더 붙이지 말라고 했거든요. 나중에 우리 동현 씨가 낙찰받아서 우리 셋이 살려고.”최란은 순식간에 상황이 파악되었다. 믿을 수 없다는 듯 추동현을 쳐다보았다. 너무 화가 나서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어떻게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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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0화

여름은 추동현이 이번 경매를 망치러 왔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럴 리가 없겠지.’오늘 대부분 참석자는 별장 경매를 구경하러 왔다. 갑자기 경매를 취소한다면 주최 측의 신뢰에 금이 갈 테니 앞으로 다시는 경매를 할 수 없을 터였다.최란이 자리를 뜨는 것을 보고 나서야 여름은 무거운 마음으로 화장실을 향해 걸어갔다.모퉁이를 하나 돌자 키가 큰 남자가 벽에 기대어 서 있는 것이 보였다.여름은 깜짝 놀랐다.그곳에 한참 서 있는 것으로 보였다. 아마도 최란과 추동현이 대화를 모두 들었을 것이다.여름은 저도 모르게 남자를 한 번 쳐다봤다.키가 매우 컸다. 뺨에는 흉터가 있고 선글라스를 끼고 있었다. 그 사람의 이목구비는 매우 시원하고 강한 선을 그리고 있었다. 검은 양복은 더욱 위압감을 느끼게 했다.마흔 남짓해 보였는데 젊었을 때는 질식할 만큼 매혹적이었을 것으로 보였다.아니, 젊었을 때뿐 아니라 지금도 너무나 매력적이었다.여름의 시선을 느꼈는지 벽에서 몸을 떼더니 주머니에 손을 꽂고 자리를 떴다.여름은 화장실에 들렸다가 자리로 돌아갔다. 윤서가 구시렁거렸다.“뭐 이렇게 오래 있다가 와? 별장 경매 시작할 뻔했잖아?”“시작해 봤자지. 오늘 별장은 추신의 손에 들어갈 거야.”여름은 의기소침한 최란의 뒷모습이 생각나 마음이 아팠다.“그게 무슨 소리야?”윤서가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여름을 할 수 없이 방금 본 내용을 이야기했다. 윤서는 여름의 이야기를 듣더니 불같이 화를 냈다.“어떻게 사람을 그렇게까지 괴롭히냐? FTT의 그 큰 산장을 4000억에 사려고 들다니, 거기 배산임수에 용맥이 지나가는 자리인데, 땅값도 안 된다고. 조금 있다가 내가 5000억에 입찰해서 가격을 올려놔야겠다. 내가 딱히 FTT를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저런 배신자에 조강지처를 버리는 사람은 본때를 보여줘야 해!”여름이 눈을 깜빡였다.“네가 5000억 불렀다가 뒤에 아무도 안 따라와서 낙찰되면, 낼 돈은 있고?”“……”윤서는 갑자기 쭈그러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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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1화

경매 사회자가 매우 난처한 얼굴이 되었다.이런 상황은 처음이었다.윤서는 분에 차서 테이블을 탕 쳤다.“죄다 재계에서 내로라하는 인간들이 말이야, 부끄러운 줄도 모르나? 젠장! 나한테 5천억이 있었으면 그냥 사버리겠구먼!”“누군 안 사고 싶겠냐? 다들 사고 싶지. 그런데 다들 추신 눈치 보느라고 그런 거 아니냐,”여름이 복잡한 심경으로 말했다.그러는 와중에 누군가가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4000억 2천만 원!”목소리를 듣고 여름은 표정이 확 변했다. 다른 사람이면 몰라도 몇 년을 알아 온 양유진의 목소리를 못 알아들을 리 없었다.”양유진이 경매장에 올 줄은 몰랐다.‘추신의 부탁을 받고 온 건가?”어쨌거나 조금 실망스러웠다.양유진인 성인군자인 줄 알았는데, 최하준을 미워할 수야 있겠지만 이렇게 남의 불행에 올라타 이득을 얻으려는 소인배일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던 것이다.그러나 그것도 다 여름의 착각이었다.4000억 2천만 원이 되자 아무도 경매가를 따라오려고 하지 않았다.사회자는 누군가가 가격을 조종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었다. 당황해서 어쩔 줄을 몰랐다. “4천억 2천만 원, 4천 1억 없으십니까? 4천 1억? 그러면 4천억 2천만 원 하나…”“5천억!”여름이 외쳤다. 목이 꽉 눌린 나머지 남자 목소리처럼 나왔다.그러나 이 낮은 목소리에 밖은 난리가 났다. 다들 여름이 있는 별실을 돌아보았다. 그러나 창문이 닫혀서 아무도 안에 누가 있는지 볼 수는 없었다.곧 어느 별실에서 물건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분명 경고의 의미였다.여름은 눈썹을 치켜세웠다.‘추동현이 경고를 보내는군.’윤서는 눈이 휘둥그레져서 여름을 쳐다보더니 소곤소곤 물었다.“야, 너 5천억 있어?”“아버지께 말씀드리면 융통할 수 있을 거야.”여름이 답했다.“추동현 안 무서운가 봐?”윤서가 찡긋거렸다.“너어, 괜히 FTT 도와주고 싶어서 그러는 거 아냐?”“그냥 정의를 실현하고 싶을 뿐이야.”여름이 윤서를 흘겨보았다.“그리고, 낙찰받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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