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하려고 결혼했습니다의 모든 챕터: 챕터 1151 - 챕터 1160

1699 챕터

1152화

우리 네 식구라….여름은 그렇게 한참을 서 있었다.한참 뒤 양유진의 목소리가 들렸다.“여름 씨, 계속 거기 서서 뭐 해요”“아, 아무것도 아니에요.”여름은 얼른 휴대 전화를 내려놓고 따스한 양유진의 얼굴을 바라보았다.“저는 목욕 좀 할게요.”여름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양유진이 눈을 가늘게 떴다.‘대체 어딜 다녀온 거지?’어쩐지 분명 강여름이 곁에 있는데도 나날이 더욱 손에 잡히지 않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위층에 올라가니 침실 문이 이미 닫혀있었다.양유진은 처음으로 노크 없이 들어섰다. 욕실에서 솨아아 하는 샤워 소리가 들렸다.밤이 깊으니 양유진은 어쩐지 심장이 간질간질해졌다.내일이면 전수현에게 가서 풀고 올 수 있을 테고 색다른 맛이 있는 백지안도 있으니 그렇게 욕정을 풀 곳이 부족한 것은 아니었다.그러나 그 둘은 역시 여름보다 못했다.여름의 미모는 독보적인데다 커다란 눈망울이 사람을 끄는 매력이 있었고 굴곡이 확실한 몸도 보기 드문 것이었다.양유진은 진작부터 여름이 자신의 몸 아래서 울부짖는 모습이 보고 싶었다.그 남자의 위협만 아니었다면….양유진이 음험한 눈을 하고 주먹을 꽉 쥐었다.******여름은 샤워를 하고 나오다가 침대에 앉아 있는 양유진을 보고 깜짝 놀랐다.무의식적으로 가슴을 더 여몄다.평소 침실 문을 닫고 들어오면 양유진이 들어오는 경우가 없었기 때문에 차츰 습관이 되어 샤워하고 나올 때는 좀 편하게 나왔던 것이다.여름이 얼른 가리긴 했지만 양유진의 눈에는 풍만한 여름의 가슴이 포착되었다. 게다가 살짝 젖은 머리가 흘러내린 모습은 가히 매혹적이었다.순간적으로 목욕을 하고 나왔던 여름은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전수현과 백지안은 평소 화장을 잘하고 다녔는데 어쩐지 그 얼굴에는 키스하고 싶은 기분이 들지는 않았다.“여름 씨….”양유진의 눈이 이글이글 불타올랐다.“무슨 일이라도 있나요?”양유진의 눈빛에 여름은 당황했다.“별일 없이 그냥 여름 씨를 보러 오면 안 되나요?”양유진의 목젖이 꿀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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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3화

여름은 힘껏 밀어냈다.그러나 양유진은 미친 것처럼 고집을 부렸다. 피부가 마찰되어 아플 지경이었다.결국 여름은 손에 잡히는 베개를 휘둘러 양유진의 머리를 내리쳤다.순간 고개를 든 양유진의 눈에는 모골이 송연하도록 싸늘한 한기가 넘쳐 흘렸다.달빛 아래 비친 양유진의 얼굴에 여름은 몸을 떨었다. 그런 양유진은 너무나 공포스러웠다.그렇다. 공포스러운 모습이었다.여름이 양유진에게 공포를 느끼는 날이 오다니.그러나 몇 초 뒤에 양유진은 다시 부드러운 표정을 회복하더니 실망과 고통이 섞인 얼굴을 했다. 여름은 방금 자기가 뭘 잘못 본 게 아닐까 싶었다.“그렇게나 내가 싫습니까?”양유진이 눈시울을 붉히며 여름을 바라보았다.“아, 아뇨. 싫어하지 않아요.”여름이 몸을 옹송그렸다. 절망적인 느낌으로 입을 열었다.“미안해요. 정말 미안해요.”여름도 하고 싶지만 몸이 이렇게 거부하는 걸 어쩌겠는가?그런데 오늘 하준이 입을 맞출 때는 전혀 거부감이 들지 않았었다.하준에게서 나는 냄새마저도 좋아했다.하준에게서 키스를 받으면 이성이 날아가고 머리가 하얗게 비어 버리는 경험을 하곤 했다.여름의 몸은 아무래도 하준에게 익숙해져서 다른 남자를 받아들일 수 없게 되어버린 듯했다.여름도 미칠 지경이었다.“유진 씨, 우리….”“그만.”양유진이 갑자기 여름의 말을 막았다.눈에는 당황스러움과 절망이 가득했다.“날 나무라지는 말아주세요. 여름 씨를 그 오랜 세월 사랑했고 어렵사리 결혼까지 했어요. 이제 마침내 여름 씨와 함께하게 되었는데 아직도 날 이렇게 거부하다니 대체 뭐라고 말해야 좋을지 모르겠네요.”여름은 말문이 꽉 막혔다.야유진의 말은 여름의 죄책감을 더했다. 그러나 이상하게 마음도 더 닫혀버렸다.여름은 어쩔 줄을 몰랐다.“쓸데없는 생각 말고 쉬어요. 더는 강요하지 않을게요. 나 때문에 놀랐죠? 오늘은 내가 잘못했어요.”양유진이 여름의 머리를 쓰다듬더니 돌아서 나갔다.문을 나설 때 양유진의 눈은 한기로 날카롭게 빛나고 있었다.‘강여름,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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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4화

“하준아, 혹시 뭐 약이라도 잘못 먹었니?”장춘자가 떠보듯 물었다.“……”최란이 다가와 물었다.“두 분 주방에서 뭐 하세요?”“얘, 하준이가 오늘은 아침상을 차린다는구나.”최대범이 진지하게 말했다.최란은 앞치마를 두른 하준을 보고 깜짝 놀랐다.“잘됐네요. 남이 해주는 밥은 그렇게 안 먹더니 제 손으로 해 먹으면 더 잘 먹으려는지도 모르죠.”“……”하준은 화가 났다.“기분이 좋아서 웃는 거거든요.”“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그러니?”장춘자가 수상쩍다는 듯 물었다. 운형은 지적 장애가 왔고 최진은 의욕을 잃었고 최민은 종일 남을 원망하며 울고불고할 뿐이다. 마음을 좋게 먹으려고 노력하지 않았다면 장춘자도 진작에 쓰러졌을 것이다.최란은 한병후를 떠올렸다.아버지가 돌아왔다고 저렇게 기뻐하다니, 예전에 하준은 얼음처럼 차가웠는데 한병후가 돌아오자 완전히 사람이 달라진 것 같았다. 역시나 핏줄은 당기는 모양이었다.“금방 아시게 될 거예요.”하준이 눈썹을 치켜올렸다. 날아갈 듯한 기분이 보이는 듯했다.장춘자와 최대범은 어리둥절해졌고 최란은 긴장했다.두 노인네가 나가고 나서야 최란은 두근두근하는 마음을 안고 하준에게 다가갔다.“설마… 네 아버지가 온다고 했니?”잔뜩 긴장한 최란이 얼굴을 보고 하준은 눈썹을 치켜올렸다.“무슨 생각을 하시는 거예요? 지금 아버지는 함부로 우리와 교류할 수 없는데 여길 어떻게 오시겠어요?”“… 그건 그렇구나.”최란이 눈을 깔더니 한숨을 내쉬었다.“왜요? 아버지가 얼마나 좋은 사람이었는지 생각나십니까?”“…그렇다기보다 네 아버지에게 미안한 마음은 있지.”최란이 힘없이 답했다.게다가 최란은 그럴 면목도 없었다.“그러면 됐습니다. 저는 어머니도 저처럼 후회가 되어 견딜 수 없나 싶었습니다.”하준이 말을 이었다.“최소한 저는 백지안이랑 결혼하지는 않았고, 백지안과 사이에 아이를 만들지도 않았거든요.”최란은 어이가 없어서 하준을 노려보았다.“그렇게 잘난 척하면서 그런 소리를 꼭 해야겠니?최소한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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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5화

장춘자는 급히 위층으로 올라갔다. 침실에 들어가 보니 여울이 말고도 여울이 또래의 남자아이가 하나 있었다. 남자아이는 차가운 눈으로 여름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리기는 해도 야무지게 생긴 것이 보통 미남이 아니었다.그런데 그 얼굴은… 강여름을 떠올리게 했다.“얘… 얘는….”장춘자도 멍해졌다.하늘이는 인상을 썼다. 아마도 이 사람들이 늘 여울이가 말하던 아버지의 식구들인가 싶었다. 여울이가 생글생글 웃으며 소개했다.“증조할머니, 얘는 내 동생…”“난 오빠거든.”하늘이가 말을 끊었다. “겨우 3분 먼저 태어나 놓고 무슨 오빠야?”여울이가 부루퉁해서 쏘아붙였다.“어쨌든 오빠는 오빠지.”하늘이는 양보하지 않았다.최란은 얼떨떨했다.“여울아, 이게… 무슨 일이라니? 얘는…”하늘이는 입을 꾹 다물어 버렸다. 여울이가 헤헤거리며 말을 이었다.“사실 우리는 쌍둥이에요. 난 강여울, 얘는 강하늘.”“걔들이 실은 양하의 애가 아니거든요.”하준이 갑자기 뒤에서 나타났다. 입꼬리를 한껏 올린 것이 얼마나 의기양양한지를 보여주었다.“여울이랑 하늘이는 여름이랑 나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들이에요. 그때 그 쌍둥이가 살아 있었어요. 우리가 여름이랑 양하에게 속았던 겁니다.”“뭐라고?”최란과 장춘자는 깜짝 놀랐다.내내 잃어버린 그 쌍둥이를 안타까워했는데 그 아이들이 아직 이렇게 멀쩡히 살아있다니.“그러면 여울이가 네 딸이라고? 어쩐지 아무리 봐도 너랑 너무 닮았더구나.”장춘자가 기뻐했다.“하늘이는 제 에미를 쏙 뺀 것 같고. 그래도 아주 귀엽구나. 너무 잘 됐다.”장춘자는 기쁜 나머지 눈물을 흘렸다.“양하 녀석, 이렇게 큰일을 두고 우릴 속이다니.”“증조할머니가 알게 되면 우리를 뺏어갈까 봐 그런 거예요.”여울이가 말했다.“우리도 엄마랑 떨어지고 싶지 않았어요. 그래서 양하 삼촌한테 딸이라고 말해달라고 부탁한 거예요. 그러면 삼촌이랑 증조할머니 할머니도 볼 수 있고, 우리 엄마를 보러 가자고도 할 수 있으니까요.”“양하도 마음고생이 심했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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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6화

장춘자가 깔깔 웃으며 끄덕였다.“잘 됐구나. 우리가 사업은 예전같지 않지만 너희들이 이렇게 철들었으니 됐다.”곧 아이들을 데리고 모두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최근 우울하기만 하던 최대범은 이야기를 듣더니 싱글벙글 입을 다물지 못했다.하늘이는 그 많은 식구들을 보고 나니 왜 여울이가 이 집을 그렇게 좋아했는지 알 것 같았다.아빠는 꼴 보기 싫었지만 다른 식구들은 모두 다정하고 좋아 보였다.게다가 남이 아니라 자기의 할머니, 증조할머니, 증조할아버지가 아닌가. 말과 행동을 너무 조심스럽게 하지 않아도 되어서 편했다.******아침을 먹고 나서 하준은 아이들을 데리고 유치원으로 갔다.가는 김에 두 아이의 부모 연락처에 자신과 여름의 이름과 전화번호를 적어 넣었다.유치원 선생님이 깜짝 놀랐다.“둘이 쌍둥이였군요. 어쩐지 평소에도 그렇게 둘이 잘 놀더라니.”“네. 앞으로는 무슨 일이 있으면 언제든 저나 애들 엄마에게 연락 주시면 됩니다.”하준은 기분이 좋았다. 입가에 매혹적인 미소가 걸렸다.어찌나 환한지 보는 사람의 마음이 녹아 내릴 지경이었다.*****회사로 돌아오는 길에 하준은 여름에게 전화를 걸었따.예전 같았으면 안 받았겠지만 두 아이 생각이 나서 오늘은 바로 전화를 받았다.“하늘이 잘 지냈어?”“잘 지냈지. 오늘 하늘이랑 여울이 데리고 축구 하러 갈까 해.”하준이 의기양양하게 말했다.“하늘이도 같이 간대.”“……”운전 중이던 여름은 심란했다. 하늘이 녀석이 이렇게 빨리 넘어갈 줄이야.“당신도 올래?”하준이 저음으로 물었다.“광장 축구장에서 공 찰 거거든.”“남편 저녁 차려줘야지. 시간 없어.”여름이 이 사이로 말을 뱉었다.“아니, 결혼했다고 애들을 그냥 이렇게 내버려 두는 것도 좀 그렇지 않아?”하준이 부루퉁하게 말했다.“애들은 사실 우리가 재결…”여름은 하준이 말을 하는 중에 그냥 끊어버렸다.하준은 보고 화를 내기는커녕 그저 웃었다. 어쨌든 이제 두 아이가 있고 하준이 계속 헤집다 보면 양유진이 꼬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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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7화

“당장 나가! 어디서 여우짓이야!”양유진이 전수현에게 호통을 쳤다.전수현은 흉폭한 양유진의 모습에 깜짝 노랐다. 눈물을 뚝뚝 흘리며 밖으로 내뺐다.한선우는 멍하니 서 있었다. 머릿속이 윙윙 울렸다. 문을 닫고 나서야 정신이 번쩍 들며 분노가 치솟았다. 바로 양유진에게 주먹을 날렸다.“젠장!”양유진은 피하지 않았다. 한선우의 주먹을 정통으로 맞더니 웃었다.“그래, 빌어먹을 일이지.”한선우는 분노가 극에 달했다.“어떻게 여름이를 두고 이런 짓을 할 수가 있어요? 결혼한 지 얼마나 됐다고요? 이게 삼촌이 말하던 사랑이에요? 구역질 나네요.”그래도 한때 사랑했던 여자였다. 이제 함께할 수는 없다고 해도 행복하게 살기를 바랐다. 그리고 그런 행복한 삶을 양유진이 만들어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비서와 사무실에서 이런 짓을 벌이고 있을 줄이야.여름을 생각하니 심장이 아렸다.‘그렇게 착한 애가 왜 이렇게 번번이 쓰레기 같은 놈들만 만나는지.’“나라고 이러고 싶었는 줄 아니?”양유진이 넥타이를 잡아 느슨하게 풀면서 고함쳤다.“강여름은 나를 사랑하지 않아. 결혼하고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잠자리를 해본 적이 없다. 여길 봐라.”양유진이 벌겋게 된 이마를 보여주었다.“어제 손댔다가 강여름에게 맞은 흔적이다.”한선우는 경악해서 입이 떡 벌어졌다.한참 만에야 겨우 입을 열었다.“그렇다고 다른 여자랑 그렇게 함부로 그러시는 건 아니죠. 그것도 아침 댓바람부터 사무실에서….”차마 말을 이을 수 없었다. 직접 본 게 아니었다면 자신도 그 젠틀한 삼촌이 그런 짓을 벌였다는 것을 믿지 못했을 것이다.“나도 남자다. 정상적인 욕구가 있어.”양유진은 고통스러운 얼굴로 한선우를 바라보았다.“여름 씨를 위해서 나는 기다리고 또 기다렸어. 더 기다리다가는 이제 성불을 할 지경이다. 내가 여름 씨와 정상적인 부부관계만 가질 수 있다면 절대 여름 씨에게 미안할 짓은 하지 않을 거야.”“너도 예전에 강여경의 꼬임에 넘어간 적이 있으니 그게 어떤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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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8화

한선우는 회장실에서 걸어 나왔다.무거운 마음과 분노가 얽혔다.어떻게 생각하면 삼촌이지만 한편으로 생각하면 어려서부터 같이 자란 죽마고우나 다름없었다.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결국 비서실로 향했다. 막 들어가려는데 전수현이 안에서 걸어 나왔다.전수현은 한선우를 보더니 얼른 고개를 숙였다. 당황해서 어쩔 줄 모르는 모습이었다.“우리 삼촌이랑 얼마나 오래됐습니까?”한선우가 싸늘하게 노려보았다.“그냥 제가 오래 짝사랑했을 뿐이에요. 제가 대표님을 유혹했어요.”전수현은 꽤 괴로운 척했다.“방금 대표님 전화 받았어요. 지사에 다녀오라시는데 아마도 그냥 나가라는 말씀이시겠죠.”“유부남을 꼬드길 생각을 하다니 정말이지 염치도 없구먼.”한선우가 분노에 내뱉었다.전수현은 고개를 숙이고 몰래 입술을 깨물었다. 목소리는 여전히 떨리는 척했다.“죄송합니다. 다시는 그러지 않겠습니다.”“나가!”그렇게 소리치고 돌아보니 목과 손목에 꽤 알이 굵은 다이아몬드 목걸이에 팔찌가 보였다. 얼마 전 아내 서도윤에게 사준 것과 같은 목걸이였다.서도윤이 이런 다이아몬드는 세계적으로도 희귀한 것이라며 기뻐했던 것이 떠올랐다.‘비서 따위가 그렇게 비싼 물건을?삼촌 말로는 비서가 자기를 유혹했다지만 그런 비서에게 이렇게 큰돈을 쓴다고?’한선우는 여름을 생각하니 마음이 너무 아팠다.전수현이 떠나고 나서 한선우는 결국 참지 못하고 여름에게 전화를 걸었다.*****화신 그룹.여름이 막 마케팅팀에서 올라왔을 때 휴대 전화가 울렸다. 한선우였다.예전에 연락처를 삭제했었지만 이번에 양유진과 결혼하던 날 새로 추가해 놓았었던 것이다.결혼 후 한선우는 한 번도 연락을 한 적이 없었다.그러나 한선우가 한주그룹을 떠나 진영그룹으로 자리를 옮겼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어쩐 일로 갑자기 나에게 연락을 할까?’멍하니 있다가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여름아, 바빠?”한선우가 어두운 목소리로 물었다.“지금 어디야?”“별로. 지금 회사인데?”“할 얘기가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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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9화

목구멍에서 울컥울컥 피가 올라왔다. 동공이 확장되었다.이 모든 것이 우연일 리 없다.‘양유진… 무서운 인간이었구나….나에게까지 마수를 뻗치다니… 아아, 여름아….’한선우는 몸이 꽉 끼어서 꼼짝도 할 수 없었다. 기를 쓰고 겨우 핸드폰을 꺼내 여름에게 톡을 보냈다.-조심ㅎ…미쳐 다 입력하기도 전에 앞쪽에서 화재가 일어났다.도저히 벗어날 방법이 없었다. 마지막 힘을 모아 휴대 전화를 창밖으로 던지는 것이 최선이었다.피와 섞여 눈물이 흘러 내렸다.너무나 후회가 되었다. ‘다시 살 수 있다면 그때는 절대 강여경에게 넘어가지는 않을 거야.그저 여름이만 잘 지켜주어야지….하지만… 이생에서는… 이렇게 영원히 인연이 끝나는구나…******사무실.여름은 물을 마시고 있었는데 갑자기 손이 떨렸다.컵을 놓쳐는 바람에 바닥에 떨어트렸다.미간을 문질렀다. 요즘 왜 이렇게 심장이 떨리는지 알 수 없었다.괜히 유치원에 전화해서 아이들이 잘 있는지 선생님에게 확인하고는 마음을 놓았다.그런데 온다던 한선우가 시간이 꽤 지났는데도 오지 않았다.그러다가 중역이 찾아오고 어쩌고 하면서 일이 바빠서 한선우의 일은 잊어버리고 말았다.오후 5시가 돼서 퇴근을 하는데 엄 실장이 갑자기 달려왔다.“양수영이라는 분이 로비에서 대표님을 찾습니다. 울고불고 지금 난리인데요. 얼른 가보셔야겠습니다. 대표님이 자기 아들을 죽였다며 너 죽고 나 죽자로 덤빕니다.”여름은 흠칫했다.‘나 때문에 한선우가 죽어?한선우가 죽었다고?’심장이 철렁했다.“내가 가볼게요.”“저…위험해 보이는데 뭔가 호신용품을…”엄 실장이 뭔가를 말하려다 말았다.그 말을 들으니 더욱 불안해졌다. 양수영이 무작정 발광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분명 한선우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이다.“조심할게요.”여름이 급히 1층으로 내려갔다.엄 실장은 여름의 뒷모습을 보며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한참을 생각하다가 양유진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전화가 걸리지 않았다. 결국 하준에게 전화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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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0화

“우리 선우가… 그렇게 잘 생겼는데 갈 때는 그저 한 줌 재가 되어 버렸네.”여름은 완전히 넋이 나갔다.멀쩡하던 사람이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니.더 이상 한선우를 사랑하지 않게 되었지만 어린 시절의 맹목적인 사랑이 아니었던가. 사랑도 했고 미워도 했다.이제 두 사람은 각자 결혼을 했다지만 그래도 약간의 정은 남아 있는 법이었다.그런데 그런 한선우의 비보를 듣고 나니 여름은 눈물이 앞을 가렸다.경비들의 손이 느슨해진 틈을 타 양수영이 칼을 집어 들고 여름을 찔러 들어왔다.“조심해!”커다란 그림자가 후다닥 달려들어 여름을 안고 구석으로 굴렀다.양수영은 하준이 여름을 구하는 것을 보고 더 길길이 날뛰었다.“이 천박한 것이 유진이와 결혼을 해 놓고도 우리 선우에다가 전남편까지 꼬셔? 이런 뻔뻔한 바람둥이를 보았나?”하준의 눈이 차갑게 빛났다. 성큼성큼 다가가더니 신속하고 정확한 동작으로 양수영을 제압하고 칼을 빼앗았다. 그러고는 막 들어오는 경찰에 넘겼다.“살인 미수니까 잘 잡아두십시오.”손목에 수갑이 채워지고 나서야 양수영은 당황하기 시작했다.“아니야! 난 아들 장례를 치러야 한다고. 내 새끼 마지막 가는 길은 봐야 할 거 아니야?”경찰들이 서로 얼굴만 멀뚱멀뚱 바라보았다.“일단 경찰서로 데려가겠습니다. 한바탕 설교를 들으면 정신 차리시겠죠. 다음부터 그러지 않겠다고 하면 저희도 더는 추궁하지 않겠습니다.”곧 경찰은 양수영을 데리고 자리를 떴다.여름은 비틀거리며 주차장으로 갔다. 걸어가면서 양유진에게 전화를 걸었다.“지금… 한선우 씨에게… 사고가 났다는 얘기를 들었어요.”“네.”살짝 울먹이는 듯한 양유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지금 장례식장이에요. 오늘 너무 많은 일이 벌어져서 여름 씨에게 얘기하는 걸 깜빡했네요.”“지금 바로 갈게요.”그러더니 여름이 차에 타고 가려고 하는데 손 하나가 나와서 여름을 잡았다.“이 상태로는 운전 못해. 어디 갈 건데? 내가 태워줄게.”하준이 걱정스럽게 여름을 바라보았다. 뒤늦게 왔지만 대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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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1화

“예전에 한선우랑 그런 일이 있었으니 만날 생각을 하지 말았어야 하는 건데…. 거리를 뒀어야 해.”여름은 엉엉 울었다.“오전에 전화를 받기는 했는데 오지 않아서 그냥 잊어버리고 있었지. 무슨 일인지나 물어볼걸.”하준은 고개를 숙이고 부드럽게 여름의 눈물을 닦아주었다.“물어봤어도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을 거야. 이미 사고가 났으니까. 그리고… 지금 당신도 뭐가 어떻게 된 건지 잘 모르잖아. 왜 차 사고가 난 건지, 조사 결과를 기다려 보자고. 일단은 가서 마지막 가는 길을 지켜주고. 내가 장례식장으로 데려다줄게.”“…그래.”하준의 따뜻한 위로에 여름은 점차 진정하게 되었다.그렇다. 최소한 한선우의 사고 원인은 알아야 했다.“내가 운전할게.”하준이 여름을 안아서 보조석에 앉히고 안전벨트를 해 주었다.가는 길에 여름은 내내 차 밖을 보며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여름의 머릿속에는 한선우와의 추억이 스쳐 지나가고 있었다. 생각할수록 견디기 힘들었다.장례식장에 도착하니 여름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당신은 가 봐. 유진 씨네 식구들이 다 있을 테니 당신에게 불편할 거야.”“그래.”하준은 열쇠를 여름에게 돌려주고 다정하게 말했다.“무슨 일 있으면 바로 전화해. 다른 사람들이 괴롭히지 않게 조심하고.”여름은 되는대로 고개를 끄덕였다. 머릿속이 복잡해서 제대로 인사를 건넬 정신도 없었다.안으로 들어가자 무거운 얼굴의 양유진이 보였다. 한선우의 아버지도 동성에서 건너왔다. 한양빈과 서도윤이 친정 식구들도 모두 왔다. 다들 슬픔에 잠겨있었다.서도윤은 완전히 영혼이 빠져나간 상대로 창백한 얼굴로 앉아 있었다.서도윤의 어머니가 옆에서 눈물을 닦아주었다.“얘야, 이게 다 무슨 일이라니? 이제 막 애가 생겼는데 남편이 가다니.”여름은 몸이 떨렸다. 너무 고통스러워서 말도 할 수 없었다.서도윤의 어머니가 여름을 보더니 후다닥 와서는 어깨를 밀쳤다.“어, 당신이지? 우리 사위가 당신을 찾아가려고 하지만 않았으면 이렇게 허망하게 죽지는 않았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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