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하려고 결혼했습니다의 모든 챕터: 챕터 1161 - 챕터 1170

1699 챕터

1162화

한선우의 아버지 뜻에 따라 한선우는 화장하게 되었다.여름은 마지막까지 보고 가기로 했다. 화장이라니 참담한 기분이었지만 무섭다기보다는 마음이 아팠다. 어려서부터 함께 자랐던 상언 오빠의 마지막을 그렇게 보냈다.인간의 삶이란 이렇게 허무한 것이었다.한선우를 보내고 여름은 사흘 동안 출근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어딜 간 것은 아니고 마치 거북이처럼 자기 껍데기 속에 가만히 들어앉아 있었다.나흘째가 되었을 때 갑자기 모르는 번호로부터 전화가 왔다.“외숙모님, 저 서도윤이에요.”“도윤 씨….”여름은 어쩔 줄을 몰랐다. 서도윤이 원망스러운 마음에 전화를 했다고 생각했다.“잠깐 뵙고 싶은데요. 아무한테도 말하지 말고 나와주세요.”서도윤이 작은 소리로 말했다.여름은 흠칫 놀랐다. 본능적으로 방어적인 태도가 되었다. 그러나 서도윤이 와 달라는 곳이 시내 중심가여서 의심을 거둘 수 있었다.곧 여름은 차를 몰고 약속한 커피숍의 예약룸으로 향했다.서도윤은 테이블 앞에 앉아 있었다. 테이블에는 선글라스와 모자가 놓여 있었다. 심지어 머리도 짧게 자르고 짙은 화장을 해서 여름은 하마터면 못 알아볼 뻔했다.“저기… 무슨 일로 불렀어요?”여름이 맞은 편에 앉았다. 서도윤은 내내 얌전한 사람이지만 쉬운 상대는 아니라는 인상을 받았었다. 여름과 한선우가 사귀었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전혀 질투도 하지 않았고 가끔 양수영이 하는 뒷담화에도 전혀 끼어들지 않았었다.“이거 좀 보실래요?”서도윤이 자기 휴대 전화를 내밀었다.여름이 열어보니 다른 휴대 전화의 캡처 화면이 보였다. 보내려고 치던 톡이었다.-조심해, 외시여름에게 보내던 톡이었다.“이건 선우 오빠 휴대 전화의 마지막 화면이었어요. 사고 후에 경찰이 근처 풀숲에서 주웠대요. 휴대 전화 비번을 몰라서 제게 가져왔더라고요. 열어보니 이 화면이 제일 먼저 보였어요.”서도윤이 심란한 듯 여름을 바라보았다.“제 생각에 오빠는 사고가 났을 때 뭔가를 깨닫고, 아니면 그게 마지막이라는 걸 알고 외숙모님께 최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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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3화

‘조심하라니…대체 누굴 조심하라는 거지?’‘외시…’라는 단어는….’여름의 머릿속을 번뜩 스치고 지나가는 게 있었다.‘외삼촌이라고 쓰려던 걸까?’여름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서도윤이 여름의 표정을 가만히 들여다보았다.“뭔가 떠오르신 것 같네요.”“아녜요. 그럴 리가 없어요.”여름이 고개를 저었다.한선우가 왜 죽기 직전에 여름에게 양유진을 조심하라고 경고를 보낸단 말인가?서도윤이 말을 이었다.“오빠는 마지막 순간에 외삼촌이라고 쓰고 있었던 건지 몰라요. 제가 왜 그 화면을 오빠 핸드폰에서 지웠는지 이제 이해가 되시죠?”여름은 바로 이해했다. 존경스럽고 심란한 표정으로 서도윤을 바라보았다.처음으로 그 사람이 얼마나 총명하고 진중한 사람인지 알았다. 평소에 워낙 얌전해서 그리 주의해서 보지 않았던지라 이제야 알게 된 것이다.“날 미워하지 않나요?”여름이 뜬금없이 물었다.“도윤 씨 시어머니는 한선우 씨가 날 만나러 오다가 사고가 나서 도윤씨와 배 속의 아이만 남겨두고 가게 만들었다고 아주 날 잡아먹지 못해서 난리던데.”“당연히 미워도 했죠.”서도윤이 씁쓸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오빠가 솔직하게 털어놓은 적이 있어요. 외숙모님께 죄송할 일을 많이 했다고. 그리고 상처도 주고 마음을 져버렸었다고요. 외숙모님께 마음에 빚이 많다고 했어요. 저랑도 사실 처음에는 얻어낼 것이 있어서 결혼한 거라며 자기는 겨우 그런 사람이라고 말한 적이 있어요. 하지만 저랑 결혼하고 나서는 늘 저에게 잘해주었고 바람을 피우지도 않았어요. 외숙모님은 오빠 마음속에서 맴도는 달 같은 존재였어요. 저는 질투하지 않았어요. 어떤 사랑은 소유하는 거고 빼앗는 거지만, 전 그냥 지키는 걸로 충분했거든요.”여름은 감동했다 서도윤이 매우 마음이 넓은 사람이라는 점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한선우가 강여경 같은 악마를 만나서 고생을 하더니 서도윤 같은 사람도 만나는구나 하고 감탄했다.서도윤이 말을 이었다.“그리고 저는 정말 아주 아주 중요한 일이 아니었다면 오빠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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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4화

서도윤은 말을 마치더니 보자, 선글라스를 쓰고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변했다.“도윤 씨.”여름이 일어섰다. 주먹을 꼭 쥐었다.“내가 끝까지 조사할 거예요. 한선우 씨가 피해자라면 내가 가해자를 반드시 가만히 두지 않을 거예요.”“고맙습니다. 외숙모님도 선우 오빠의 마지막 유언을 져버리지 말아 주세요.”서도윤은 고개를 돌리고 서글픈 웃음을 지어 보이고는 떠났다.여름은 오래도록 룸에 앉아 있었다.추운 날씨가 아님에도 너무나 싸늘했다.서도윤의 추측에도 일리가 있었다.‘만약 한선우의 죽음이 사고가 아니라면?한선우는 유진 씨의 회사에서 날 보러 오려고 했었어.마지막에 대체 왜 날 보러 오려고 했을까?왜 사고가 난 뒤 죽어라 탈출을 하거나 구조 요청을 보낸 게 아니라 나에게 경고의 문자를 주려고 했을까? 정말 그렇다면 그 톡은 너무나 중요한 의미를 지니게 된다. 미처 다 써서 보내기도 전에 화재가 일어나서 그렇지.죽어라 하고 휴대 전화를 집어 던지기 전까지 마지막 순간까지 보내려고 한 톡이었어.마지막에 다 치지 못한 문자는 정말 ‘외삼촌’이라는 글자였을까?한선우는 유진 씨 밑에서 일하고 있었으니 유진 씨나 그 패밀리에 대해 다른 사람들은 모르는 뭔가를 알고 있었을 수도 있지. 그런데 최후의 순간에 나에게 뭔가를 말해주려고 했는데…. 사고가 났단 말이지.어쩌면 사고일 수도 있고 어쩌면 입막음이었을 수도 있어.사고라면 굉장한 우연이고, 입막음이었다면… 너무 무섭잖아.어쨌든 한선우의 어머니도 양씨 이니, 반은 양씨 집안의 핏줄이란 말이야.’여름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스스로 진정해야 한다고 되뇌었다.한선우의 복수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이 사건의 진상을 찾아야 한다. 어쨌든 한선우의 죽음이 자신과 관계가 없을 수는 없으니까.다시 양유진의 별장으로 돌아온 여름은 그곳이 너무나 음산해서 묘지처럼 느껴졌다.저도 모르게 하준의 말을 떠올리게 되었다.‘내가 정말 유진 씨를 잘 아는 걸까? 최하준의 ㅇ머니와 추동현은 대학 때부터 알았지만 30년이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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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5화

“경찰 말로는 사고가 나고 나서 끼어서 도저히 탈출할 수 없었을 거라고 해요.”양유진이 한숨을 내쉬었다.“이미 간 사람을 되돌릴 수도 없으니 너무 쓸데없는 생각은 하지 말아요. 산 사람은 살아야죠. 아 참, 선우가 세상을 떠나던 날 누나가 흉기를 들고 여름 씨를 찾아갔었다던데 나중에 최하준이….”“아, 네. 저도 최하준이 어떻게 왔는지는 모르겠네요.”여름이 설명했다.“걱정하지 말아요. 내가 그렇게 쪼잔한 녀석은 아닙니다. 그때 최하준 씨가 아니었으면 큰일 날 뻔했다고 들었어요. 누나도 여름 씨도 내 가족이니 무슨 일이 생겼더라면 난 너무나 마음이 아팠을 거예요.”양유진이 다가와서 여름의 손을 잡았다. 미간에 다정한 빛이 가득했다.예전 같았으면 여름은 죄책감을 느꼈겠지만 지금은 심장이 싸늘하게 식었다.‘이게 진짜 유진 씨의 모습일까? 아니면 저 다정한 가면 뒤에 내가 모르는 모습이 감추어져 있는 건 아닐까?’“다 지나간 일인데요. 유진 씨도 피곤하겠어요. 좀 쉬세요.”그러더니 여름은 위층으로 올라갔다.양유진이 갑자기 여름을 불러 세웠다.“아 참. 내일모레 시간 있나요? 맹 의원의 딸 생일 파티라는데 사모님께서 당신과 함께 오라고 하시더라고요. 맹 의원님 지위도 있고, 부부 동반 모임이라 거절하기 힘들더라고요.”“네. 같이 가요.”여름이 고개를 끄덕였다.아마도 그런 곳에 가면 양유진의 됨됨이를 더욱 잘 파악할 수 있을 것 같았다.******다음 날.여름은 여울이에게서 전화를 받았다.“엄마, 여울이하고 하늘이는 다 잊어버렸어?”“미안해. 엄마가 요즘 일이 좀 많았어.”여름은 너무 미안했다. 한동안 한선우 일로 아이들을 제대로 돌보지 못했던 것이다.물론 지금은 하준이 돌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서 더 그럴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여울이가 한숨을 쉬었다.“장난이야. 엄마 어릴 때 친구가 하늘나라에 가서 마음이 아프다고 아빠가 얘기해줬어. 괜찮아.”“우리 아가가 엄마를 이해해 줘서 엄마가 고마워.”여름이 웃었다.“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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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6화

“엄마….”여울이 먼저 여름을 발견하고 신나게 뛰어와 꼭 안았다.“엄마! 이거 봐요. 할머니가 사준 자동차예요. 나랑 하늘이랑 경주하고 있었어요.”“잘 노는구나”여름이 부드럽게 여울이의 머리를 쓰다듬고는 하늘을 바라보았다.여울은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하늘은 요즘 서경주의 집에서 자기도 하고, 하준의 집에서 자기도 했다.“하늘아, 아빠 집에서 지내는 거 어때?”여름은 전혀 피하는 기색 없이 하준의 면전에서 물었다.하준도 긴장된 얼굴로 아들을 살폈다. 요 며칠 하준은 온 힘을 다해 아드님을 모시느라고 노심초사했다.“…뭐 그래요.”하늘이가 고개를 들고 여름을 바라보며 대답했다.여름은 살짝 놀랐다. 하늘은 까다로운 성격이라 하늘이가 그냥 그렇다고 한다는 것은 하준의 식구들이 꽤나 잘해주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었다.“잘 됐구나.”여름은 한시름 놓았다. 이제 뒷일은 걱정할 것 없으니 여름은 한선우의 사인 조사에 전력을 다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이제 그만 놀고 갈비 먹으러 가자. 얼른 먹어야 수영하지.”하준이 다가와서 말했다.“좋아, 좋아. 수영하러 가는구나.”여울은 너무나 기뻐했다.여름은 당황했다.“애들 어린데 수영은 좀 그렇지 않아? 수영장 물이 깨끗하지 않아서 병 걸리기도 쉽고.”여름이 말을 듣고 아이들이 실망한 얼굴이 되었다. 하늘도 인상을 살짝 쓰는 것이 기분이 안 좋은 듯했다.“개인 수영장이라 다른 사람들은 안 오는 곳이야.”하준이 설명했다.“내가 관리인에게 깨끗한 물로 넣어달라고 했어. 우리 네 식구 말고는 아무도 없을 거야.”“……”여름은 순간적으로 다른 핑계를 찾지 못했다.여름은 짜증스럽게 돌아섰다. 하준은 아이들에게 윙크를 해 보이며 입꼬리를 한껏 올렸다.어쨌거나 ‘우리 네 식구’라는 말에 대해 여름이 걸고넘어지지 않은 것이다.여울은 몰래 큭큭 웃었다. 하늘의 눈동자에도 웃음기가 도는 것이 역시 기분이 나쁘지 않은 것이 분명해 보였다.넷은 갈비를 실컷 먹었다.주방장이 양념을 꽤 잘 재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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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7화

분명 촌스럽기 그지없는 래시가드를 사주었는데 여름은 머리를 높이 틀어 올려 이목구비를 산뜻하게 드러냈다. 그 아래로 굴곡진 몸매는 래시가드로 가리기에는 도저히 무리였다.애를 둘이나 낳았는데도 여전히 아름다웠다.여름은 시간이 갈수록 잘 익어가는 와인처럼 점점 더 매혹적인 여인이 되어 가고 있었다.“왜 그렇게 넋을 놓고 엄마를 쳐다보는데요? 우리 수영하러 가요.”여울이 갑자기 입을 비죽거렸다.눈치 없는 어린애의 한마디에 둘은 곤란해졌다.여름은 곧 얼굴이 발갛게 달아올랐다. 여름은 저도 모르게 하준을 노려 보고는 여울을 데리고 수영장으로 갔다.하늘도 따라갔다.하준은 헛기침을 하더니 하늘을 불렀다.“하늘이는 오늘 내가 자유형을 가르쳐 줄게.”하늘은 수영을 할 줄 알아서 하준이 데리고 조금 더 깊은 풀로 이동했다. 여울은 수영을 할 줄 모르므로 여름은 감히 모험할 생각을 하지 않고 그냥 얕은 물에서 놀았다.그러나 여울은 조금 놀더니 하늘과 하준이 신나게 수영하는 것을 보고는 징징거리기 시작했다.“안 돼요. 여울이는 수영을 못하니까 그쪽에 가면 안 돼.”여름이 거절했다.“갈래, 나도 저기서 놀 거야. 튜브 끼고 놀면 되잖아.”여울은 계속 떼를 썼다.여름은 골치가 아팠다. 이때 하준이 하늘이를 데리고 왔다.“여름아, 그럼 하늘이랑 물총놀이 할래?”“좋아! 물총놀이 좋아!”하준은 여름 곁으로 왔다. 여름의 몸에 온통 물방울이 튀어서 목에서부터 물방울이 주루륵 흘러내리고 있었다.“어딜 봐?”여름이 하준의 시선을 느끼고 얼굴이 화끈해져서 노려보고는 얼른 가리려고 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이 수영복은 애초에 뭐가 드러나 보이지 않는 디자인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뭐가 보고 싶었으면 내가 애진작에 비키니를 사줬겠지.”하준이 얼굴의 물을 닦으며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하지만 아들이 있어서 참은 거야. 당신 비키니 입은 걸 누구에게도 보여주기 싫었거든.”“……”‘뭐야, 아들까지 경계하는 거야?’여름은 완전히 어이가 없어 더는 하준을 상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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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8화

여름은 놀다가 늘어진 여울을 안고 올라갔다. 여울이 몸을 닦아 주고 커다란 수건으로 여울이를 감싸주었다.돌아보다가 하준의 깊은 눈동자와 마주쳤다.“자, 눈 감아봐.”하준은 고개를 숙여 여름의 목과 몸을 닦아주었다. 너무 친밀한 동작에 여름은 부자연스럽게 옆으로 슬쩍 피했다.“닦아줄 필요 없어. 좀 있다가 씻을 거야.”“그래. 수건 덮고 가. 밤이라 추우니까 감기 걸리지 않게.”하준은 부드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여울을 안고 가는 여름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으며 돌아서다가 생각에 잠긴 듯한 하늘이와 눈을 마주쳤다.“엄마랑 다시 잘 지내고 싶어요?”하늘이가 비죽거렸다.“포기하세요. 할 줄 아는 게 많다는 건 알겠지만 우리 엄마는 유진이 아저씨랑 결혼했어요. 응원할 수 없어요.”“하늘아, 아빠가 뭐 하나 가르쳐 줄까?”하준이 정색했다.“엄마가 나한테 엄청 짜증 난다는 표정 짓는 거 봤니?”“충분히 티 나지 않나요?”“아니지. 내 눈에는 다시 아빠한테 설레는 모순된 마음을 감추려고 노력하는 엄마란다.”하준이 하늘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어른 문제를 이해하기에는 어렵겠지. 네가 사랑하는 여자애가 생겼을 때는 내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게다. 아직은 사랑을 모를 나이지.”“……”주먹으로 베개를 치는 느낌이었다. 아직 어린애에게 사랑을 논하다니….“그리고, 이건 잘 들어두렴.”하준이 진지하게 하늘이를 바라보았다.“가끔은 좋은 눈을 가지고 있어야 해. 어른들 세계는 복잡해서 위선적인 사람을 쉽게 알아보지 못할 수도 있거든.”“무슨 뜻이에요?”하늘이 굳은 얼굴로 물었다.“유진이 아저씨가 위선적이라고요?”하준은 부인하지도 인정하지도 않았다.“나는 그냥 나쁜 어른은 얼굴이나 하는 행동만으로는 알아보기 힘들다고 말하는 거야. 네가 잘 판단했으면 좋겠구나. 엄마는 상장회사 대표야. 네 외할아버지도 어마어마한 부자시고. 앞으로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가면을 쓰고 음흉하게 너에게 다가와서 너에게서 뭔가를 얻어내려고 할 거야. 네가 아무리 똑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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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9화

“내일은 약속 있어.”여름은 하준이 하려는 말을 예상하고 미리 말을 끊었다.“양유진이랑?”하준의 얼굴에 크게 실망한 기색이 비쳤다.여름은 이상하다는 눈으로 하준을 흘긋 보았다.“맹지연 생일 파티에 가자고 하던데? 왜? 맹지연이 파티에 당신은 안 불렀어?”“난 그 사람이랑 별로 친하지도 않다고.”하준이 바로 선을 그었다.여름은 상황을 보고 더는 말하지 않았다.******다음 날, 하준이 막 회사에 도착했는데 누군가가 불렀다.“드디어 잡았다!”맹지연이 화려하게 차려입고 하준의 눈앞에 나타났다. 한창나이의 맹지연은 꽃처럼 아름다웠다.하준은 여름이 맹지연의 생일 파티에 초대되었다는 말을 떠올렸다. 눈썹이 꿈틀하더니 긴 다리를 멈추었다.“하준 씨, 내가 몇 번을 찾아왔는지 알아요? 일부러 날 피한 거 아녜요? 전화도 안 받고.”그렇게 말하며 맹지연은 아주 익숙하게 하준의 팔에 손을 걸었다.“자중하시죠.”하준이 얼른 피했다.“당신이 마음에 드는데 왜 자중해야 하는데요?”맹자연이 애교스럽게 입을 비죽 내밀었다.“게다가 오늘은 내 생일인데 좀 맞춰주면 덧나나?”하준이 담담하게 맹자연을 바라보았다.“음.”“음~이 뭐예요? 너무 쌀쌀맞아. 아, 몰라. 오늘은 꼭 내 생일 파티에 와야 해요.”맹지연이 가방에서 초대장을 꺼내 하준의 품에 찔러 넣었다.“안 오면 우리 아빠한테 손 봐주라고 할 거예요.”하준의 표정이 살짝 변했다.맹지연이 말하는 ‘손 봐주다’가 무슨 말인지 하준이 못 알아들을 리가 없었다.지금은 FTT가 긴박한 상황인데 어떤 일이라도 처리하다가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한다면 큰일이 아닐 수 없다.“알았죠? 기다릴게요.”맹지연이 하준에게 손 키스를 날리더니 돌아서서 가 버렸다.하준의 눈에 혐오감이 스쳤다. 그러나 손에 든 초대장을 보더니 씩 웃었다.오늘 밤 누구누구가 자신을 보고 어떤 표정이 될지 궁금했다.******밤. 여름은 얌전한 검은 드레스를 입고 양유진과 함께 맹 의원 집으로 향했다.오늘 밤은 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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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0화

사실 여름은 맹 의원 쪽에서 윤서 때문에 자신을 불렀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그러고 보니 윤서도 여기 왔을 텐데…’그런 생각이 스쳐 지나가는 찰라 윤서와 임미정이 함께 들어왔다. 뒤에는 시원스럽게 생긴 젊은 남자의 모습이 보였는데 스물 남짓해 보였다. 피부가 깨끗하고 단정한 모습이었다.여름은 기억을 더듬어 그가 송태구의 외아들인 송정환인 듯했다. 지난번 연회에서는 먼발치서만 한 번 보았을 뿐 인사를 나누지 못했다.“여름아….”윤서가 여름을 보더니 바로 후다닥 달려왔다.“올 거면 나한테 얘기 좀 하지.”“일이 많아서 잊어버렸지, 뭐.”여름은 예의 바르게 임미정을 향해서 인사를 하고 송정환과는 악수를 했다.“사모님, 아드님과 함께 오셨군요.”양유진도 웃으며 임미정, 송정환과 악수했다.“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숨은 인재시라고, 능력 있는 분이라고 들었는데 아버님을 많이 닮으셨네요.”“별말씀을요. 양 대표님이야말로 능력있는 젊은이라고 들었습니다.”송정환은 양유진보다 나이가 어렸지만 어려서부터 아버지와 삼촌을 따라다니다 보니 보고 배운 것이 있어 도도하지 않고 친화력이 좋았다.여름은 옆에서 가만히 보고 있었다. 전에 윤서의 환영 파티에서 얼마나 빠르게 맹 의원과 인사를 트는지 보았을 때는 양유진이 권력자들과 인사를 나누려는 것도 당연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오늘 보니 양유진이 아주 알랑방에 일가견이 있다는 사실을 새삼 알게 되었다.윤서가 의미심장하게 여름을 바라보았다.“양 대표가 아주 말을 잘하는데? 아주 남편 잘 뒀어, 응?”여름에 난감한 표정이 스쳤다. 윤서가 양유진의 알랑방귀를 꼬집는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그러나 맹 의원과 사모님이 곧 딸을 데리고 반가이 맞아주었다.“이건 제가 지연이에게 주려고 준비한 선물입니다.”송정환이 정중하게 선물을 내밀었다.어릴 때부터 친하게 지냈던 터라 맹지연은 선물을 보더니 친숙하게 웃었다.“고마워.”지연의 어머니가 문득 웃었다.“얘, 오늘은 정환 군에게 좀 잘해주렴. 너희 둘은 나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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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1화

“쯧쯔, 그 자존심 세던 최하준이 어쩌다가 그런 지경이 다 되었어?”“누가 아니래. 오늘은 완전 재미있겠는데? 최하준 전처도 왔잖아.”“……”하객들이 목소리를 낮추어 소곤거렸다.귀에 그런 소리가 들어오자 하준의 눈이 무겁게 내려앉았다. 아무것도 안 들리는 것처럼 입을 꾹 다물었다.맹 의원 부부는 잠시 난처한 얼굴이 되더니 맹 의원이 곧 웃었다.“어서 오게. 안 그래도 지난번에 우리 딸을 구해준 데 대해서 제대로 감사 표시를 못 했는데.”송정환도 눈썹을 치켜올리더니 씨익 웃었다.“지연이가 누구한테 반했나 했더니 형님이었습니까? 안 됐네요.”“말조심해!”맹지연이 송정환을 노려보았다.“우리 저쪽으로 가서 놀아요. 친구들 소개해 드릴게요.”하준은 여름을 돌아보려고 했지만 미처 고개를 돌리기도 전에 맹지연이 팔을 잡아끌고 가버렸다.그 장면을 눈에 담아둔 여름은 울화가 치밀었다.‘뭐야? 저 인간이 어제는 나한테 집적거리더니 오늘은 맹지연 생일 파티에 와서 둘이 또 착 달라붙어서는.그러면서 어제는 뭐? 잘 모르는 사이야?저 거짓말쟁이!’물론 여름은 자기 기분을 드러낼 수는 없었다. 다들 여름이 하준의 전처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니 말은 안 해도 주의해서 보고 있을 터였다. 그저 평온한 얼굴로 웃고 있는 수밖에 없었다.정말 전남편의 행복을 바란다는 얼굴로….“우린 저쪽으로 가서 놀자.”윤서가 여름의 손을 잡았다.“안 그래도 며칠 못 봤잖아? 요즘 뭐 하고 지냈어?”여름과 윤서는 틈을 봐서 자리를 떴다. 그러나 여름은 멀리 가지 않고 정원 바깥쪽에서 가만히 전면 창을 통해 양유진을 보고 있었다.“야, 뭐 한다고 그렇게 유진 씨만 쳐다보고 있냐? 벌써 유진 씨한테 홀딱 빠져서 이제 누가 빼앗아 갈까 봐 감시하는 거야?”윤서가 생글거리며 놀렸다.“그런 거 아냐.”여름이 신음을 하더니 결국 윤서의 귀에 대고 사실대로 이야기를 했다.윤서는 여름의 말을 듣더니 깜짝 놀랐다.“그럴 리가…. 유….”여름은 얼른 윤서의 입을 막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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