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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이혼하려고 결혼했습니다: Chapter 1141 - Chapter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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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2화

한병후라는 이름이 최란의 삶에서 사라진 지 어언 20여 년이었다. 그러나 단 한 번도 자기 첫 남편이자 하준의 친부인 한병후를 잊어본 적이 없었다.한병후 때문에 하준을 임신을 하게 되어 자신의 인생이 꼬였기 때문에 원망스러웠다.최란도 한병후는 다시는 자기 앞에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믿었다.그러나 최란이 그렇게 깔보던 그가 지금은 거대한 글로벌 기업의 이사장이 되어 경매에서 추동현에게 망신을 살 뻔한 자신을 구해준 것이다.“잘… 잘 지내디?”한참 만에야 최란이 더듬더듬 물었다.“최소한 어머니께 버림받은 뒤로는 떠돌이 유기견 같은 삶을 살았더군요.”하준은 추동현이 어떻게 한병후를 죽이려고 들었는지 낱낱이 최란에게 이야기해 주었다.최란은 얼이 빠졌다.“그.. 그럴 리가?”하준이 미간을 찌푸렸다.“지금 그런 일로 아버지가 거짓말을 할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얼굴 한쪽이 다 칼 맞은 흉터더군요. 그리고 예전에 술잔에 약을 탄 것은 아버지가 아니었습니다. 추동현이었어요. 아버지가 실수로 그 술을 마신 것을 어머니께서 내내 오해하신 거예요.”그 말을 듣고 얼떨떨한 최란의 얼굴을 보면서 하준은 저도 모르게 한숨을 쉬었다.자신은 너무나 최란을 닮았다. 어머니가 그랬듯이 여름에게 어리석은 짓을 잔뜩 저질렀다. 지금 최란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 하준은 잘 알았다.“이 일은 일단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세요. 그리고 아버지를 찾아가지도 마시고요. 우리는 신중히 움직여야 합니다.”그렇게 말하더니 하준은 성큼성큼 걸어 나가 버렸다.최란은 멍하니 그대로 서 있었다.당시 처음 한병후를 만났을 때를 떠올려 보았다. 한병후는 하얀 셔츠를 입고 학생회 회의실에 서 있었다. 세상에 다시 없을 말쑥한 신사로 보였다. 한병후는 그때까지 본 남자 중 가장 똑똑한 남자였다. 다만 말수가 매우 적었다. 그 차가운 얼굴은 늘 자신 곁을 맴도는 추동현과는 사뭇 달랐다.그때 추동현은 재기 넘지는 인간이었고 늘 최란에게 다정했다.한병후의 싸늘함과 비교해 보면 추동현의 따스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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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3화

그러나 최란은 다시 한병후 앞에 나타날 자신도, 면목도 없었다.******화신그룹.여름은 한창 일을 처리하느라 바빴다. 그러다가 불현듯 회의가 끝나고 나서 상혁에게서 온 받지 않은 전화 알림이 생각났다. 그러나 그때는 잠깐 바빠서 완전히 잊고 있었다.여름은 바로 상혁에게 전화를 걸었다.“상혁 씨, 무슨 일이에요?”“…그게, 큰일입니다.”상혁이 슬그머니 자리를 뜨는 상혁의 뒷모습을 쳐다보았다. 지금 하준은 기분이 좋은 듯 발걸음이 사뭇 가벼웠다.여름은 상혁의 말을 듣고 나니 갑자기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오늘 오후에 하준이 완전히 넋이 나갔는지 비틀거리는 것을 보았는데 설마 나쁜 생각이라도 한 건 아니겠지….“빨리 말해요.”“그러니까, 회장님이 하늘이와 여울이가 본인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버렸습니다.”상혁은 매우 미안스러운 듯 설명했다.“대체 회장님이 어디서 알아내셨는지는 모르겠지만 갑자기 제게 전화를 하셔서 예전에 제가 의사를 매수해서 강 대표님이 유산을 꾸며내지 않았는지 물으셨습니다. 다 알고 계신 것 같아서 사실대로 말씀드릴 수밖에 없었습니다.”“……”점심때 여울이가 양유진의 아이라고 속였는데 몇 시간도 지나지 않아서 거짓말을 다 들켰다고?여름은 울컥했다.“몇 시쯤 물어보던가요?”“2시 반쯤이었습니다.”“……”2시 반이라면 사무실에서 나간 지 얼마 안 되었을 때이다.어떻게 그렇게 빨리 하늘이의 정체까지 알아버렸을까? 여름은 완전히 당황했다.“최하준은 완전히 몰랐을 텐데. 하늘이의 존재는 알았지만 아이가 나와 양유진의 아이라고만 알고 있엇다고요. 그런데 그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든 나머지 상혁 씨에게 그냥 해본 소린데… 상혁 씨가 넘어가서 사실대로 말해버린 거예요.”“그런 겁니까?상혁은 완전히 울고 싶었다.‘그러니까 내가 회장님 낚시질에 당한 거구나.’“그럴 수밖에 없어요.”여름도 울고 싶었다.자신과 양유진 사이에 아이가 있다고 말해서 완전히 마음을 접게 만들 생각이었는데 이제 두 아이가 모두 하준의 아이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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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4화

‘하늘이 날 져버리지 않았어.내가 그렇게 천인공노할 잘못을 저지르긴 했지만 그래도 나에게 이렇게 사랑스러운 딸과 아들을 남겨주셨구나.’생각할수록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나왔다.“큰아빠, 왜 그래요?”여울이 당황해서 물었다.하준은 무릎을 꿇고 앉아서 여울이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더니 가볍게 말했다.“요,요 앙큼한 녀석!”여울은 영문을 모른 채 이마를 문질렀다.“한 녀석 아니거든요. 난 귀염둥이거든요!”하준은 큭큭 웃었다. 눈은 수정처럼 빛났다.여울은 하준이 이렇게 밝게 웃는 것은 처음 봐서 살짝 얼떨떨한 기분이 되었다.하준이 다시 손을 뻗어 포동포동한 여울이의 얼굴을 쓰다듬었다.“내가 아빠인 거… 다 알고 있었잖아?”이제 와서 생각해 보니 이 녀석이 얼마나 거짓말을 자연스럽게 했던가.평소에는 여름을 이모라고 불렸지만 사실 여름이 엄마라는 사실을 몰랐을 리 없다.그러나 내내 자신을 큰아빠라 부르며 속여왔다.그러니 얼마나 앙큼한 녀석인가?여울은 동그란 눈을 커다랗게 떴다. 언제나 총기가 흐르던 여울이었지만 지금은 완전히 당황했다.아빠가 대체 어떻게 그 엄청난 비밀을 알아버렸는지 알 수 없었다.“엄마가 다 말해줬어.”하준이 여울의 얼굴을 보고는 거짓말을 시작했다.“우어, 엄마…. 이 배신자.”여울이 발을 굴렀다.“나한테 미리 말도 안 해주고.”하준은 속으로 혀를 찼다. 요 앙큼한 녀석이 몇 번이나 엄마 없는 불쌍한 아이 역할을 해왔던가. 이대로 데뷔해서 스크린에 데뷔해도 될 정도였다.그러나 딸의 그런 영악함조차도 마음에 들었다. 이 정도로 똑똑하다면 남에게 당하지 않을 게 아닌가.“내가 아빠인 걸 다 알면서도 왜 말을 안 했어?”하준이 상처받은 듯한 얼굴로 여울을 바라보았다.“양하한테는 아빠라고 부르면서 나에게는 아빠라고 한 번도 안 불러 주었잖아.”여울이 어이없다는 듯 눈을 굴렸다.“아빠, 아빠가 얼마나 나쁜 짓을 많이 했는지 생각해 봐요. 내가 머리 다쳐서 병원만 안 갔으면 할머니한테 들키지도 않고 아빠네 집에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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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5화

미워한다….그 말이 하준의 심장을 콕콕 찔렀다.‘그러니까 어쨌든 하늘이도 내가 아빠라는 건 알고 있다는 말이구나.’이때 낯선 남자가 하늘이를 데리고 유치원에서 나오는 모습이 보였다.아마도 그 사람이 서경주의 사촌인 서욱인 모양이었다. 유치원에 기록된 하늘이의 아버지인 것이다.“하늘아….”하준이 여울을 안고 얼른 그쪽으로 다가갔다.하늘은 무표정하게 하준을 쳐다보더니 얼른 서욱을 따라갔다.“하늘아, 할 말이 있어.”하준이 다가오자 서욱이 막아섰다.“죄송하지만 제 아들을 건드리지 마시지요.”서욱이 방어적인 시선으로 하준을 바라보았다.“이 아이는 내 아들입니다.”하준이 진지하게 하늘을 가만히 바라보았다.‘닮았어. 여름이와 정말 너무나 똑같이 닮았어.’여울이는 하준의 얼굴을 닮고 성격은 여름을 닮았다. 그러나 하늘이의 얼굴은 여름과 똑같고 성격은 자신을 닮은 듯했다.서욱이 인상을 찡그렸다. 하늘이가 갑자기 고개를 들더니 싸늘하게 말했다.“저는 아저씨랑 아무 사이도 아니에요. 전 아저씨가 누군지도 몰라요.”그러더니 서욱의 손을 잡고 떠났다.하준은 마음이 씁쓸했다. 그러나 여전히 고집스럽게 따라갔다.“하늘아, 네가 날 미워하는 건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우리가 아버지와 아들인데 이야기는 좀 해봐야 하지 않을까? 나에게 할 말이 한마디도 없니?”“모르는 사람하고는 이야기하지 않아요.”하늘이가 인상을 팍 썼다. 말투는 사뭇 결연했다.“내가 어떻게 모르는 사람이니? 네 친아빠인데. 네 몸에 흐르는 피는 나와 같은 피란다. 그건 변함없는 사실이야.”하준이 고집스럽게 길을 막았다.다툼이 일어나자 유치원에 아이를 데리러 왔던 학부모의 이목을 끌게 되었다.“엄마…”여울이가 문득 한마디를 했다.하준과 구름이 돌아보니 여름이 차에서 내려 허둥지둥 이쪽으로 오고 있었다. 블랙 원피스에 어깨까지 내려온 풍성한 머리가 흩날려 아름다웠다.하늘이의 눈빛이 살짝 부드러워졌다.“여름아, 마침 잘 왔다.”서욱이 난처한 듯 하준을 쳐다보았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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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6화

여름은 백미러를 통해서 하준의 그 만족스러운 표정을 보자 그냥 한 대 올려붙이고 싶었다.두 아이의 친부가 하준이라는 사실이 밝혀졌으니 이제 얼마나 의기양양하겠는가?하늘이가 그 장면을 눈에 넣어놓더니 눈을 가늘게 뜨고 냉기를 발산했다.“내가 아저씨였다면 우리 앞에 나타나지 않았을 텐데요.”아들에게서 처음 들은 제대로 된 긴 문장이 그런 말이라 하준은 얼굴이 굳어졌다.하늘은 계속 별 호감 없이 말을 이었다.“내가 왜 아저씨를 우리 아빠로 받아들여야 하는데요? 우리한테 뭘 해줬다고요?”하준의 얼굴은 충격으로 하얗게 질렸다.여름은 박수를 치고 싶었다.‘역시 내 아들이야. 저 말발 보소. 네 마음이 네 마음이다, 아주!’“전에는 내가 아무것도 못해줬지만 이제부터는 확실하게 해줄 거야.”하준이 괴로운 얼굴로 말했다.“내가 최면에 걸리지만 않았으면 네 엄마를 그렇게 대하지 않았을 거야. 원래 대로였다면 너희 둘이 태어나기를 엄청 고대했을 거란다.”“흥!”하늘이 싸늘하게 콧방귀를 뀌었다.“다 큰 어른이 다른 사람에게 최면이나 걸리고, 부끄럽지도 않나요?”“……”하준은 다시 큰 절망을 느꼈다.하늘이 말을 이었다.“대체 저런 사람이 어떻게 국내 최고의 재벌이었을까? 그러니 오래 못 가고 망했지.”“……”아들의 독설은 그야말로 자신을 똑 닮은 것이었다.‘뭐, 내 아들이 날 닮은 거니 어쩌겠어? 아무리 독한 소리를 해도 꾹 참아야지.’“그래, 네 말이 맞다.”하준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엄지를 치켜올렸다.“자기야, 역시 자기가 낳은 아들이네. 아주 촌철살인이야. 내가 저런 머리가 있었으면 아내와 아이들을 잃는 지경에 이르지는 않았을 텐데.”여름과 하늘은 할 말을 잃었다.아내와 아이를 되찾겠다고 그야말로 자존심도 다 버렸구나 싶었다.여울은 멍하니 하준을 바라보더니 결국 푸흡하고 웃었다.“아빠 귀엽다.”하준은 당황했다. 다 큰 성인 남자에게 귀엽다니 예전 같았으면 벌컥 화를 냈겠지만 상대가 자기 딸이다 보니 웃을 수밖에 없었다.“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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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7화

“내 말이 틀려?”하준이 자기는 아무 잘못이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자기야, 남자는 성모 마리아가 아니라고. 양유진이 아이들에게 잘해준 건 순전히 당신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야. 아이들에게 잘해주지 않으면 당신이 자기를 쳐다도 안 볼 거라는 사실을 다 알기 때문이지.”“그렇다고 해도 아저씨 보다는 훨씬 좋았어요.”하늘이 말대꾸했다.“우리가 배 속에 있을 때 다른 아줌마한테 우리를 줘서 키우게 할 거라고 그랬다면서요? 우리 엄마한테서 떼어내서요. 아저씨는 정말 나쁜 사람이에요.”하준은 민망했다. 여름이 그런 얘기까지 아이들에게 했을 줄은 몰랐다.여울이 큰 소리로 외쳤다.“난 나쁜 새엄마는 싫어! 우리 엄마가 좋아!”“나쁜 새엄마는 없어. 이제 아빠는 엄마만 좋아해.”하준이 진지하게 말을 이었다.“이제 죽을 때까지 엄마 한 사람만 사랑할 거야.”쌀쌀맞던 하늘이 갑자기 우웩~하는 얼굴을 해 보였다.“우웩! 가식적이야.”“……”하준은 충격을 받았다.흙색이 된 하준의 얼굴을 보니 여름은 어쩐지 웃겼다.결국 여름은 하준이 말했던 어린이 레스토랑으로 차를 몰았다.하준은 아이들 비위를 맞춰주고 싶었으나 여울의 취향은 잘 알았지만 하늘이 뭘 좋아하는지는 전혀 몰랐다. 결국 레스토랑에 있는 어린이 메뉴는 다 시켰다.“됐어. 너무 많이 주문하지 마. 낭비잖아.”여름이 말렸다.하준이 입을 열기도 전에 여울이 말을 가로챘다.“아니야, 아니야. 그동안 아빠가 하나도 안 사줬잖아. 괜찮아.”여름이 여울을 쿡 찔렀다.“맛있는 거 잔뜩 먹고 싶어서 그러는 거 내가 모를 줄 알아? 그렇게 많이 먹다가 충치 생긴다.”“내가 뭘? 이모가 항상 기회가 있으면 얻어먹으라고 했는데.”여울이 가슴을 쭉 펴고 당당하게 말했다.여름은 이마를 짚었다. 임윤서는 대체 애들에게 뭔 쓰잘 데 없는 거 가르친 거야 싶었다.하준은 여름과 두 아이를 보면서 어느새 눈빛이 부드러워졌다.이런 여자와 아이들 곁에 평생 있어 주고 싶었다.음식이 차려지자 여울은 앞받이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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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8화

“엄마도 특공 무술 어느 정도 해요. 민관이 삼촌도 가르쳐 줄 수 있고요.”하늘이 문득 분노를 터트렸다.“아, 아저씨가 민관이 삼촌 손가락을 없애 버렸지.”순간적으로 하준은 괜히 무공 얘기를 꺼냈다 싶었다. 그러나 계속 피할 수만은 없는 일도 있는 법이다.“그래, 네 말이 맞다. 정말이지 내 손가락을 잘라서라도 그 친구에게 보상을 해주고 싶은 심정이란다.”하늘이 인상을 썼다.“거짓말!”“여기 다른 사람이 없으면 당장이라도 할 수 있는데.”하준은 전혀 망설이지 않고 말했다.“어쨌든 내 무공이 민관이 삼촌보다 뛰어나. 네 엄마는 내 상대가 되지도 못한다고. 못 믿겠다면 엄마에게 물어봐.”부자의 시선이 내내 아무 말도 않고 있던 여름에게로 향했다.여름이 하준을 흘겨 보았다. 3년 동안 죽도록 수련한 무공을 자기보다 못하다고 대놓고 말하다니 아들 앞에서 체면이 뭐가 되겠는가?여름의 시선에 하준은 살짝 마음이 떨렸다.“뭐, 하지만 겨루기 방식에 따라서는 내가 도저히 엄마한테 이기지 못하는 것도 있기는 하지.”“뭔데요?”하늘이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하준은 주먹을 쥐고 가볍게 헛기침을 했다. 눈빛이 미묘했다.여름은 바로 알아들었다. 얼굴로 열기가 올라왔다. 테이블 아래로 하준을 세게 걷어찼다.‘애 앞에서 무슨 소리야!’하준은 아픈데도 씩 웃었다.“엄마랑 나 사이의 비밀이야.”하늘은 얼굴이 빨개진 엄마를 보며 어리둥절해졌다.아무리 생각해 봐도 엄마의 이런 모습을 본 적이 거의 없었다. 이슬을 머금은 새벽 장미처럼 예쁘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런 모습은 유진 아저씨와 있을 때는 본 적이 없었다.하늘은 마음이 무거워지며 미간을 찌푸렸다.하준이 말을 이었다.“그리고 수영도 가르쳐 줄 수 있지.”“수영은 나도 할 수 있거든요”하늘이 우습다는 듯 말했다.“자유형, 접영, 평영, 배영 다 할 주 알아?”하준이 눈썹을 치켜올렸다. 자신에게는 어린애 장난이나 다름없는 일로 아이를 꼬드기는 수단을 삼을 수 있을 줄은 몰랐다.“난 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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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9화

처음으로 아들에게 그런 시선을 받은 여름은 하준을 노려보았다.‘아들 앞에서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는 거야 그렇다고 치지만 왜 꼭 날 물고 늘어지는 거야?’여름이 화난 것을 눈치 채고 하준은 얼른 헛기침을 했다. 얼른 스테이크를 잘라서 여름의 접시에 놓아주었다.“물론 엄마는 그림을 가르쳐줄 수 있지. 엄마는 세계 최고의 설계 디자이너거든. 공원에 가서 새와 꽃을 함께 봐줄 수도 있고….”“됐거든. 입 다물어.”여름이 하준을 흘겨 보고는 스테이크를 콱콱 찍어서 먹고는 여울이를 찾으러 갔다.“엄마한테 미움 샀네요.”하늘이 결론을 내리더니 포크를 내려 놓았다.“다 먹었어요.”그러더니 의자에서 폴짝 뛰어 내려 엄마와 여울을 찾으러 갔다.하준도 급히 플레이 파크 쪽으로 따라갔다.여름은 여울이가 미끄럼틀 타는 것을 봐주고 있었다.하늘이는 잠깐 놀더니 흥미를 잃고 곧 레고 블록 테이블로 갔다.하준은 조용히 곁에 앉아서 가만히 블록을 쌓기 시작했다.잠시 후 하늘은 하준이 항공모함을 만드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자기가 만들던 놀이터를 보니 매우 하찮아 보였다. 갑자기 레고가 재미 없어졌다.“하늘아, 이거 난 못하겠다. 좀 도와줄래?”하준이 갑자기 간절하게 하늘을 바라보았다.“포탄을 못 찾겠어.”하늘이가 인상을 팍 쓰더니 결국 옆에 앉아서 포탄을 찾아 하준에게 건넸다.“오, 대단한데! 고마워!”하준이 받아 들었다.“이쪽에 좀 끼워 줄래? 난 이쪽을 할게.”하늘은 잠시 망설이더니 결국은 바짝 붙어 앉았다.여름이 땀에 절은 여울이를 데리고 오다가 부자가 모여 앉아 거대한 항공모함을 주물럭거리고 만드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그 모습을 보자 어쩐지 마음이 심란했다.하준에 대한 하늘이의 가드가 많이 내려갔구나 라는 게 느껴졌다.하늘이는 머리를 쓰는 장난감을 좋아하는데 여름은 그런 게 어쩐지 귀찮았다. 그래서 평소에는 혼자서 이리저리 궁리를 하고 양유진이 가끔 봐주는 식이었다.그러나 친아빠가 아닌 양유진은 아무래도 한계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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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0화

넷은 어린이 레스토랑 놀이터에서 8시까지 놀았다.하준이 농구 기술을 보여주겠다며 아이들과 여름을 데리고 농구장으로 갔다.한창 경기가 진행 중이었다.하준이 리더에게 가서 귓속말을 몇 마디 하더니 곧 경기복을 하나 얻어 입었다.안 그래도 훤칠한데 농구복을 입으니 관중석에서 경기를 보던 여학생들이 흥분하기 시작했다.“저기 3번 누구야? 완전 잘 생겼어!”“너도 봤어? 진짜 잘생겼다. 저런 남친 하나 있으면 좋겠네.”“그런데 저 선수 어쩐지 예전에 재벌이었던 최하준 닮지 않았냐?”“최하준이 이런 대회에 왜 나와? 그리고 저 얼굴 봐라 끽해야 스물한두 살이지.”“꺄아아아! 와, 저렇게 먼 데서 그대로 3점 슛을 쏜다고? 들어갔네? 대박!”“얼굴만 잘생긴 줄 알았더니 농구도 완전 잘해. 나 이 자리에 누울게!”“……”여학생들이 떠드는 소리가 여름과 아이들 귀에 그대로 들어왔다.여름은 당황했다. 농구장에서 뛰어다니는 하준은 확실히 근사했다.어렸을 때 봤던 농구 만화의 주인공과 비교해 봐도 하준 쪽이 훨씬 압도적인 미모였다.게다가 농구 기술도 좋아서 3점 슛뿐 아니라 블로킹, 스틸 등의 기술도 다른 선수들을 압도했다.경기장이 거의 하준의 독무대였다.원래 지고 있던 소속팀은 곧 사대 팀을 따라잡으며 점수 차를 좁혀갔다.여울은 흥분해서 박수를 쳤다.“아빠, 최고다! 파이팅!”딸에게 응원을 받은 하준은 약이라도 맞은 듯한 기분이 되었다.경기를 구경하던 남자 아이가 부러운 듯 여울에게 말했다.“너네 아빠냐? 진짜 농구 잘한다.”“응. 우리 아빠가 농구를 좀 잘해.”여울이 자랑스럽다는 듯 턱을 치켜 올렸다.남자아이의 엄마가 웃었다.“아빠가 엄청 자랑스러운가 보구나.”여울이 으쓱해 하니 하늘이 옆에서 말을 보탰다.’”나중에 우리도 가르쳐 준댔어요.”“와 정말 좋겠다.”남자 아이가 웃었다.하늘은 더는 말하지 않고 그저 코트에서 눈부시게 활약하는 아빠의 모습을 눈으로 좇을 분이었다.아빠라는 게 뭔지 예전에는 몰랐다.남들은 다 있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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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1화

하늘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자랑스러운 듯한 표정만 보아도 이미 하준의 말에 동의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여름이 물었다.“보니까 정식 경기던데 대체 어떻게 들어간 거야?”“간단하지. 재단에 기부를 좀 크게 하겠다고 했어. 매일 하러 오라고 하던데?”하준이 웃었다.여름은 어이가 없었다. 속으로 한 마디 뱉었다.‘어이구 돈 귀신들.’그때 휴대 전화가 울렸다.양유진이었다. 이름을 확인하더니 여름의 표정이 굳어졌다.잠시 후 부자연스럽게 휴대 전화를 들고 구석으로 자리를 옮겼다.“여름 씨, 어디예요? 꽤 시끄럽네요.”양유진의 저음이 울렸다.“언제 돌아와요?”“하늘이 데리고 놀러 왔어요. 조금 있다가 돌아갈게요.”여름이 다소 어색하게 답했다.“하늘이랑 놀면서 난 왜 안 불렀어요?”양유진이 웃었다.“다음에는 꼭 부를게요.”여름은 대충 둘러대고 전화를 끊었다.돌아서면서 보니 하준과 아이들이 뒤에 서 있었다.하준의 어두운 시선으로 여름을 바라보았다.“양유진이 빨리 오래요?”“늦었잖아. 내일 애들 유치원도 가야 하는데.”여름이 머리를 귀 뒤로 넘겼다.“그래. 그럼 돌아가. 여울이는 원래 나랑 지냈으니까 같이 가는 거고, 오늘은 하늘이도 내가 좀 데리고 가서 잘까 싶은데. 내일 아침에 바로 유치원에 데려가 줄게.”여름이 쓸데없는 생각을 할까 싶어 한 마디 덧붙였다.“아이들 빼앗으려는 거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 하늘이 어차피 당시 아버지 댁으로 보낼 거잖아? 시간도 늦었는데 가까운 우리 집으로 가는 게 낫지.”여름은 그 말을 듣더니 인상을 찡그렸다. 서명산으로 가려면 확실히 차로 40~50분은 걸린다. 이 시간에 거기까지 가려면 좀 늦어지긴 한다.“하늘이는 어떻게 하고 싶어?”하늘이는 입술을 깨물고 잠시 침묵했다. 여울이가 하늘이 손을 잡았다.“같이 잔 거 너무 오래됐는데 같이 가자. 내일 외할아버지네 가면 되잖아?”“…그래.”하늘이도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그럼 그렇게 하자.”여름은 더는 뭐라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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